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무1팀으로 학생 퇴마사들 보고픔 대충 세광고 소속 고전민속의 탐구와 이해 라는 개노잼 이름의 동아리인데 사실은 세광시에...

@91_pewang
슈안@91_pe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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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1팀으로
학생 퇴마사들 보고픔

대충 세광고 소속 고전민속의 탐구와 이해 라는 개노잼 이름의 동아리인데
사실은 세광시에 숨어있는 괴담이나 삿된 것들은 퇴치하는 퇴마사들 집단임.

동아리 부장 최요원.
동아리 부원 류재관, 김솔음, 백사헌임
(백사헌 김솔음 따라 들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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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원은 명맥있는 퇴마가문출신,
류재관은 어떤 일을 계기로 최요원가문에 후원을 받아 퇴마사가 됨.

김솔음은 평범한 집 출신인데 영안도 열려있고, 기가 맑고서 영물에게 사랑받는 체질.

백사헌은 김솔음의 소꿉친구로 저주사 가문 출신. 지금은 누나랑 도망나와서 같이 둘이 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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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음과 백사헌이 오늘 세광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입학 첫 날부터,

"야, 백사헌. 저거 계속 따라오잖아!"
"x발. 입다물고 뛰어!"

괴담에게 쫓기고 있다.

두 사람은 영안이 열렸기에 귀신이나 괴담을 볼 수 있었다.

근데 그럼 뭐해.

둘 다 특별히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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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헌은 뒤를 돌아 자신들을 쫒아오는 존재를 확인했다.

미친, 저게 뭐야.

돼지머리를 단 기괴한 무언가가 네발로 복도를 벽에 달라붙어 다가온다. 돼지의 눈알은 자신이 아닌 김솔음을 향해있다.

김솔음의 맑은 기에 홀린 존재.

이번에도 원인은 김솔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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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역시 김솔음이 같이 있는 게 아니었어!

8년 전, 저 녀석의 기가 비정상적으로 맑다는 걸 알았을 때 뒤도 돌아보지 말고 멀어졌어야 했다.

그러나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망갈 기회는 많았고, 그것을 버티고 버틴 것이 백사헌 자신이다.

"김솔음, 빨리 인형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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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누굴 원망할 수 있겠는가.

백사헌은 김솔음에게 빨리 인형을 꺼내라고 다그쳤다. 늘 가슴쪽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그 분홍 토끼인형을,

.....?

".....브라운 어디갔어?"

김솔음의 주머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입술을 꽉 깨물고 답한다.

"집에...."
"....."

지이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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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이라고 한 건가?

백사헌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걸 왜 집에 두고 와?!"
"그건, 백사헌 네가 아침에 재촉해서...!"

백사헌과 김솔음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어 예전부터 등하교를 함께했다.

"악!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무슨 불행인지 오늘 늦잠을 잔 김솔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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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헌의 빨리 나오라은 닦달에 브라운을 두고 온 것이다.

미치겠네!

그 인형은 김솔음을 무척 좋아해, 쫓기는 우리를 숨겨주었다.

물론 브라운은

[오, 이런. 저 범상하기 그지 없는 작자까지 챙겨야한다니. 친구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입니다!]

라고 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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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늘 구해줬었다.

백사헌은 브라운이 없다는 사실에 머릿속에 생각나는 존재들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럼 그 용인형은?"
"용용이? 지금 일하고 있어서 안돼."
"여우는?"
"상담 선생님도,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상담이 있으시다고 했어."

미친. 하나같이 도움이 안되네!

이러다 진짜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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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쓰고 싶지 않지만.... 그 방법을 써야하나?

갈등이 심해진 그때,

백사헌의 눈에 들어온 한 교실이 있었다

[고전민속의 탐구와 이해]
동아리 가입 희망자 환영!

이라는 문구가 적힌 교실.

저기....

사헌이는 그대로 김솔음의 손을 낚아채 이상한 동아리실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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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헌, 어디가!"
"나도 모르니까, 넘어지지 말고 따라오기나 해!"

너 넘어지면 진짜 버리고 갈거야!
러고 소리쳤지만,
정말 넘어지면 업고라도 뛸 놈이었다.

그렇게 목구멍이 찢어져라 뛴 두 사람은.

-탁.

"어라, 너희 누구야?"

허억...허어...
숨을 몰아쉬며 동아리실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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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살았다!

백사헌은 살았다며 안도했고, 상황파악이 될 된 김솔음은 그 돼지머리가 여기까지 쫓아올까봐 걱정했다.

여기 사람이 있는데... 휘말리면 죄송하지 않은가.

"백사헌, 여기서 나가자."
"미쳤냐?"

백사헌이 기겁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그러나 김솔음은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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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있잖아...."

김솔음은 눈짓으로 저 사람이 휘말리면 어떻게 하냐고 말한다.

"아니, 지금 나가면 우리가 죽는데?"
"안 죽어."
"죽어! 죽는다고!"

답답함에 가슴을 내리치며 말한다.

"안 죽는다니까, 위험해지면 브라운 부를게."
".......인형 집에 있다며."
"인형이 없어도 부를 수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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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할 말이 많아 어디서부터 말해야할지 고민한다.

".........브라운은 인형을 통해서만 부르자고 했잖아."

너 그 토끼인형한테 무슨 짓을 당한지 까먹었어? 바보야?

백사헌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간담이 서늘했다.

"괜찮아. 브라운 착해."
"퍽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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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토끼인형한테 홀린거 아닌가 몰라.
시간 나면 굿 한번 받으라고 해야지.

두사람의 실랑이가 끝나지 않자

"저기,애들아 여기 사람있다?"

동아실에 있던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

그제서야 실랑이를 멈추고 그 사람을 바라본다.

갈색머리에 호쾌한 인상, 목에 자리한 사납고 거친 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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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나가겠습니다."
"....! 안 나갈거야!"
"백사헌, 말 좀 들어!"

또 다시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그걸 지켜보던 갈색머리 남자가 둘을 말렸다.

"워워. 그만 싸우고, 있고 싶은 만큼 있어도 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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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음이 불안해하며 눈치를 봤다. 그런 솔음의 어깨를 토닥이며 남자가 말했다.

"밖은 위험하니까 여기 있자."
".....네?"

밖이 위험하다니...그걸 어떻게?

지금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

"아. 끝났다."

동아리실 문이 열리고

"재관이~ 잘 끝내고 왔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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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의 남자가 들어온다.

한 손에는 노란 부적을, 다른 한손에는...

돼지머리!

자신들을 쫓아오던 그 돼지머리였다.
그것에 경악하고 있는데 파란 눈을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저 분들은...."
"아, 여기로 대피해 온 학생들이야."

파란눈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두 사람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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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2학년 류재관입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1학년 김솔음."

솔음이가 백사헌의 어깨를 툭 친다.

"........백사헌 입니다."

류재관이 두 사람을 살피고는 대뜸 묻는다.

"이 동아리실을 어떻게 들어오셨습니까?"

....어떻게 들어왔냐니, 당연히 문으로 들어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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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 아주 잘 열리던데...

김솔음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한다.

"문으로 들어왔습니다."
"두 분 모두 동아리실이 보였습니까?'
"....?"

저게 무슨 의미일까.
멀쩡하게 있는 교실이 보였냐니...

김솔음은 당황스러워했고, 백사헌은 귀찮아 하며 입을 열었다.

