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려문대 [게시판] 진지하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전남친이 결혼식 초대했어요. 대체 어떻게 해야 그 자식에게 엿 먹이죠?...

[게시판]
진지하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전남친이 결혼식 초대했어요. 대체 어떻게 해야 그 자식에게 엿 먹이죠? 안 가도 제가 우스워 보이고 가도 우스워 보일 것 같은데. 혼자 달랑 가면 대놓고 비웃겠죠? 지금 당장 청첩장 찢어버리고 싶은데, 시발. 만날 때도 엿같이 굴던 자식인데.
익명 1: 전남친 진짜 철판 오지네 ㅋㅋㅋ 둘이 크게 싸우고 헤어졌음?
익명 2: 그래도 좋은 의도로 초대했을지도 있지 않음?
ㄴ 익명 3: 좋은 의도면 애초에 초대하지도 않음 피차 보기 껄끄러울텐데;;
익명 4: 진짜 청첩장 보내는 일이 일어나긴 하는구나 ㅋㅋㅋ
ㄴ 글쓴이: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 없어요.
익명 6: 지금 당장 누구 사귀자
ㄴ 익명 7: ㅇㅈ
ㄴ 익명 8: ㅇㄴ 그게 어떻게 되겠냐고 도른자들아 ㅋㅋㅋㅋㅋ
ㄴ 글쓴이: 그럴까요?
익명 10: 내가 보기에는 우리 글쓴이 기존쎄임 보통 저런 청첩장 받으면 억울하다고 게시판에 글 올리는데 지금 글쓴이 진짜 칼 갈아서 어떻게 하면 엿먹이지 하는 기존쎄임 진짜
익명 11: 복수극 진짜 성공하면 제발 여기에다가도 후기좀 너무 궁금함
익명 12: 222
아까 인기글 1위에 올라갔던 글쓴이 당사자 맞습니다.
네, 당하고만 사는 건 성격에 안 맞아서요. 일주일 후의 결혼식에 같이 가주실 분 구합니다.
솔직히 보여주기식 목적이니까 어떤 방면이든 잘났으면 좋겠습니다. 원하신다면 보상은 충분히 하겠습니다. 쪽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익명 1: 진짜 추진력 대박이다
익명 2: 와.. 와... 아니 벌써 기대돼
익명 3: 진짜 여기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익명 4: ㄹㅇ 비즈니스 하냐고 완벽한 공과 사인데?
익명 5: ㅇㅇ 당연히 우리 기존쎄 글쓴이랑 가려면 개잘나야 함
익명 7: 여자분만 구하시는 거죠?
ㄴ 글쓴이: 저는 남자고, 솔직히 잘났으면 누구든 상관 없습니다.
ㄴ 익명 8: ?????
ㄴ 익명 9: ?????
ㄴ 익명 10: ?
ㄴ 익명 11: ㅇㄴ 진짜 너무 궁금해 진짜 아악 ㅠㅠㅠㅠ
익명 13: 제발 후기 꼭 올려주시는 거죠? 지금 여기 달리는 댓글수랑 추천수 보이죠? 나 여기서 누워...
익명 14: 이렇게 커플로 아예 성사되면 좋겠다 ㅜㅠ
ㄴ 글쓴이: 그럴 리는 없습니다.
ㄴ 익명 15: 단호한 거 봐
ㄴ 익명 16: 그 티벳여우 표정일 듯
애초에 인터넷에서 구한다는 것부터 무리였나 문대가 기가 막혀서 쪽지창을 닫아 아니 연애하자는 게 아닌데 왜 작업 멘트를 보내고, 돈이 필요하다고 왜 굳이 어필을 하냐고 다 구리다며 문대가 투덜거릴 때
쪽지 89: (사진)
쪽지 90: (사진)
...
.... 짙은 청색 머리칼과 대조되는 커다란 리트리버 끌어안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사진 기본 카메라에 잘난 구도도 아닌데 조금도 일그러지지 않는 날렵한 코와 턱선이며 뭐며.. 완전 아이돌 리더 겸 센터 상인데?
