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에서 탈출 성공하고 현실로 돌아간 후에 어느샌가 문대가 다이어리 하나를 꼼꼼히 쓰기 시작하는 거 보고 싶다. 문대...

@ondamianlv120
김이름@ondamianlv120
29 views Sep 28, 2026 ~3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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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에서 탈출 성공하고 현실로 돌아간 후에 어느샌가 문대가 다이어리 하나를 꼼꼼히 쓰기 시작하는 거 보고 싶다. 문대 성격 철두철미한 거야 알고 있었지만 조그만 양장 다이어리에 무슨 일기 쓰듯 매일 매일 뭘 열심히 적길래... 큰세진 솔직히 궁금은 했는데 어느날 그 다이어리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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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여 있는 등산객 부부 사진 한 장 보고는 묻지도 않고 덮어둘 것 같다. 사진 제공자 당연히 류청우고... 명절 때 딱 한 번 제외하고선 문대가 부모님 사진 찾아달란 부탁 해 온 적도 없는데 리얼리티 다녀오니까 유독 어렵게 부탁했을 거다. 내심 뭐라도 해줄 수 있으니 기뻐서 청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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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의 사랑받는 아들 파워 써서 온갖 집 앨범 다 뒤져 두 분만 나와있는 사진 딱 한 장 건질 듯. 다 같이 등산 갔을 때 어느 고모가 찍어주신 사진. 그런데 신기하게도 두 분이 생전 가졌던 직업이며 버릇, 성격 같은 것도 세세하게 묻길래 좀 의아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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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떻게 소식 가져다주면서 살짝 물어보기는 할듯.

"음, 건너건너 들은 얘기들이라 정확하진 않을 수도 있어. 미안, 문대야. 그런데 이런 건 나보다 문대 네가 더 잘 알텐데....... 혹시 왜 알려달라고 한 건지 물어봐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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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기억만큼 못 미더운 것도 없잖아요. 그냥 교차체크 한 번쯤은 해두고 싶었어요.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아니, 그건 사과 안 해도 돼. 전혀 번거롭지 않았어. 더 도울 일은 없을까?"

"이제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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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 말은 건조하게 하는데 귓가 살짝 매만지는 거 보니 아무래도 마음이 좀 불편해 보일 거다. 문대는 모르지만 테스타 친구들 문대 작은 버릇으로 기분 다 알아채니까... 그래도 이럴 땐 모른 척 그냥 혼자 두는 걸 좋아하니까 또 가만 놔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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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날엔 래빈이가 예쁜 만년다이어리 하나 사올 거 같다.

"문대 형께서 요즘 새 취미가 생기신 거 같아 고심하여 골라왔습니다! 저번에 노트북 일곱 대를 구매하시면서까지 저를 북돋아주셨던 적도 있으시니 약소한 선물이라도 꼭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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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는 다이어리 나름대로 조용히 만진다고 만진건데 그새 다 들켰나보다 싶을 거다. 그야 조용히 검정고시 치고 올래도 다 들켰을 정도로 24시 붙어사는 동거인만 여섯 명이니까...

하여튼 문대 의지와는 상관없이 숙소 분위기는 귀엽게 화기애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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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말? 문대 다이어리 쓰는 취미 생겼구나... 저, 전혀 몰랐어."

"저도 며칠 전에 우연히 알았습니다! 청우 형이 새벽스케줄 다녀오시고 오전에 주무시는데 깨우시기 싫으시다고 거실에서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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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또 막내 아기가 고심해서 집어온 다이어리 거절도 못하고 받아든다. 이런 관심과 애정의 표현이 낯간지럽다고 생각하면서.

"문대 형께서 엑셀이나 피피티 파일로 아이디어와 기획 정리하시는 건 많이 봤습니다만, 이런 아날로그 감성도 좋아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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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다... 딱히 그렇게 즐기는 건 아니야. 그냥 하다보니까 하는거지."

"헉, 그, 그럼 혹시 이 다이어리는 별로 필요 없으신..."

"잘 쓸게. 선아현 따라서 뭐라도 쓰고 꾸며보지, 뭐."

프랑스자수와 코바늘이 취미인 아현이는 당연히 다.꾸도 아기자기하게 종종 생각날 때마다 할 거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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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가 지른 말에 화악 얼굴 피면서 좋아할 거다. 결국 스케줄 비자마자 아현이가 온갖 깜찍한 문구류 무작정 사온 걸 한 번 까보긴 할듯. 같이 문대 책상에 딱 붙여 앉아서 열심히 디자인 끼적여본다. 그런데 한동안 박문대가 열심히 만지던 검정 양장 다이어리는 안 보이니 조심조심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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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야, 혹, 혹시... 예전에 쓰던 검정 다이어리는, 이제 안 써?"

"응. 쓸 수 있는 건 다 써서."

그러면 박문대는 래빈이 닮은 토끼 스티커랑 유진이 닮은 고양이 스티커 고르면서 여상하게 말을 잇는다.

"가족들 기억이래봤자 거의 다 잊어버리고 몇 개 안 남았더라. 겨우 반의 반쯤 채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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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이는 그제야 문대가 갑자기 새 취미를 갖게 된 이유를 깨닫게 될 거다. 아현이에게 가족은 정말 힘든 순간에도 나를 지지해주는, 세상에 둘도 없는 특별한 인연이라 더 그 무게감을 알아서 뭘 묻지도 못한다. 동정처럼 보이는 것도 싫어서 미안하단 말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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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현이 옆얼굴 한 번 눈짓으로 읽은 문대가 먼저 말문 연다.

"그래도 래빈이가 준 건 이것저것 붙이고 편하게 쓰기 좋네. 고마워. 이렇게 온갖 문구류 구경하고 쓰는 것도 처음인데 꽤 나쁘지 않다."

예전에 핫하던 컬러링북 칠하는 느낌이 이런건가 싶다. 지난 생애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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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빨강 파랑 볼펜에 샤프, 노란 형광펜만 써온 박문대는 새삼 아기자기한 소도구들 만지작거린다. 그러다 동물들 스티커 중에서 선아현 닮은 것도 하나 찾았을 때쯤엔 얼핏 웃어보이기도 한다.

"나는 절대 후회 안 해. 너희가 여기 있으니까 거기엔 남지 않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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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교차검증하고 기록해두는 것 정도는 그냥...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한 리스크관리 일종이지. 이렇게라도 해두면 뭐라도 뇌리에 깊게 남을 테니까.

발레리노가 아닌 선아현으로서는 잘 알아듣지 못할 말이다. 그렇지만 박문대는 늘상 쓰던 언어로 금새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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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슴 스티커 너 닮았네. 같은 브랜드 볼펜은 없어?"

"하, 하나 사줄까?"

"그럼 고맙지."

선선히 호의를 주고받아들이는 모습이 조금쯤 낯설고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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