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더 지나고, 세대교체도 확실하게 되어버리고, 븨틱 그룹활동이 멈추면서(해체는 안함) 갑자기 사라지듯 모든 방송매체...

@foryour_siaw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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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views Sep 13, 2026 ~37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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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더 지나고, 세대교체도 확실하게 되어버리고, 븨틱 그룹활동이 멈추면서(해체는 안함) 갑자기 사라지듯 모든 방송매체 앞에서 종적을 감춘 신청려... n년 후에 갑자기 너튜브 일상힐링브이로그채널에 등장하기 시작하는 거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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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은퇴 선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다른 멤버들은 솔로나 배우나 예능인으로 잘 살고 있는데 혼자만 감쪽같이 사라져버려서 한동안은 ‘VTIC 리더 청려는 어디에?’ 뭐 이런 기사도 뜨고 온갖 찌라시 돌고... 그 와중에 븨티깅이들 리더 얘기 나오면 아.... 잘 살고 있어요(얼버무림)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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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또 이상한 찌라시에 불 지피고 그러는데 븨틱 불화설 이런 거 나오는 거 절대 못 견디는 청려가 여전히 안 나오는거임 그렇게 온갖 소문을 남기고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잊혀졌는데.... 어느날 모 연예게시판에 글 하나 올라옴

제목: 이거 브이틱 청려 아님?

얼굴 존나 n년 전 그대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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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너튭 캡처 사진 몇 장이 첨부돼있는데....진짜 누가 봐도 신청려임 은둔했던 티카들 다 뒤집어짐

ㄴ???????재현아??????
ㄴ옆에 강아지 콩이 아님???? 털색 좀 더 하얗긴 한데 콩이같은데???
ㄴ아이고 재현아 살아있었구나 누나 지금 주책맞게 운다
ㄴ그래서 이거 뭔데 링크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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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얼굴 너무 n년 전인데 어떻게 이렇게 하나도 안 늙어? 뱀파이어야? 아님 옛날 영상 아님?
ㄴㄴ나 데뷔팬티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짤임 애초에 신리더 저렇게 편한 얼굴로 웃는 거 처음보는데

그랬음.... 분명 어딜 보나 신청려가 맞는 것 같긴 한데 티카들도 처음 본다는 편안한 얼굴인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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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그냥 거실이 광활하게 넓다는 점만 제외하면 평범하고 깔끔한 집안이었고, 첨부된 캡처는 부엌에 서서 요리를 하는지 뭘 그릇 놓고 달그락거리는 신청려 옆모습+그 아래 얌전히 앉아서 청려 올려다보면서 헥헥거리는 콩이(거의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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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태로 카메라 돌아보면서 꿀 뚝뚝 떨어지는 눈웃음 지으면서 뭐라고 입 여는 신청려(진짜 화보), 카메라 쪽으로 더 다가와서 손 뻗는 신청려(현역 시절보다 더욱 빛나는 미모)임
진짜 이게 뭐냐고 감쪽같이 사라져서 목격담 하나 안 나타나던 우리오빠가 갑자기 낯선 컨셉으로 나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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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카들 눈 돌아가서 너튜브를 미친 듯이 뒤지는데 진짜 못 찾겠는 거임 결국 쬐끔 늦게 글쓴이가 링크 올려줬는데

ㄴ와... 이거 어떻게 찾았냐 검색으론 절대 못 찾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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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이름 [쉼표,]
채널 설명 등은 모두 비어있고
올라와 있는 동영상은 대여섯 개
동영상 제목은 전부 20××××××로 표기된 날짜와 개, 요리, 침대 하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단어 하나
평균 조회수 100 내외
진짜 우연히 발견하지 않는 이상 찾아들어갈 수가 없는 채널이었음
특이사항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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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가장 최근 올라온 영상 조회수가 혼자 1000이 넘는다는 거였는데 그 영상이 바로 캡처로 올라왔던 영상이었음 제목은 요리
10분 남짓 되는 영상은 자막도 음악도 없는 무편집에 가까운 영상이었는데 시작은 부엌에 청려가 서 있는 옆모습이엇음 아래서 콩이가 꼬리 흔들면서 청려 올려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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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는 싱크대 앞에서 도마 위에 깐양파 올려놓고 고민하고 있는 거임(ㅋㅋㅋ 그러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서 카메라쪽 쳐다보는데

-자르면 되는 거죠?

그러고 물어보는 거... 목소리 n년이 지났어도 빼박 신청려가 맞아서 영상 보던 티카들 다 혼돈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데 동시에 의문이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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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한테...묻는 건데? 카메라 시점이 흔들림이 없어서 설치된 카메라인 줄 알았는데 카메라 너머에 누가 있나? 아니면 그런 컨셉인가? 혼란에 빠져잇는데 대답은 없고 그냥 신청려 고개 갸웃하다가 쓴웃음 짓는 장면만 이어짐

-알겠어요, 알아서 해볼게요

여전히 대답도 없고 카메라 흔들림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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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 얌전히 고개 돌려서 양파 써는데 뭔가.... 멀리서 보는 폼은 요리화보찍는 듯 그럴듯한데 소리가 영.... 불안불안하게 탁! ... 탁! 하고 있음 카메라 각도상 양파 써는 것까지 잘 안보여서 보던 사람들 다 뭐야뭐야 하는데 갑자기 카메라가... 움직이는 거임 흔들, 하더니 천천히 청려한테 다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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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누가 영상을 찍어주고 있는 게 맞긴 했음 카메라 도마 위 비추는데 양파 처참하게 이상한 모양으로 분해되고 있음(ㅋㅋㅋ 누군지 모를 짧은 한숨소리가 스쳐 지나가고 카메라가 다시 청려 얼굴 가까이서 비추는데 청려 손 멈추고 민망한 듯 웃으면서(!) 카메라 쳐다보고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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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지 마요 요리 해본 적 별로 없다니까

그쯤 되면 카메라 너머의 인물이 대답할 만도 한데 대답은 여전히 없었고 뭘 도와주거나 하지도 않고 카메라는 다시 멀어짐 처음의 그 위치에서 다시 한 번 흔들리고 고정된 것처럼 멈추는게, 거치대 같은 곳에 올려놓은 듯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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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쓰는 거 까먹었지만 청려문대임)
청려 카메라 멀어지는 거 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또 짧게 웃는데 그게 티카들도 거의 본 적 없는 달달한 웃음인 거임 뭐야? 대체 뭔데? 카메라 너머에 여친 있어? 그와 동시에 청려 사라진 후 나돌았던 온갖 찌라시(ex. 중국 부잣집 딸이랑 결혼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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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한 티카들 머릿속을 맴도는데... 그래 재현아 너도 나이가 찼으니 좋은 사람 만나고 가정도 꾸리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데 우리한테 한번쯤 말해줄수도 있지 않았냐 하며 뒤늦게 마음의 준비를 하는 티카들.... 근데 카메라 너머의 상대는 영상 끝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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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서툴게 요리하면서(엉성하긴 하지만 어찌저찌 실패는 안 함) 간간히 카메라 쪽에 말을 거는 청려랑("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진짜 끝까지 대답 안 해줄 건가?" "외롭네...") 그 밑에 졸졸 따라다니는 콩이만 비추고 마지막으로 완성된 볶음밥(야채 쬐끔 설익음)을 비춘 후 끝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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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인 건 그 영상에 달린 댓글이 다 외국어라는 점이었음 모두 몇 시간 전에 달린 댓글이었고 언어는 다 달랐는데 내용은 전부 Who is that hot guy?!임 <<
그랬다... 이 너튭채널은 뜬금없이 어떤 외국인이 우연히 발견했다가 청려의 미모에 홀려 자기나라 게시판에 존잘남 발견 하는 글을 올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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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모르는 머글 게시판이라 아무도 청려는 알아보지 못한 채 그냥 코리안뷰티로 입소문이 퍼지고 어쩌다 그걸 발견한 한국인이(데한민국 국민은 머글이어도 청려 얼굴 알아요) 엥? 이거 신청려 아님? 하고 한국 게시판에 글을 올린.... 그런 상황이었던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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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채널이기는 했지만 딱히 누가 보기를 바라고 올린 영상은 아닌 게 분명했음(그런 것치고는 청려 얼굴과 분위기와 인지도 때문에 매우 빨리 발굴되어버린 편)
영상이 처음 올라온 날짜는 반 년 전이었고 영상 내용은 대체로 강아지랑 놀거나 침대에 엎드려 카메라에 말걸다가 꾸벅꾸벅 졸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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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돗자리 펴놓고 앉아서 나무에 기대 책을 읽거나 하는 매우 평화롭고 일상적인 내용인데 그 때마다 카메라 건너편을 향해 청려가 보이는 표정이나 말투가 예사롭지는 않았음 이건 빼박 사랑하는 사람이다 싶은.....
아무튼 영상은 순식간에 퍼져서 처음 조회수가 100~1000이었던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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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만에 몇천이 되고 며칠 안 지나 만 단위를 찍어버린 거임 전세계 티카 집결함 연예계에 별로 재밌는 일 없던 기간이라 더 화제가 되어서 뉴스도 뜨고 이슈너튭도 뜨고 아무튼 한바탕 소란이 일었는데 갑자기 구독자가 만 단위로 뛰어버린 쉼표 채널은 그저 잠잠하기만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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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올라오는 텀은 보통 한 달이었고 마지막 영상이 올라온지 며칠 안 되기는 했지만 보통 너튜버라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뭐라도 영상 더 올리고 채널 설명 같은 것도 좀 써보고 댓글 반응도 할법한데 이 채널은 그런 거 일절 없음.... 남들이 보든 말든 화제가 되든 말든 그저 잠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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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의 관심은 금방 식었고 아이돌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걍 간간히 궁금해하는 정도지만 전현직 티카들은 아주 속이 끓었음 재현아 누구냐 아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 잘 살고 있는 모습 하나만 더 보여주면 안 되냐 천년만년 아이돌 할 것 같던 우리 리더 어쩌다 은퇴라이프를 즐기고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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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복귀 안해줄거면 심경인터뷰라도 해줘라 멤버들이랑 연락은 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다 행복해 보여서 너무 좋고 만족스럽긴 한데 대체 어떻게 된 사연인지 우리도 좀 알면 안되냐 하도 소식이 없자 티카들은 이제 너튭 채널이 언제 갑자기 비공개되거나 삭제될까봐 전전긍긍하는 지경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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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마지막 영상이 올라온지 한 달 좀 덜 되었을 때 새 영상이 올라옴 제목은 여전히 변함없는 형식으로, [20××××××, 노래]
5분짜리 영상은 밤에 찍은 듯했음 밤하늘이 올려다보이는 테라스였고, 티테이블 위에 한 손 올려 턱 괴고 카메라를 보고 있는 청려 얼굴로 대뜸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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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민망하다는 듯 웃으면서

