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엋건 연예계 대표 커플, 신재현과 류건우. 3년 째 남들이 부러워할 연애 중인 그들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첫번째는...

연예계 대표 커플, 신재현과 류건우. 3년 째 남들이 부러워할 연애 중인 그들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첫번째는 신재현이 교통 사고를 당했다, 두번째는 그래서 기억상실에 걸렸다, 마지막은
- 미안한데 우리 쇼윈도야.
- 네?
- ...너랑 나랑 진짜로 사귀는 거 아니라고.
그들의 연애는 가짜다.
건우가 재현의 소식을 접한 것은 하필 기사가 터진 직후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대로변에서 사고가 났던 데다가 하필 근처가 방송국이라서 보는 이도 많았고 그 안에 있던 기자가 손쓸 틈도 없이 기사를 올리는 바람에 그가 사고가 났다는 소식은 전국적으로 퍼졌다.
ㄴ 안돼 우리오빠
ㄴ 아 ㅅㅂ 제발 만우절 구라라고 해줘
ㄴ 제발제발제발 신재현 멀쩡하다고 해주세요ㅠ
그의 상태가 심각하지 않길 바라면서 제발 무사하다는 소식이 얼른 들리길 바라는 팬덤과 달리 대중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ㄴ 나 아는 사람 있는데 촬영 잠시 중단하고 병원 갔대
ㄴ 와 어떡하냐ㅠ 걔네 진짜 잘 사귀고 있잖아
ㄴ 신재현 의식 불명이래?
ㄴ 몰라 근데 지금 들리는 거 없는 거 보면 아직 결과 안 뜬 거 아님?
ㄴ ㅇㅇ 류건우도 어지간히 멘붕일 듯
- 신재현은요?
-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 없을 거랍니다. 다만 상처가 좀 심해서 깨어나는데 조금 걸릴 지도 모른답니다.
- 그나마 다행이네요.
- 촬영 중단하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저보다 많이 놀라셨을 것 같은데...
건우는 예상 외로 침착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무사히 병원에 도착했다면서 제 매니저에게 연락을 남길 정도였다. 재현의 매니저는 어쩔 줄을 몰랐다. 몸 한 군데가 망가진 건 아닐지. 그건 다 깨어나고 볼 일이었다.
건우가 오히려 그의 매니저를 달랬다. 어떻게 그러냐며 재현이 깨어나길 기다리겠다고 하니, 건우는 깨어났을 때 수척한 모습을 보이면 그게 더 좋지 않다며 얼른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오라고 설득했다.
그런 식으로 며칠이 지났다. 3일 째 재현이 깨어나지 않아, 건우는 내내 촬영장과 병원을 왔다갔다 하는 신세가 되었다. 사실 일 때문에 피곤하고 제 몸이 혹사 당하는 것 쯤은 괜찮았다.
- 지금 주연작 하나 들어갔다고 하지 않았어?
- 응. 그 작년 대상 탄 드라마 작가가 쓴 차기작.
- 괜히 몇 년 째 연애하면서 잡음 없는 게 아니라니까? 저렇게 사이 좋으니까 그렇지.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화젯거리였다.
- 아, 건우 씨! 촬영은 괜찮으세요?
- 네, 뭐... 적당히 마무리하고 왔어요. 저 왔으니까 잠시 담배라도 한 대 피우면서 숨 좀 돌리고 오세요.
- 진짜 감사합니다. 재현이한테 건우 씨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 ...!
그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닫힌 창을 두들기는 바람소리는 아니었고, 가만히 핸드폰만 하던 저가 내는 소리는 더더욱 아니었다.
- 깼어?
- ...
- 기다려, 의사 불러올 테니까.
일어나는 건우를 재현이 손을 뻗어 잡았다. 사고 후유증으로 아직 몸을 움직이기 힘들 텐데 건우가 놀라서 그의 손을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재현이 물었다.
- ...누구세요?
- ...뭐?
- 가벼운 기억상실 정도로 보이네요. 사고 후유증으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 네?
진단 결과, 기억 상실이었다. 의사의 물음에 재현은 거의 대부분을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안타깝게도 그의 기억은 20살에서 멈췄다는 소식이었다.
- 기억이 그러면 언제쯤 돌아올까요?
- ...예?
- 괜찮습니다.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가벼운 후유증이고, 그 외에는 검진 결과 이상이 없으니 외상이 어느 정도 나으면 퇴원도 가능하십니다.
- ...
의사도 알고 있을 정도로 그들은 유명한 연인이었다. 애초에 모른다고 하더라도 며칠을 내내 재현을 보러 왔으니 알 수밖에 없었다. 이 소식을 들은 매니저도 건우가 있으니 괜찮을 거라며 안심했다.
- 그러니까 제가 배우라고요...
- 어, 어. 그, 내가 네 매니저고, 여기는...
- 여기 나온 것처럼 제 연인이겠네요.
- 맞아, 혹시 기억 나니?
재현은 매니저에게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그는 허황된 이야기를 절대 믿지 않았다. 그렇기에 설명과 함께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많은 것이 필요했다. 다행히 그는 유명 배우였고,
- 저희 3년 째 연애 중이에요?
- 맞아!
- 아니, 저는 여기 류건우 씨한테 물었어요.
- ...거기 나와있는대로.
- 아하.
- 재주가 상당히 좋았나봐요. 이런 사람과 연인인 걸 보면.
건우가 잠시 움찔했다. 매니저가 옆에서 또 질문했다.
- 기억이 나는 건 정말 없는 거니?
- 그야 너는 재능이 있으니까...
어째 재현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보다 더 초조해보이는 건우였다. 입술이 바싹 마르는 듯 침을 발랐다. 망설임 끝에 매니저를 툭 쳤다.
- 네? 아, 그럼요.
-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천천히 돌아오세요.
- 그러면 저 잠시 회사 좀 다녀올 테니까 재현이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 네, 저한테 맡기세요.
- 감사합니다, 금방 돌아올게요.
- 왜요? 사랑한다고 하려고요?
- 아니, 그런 거 아니고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 미안한데 우리 쇼윈도야.
- 네?
- ...너랑 나랑 진짜로 사귀는 거 아니라고.
그렇다. 이 둘은 단순히 스캔들을 이용하여 인지도를 쌓고, 이미지 메이킹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짜 연인이었다.
- 아는 사람은 극소수야. 방금 나간 네 매니저님도 이 사실을 모르고 소속사 대표님들만 알고 있는 수준이야.
- ...
- ...
- 우선 기억을 잃었다는 것도 언론에 보도되면 안 될 것 같으니까 말을...
복잡한 상황에 한숨을 섞어가며 바닥만 보며 말하다 고개를 들어 재현과 눈이 마주쳤다.
