회귀 힐데... 최신화까지의 스포 가득. 날조, 적폐 주의. “나가서 혼자 동족의 흔적을 찾아다녀야겠다.”(134) 나는...

“나가서 혼자 동족의 흔적을 찾아다녀야겠다.”(134)
나는 이 말이 너무 좋았어. 정식 배저가 된 뒤에는 임무를 자기가 채울 수 있잖아. 블랙배저에 수상할 정도로 개간 업무만 가득하고 보고할 때만 들어오는 힐데 보고 싶다.
「인간을 사랑하지 말 걸 그랬어.」
그건 언젠가 했던 생각. 동족과의 전투에 휘말려 정을 준 인간들이 많이 죽었음. 마지막으로 자신도 죽었으니 남은 이들은 또 괴로워하겠지.
포탈에서 나온 힐데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얼굴들에 그냥 엉엉 울어버림. 손 하나 까딱할 힘도, 의지도 없어서 소리없이 눈물만 줄줄 흘려.
명백한 죄인이었음.
차가운 철의 감각에 실감이 났음. 과거 죽은 자 중 하나. 그에게서 가족을 앗아간 것도 모자라 그 눈동자의
- 괜찮아?
···아미.
그녀에게선 윤과 예현을 잃게 만들었는데. 혼수상태에 빠졌던 그녀와 달리 희망도 가질 수 없게 두 사람을······.
수뇌부 휴게실. 침대에 누워있는데 링거가 연결되어 있었음.
- 아, 일어나셨네요?
- 갑자기 발작을 하고 말이야~···.
그냥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봤음. 이 상황이 꿈이든 현실이든 상관없었음. 진짜 전부 때려치려고 했는데. 세상을 외면하고 멈춰버리고 싶었는데.
- ···아.
잃고 싶지 않아.
당신들은 과거와 같은 일을 겪을 필요가 없어.
콜튼의 사람이 될 수 없으니 다시금 예현의 사람이 됐음. 사수는 윤. 아직 이 몸으로 본래 실력을 내기는 힘들었음. 그러나 한 번 해봤으니 전보다 빠른 시일내에 힘을 되찾을 수 있겠지.
동족들의 흔적을 찾아다녀야지. 콜튼을 치고, 카일을 만나자.
그리고 네 목과 내 목을 잘라내자.
그러니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너를, 네가 나를.
또······.
- 내가 막지 못한 모든 일을 끝낼게.
자신 때문에 많은 일을 겪은 아이. 그 동그란 머리를 마지막으로 살짝, 욕심껏 쓰다듬어.
- ···너에겐 고마운 일이 참 많아. 어떻게 이렇게 잘 컸는지.
- ······.
- 수고했어. 고마워.
- 이제 내가 마무리할게.
- 재연은 목줄을 채워두려고 합니다.
- 어떻게?
재연의 증오를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건 문제도 아니었음.
카일과 레이와 나는 그 순간 함께였는데.
회의장으로 오며 원로들과 할 말이 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개입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들은 예현의 얼굴은 파리하게 질려있었음. 사전에 이야기한대로 윤이 곧 그를 데려갔고.
- 에릭 에어하트의 지하실에 무슨 피가 있는지 알아?
- ······.
- 그거 줄 테니까 발작할 거 같으면 다른 사람들한테 가지 말고 나한테 와.
목을 잘라낼 기세던 칼이 목을 얕게 베며 그침. 씩씩대며 떠나는 재연에게 나중에 보자 외쳐줬어. 대충 절뚝이면서 조용히 건물을 내려와 오두막까지 어떻게 가지, 생각할 때 차 한 대가 눈앞에서 멈춤. 운전석에서 내린 익숙한 얼굴이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
고개를 끄덕이고 갈 거라 생각했는데 윤이 힐데를 빤히 봄. 이게 궁금해서 온 거 아닌가? 영문을 몰라 멀뚱히 서 있으니 윤이 다가와 물어.
- 상태는.
- 멀쩡합니다. 죽을 정도는 아니에요.
- 약물은?
- 위험한 약이 아니니 괜찮습니다.
그리 말하며 응급키트를 꺼내드는 윤에 힐데가 흠칫 뒷걸음침.
- ···치료, 해주실 필요 없습니다.
아직도 머릿속에 죽은 윤이 선명함. 그가 자신을 치료하길 원치 않았어. 또 발작 전조를 보이는 힐데에 혀를 찬 윤이 그를 조수석에 쑤셔넣음.
- ···병원도 가기 싫어요.
- 왜.
- 예현도 괜히 신경쓸 테고 새뮤얼도···. 그냥 오두막에 던져 주세요. 적당히 나을 겁니다.
- 낫는 게 아니라 시체를 치우겠지.
버석버석하게 마른 목소리.
- 수고했다.
힐데는 움찔 몸을 굳힘. 울고 싶은데 화도 내고 싶고, 어쨌든 웃음은 나오지 않는 칭찬이었음. 윤이 건네는 최고의 칭찬.