-이것도 찍을 거예요?

하는 얼굴이 진짜 현역일 때보다 평화롭고 좋아 보여서 이상한 감회에 젖는 티카들... 여전히 카메라 너머 상대의 대답은 없는데 청려가 잠깐 텀을 두고는 자세를 고쳐 허리를 세움

-음...너무 오랜만인데

그러더니 그렇게 오래 망설이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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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눈 내리깔고 입을 열어 노래를 시작하는데
별보라였음 아직도 영상 속의 남자가 청려가 맞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아우성인 사람들도 있었는데, 내가 신청려 맞소 못 땅땅 박아주는 것처럼 신청려가 쓴 가사의, 누가 들어도 븨틱 신청려의 목소리로 부르는 별보라
청려가 보컬 멤버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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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브이틱의 곡들은 항상 완벽하게 소화했었고, 연예계에서 은퇴하다시피 모습을 감춘지 오래되었지만 오히려 나이가 들어서 원숙해진 것 같은 감성으로 자기가 제일 잘 부르는 노래를 부르니 티카들 눈물보 터질 수밖에...
근데 신청려... 1절까지만 부르고 노래를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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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초간 정적이 흐르고 갑자기 청려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가 툭 튀어나옴

-왜 멈춰?

듣기 좋은 남자 목소리였는데, 그 목소리가 튀어나온 순간 티카들 뿐 아니라 영상 보던 모든 사람들이 약간 뇌정지함 어? 일단 카메라 너머 상대 목소리가 나올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것도 있지만 이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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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한 목소리임
영상은 보는 사람들이 뇌정지하든말든 계속 이어졌음

-더 잘하는 사람 앞에서 부르기 민망해서?
-퍽이나...
-이어서 불러줘요 듣고 싶네

약간 황당하다는 듯 바람빠지는 웃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잠깐의 정적, 그리고 진짜로 카메라 너머의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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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이어 부르기 시작함 근데.... 신청려가 부를 때도 몸에 딱 맞는 옷 입은 것처럼 굉장히 듣기 좋기는 했는데 이건 그냥 듣기 좋은 수준이 아닌 거임 그냥 무반주로 힘 빼고 덤덤하게 부르는데도 숨길 수 없는 미친 가창력이 느껴지는 거임 그것도 거의 전국민이 아는 가창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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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보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 머릿속에 '테스타 박문대'의 이름이 떠오르기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음...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테스타의 메인보컬 박문대... 솔로 앨범도 여럿 내고 음악예능 단독출연도 여러 번 하면서 이제 국내 가창력 탑 아이돌 이미지를 완전히 굳힌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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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이돌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못알아듣기가 어려운 수준이라......
어처구니없이 듣기 좋은 별보라가 끝나고 청려가 정말 기분 좋게 웃고 있는 가운데 끝날 줄 알았던 영상은 조금 더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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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소장용 영상인가봐요
-소장하고 싶어?
-올릴 거예요?
-너만 동의하면 그러려고 했는데
-...귀찮아질 텐데?
-제가 알아서 합니다, 선배님. 그래서 선배님은 동의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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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라는 것처럼 눈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했다가, 카메라 너머에서 박문대가 어떤 표정을 지은건지, 청려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음

-나는, 좋아요. 드디어 내 거라고 티낼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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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청려가 카메라 너머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손을 뻗는 장면에서
영상이 끝났음
그리고 이제 한 달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연예계 발칵 뒤집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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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현역 탑아이돌가수 박문대와 소문만 무성한 전직 탑아이돌가수 청려의 스캔들이었음 그냥 영상 찍던 사람이 박문대인 것도 놀랄 일인데 청려의 마지막 대사가 결정적이었음 영상이 올라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각 소속사에서도 공식 입장문이 올라와 두 사람이 교제중임을 인정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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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더 큰 데한민국입니다)
테스타 연차 많이 차서 실제로 문대보다 먼저 공개연애하고 있는 멤버도 있고(차고영과 김래빗 연애중) 팬들도 이제 그래 우리애들 좋은 사람 만난다면 응원할게 하는 분위기가 주류라서 문대의 열애설 자체는 올게 왔다 하고 넘길 수 있는 일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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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무려 청려라는 사실에 러뷰어도 티카도 약간 정신 못차리고 혼란에 빠짐 그래서 대체 뭔데 둘이 어쩌다 그렇게 된 건데 너튜브는 뭔데 청려 그동안 어디 숨어있다가 갑자기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건데 아이돌 커뮤니티가 폭탄 맞은 수준으로 혼란에 빠져있는 동안 박문대는 혼자 덥앱을 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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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러뷰어. 하는 담담한 말투로 덥앱라이브가 시작됨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갑자기 몰린 채팅창은 청려 이야기로 거의 도배되다시피 했음 러뷰어고 티카고 그냥 호기심에 들어온 사람이고 할 것 없이 지금 제일 궁금한 건 청려랑 어쩌다 그렇게 됐냐는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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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 눈으로만 채팅 읽다가 덤덤하게 입을 엶

🐶청려 선배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들어오신 티카 분들도 계시겠지만, 선배님 이야기는 선배님이 직접 하시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저는 오늘 러뷰어와 제 이야기만 해볼까 합니다.

굉장히 차분하고 침착해보이는데 러뷰어 눈엔 긴장한거 보이고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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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중에 '청려 얘기는 직접'이라는 말에 티카들 설마 청려도 덥라든 뭐든 직접 얘기하러 오나?! 하고 청려 얘기 안 한다고 못박았는데도 초집중 상태 됨

🐶아마 뉴스를 통해 소식 들으셨겠지만, 청려 선배님과.... 예, 그렇게 됐습니다. (쬐끔 민망 머쓱해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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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뷰어한텐 더 일찍 알리고 싶었는데 제가 그만 못 참고 저질러버리는 바람에...

말을 얼버무리자

-뭘 못참았는데??

하고 묻는 채팅이 우르르 올라왔지만 박문대는 못 본 것처럼 꿋꿋하게 할 말만 이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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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튜브 댓글이나 팬카페에, 그리고 sns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좋은 말을 남겨주신 걸 봤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라고 서운하셨을 텐데도 응원해줘서 감사합니다, 러뷰어. 그리고 더 일찍, 더 나은 방식으로 말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사실은 조금 마음이 조급해서 제 생각만 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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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주류는 얼떨떨해도 일단 응원하자는 흐름이었음 갑작스럽기는 해도 불쾌한 방식으로 공개한 것도 아니었고(거기에는 청문이 1,2절 나눠 부른 별보라가 너무 예뻐서 티카도 러뷰어도 마음이 녹아내려버린... 영향도 좀 있었음) sns에서는 청려문대 지지한다는 해시태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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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돌고 있는 중임(현재진행형) 물론 욕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호의적인 편이었음
아무튼 여전히 혼란스러운 채팅창을 두고 박문대는 러뷰어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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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 선배님과의 관계와 상관없이, 저는 언제나 테스타의 박문대고 러뷰어의 박문대예요.

