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 테스타 마을에 성실한 나무꾼 문대가 살았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나무를 하던 어느 날, 갑자기 아현사슴이 풀숲에서...

@ondamianlv120
김이름@ondamianlv120
33 views Sep 27, 2026 ~6 min read
Advertisement
1
옛날옛날 테스타 마을에 성실한 나무꾼 문대가 살았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나무를 하던 어느 날, 갑자기 아현사슴이 풀숲에서 튀어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도, 도와주세요! 사냥꾼이 제 녹용을 노리고 쫓아와요...!"

아현사슴의 그렁그렁한 큰 눈을 보던 문대 나무꾼은 곧바로 도끼를 들어
2
사슴이 튀어나온 방향으로 달려갔습니다. 사냥꾼 한 무리와 마주친 문대 나무꾼은...

"으악! 미친놈이다! 도, 도끼 당장 내려놔!"
"뭘 내려놔? 남의 소중한 밥벌이 수단인데."

그만 미치광이로 오해를 받았습니다. 기분이 상한 문대 나무꾼이 해명을 위해 잘 손질된 도끼를 들어올리자
3
사냥꾼들의 비명이 더 거세졌습니다. 엽총과 인사할 뻔한 바로 그때, 사냥꾼 무리에서 제일 넉살 좋아 보이는 사람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자, 자, 우리 대화로 합시다, 대화로! 우리는 탄총 이것도 비싸서 아껴쓰는 신세라, 뭐 털어갈 것도 없어요~"

어쩐지 말이 통할 것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4
문대 나무꾼은 귀여운 밥벌이 수단을 한바퀴 돌려 쥐고는 평화로운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네놈이 녹용을 노리던 불법 밀렵꾼이냐? 대륙 사슴은 2012년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됐다, 조만간 빨간 줄 그일 놈아."
"어라, 요즘은 망나니도 공무원 시험 쳐서 뽑아요?"
5
"누가 망나니야? 성실한 소상공인더러 지금 공시 장수생이라고 꼽 주냐?"
"아니아니~ 아유, 선생님 일단 진정하시고~ 여기 유밀과라도 하나 맛보시면서 천천히 말씀 좀 나눌까요?"

이세진 사냥꾼이 보퉁이를 풀더니 한지에 싸인 따끈따끈한 유밀과를 건넸습니다. 똑똑한 문대 나무꾼은
6
험한 세상에서 늘 실리를 추구할 줄 알았으므로, 유밀과부터 먹고 난 다음에 조져야 할 놈을 조져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달달한 유밀과를 몇 입 먹으면서 들은 얘기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기름칠 해둔 혓바닥이 너무 잘 돌아가는 이세진 사냥꾼이 말하길, 자신들은
7
불법 밀렵꾼이 아니라 수렵면허증까지 땄으며, 농가에 피해를 주는 멧돼지를 사냥하던 중이었답니다.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던 문대 나무꾼은 면허증을 직접 보고서야 믿어주기로 했습니다.

문대 나무꾼이 손에 붙은 튀밥을 탁탁 털며 자리를 정리할 때쯤, 세진 사냥꾼이 물었습니다.
8
"그래서 그, 예쁜 사슴은 지금 어디 있는데요?"

아. 그제야 문대 나무꾼은 아현사슴의 눈물에 잠시 이성을 잃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문대 나무꾼이 대답하지 못하자, 세진 사냥꾼이 친절하게 제안했습니다.

"일단 있던 자리로 돌아가서 사슴 친구부터 찾아보는 건 어때요? 그리고 뭐냐,
9
한양으로 공부하러 갔다던 총각 하나가 동물권인지 동물건인지 보호한다는 운동가 돼서 돌아왔다던데 한번 찾아가 보시는 건?"

듣고보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문대 나무꾼은 세진 사냥꾼에게 대충 고개를 꾸벅여주고 황급히 왔던 길을 되짚어 갔습니다. 한창 숲길을 달리던 그때,
10
발치에서 작고 보송하고 까만 것이 폴짝 폴짝 뛰며 말을 걸어왔습니다.