- 할 말 있어?
건우가 물었다.
- 어쨌든 사귀는 사이는 맞다는 거네요?
재현이 답했다. 건우가 인상을 팍 썼다.
- 아니지, 실제로는 사귄 적이 없다고.
- 그렇게 생각하도록 연기한 거지.
- 어쨌든요, 연인이라고 보였으면 그게 연인인 거지.
평소에 말을 참 똑부러지게 하는 것 같았는데 어째 헛소리만 잔뜩 하는 것 같았다. 건우의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
- 그러면 해요, 데이트.
- 뭐?
황당한 소리에 건우가 제 귀를 의심했다.
- ...너 진짜 무슨 소리하는 거야?
- 그러니까 내가 기억을 잃었으니 말을 맞춰달라는 건데 뭐 그럴 필요가 없네요.
- ...
- 나랑은 실제로 사귀면 되니까.
- 진짜 미쳤어?
- 미친 건 28살의 신재현이고.
- 너 내가 마음에 들기라도 했어?
- ...
- 그러면 안 되나?
너무 당당하니까 할 말도 없었다. 기억 하나 잃었다고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 있나? 가짜 관계에서도 재현은 인터뷰에서나 제게 사랑한다고 거짓말을 했지. 사적인 자리에서 한 번도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 ...
- 나는 형이랑 연애해보고 싶은데요?
이게 20살의 패기인가. 아니, 그냥 앞서 말했듯 진짜 신재현이 미쳐버린 거겠지. 답지 않게 건우의 손을 꼭 잡고 제 뺨에 대고 쓰다듬기까지 했다.
- 미안한데 너 그런 거 3년 내내 나랑 하나도 안 했다고.
- 그 인간이랑 나는 다르지.
- 아니, 그럼 몸이 똑같은데 뭘 다른 사람이야?
- 어쨌든 우리가 헤어지면 안 되는 상황은 맞잖아요?
- ...
- 그러면 나도 형한테 맞춰 줄게요. 그러니까 형도 나한테 맞춰 줘요.
- 네.
대체 이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하루만에 기억이 돌아온다던데 지금 다시 눕히고 재우면 눈 떴을 때 정신 차리지 않을까? 하지만 어째서인지 어림도 없어 보였다.
- 야.
- 네?
- 너 따지고 보면 나보다 10살 어리잖아. 내가 미쳤다고 널 만나?
- 10살 연하. 좋네요.
- 야, 이 미친 새끼야.
대체 쟤랑 어떻게 연애를 하라는 건데?
- 일단 너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아직 어지러울 거니까, 얌전히 있어.
- 난 얌전히 있는 중이에요.
- 말은 해야죠. 형이 말했잖아요, 말 좀 맞추자고.
- 그러면 사실 입을 맞추자는 거였나?
- 야, 이 ㅆ...
상대는 환자다. 진정하자. 순간 욱해서 욕이 잔뜩 튀어나갈 뻔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헤어지자고 연을 끊을 수도 없었다.
- 우리 가짜야. 나 확실하게 말했어.
- 그래요, 28살의 신재현이랑은 가짜 연애해요.
- 나 20살인데.
말하는 꼬라지를 보면 저건 20살도 아니다. 10살이다. 완구점에서 장난감 하나 사달라고 떼 쓰는 어린아이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 어, 그래. 내가 대학교 들어갔을 때 너는 수학익힘책 풀었다. 미쳤다고 널 만나니?
- 30살이 20살을 왜 만나는데?
- 그런 말이 있대요. 그렇게 되면 개꿀이라고.
- 그런 개소리는 대체 어디서 주워들었어?
- 인터넷에서.
제발 류건우, 머리를 굴리자.
- 끝까지 듣기나 해.
- 일단 말해봐요.
- ...리액션 하지 마, 들어.
- 흠.
- 너 사랑해서? 절대 아니야. 그게 조건이었어.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연인처럼 대중에게 보이는 거. 나 그래서 피곤한 거 무릅쓰고 너 깨어날 때까지 매니저님만큼이나 옆을 지켰어. 지금도 1시간 뒤면 당장 다시 촬영장 가야 해.
옆에 뭐라도 있었으면 저놈이 환자인 걸 다 떠나서 집어던질 뻔했다. 이걸 병실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해?
- 너 듣고 싶은대로 듣지 마.
- 절 사랑해서 깨어날 때까지 옆을 지켰다는 소리는 잘 들었어요.
- 너 혹시 다친 쪽이 다리가 아니라 청각이냐?
- 그래, 맞다. 넌 머리가 망가졌지.
- 말이 심해요.
- 네가 더 심해.
말이 안 통한다. 어떻게든 상황을 납득시켜서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만 적당히 말을 맞추려고 했는데 이건 차라리 유치원생이랑 대화를 나누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 사귀고 싶으면 너 혼자 사귀어, 어차피 세상은 너랑 나랑 사귀는 줄 아니까. 대신 난 너한테 사랑 절대 못 줘.
- 정이 있다면서요.
- 어느 정도 접점만 생긴다면 누구에게나 정은 있어.
- ...
- 네 입으로 20살이라며, 나 애새끼랑 사랑할 생각 없다.
- 애정이랑 정은 딱 한 글자 차이예요.
- 뭐?
- 애 하나만 생기면 정도 애정이 된다는 거죠.
고작 말장난하기 위해 사람을 오라고 시켰냐며 건우가 짜증내자 갑자기 확 팔을 낚아채고 제쪽으로 훅 잡아당겼다. 건우가 순간적인 힘에 끌려가자 재현이 그대로 그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 형이 나한테 그랬는데? 애새끼라고.
- ...
- 애 하나 생겼으니까 애정이네요, 그쵸?
- 나 가야 해. 필요한 거 있으면 간호사분 불러. 어차피 네 매니저님 금방 돌아오실 거야.
- 네 사지 멀쩡한 거 두눈으로 목격했는데 내가 왜? 알아서 해.
- 다리 부러졌는데.
- 20살이면 뼈 붙는 속도도 빠르대. 참아.
건우는 더 이상 재현을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 대화하면 제 머리만 아파질 뿐이었다.
- 재현씨는 좀 어때?
촬영장에 가기 위해 차에 탔다. 매니저가 재현의 상태를 물었다.
- 다행히 크게 이상은 없대요.
- 그래?
- 너도 잠도 못 자고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이제 한시름 덜어도 되겠다.
- 그렇죠.
는 무슨, 이제부터가 제일 걱정이다.
- ...뭔 촬영이요?
이건 x발 뭔 소리예요. 어차피 대표는 이미 둘의 관계를 알고 있으니 건우가 하기 싫다는 티를 바로 냈다.