하는 고백에 문대 열애설에 꽁했던 러뷰어 중 대다수도 마음이 풀려버림 러뷰어들이 그래 내새끼 네가 좋다면 우리도 좋아 사랑해 응원할게 엉엉 하고있는 동안 채팅창은 청려에 대해 묻는 말로 가득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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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청려는??
-청려랑 어쩌다가 사귀게 된 건데?
-그동안 청려랑 계속 연락하고 있던 거야?
-청려 오빠한테 반말해요??ㅠㅠ
-언제부터 사귐??
-문대야 진짜 청 서방 좋아하는 거 맞지??ㅠㅠㅠ
-너튜브 계속 올릴 거예요 오빠??

대충 러뷰어한테 할 말도 끝냈고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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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냥 청려 언급 안 하고 방송 끝내려고 했던 문대도 결국 걍 대답하기 시작함

🐶청려 선배님은... 저도 다시 연락이 닿은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2년 좀 넘었네요. 비 오는 날이었는데..

까지 말해놓고 잠시 멈칫한 문댕댕... 제발 멈추지 말고 뒷내용 말해달라 폭주하는 채팅 보다가 말을 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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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년 전, 신청려는 박문대에게도 아무 연락 없이 잠적했음 다만 그 몇 달 전에 박문대에게 언급을 한 적은 있었어

'시골에 집을 샀어요. 콩이가 뛰어놀기 좋은 곳인데... 넓고, 조용하고, 경치가 좋아요. 나중에 문대 씨도 초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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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뭐라고 대답했더라 '필요 없어'라고 했나? 그냥 어쩌라고, 하는 눈으로 쳐다보고 말았나? 자신의 반응은 기억이 안나는데, 청려가 조용히 낯선 미소를 짓고 '그래요.'하고 대답했던 것은 선명하게 기억이 나
청려가 사라진 후에, 그 때 좀 더 제대로 대답해줄 걸 그랬나 아주 조금 후회했던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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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청려는 묘하게 독기가 빠져 유순해보였음 혹은 지쳤거나, 혹은 마음의 짐을 놓아버렸거나
브이틱이 그룹 활동을 멈추던 시기였음 멤버들이 군대를 가면서 레티에서도 븨틱의 뒤를 이을 신인 그룹들이 연달아 데뷔하며 자연스럽게 컴백 텀이 길어지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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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이 제대한 후에도 개인 스케줄이 더 많았고... 이전같으면 청려가 강력한 구심점이 되어 곧장 컴백하고 그룹활동을 이어갔을 텐데 그 무렵의 청려는 전처럼 적극적으로 멤버들을 통제하지 않았음
더 이상 음방에서 마주치기보다는 숙소 앞에서 강아지 산책하며 마주치는 빈도가 더 높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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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 쪽에서 뜬금없이 '콩이 보러 올래요?' 하고 불러서 종종 만나던 시기
강강약약인 박문대도 전처럼 청려를 볼 때마다 주먹 불끈 쥐고 열받지 않고 조금 떨떠름하긴 해도 전보다 부드럽고 편한 태도로 청려를 마주보곤 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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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전엔 선입견 때문에 외면했던 청려의 약한 모습도 조금씩 받아들였던 것 같아
아마 착각이 아니었다면, 그 때 두 사람의 관계는 꽤 괜찮았음 적어도 신청려가 연락 하나 남기지 않고 잠적했을 때 박문대가 꽤 배신감을 느꼈을 만큼
브이틱 멤버들과는 이전에 이야기가 되어있었던 것 같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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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브이틱 채율과 스케줄이 겹쳐 만났을 때 물어보니 '형이 문대 후배님한테도 아무 말도 안 했어요?' 하고 당황했으니까

🌸한동안 쉬고 싶다고 했어요. 후배님도 알겠지만 청려 형이 원래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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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그룹활동을 못하는 건 아쉽지만 청려 형한텐 정말 휴식이 필요해 보였거든요.

그러더니 채율은 어쩐지 문대한테 미안해하는 듯 조금 눈치 보는 기색으로 조심스럽게 제안했음

🌸형 주소 알려줄까요? 아마 문대 후배님한테 알려주는 거라면 청려 형도 좋아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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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박문대에게 청려의 행방을 알리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는 듯 구는 태도에 이상하게도 반발심이 들었음. 신재현과 내가 무슨 사이라고. 그래서 박문대는 단호하게 아뇨, 필요없습니다, 하고는 청려에 대한 걸 잊어버리려고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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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둘이 무슨 사이라고. 친구도 아니고, 동료도 아님. 원수라고 하기에도 남은 앙금이 없어. 그냥... 아는 사이. 당연히 멤버들에게는 말하는 것을 문대한테는 말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고, 그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관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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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는 사이. 그렇게 단정을 지으려고 했는데, 당혹스럽게도 그런 얄팍한 말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들이 불쑥불쑥 치솟는 거야. 박문대는 그 때 처음으로 한 가지 의문을 떠올림.
'나한테 신청려는 뭐지?'
물론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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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만 신경쓰고 있기에 박문대는, 테스타는 너무 바빴음. 전성기의 1군 탑아이돌. 앨범 작업, 투어, 방송, 콘서트와 팬미팅, 그 와중에 솔로 데뷔도 겹쳐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사라진 청려에 대해서 잊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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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길거리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젊은 남자의 모습을 발견할 때, 방송국에서 브이틱 다른 멤버들과 마주칠 때, 잠깐 짬이 나 쉬는 동안 조용한 메시지창을 문득 의식할 때, 박문대는 청려를 생각했음. 아니, 청려가 생각났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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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정말로 말없이 스쳐지나가도 상관없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망령처럼 제 시야에 붙어있을 리가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만도 한데, 망령을 쫓는 것 같은 기분만 커져갔음. 박문대는 이제 불현듯 청려를 떠올릴 때면 가슴이 답답해져 참지 못하고 바람을 쐬러 나가곤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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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류건우 시절에 피웠던 담배에 손을 대기도 했다가, 멤버들(특히 배세진이랑 선아현)한테 걸려서 가수가 목관리 안 한다 건강에 안 좋다 하며 손등 찰싹 맞으면서 강제로 다시 끊기도 했고... 결국 담배 대신 드라이브로 숨을 돌리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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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어느 날, 구체적으로 시기를 따지자면 2년하고 조금 더 전, 테스타는 오랜만에 완전체 컴백과 함께 잡힌 음방 스케줄로 방송국에 방문했다가 브이틱 채율을 만남 여전히 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채율은 청려가 사라졌음에도 서먹해지는 일 없이 테스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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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대를 친근하게 대하며 마주칠 때마다 살갑게 말을 걸곤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음
그 때마다 문대는 적당히 친분 있는 선배 대하는 정도로 거리를 뒀는데, 그 날은 이상하게 채율을 보는 순간 좀 울컥하는거야
신청려가 잠적한 날짜가 그 즈음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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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채율은 몇 번인가 문대에게 청려 소식을 전하려고 시도했었는데, 그 때마다 문대는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듣지 않겠다고 거절했음. 청려가 저한테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얄팍한 오만함이었나? 아니면 청려의 소식을 남의 입으로 듣고 싶지 않았던 알량한 자존심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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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하게 청려에 대한 이야기를 거부했던 게 오히려 몇 년 동안이나 청려를 신경쓰고 있는 증거임을 깨달은 순간 박문대 안의 어떤 벽 같은 게 무너졌는지도 몰라.
그래서 박문대는 테스타 멤버들이 옆에 있다는 것도 잠시 잊고 채율을 보자마자 붙잡고 다짜고짜 물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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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어딥니까?
🌸???
🐶청려....선배님 주소 알고 계시죠?

청려 그새끼라고 말할 뻔한 걸 선배님이라고 순화한 것까지가 박문대의 이성의 한계였음... 그동안 안 듣는다 내가 청려랑 무슨 상관이냐 했던 세월이 무색하게도 거의 반 협박해서 강탈하듯 신청려의 주소를 받아낸 박문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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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해하는 멤버들(특히 투세진)에게 대충 설명하고 ('그 자식한테 받아낼 게 하나 있어.') 쉬는 날 하루를 빼고 채율이 알려준 주소를 향해 냅다 차를 몰았음 만나서 뭘 하고 싶은 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도 않았음 그건 청려를 만나야 생각날 것 같았음

집이 비어있을 줄은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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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버려진 집은 분명 아니었음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 맞긴 한 것 같은데, 자리를 비운 건지 조용한 거임. 청려 집이 맞다면 콩이도 있어야할 텐데 콩이랑 나간 건지 개소리도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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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운 외딴 산속, 빈집 문을 두드리고 있자니 아주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음 여길 대체 뭐 하러 온 거지... 현타 속에 입맛도 씁쓸해져서 박문대는 대문 기둥에 기대 주저앉음

개새끼, 이럴 거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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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려봤지만 청려는 돌아오지 않았음 다시 차에 오르며 박문대는 다시는 이런 바보 같은 짓거리를 하지 않기로 결심함
일주일도 안 돼서 낯선 전화번호로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지켜질 수 있었던 결심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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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문대는 모르는 전화번호는 받지 않음 사생일지도 모르는데 뭔 줄 알고 막 받어..... 근데 그날은 아무리 잠결이라지만 뭔 줄 알고 무심코 전화를 받아버린 거임 받은 순간 아차 싶어서 끊으려고 했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아' 하고 들린 작은 감탄사가 손을 붙잡았음 아직 잠이 덜깬 머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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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그럭 굳어있는데,

🔨 안 받을 줄 알았는데.

