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더 지나고, 세대교체도 확실하게 되어버리고, 븨틱 그룹활동이 멈추면서(해체는 안함) 갑자기 사라지듯 모든 방송매체...

제목: 이거 브이틱 청려 아님?
얼굴 존나 n년 전 그대로인데
ㄴ???????재현아??????
ㄴ옆에 강아지 콩이 아님???? 털색 좀 더 하얗긴 한데 콩이같은데???
ㄴ아이고 재현아 살아있었구나 누나 지금 주책맞게 운다
ㄴ그래서 이거 뭔데 링크 좀
ㄴㄴ나 데뷔팬티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짤임 애초에 신리더 저렇게 편한 얼굴로 웃는 거 처음보는데
그랬음.... 분명 어딜 보나 신청려가 맞는 것 같긴 한데 티카들도 처음 본다는 편안한 얼굴인 거임
진짜 이게 뭐냐고 감쪽같이 사라져서 목격담 하나 안 나타나던 우리오빠가 갑자기 낯선 컨셉으로 나타남.....
ㄴ와... 이거 어떻게 찾았냐 검색으론 절대 못 찾겠는데
채널 설명 등은 모두 비어있고
올라와 있는 동영상은 대여섯 개
동영상 제목은 전부 20××××××로 표기된 날짜와 개, 요리, 침대 하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단어 하나
평균 조회수 100 내외
진짜 우연히 발견하지 않는 이상 찾아들어갈 수가 없는 채널이었음
특이사항이라면
10분 남짓 되는 영상은 자막도 음악도 없는 무편집에 가까운 영상이었는데 시작은 부엌에 청려가 서 있는 옆모습이엇음 아래서 콩이가 꼬리 흔들면서 청려 올려다보고
-자르면 되는 거죠?
그러고 물어보는 거... 목소리 n년이 지났어도 빼박 신청려가 맞아서 영상 보던 티카들 다 혼돈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데 동시에 의문이 생김
-알겠어요, 알아서 해볼게요
여전히 대답도 없고 카메라 흔들림도 없고
그쯤 되면 카메라 너머의 인물이 대답할 만도 한데 대답은 여전히 없었고 뭘 도와주거나 하지도 않고 카메라는 다시 멀어짐 처음의 그 위치에서 다시 한 번 흔들리고 고정된 것처럼 멈추는게, 거치대 같은 곳에 올려놓은 듯했음
청려 카메라 멀어지는 거 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또 짧게 웃는데 그게 티카들도 거의 본 적 없는 달달한 웃음인 거임 뭐야? 대체 뭔데? 카메라 너머에 여친 있어? 그와 동시에 청려 사라진 후 나돌았던 온갖 찌라시(ex. 중국 부잣집 딸이랑 결혼했다)가
그랬다... 이 너튭채널은 뜬금없이 어떤 외국인이 우연히 발견했다가 청려의 미모에 홀려 자기나라 게시판에 존잘남 발견 하는 글을 올렸고
영상이 처음 올라온 날짜는 반 년 전이었고 영상 내용은 대체로 강아지랑 놀거나 침대에 엎드려 카메라에 말걸다가 꾸벅꾸벅 졸거나
아무튼 영상은 순식간에 퍼져서 처음 조회수가 100~1000이었던 게
5분짜리 영상은 밤에 찍은 듯했음 밤하늘이 올려다보이는 테라스였고, 티테이블 위에 한 손 올려 턱 괴고 카메라를 보고 있는 청려 얼굴로 대뜸 시작함
-이것도 찍을 거예요?
하는 얼굴이 진짜 현역일 때보다 평화롭고 좋아 보여서 이상한 감회에 젖는 티카들... 여전히 카메라 너머 상대의 대답은 없는데 청려가 잠깐 텀을 두고는 자세를 고쳐 허리를 세움
-음...너무 오랜만인데
그러더니 그렇게 오래 망설이지도 않고
별보라였음 아직도 영상 속의 남자가 청려가 맞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아우성인 사람들도 있었는데, 내가 신청려 맞소 못 땅땅 박아주는 것처럼 신청려가 쓴 가사의, 누가 들어도 븨틱 신청려의 목소리로 부르는 별보라
청려가 보컬 멤버는 아니지만
근데 신청려... 1절까지만 부르고 노래를 멈춤
-왜 멈춰?