"제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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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헌은 김솔음을 뒤로 숨기듯 나서며 말을 이었다.

"이 동아리실을 발견한 건 접니다. 쫓기고 있는 중이라 급하게 일행을 끌고 들어왔습니다."
"....당신은 눈이 좋은편이시군요."
"네, 뭐. 그런 편입니다."

심드렁하게 답하고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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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김솔음에게 흉터있는 남자가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 나는 3학년 최요원이야."
"...!"

갑자기 말을 걸어온 최요원때문에 김솔음이 화들짝 놀랐다.

"아이고, 나 때문에 놀랐어? 미안해~"
"괘...괜찮습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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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원이 김솔음을 천천히 살펴보고는

"너도 보이는 쪽이구나?"
"네?"
"솔음이랑 사헌이, 너희 둘 다 귀신보지?"
"그걸 어떻게...?"

동그래진 눈으로 묻자 천천히 설명해준다.

"이 동아리실은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그 말을 한 최요원이 동아리실 문 위쪽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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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부적보이지?"
"네."
"저건 이 동아리를 숨겨주는 부적이야."

일종의 가림막이라고 보면 돼.
이 동아리의 존재를 흐릿하게 만들어주고, 삿된 것들은 들어오지 못하는 해주거든.

"참고로 재관이 부적이라 효과는 확실해!"

최요원이 류재관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뭐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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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재관이가 부적이나 경문쪽에 대한거라면 가문에서도 한 손 안에 드는 인재,

"....최요원님, 거기까지만 하십시오."
"그럴까?"

최요원이 재밌다는 듯 실실 웃으며 화제를 돌린다.

"한마디로 이 부적이 있으면 사람도 삿된 것도 쉽게 들어오지는 못한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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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희는 보이는 쪽이라 들어올 수 있었단다는 말인가요?"

흠~

"원래라면, 보이는 쪽이라도 이 동아리실을 찾긴 힘들어."

푸른 동공이 백사헌을 향한다.

"눈이 특별하게 좋은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치, 사헌아?"
".....예."

최요원은 뭔가를 알고있는 듯 의미심정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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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았던거지."

김솔음은 모든 이야기를 듣고 같은 생각을 했다. 정말 운이 좋았다.

여기를 찾지 못했다면 아마 브라운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해야 했을 것이다.
그럼....

또 끌려갔을지도 모르지.

백사헌에게는 괜찮다고 했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그 방법을 최대한 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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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김솔음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혹시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그럼. 뭐가 궁금한데?"

손가락이 류재관에게 향한다.
재관의 손에 들려있는 돼지머리에게.

"저건 죽은걸까요...?"

죽었다는 표현에 최요원과 류재관이 묘한 표정으로 변했다.

"죽었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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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는 표현보자는 퇴마했다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애초에 저 존재를 살아있다고 정의하기도 애매한 일이잖아.

영물과 친한 김솔음이야 저 존재들이 살아있는 친구들로 보일지 몰라도 퇴마사의 견해는 조금 달랐다.

"인간을 공격하는 삿된 것들을 그대로 둘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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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맞는 말이다.

"솔음아, 인간을 공격하는 존재들은 대부분이 이미 인간의 맛을 아는 놈들이야."
"그 말은,"
"인간을 먹은거지."
"....."

한번이라도 인간의 맛을 본 존재들은 위험해.

어느정도의 이성과 지성이 없다면, 자신의 충동을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인간을 잡아먹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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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원의 설명에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김솔음은 구석에서 뚱한 표정을 하고 있던 백사헌을 끌고 와 말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음이 옆의 친구 머리도 눌러 두 사람 모두 고개를 숙여 감사를 전했다.

".....제가 해야할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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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순수한 감사에 류재관이 멋쩍게 목을 쓸었다.

"재관아, 이럴 때는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하면 돼."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옳지!"

두 사람의 격없는 모습이 김솔음이 웃음을 터뜨린다. 최요원은 그런 솔음이가 마음에 들어 한가지 제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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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둘 우리 동아리에 들어오지 않을래?"
"동아리요?"
"응. 퇴마 동아리."

자신감 넘치는 짙은 미소가 보인다.

백사헌은 벌써 질린 눈으로 하고 거부의사를 밝혔다. 그런 귀찮은 동아리 절대 안,

"저 할래요!"
"?!"

녹색 눈동자가 빠르게 김솔음을 향한다.

"뭘 한다고?"

제정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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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동아리 들어가려고."
"....지금 장난해?"

백사헌의 표정이 구겨진다.

"안 그래도 매일 이상한 것들한테 쫓기면서, 이제는 아예 먼저 찾아가시겠다? 진짜 멍청한 것도 정도가 있지!"
"....."

평소였다면 화를 냈겠지만...

"백사헌, 진정해."

그의 표정을 보니 화를 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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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듯 깨문 입술과 손목을 꽉 잡고 있는 손. 두려움인지 분노인지 모를 감정들이 뒤섞인 눈동자가 김솔음을 바라보고있다.

"아무 생각없이 한다고 한 거 아니야."
"그럼 뭔 생각인데? 네 잘난 친구들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괜찮을거 같아? 내가 그것들 적당히 믿으라고,"
"응. 네 말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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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하니까, 하려는 거야."
"....."
"친구들의 도움 없이도 몸을 지킬 수단이 필요해서 하는거야."

백사헌은 아무 말도 없이 김솔음의 말을 들었다. 그가 진정된 것을 확인한 후 최요원을 보며 말했다.

"최요원님."
"응?"
"동아리에 들어가면 퇴마하는 방법 알려주시는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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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원이 백사헌을 힐끔 보고는 답한다.

"알려주고 말고. 기본적인 것부터, 너희의 재능에 따라 더 알려줄 수 도 있지."
"답변 감사합니다."

확답을 받은 김솔음이 다시 백사헌을 바라본다. 뭐가 그리 불만인지 불퉁한 얼굴이 보였다.

"들었지?"
"...."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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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는 물렁한 주제에 꼭 저렇게 의견을 굽히지 않을 때가 있었다. 저 올곧은 눈을 보면 하려던 말도 목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기분이 든다.

진짜 짜증나....

백사헌은 결국 항복을 외쳤다.

"네 맘대로 해..."
"응. 내 맘대로 할게."

자신이 이길 것을 안 김솔음이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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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는 김솔음과 백사헌 모두 동아리에 들어오기로 했다.

"나 혼자 해도 되는데."
".....너 어차피 내가 들어올 거 알고 있었잖아."
"음, 사실 맞아."
"...................김솔음 진짜 짜증나."

내가 들어오는데 백사헌 네가 안 들어올리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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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도 거칠고, 인성도 좋다고 말하기는 힘든 놈이지만...

자기 사람은 정말 끔찍이 챙겼다.

자기 사람이라 해봐야, 나와 자신의 누나밖에 없지만 그러기에 더 챙기는 것을 알고있다.

"고맙다."
"........알면 잘해."

잘할거야.
네가 나 때문에 죽는 건 보기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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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음이 동아리에 들어온 것은 자신을 지킬 수단과 백사헌을 지킬 수단이 필요해서였다.

"이야~ 부원이 2명이나 늘었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립니다."