하고 상대방이 입을 열었음 마치 엊그제도 만났던 사람처럼 여상한 목소리였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태평할 수가 없었음 그게 청려의 목소리라는 걸 깨닫자마자 잠이 확 달아나서 새벽에 벌떡 일어난 문대..
테스타 연차 많이 차서 이제 비활동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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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생활 안 하고 각자 집에서 지낼 것 같다 아무튼 잠이 완전히 깨버린 박문대 벌떡 일어나서

🐶 너 뭐야.

해버림 다른 말이 나오질 않았음 신청려 잠적할 때 번호도 다 바꿔버리고 그랬단 말여 문대도 n년 전과는 다른 번호를 쓰고 있었고.... 문대가 채율을 통해 청려 주소를 알아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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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도 문대 번호를 알아낼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겠지만 말도 없이 잠적해버렸던 사람이 n년이나 지나서 이런 꼭두새벽에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음 매우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인데도 반가움보다는 황당함과 빡침이 먼저 밀려왔음 이새끼가 뭐 하자는 거지? 애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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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번호 잘 안 받는 것도 알면서 대뜸 전화하는 건 뭐지? 안 받았으면 어쩌려고 한 건데?

🔨 내 목소리 잊어버린 건 아닐 테고. 화가 났나?
🐶 그럼 몇 년 전에 연락 끊어진 새끼가 새벽에 대뜸 전화를 하는데 안 빡치겠냐?

울컥해서 대꾸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하하, 웃는 소리가 들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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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지점에서 화가 난 거예요? 후배님한테 연락 안했던 거? 아니면 갑자기 전화한 거?
🐶 둘 다다, 이 새끼야.

홧김에 그렇게 대꾸하자, 청려 쪽에서는 말이 없었음 조금 당황한 것 같기도 했음
조용해지자, 수화기 너머로는 빗소리 같은 게 희미하게 들려왔음 문대는 창밖을 돌아보고, 밖에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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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고 있다는 걸 확인함 설마 신청려, 이 시간에 밖에서 전화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스치는데,

🔨 많이 솔직해졌네요, 후배님.
🐶 뭐?
🔨 잠깐 나와볼래요? 문대 씨 집 앞인데.

하는 황당한 소리에 문대는 반사적으로 다시 창밖을 돌아봄 그리고 좀전에 얼핏 볼 때는 발견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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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어떤 사람이 담벼락에 기대 서 있는 것을 발견함 정수리만 겨우 보였지만 그게 진짜 청려라는 건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음 소름이 오소소 돋아서 잠깐 말문을 잃은 박문대... 스토커도 아니고 뭐 하는 거야? 우산은 왜 안 쓰고 비를 쫄딱 맞고 있는 건데? 며칠 전에 청려의 집에 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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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문앞에 한참 주저앉아 있다가 결국 허탕 치고 돌아온 제 모습이 갑자기 떠오른 순간 다짜고짜 집앞에 찾아온 걸로 욕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스쳤음... 몇 년이나 행적을 감추고 잠수를 타다가 갑자기 나타난 (심지어 며칠 전에 -의도치는 않았겠지만- 큰 결심 한 문대에게 헛걸음까지 하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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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뭐가 예쁘다고,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박문대는 저도 모르게 겉옷을 대충 꿰어 입고 신발을 구겨 신고 있었음 바로 청려 본인한테 피랍전적(...)이 있는데도 이 상황이 객관적으로 얼마나 위험해보이는지는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로..
제법 빗줄기가 거셌음 우산 하나 들고 문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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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던 놈이 몸을 세우며 고개를 돌렸음 나이 든 느낌이 전혀 없이 몇년 전과 똑같은 얼굴로 청려가 빙긋 웃었음

🔨 오랜만이에요.

수화기 너머로 듣던 목소리랑은 또 달라 박문대는 문득 마지막으로 만났던 청려를 떠올림 평범하게 산책 중에 만나서 잠깐 까칠한 말을 주고받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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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 직전 '다음에 봐요. 후배님.' 하고 빙긋 웃었던 청려의 얼굴이, 마치 문대의 기억 속에 박제되어 있다가 고스란히 튀어나온 것 같았음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는 것 같은 기묘한 비현실성에 잠시 아연해졌던 문대는 곧 청려의 뺨을 타고 내리는 빗방울 모양에 번뜩 정신을 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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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과거의 기억도, 꿈도 아닌 현실임을 인지한 박문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청려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일이었음 (..)
무방비하게 있다가 얻어맞은 청려가 윽, 비명을 삼키며 몸을 숙이자 거의 멱살이라도 잡는 태도로 청려의 팔을 붙잡고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옴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청려는 순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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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들어왔음

🔨 와, 집안까지 초대를 해줄 줄은 몰랐는데.

하고 성질을 긁기는 했지만()
박문대는 긁는대로 반응하는 대신 현관에 우두커니 서 잇는 청려에게 커다란 수건 하나를 던지고

🐶 바닥에 물 흘리지 마.

하고 일상적인 경고를 했음 뭐가 재밌는지 청려는 웃음을 터트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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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율이한테 주소 물어봤다면서요? 혹시 집에 왔었어요?

물기를 대충 다 닦고 드디어 집 안에 들어오길 허락받은 후(소파는 허락 못 받아서 옆에 스툴에 앉음..), 청려가 첫 마디를 꺼냈음 문대는 가만히 입 다물고 청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 아니.

하고 짧게 부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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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방범용 cctv 같은 게 있어서 문대의 모습을 확인했을 수도 있지만, 절대 제 입으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음 신청려가 사라졌던 동안 그런 자존심 세우기가 얼마나 쓸데없는 짓이었는지 자각하기는 했지만, 청려 앞에 서면 그런 알량한 자존심 세우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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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이네. 몇 주 정도 자리를 비웠거든요. 집 비어있었을 거예요.

그 집이 맞긴 했나보네.
그런 생각을 하며 박문대는 말없이 머그컵을 들어올림 청려는 제 앞에 놓인 컵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문대만 바라보고 있었음

🔨 어디 갔었는지 안 물어봐요?
🐶 ...알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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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가 어디로 갔던 것이든지, 문대에게는 사실상 의미가 없었음 장소가 어디든 중요한 것은 박문대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는 것이니까
청려는 조금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음 그리고는 박문대가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음

🔨 콩이랑 여행을 자주 다녀요. 주로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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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선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거든요. 유럽이나 러시아, 아프리카 쪽이 좋아요. 케이팝 인지도가 덜한 곳이라. 브이틱이 남미에서 꽤 인기가 있어서 그쪽은 아직 못 가봤네요. 전용기가 있으니까 콩이도 같이 조용히 움직일 수 있어서 편하죠. 이번에는 이집트에 갔다가 어제 귀국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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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막 생각이 났다는 듯 품에서 주섬주섬 기념품이랍시고 피라미드 모양의 열쇠고리 같은 물건을 꺼내는 거임 제대로된 기념품도 아니고 길거리에서 대충 산 듯 딱 봐도 허접한 모양이었는데, 그게 너무 낯설었음 모든 것에 완벽을 추구하던(허술한 모습마저 계산적으로 보이는 듯하던) 청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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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행지에서 이런 허접한 기념품이나 고르고 있는 모습이라니, 상상이 잘 안 되는데....
얼굴은 전혀 달라진 바가 없었지만 청려의 내면에선 뭔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았음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문대의 말은 날카롭게 튀어나왔음

🐶 여긴 왜 온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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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청려는 가만히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웠음 표정이 굳었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고, 그냥 물빠지듯 조용히 색이 사라진 것에 가까웠음 무채색의 얼굴을 보며 박문대는 문득 청려가 살아온 시간이 그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길었다는 것을 상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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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재시작했다고 했더라 적어도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횟수는 아니었음
순리대로 살았다면 늙어 노인이 되어야 하는 나이야 하지만 순리를 박탈당한 채 오랜 세월 시간 속에 갇혀 있던 남자는 늙지도 못한 얼굴로 그저 고요한 무기물처럼 앉아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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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음 순간 청려가 입을 열었을 때, 박문대는 마치 유적지의 돌상이 입을 열어 말한 것처럼 낯설고 당혹스러운 기분이 되었음

🔨보고 싶어서.
🐶...뭐?
🔨후배님이 보고 싶어서 왔어요.