- 그러니까 신선하잖아. 얼마나 사랑스러운 연인으로 보여. 신재현 근황 알리는 것만큼 그것처럼 만만한 게 없지.
- 그놈 멀쩡하던데요.
- 멀쩡하니까 찍는 거지.
- 아니, 하...
- 요즘 다 유튜브로 넘어가는 추세잖아.
- 예?
이걸 진짜 이 세상의 인터넷 선을 모조리 끊어버릴 수도 없고. 어쨌든 이걸 안 한다고 할 수도 없었다. 이쪽에서 하겠다고 했으니 아마 저쪽 매니저도 알고 있을 거고, 하여튼 회사 사람들이 어지간하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 카메라 끄면 안 돼요?
- 그냥 네가 꺼지면 안 되냐?
망할 놈의 애새끼.
- 이제 카메라 켤 거야. 입 단속 잘해.
- 배우가 그런 것 하나 못하겠어요?
- 진짜 너무하네요.
- 야.
- 네?
- 입 다물어. 진짜 켠다.
건우는 카메라를 들지 않은 다른 손을 카메라 앞쪽으로 뻗어서 흔들었다.
- 카메라 돌아가요?
- 응. 인사해.
건우가 바로 초점을 재현에게 맞춰주었다.
- 안녕하세요.
- 지금은 점심이라 마침 밥 먹는 중이에요.
- 아무래도 병원 밥이라 맛있을 것 같진 않네요. 지금은 건강 챙기는 게 가장 최우선이니까.
- 괜찮아요. 생각보다 맛있어요.
- 그렇다면 다행이네.
- 형은 밥 안 먹어요?
- 나는 먹고 온 거야. 너 먹는 거 지켜보려고.
- 뭐 먹었어요?
건우는 밥을 먹는 재현을 찍어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 그거로 돼요?
- 애초에 지금 작품 중이라 너무 먹으면 체중 관리 힘들어.
- 그러다 쓰러지면 어떻게 해요.
- 밥을 안 챙겨 먹는다는 소리가 아니잖아. 적당히 조절해서 먹는다는 거지.
이름을 불렀다. 밥을 먹다 말고 재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건우를 바라본다.
- 형, 제 이름도 부를 줄 알아요?
NG.
- 아니, 그러면 쇼윈도라고 해도 명색이 커플인데 이름 하나 안 부르냐?
건우는 바로 카메라를 껐다.
- 재현아, 라고 한 번 더 해주면 안 돼요?
- 되겠냐?
- 아까는 잘했으면서.
- 미안한데 남들이 보는데 연인을 야, 너, 신재현 이라고 부를 수가 없으니까 카메라 앞에서만 그러는 거야.
- 응, 안 돼.
다정하게 대화한 적도 없고, 전화 통화도 거의 받았다 하면 먼저 건 쪽에서 예능 촬영에 나가서 전화 연결한 것이었다. 애초에 정을 딱히 주질 않았는데 연기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일상에서 어떻게 편하게 이름을 부르겠는가.
- 나는 형이라고 잘 하잖아요.
- 네가 그럼 나한테 형이라고 하지, 뭐라고 불러?
- 건우야?
- 진짜 제정신이니?
- 재현아.
- 네?
- 밥 먹고 산책 좀 하러 갈래?
- 저 아직 잘 못 움직이는데 괜찮겠어요?
- 휠체어 있으니까 바람 좀 쐬자는 거지. 그거 하나 밀어주는 게 뭐 어렵다고.
- 형이 괜찮다면 저는 좋아요.
- 밥 다 먹고 약은 언제 먹으래?
그렇구나. 자연스럽게 깔끔하게 비워진 식판을 건우가 찍었다.
- 그새 밥을 다 먹었네요.
- 밥 먹는 게 오래 걸리진 않죠.
- 물 갖다줄까? 이거 들고 있어.
- 뭐?
- 그냥 너무 뒤통수만 나와서요.
- 냉장고를 열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지. 조금만 기다려. 사과 깎아줄까?
- 좋아요.
그렇게 미지근한 물도 마시고, 예쁘게 깎아준 과일도 먹고, 어느 정도 대화하다가 약도 먹은 후, 휠체어를 끌고 산책을 나갔다.
- 셀프캠으로 찍을까요?
- 그게 더 나을 수도 있겠네.
- 이것도 커플 브이로그라고 해야 하나. 사실 병문안 브이로그 느낌 아니야?
- 우리가 커플이니까 커플 브이로그죠.
- 그것도 맞긴 하겠네.
건우는 살짝 허리를 숙여서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다.
- 뽀뽀해도 돼요?
-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은데 되겠어?
- 그러면?
- 나중에.
심지어 이런 것까지 받아줬다. 뽀뽀는 무슨, 개소리하지 말라고 바로 정색했을 사람이 적당히 웃으면서 티 안 나게 거절했다.
- 형, 미안해요. 쳐다보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데 그냥 들어갈까요?
- 그래. 어쩔 수 없지.
그러니까 좀 궁금해졌다.
- 건물 들어가니까 카메라 좀 다시 끌게요.
- 응.
이 사람이 진짜 나를 사랑하게 되면 어떻게 되려나.
브이로그가 고작 한 편으로 끝날 리가 없었다. 연달아 두 세편 정도 찍고, 건우가 그 사이 며칠동안 촬영 스케쥴로 인하여 바쁜 탓에 재현을 보러가지 못했다. 어쨌든 저로 인해 스케쥴이 미뤄진 것도 있기에 밤샘이라고 해도 절대 피곤한 티를 내지 않고 오히려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 커피 차요?
- 어! 재현 씨가 보냈다는데? 몰랐어?
- 아, 네.
- 서프라이즈였네. 진짜 사이 너무 좋다, 부러워~
오늘도 어김없이 밤샘 촬영이 이어져 해가 뜨고 지고 상관없이 지치던 중 오후에 커피 차가 도착했다.
- 재현 씨 몸은 좀 괜찮아?
- 어디 크게 이상 없다면 다행이네.
머리에 큰 이상이 있죠. 물론 건우는 그 말을 절대 입 밖으로 뱉지 않았다. 커피 차 덕분에 다들 쉬는 시간을 가지며 가볍게 리프레쉬했다.
- 건우야, 브이로그 올라갔다.
- 그거 오늘 올라가는 거였어요?
- 어. 까먹었어?
- 아, 날짜 보니까 맞네요. 제가 촬영하느라 날짜 개념을 잠시 상실해서.
- 촬영 끝나고 한 번 봐야겠네요.
- 반응이라도 잠깐 구경할래? 핸드폰 줄까?
- 아, 감사합니다.
건우는 바로 재현의 유튜브를 찾아서 브이로그를 확인했다.