듣기 좋은 남자 목소리였는데, 그 목소리가 튀어나온 순간 티카들 뿐 아니라 영상 보던 모든 사람들이 약간 뇌정지함 어? 일단 카메라 너머 상대 목소리가 나올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것도 있지만 이 목소리가...
영상은 보는 사람들이 뇌정지하든말든 계속 이어졌음
-더 잘하는 사람 앞에서 부르기 민망해서?
-퍽이나...
-이어서 불러줘요 듣고 싶네
약간 황당하다는 듯 바람빠지는 웃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잠깐의 정적, 그리고 진짜로 카메라 너머의 사람이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테스타의 메인보컬 박문대... 솔로 앨범도 여럿 내고 음악예능 단독출연도 여러 번 하면서 이제 국내 가창력 탑 아이돌 이미지를 완전히 굳힌 목소리를
어처구니없이 듣기 좋은 별보라가 끝나고 청려가 정말 기분 좋게 웃고 있는 가운데 끝날 줄 알았던 영상은 조금 더 이어짐
-소장하고 싶어?
-올릴 거예요?
-너만 동의하면 그러려고 했는데
-...귀찮아질 텐데?
-제가 알아서 합니다, 선배님. 그래서 선배님은 동의하시는지?
-나는, 좋아요. 드디어 내 거라고 티낼 수 있겠네.
영상이 끝났음
그리고 이제 한 달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연예계 발칵 뒤집히는 거지
테스타 연차 많이 차서 실제로 문대보다 먼저 공개연애하고 있는 멤버도 있고(차고영과 김래빗 연애중) 팬들도 이제 그래 우리애들 좋은 사람 만난다면 응원할게 하는 분위기가 주류라서 문대의 열애설 자체는 올게 왔다 하고 넘길 수 있는 일이었는데
🐶청려 선배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들어오신 티카 분들도 계시겠지만, 선배님 이야기는 선배님이 직접 하시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저는 오늘 러뷰어와 제 이야기만 해볼까 합니다.
굉장히 차분하고 침착해보이는데 러뷰어 눈엔 긴장한거 보이고 막..
🐶아마 뉴스를 통해 소식 들으셨겠지만, 청려 선배님과.... 예, 그렇게 됐습니다. (쬐끔 민망 머쓱해보임)
말을 얼버무리자
-뭘 못참았는데??
하고 묻는 채팅이 우르르 올라왔지만 박문대는 못 본 것처럼 꿋꿋하게 할 말만 이어감
아무튼 여전히 혼란스러운 채팅창을 두고 박문대는 러뷰어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하는 고백에 문대 열애설에 꽁했던 러뷰어 중 대다수도 마음이 풀려버림 러뷰어들이 그래 내새끼 네가 좋다면 우리도 좋아 사랑해 응원할게 엉엉 하고있는 동안 채팅창은 청려에 대해 묻는 말로 가득찼음
-청려랑 어쩌다가 사귀게 된 건데?
-그동안 청려랑 계속 연락하고 있던 거야?
-청려 오빠한테 반말해요??ㅠㅠ
-언제부터 사귐??
-문대야 진짜 청 서방 좋아하는 거 맞지??ㅠㅠㅠ
-너튜브 계속 올릴 거예요 오빠??
대충 러뷰어한테 할 말도 끝냈고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서,
🐶청려 선배님은... 저도 다시 연락이 닿은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2년 좀 넘었네요. 비 오는 날이었는데..
까지 말해놓고 잠시 멈칫한 문댕댕... 제발 멈추지 말고 뒷내용 말해달라 폭주하는 채팅 보다가 말을 삼킴
'시골에 집을 샀어요. 콩이가 뛰어놀기 좋은 곳인데... 넓고, 조용하고, 경치가 좋아요. 나중에 문대 씨도 초대할게요.'