진짜 잘났구나 싶었지 사진만 보내는 것부터 자신감이 있구나 싶기는 했는데
문대 결국 쪽지에 처음으로 답장을 해줬어
🐶: .. 자기소개도 없어요?
익명 89: 진부하다고 안 읽을 거 아니었어요? ^^
게다가 한 성격까지 하네 열받는데.. 생각해보면 이것까지 완벽한 조건이었어 전남친 속을 살살 긁다못해 제대로 건드릴 수 있다면야
🐶: 이랬다가 막 30대 중반..
익명 89: 20대 중반이에요. 서울 쪽에 살고 있고요. 원하는 조건 있으면 맞춰줄게요.
🐶: .. 일단 지금처럼 그 새끼 앞에서 계속 싸가지 없게 굴어줘요.
익명 89: 말 참.. ^^
익명 89: 그러면 만날래요?
.. 한 번은 어차피 만날 생각이었어 사진으로 어떻게 믿어 그래서 한 번 만날 생각이기는 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상대쪽이 먼저 만나자고 할 줄은 몰랐어
익명 89: 내일 만나요.
익명 89: 그리고 카페는 애견 카페로 찾아서 제가 예약해둘게요.
🐶: 갑자기 웬 애견..?
익명 89: 닉네임 강아지로 해두고 정말 설득력 없는 질문이네요.
익명 89: 계속 스트레스 받고 있으면 안 좋잖아요.
존나 병 주고 약 주고네 문대는 속으로 욕을 삼키고는 답을 보냈어
🐶: 알았어요.
그리고 다음날 그가 보내준 애견 카페 주소로 나가자..
정말 사진 그대로의 남자가 서있었어 와.. 설마 설마 했는데 사진보다 실물이 나을 줄은... 정말 기다란 기럭지에 비율도 좋고 기다란 손으로 한 강아지의 목줄을 들고 있었겠지
문대 눈만 끔뻑이다가 가까이 다가갔어
🐶: .. 네, 청려씨 라고 하셨죠.
🔨: 맞아요. 생각보다 뭐, 멀쩡하게 생겼네요.
이 새끼가 진짜
🔨: 복수를 막 다짐하는 글을 올려서 되게 사나운 인상일줄 알았거든요.
그거는 할 말이 없어서 조용해졌어 정말 하여튼 초면에 대고 멀쩡하게 생겼다느니 뭐냐느니
🔨: ... 아. 걔 이름은 콩이에요.
.. 반칙 아닌가
강아지 좋아한다고 해서 본인 강아지를 데려올 줄은 몰랐지 갑자기 제 바지에 코를 콩 박고 헥헥거리는 커다란 리트리버가 제 옆에 있었어 너무 해맑고 사랑스러워서.. 자신도 모르게 풀려서
🔨: 앞으로 일주일 가량 남았는데.. 대화라도 익숙해지는 게 좋지 않겠어요?
🐶: 그러면 일단 말부터 놓는 걸로 하죠. 되게 어색하니까.
🔨: 그래요. 문대씨만 놔요.
🐶: 어, 그래. 너 그러면 끝까지 놓지 마.
🔨: 그러게요.
어째 벽하고 대화하는 느낌이었어 문대가 어떤 말을 하든간에 변화구가 상당해서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았거든
문대가 전에 사귀었던 사람과는 달리
🔨: 예비 데이트라도 몇 번 가볼래요?
🐶: 너 진짜 자꾸 개수작-
🔨: 그 전남친 앞에서 당당하게 이야기 하고 싶은 추억 몇 개는 있어야 좋지 않겠어요? 지금 제대로 텅 빈 표정인데.
🔨: 잘난 사람이면 좋겠다면서요. 잘난 사람 데리고 일주일 동안 낭비하면 아까울텐데.
🐶: .. 호의가 지나친데.
🔨: 가고 싶은 곳 이야기 해봐요.