[SUB] 근황 알리기, 병실 브이로그 1탄 (feat. 류건우)
ㄴ 미쳤다 이건 그냥 커플 브이로그잖냐
ㄴ 07:31 꿀 떨어져요 미치겠어
ㄴ 재현아 무사해서 다행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
ㄴ 너무 잘 어울려요 그리고 신재현 배우님 얼른 나으세요
올린 지 한시간 됐는데 벌써 반응 핫하네. 심지어 외국인 댓글까지 아주 다양했다. 뭐, 어쨌든 이런 반응을 노린거니 좋은 거 아니겠어.
- 여보세요?
[형?]
- 어, 커피 차 보낸 거 확인했어. 말을 하지.
[원래 그런 건 서프라이즈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 그래, 고마워.
재현에게 전화 걸었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옆에 있던 감독이 흥미 가득한 표정으로 건우를 바라보았다.
- 재현아.
[옆에 누구 있나 보네요?]
이 새끼는 꼭 말을 해도.
- 브이로그 올라간 거 확인했어. 영상은 아직 못 봤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다행이더라. 너도 몸 잘 챙기고 촬영 끝나면 또 보러 갈게.
[진짜 옆에 누가 있었네.]
- 알았어, 촬영 끝나고 또 연락할게.
-
브이로그가 벌써 3편 째 올라가고, 기사나 sns 실시간 트렌드에 오를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 조회 수가 더 올랐으면 좋겠어요.
- 왜.
- 그러면 형이 계속 날 보러 오잖아요.
- 평생 만나겠네요.
- 또 헛소리하네. 약이나 챙겨 먹어.
잠시 카메라를 꺼두고 평소처럼 대화하는 둘이었다. 약과 함께 넘기라며 물도 건네주었다. 다시 돌려받은 컵을 가볍게 씻으면서 건우가 대뜸 물었다.
- 왜요?
- 나 안 좋아하는 거 깨달을 때 되지 않았냐고.
- 그게 대체 무슨 소리예요? 지금 보니까 헛소리는 내가 아니라 형이 하네요.
- 뭐, 이 새끼야?
내가 무슨 헛소리를 해. 건우가 바로 짜증을 냈다.
- 알면 알수록 좋은 사람인데 내가 싫어할 이유가 있나요?
- 난 너한테 좋은 소리 단 한 번도 안했는데.
- 가끔 제 이름을 불러주는 그 목소리가 너무 다정했다고 치죠, 뭐.
- 연기한 거야.
- 연기면 뭐 어때서요.
- 아.
- 괜찮아요? 안 데었어요?
- 어, 안 뜨거워. 고맙다.
- 이런 거 보면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거죠.
-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 뭐?
- 바로 닦았는데도 잘 안 지워지네요. 세탁 꼭 맡겨요.
힘주어 문지른 탓에 살짝 축축하면서도 그 부분만 잔뜩 구겨졌다. 건우가 찰싹 때리듯이 여러번 셔츠를 탁탁 쳐냈다.
- 나 좋은 사람 아니야. 너 잘못 보고 있어.
- 대체 어딜 봐서?
- 뭐?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을 어떻게 나쁘게 생각하라는 건지 모르겠네.
병실에서 지낸지도 벌써 한달이 넘었다. 걷는 것도 천천히 적응하여 이제 목발로 잘 걸어다니기도 했다. 물론 무리가 갈 만큼 멀리까지 움직이진 못했다. 오늘도 산책을 직접 나가보겠다는 재현을 건우가 카메라에 담아내며 물었다.
- 너무 안 걸으면 몸이 근질거려요.
- 그거 잘못하면 겨드랑이 너무 아프다는데.
- 음, 뭐 참을만 해요. 나중에 못 걷는 것보다 훨씬 낫죠.
- 손 잡아줄까?
건우가 손을 내밀었다.
- 그냥 나가지 말고 이러고 있을까요?
- 산책 가신다면서요.
- 농담이에요. 좋아서 그런 거죠.
- 사랑해요.
건우가 잠시 멈칫했다.
- 응, 나도 사랑해.
허. 재현이 오히려 말을 잃었다. 고작 연기인데 저렇게 진짜 사랑스럽게 웃을 일인가. 너무 노련하다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사실 정말 본인을 꼬시려고 한 건 아닌지.
재현은 퇴원했다. 이제 병원에서는 주마다 직접 찾아오라고 하였고, 목발을 짚고 움직여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물론 여전히 방송에 나오는 건 무리였다. 대신 이참에 휴식기를 가진 그에게 복귀작으로 대본을 마구 들이미는 제작사들이 있었다.
- 그래서 이걸 내가 왜 골라줘야 하는데?
- 아무래도 내가 연기하는 게 처음이니까?
- 진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자아 분리 좀 그만하라고 했지.
- 앉아 있어요.
- 금방 나갈 거야.
건우는 사실 재현의 집에 온 게 쇼윈도 커플 경력 3년만에 처음이다.
- 그러면 내가 왜 굳이 거짓말을 하는데?
- 오기 싫어서?
- 너도 내가 얼마나 널 만나기 싫어하는지 알긴 하는구나.
- 그렇게 직접적으로 들으니까 제법 상처네요.
전혀 상처받은 것 같지 않은데 목소리 하나 불쌍한 척 톤을 바꾼다고 내가 속겠냐고.
- 계획 바꿀래요.
- 무슨 계획.
재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다리도 불편한 새끼가 무슨 벌떡벌떡 일어나고 있어.
- 다리도 아픈 새끼가 뭘 자꾸 움직...!
- 데이트해요.
- 뭐?
- 형, 나랑 데이트해요.
얘가 진짜 미쳤나.
- ...
건우가 정말 어린애를 상대하듯 조곤조곤 타이르다가도 점점 쏘아붙였다.
- 뭘 웃어? 내가 지금 장난치는 건줄 알아?
그 와중에 재현은 미소를 유지하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 아, 진짜 다리 다친 게 너무 슬프긴 하네요.
- 뭐?
그러더니 냅다 주저 앉았다.
- 이거 봐. 내가 너 이럴까봐...!
- 잡았다.
- 야, 이씨.
- 밀어낼 거예요? 나 다리 아픈데? 밀쳐내면 더 심해질 텐데.
- 무슨,
- 그런데 나는 형을 안 놔줄 건데.
- 놔라, 인마.
- 그거 알아요?
- 뭘.
- ...
- 거기서 데이트하기 싫다는 소리는 한 번도 안 했어요.
뭐라고? 건우가 잠시 저가 무슨 말을 했는지 돌이켰다. 재현이 말한 것처럼 한두 마디를 뱉은 게 아니다보니 방금 뱉었다고 해도 정확하게 다 기억할 수는 없다.