청려가 사라진 후에, 그 때 좀 더 제대로 대답해줄 걸 그랬나 아주 조금 후회했던 것도
브이틱이 그룹 활동을 멈추던 시기였음 멤버들이 군대를 가면서 레티에서도 븨틱의 뒤를 이을 신인 그룹들이 연달아 데뷔하며 자연스럽게 컴백 텀이 길어지기도 했고,
더 이상 음방에서 마주치기보다는 숙소 앞에서 강아지 산책하며 마주치는 빈도가 더 높고
강강약약인 박문대도 전처럼 청려를 볼 때마다 주먹 불끈 쥐고 열받지 않고 조금 떨떠름하긴 해도 전보다 부드럽고 편한 태도로 청려를 마주보곤 했었음
아마 착각이 아니었다면, 그 때 두 사람의 관계는 꽤 괜찮았음 적어도 신청려가 연락 하나 남기지 않고 잠적했을 때 박문대가 꽤 배신감을 느꼈을 만큼
브이틱 멤버들과는 이전에 이야기가 되어있었던 것 같았음
🌸한동안 쉬고 싶다고 했어요. 후배님도 알겠지만 청려 형이 원래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러더니 채율은 어쩐지 문대한테 미안해하는 듯 조금 눈치 보는 기색으로 조심스럽게 제안했음
🌸형 주소 알려줄까요? 아마 문대 후배님한테 알려주는 거라면 청려 형도 좋아할 텐데...
'나한테 신청려는 뭐지?'
물론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만도 한데, 망령을 쫓는 것 같은 기분만 커져갔음. 박문대는 이제 불현듯 청려를 떠올릴 때면 가슴이 답답해져 참지 못하고 바람을 쐬러 나가곤 했음
그 때마다 문대는 적당히 친분 있는 선배 대하는 정도로 거리를 뒀는데, 그 날은 이상하게 채율을 보는 순간 좀 울컥하는거야
신청려가 잠적한 날짜가 그 즈음이었음
그래서 박문대는 테스타 멤버들이 옆에 있다는 것도 잠시 잊고 채율을 보자마자 붙잡고 다짜고짜 물었음
🌸???
🐶청려....선배님 주소 알고 계시죠?
청려 그새끼라고 말할 뻔한 걸 선배님이라고 순화한 것까지가 박문대의 이성의 한계였음... 그동안 안 듣는다 내가 청려랑 무슨 상관이냐 했던 세월이 무색하게도 거의 반 협박해서 강탈하듯 신청려의 주소를 받아낸 박문대는
집이 비어있을 줄은 몰랐지...
개새끼, 이럴 거면 왜...
일주일도 안 돼서 낯선 전화번호로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지켜질 수 있었던 결심이었는데..........
🔨 안 받을 줄 알았는데.
하고 상대방이 입을 열었음 마치 엊그제도 만났던 사람처럼 여상한 목소리였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태평할 수가 없었음 그게 청려의 목소리라는 걸 깨닫자마자 잠이 확 달아나서 새벽에 벌떡 일어난 문대..
테스타 연차 많이 차서 이제 비활동기에는
🐶 너 뭐야.
해버림 다른 말이 나오질 않았음 신청려 잠적할 때 번호도 다 바꿔버리고 그랬단 말여 문대도 n년 전과는 다른 번호를 쓰고 있었고.... 문대가 채율을 통해 청려 주소를 알아냈던 것처럼
🔨 내 목소리 잊어버린 건 아닐 테고. 화가 났나?
🐶 그럼 몇 년 전에 연락 끊어진 새끼가 새벽에 대뜸 전화를 하는데 안 빡치겠냐?
울컥해서 대꾸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하하, 웃는 소리가 들렸음
🐶 둘 다다, 이 새끼야.
홧김에 그렇게 대꾸하자, 청려 쪽에서는 말이 없었음 조금 당황한 것 같기도 했음
조용해지자, 수화기 너머로는 빗소리 같은 게 희미하게 들려왔음 문대는 창밖을 돌아보고, 밖에 비가
🔨 많이 솔직해졌네요, 후배님.
🐶 뭐?
🔨 잠깐 나와볼래요? 문대 씨 집 앞인데.
하는 황당한 소리에 문대는 반사적으로 다시 창밖을 돌아봄 그리고 좀전에 얼핏 볼 때는 발견 못했지만
제법 빗줄기가 거셌음 우산 하나 들고 문을 열자
🔨 오랜만이에요.
수화기 너머로 듣던 목소리랑은 또 달라 박문대는 문득 마지막으로 만났던 청려를 떠올림 평범하게 산책 중에 만나서 잠깐 까칠한 말을 주고받다가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는 것 같은 기묘한 비현실성에 잠시 아연해졌던 문대는 곧 청려의 뺨을 타고 내리는 빗방울 모양에 번뜩 정신을 차림
청려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일이었음 (..)