"나무꾼 님! 나무꾼 님! 이쪽입니다! 아현이 형이 숨은 장소라면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조그만 래빈 토끼는 숨가쁘게 달리는 와중에도 정중했습니다. 문대 나무꾼은 똘똘한 가이드 덕분에 금방 아현사슴이 숨어있던
11
나무 둥치를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그곳엔 아현사슴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Oh! 또 손님 왔어요! 친구 해요!"

윤기나는 빨간 털이 길게 자란 고양이였습니다. 유진 고양이는 두 발로 서면 무려 문대 나무꾼만할 정도로 커다랬습니다.

"뭐야 이거, 메인쿤 아니야?"
12
유진 고양이, 아니 메인쿤은 메인쿤 치고도 놀라울 정도로 컸어요. 문대 나무꾼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어요.

"근처 부자놈들이 외국에서 들여와 키우다가 멋대로 버린 거구만. 하여튼 생명 무서운 줄을 모르고, 쯧."
"생명이 왜 무서워요?"
13
"이 바보야, 생명이 귀하다는 뜻으로 비유적인 표현인 거잖아!"

말다툼하기 시작하는 유진 메인쿤과 래빈 토끼는 덩치 차이가 큰데도 한데 뒹굴며 놀았어요. 사이가 정말 좋아보이네요.

한쪽에서 얌전히 기다리던 아현 사슴이 입을 연 건 그때였어요.

"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14
"내가 뭘. 헛발질만 쳤지 한 것도 없는데."
"아, 아니에요! 나무꾼 님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숨을 수 있었어요. 그 보, 보답으로 숲속 깊은 곳에 있는 샘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무슨 샘?"

문대 나무꾼의 머릿속에 순간 멋진 사업계획이 하나 지나갔어요. 깨끗한 담수면 어디 담아다가
15
먹는샘물 로고를 붙여서 외국 상인에게 수출을...

그런데 아현 사슴은 양볼이 빨개져선 이상한 얘기를 꺼냈어요.

"그, 그 샘물은 아주 달고 맛있어서 선남들이 자주 내려와 마신다는 소문이 있어요. 그, 그러니까 때를 잘 기다리면 아름다운 선남과 이야기도 해 볼 수 있을 거고, 그, 그리고..."
16
"그리고 선남을 스카웃해 마케팅에 힘써볼 수 있다는 거지? 선남도 마시는 샘물, 음. 좋네."

선남이랑 친분을 쌓아 연애까지 힘내보라고 말하려던 아현 사슴은 문대 나무꾼의 발상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무래도 나무꾼 님은 연애에 관심이 없나 봐. 하긴, 그런 작위적인 만남은 누구라도
17
불편해할거야... 의기소침해진 사슴이 괜히 얼굴을 푹 수그릴 무렵, 문대 나무꾼이 아현 사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고맙다. 네가 추천하는 대로 한 번 가 볼게."

그 따뜻한 친절에 아현 사슴은 활짝 웃을 수 있었어요.
18
다음날, 문대 나무꾼은 부푼 사업 비전을 안고 샘물을 찾아갔어요. 선남에게 프레젠테이션 할 자료도 밤새 준비했지요. 문대 나무꾼은 자신있게 확신했어요. 이 아이템이면 나쁘지 않아.

그렇게 동굴을 넘고 풀숲을 헤쳐 깊은 샘물에 도착한 문대 나무꾼은...

"야!"
19
그만 분노에 차 소리를 지르고 말았어요. 세상에, 어느 선남 한 명이 샘물에서 목욕을 하고 있으니 어떻게 안 놀랐겠어요? 그 선남, 그러니까 재현 선남은 넓은 어깨와 잘 짜인 등근육을 보이며 몸에 물을 끼얹고 있었어요. 갑자기 큰소리가 들리니 자리에서 일어난 재현 선남의 허리 밑으로
20
보이는 골반은 좁은 편이어서, 그야말로 이상적인 체형이라고 할 수 있었겠으나...

"너 거기서 뭐하냐? 먹는 물 가지고 씻을 생각을 해?"

잔뜩 기가 질린 문대 나무꾼의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어머."

재현 선남은 무척 인위적인 감탄사를 내뱉고 수줍은 듯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어요.
21
발그스레한 재현 선남이 나긋나긋하게 말했어요.