- 당연히 너랑 데이트하는 거 싫,
재현이 손가락으로 건우의 입술을 꾹 눌렀다. 덕분에 뒷말이 먹히고 말았다.
- ...
- 진짜 나 싫어하는 건 아니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점점 지그시 누르는 것이 사람을 간지럽게 했다. 그건 아마도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놈이 대사 하나는 끝내주게 오글거리게 줄줄 뱉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촬영이 계속 되고 있었다. 이제 곧 1화가 방영될 예정이라면서 건우도 스케쥴이 잔뜩 잡혔다. 주연 배우로서 드라마 홍보를 위해 여기저기 불려나가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건우 혼자 출연하는 것도 아닌 프로그램에서 굳이 재현에 대한 질문을 하진 않았다.
- 마지막 편이요?
쇼윈도 커플이 참 고생도 많았다며 소속사 대표는 스케쥴 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이제 브이로그는 더 이상 찍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 재현 씨 몸 상태도 요즘 괜찮지 않아? 연락은 하지?
- 가끔 하죠.
- 매니저 통해서 스케쥴 전달할 테니까 알아서 잘 조율해봐.
- 네.
회사에 잠깐 들르고 바로 집에 가는 게 또 아니었다. 잡지 인터뷰까지 겹쳐서 바로 또 이동해야 했다.
바로 도착하자마자 메이크업을 바로 받고 헤어도 세팅했다. 머리를 완전히 까서 스프레이로 고정시키고, 검은색 목폴라를 입어 한층 더 이미지가 차갑게 보였다.
- 다음 주 월요일에 드디어 첫 방송이죠? 어떤 내용인지 간단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단순히 공중파 방송도 아니고 가십거리를 좋아하는 잡지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가 안 나오는 게 말이 안 되지.
- 저도 사실 브이로그를 몇 번 봤는데 두 분이 서로를 사랑하는 게 눈에 잘 보여서 제가 다 설레는 거 있죠. 연애하려면 두 분처럼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래 연애하는 이유는 역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겠죠?
- 공개 연애라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하시면서 대중들에게 사랑까지 받으시니 좋으시겠어요.
- 방금도 말씀드렸지만 그저 좋게 봐주신 덕분입니다.
- 혹시 최근에 있었던 달달한 에피소드 같은 거 저한테만 몰래 말해주실 수 없나요?
- 달달한 에피소드요?
- 말하기 곤란하시면 애정 담긴 말 같은 거 없나요? 애칭도 좋아요!
[다행이다.]
[...]
[진짜 나 싫어하는 건 아니네요.]
- 뭐, 말이 중요한가요.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매일 새롭고 달달한 에피소드죠.
- 아, 감사합니다.
그렇게 인터뷰도 끝나고 모든 일정이 다 종료되어, 건우는 피로가 확 몰려왔다. 내일도 아침부터 스케쥴이 있는데 얼른 집 가서 씻고 바로 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 집으로 바로 가는 거지?
- 네.
지친 탓에 정신이 조금 가물가물했다.
[형]
[나 이제 정말 밖에서 돌아다닐 수준은 되는데]
[우리 진짜 영화 볼래요?]
신재현이었다.
- ...그게 퍽이나 돌아다닐 수준이다. 목발은 왜 안 들고 와?
- 너무 눈에 띄기도 하고, 진짜 밖에서 돌아다닐 수준이라고 했잖아요. 충분히 잘 걸어요.
- 한 쪽 발을 질질 끌고 있는데 대체 뭐가 잘 걷는 거야?
- 진짜 뚜벅뚜벅 걸으면 다치거든요.
- 그냥 집에 있으라고. 저번에도 집에서 잘만 영화봤잖아.
- 기분 내고 싶어요.
- 그래, 니 마음대로 해라.
- 왜?
- 어차피 영화 보러 가면 꺼야 하는데 오늘은 그냥 켜지 말죠.
- 마지막이잖아.
- 영화 봤다는 티라도 내면 돼.
- 뭐?
재현은 진작 뽑아둔 영화 티켓을 건우에게 쥐여주었다. 잘 들고 있으라고 하더니 티켓 옆으로 제 손을 불쑥 끼어서 반쪽짜리 하트를 만들었다.
- 인증샷이면 충분히 티를 낸 거죠.
- 굳이?
- 뭐든 대본을 따라갈 필요는 없죠. 너무 딱딱하게 굴어서 좋을 거 없어요. 연기도 원래 그 안에서 자기만의 색을 입혀야 사람들이 내게 매료되는 거잖아요.
- 야, 너 혹시...
- 음?
- 아니야.
다 찍었으면 손 치우라며 건우가 재현을 툭툭 쳤다.
- 팝콘 먹을 거야?
- 안 먹는 편은 아니에요.
- 그러면 기다려. 사올 테니까.
- 저기 혹시...
- ...
- 신재현 님 아니세요?
- 내 주머니에서 영화 표 좀 꺼내줘. 손이 없네.
- 어디 주머니요?
- 오른쪽.
- 너 진짜...!
- 나 원래 기회 주면 잘 받아먹어요.
- 건우 형.
- 왜 인마.
- 미쳤냐???
순간 언성을 높였다. 건우가 바로 고개를 숙이면서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제발 헛소리 좀 줄이라고 성큼성큼 앞장 섰다. 얼핏 보이는 그의 귀가 발갛게 물들고 있었다.
툭툭.
재현이 건우를 건드리더니 돌아보자 손바닥을 펼쳤다.
- 그냥요.
- ...
- 좋아서?
그러더니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팝콘을 잔뜩 집어먹은 탓에 손가락 끝이 기름기로 번들거리는데도 개의치 않았다. 영화 상영 중에 절대 아까처럼 언성을 높일 순 없었다.
- ...너 진짜 이러는 것도 마지막이야. 알지?
그래. 이제 이렇게까지 사석에서 자주 만날 일이 없다. 나도 더 바빠질 예정이고, 너도 거의 다 나아가니 네 스케쥴로 바빠지겠지.
- ...
- 난 마지막이라고 생각 안 하는데.
그러면서 재현은 툭 하고 고개를 옆으로 떨궈 건우의 어깨에 기댔다. 이걸 진짜 밀쳐낼 수도 없고... 건우는 한숨을 쉬며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했다. 재현은 가만히 소리에 집중했다. 쿵쿵거리는 게 기이하지만 기분 좋은 소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류건우, 화려한 컴백! 드라마 첫방 시청률 14.1%]
요즘은 OTT 서비스가 상당히 발달하여 TV 시청률은 10%만 돌파해도 성공했다고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첫방송부터 10% 중반의 시청률이라니. 매우 좋은 출발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최근 밀접했던 이 관계도 금방 잔잔해져서 예전과 별다를 게 없으리라고 여겼다. 어쨌든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으니 당연했다.