아무튼 미친 새끼....

박문대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목 뒤로 삼키며 카메라를 마주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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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앱 중에 그런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었음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내밀한 속내와 두 사람만 공감할 수 있는 세월의 이야기를 하는 대신, 박문대는 짤막하게 요약했음

🐶비오는 날 새벽이었는데, 갑자기 찾아오셨어요. 채율 선배님한테 주소를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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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음... 그 후로 종종 만났고... 그렇게 됐습니다.

-박문대 말하기 민망하면 그렇게 됐습니다 하고 얼버무리는 거 킹받는데 귀여워
-ㅠㅠㅠ그렇게 된게 뭐냐고ㅠㅠㅠ
-누가 먼저 고백했어? 누가 먼저 고백했어? 누가 먼저 고백했어? 누가 먼저 고백했어?
-재현오빠 옆에 있어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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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앱 채팅창 밖, 물밑 반응도 시끄러웠음
-아직도 안 믿긴다 엋려랑? 곰머가? 사귄다고?
ㄴ얘네 같이 활동할 때도 사이 좋았다며
ㄴ대외적으로나 그랬지 박곰머 엋려 ㅈㄴ경계하는 거 티났음 셤별 팬들 사이에서 엋려 쎄하다고 즈그 곰머 괴롭히는 거 아니냐고 욕박던 게 엊그제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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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약점 잡힌 거 아님?
ㄴ곰이 엋한테? 가능성 有
-댕댕 블루 진짜 좋아하는 거 맞냐ㅠㅠ 댕댕아 엄마 신 서방을 품으면 되는 일이니....??

그 와중에 문대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매우 민망해져서 아주 가벼운 질문 몇 개만 대답하고 이제 라이브를 종료하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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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질문...

-위튜브 계속 할 거야? (무심코 계속 너튜브라고 썼는데 데한민국에는 너튜브가 아니라 위튜브였네요 이럴수가)

🐶...위튜브는 종종 올릴 거예요. 아무래도 목적했던 게 있으니까, 달성할 때까지는 꾸준히 영상 올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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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처음 듣는 소리라 잠깐 잦아든 것 같던 채팅창이 다시 폭주하기 시작함 위튜브 목적이 뭐냐, 어쩌구 시작해서 미친듯이 올라가는 채팅창을 병먹금에 능한 프로아이도루답게 자연스럽게 못몬척하며 민망해서 나온 티벳여우 표정을 손 흔드는 박문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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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러뷰어. ...그리고 티카 분들.

그렇게 길지 않았던 덥앱라이브가 끝났음 문댕 한숨 푹 내쉬는데 방문이 달칵 열림

🔨끝났어요?

편한 니트 입고 양손에 머그잔 들고 무슨 일상 컨셉 화보 같은 모양으로 등장하는 청려 보고 식은 눈 되는 박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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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찾는 사람 많았어.
🔨그래요?

아이돌로서의 성공에 집착하던 남자는 이제 그런 데 전혀 흥미가 없는 것처럼 심드렁하게 대꾸하고는 문대 옆에 앉음 자연스럽게 머그컵 받아들고 한숨쉬는 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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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끼 그날 이 컵에다가 차 내준 이후로 계속 이 컵에 집착하네 무슨 사과주스를 굳이 여기다 담아오냐 이런 생각 하고 있다가 툭 물어보기

🐶넌 팬들 생각 안 하냐?
🔨해요.

당연하다는 듯 냉큼 돌아오는 말에 얼척 없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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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는 듯 냉큼 돌아오는 말에 얼척 없어짐 근데 신청려 그냥 빙긋 웃으면서 하는 말이

🔨오래 했죠. 질릴 만큼.
🐶...그래서 질렸어?
🔨음... 그보다는, 그냥 문대 씨 생각을 더 하고 싶어서 그래요.

웃는 얼굴은 참 곱고 잘생겼는데, 여전히 속을 알 수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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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기 시작한 이후로도 여전히 그래.. 아니 사귀기 시작할 때부터 그랬고...
비 오는 날, '후배님이 보고 싶어서 왔어요.'하고 고백하던 청려를 보고 박문대는 매우... 열받았음 이 미친새끼가... 이제와서 보고 싶어서 왔다고? 그런 말을 할 거면 사라지기 전에, 그 때 했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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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후배님이 보고 싶어서 왔어요.'하고 고백하던 청려를 보고 박문대는 매우... 열받았음 이 미친새끼가... 이제와서 보고 싶어서 왔다고? 그런 말을 할 거면 사라지기 전에, 그 때 했었어야지
청려가 사라지기 전 두 사람 사이에 무슨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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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없었던 것도 결코 아니었음 양쪽 그룹 멤버들도 뭔가를 알아차렸을 정도니까 아마 채율이나 다른 븨틱 멤버들이 청려가 사라진 후 문대 앞에서 그렇게 쩔쩔맸던 것도, 눈치 없는 븨틱 멤버들도 알 수밖에 없었던 무언가가, 청려와 문대 사이에서 있었다는 증거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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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님이 보고 싶어서 왔어요.' 하는 고백을 그 때의 박문대에게 했다면, 그 때의 박문대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문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일이었음 다만 이렇게 화가 치솟지는 않았겠지
비어있는 청려의 집 앞에서 한나절을 기다렸던 멍청한 기억과
114
그보다 더 오랫동안, 몇 년 동안, 연락 없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던 더 멍청한 기억이 머릿속을 어지럽혔음
그리고 박문대는 자신이 화가 난 이유를 문득 깨달아
신청려를, 내가 좋아했구나
공백의 세월은 비바람처럼 청려를 깎아내렸고, 동시에 문대의 마음 속에 덮여있던 어떤 벽 같은 것을 무너트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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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신청려를 좋아했고, 신청려도 그랬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음 그랬기 때문에 그가 사라졌을 때 배신이라도 당한 것처럼 화가 났어 그리고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도 여전히 신청려를 좋아하기 때문에...
약점이 생긴 것 같았음
그리고 꼭, 신청려가 그 약점을 잡고 그를 기만하는 것 같았음
116
그건 어쩔 수 없어 박문대, 아니, 류건우라는 사람은 본래 타인의 호의에 익숙하지 않아.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애정을 받는 것도. 테스타 멤버들의 애정을 왜곡 없이 받아들이기까지 몇 년이나 걸렸는데.
117
게다가 상대가 신청려임. 두 사람의 관계는 이해득실과 계산, 약점과 협박, 서로 한 방씩 먹이면서 무효화된 가해와 피해, 그런 것으로 시작되었단 말임.
아마 그래서 박문대는 오랫동안 그를 좋아하는 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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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단순히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겁이 났을 수도 있고, 상처 받기 싫어 회피했을 수도 있고, 그냥 반사적으로, 신청려에게 약점을 잡히고 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고
이제와서는 다 소용이 없었음 아마 신청려도 박문대의 마음에 대해 다 알고 있는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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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가 먼저 청려 주소를 물어보고 찾아가기까지 한 후에 나타났으니, 다 알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러니까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서 보고 싶었다느니 헛소리를 용기 있게 지껄이지
그 지점이 박문대는 아주...아니꼬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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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기도 했고, 너무 갑작스럽기도 했음 박문대가 날카롭게 대응한 건 그 때문이었을 거야

🐶야. 너 내가 만만하냐? 지금 나 갖고 놀아?
🔨후배님.
🐶아니면 시발, 왜 이제와서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데? 내가 쉬워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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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이었지만 사실 그건 자기방어적인 태도였음 약간 피해의식 비슷한 것일 수도 있어 두 사람은 서로의 명줄과 약점을 잡고 줄다리기하던 관계로 오래 지내왔으니까... 그런데 무언가 한꺼풀 벗겨진 것처럼 전과 달라보이던 청려는 조금 머뭇거리면서 눈을 내리깔았음 젖은 건, 분명 눈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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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오히려 반대예요. 후배님이, 문대 씨가... 류건우 씨가, 나는 항상 어려워. 너무 어렵고 무서워서 도망쳐버릴 정도로.