무방비하게 있다가 얻어맞은 청려가 윽, 비명을 삼키며 몸을 숙이자 거의 멱살이라도 잡는 태도로 청려의 팔을 붙잡고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옴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청려는 순순히
🔨 와, 집안까지 초대를 해줄 줄은 몰랐는데.
하고 성질을 긁기는 했지만()
박문대는 긁는대로 반응하는 대신 현관에 우두커니 서 잇는 청려에게 커다란 수건 하나를 던지고
🐶 바닥에 물 흘리지 마.
하고 일상적인 경고를 했음 뭐가 재밌는지 청려는 웃음을 터트렸음
물기를 대충 다 닦고 드디어 집 안에 들어오길 허락받은 후(소파는 허락 못 받아서 옆에 스툴에 앉음..), 청려가 첫 마디를 꺼냈음 문대는 가만히 입 다물고 청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 아니.
하고 짧게 부정함
그 집이 맞긴 했나보네.
그런 생각을 하며 박문대는 말없이 머그컵을 들어올림 청려는 제 앞에 놓인 컵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문대만 바라보고 있었음
🔨 어디 갔었는지 안 물어봐요?
🐶 ...알게 뭐야.
청려는 조금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음 그리고는 박문대가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음
🔨 콩이랑 여행을 자주 다녀요. 주로 해외로.
얼굴은 전혀 달라진 바가 없었지만 청려의 내면에선 뭔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았음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문대의 말은 날카롭게 튀어나왔음
🐶 여긴 왜 온 건데?
순리대로 살았다면 늙어 노인이 되어야 하는 나이야 하지만 순리를 박탈당한 채 오랜 세월 시간 속에 갇혀 있던 남자는 늙지도 못한 얼굴로 그저 고요한 무기물처럼 앉아있었음
🔨보고 싶어서.
🐶...뭐?
🔨후배님이 보고 싶어서 왔어요.
아무튼 미친 새끼....
박문대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목 뒤로 삼키며 카메라를 마주보았음
🐶비오는 날 새벽이었는데, 갑자기 찾아오셨어요. 채율 선배님한테 주소를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박문대 말하기 민망하면 그렇게 됐습니다 하고 얼버무리는 거 킹받는데 귀여워
-ㅠㅠㅠ그렇게 된게 뭐냐고ㅠㅠㅠ
-누가 먼저 고백했어? 누가 먼저 고백했어? 누가 먼저 고백했어? 누가 먼저 고백했어?
-재현오빠 옆에 있어요???ㅠㅠㅠ
-아직도 안 믿긴다 엋려랑? 곰머가? 사귄다고?
ㄴ얘네 같이 활동할 때도 사이 좋았다며
ㄴ대외적으로나 그랬지 박곰머 엋려 ㅈㄴ경계하는 거 티났음 셤별 팬들 사이에서 엋려 쎄하다고 즈그 곰머 괴롭히는 거 아니냐고 욕박던 게 엊그제같은데
ㄴ곰이 엋한테? 가능성 有
-댕댕 블루 진짜 좋아하는 거 맞냐ㅠㅠ 댕댕아 엄마 신 서방을 품으면 되는 일이니....??
그 와중에 문대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매우 민망해져서 아주 가벼운 질문 몇 개만 대답하고 이제 라이브를 종료하려고 함
-위튜브 계속 할 거야? (무심코 계속 너튜브라고 썼는데 데한민국에는 너튜브가 아니라 위튜브였네요 이럴수가)
🐶...위튜브는 종종 올릴 거예요. 아무래도 목적했던 게 있으니까, 달성할 때까지는 꾸준히 영상 올려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길지 않았던 덥앱라이브가 끝났음 문댕 한숨 푹 내쉬는데 방문이 달칵 열림
🔨끝났어요?
편한 니트 입고 양손에 머그잔 들고 무슨 일상 컨셉 화보 같은 모양으로 등장하는 청려 보고 식은 눈 되는 박문대
🔨그래요?
아이돌로서의 성공에 집착하던 남자는 이제 그런 데 전혀 흥미가 없는 것처럼 심드렁하게 대꾸하고는 문대 옆에 앉음 자연스럽게 머그컵 받아들고 한숨쉬는 문대
🐶넌 팬들 생각 안 하냐?
🔨해요.
당연하다는 듯 냉큼 돌아오는 말에 얼척 없어짐
🔨오래 했죠. 질릴 만큼.