윤은 가늘어지는 숨소리를 들으며 엑셀을 밟음. 기절한 힐데를 빼내 구급차로 넘겼어. 나중에 예현을 비롯한 수뇌부가 방문해 이유를 물었을 때 힐데는 답했음.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희미한 미소와 함께.
- 재연과 저는 서로 청산해야할게 많아요.
- ······.
- 콜튼은 저를 못 죽이고요.
힐데는 새뮤얼한테 매일 언제 퇴원할 수 있냐고 물음.
- 너희가 리카르도를 죽이면 나도 너희를 죽일 거야.
콜로세움 미션은 이번에 성공하겠지. 그린드림 해독제를 챙겨가는게 좋겠다는 힐데의 말에. 다만 아실과 힐데는 잡혀갔으면. 재연의 변덕과 농간으로.
리카르도는 미간을 찌푸림. 이상한 후임이야. 분명 막내인데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같은 느낌이 났음.
포탈에서 떨어져 나와 탈진할 듯 울며 발작한 인간. 아무런 설명 없이 수갑을 채우고 한 곳에 갇혀있었는데도 그는 얌전했음. 필요 이상의 질문이나 대화는 하지 않으면서
생각이 훤히 보이는 자였음.
- 내가 불편해~?
- 네? 아니, 아닙니다. 오히려 정체 모를 자를 잘 대해주셔서 감사한걸요.
- ···느껴지셨다면 죄송합니다.
생각이 훤히 드러나는 주제에 그때만큼은 표정을 읽을 수 없었음. 부정하지 않는 것도 어이가 없었지. 자기를 힐데라고 소개한 자는 그냥 중얼였음.
- 제가 좀 문제가 많아서 그래요.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좀 우스울 뿐인 거야.
- 욱, 우욱···.
분명 음식을 맛있어하는데 꼭 남기는 것도, 자신이 가고 나면 들려오는 구토 소리도.
- 너···!
자신을 싫어하는 게 아닌 행동도.
나비 크리처를 잡을 때 힐데는 칼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날아오는 검날을 맨 손으로 잡았음. 분명 힘에서 밀리는데 숙달된 경험이 그가 단신으로 나비 크리처를 처리하게 함.
목소리는 건조했지. 걱정하는 게 맞나 의문이 들 정도로. 윤과 아미, 리카르도를 빠르게 훑고 사라진 금안은 그러지 못했지만.
그렇게 이상한 자였음, 힐데베르트 탈레브는.
이제는 그 이유가 짐작이 가지만.
뒤이어 관중석으로 아실이 나타났음. 어떻게 한 건지 철수했던 경찰들을 데리고.
- 내가 저 녀석 데리고 갈게~···.
리카르도는 난장판이 된 콜로세움을 보며 당장 경기장으로 뛰어내려감. 분대장 앞에서 막내 녀석이 뭣도 모르고 명령질이야.
- ···뭐?
- 아직 못 죽였는데···!
- 크리처는 네가 다 죽였잖아···.
그게 아니라는 듯 힐데의 얼굴은 창백했음. 등을 떠미는 손길이 덜덜 떨렸음.
- 남아있으면 좋은 꼴은 못 보실 겁니다. 제발 가세요.
- 너는?
- 저는 여기선 죽지 않을거라.
제가 만든 문제만 해결하고 갈게요. 힐데는 그리 말하며 리카르도를 등졌음. 그 끝에 있는 건 고등학생이라 생각한 마리, 섬뜩한 미소를 띄우고 이를 지켜보고 있는 이름 모를 경찰.
그리고 건물이 무너졌지.
덜덜 떨리는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었음. 전투의 여파인 척 가쁜 숨을 골랐어.
'남아있으면 좋은 꼴은 못 보실 겁니다.'
그걸 알면서 자기는 거기 남았다고.
'저는 여기선 죽지 않을거라.'
건물은 형체조차 알 수 없이 무너졌는데 그가 죽었을거란 생각은 들지 않아 헛웃음 지었음. 기원 모를 믿음은 무엇을
'릭? 나가요! 어서 나가세요!'
- 하···.
그 다급했던 얼굴이 낯설었음.
- 건물 내부에 있는 크리처를 모두 처리했습니다.
- ······.
- 무기 감사합니다. 잘 썼습니다.
살짝 쉰 목소리를 들으며 리카르도가 눈을 가늘게 뜸. 녹아내린 팔이 검게 변해있었음.
- 매 임무마다 이딴 식으로 다쳤던 거구나~···.
몸을 움찔하며 살짝 자신의 눈치를 보지만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얼굴. 구급차를 부르며 물었음.
- 너 또 발작했지~?
물론 제가 폭탄이 무너져도 죽지 않을 위치에 오자 재연이 마리가 스위치를 누를 수 있게 해줬지만.
힐데는 리카르도와 선임들을 빠르게 훑음.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아. 바비의 다리는 멀쩡하고 아실도 중독되지 않았음.
한시라도 빨리 모든 걸 끝내야해.
리카르도는 힐데의 병문안을 감. 뭐가 문제인지 수술이 잘 끝났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는 후임. 아실과 새뮤얼의 대화를 들었을 때는 아찔했음.