그리고 청려는 속내를 알 수 없이 깊고 시커먼 물속 같은 눈으로 문대를 바라보았음

🔨그래서 도망쳤다가, 비겁한 순간에야 돌아올 용기가 났네요.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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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백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만약 예전 같았으면 청려는 문대 앞에서 자신이 도망쳤다는 말 같은 건 꺼내지 않았을 거야 언제나 이기는 VTIC의 청려에게는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삶만이 주어졌으므로.. 순순히 네가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말하는 청려가 너무 낯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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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위태로워보여서, 문대는 저도 모르게 끌어올렸던 경계심이 무색하게 제가 먼저 청려의 팔을 붙잡음
머릿속으로는 '이건 미친짓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멈추지는 않았음 젖은 팔을 붙잡고, 조금 당황한 듯 동그랗게 뜨는 눈을 마주보며, 고개를 기울이고 눈을 감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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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맞닿았을 때 청려가 무슨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는 보지 않았음 짧은 키스가 끝났을 때 쓰게 웃고 있는 청려의 얼굴로도 답이 되었으니까

🐶...약한 척하지 마. 안 어울려.
🔨...날 위로하는 후배님도 만만찮게 안 어울려요.
🐶위로하는 거 아니야.
🔨그럼... 내 마음대로 해석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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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청려는 손을 들어 문대의 입술을 엄지로 쓸었고, 박문대는 체념하듯 인정했음
너는 이렇게 되는 게 무서웠던 거구나
나도, 마찬가지로 이걸 두려워하고 있었구나
그렇지만 동시에 우리 둘 다 이런 걸 바라고 있었다

🐶...그러든가.

그리고 다시 빗물에 젖은 입술이 맞부딪혔음
127
*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거나 하는 고백은 없었음. 우리 이제 사귀는 거냐는 확인도 없었음. 그런 건 이미 오래 전에, 청려가 사라지기 이전부터, 언어를 거치지 않고도 이미 둘 모두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음.
128
다만 두 사람 모두 상대를, 어쩌면 상대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을 뿐이었음
서로가 인생의 전부는 결코 아니었어 특별하다고 해도 유일할 순 없었음 둘다 그걸 알았기 때문에 감정이 커지는 것을 무의식 중에 경계했었던 거임. 아마 그래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 둘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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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는 자신이 어떤 심정으로 잠적한 것인지 설명한 적이 없었음. 좋아한다느니 하는 고백을 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었음. 말이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혹은, 어떤 언어로 정의를 내리지 않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의 감정도 존재해. 청려가 사라졌던 이유가 오로지 박문대 때문이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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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말할 수 없었음. 진실로 휴식이 필요했던 것일 지도 모르지. 그는 너무 오랫동안 혼자서 너무 많은 것을 견뎌내며 살아왔으니까. VTIC은 청려의 꿈이고 이상이고 인생 그 자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청려를 아주 오랫동안 구속해온 감옥이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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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는 분명 그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더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 모든 게 지쳐 다 놓아버리고 싶어졌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음
박문대는 굳이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아내려고 들지 않았음 박문대가 왜 청려에게 먼저 키스했는지 청려가 묻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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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당연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았음. 얼버무리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됐'어.

보통의 연애는 아니었음. 간지러운 말을 속삭이거나,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연락을 주고 받거나, 시간을 들여 데이트를 하거나, 서로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것 같은 일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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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두 사람은 같이 시간을 보냈음. 계속, 오랫동안. 아직 현역으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박문대는 여전히 활동기에는 서울에 있는 집과 테스타 숙소를 오가며 지냈지만, 쉬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외딴 산속에 있는 청려의 집으로 향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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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줄곧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던 청려는 박문대와 다시 만난 후로 단 한 번도 먼 여행을 떠나지 않았음. 박문대가 찾아오면 청려는 언제나 거기서 문대를 기다린 것마냥 평온하게 그를 반기곤 했음. 당연하게 입을 맞췄고, 몸을 섞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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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문대, 요즘 바빠 보인다? 쉬는 동안 어딜 그렇게 놀러다니기에 연락도 잘 안 받아? 연애해?

반 년쯤 지났을 때, 큰세진이 장난스럽게 물어봤음. 박문대는 그 말에 잠시 멈칫했으나, 오랫동안 침묵하지는 않았음. 아주 잠깐의 텀을 두고 박문대는 덤덤하고 담백하게 대답했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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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진짜? 누구랑? 언제부터?

박문대와 연애, 자체가 상상이 어려운 영역이기도 했지만, 연애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는 박문대, 는 더 이상했음. 같은 숙소에 있다가 그 대화를 들은 차유진과 김래빈도 벌떡 일어나 진짜요?! 하고 목소리를 높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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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를에 다른 세 사람도 무슨 일이냐며 우당탕 뛰쳐나왔음.

🐹뭐? 박문대가 뭐라고?
🦌무, 무슨 일이야?
🐺연애? 누가?

그러게. 이게 무슨 일일까. 그 녀석과 이런 관계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었고, 그걸 남들 앞에서 공인하게 될 줄도 몰랐는데.
박문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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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음. 희미한 고양감과 어떤 기대와 비슷한 감정, 그리고 철없는 충동 같은 것에 힘입어 박문대는 마치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듯 평온하게 멤버들을 향해 말했음.

🐶 저랑, 신재현이랑요. 연애 같은 걸 해요.
139
*
브이틱 청려는 박문대가 감당할 수 없는 존재였음.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런 녀석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서, 삼키기 껄끄럽던 겉껍데기와 삐죽삐죽 날카롭던 군더더기의 감정을 전부 시간에 흘려보내고, 설익은 것 농익은 것 모두 덜어내어 아주 작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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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핵심적인 부분만 동그랗게 남아서, 박문대의 손 안에 들어온 것만 같았음. 원초적인 그리움, 그런 것들만 남은 채.
그 비오던 날, 청려는 이미 그런 모양으로 박문대에게 찾아왔던 거였음. 그래서 박문대는 그에게 화를 내거나, 전처럼 경계할 수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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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감정에 놀라 겁먹고 파르르 떨던 시기가 지나버린 영향도 있겠지. 이젠 박문대도 청려에 대한 제 감정이 어떤 모양인지 더 이상 외면하지 않았을 시점이니까. 
그래서 박문대는 제 손 안에 곱게 들어온 청려의 존재를 깨달았을 때 만감이 교차했으나, 그냥 충동에 이끌려 입을 맞추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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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로 걸어들어온, 나를 위협할 수도 없는 새끼를 그냥 놓치면 그게 바보지.

🐶내가 너무 양심도 없이 꿀꺽 삼켰나.

콩이를 쓰다듬으며 무심코 중얼거린 박문대를 향해 옆에 앉아 있던 청려가 고개를 갸웃했음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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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말야. 그렇게 대답하는 대신 박문대는 그냥 콩이의 턱을 긁어주는 데 집중했음. 그렇게 말했다면 청려는 어처구니없어하면서 '내가 문대 씨를 잡아먹은 건데.' 하며 개소리라도 했을지 모르지.
청려가 박문대의 등 뒤로 팔을 둘러 끌어안았음. 문대는 자연스럽게 그의 몸에 무게를 맡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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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지경으로 개를 쓰다듬었음. 문대의 머리 위에 청려의 입맞춤이 내려앉았음. 편안하고, 다정하고, 안정적인…… 목가적인 애정.
박문대가 신재현의 품 안에 폭 안겨있는 모양이었지만, 실상 상대를 온전히 소유한 것은 신재현이 아니라 박문대였음.
그 사실이 더없이 만족스러운 동시에 희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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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히 이유를 규정하기 어려운 불만도 있었음. 혹은, 슬픔이나, 짜증이나, 분노나, 갈증이나, 우울함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이 아주 어렴풋하게 박문대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음. 신재현을 제 손에 쥐었음에도 충족되지 않는 욕심이 결국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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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욕심은 평화로운 날이 이어질수록 가라앉거나 덜어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몸집을 키워갔음.

아마 그래서, 카메라를 들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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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요?

찰칵, 소리에 신재현이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했음. 박문대는 그 모습까지도 야무지게 카메라에 찰칵찰칵 담으며 무심하게 대꾸했음.

🐶그냥. 취미생활.

콩이와 함께 앞서가던 신재현이 아, 하고 감탄사를 흘렸음.

🔨사진 찍는 거 좋아했었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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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안 찍다가 갑자기 그럴 마음이 들었어요?

신재현이 걸음을 멈추고 문대를 기다렸음. 박문대는 조금 더 가까이서 유순한 얼굴로 저를 보고 있는 신재현의 얼굴을 몇 장 더 찍고 손을 내려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바라보았음. 박문대의 실력이 녹슬지도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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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의 미모가 빛바래지도 않았으므로 사진은 작품에 가깝게 완벽했음. 피하거나 싫어하는 기색은 없네. 덤덤하게 생각하며 제일 잘 나온 사진을 들여다보며 박문대가 툭 대답했음.

🐶혼자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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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이 성큼 다가와 고개를 들이밀었음. 빙긋 웃는 모양이, 딱 봐도 자기가 어떻게 보이는지 잘 알고 예뻐보이려고 작정한 얼굴이었음. 박문대는 질색을 하며 그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어냈음. 웃으며 밀려나면서 신재현이 말했음.