- 건우야, 안색이 안 좋은데 괜찮아?
- 아, 그냥 최근에 스케쥴 때문에 조금 무리했잖아요. 자면 괜찮아져요.
잠을 자도 어딘가 개운하지가 않았다.
- 여차하면 응급실 가서 수액이라도 맞죠, 뭐.
- 여차하면, 이죠. 저 지금 정말 괜찮아요.
그냥 머리가 많이 복잡했을 뿐이었다. 건우는 창문에 기대어 한숨을 푹 쉬었다. 그순간 핸드폰이 반짝였다.
[형 오늘 고생했어요]
이상하게 조금은 개운해진 것 같았다.
여전히 밀려드는 스케쥴, 한창 TV에서는 초반부가 방영 중이었지만, 건우는 드라마의 클라이막스 후반부를 촬영 중이었다. 덕분에 하루가 멀다하고 몸이 남아나질 않았다. 잡지 인터뷰에 최근에는 CF 모델 러브콜도 들어와 하루종일 카메라 앞에 섰다고 해도 무방했다.
- 이런 촬영이 처음도 아니고 몸 관리도 못하면 그게 연예인이겠어요.
그와중에 오늘은 빗속 촬영이었다.
- 장비 다 준비해주세요!
NG.
NG.
NG.
답지 않게 NG가 많이 나왔다. 심지어 중간에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
콧물이 흐르지 않게 휴지로 벅벅 닦아냈다. 어차피 비에 잔뜩 맞으면서 시작하니 크게 정리할 건 없었다. 무릎이 까진 탓에 피로 물든 바지만 갈아입었다. 적당히 하고 다시 카메라 안으로 뛰어들었다.
- 액션!!!
- 오케이! 수고하셨어요!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끝이 났다.
- 무릎은 좀 어때? 병원 갈래?
- 진짜 괜찮지? 촬영이 이게 끝도 아닌데 괜히 무릎이 잘못 되면...
- 그 정도 절대 아니라니까요.
- 꼭 쉬고, 머리 아프면 바로 약 먹고, 여차하면 나한테 연락해. 응급실까지 데려다 줄게. 알았지?
- 진짜 연락해!!!
- 네.
그렇게 상태가 안 좋아 보이나. 고작 비 몇 번 맞았는데 무슨... 심지어 집 안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것을 겨우 말렸다. 다행히 내일은 스케쥴이 없었다. 푹 쉬면 됐다.
- ...한심하기 짝이 없네.
- 형. 괜찮아요?
- ...뭐야, 여기 왜 왔어.
얘가 내 주소를 어떻게 알지?
- 비 엄청 맞았다면서요.
- 촬영이니까.
- 무릎은 괜찮아요?
- 대체 누가 다 알려준 건데?
- 그냥 어쩌다가 알게 됐어요. 감기 걸린 거 아니에요?
- 괜찮아. 사소해.
- 열 나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더 뜨거웠다.
- 좋아하잖아요.
- ...
- 내가 건우 형을.
뱉어내는 숨의 온도가 너무 높았다. 이건 제 몸이 분명히 나약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를 맞았을 때와 너무 달랐다.
- ...일단 집으로 들어와. 복도에서 크게 떠드는 거 아니야.
- 약 어디 있어요? 갖다 줄게요.
천천히 신발을 벗기 위해 잠시 앉은 건우를 두고 재현이 먼저 집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건우가 그의 바짓자락을 확 잡았다. 재현이 살짝 휘청였지만 바로 중심을 뒤를 돌았다.
- 야.
- 네?
- 좋아한다고 한 번만 더 말해봐.
모든 감정을 연기하는 직업을 가졌다. 완벽한 씬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끝없이 연구했다.
- 건우 형.
재현은 다정하게 건우를 부르면서 한 쪽 무릎을 바닥에 붙여서 시선을 최대한 맞추었다.
- 좋아해요.
건우가 실소를 터뜨렸다. 이건 뭐, 더 이상 부정할 수도 없었다. 재현의 멱살을 확 낚아채며 끌어당겼다.
- 형?
아무래도 나는 사실 이 애새끼한테 제대로 감긴 모양이었다.
[신재현, 김oo 감독 영화 주인공 캐스팅! 사고 후유증 이제는 없어...]
그렇게 집에만 박혀 있으며 모든 스케쥴을 취소하고 쉬기만 한 결과, 의사 진단보다 빠르게 회복했다. 뼈도 잘 붙어서 이제 불편한 거 하나도 없었고,
- 빠르게 복귀하신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회복하는 동안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셨나요? 이렇게 브라운관에 돌아올 수 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면?
- 아무래도 팬 여러분들이죠. 제 사고를 그 누구보다 걱정해주신 분들이니까요.
- 하하, 그렇게 실례되는 질문은 아니에요. 실제로 그가 없었다면 빨리 일어나지 못했을 테니까요.
- 그렇다면 혹시 연인에게 한 마디 해주실 수 있나요?
- 음...
- ...
- 사랑한다는 한 마디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 건우야.
- 네?
- 너 재현 씨랑 진짜 사귀니?
- 네?
- 이 바닥에 있으면 다 보여. 재현 씨랑 관계가 좀 달라진 것 같아서 물어보는 거야.
- 언제부터? 3년 동안 아무런 진전 없었잖아. 병문안 가고 챙겨주다가 좀 마음 맞은 거야?
순간 거기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래. 생각해 보니까 재현이 기억을 잃었다는 것은 저와 재현의 매니저만 아는 비밀이었다. 괜히 소속사 대표들이 알면 일이 커질까봐 함구한 사실이었다.
- 이왕 이미지 좋은 거 진짜 사귈 거면 사귀어. 나중에 쇼윈도라고 들키는 것보다는 그게 훨씬 낫지 않겠냐.
- ...
- 진짜 사귄다면 언질이나 주라고 부른 거야.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 그쪽도 이제 복귀한다니까 서로 더 윈윈하기 좋겠다.
나를 좋아하는 건 28살이 아니라 20살의 신재현이다.
재현의 복귀 기사가 나간 후, 대충 열흘이 지났다. 그동안 건우는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거리를 두면서 재현을 조금 살펴보았다. 의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한 달 정도면 금방 기억이 돌아오고, 가끔 운이 나쁘면 평생 기억을 못 찾을 수도 있다고.
[오늘도 바빠요?]
[어, 많이]
그러니까 이건 탐색이다.
드라마는 어느덧 종방까지 얼마 안 남았다. 오늘은 마지막 촬영 날이었다. 몇 달동안 하루 내내 보면서 정이 많이 들었던 스탭들과도 이제 끝이었다. 언제나 마지막은 아쉬운 법이었다. 건우는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 이제 마지막 씬입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고 마지막까지 다들 파이팅!