1학년 입학실 날, 세광고등학교 퇴마 동아리의 부원은 4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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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원이 늘어나고 제일 처음 한 일은,

"두 사람은 퇴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어.....귀신을 퇴치한다?"
"이상한 존재들을 잡는다."

음!

무척이나 일반인들이 할 이야기였다.
최요원은 두 사람이 이쪽 일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쩌면 모르는 척 하는 걸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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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디부터 설명을 해야할까나?

최요원은 고민을 하다가 기초적인 지식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먼저 영력과 기운에 대해 설명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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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설명을 마친 최요원이 묻는다.

"여기까지 궁금한 거 있는 사람~"

김솔음이 손을 들고,

"그럼 제가 신비한 존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기운이 맑아서 인가요?"
"아마도? 솔음이는 기운이 좋긴 해."

그 말에 눈이 반짝인다.

"최요원님은 기운을 보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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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나도 기운을 볼 수는 없어. 그냥 기운이 좋다 나쁘다 정도만 느끼는 정도?"

영력이 높은 경우, 좋고 나쁨의 느낌 정도는 알 수 있다고 한다. 솔음은 최요원의 대답에 작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운이 맑다는 게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는데...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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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궁금해?"

백사헌이 살짝 뚱한 표정을 하고는 작게 물어본다.

"응, 좀 궁금해."

김솔음의 흥미넘쳐보이는 대답에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별 쓸데없는 걸 궁금해 하고 날리야."
"....."

넌 왜 갑자기 시비걸고 날리야?

라는 말이 튀어나올뻔 했으나 주변에 사람이 있기에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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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눈으로 마음을 전하니 백사헌이 입을 다물고 조용해진다.

....역시 자신이 동아리에 들어온게 마음에 안 들었나?

원래도 틱틱거리고 귀찮은 놈이긴 했지만 이정도로 하나하나 시비를 걸진 않았다.
지금도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대놓고 심드렁한 표정을 하고있었다.

신경쓰이게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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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원이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웃었다.

"기운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드물긴해도 찾아보면 의외로 가까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의 시선이 노골적일 정도로 백사헌에게 집중되었다. 김솔음이 설마하는 마음을 품었을 쯤 최요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치, 사헌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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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헌은 거슬린다는 듯 최요원을 흘겨본다.

"제가 뭐요."
"어라, 사헌이 너는 기운을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
"혹시 비밀이었나?"

최요원의 숨기는 줄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저 인간 다 알면서 일부러 저러는거 같은데.

하....짜증나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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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망할 동아리도, 저 최요원인가 하는 인간도, 퇴마사에게 흥미를 가지는 김솔음도

전부, 전부 마음에 안 들어 죽겠다.

....하.

백사헌은 숨기길 포기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제가 보는 게 기운이라는 건지 몰랐어요."
"그래?"
"네. 그래요."

그러니까 그만 물어봐.
51
"저는 다 보이는 줄 알았죠. 애초에 영력이니, 기운인지 하는 걸 제가 어떻게 구분해요? 그쪽은 고여있는 물을 보면 생수인지, 바닷물인지 구분 할 수 있어요? 평범한 사람한테 바라는 것도 참 많으시네요."
"....."

침묵이 흐르고

뭐, 어쩌라고.

백사헌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52
김솔음은 백사헌을 향해 조용히 다가가...

"악!"

옆구리에 손을 찔러 넣었다.

옆구리를 찔린 백사헌이 허리를 숙이자 그대로 머리를 눌러버리고는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죄송합니다. 얘가 음.... 낯가림이 있어서요."

원치 않는 사과를 하게된 백사헌은 여전히 뭐라고 궁시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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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낯을 가려."
"...."

그래. 넌 낯을 가리는게 아니라 그냥 사람을 가리는거지....

김솔음은 슬슬 적당히 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백사헌의 투덜거림이야 받아줄 수 있지만, 두 분에게 실례잖아.

그것을 눈치 챈 백사헌이 입을 꾹 다물었다.

이제야 조용하네.

동아리실 안에 조용해지고,
54
".....너희 정말 친하구나?"

최요원이 조금 놀란 듯 묻는다.
이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네. 소꿉친구라서 그런가 봐요."
"흐음..."

그가 뭔가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도 잠시, 최요원은 능숙하게 화제를 돌렸다.

"뭐, 일단 기본적인 건 이정도 알아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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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가 본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마침 짝수잖아?"
"네."
"그래서, 나랑 재관이가 돌아가면서 멘토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

류재관의 시선이 최요원에게 향한다.
자신은 이런 이야기 처음들었다는 표정이다.
압박이 느껴지는 시선에 최요원이 너스레를 떨며 재관이를 불렀다.
56
"재관아, 너 정도 짬이면 충분히 가능해."
"....."
"내가 가르쳐준 거 다 기억하지?"
"....네."

자신이 직접 가르친 후배를 바라보며 대견하다는 듯 웃는다.

"그래. 재관이라면 할 수 있어."

결국 한숨을 쉬고

"해보겠습니다."

최요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57
"멘토는 1달 간격으로 교체할거야."

두 멘티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랑 재관이는 퇴마 스타일이 다른 편이라 적성에 맞는 방법을 찾자는 의미기도 해."
"적성이요?"
"응, 퇴마할 때는 무기나 부적, 저주, 봉인 같이 여러 방법으로 할 수 있어. 가장 적성에 맞는 방벚을 찾아 수련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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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생각보다 더 다양하네.

김솔음은 최요원의 설명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고, 백사헌은 하품을 쉬었다.

"그럼 바로 각자의 담당 선생님을 발표합니다!"

박수~ 하는 가벼운 호응을 유도했으나 무시당했다. 그나마 김솔음만이 작게 박수를 쳐준다.

참 착하고 순한 아이다.
59
"김솔음의 담당 선생님은 재관이!"
"재관 선배,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야, 훈훈하네.

최요원은 두 사람의 훈훈한 모습을 보며 백사헌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참 훈훈하고 보기 좋다."
"아 뭐야, 떨어져요."

백사헌이 질색하며 팔을 쳐내버린다.
60
최요원은 그 반응을 은근 즐기며 다시 어깨동무를 시도했다. 그리고 작게 속삭인다.

"그러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뭔데요."

뭔가 중요한 이야기인가 하고 귀를 기울이자,

"지산가문 도련님이 왜 여기 있을까?"
"......."
"거긴 폐쇄적이기로 유명할텐데."
"...............네가."
61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귀찮음만 가득했던 눈에 살벌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최요원은 번들거리는 녹빛 눈동자를 보고 확신했다.

역시 지산가문 사람이었어.

이제 확인할 건 확인했으니 물러날 차례다.

"여기서 더 이야기해도 되겠어?"

백사헌에게 말을 건네면서 시선은 다른 곳을 향했다.
62
류재관과 대화를 하고 있는 김솔음.

김솔음이 있는 곳에서 네 가문 이야기를 해도 괜찮아?

라는 의미한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

x발.

처음부터 이 동아리실에 들어오는 게 아니었어!

이미 후회하기에는 늦은 것을 알면서도, 후회가 된다.
63
차라리 동아리실에 들어오지말고, 뱀을 불렀다면....

"하...."

그래,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더 후회해봐야 변하는 건 없었다. 지금은 최요원의 입을 막은 것이 급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요원은 백사헌의 가문을 김솔음에게 말할 생각은 없어보인다.

약점을 쥐고 있으려는 건가.
64
이래서 퇴마사놈들은...