🔨남 보여주기 아깝지는 않고?
🐶뭐래.
🔨난 아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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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내뱉은 말에 멈칫하는 박문대를 두고 신재현은 아래로 시선을 내렸음. 콩이가 왜 안 오냐는 듯 꼬리를 살랑이며 발밑을 오가고 있었음. 두 사람은 다시 보폭을 맞춰 걷기 시작했음. 사유지 안에서 하는 산책이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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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 씨한테 내 거라고 이름이라도 크게 적어놓고 싶은데 참고 있는 거예요.
🐶왜?
🔨문대 씨가 싫어하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

신재현의 소유욕 표시를 박문대가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였음. 그리고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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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에 박문대가 그에 대한 마음을 외면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그들은 기본적으로 아끼는 것을 완전히 소유하고,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남들보다 뚜렷한 사람이었음. 그런 놈들끼리 제 욕망을 죽이지 않고 만났다가는 분명 서로 부딪히고 망가질 게 뻔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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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아직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역 아이돌 신분의 문대에게 연애는 커리어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요소였음. 당연히 현재로서는 공개연애를 할 생각도 없고 신재현도 그것을 알았음.
그러니까, 신재현이 박문대에게 소유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그들의 관계를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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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도 충분히 알고 있었음. 신재현 사라지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박문대를 집어삼켜버릴 것 같은 기세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박문대는 그날 신재현에게 키스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음. 박문대는, 다 같이 망하는 선택지같은 건 결코 선택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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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이 제 욕심을 죽였기 때문에 그를 사랑할 수 있었는데, 이제와서 그가 욕심을 죽이고 있는 게 싫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얼마나 웃기는 얘긴지.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건 제 욕심을 죽인 청려와 달리, 박문대는 아직도 욕심이 많아서.
다시 한 번 카메라를 들어올리며 박문대가 물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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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는 거 싫어?
🔨아뇨. 딱히. 별 생각 없어요.
🐶인터넷에 올려도?
🔨올리려고요?
🐶네가 싫다면 안 해.

그건 진심이었음. 박문대라고 신재현이 싫어하는 걸 하고 싶은 건 아니야. 아무리 통제광 기질이 있다고 해도 상대를 멋대로 휘두르는 게 사랑이 아니라는 것쯤은 충분히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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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을 온전히 제 손 안에 두고 싶은 욕망도 존재했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음. 그런 낯간지러운 말 입밖에 꺼낼 생각은 없었지만.

🔨상관없어요. 문대 씨가 원하는대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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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목소리로 태연하게 말하고, 신재현은 고개를 돌려 문대를 바라봤음. 곱게 접히는 눈매.

🔨난 문대 씨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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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에 정말로 박문대는 위튜브 채널을 개설했음. 첫 번째 영상 '산책'은 앞서 가는 신재현과 콩이의 뒷모습을 찍은 5분 남짓의 영상이었음. 두 사람이 대화를 하던 부분은 모조리 잘라내버린 영상에서는 바람소리, 발자국소리만 들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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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도 음악도 없고, 대부분 뒷모습이어서 신재현의 얼굴이 제대로 화면에 잡힌 건 두 번이나 될까.

영상을 본 신재현이 고개를 갸웃했음.

🔨누구 보라고 올렸다기엔 너무 재미없는 영상인데.

채널 이름도, 영상 제목도, 영상 내용도 심심하고 몰개성적이기 짝이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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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가 올릴 만한 영상은 아니었음. 그러나 박문대는 계란물을 휘저으며 심드렁하게 대답했음.

🐶딱히 누구 보라고 올린 건 아니라서.
🔨그런 거라면 굳이 위튜브 채널까지 만들 필요는 없었던 거 아니에요?

별로 싫은 기색은 아니었고, 그냥 궁금해서 묻는다는 투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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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물에 썰어놓은 야채를 섞고 소금을 챱챱 뿌리며 잠깐 요리에 집중하던 문대가 한 박자 늦게 입을 열었음.

🐶……나도 잘 모르겠다. 누구 보여주고 싶은 건지, 아무도 못 보게 숨겨두고 싶은 건지. 그래서 시험해보려고. 이 재미없는 영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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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발견하고 널 알아보면, 뭐…… 네 소식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공익에 이바지한 거고.
🔨아무도 안 보면요?
🐶그건 그것대로 좋고. 남 보여주기 아까운 마음이 없진 않으니까.

신재현이 웃음을 터트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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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말이를 예쁘게 말고 있는 문대를 뒤에서 끌어안고 머리 위로 키스를 퍼붓는 통에 박문대의 신경질을 유발했지만.

🐶뒤집개로 뺨 맞기 전에 치워라.
🔨그렇게 귀여운 말을 해놓고?
🐶(어이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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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대가 요리를 끝낼 때까지 부엌출입을 금지당한 신재현이 부엌 입구에서 콩이를 끌어안고 바닥에 주저앉았음. 박문대는 그걸 어이없게 바라보다가도 웃음을 흘려버림. 저 새끼가 저런 나잇값 못 하는 짓을 하는 게 귀여워보일 줄 누가 알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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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신재현이 입을 열었음.

🔨문대 씨. 내가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어디로 돌아가는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박문대는 알아들었음. 뭐라고 대답할까. 잠깐 망설였으나 대답은 또렷한 목소리로 흘러나왔음.

🐶나는, 네가 좋아하는 걸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
🔨난 지금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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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고개를 돌려 신재현을 바라보았음. 편한 옷을 입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품에 가득 차는 노란 강아지를 끌어안고 빙긋 웃고 있는 남자는, 박문대가 기억하던 무대 위의 청려와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였음. 그러나 분명히 전에 없이 평온하고 좋아보이는 것도 사실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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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신재현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니야. 지금 이렇게, 대중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삶이 신재현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있는 건 분명했음.

하지만, 그게 전부일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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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 역시 신재현과 연애를 시작한 이후 전보다 감정적으로 훨씬 안정되고, 자주 즐거웠으며, 대부분 만족에 젖어 있었으나 마음속 한 구석에 존재하는 작은 불만이 여전히 있어서, 그 불만 때문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거였으니까. 신재현에게도 그런 게 없을 리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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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그걸 끄집어내고 싶었어.
그래도 만약 신재현이 제 속을 들추는 것을 진심으로 원하지 않는다면, 하는 마음으로 박문대는 한 번 더 되물어보았음.

🐶영상 올리는 건 그만둘까?
🔨문대 씨 마음대로 해요. 전에도 말했지만, 난 문대 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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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금지 표시로 부엌 입구에 놓아두었던 의자를 옆으로 치우며 박문대가 한숨을 내쉬었음.

🐶왜 그렇게 나한테 네 목줄을 쥐어주지 못해서 안달이야?
🔨그렇게 보여요?

빙긋 웃는 얼굴로 신재현이 몸을 일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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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입금지가 풀린 부엌에 다시 발을 들이며 신재현은 문대의 뺨을 감싸 안고 입술에 쪽 귀엽게 키스했음.

🔨정말로 내가 좋아서 그래요. 문대 씨한테 예쁨 받는 게 좋아서. 그러니까, 날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면 그냥 손에 두고 예뻐해줘요. 그걸로 충분하니까.
174
*

정말 남들이 찾아 보라고 올린 영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회수는 느리게 올랐음. 한 달만에 두 번째 영상을 올릴 때까지 첫 번째 영상의 조회수가 10도 되지 않았으니까. 아마 그 중에서도 5분짜리 영상을 끝까지 본 사람은 없을 거라고 박문대는 거의 확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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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영상에서도 신재현의 얼굴은 거의 나오지 않았음. 그런데 세 번째 영상에서는 목소리가 제법 나왔고, 네 번째 영상은 아예 대놓고 신재현의 자는 얼굴을 찍어놓았음. 이런 채널을 대중이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자 조금씩 과감해졌던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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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문대 씨 목소리는 다 편집됐네요.
🐶다음부턴 아예 영상 찍을 때 아무 말도 안 하려고.
🔨열애설 나기 싫어서?

신재현이 웃으며 말했음. 뼈 있는 말로 들을 수도 있었는데, 박문대는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음.

🐶내가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건 그냥 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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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의 연인인 신재현이 아니라, 그냥 청려. 당연한 일이지. 혹시 이 영상을 보고 그를 알아보고 반가워할 사람은 청려의 팬일 테니까. 열애설은 둘째치고,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취지에 맞지 않았음. '내 꺼가 된 신재현'을 자랑하고 싶었다면 그냥 공개연애를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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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박문대는 정말로 이 영상에 자기 얼굴이나 목소리를 담을 생각이 없었음. 언젠가 청려의 팬들이 이 영상을 발견하더라도 자신을 드러낼 생각 같은 건 없었음.
진짜로, 그랬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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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영상이 올라간지 이틀만에 우연히 웬 외국인에게 발굴되어 곧장 한국의 티카들에게 알려질 줄도 몰랐고, 채널이 알려지자마자 영상을 찍어준 것이 청려의 애인이라는 소문이 나돌 줄도 몰랐고, 청려의 애인 후보로 청려가 현역 시절 친분이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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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사람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가운데 박문대의 이름만 쏙 빠져있을 줄은 더 몰랐고, 그걸 인지한 순간 자신이 매우 빡이 칠 거라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음…….