- 액션!!!
쌀쌀한 날씨, 이제는 대사를 뱉을 때 입김이 나올 정도였다.
-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도 될까?
소녀가 해맑게 웃으면서 가슴에 박힌 유치원 명찰이 클로즈업되었다.
감독이 박수를 치며 먼저 벌떡 일어났다. 모든 스탭이 연달아 박수를 마구 보냈다. 누구 하나를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고생했다면서 손바닥에 불이 날 만큼 짝짝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건우도 함께 합을 맞춘 어린이와 인사하고 모두에게 허리를 숙였다.
- 아, 없어요. 종방연 때 다 한 번에 만나기로 해서.
- 그러면 쉬러 갈래?
- 음...
- 응?
건우는 잠시 고민했다. 이제 저는 스케쥴에 여유가 생길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모두 미뤘으니 구실은 이제 다 떨어졌으며 대놓고 피해다닐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이제 이쪽과도 끝을 낸다 하더라도 뭔가 시원하게 해결해야 했다.
재현의 집이었다. 바로 찾아간다고 했을 뿐인데 그는 당황하거나 미루는 것 없었다. 환영해주며 곧장 문을 열었다. 이제 이 집도 좀 익숙해졌네. 건우가 집안으로 들어갔다.
- 그렇지.
- 종방연은 언제예요?
- 일주일 뒤. 다른 사람들 스케쥴 좀 맞추느라.
- 이제 좀 쉬겠네요.
- 쉬어야지.
- 커피 마실래요?
- 응.
잠시 앉아있으라고 하면서 재현은 주방으로 갔다.
- ...
그 안에 별 게 있진 않았다. 대본이었다. 자기 전까지도 대본을 숙지하는 모양이었다. 배우들이라면 이런 경우가 많았다. 당장 저도 그러했으니까.
- ...?
건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대사를 보는 게 아니라 대본을 전체적으로 빠르게 넘겼다.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 ...야.
대충 다 살핀 건우가 재현에게 대본을 흔들며 물었다.
- 너 기억 돌아왔지.
고작 대본 하나로 이런 유추가 가능하냐고 물을 수 있었다. 건우는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재현에게 보여주었다.
[연기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고요? 뭐, 동료 배우로서 그 정도는 궁금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저 딱히 별거 없어요.]
[별거 없는 게 뭔데.]
[지문을 다 지워요.]
[왜?]
물론 이 사실을 매니저에게 전달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연기가 뭔지도 모른다는 애새끼가 지문을 다 지우면 과연 연기를 제대로나 할 수 있을까.
- 아니요.
- 거짓말하지 마. 너 이거 이번에 들어가는 영화 대본이잖아.
- 건우 형.
- 언제인데?
얘는 대체 언제부터 기억이 돌아온 걸까.
- 기억 되찾은지 얼마나 됐냐고. 나 그만 속여.
양손에 뜨거운 커피를 들고 있던 재현이 잠시 옆에 내려놓았다.
- 2주 됐다고?
- 2주만에 찾았다고요.
- 뭐?
이런 미친. 그때면 퇴원도 하지 않았을 때였다. 기억 잃었다고 사람 속인지가 2달을 훨씬 넘겼는데 이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너무 안일했던 모양이었다. 이놈은 연기자인데.
- 형.
- 뭐, 휴식기에 심심해서 가지고 놀고 싶기라도 했어? 네 말 따라 계속 불려나와주니까?
- 그럴 리가 없다는 거 잘 알잖아요.
그걸 잘 알았다. 그래서 더 의문이었다.
- 진심이라서요.
- ...뭐가.
- 내가 형 좋아하는 게 진심이라서.
- ...
- 그러니까,
- 사실 처음부터 형 좋아했다는 소리예요.
이게 무슨 소리일까. 쇼윈도가 아니었던가. 서로 윈윈하기 위해서 조작된 관계였는데 처음부터라니.
- 이거 봐.
- ...
- 말하면 못 믿으니까 내가 이렇게 돌아서 왔잖아요.
차라리 처음 쇼윈도를 제안하기 전에 고백을 받았다면 충격을 덜 받았을까. 아니, 그때는 애초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고백하냐고 거절했을 가능성이 더 컸다.
- 내가 너를 싫어한다는 건 아니야.
- ...
- 그런데 나도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않겠냐.
일주일 뒤, 드라마 종방연이었다. 건우는 그동안 푹 쉬면서도 재현의 생각을 지우진 않았다. 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다. 그래, 넌 사실 나를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거짓말까지 했구나, 라면서 감동 받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얼마나 기다릴까요?]
그와중에 재촉. 건우는 조금 의심이 될 정도였다. 기억 돌아오긴 했는데 왜 사람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전혀 못 받았을까. 이놈은 원래부터 애새끼였던 건가.
- 건우야.
- 네?
- 기자들이 너무 많은데?
- 네?
종방연에 기자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긴 했다. 그런데 매니저가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물론 화제성 1위의 드라마였지만, 어째 낌새가 이상했다.
- 잠시만 내리지 말고 기다려.
- 네.
상황 파악하기 위해 가만히 대기했다. 몇 번 여기저기 무언가 확인하던 매니저가 건우에게 말했다.
- 건우야.
- 네?
- ...너희 혹시 쇼윈도야?
[신재현, 동료 여배우 이OO과 데이트 포착.. 류건우와는 사실 쇼윈도]
기사 이미지를 확대했다.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썼지만 누가 봐도 신재현이었다. 카페에서 동료 배우에게 커피를 건네는 모습이었다. 이건 그냥 척봐도 별거 아닌 사진이었다. 그런데 대뜸 저와 쇼윈도라는 기사까지 올라가다니. 이건 이상했다. 건우는 SNS를 뒤적거렸다.
- 솔직히 걔네 3년 넘게 사귄다는데 1년 전에? 우연히 본 적 있는데 진짜 둘이 대화 한 마디도 안 함. 사귀는지 의심될 정도였음. 뭐라하지? 걍 좀 보여주기 식?ㅋㅋㅋ 일부러 사진 찍히려고 붙어 있는 느낌이었음..
ㄴ 그래놓고 이제 진짜 연애한다고 신재현은 저러고 있고?
ㄴ ㄹㅈㄷ 걍 짜고치는 거였네ㅋㅋㅋ
ㄴ 연예계 걍 ㅈㄴ 무섭다
기다렸다는 듯이 목격담이 터져나왔다. 비슷한 내용의 게시글이 여러 개였다. 그래서 저렇게 기자들이 진을 쳤구나. 종방연까지 찾아와서 먼저 기사 한줄 쓰려고.