🐶...그래서 질렸어?
🔨음... 그보다는, 그냥 문대 씨 생각을 더 하고 싶어서 그래요.
웃는 얼굴은 참 곱고 잘생겼는데, 여전히 속을 알 수 없었음
비 오는 날, '후배님이 보고 싶어서 왔어요.'하고 고백하던 청려를 보고 박문대는 매우... 열받았음 이 미친새끼가... 이제와서 보고 싶어서 왔다고? 그런 말을 할 거면 사라지기 전에, 그 때 했었어야지
청려가 사라지기 전 두 사람 사이에 무슨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비어있는 청려의 집 앞에서 한나절을 기다렸던 멍청한 기억과
그리고 박문대는 자신이 화가 난 이유를 문득 깨달아
신청려를, 내가 좋아했구나
공백의 세월은 비바람처럼 청려를 깎아내렸고, 동시에 문대의 마음 속에 덮여있던 어떤 벽 같은 것을 무너트렸음
약점이 생긴 것 같았음
그리고 꼭, 신청려가 그 약점을 잡고 그를 기만하는 것 같았음
아마 그래서 박문대는 오랫동안 그를 좋아하는 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거 같아
이제와서는 다 소용이 없었음 아마 신청려도 박문대의 마음에 대해 다 알고 있는 것 같았어
그 지점이 박문대는 아주...아니꼬왔음
🐶야. 너 내가 만만하냐? 지금 나 갖고 놀아?
🔨후배님.
🐶아니면 시발, 왜 이제와서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데? 내가 쉬워보여?
그리고 청려는 속내를 알 수 없이 깊고 시커먼 물속 같은 눈으로 문대를 바라보았음
🔨그래서 도망쳤다가, 비겁한 순간에야 돌아올 용기가 났네요. 미안해요.
머릿속으로는 '이건 미친짓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멈추지는 않았음 젖은 팔을 붙잡고, 조금 당황한 듯 동그랗게 뜨는 눈을 마주보며, 고개를 기울이고 눈을 감았음
🐶...약한 척하지 마. 안 어울려.
🔨...날 위로하는 후배님도 만만찮게 안 어울려요.
🐶위로하는 거 아니야.
🔨그럼... 내 마음대로 해석해도 되나?
너는 이렇게 되는 게 무서웠던 거구나
나도, 마찬가지로 이걸 두려워하고 있었구나
그렇지만 동시에 우리 둘 다 이런 걸 바라고 있었다
🐶...그러든가.
그리고 다시 빗물에 젖은 입술이 맞부딪혔음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거나 하는 고백은 없었음. 우리 이제 사귀는 거냐는 확인도 없었음. 그런 건 이미 오래 전에, 청려가 사라지기 이전부터, 언어를 거치지 않고도 이미 둘 모두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음.
서로가 인생의 전부는 결코 아니었어 특별하다고 해도 유일할 순 없었음 둘다 그걸 알았기 때문에 감정이 커지는 것을 무의식 중에 경계했었던 거임. 아마 그래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 둘 모두에게.
박문대는 굳이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아내려고 들지 않았음 박문대가 왜 청려에게 먼저 키스했는지 청려가 묻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보통의 연애는 아니었음. 간지러운 말을 속삭이거나,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연락을 주고 받거나, 시간을 들여 데이트를 하거나, 서로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것 같은 일은 없었음.
반 년쯤 지났을 때, 큰세진이 장난스럽게 물어봤음. 박문대는 그 말에 잠시 멈칫했으나, 오랫동안 침묵하지는 않았음. 아주 잠깐의 텀을 두고 박문대는 덤덤하고 담백하게 대답했음.
🐶응.
박문대와 연애, 자체가 상상이 어려운 영역이기도 했지만, 연애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는 박문대, 는 더 이상했음. 같은 숙소에 있다가 그 대화를 들은 차유진과 김래빈도 벌떡 일어나 진짜요?! 하고 목소리를 높였고,
🐹뭐? 박문대가 뭐라고?
🦌무, 무슨 일이야?
🐺연애? 누가?
그러게. 이게 무슨 일일까. 그 녀석과 이런 관계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었고, 그걸 남들 앞에서 공인하게 될 줄도 몰랐는데.
박문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을 열어
🐶 저랑, 신재현이랑요. 연애 같은 걸 해요.