"제 날개옷을 훔치러 온 나무꾼인가요? 문대 씨라면 날개옷이 아니더라도 전 좋아......"
"너 나 알아?"

아차, 그만 말실수를 하고 말았어요. 그동안 저 구름 위에서 문대 나무꾼을 오래도록 지켜본 재현 선남은 미소로 상황을 무마하려고 했어요
22
"아... 이름이?"
"니가 방금 실토했잖아, 스토커놈아."
"험한 말씨는 여전하네요, 문대 씨. 사실 저희는 전생에 아이돌 선후배 커플로 백년해로 했었......"
"약 팔지 말고. 어휴, 일단 이거라도 대충 입어라. 미풍양속 해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여기 공동 샘물인데 공연음란죄 아니냐?"
23
공연음... 지금껏 이 황홀한 몸매를 보고도 그런 남사스러운 감상을 뱉은 건 문대 나무꾼이 처음이었어요. 늘 새롭고 흥미로운 자극을 찾던 재현 선남은 그만 문대 나무꾼에게 더욱 빠져들고 말았어요.

"저는 제 날개옷을 문대 씨가 가져갔으면 좋겠는데요."
"뭐래, 내가 절도를 왜 해?"
24
혼자서도 씩씩하게 삶을 꾸려나가던 문대 나무꾼은 제 팔자 제가 스스로 꼴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이렇게 되자 재현 선남은 좀더 직접적인 화법을 택하기로 했어요. 재현 선남이 흑흑 우는 소리를 내며 눈가를 닦았어요.

"어찌됐든 제가 씻는 모습을 보셨으니 이제 절 책임져주셔야 해요, 문대 씨."
25
"조선시대에서 왔냐?"
"어... 지금 배경이 조선시대 아니었나요?"

크흠, 문대 나무꾼은 괜히 헛기침을 한 번 한 후에 단호히 거절했어요.

"됐고, 난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바쁘다. 네가 샘물 더럽힌 건 구청에 신고하든 할 테니 알아서 해라."
"잠깐만요, 문대 씨!"

다급해진 재현 선남은
26
문대 나무꾼이 건네준 날개옷을 잡고 부욱, 찢었어요. 그러더니 한 손으로 뺨을 감싸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게 아니겠어요?

"아, 어쩌죠? 날개옷이 망가져서 이제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도 없네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야속해요, 문대 씨... 저는 이제 몸에 걸칠 것도 없고...
27
할 줄 아는 건 구름 위에 누워 인간 세상 내려다보는 것 밖에 없는데... 이런 저를 누가 고용해주겠어요? 저는 결국 굶어죽고 말 거예요, 흑흑."

아주 딱딱한 연기였지만 문대 나무꾼의 발걸음을 멈추기엔 충분했어요. 겉보기와 다르게 마음씨가 여린 문대 나무꾼은 돌봄이 필요한
28
사람이 있으면 혼자 내버려두지 못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이에요. 결국 문대 나무꾼은 한숨을 푹 내쉬며 겉옷을 벗어주었어요.

"이거라도 입어라, 우선. 근데 너 팔 힘은 좀 쓰냐?"
"그럼요. 다른 힘도 아주 잘 써요."
"개수작 부리지 말고. 손에 흙 묻혀가며 일할 자신 있으면 따라오든가."
29
일자리 하나 소개시켜줄게.

문대 나무꾼이 퉁명스럽게 말했어요. 재현 선남은 그제야 진실된 미소를 만면에 띄우며 문대 나무꾼을 조르르 쫓아갔어요.

"문대 씨, 앞으로 잘 부탁해요."
"누구 맘대로 앞으로 잘 부탁한단거야? 난 일자리만 알선해준다니까?"
"알아요, 알아."
30
재현 선남이 실실 웃었어요. 문대 나무꾼은 늘 솔직하지 못하지만 다정한 게 매력이었어요. 끝~
31
* 아니 이게... 쓰기 시작할 땐 몰랐는데 청려문대가 돼버렸네요... 이거 청려문대 요소 있어요~~
Actions
What You Can Do
  • Export as PDF or Markdown
  • Batch Export to Notion
  • Bookmark & Highlight
  • Screenshot Tweet
Create Free Account

Includes 7-day Premium trial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