겉으로는 사람 좋은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능구렁이 한마리씩은 기르는 종속들 같으니.

"조용한 곳에서 둘이 이야기하시죠."
"음, 글쎄~"
"...."

최요원은 이때다 싶어 백사헌을 놀리기 시작했다.

"착한후배 부탁이라면 들어줄지도?"
".........부탁합니다,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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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저렇게 말해봐야 웃길 뿐이다. 최요원은 웃음을 참지 않고 깔깔 웃었다.

'이 인간 성격이 좀....'

백사헌은 최요원의 성격이 썩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웃을만큼 웃은 최요원이 사헌의 등을 두드리며 대답했다.

"아, 재밌었다! 착한 후배님 부탁인데 들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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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을 한껏 찌푸린 백사헌이 더이상 대화하기 싫어 자리를 피한다. 떠나기 전 잠시 멈춰서고는 뒤돌아

"....약속 지켜요."

하고 말했다.

최요원은 웃으며 걱정 말라고 손을 흔든다.

.....믿어도 되는건가.

고민해봐야 답은 나오지 않기에 한숨을 뱉고 그대로 김솔음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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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음, 언제까지 있을거야. 빨리 집 가자고."
"아, 벌써 시간이."

시계를 확인한 김솔음이 백사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가방을 챙긴다.

"저희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고!"
"조심히 가십시오."

두 사람은 선배들의 배웅을 받으며 동아리실을 나섰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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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백사헌."

기분이 나빠보이는 백사헌의 옆으로가 어깨를 툭 쳤다. 서로의 어깨가 닿았다 떨어진다.

"......뭐."

쀼루퉁한 입술을 대답을 뱉는다.

평소에는 어느 정도라고 표정을 숨기는 놈이 김솔음의 옆에만 있으면 대놓고 티를 낸다.

마치 알아달라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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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숨길 필요가 없는건가?

뭐가 되었든 상대방을 믿는다는 증거처럼 느껴지기에, 김솔음은 저 틱틱거림을 싫어하지 않았다.

"왜 또 기분이 안 좋아진거야?"
".......뭐가."
"너 최요원님이랑 대화하고 기분 나빠졌잖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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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헌은 자신에 대하 다 아는 척 하지 말라며 얼굴을 찌푸린다.

"......"

저런 모습이 싫지는 않다.

그저 너무나 귀찮을 뿐,

"그럼 기분 좋아?"
"......"

너도 양심이 있다면 그 뚱한 얼굴로 기분 좋다고는 못 하겠지.
김솔음이 어디 한번 대답해보라는 눈빛을 보냈다.

".....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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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고?"
"어, 기분 좋은니까 그만 좀 물어보라고!"

빽 소리를 치고 앞으로 뛰어가는 백사헌을 보며 솔음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와! 쟤 좀 봐라!

자기 분에 못 이겨서 소리치고 가버리는 버릇은 고쳐지지가 않는다.

"야, 백사헌 거기 안 서?"
"내가 개냐? 네가 서라면 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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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뭐!"

유치한 말싸움을 하다보니 집 앞까지 도착해버렸다. 입을 쭉 내밀고는 집으로 들어가버리려는데,

"백사헌."
"....."

김솔음이 사헌의 손목을 붙잡는다.

"뭐."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없어."

있어도 말 할 수 없다. 김솔음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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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문에 대해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 곳 알아서 좋은 게 없다. 자신이 거기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

"진짜 없으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고."

말해줄 생각이 없다는 걸 안 김솔음이 한숨을 뱉는다.

"나중에라도 무슨 일 생기면 말해줘."
".....알았어."

말 안할거야.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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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이야기는 찝찝함을 남기고 끝나버렸다.

시간이 흐르고 다음날,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배워볼까?"

수업을 마친 네사람은 동아실에 모여 퇴마에 대한 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 전에 두 분에게 표식을 남겨야합니다."

류재관은 작은 붓하나를 들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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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끝머리에는 푸른 먹이 물어져있다.
저런 색도 있구나.하고 신기한 눈으로 보고있는데,

.....?

자세히 보니 검은 먹에 푸른 무언가가 일렁거리고 있다.

"선배. 그 먹, 색깔이 조금 특이하네요."
"네. 영력을 담은 먹입니다."

지금 눈에 보이는 푸른 빛이 제 영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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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력은 사람마다 색도 느낌도 다릅니다. 제 영력의 경우 진한 파란빛이고, 최요원님은 밝은 푸른빛입니다.

영력을 느끼는 것에 익숙해지시면, 누구의 것인지 구분도 가능해지실겁니다.

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그럼 저도 영력이 있나요?"

기대가 담긴 초롱초롱한 눈이 깜빡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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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솔음씨와 사헌씨는 확실히 영력이 있으십니다."

기이한 존재들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류재관은 처음 줄 내용이 영력을 다루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야기를 다시 돌아와,

"제 영력을 담은 먹으로 여러분들께 표식을 남기면 동아리실로 들어오시기 편해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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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통행권이라고 보면 돼."

최요원은 자신의 손목 안 쪽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곳에는 푸른 먹으로 적힌 허락할 허(許) 한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제가 영력을 거두면 잘 지워지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재관은 고개를 끄덕인 두 사람의 손목에 조심스럽게 한자를 적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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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 살을 스치는 감각이 이상하다.
간질거리면서도 닿은 부분이 따끔거렸다.

불쾌하다기 보다는 신기한 감각을 느끼고 있으니 글자를 새기는 것은 금방 끝이났다.

"다 됐습니다."

김솔음과 백사헌의 손목 안 쪽에도 허락할 허(許)의 한자가 새겨졌다.

"이게 있으면 동아리실이 잘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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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음이 자신의 손목에 새겨진 한자를 더듬으며 묻자 최요원이 입을 열었다.

"잘 보이는 정도가 아니야."
"...?"

최요원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 김솔음과 백사헌에게 직접 보는 것이 빠르다며 동아리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는 근처 교실 문 앞에 서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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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받은 존재가 들어갑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뱉은 최요원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앞장 선다.

"자, 이제 들어가자."
"과학실에는 왜...?"

세 명이 서 있는 교실 표찰에는 분명하게 [과학실]이라고 적혀있었다.

"들어가보면 알아!"

이끌리는 손길에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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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습니까?"
"....재관선배?"
"네."

문 너머는 과학실이 아닌 동아리실이었다.

류재관은 동아리실 소파에 앉아 깜짝놀라 눈이 커다래진 김솔음을 보며 웃었다.

"그 표식이 있으면, 어떤 문에서든 동아리실로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그런 게 가능해요?"
"네. 부적에 담긴 영력과 표식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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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력이 같으면 가능합니다."

류재관은 동아리실에 있는 부적 자체가 그런 용도를 포함한 부적이라고 말해주었다. 이야기를 듣던 최요원이 반응이 없는 백사헌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재관이는 간단한 일 처럼 말하고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쫌, 붙지 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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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붙는 최요원을 기겁하며 떨어뜨리려고 하자 오히려 더 찰싹 달라붙는다.

"에이, 후배님 쑥스러워 하지 말고."
"쑥스러운게 아니라 싫으거라고요!"

떨어져! 떨어지라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백사헌을 붙잡고 있던 사람이

"그렇게 싫어? 그럼 어쩔 수 없지."

