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에서 탈출 성공하고 현실로 돌아간 후에 어느샌가 문대가 다이어리 하나를 꼼꼼히 쓰기 시작하는 거 보고 싶다. 문대...

"음, 건너건너 들은 얘기들이라 정확하진 않을 수도 있어. 미안, 문대야. 그런데 이런 건 나보다 문대 네가 더 잘 알텐데....... 혹시 왜 알려달라고 한 건지 물어봐도 될까?"
"아니, 그건 사과 안 해도 돼. 전혀 번거롭지 않았어. 더 도울 일은 없을까?"
"이제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문대 형께서 요즘 새 취미가 생기신 거 같아 고심하여 골라왔습니다! 저번에 노트북 일곱 대를 구매하시면서까지 저를 북돋아주셨던 적도 있으시니 약소한 선물이라도 꼭 드리고 싶습니다."
하여튼 문대 의지와는 상관없이 숙소 분위기는 귀엽게 화기애애해진다.
"저도 며칠 전에 우연히 알았습니다! 청우 형이 새벽스케줄 다녀오시고 오전에 주무시는데 깨우시기 싫으시다고 거실에서 쓰셨습니다."
"문대 형께서 엑셀이나 피피티 파일로 아이디어와 기획 정리하시는 건 많이 봤습니다만, 이런 아날로그 감성도 좋아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헉, 그, 그럼 혹시 이 다이어리는 별로 필요 없으신..."
"잘 쓸게. 선아현 따라서 뭐라도 쓰고 꾸며보지, 뭐."
프랑스자수와 코바늘이 취미인 아현이는 당연히 다.꾸도 아기자기하게 종종 생각날 때마다 할 거 같고...
"응. 쓸 수 있는 건 다 써서."
그러면 박문대는 래빈이 닮은 토끼 스티커랑 유진이 닮은 고양이 스티커 고르면서 여상하게 말을 잇는다.
"가족들 기억이래봤자 거의 다 잊어버리고 몇 개 안 남았더라. 겨우 반의 반쯤 채웠나?"
"그래도 래빈이가 준 건 이것저것 붙이고 편하게 쓰기 좋네. 고마워. 이렇게 온갖 문구류 구경하고 쓰는 것도 처음인데 꽤 나쁘지 않다."
예전에 핫하던 컬러링북 칠하는 느낌이 이런건가 싶다. 지난 생애동안
"나는 절대 후회 안 해. 너희가 여기 있으니까 거기엔 남지 않은 거지."
발레리노가 아닌 선아현으로서는 잘 알아듣지 못할 말이다. 그렇지만 박문대는 늘상 쓰던 언어로 금새 되돌아온다.
"하, 하나 사줄까?"
"그럼 고맙지."
선선히 호의를 주고받아들이는 모습이 조금쯤 낯설고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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