🐶: 너 그렇게 한가한 놈이야? 모르는 사람이랑 놀러다닐 만큼?
가만히 문대가 생각에 잠겼어 아, 생각해보니 보상을 많이 준다고 했는데 그 보상 때문에 이러는 건가 싶기도 했어
🐶: 보상은 이렇게까지 안해도 제대로 할게. 이렇게까지 안 해도 돼.
청려는 문대의 말에도 묘하게 바라봤어
🐶: ... 하. 내가 생각해도 이건 너무 시간 낭비였네. 나머지 일은 쪽지로 이야기 하자.
🔨: 제가 모르는 놈이 아니라면요?
이건 또 뭔 개소리야
🔨: 그래요, 전화번호만 교류하고 오늘은 헤어져요. 오늘 말고 날은 많으니까요.
그래, 차라리 익명의 게시판 쪽지보다는 문자가
청려는 한 번도 문대에게 농담을 한 적이 없었지만
[문대씨.]
[바다 어때요?]
이것이 그와 헤어지고 나서 온 첫 문자였어 X발 바다라는 건 또 어떻게 안 거야 마지막으로 전남친이랑 갔던 곳이 바다였거든 그리고 그곳에서 헤어지기도 한 곳
감이 좋은 건지 몇 번이고 잘 찍는 그에 진절머리가 났어
🐶: [너 내 SNS 찾아보려고 전화번호 얻어간 거냐]
🔨: [뭐, 안 지운 사람 잘못 아닐까요?]
이 새끼는 진짜 싸우자는 건지 데이트를 가자는 건지
🔨: [문득 궁금하네요. 문대씨는 저 뭐라고 저장했어요?]
🐶: [🔨]
🔨: [망치요? 무슨 뜻인데요.]
🐶: [너가 오함마로 내 머리 깰 것 같아서. 그리고 실제로 이미 그러고 있기도 하고.]
아주 속 시원하게 뱉고 나서 문대는 보던 서류에 집중했어 별의별 일들을 겪느라
... 이 새끼 삐졌나?
한참동안 답이 안 오는 것에 문대가 머뭇거렸어 내가 왜 자꾸 이 새끼 신경쓰고 있지? 그래도 방금 문자는 너무 심했나 사람 면전에 대고 머리를 깰 것 같다고 하면...
🐶: [그러는 넌, 뭐라고 저장했는데?]
차라리 질문으로 화제를 돌리자
🔨: [🐶]
.. 대체 이 갈색 강아지 이모티콘은 뭐야 혓바닥을 반쯤 내민 강아지 이모티콘을 문대는 인상을 찌푸리며 바라봤어 바로 온 문자를 빤히 쳐다보다가 문대가 마저 답장해
🔨: [닮았거든요, 문대 씨랑.]
🐶: [너도 이상한 거 가져올 줄 알았는데.]
🔨: [저는 누구처럼 당황하면 거짓말 하거나 도망가는 사람은 아니라서.]
... 당연히 이런 만남이 이렇게 갈 줄은 문대 본인도 몰랐으니까 계좌로 돈 보낼 준비만 했는데.. 갑자기 데이트에 문자까지
... 짜증이 났어 이러한 예쁜 풍경을 보면 그런 엿같은 예생각만 난다는 게
🔨: [제가 다른 기억으로 채워줄게요.]
🔨: [그리고 콩이가 그렇게 바다 좋아하는데.]
아주 그냥 약점 하나 제대로 잡았다고 신났네 신났어 하지만 바다에서 신나게 뛰어놀 커다란 강아지.. 첨벙첨벙 물장구 칠 리트리버 생각하니까 마음이 또 약해졌어
🔨: [당연히 방은 각방으로 해둘 생각이었는데. 아, 원하면 같은 방으로 예약할까요?]
문대 얼굴이 붉어져서 결국 회사 컴퓨터 키보드에 머리를 박았지 진짜 자신이 왜 쉴 새도 없이 이런 낯선 사람한테 휘둘리는지 이해가 도통 안 갔어
🐶: [콩이는 내 방에서 재울 거야.]