갑자기 미련없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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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볼 일이 끝났다는 듯 유유히 거리를 벌리는 것이... 참 뭐랄까.

김솔음이 보기에도 좀 참 자유로운 사람 같았다.

"그럼 최요원님도 하실 줄 아시나요?"

분위기도 풀 겸 질문를 던진다.
사실 정말 궁금한게 더 크긴 하지만 뭐 어떤가!

그 질문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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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할 줄은 알지?"
"뭐야, 잘하지는 못하나 보죠?"

최요원의 애매한 대답에 구석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사헌이 바로 시비를 걸어온다.

그 말에 어깨를 으쓱거린다. 백사헌의 시비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헌이 말이 맞아."
"정확히 뭐가 다른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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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심 가득한 후배의 물음에 최요원은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재관이가 쓴 부적은 사용자의 영력을 이용해서 공간을 연결 시킬 수 있어. 공간을 단절한다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될거야."
"으음..."
"결계라고 하는 편이 더 이해하기 쉬우려나?"
"아. 그럼 이 동아리실은 재관선배의 결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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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싸인 건가요?"
"대충 비슷해. 그래서 다른 사람들 눈에 안 보이는 거야. 재관이가 써 준 표식이 있어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이해했어요."
"좋아. 이걸 잘 완성하면 아주 편한 개인 공간이 생기겠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음......

실패한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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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실에 모든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을까요...?"
"그것도 맞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최요원이 잠시 말을 멈추고 동아리실 문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달칵.

문을 잠군다.

"이 공간에 갇힐 수 있어."
"....네?"
"공간을 연결하는 게 미숙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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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문을 불러도 오지 않는다거나, 이상한 곳이 나온다거나 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지.

부적을 쓰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사용자의 역량이고 능력인거야.

"어때, 대단하지?"
".....설명을 듣기만해도 머리가 아파요."
"하하, 부적만큼 간단하고 복잡한 게 없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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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은 효력은 사용자가 쓰기 나름이었다.

한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어버린 김솔음이 머리를 부여잡고 있자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나도 전문은 아니야!"

당당하게 자신의 전문 분야는 부적이 아니라고 선언한 최요원을 보며 류재관이 바람 빠진 웃음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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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놀고 본론으로 넘어가시죠."
"놀고있다니, 열심히 공부 중이었는데."

차가운 식은 파란 눈동자와 눈을 마주치더니 이제부터 할 생각이었다며 시선을 돌린다.

"그, 그럼 각자 공부를 시작해볼까?"
"좋습니다."
".......예."

각자의 선생님을 따라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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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음과 류재관은 동아리실에서,
최요원과 백사헌은 밖으로 나가 수업을 하기로 했다.

최요원을 따라 밖으로 나온 백사헌은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하는 눈 앞의 퇴마사를 보며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해야 저 인간들을....

"백사헌."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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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드문 강당 뒷편에 도착한 최요원이 뒤돌아 백사헌과 눈을 마주친다. 사람 좋은 웃음을 짓던 표정이 가라앉고, 푸른 동공이 영험한 기운을 두르고 빛을 낸다.

입꼬리만 끌어올려 웃고있는 남자가 말한다.

"목적이 뭐야?"
"목적이라니,"
"모르는 척 하지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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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최요원의 한 손에는 작두로 보이는 물건이 들려있었다. 살벌하게 아름다운 빛이 작두 끝을 지나간다.

"지산 가문 사람이, 그것도 뱀의 주인이 이런 곳에 있기는 우연이라고 힘들지."
"..........내가 뱀의 주인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장군님이 알려주셨어."

최요원의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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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형체가 드러났다 사라진다.

최요원이 계약한 영물 중 하나인 범장군이 이빨을 드러내고 속삭인다.

[뱀 냄새가 지독하구나.]

"우리 장군님이 코 하나는 끝내주시거든."
"....."
"널 처음 본 순간부터 뱀 냄새가 난다고 어찌나 아우성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니까."

[맹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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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콧김이 최요원의 머리카락을 흔든다.

"그래서, 목적이 뭐야?"
"......"

백사헌은 마른 침을 삼키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기다려주는거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기에 두사람의 침묵은 길어져만 갔다.

"하아...."

이대로는 끝이 없을거라고 판단한 백사헌이 한숨으로 침묵을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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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나왔어요."
"도망?"

최요원의 되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가문에서 도망쳤다고요."
"그럼 뱀은?"
"제가 도망나올 때 따라왔어요....."
"뱀, 지금도 있어?"

........

백사헌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 휘파람을 부르기 시작했다.

-휘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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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은 휘파람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

휘파람 소리에 이끌린 뱀이 백사헌의 어깨을 타고 기어오른다. 어디서 나타난지 모를 하얀 뱀이 주인의 목에 몸을 돌돌말고는 꼬리를 흔들었다.

"여기 있어요."
"진짜 지산의 뱀이네."

[감히, 뱀따위가 이곳에 들어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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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님, 진정하셔요."

영역을 침범당해 심기가 불편한 장군님을 달래며 뱀을 관찰했다. 비단같이 매끈한 하얀비늘과 색이 다른 양쪽 눈.

평범한 뱀인척 하고 있지만, 오랜 세월 쌓아온 훙흉한 기세는 숨길 수 없었다.

"지산의 뱀이 가문 밖으로 나올 수도 있구나?"

[나올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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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뱀이 말한거지?"

[나, 말했어!]

하얀 뱀이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영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지와 정신이 확실한 존재들은 대부분 인간의 말을 할 수 있어다. 그러나 말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말을 나눈다는 것은 조금 달랐다.

영물들은 영력이 있는 인간 중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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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마음에 들어야만 말을 나눴다.

허락받지 않는 이들은 영물의 말을 듣는 것 조차 불가능했다.

"뱀님, 저랑 대화해주시는 거예요?"

최요원은 만나자마자 말을 건 뱀에게 조금 놀랐다. 장군님과 말하기까지 1달이 넘게 걸렸던 걸 생각하면 더욱 놀라웠다.

깐깐하고 고지식한 호랑이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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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은 꼬리를 흔들며 머리를 흔들었다.
쭉 찢어진 입이 마치 웃고있는 것 처럼 보인다.

[응! 대화해.]

"하하..."

지산의 뱀이 이렇게 애교쟁이일 줄은 몰랐다.
백사헌은 익숙하다는 듯 뱀의 코를 톡. 건드리며 말했다.

"그만 좀 말해."

[싫어! 나 말해!]

"난 시끄러운 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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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뱀의 입이 떡 벌어졌다.

[난 사헌, 좋아!]

그리고는 백사헌의 얼굴에 열심히 머리를 부빈다.

"하...보다시피 이런 상황이라 절 따라왔어요."
"뱀님이 널 많이 좋아하구나."
".....예. 뭐,"

떨떠름하게 대답이 돌아온다.
백사헌은 아직도 머리를 부비고 있는 뱀을 손가락으로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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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물에게 사랑받는 것이 꼭 좋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음, 거기까지는 이해했어. 넌 지산가문과 상관없다는 거지?"
"그렇다니까요."
"그런데 사헌아."
".....예."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백사헌의 바로 코앞까지 온 최요원이 허리를 살짝 숙이고는 킁킁. 냄새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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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서 피 냄새가 나."
"........"
"정확히 말하면 너와 있는 뱀님의 냄새가 너한테도 섞여있어."
"............그건,"

하하. 우리 장군님 코 좋다니까?