ㅅㅈㅎ ㄹㄱㅇ 걔네 진짜 맞음
- 나 한두 달 전에 영화보러 갔는데 우연히 ㅅㅈㅎ 만났거든? 싸인해달라고 하려했는데 데이트 중이라 곤란하다고 했음...
ㄴ 이건 또 뭐야
ㄴ 이거 찐임? 인증 좀
ㄴ ㅅㅂ 인증을 어떻게 해 영화표도 버렸는데
ㄴ 응 안 믿어
ㄴ 엥 난 이게 더 진짜 같기도
[사실 아니에요]
[전화해도 돼요?]
[종방연 갔는데 괜찮아요?]
우르르 메시지를 쏟아내는 재현이었다. 건우는 답장하지 않았다. 그대로 핸드폰을 껐다. 복잡했다.
- 형, 혹시 뒤쪽으로 가주실 수 있어요? 못 지나갈 것 같아서요.
- 어, 그래.
- 그리고 이따가도 뒤쪽에서 뵐게요. 괜히 기자들한테 잡힐 수는 없으니까. 대표님한테는 가면서 연락 드릴게요.
[일단 종방연 끝나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툭툭 건드렸다. 여전히 답장을 주지 않는데도 재현은 계속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그거 사실 아니에요]
건우는 고민 끝에 우선 대표에게는 이렇게까지 딱 보냈다.
[류건우 측, "쇼윈도? 사실무근" 여전히 신재현과 잘 만나고 있어..]
[신재현 측, "그저 친한 동료 사이일 뿐, 류건우와 여전히 좋은 관계"]
양 측 소속사에서 의견을 맞추어 기사를 냈다. 물론 여전히 대중들은 믿지 않았다. 아무래도 목격담이 너무 많은 탓이었다.
- ...
대표는 금방 사그라질 것이라고 하였다. 이쪽에서 아니라고 하는데 뭐 어쩌겠냐면서 의견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건우도 알았다면서 얌전히 있었다.
- ...무슨.
[신재현❤류건우, 쇼윈도가 사실이었다? 결정적인 증언 쏟아져..]
건우는 홀린듯이 기사를 바로 클릭했다.
[사고 당시 신재현의 병실에 자주 드나들던 간호사의 증언에 의하면,
병원 간호사라니. 이거 따지고 보면 환자 개인정보 누설 아닌가? 덕분에 여론이 사그라들기는커녕, 진짜 연인이 맞다고 주장하던 사람들까지 바보가 되고 말았다.
[신재현]
재현의 전화가 때마침 왔다. 내내 연락을 받지 않았고 답장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건우는 받았다.
- 여보세요.
[기사 봤어요?]
- 어, 누가 환자 개인정보를 막 누설하던데.
[알아서 해결할게요.]
- 뭘 해결해.
[제안한 건 내 쪽이었으니까 내가 시작했다고 하면 되니까요.]
-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형]
- ...
[안 싫어한다고 해줬으니까 난 그거면 돼요.]
연락이 끊겼다.
-
[신재현, 연기대상 시상자로 참석.. 논란에 대해 입 열 것인가]
[류건우, 논란 속 연기대상 참석.. 역시 대상은 류건우?]
- 오늘 너무 멋있는데? 역시 대상이라고 힘 준 건가?
- 형, 그렇게 비행기 태워주시다가 대상 못 타면 더 민망해져요. 마음 비우는 게 좋다니까.
- 너 아니면 대체 누가 받아.
- 모르겠다. 나는 내 연예인 기대할란다.
어떻게 보면 내내 집에 있던 건우가 논란이 터진 후로 처음 공식석상에 나오는 날이었다. 그만큼 기자들이 저를 괴롭힐 거라고 생각했다. 계속 연락이라도 해서 말이라도 맞출걸 그랬나.
솔직히 류건우는 별로 신재현 안 좋아하는 것 같긴 했음
ㄴ ㅇㅇ 인스타도 잘 안 하고
ㄴ 류건우는 그냥 인스타를 안해
ㄴ 근데 솔직히 대놓고 연애질하는 것도 웃기지 않냐?
ㄴ 그러려고 쇼윈도 했잖냐
- ...
내가 신재현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라... 정말 나는 어떨까.
나였으면 걍 라이브라도 켰다 기사만 내니까 더 안 믿지 ㅇㅈ?
ㄴ ㅇㅈ
ㄴ ㄹㅇ임 소속사 뒤에 숨는데 어케 믿으라는 거?
ㄴ 증언 ㅈㄴ 많은데 ㅉ
- ...아.
그러게 말이다. 나 왜 지금까지 멍청하게 굴었을까.
재현이 레드카펫에 등장했다. 플래시가 마구 터지면서 기자들이 연기대상 시상자로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최근 논란의 주인공으로 한 컷 건지는 것 같았다. 레드카펫 진행자가 자연스럽게 오늘 시상식에 참여한 소감이나 물으려는데 누구 하나가 확 끼어들듯 소리쳤다.
시상식과 관련없는 이야기는 받지 않으려고 진행자가 거부하려 했지만, 재현이 그냥 마이크를 달라고 하였다.
- 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사실 그저 동료 사이가 맞습니다.
- 그리고...
- 류건우 씨!!!
- 류건우 씨! 여기 한 번 봐주세요!
무언가 덧붙이기 전에 갑자기 건우의 이름이 불렸다. 건우는 분명 이 타이밍에 레드카펫에 오르지 않았다.
- 류건우 씨! 한 마디만 해주세요! 팬들과 대중을 기만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십니까?
이순간을 절대 참을 리 없는 기자가 바로 건우에게 물었다. 건우는 당황한 기색 없이 말했다.
모든 기자는 건우에게로 몸을 틀어 플래시를 마구 터뜨렸다. 레드카펫에 먼저 선 건 분명 재현이었는데, 주인공이 바뀐 느낌이었다.
- 쇼윈도 커플 논란에 대해서는 하실 말씀이 없으신가요?
- 우결도 진결이 되는 마당에 쇼윈도가 진짜가 되는 게 뭐가 그리 놀라울까요?
- 야.
건우가 마이크를 잠시 떼고 입 모양을 숨기며 재현에게 말을 걸었다.
- 네?
- 쇼해야지. 명색이 쇼, 윈도였잖냐.
- 무슨.
- 여기서 네가 뽀뽀 정도는 해야 박수 받지 않겠어?
- ...
- 내가 책임져야지.
이건 타이밍이 사실 필요없었다. 재현은 그대로 건우의 허리를 감싸며 제 품으로 끌어당기고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미칠 듯한 환호성이 귀청을 터뜨릴 정도였다.
[신재현❤류건우, "우결도 진결이 되고, 쇼윈도도 진짜가 된다" ]
[SBC 연기대상, 이변은 없었다! 대상 류건우.. 대상 포함 '3관왕']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