'뭐? 마약?'
'···역시 말하지 않았나 봅니다.'
리카르도는 미간을 팍 일그러뜨림. 분명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했으면서. 무슨 자신감으로 무너지는 건물 아래에 남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음.
딱히 신경 쓰고 싶지 않았음. 금방 죽을 것 같은, 죽지 못해 살아가는 녀석의 이름 따위 잊고 살았음.
'그러니까···.'
새벽에 다시 찾아온 병실. 아마 자고 있을 녀석은 뭐가 괴로운지 꿈에서도 앓고 있었음. 움직이면 안 되는 몸을 간헐적으로 비틀며 호흡을 멈췄다가 거칠게 몰아쉬어.
- 아. 이 녀석 또 이러네.
병실 문을 열고 다가온 의사가 익숙하게 해열제와 진정제를 투입함. 이런 일이 많았던 듯 처음부터 약을 들고온 새뮤얼을 보며 리카르도는 한쪽 눈썹을 올리겠지.
- 상담부터 받아야 할 것 같은데~···.
- 이미 말해봤지. 근데 이 녀석이 듣겠냐.
'···꼭 해야할 일이 있어서요.'
뒤돌며 말을 덧붙이던 녀석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음. 단단하게 내뱉어진 음성에 스며있던 슬픔의 깊이는 가늠되지 않았지. 새뮤얼은 진정한 힐데를 보더니 네가 할 말이냐며 리카르도 등 툭 치고 감.
그리고 다음날 찾아온 병실은 텅 비어 있었음. 리카르도는 헛웃음을 내뱉어. 힐데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나간 거야.
'괜찮으십니까?'
'릭? 나가요! 어서 나가세요!'
남을 그렇게 살피는 녀석이 자기는 돌아보지 않아서. 그리고 힐데는 그런 리카르도의 미묘한 태도 변화를 기민하게 눈치챔.
- 어딜 갔나 했더니 훈련하고 왔어~?
- ······?
- 네가 미쳤지······.
병실에 끌려갔음. 터진 상처의 붕대를 감고 밥은 먹었냐고 물어. 힐데가 먹었다고 대답하지만 거짓말인 거 뻔히 보임. 그럼 또 식당으로 끌려가.
'이번 임무 네가 다 했잖아···. 너 혼자 개같이 다치고···. 이 정도는 그냥 받지~?'
'리카르도. 그건 제 독단-.'
'됐고~. 이번엔 릭이라고 안 불러~?'
아.
두 번은 도무지 못 버틸 것 같은데.
내가, 그의 작은 변화도 버티기 힘들어서.
- 할 말이 뭐야~?
- 있잖아요, 릭. 저는 크리처예요.
- ···그게 무슨 말이야~?
- 인간형 크리처.
후에 생길 일은 다 고려했어. 리카르도라면 이걸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다니진 않을 거임. 언제든 알게될 사실이니 딱히 문제될 일도 없고.
그냥······.
- ···뭔 개소리야.
- 제게 비밀이 많은 건 눈치채고 계셨겠죠. 사정이 있어 저는 동족을 배신하고 여기 있습니다만, 어쨌건 사실이 그렇습니다.
그냥···.
그냥.
리카르도가 좀 일찍 자신을 원망할 뿐이야.
- 저는 그들의 우두머리였는데···.
쾅! 리카르도의 주먹이 옆에 있는 벽을 부숨. 반지에 긁혀 힐데의 귀가 반절 잘렸어. 분노와 증오가 일렁이는 녹안이 금안을 마주봄.
- ···피차 얼굴 보기 불편한 사인데 괜히 시간 쓰지 마시라고요.
- 예현은 너의 뭘 믿고 놔둬?
- 그에게 검을 건넨 것이 저니까요.
- 순 맹탕 같은······.
리카르도가 혀를 차며 주먹을 내림. 그러나 살기는 거두지 않은 채 서늘하게 말해.
- 죄송하지만 여기도 제가 죽을 자리가 아닌지라. 기회가 오면 드리겠습니다.
희미하게 웃어보이자 리카르도가 얼굴을 가감없이 구기며 떠남. 담배를 피우며 멀어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힘이 풀려 스르륵 넘어졌어.
'안··· 맞았어······.'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음. 사정 없이 토기를 게워내며 심장 부근을 꾹 잡았어. 바닥을 긁으며 주먹을 쥐자 손끝이 갈려나갔음. 과거와 다르게 이번에는 맞지 않았어. 그때는 침대에서 날아갈 정도로 맞았었는데.
이성과 의심을 마비시킬 배신감이 없었어.
너무도 다행이었지만, 선임의 그런 얼굴을 두 번은 보지 않아도 되어 정말 안심이었지만, 속이 너무 아팠음. 나는 차라리 후려맞고 싶었던 걸까. 저 벽처럼 부서질지언정 차라리······.
다행이 곧 승진시험이었음.
무사히 합격해서 개간업무를 나가면 더 이상 볼 일도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