대충 넘어갈 생각하지마.

퇴마사인 최요원은 이런 문제에 관해서는 매우 끈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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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님의 냄새가 섞여있다는 건 네가 뱀님의 힘을 빌렸다는건데,"
"....."

최요원이 검은 눈동자가 순간노란 빛으로 빛났다.
마치 호랑이처럼 말이다.

"지산 뱀의 힘은 사람을 저주해서 죽이는 거잖아?"
"......."

기분 나쁘도록 또렷한 눈동자와 마주친다.

"누구를 죽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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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어쩔건데요."

순간 백사헌의 목에 감겨 애교를 떨던 뱀의 눈이 번들거렸다. 계약자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뱀이 꼬리로 얼굴을 간질인다.

[죽여?]

"......."

뱀이 묻는다.

[저 인간, 죽여?]

"........"

[죽여줄게.]
[사헌이가 보면 죽여줄게.]

"......죽이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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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인간은 죽이면 안돼.

백사헌의 대답에 눈을 번들거리던 뱀이 눈을 깜빡였다.

[안돼?]

"어. 안돼."

그러자 다시 무해한 뱀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던 뱀이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애교를 부렸다.

[알았어!]

"이제, 그 칼 좀 치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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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저지한 백사헌의 시선이 최요원이 들고있는 작두로 향한다.

뱀이 최요원을 죽여줄까 라고 물어본 시점부터 작두를 겨누고는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방금 전의 말은 자신에게만 들렸을텐데 말이다. 감이 좋은 사람이다.

작두를 내린 최요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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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흉흉한 기운이 나오길래 놀랐잖아."
"...."
"날 죽이려는 줄 알고 무서웠다니까?"
"전 아무나 안 죽여요."

뱀의 힘을 빌리면서 그에 맞는 대가를 줘야했다.
그리고 뱀이 원하는 대가는 늘 하나,
자신의 자아. 정신. 인격.

백사헌을 백사헌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정신적인 무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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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계약을 맺을 때 당시,

[사헌이랑 영원히 함께 할래!]

라는 조건을 걸었다.

뱀신은 숙주의 정신을 잡아먹어 자신의 안에 기념품처럼 품어둔다고 했다. 그러니 저 말은 자신의 정신을 잡아먹겠다는 뜻이겠지.

적어도 백사헌은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아무나가 아니면... 죽인다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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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을 당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묻는다.

...왜 저렇게까지 궁금해하는거지?
내가 누굴 죽였든 무슨 상관이길래.

대답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꼬리물기에서 먼저 지친 건 백사헌이었다.

"....지산가문 사람들이요."

또렷한 푸른 안광이 뱀을 주시한다. 저 말이 거짓일지, 아닐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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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늠하며 머리를 굴렸다.

"몇 명?"
"....몰라요. 그냥 도망치는 길에 막는 사람은 다 죽였어요."

한 10명 정도 되려나.

"그 후로는 뱀을 쓴 적 없어?"
"인간한테는 없어요."

김솔음을 구하려고 영물이나 잡귀를 몇 번 죽인 적은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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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헌의 말을 모두 들은 최요원이 뭔가를 고민하는 듯 고개글 갸웃거리고 인상을 찌푸렸다.

"으음.... 그렇단 말이지."
"...."

고민하는 최요원을 보며 왜 남의 일 가지고 자기가 저럴까 하는... 소위 말하는 꼴값 떨고 앉아있네 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진짜 마음에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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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헌이 생각하는 퇴마사는 크게 세 부류였다.
첫번째는, 사이비 집단.
두번째는, 사람 좋은 척, 고고한 척 하는 능구렁이들.
세번째는, 사람 구하는게 인생의 전부인 멍청이들.

.....과연 눈 앞의 인간은 어떤 부류일까.

일단 지금까지는 두번째에 가까운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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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됐든 마음에 안 드는 건 변하지 않지만 말이다.

고민을 끝낸 최요원은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볼게."

라고 말했다.
물어보지 말라고 해도 물어볼 인간이 왜 일일이 동의를 구하는지 모르겠다.

"뭔데요."
"솔음이는 정말 친구야?"
"....?"

이건 뭔,

"친구가 아니면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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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친구가 아니면 뭔데?

뭐, 따가리라고 할까요? 예?

김솔음을 언급하자 안 그래도 나빴던 표정이 사정없이 가라앉는다. 얼굴에 있는 모든 근육이 백사헌의 언짢음을 알려주고 있다.

"진정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거야."
"그게 왜 궁금한데요?"
"....."

최요원이 말을 멈추고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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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말하기 전 미리 사과한다.

내가 들은게 있어서 그래. 저주를 할 때 기운이 맑은 사람을 제물로 바치면 더 효과가 좋다나 뭐라나... 영물들은 기운이 맑은 사람을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일종의 뇌물로 주는거지.

말을 마친 최요원이 멋쩍게 뒷목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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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안해. 이런 건 본인한테 확실하게 들어야 안심이 되더라..."
"........"

최요원이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퇴마사를 하다보면 별 더러운 꼴도 많이 봤겠지.
가끔보면 귀신이나 영물보다 인간이 더 무서웠다. 그 좋은 예가 지산가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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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의미를 이해한 백사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엮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 기운 맑은 인간은 이상한 걸 홀리고 다니니까.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김솔음이 옆에 있는 게 당연해졌어요."
"그래?"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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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가진 기운과는 별개로...그냥 김솔음이랑 있으면 편해요."

초조함에 입술을 깨문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즐거운게 보통이지만, 백사헌에게는 불안할 뿐이다. 행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언제든 몰려올 불행에 겁을 먹는다.

불행은 늘 경고도 없이 덮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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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로 가려진 왼쪽눈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말하지 말아주세요."

김솔음은 아무것도 몰라도 된다.

자신의 가문도,
자신과 뱀의 관계도,
계약의 대가도,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도,

전부, 전부 몰라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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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말을 뱉어낸 백사헌이 최요원의 눈치를 보고있었다.
.....
저런 개인적인 감정까지 털어가며 진실을 이야기한 이유는 딱 하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최요원의 저 끈질김이라면 김솔음에게 진실을 흘리며 백사헌의 본심을 끄집어 내려고 할 수도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125
......

왜 아무 말도 없지.

설마 이제 알아낼 건 알아냈으니까 뒤통수 치려는 건가? 하고 생각한 순간,

"사헌아."

최요원이 눈 앞의 다 자라지 못 한 후배에게 말을 건넸다.

"고생했어."
".......?"
"그리고 걱정마시마. 솔음이한테는 비밀로 할게."
"....뭔, 고생이요..?"
126
.......당신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겨우 그 이야기 조금 들었다고 고생했다니 뭐니, 말하는거야?

......
...........네가,

"당신이 뭔데."

가만히 있는 나를 마구 건드는 주제, 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하는거야?

"뭘 안다고 쉽게 말해요?"
"...."
"같잖은 동정이라면 집어치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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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지산 밖으로 나오지 못한 작은 뱀이 몸을 부르르 떨며 경계한다. 몸은 그곳을 도망나왔도 머릿속 깊이 박혀있는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했다.

언제, 누구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경험해보지 않았던가.