브이틱 청려는 박문대가 감당할 수 없는 존재였음.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런 녀석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서, 삼키기 껄끄럽던 겉껍데기와 삐죽삐죽 날카롭던 군더더기의 감정을 전부 시간에 흘려보내고, 설익은 것 농익은 것 모두 덜어내어 아주 작아지고,
그 비오던 날, 청려는 이미 그런 모양으로 박문대에게 찾아왔던 거였음. 그래서 박문대는 그에게 화를 내거나, 전처럼 경계할 수가 없었음.
그래서 박문대는 제 손 안에 곱게 들어온 청려의 존재를 깨달았을 때 만감이 교차했으나, 그냥 충동에 이끌려 입을 맞추었음.
🐶내가 너무 양심도 없이 꿀꺽 삼켰나.
콩이를 쓰다듬으며 무심코 중얼거린 박문대를 향해 옆에 앉아 있던 청려가 고개를 갸웃했음
🔨뭘?
청려가 박문대의 등 뒤로 팔을 둘러 끌어안았음. 문대는 자연스럽게 그의 몸에 무게를 맡기며
박문대가 신재현의 품 안에 폭 안겨있는 모양이었지만, 실상 상대를 온전히 소유한 것은 신재현이 아니라 박문대였음.
그 사실이 더없이 만족스러운 동시에 희미하게,
아마 그래서, 카메라를 들었던 것 같아.
찰칵, 소리에 신재현이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했음. 박문대는 그 모습까지도 야무지게 카메라에 찰칵찰칵 담으며 무심하게 대꾸했음.
🐶그냥. 취미생활.
콩이와 함께 앞서가던 신재현이 아, 하고 감탄사를 흘렸음.
🔨사진 찍는 거 좋아했었지.
🐶어.
신재현이 걸음을 멈추고 문대를 기다렸음. 박문대는 조금 더 가까이서 유순한 얼굴로 저를 보고 있는 신재현의 얼굴을 몇 장 더 찍고 손을 내려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바라보았음. 박문대의 실력이 녹슬지도 않았고
🐶혼자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흐음.
🔨남 보여주기 아깝지는 않고?
🐶뭐래.
🔨난 아까워요.
🐶왜?
🔨문대 씨가 싫어하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
신재현의 소유욕 표시를 박문대가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였음. 그리고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신재현이 박문대에게 소유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그들의 관계를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음.
다시 한 번 카메라를 들어올리며 박문대가 물었음.
🔨아뇨. 딱히. 별 생각 없어요.
🐶인터넷에 올려도?
🔨올리려고요?
🐶네가 싫다면 안 해.
그건 진심이었음. 박문대라고 신재현이 싫어하는 걸 하고 싶은 건 아니야. 아무리 통제광 기질이 있다고 해도 상대를 멋대로 휘두르는 게 사랑이 아니라는 것쯤은 충분히 알아.
🔨상관없어요. 문대 씨가 원하는대로 해요.
🔨난 문대 씨 거니까.
영상을 본 신재현이 고개를 갸웃했음.
🔨누구 보라고 올렸다기엔 너무 재미없는 영상인데.
채널 이름도, 영상 제목도, 영상 내용도 심심하고 몰개성적이기 짝이 없었음.
🐶딱히 누구 보라고 올린 건 아니라서.
🔨그런 거라면 굳이 위튜브 채널까지 만들 필요는 없었던 거 아니에요?
별로 싫은 기색은 아니었고, 그냥 궁금해서 묻는다는 투였음.
🐶……나도 잘 모르겠다. 누구 보여주고 싶은 건지, 아무도 못 보게 숨겨두고 싶은 건지. 그래서 시험해보려고. 이 재미없는 영상을
🔨아무도 안 보면요?
🐶그건 그것대로 좋고. 남 보여주기 아까운 마음이 없진 않으니까.
신재현이 웃음을 터트렸음.
🐶뒤집개로 뺨 맞기 전에 치워라.
🔨그렇게 귀여운 말을 해놓고?
🐶(어이 x)
🔨문대 씨. 내가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어디로 돌아가는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박문대는 알아들었음. 뭐라고 대답할까. 잠깐 망설였으나 대답은 또렷한 목소리로 흘러나왔음.
🐶나는, 네가 좋아하는 걸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
🔨난 지금이 좋은데.