그랬음…… 영상을 찍어 올리면서도 박문대는 자신의 존재를 누군가 궁금해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음.
181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지 반 년이 되도록(비록 한 달에 한 번 꼴로 올린 통에 꼴랑 여섯 개지만)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이 느슨해지기도 했는데, 그 이전에 기본적으로…… 제가 찍은 영상에서 박문대는 청려의 연애가 발견될 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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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얼굴을 대놓고 찍어놓고? 그 정도는… 아이돌이라면 그정도는 그냥 흔하게 찍는데…!
알콩달콩 신혼부부인 것처럼 요리, 산책, 휴식, 이런 컨셉을 찍어놓고? 컨셉이 아니라 그냥 일상이었는데…!
청려가 그렇게 꿀 떨어지는 얼굴로 쳐다보는데도? 그거야… 요즘 항상 저런 눈을 하고 있으니까…!
183
애초에 누가 찍어줬는지를 보지 말고 누가 찍혔는지를 보라고……!
누구의 것도 아닌 '신재현'이라는 사람을 찍으려고 생각했던 거지, 그게 '남의 꺼인 신재현'으로 보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본 박문대는…… 좀 열이 받았음. 사실 많이 열받았음. 채널이 발견되고 청려의 근황이 뉴스로 뜰 무렵
184
하필이면 동갑즈 친구들과 그룹스케줄을 뛰다가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매니저를 통해('문대 씨, 청려씨 위튜브 문대 씨가 찍으신 거 맞죠?' '예?' '딴 사람이 찍어올린 영상 아니죠?!')(엋문 사귀는 거 매니저도 알고 있음) 들어서 더 그랬음. 의도와는 전혀 달랐음. 찍힌 사람을 보라고……!!
185
빡친 강강쥐를 보고 서로 힐끔 눈으로 대화를 나눈 아기곰도리와 아기밤비가 출동했음.

🦌문대야, 괜찮아……?
🐻그거 어차피 네가 찍어 올린거라면서? 왜 그렇게 화가 나 있어?

선아현의 울망울망 어여쁜 얼굴을 보고 약간 기분이 나아진() 박문대는 뒷목을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음.
186
그러게.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났지. 식은 머리로 빠르게 머리를 굴린 끝에 박문대는 고민에 결론을 내렸음.

🐶내가 잘못 판단했어.
🐻뭘?

그 즈음 테스타 멤버들은 엋문의 관계를 우려하는 걸 대충 그만두고 그래, 문대가 좋다면야…… 하고 마음을 바꾼지 오래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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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의 잠적 이후 종종 위태로워보였던 문대가 확실히 전보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편해보이기도 했고, 멤버들이랑 신재현이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한 적도 한 번 있었고…… 문대도 멤버들이 걱정하는 걸 알아서 신재현 이야기를 종종 하며 잘 지내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기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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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야 어려웠는데, 얘기를 하다보니 점점 서로 익숙해져서. 이번에도 그래서 신재현에 대한 속내는 쉽게 입밖으로 나왔음. 정작 본인에게는 말한 적 없는 속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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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이 집안에서 은퇴한 노인처럼 구는 꼴이 싫었어. 아직 나이도 젊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은데 무슨 세상만사 다 초탈한 노인네처럼 구는 게 안 어울리고, 좀 짜증이 나서…….

그리고 그게 혹시 박문대 자신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더 화가 났음. 복합적인 이유였음.
190
박문대는 신재현을 사랑했음. 무대에서 내려온 인간 신재현만을 사랑한 게 아니라, 무대 위에서 빛나던 그의 가장 강력한 적이었던 VTIC의 청려 역시도 사랑했음. 다만, 두려웠던 것은 사랑을 하게 되면 상대를 얻는 게 아니라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는 것.
191
완전히 근거가 없는 두려움은 아니었음. 그들은 아이돌이었고, 서로의 가장 큰 경쟁자였음. 한창 둘 모두 현역이었던 시절, VTIC의 청려와 테스타의 문대가 사귄다고 했다면 분명 양쪽 모두에게 해가 되었을 것이었음.
192
개인적인 욕망과 커리어가 양립하기 어려웠던 것은 분명해. 5년 전에, 박문대는 스스로 의식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 갈림길에 서 있었던 거였음. 욕망을 내려놓을 것이냐, 커리어를 내려놓을 것이냐. 박문대는 결국 제 욕망을 외면했던 거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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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은,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커리어를, 그의 인생이고 그의 전부였던 것을, 내려놓은 거였음. 그게 온전히 박문대 때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박문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 일조했던 것은 확실했지.
194
그건 신재현이 박문대에게 져준 게 아니야. 어떤 의미로는 절대 지지 않기 위해 이긴 상태로 링을 내려가버린 것에 가까웠음. 박문대가 손에 넣은 것은 찬란하게 빛나는 VTIC 청려의 과거의 영광에 영영 놓아둔 채 청려의 껍데기를 벗어던진 신재현 뿐이었음.
195
신재현의 인생에 걸림돌이나 장해물 같은 게 되고 싶은 마음도 요만큼도 없었지만, 세상 다 산 노인네 같은 신재현을 끌어안고 만족할 생각도 없었음.

그러니까, 박문대는, 여전히 욕심이 많아서.
기어이 뒤로 물러난 신재현에게 VTIC 청려라는 이름을 되돌려주고 싶어서.
196
그렇게 VTIC의 청려까지도 제 것으로 가지고 싶어서.

🐶그 자식을 집 밖으로 끌어내고 싶어서 시작했어. 위튜브. 대중에 노출되고 다시 VTIC 청려의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신재현도 멍청하게 굴지 않을 것 같아서.

박문대답지 않게 상당히 소극적이기는 했음.
197
왜냐면 지금의 관계도 충분히 안온하고 좋아서. 지금 이대로 안주하고 싶은 마음 반, 더 치열하게 욕심 내고 싶은 마음 반이라서. 혹시 잘못하다간 지금의 행복을 망가트리는 건 아닐지, 지금이 아쉬웠기 때문에 머뭇머뭇 소극적으로 움직였던 거임.
198
그래도 어쨌든, 그를 무대에 다시 세우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신재현이 VTIC 청려가 아닌 것처럼 구는 건 더 보고 싶지 않았음.

🐻그런데 그게 그 선배님의 선택이면 아무리 사귀는 사이여도 억지로 무대에 다시 끌어낼 수는 없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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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식이 무대에 미련이 없다고? 웃기는 소리. 걔 미련 철철 넘쳐.

큰세진의 말에 문대는 코웃음을 쳤음. 박문대를 지극히 사랑해서 그저 박문대가 곁에 있기만 하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무대에 선 박문대는 쳐다보지도 않고, 과거 현역으로 함께 활동하던 시절의 흔적도 돌아보지도 않아.
200
처음에는 그게, '신재현'과 '청려'를 구분했듯 '박문대'와 '테스타 문대'를 구분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았음. 신재현은 음악도 일절 듣지않았음. 반신욕 중에 음악을 듣던 그 얼마 없던 취미도 몇 년 사이 씻은 듯 사라졌음. 신재현은, 분명 '청려'를 연상시키는 것들을 피하고 있었음.
201
미련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미련이 커서, 그래서 피한 거겠지.

🦌그러면 문대는…… 어떻게 하고 싶어?

선아현이 조심스럽게 물었음.
202
그러니까, 다시 박문대가 화난 이유로 돌아가서. 신재현에게 청려를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박문대는 자기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열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음. 왜냐면, 온전히 박문대의 손 안에 있는 신재현과 달리
203
VTIC의 청려는 일정 부분 대중의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으니까. 같은 아이돌로서, 연예인으로서 박문대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음. 그런데 사람들이 청려의 '애인'에게 집중하는 순간 뭔가 초점이 달라진 거임.
204
ㅅㅂ그 부분은 내 거라고. 아이돌로서 청려가 여러 이미지로 소비되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누군가의 애인으로서의 청려는, 그건 온전히 박문대 거였음.

🐶집 밖으로 끌어낼 땐 끌어내더라도, 내 거라는 딱지는 붙이고 끌어내야겠어.
205
잠깐 당황했던 큰세진과 선아현이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곧 질투심에 불타오르는 강강쥐의 선언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음. 큰세진이 얄밉게 놀리듯이 휘파람을 불었음.

🐻문대문대, 그거 공개연애 선언이야? 아, 물론 우리 연차에 공개연애쯤은 별 흠도 아니긴 하니까 상관없는데, 의외라서.
206
🐶그러게. 내가 생각해도 의외다. 내가 그 자식을 생각보다 많이……

좋아하나봐, 하는 말은 속으로 삼켰음. 당사자한테도 아직 대놓고 한 적 없는 말을 친구에게 먼저 할 수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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