자신을 길거리 돌멩이 보 듯 관심도 없던 인간들이, 겨우 눈깔 하나 변했다고
128
신처럼 모시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뱀신을 강요하고, 협박하고,

마치 뱀신만을 위한 놀이 인형을 재창조되는 듯한 기괴하고 불쾌한 감각.

......x발.

또 기억났다.
겨우 잊어버리고, 묻어두고 살고 있는데.

저 새끼 때문에 기억나버렸다.
129
[사헌이.]

"....."

[괜찮아?]

하얀 뱀이 백사헌의 얼굴에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물었다.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눈빛에 마음이 혼란스러워진다.

......
애초에 일이 이렇게 된 건 너 때문이잖아.

난 원래 자유였어.
언제든 도망칠 수 있는, 아무 가치도 없는 존재였는데,

"네가 날 선택했잖아."
130
케케묵은 원망이 순진한 표정을 한 뱀을 향했다.

[.....]

원망을 마주한 뱀은 몇번이나 했던 말을 내뱉었다.

[응, 내가 선택했어.]
"....."
[미안해.]
".....진짜,"
[그러니까 울지마.]
"진짜 싫어."

뱀은 자신의 몸을 사헌의 목에 둘둘 말아 안아주었다.

[웃어줘.]
131
꼬리로 백사헌의 어깨를 토닥인다.

어린 사헌이가 울 때마다 해주던 뱀의 위로법이었다.

뱀신으로 인해 꼬여버린 인생이다.
그러나 우습게도 꼬인 것에서 끝난 것 또한 뱀신 덕분이었다.

뱀신이 아니었으면 꼬이다 못해 그대로 망가졌겠지.

"난 네가 너무 싫어."
[난 사헌이 좋아.]
132
"....."

백사헌은 자신의 목에 몸을 두르고 뱀에 조심스럽게 얼굴을 부볐다.

매끈하고 부드러운 비늘이 느껴진다.

.....어릴 때, 뱀신에게 선택받고 누나와 떨어져 어떤 방에 갇힌 적이 있었다.

자신을 방에 집어넣은 인간은,

"당신은 뱀신님을 위해 존재합니다. 그걸 깨달으셔야 열어드립니다."
133
라고 말하더니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

처음 들어와 본 방, 빛이라고는 한점 없는 암흑,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상한 경전소리.

뱀신에게 모든 걸 바치면 영광이 있으리.
뱀신님을 거부하지 마라.
그 분이야말로 당신이 태어난 이유이니.

같은 최면에 가까운 속삭임이 들렸다.
134
그 방을 나가기 위해 제발 열어달라고
부탁도 해보고, 죽여버리겠다고 협박도 해봤다.

별 효과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 방에 얼마나 갇혀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애초에 시간을 알 수 있는 어떤한 것도 없었기에 반복되는 경전을 가지고 시간을 어림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듣기 싫어도
135
경전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뱀신에게 모든 걸 바치면 영광이 있으리.
뱀신님을 거부하지 마라.
그 분이야말로 당신이 태어난 이유이니.

뱀신에게 모든 걸 바치면 영광이 있으리.
뱀신님을 거부하지 마라.
그 분이야말로 당신이 태어난 이유이니.

반복된다.

끝나지 않는다.
136
뱀신에게 모든 걸 바치면 영광이 있으리.
뱀신님을 거부하지 마라.
그 분이야말로 당신이 태어난 이유이니.

"....아니야."

뱀신에게 모든 걸 바치면 영광이 있으리.
뱀신님을 거부하지 마라.
그 분이야말로 당신이 태어난 이유이니.

"아니라고."

들을수록 백사헌이라는 존재가 마모된다.
137
"그만해."

제발, 그만 좀 지껄여.

난... 나는 뱀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아.
뱀신에게 몸을 내어주지 않을거야.
난 살고싶다고. 살거야.

"살거란 말이야......"

[사헌이?]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손을 스쳐 지나갔다.

부드럽고, 매끈한.....
138
"...뱀?"
[응. 나 독사야!]
"...."

뱀이다.
뱀신이 있었다.

자신을 이곳에 갇히게 만든 원흉.

내 자유를 빼앗고, 언젠가는 내 모든 걸 먹어버릴 흉물스러운 존재가 눈 앞에 있다.

"전부."

증오스럽다.

"전부, 너 때문이야!"

증오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다.

뱀사헌은 눈 앞의 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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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원망을 퍼부었다.

널 만나는 게 아니었어!
발견하지 말 걸. 만지지 말 걸. 말을 걸지 말았어야 했다.

모두가 떠받드는 뱀신이 사실은 외로움에 혼자 울고 있는 멍청한 뱀이란 걸 알았을 때,
그때 관심을 가지지 말아야했다.

정을 주지 말아야 했다.

"네가 모든 걸 망쳤어."
140
[.....]
"난 뱀신의 숙주 따위가 아니야."
[그럼?]
"....."
[그럼 넌 뭐야?]

뱀신이 묻는다.

손을 스치는 감촉이 점점 커진다. 밧줄 정도의 크기였던 뱀이 몸집을 키워간다.

[뭐야?]

어둠 속 뱀이 한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뱀의 크기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141
뭔가가 기어다니는 움직임이 사방에서 느껴진다. 마치 방 전체를 채운 듯...

언제든 인간 하나 쯤은 짖눌려 죽일 수 있는 압박감이 숨을 조여온다.
보이진 않지만 분명하게 느껴졌다.

거짓된 모습을 탈피한 존재가 물어왔다.

[뭐야?]
"......."

뱀이 인간의 대답을 기다린다.
142
".....나는 나야."
[나?]
"......."
['나'가 누구야?]

뱀이 자신의 작은 아이를 다독인다.
이미 내려버린 선택을 무를 수는 없으나,

"난 백사헌이야."

그를 지켜주는 건 가능했다.

[백사헌.]

아이의 대답을 들은 뱀이 다시 거짓된 모습으로 돌아간다. 거대한 몸을 구겨넣고,
143
살벌하고 벼려진 송곳니를 집어넣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멍청한 뱀의 모습을 꺼내왔다.

[맞아.]

아이의 몸을 타고 올라가 몸을 두른다.
목에 하얀 목도리가 생겼다.

[변하지 않아.]

하얀 뱀은 그저 인간 아이와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 욕심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고 말이다.
144
[난 사헌이가 좋아.]
"...."

지산가문 밖으로 나간 적 없는 어린 백사헌에게는 그곳이 하나의 세상이었다. 사실은 무척이나 작고 사소한 세상이지만, 밖을 모르는 아이에게는 세상의 전부였다.

그러나 그 세상이 백사헌의 존재를 부정하고 지워나갔다.
145
뱀신을 위한 하나의 제물로서 그저 영광스러운 몸을 내어주라고 겁박했다.

그런데....

그 원인은 자신이 좋단다.

내 몸을 빼앗을 뱀은 내가 나인게 좋다고한다.
.....

어둠 속에서 들리는 경전 사이로 멍청한 뱀의 주절거림이 들렸다.

[사헌이 좋아.]
[선택해서 미안해.]
[울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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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꼬리가 어린 아이의 어깨를 토닥인다.

[내가 지켜줄게.]
"진짜 짜증나...."