🔨: [그래도 제가 옆에 있는 게.]
🐶: [넌 됐어.]
🔨: [..^^]
문대는 픽 웃어 그래도 회사에서 일에 치이고 이리저리 놀아나다가 이런 문자에도 웃게 되는구나 싶기도 했어 어쨌든 얼마 만에 사람과 이런저런 문자를 해본 건가 싶기도 했고
🐶: [.. 여기가 이렇게 예뻤구나.]
🔨: [원래 낮 바다는 흔하잖아요. 한결같이 빛나고.]
🔨: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안에 빠질 것 같아요. 영영 빠져서 영원히 세계에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문대는 시계를 봤어 어느덧 새벽까지 이렇게 바다 이야기만 한가득 했는데.. 지금 새벽 바다는 청려 말 대로 그렇게 무서운 느낌인가 싶었어
🔨: [제가 문대씨 안 빠지도록 잡아줄게요. 둘이 가면 빠지지는 않겠죠.]
그런가.. 잠도 오는 것 같고 몽롱한 기분이 들었어 새벽 감상에 취해서 이런 시적인 말도 꽤나 감미롭게 들렸고 문대는 픽 웃더니 침대에 누웠어 그저 사람 하나랑 연락하는 게 이렇게
🐶: [비치볼도 가져와.]
🔨: [공은 왜요?]
🐶: [콩이 바다에서 공 가지고 놀면 재밌어 할 것 같아서.]
애견 카페에서도
🔨: [사진]
🔨: 잘 자요, 문대씨.
작은 공을 물고 잠들어있는 콩이 사진이 왔어 제 생각을 어떻게 이렇게 빨리 읽는 건지.. 문대는 화면을 쓰다듬어보다가 누웠어 내일 같이 바다 갈 계획을 짤 생각을 하니.. 설렜거든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실제로 바다를 가는 날이 왔어 문대는 아직도 지금 상황이 좀처럼 적응이 안됐어 눈을 돌리면…
🔨: 어디 불편한 곳 있어요?
너 얼굴이 불편하다, 라고는 말 못하니까 문대가 고개를 돌리며 작게 아니, 라고 답했어
이렇게 바로 여행을 갈 줄이야 콩이는 이동장에 담겨서 뒷좌석에서 자고 있었고 문대만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어서 멍하니 차밖 풍경이라도 봤어
혹여나 이 새끼가 갑자기 자신을 납치하거나.. 뭐 어디 협박하려고 가는 건가 싶어서 주변을 두리번거려도 콩이 이동장 옆에 있는
자기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운전하는 사람 얼굴을 빤히 바라볼 수도 없고 옆에 사람이 있는데 버릇없이 휴대폰만 만지작거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어 결국 창밖만 바라보는데..
🐶: … 안 심심하겠어?
🔨: 그래도 문대씨가 피곤한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문대는 청려의 옆모습을 바라봤어 정말 속마음을 조금도 파악할 수 없는 사람, 모든 게 의문투성이인 사람이었어
🔨: 너는 무슨 일 해?
🐶: 드디어 저한테 궁금증이 생긴 건가요?
🔨: 모델 일 하고 있어요. 문대 씨는요?
🐶: 나? 그냥 평범한 회사원. 일 하고.. 서류 작성하고.. 뭐 그런 일.
🔨: 그런데 그렇게 화면에 노출된 사람이.. 게시판에서 뭘 믿고 나랑 만난 거야?
🐶: … 글쎄요. 저랑 만나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청려가 핸들을 돌리고 웃었어
🔨: 나는 이중적인 사람 안 만나. 신뢰가 안 가는 사람도 못 만나고.
🐶: 그런가요. 아, 벌써 옆의 바다가 보이네요.
🔨: 진짜?
🔨: 저는 체크인 해둘게요. 콩이랑 먼저 바다 보고 있어요.
🐶: ..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