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 테스타 마을에 성실한 나무꾼 문대가 살았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나무를 하던 어느 날, 갑자기 아현사슴이 풀숲에서...

"도, 도와주세요! 사냥꾼이 제 녹용을 노리고 쫓아와요...!"
아현사슴의 그렁그렁한 큰 눈을 보던 문대 나무꾼은 곧바로 도끼를 들어
"으악! 미친놈이다! 도, 도끼 당장 내려놔!"
"뭘 내려놔? 남의 소중한 밥벌이 수단인데."
그만 미치광이로 오해를 받았습니다. 기분이 상한 문대 나무꾼이 해명을 위해 잘 손질된 도끼를 들어올리자
"자, 자, 우리 대화로 합시다, 대화로! 우리는 탄총 이것도 비싸서 아껴쓰는 신세라, 뭐 털어갈 것도 없어요~"
어쩐지 말이 통할 것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네놈이 녹용을 노리던 불법 밀렵꾼이냐? 대륙 사슴은 2012년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됐다, 조만간 빨간 줄 그일 놈아."
"어라, 요즘은 망나니도 공무원 시험 쳐서 뽑아요?"
"아니아니~ 아유, 선생님 일단 진정하시고~ 여기 유밀과라도 하나 맛보시면서 천천히 말씀 좀 나눌까요?"
이세진 사냥꾼이 보퉁이를 풀더니 한지에 싸인 따끈따끈한 유밀과를 건넸습니다. 똑똑한 문대 나무꾼은
그런데 달달한 유밀과를 몇 입 먹으면서 들은 얘기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기름칠 해둔 혓바닥이 너무 잘 돌아가는 이세진 사냥꾼이 말하길, 자신들은
문대 나무꾼이 손에 붙은 튀밥을 탁탁 털며 자리를 정리할 때쯤, 세진 사냥꾼이 물었습니다.
아. 그제야 문대 나무꾼은 아현사슴의 눈물에 잠시 이성을 잃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문대 나무꾼이 대답하지 못하자, 세진 사냥꾼이 친절하게 제안했습니다.
"일단 있던 자리로 돌아가서 사슴 친구부터 찾아보는 건 어때요? 그리고 뭐냐,
듣고보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문대 나무꾼은 세진 사냥꾼에게 대충 고개를 꾸벅여주고 황급히 왔던 길을 되짚어 갔습니다. 한창 숲길을 달리던 그때,
"나무꾼 님! 나무꾼 님! 이쪽입니다! 아현이 형이 숨은 장소라면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조그만 래빈 토끼는 숨가쁘게 달리는 와중에도 정중했습니다. 문대 나무꾼은 똘똘한 가이드 덕분에 금방 아현사슴이 숨어있던
"Oh! 또 손님 왔어요! 친구 해요!"
윤기나는 빨간 털이 길게 자란 고양이였습니다. 유진 고양이는 두 발로 서면 무려 문대 나무꾼만할 정도로 커다랬습니다.
"뭐야 이거, 메인쿤 아니야?"
"근처 부자놈들이 외국에서 들여와 키우다가 멋대로 버린 거구만. 하여튼 생명 무서운 줄을 모르고, 쯧."
"생명이 왜 무서워요?"
말다툼하기 시작하는 유진 메인쿤과 래빈 토끼는 덩치 차이가 큰데도 한데 뒹굴며 놀았어요. 사이가 정말 좋아보이네요.
한쪽에서 얌전히 기다리던 아현 사슴이 입을 연 건 그때였어요.
"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아니에요! 나무꾼 님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숨을 수 있었어요. 그 보, 보답으로 숲속 깊은 곳에 있는 샘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무슨 샘?"
문대 나무꾼의 머릿속에 순간 멋진 사업계획이 하나 지나갔어요. 깨끗한 담수면 어디 담아다가
그런데 아현 사슴은 양볼이 빨개져선 이상한 얘기를 꺼냈어요.
"그, 그 샘물은 아주 달고 맛있어서 선남들이 자주 내려와 마신다는 소문이 있어요. 그, 그러니까 때를 잘 기다리면 아름다운 선남과 이야기도 해 볼 수 있을 거고, 그, 그리고..."
선남이랑 친분을 쌓아 연애까지 힘내보라고 말하려던 아현 사슴은 문대 나무꾼의 발상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무래도 나무꾼 님은 연애에 관심이 없나 봐. 하긴, 그런 작위적인 만남은 누구라도
"고맙다. 네가 추천하는 대로 한 번 가 볼게."
그 따뜻한 친절에 아현 사슴은 활짝 웃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동굴을 넘고 풀숲을 헤쳐 깊은 샘물에 도착한 문대 나무꾼은...
"야!"
"너 거기서 뭐하냐? 먹는 물 가지고 씻을 생각을 해?"
잔뜩 기가 질린 문대 나무꾼의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어머."
재현 선남은 무척 인위적인 감탄사를 내뱉고 수줍은 듯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어요.
"제 날개옷을 훔치러 온 나무꾼인가요? 문대 씨라면 날개옷이 아니더라도 전 좋아......"
"너 나 알아?"
아차, 그만 말실수를 하고 말았어요. 그동안 저 구름 위에서 문대 나무꾼을 오래도록 지켜본 재현 선남은 미소로 상황을 무마하려고 했어요
"니가 방금 실토했잖아, 스토커놈아."
"험한 말씨는 여전하네요, 문대 씨. 사실 저희는 전생에 아이돌 선후배 커플로 백년해로 했었......"
"약 팔지 말고. 어휴, 일단 이거라도 대충 입어라. 미풍양속 해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여기 공동 샘물인데 공연음란죄 아니냐?"
"저는 제 날개옷을 문대 씨가 가져갔으면 좋겠는데요."
"뭐래, 내가 절도를 왜 해?"
"어찌됐든 제가 씻는 모습을 보셨으니 이제 절 책임져주셔야 해요, 문대 씨."
"어... 지금 배경이 조선시대 아니었나요?"
크흠, 문대 나무꾼은 괜히 헛기침을 한 번 한 후에 단호히 거절했어요.
"됐고, 난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바쁘다. 네가 샘물 더럽힌 건 구청에 신고하든 할 테니 알아서 해라."
"잠깐만요, 문대 씨!"
다급해진 재현 선남은
"아, 어쩌죠? 날개옷이 망가져서 이제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도 없네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야속해요, 문대 씨... 저는 이제 몸에 걸칠 것도 없고...
아주 딱딱한 연기였지만 문대 나무꾼의 발걸음을 멈추기엔 충분했어요. 겉보기와 다르게 마음씨가 여린 문대 나무꾼은 돌봄이 필요한
"이거라도 입어라, 우선. 근데 너 팔 힘은 좀 쓰냐?"
"그럼요. 다른 힘도 아주 잘 써요."
"개수작 부리지 말고. 손에 흙 묻혀가며 일할 자신 있으면 따라오든가."
문대 나무꾼이 퉁명스럽게 말했어요. 재현 선남은 그제야 진실된 미소를 만면에 띄우며 문대 나무꾼을 조르르 쫓아갔어요.
"문대 씨, 앞으로 잘 부탁해요."
"누구 맘대로 앞으로 잘 부탁한단거야? 난 일자리만 알선해준다니까?"
"알아요,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