저런 뱀에게 위로받고 있는 자신이 너무나 짜증났다. 그 방 안에서 얼마나 있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적어도 하루는 꼬박 갇혀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렇게 무서운 기억으로 남아있지는 않았다.
147
자신의 옆에서 열심히 주절거리는 뱀 덕분에 무섭다기 보다는 짜증나고 귀찮다는 감각이 짙게 남아있다.

그날부터 백사헌은 온전하게 뱀을 싫어할 수 없게 되었다.

***

[사헌이, 아직 울어?]
".....처음부터 안 울었어."

목에 돌돌말린 뱀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148
.......

멍청한 얼굴.

어렸을 때와 달리 이젠 눈물도 잘 나오지 않는다. 흘릴 눈물이 없었다. 그럼에도 저 뱀의 눈에는 백사헌은 그저 작은 아이였다.

처음 만났던, 작고, 소중한 아이.

백사헌은 멍청한 뱀의 콧등으로 톡 치고 웃었다.

"진짜 못생겼어."
[나 못생겨?]

시무룩한 뱀의 목소리에,
149
"풉."

백사헌은 또 웃었다.

뱀은 사헌이가 웃었다며 헤헤 거리고 웃는다.
......
그래, 저런 뱀한테 화내봐야 나만 손해지.

후....

감정을 가다듬은 백사헌이 눈 앞의 최요원을 바라본다. 그는 뱀과 이야기를 나누는 백사헌을 조용히 기다려주었다.
150
원래 영물과 계약을 맺는다는 건 다 저런 모습이었다.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영향을 받고, 머리를 뒤적이고, 마음을 읽는다.

그게 계약자를 위한 일이든, 영물 자신을 위한 일이든 썩 기꺼운 경험은 아니었다.

누구든 허락없이 속을 까발려지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
151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러기에 계약한 영물과는 깊은 관계가 가능했다. 솔직한 감정을 비출 수 있다.

"이야기는 잘 끝냈어?"
".....신경쓰지 마시죠."
"하하... 그래 뭐, 원한다면 그럴게."

최요원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래도 이 말은 해야겠다."
"?"
"난 너를 잘 모르지만."
152
장난스럽게 접혔던 눈이 펴지고 가라앉는다.
유쾌했던 모습이 사라지고 무거운 침묵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너도 날 잘 모르잖아."
"....."
"내가 너와 비슷한 상황을 겪어봤을지도 모를 일이지."
"......무슨 의미에요?

잠시 고민하던 최요원이 입을 연다.

"난 현무가문 사람이야."
153
현무 가문....?

들어본 적 있다.
뱀의 숙주로서 교육 받을 때 명맥있는 가문에 대한 정보들을 머리에 때려넣었다.

분명.....

"영물들과의 계약이 가장 많은 가문....맞죠?"
"...정확해."

보통 가문들은 격이 높은 한 영물을 모시고는 경우가 많았다.

지산가문이 뱀신을 모시는 것 처럼 말이다.
154
그러나 현무가문은 달랐다.

가문에서 여러 영물을 모시며 그것들에게 힘을 빌렸다.
영물을 가문에 잡아두기 위해..... 뭐였지,
직계들에게 무슨 짓을 시킨다고 했던 거 같은데?

"굿....이었나?"
"와, 그것도 알아?"

대단하네.

최요원의 작은 감탄 소리가 들렸다.
155
지산 가문은 저주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기에 정보수집이 특기였다.

가문 사람으로만 이루어진 마을을 만들어 정보를 모아오고 그것을 교차검증하며 진실과 거짓을 구분했다.

.....지금 생각해도 미친 곳이야.

그리고 백사헌은 뱀의 숙주로서 진실이라고 판단된 모든 정보를 머리 속에 새겨야했다.
156
"저희 가문 특기잖아요. 음침하게 남의 뒷정보나 캐고다니는거,"
"그럼 우리 가문에 대해 더 아는 정보는?"
".....직계만 편애하는 썩어빠진 위계질서를 가졌으며,"
"그리고?"
"영물에게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고,"

최요원이 더 말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직계들은,"

이걸 말해도 되나?
157
이 정보는 듣고도 썩 신뢰가 가지 않았는데....

말할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는 중,

"괜찮아, 편하게 말해."
"..........직계들은 영물이 가문을 떠나려고 할 경우, 방계나 외부인들을 가지고 굿을 진행해 영물의 심기를 달랜다고,"
"....."
".....들었어요."
158
순간 최요원의 번들거리는 푸른 안광을 보고 말을 절어버렸다.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 백사헌이 머리를 거칠게 헤집고는 입을 열었다.

"하...마지막 정보는 거짓일 가능성도,"
"아니. 거짓이 아니야."
"...."

최요원의 단호한 대답에 시선이 마주친다.
159
마주한 최요원의 얼굴에서 여러 감정이 뒤섞인다.

가문에 대한 분노,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선의와 열정, 어린 나이임을 숨길 수 없는 무모함과,

.....오랜 시간 쌓인 피로감.

후우....

모든 감정이 뒤섞여 내면 깊은 곳에 가라앉는다. 어지러운 감정 대신 버릇같은 미소를 띄우고 웃는다.
160
"옛날 일이긴 하지만 전부 사실이야."

최요원이 한숨이라고 불려야 할 것 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백사헌의 어깨을 토닥거렸다.

"지금도 굿은 하지만 사람을 바치는 경우는 거의 없어."
".... 그럼 대신 뭘 바치는데요?"
"음...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최요원이 웃으며 말한다

"난 이름을 바쳤어."
161
....이름?

지금 이름을 바쳤다고 말한건가?

백사헌의 표정이 빠르게 구겨진다. 정상적이지 않은, 자신의 기준에서 이해할 수 없는 괴인을 보는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름을 바쳤다고요? 그쪽 제정신이에요?"
"응. 제정신이야."

하하 웃는 소리가 미치광이의 실소처럼 들린다.
162
장담하건데, 차라리 눈 한쪽이나 팔, 다리 하나를 바치는게 나을 것이다.

퇴마사로 살아가는 사람이 이름을 바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를 이 없었다.

"이름을 잃으면 못 돌아올 수도 있어요."

이름은 일종의 명칭이다.
스스로를 다른 것들과 구분하고, 본인을 본인으로 인식하는 것.
163
특히 계약을 한 퇴마사들은 이름을 중요시여겼다.

자신과 계약한 영물에게 먹히지 않도록, 그것들에게 존재를 침범당했을 때 정신을 차리도록 해주는 것이 이름이었다.

그러나 부를 이름이 없다면?

영물에게 정신을 먹혀, 길을 잃고 존재를 망각했을 때 돌아올 수 없게 된다.

"....미쳤어."
164
영물과의 계약을 가장 많이 하는 현무가문 인간이 이름을 바쳤다는 건, 바다 한가운데에서 나침반을 던져버리는 것과 비슷했다.

길을 잃는 순간 끝이다.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역시 퇴마사들은 하나같이 미친놈들 뿐이야."
165
백사헌의 말에 최요원은 웃으며 그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런 괴이한 것들과 싸우려는 것 자체가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야."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백사헌이 입술을 깨물며 말을 삼켰다.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말이지."
166
"......"

자신을 바라보는 푸른 안광이 빛난다.

마치, 너에게도 지켜야 할 것이 있지 않냐고 묻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졌다.
백사헌에게 지키고자 하는 게 있다는 말은 약점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거,"

없다고 하려다 누군가가 떠오른다.

자신의 누나와,

.....김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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