하지만, 그게 전부일 리가.
그래도 만약 신재현이 제 속을 들추는 것을 진심으로 원하지 않는다면, 하는 마음으로 박문대는 한 번 더 되물어보았음.
🐶영상 올리는 건 그만둘까?
🔨문대 씨 마음대로 해요. 전에도 말했지만, 난 문대 씨 거예요.
🐶왜 그렇게 나한테 네 목줄을 쥐어주지 못해서 안달이야?
🔨그렇게 보여요?
빙긋 웃는 얼굴로 신재현이 몸을 일으킴.
🔨정말로 내가 좋아서 그래요. 문대 씨한테 예쁨 받는 게 좋아서. 그러니까, 날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면 그냥 손에 두고 예뻐해줘요. 그걸로 충분하니까.
정말 남들이 찾아 보라고 올린 영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회수는 느리게 올랐음. 한 달만에 두 번째 영상을 올릴 때까지 첫 번째 영상의 조회수가 10도 되지 않았으니까. 아마 그 중에서도 5분짜리 영상을 끝까지 본 사람은 없을 거라고 박문대는 거의 확신했음.
🐶다음부턴 아예 영상 찍을 때 아무 말도 안 하려고.
🔨열애설 나기 싫어서?
신재현이 웃으며 말했음. 뼈 있는 말로 들을 수도 있었는데, 박문대는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음.
🐶내가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건 그냥 너라서.
진짜로, 그랬었는데……
그랬음…… 영상을 찍어 올리면서도 박문대는 자신의 존재를 누군가 궁금해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음.
알콩달콩 신혼부부인 것처럼 요리, 산책, 휴식, 이런 컨셉을 찍어놓고? 컨셉이 아니라 그냥 일상이었는데…!
청려가 그렇게 꿀 떨어지는 얼굴로 쳐다보는데도? 그거야… 요즘 항상 저런 눈을 하고 있으니까…!
누구의 것도 아닌 '신재현'이라는 사람을 찍으려고 생각했던 거지, 그게 '남의 꺼인 신재현'으로 보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본 박문대는…… 좀 열이 받았음. 사실 많이 열받았음. 채널이 발견되고 청려의 근황이 뉴스로 뜰 무렵
🦌문대야, 괜찮아……?
🐻그거 어차피 네가 찍어 올린거라면서? 왜 그렇게 화가 나 있어?
선아현의 울망울망 어여쁜 얼굴을 보고 약간 기분이 나아진() 박문대는 뒷목을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음.
🐶내가 잘못 판단했어.
🐻뭘?
그 즈음 테스타 멤버들은 엋문의 관계를 우려하는 걸 대충 그만두고 그래, 문대가 좋다면야…… 하고 마음을 바꾼지 오래됐음.
그리고 그게 혹시 박문대 자신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더 화가 났음. 복합적인 이유였음.
그러니까, 박문대는, 여전히 욕심이 많아서.
기어이 뒤로 물러난 신재현에게 VTIC 청려라는 이름을 되돌려주고 싶어서.
🐶그 자식을 집 밖으로 끌어내고 싶어서 시작했어. 위튜브. 대중에 노출되고 다시 VTIC 청려의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신재현도 멍청하게 굴지 않을 것 같아서.
박문대답지 않게 상당히 소극적이기는 했음.
🐻그런데 그게 그 선배님의 선택이면 아무리 사귀는 사이여도 억지로 무대에 다시 끌어낼 수는 없는 거 아닐까?
큰세진의 말에 문대는 코웃음을 쳤음. 박문대를 지극히 사랑해서 그저 박문대가 곁에 있기만 하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무대에 선 박문대는 쳐다보지도 않고, 과거 현역으로 함께 활동하던 시절의 흔적도 돌아보지도 않아.
🦌그러면 문대는…… 어떻게 하고 싶어?
선아현이 조심스럽게 물었음.
🐶집 밖으로 끌어낼 땐 끌어내더라도, 내 거라는 딱지는 붙이고 끌어내야겠어.
🐻문대문대, 그거 공개연애 선언이야? 아, 물론 우리 연차에 공개연애쯤은 별 흠도 아니긴 하니까 상관없는데, 의외라서.
좋아하나봐, 하는 말은 속으로 삼켰음. 당사자한테도 아직 대놓고 한 적 없는 말을 친구에게 먼저 할 수는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