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큰세문대 모처럼 스케줄 없는 주말이었다. 박문대는 오랜만에 소파에서 뒹굴거리던 이세진을 붙잡고 갑자기 이상한 소릴...

@ondamianlv120
김이름@ondamianlv120
27 views Sep 11, 2026 ~3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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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큰세문대

모처럼 스케줄 없는 주말이었다. 박문대는 오랜만에 소파에서 뒹굴거리던 이세진을 붙잡고 갑자기 이상한 소릴 했다.

"나 유언 공증 받으러 갈 건데 같이 가주라."

뭐? 이세진은 순간 제 귀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안타깝게도 이세진의 청각은 지극히 건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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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증 받으려면 증인 있어야 돼서 그래. 잠깐이면 되니까 부탁 좀 하자."

"...갑자기 공증은 왜."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니니까 눈깔...아니, 시선 좀 곱게보내 주면 참 고맙겠다, 세진아."

"너 어디 아프냐?"

"안 아파. 됐으니까 빨리 옷 대충 입어. 나가는 김에 돈가스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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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무슨 돈가스 사준단 소리를 유언 공증 받으러 갈 때 하냐... 이세진은 띵해지려는 머리를 붙잡았다. 박문대는 여전히 참 고저 없는 어투였다.

"난 상속인이 따로 없잖아. 무연고자 잔여재산은 죽으면 국가에 귀속되는데, 뼈빠지게 고생해서 번 돈 나라에 그냥 다 주긴 싫어. 그래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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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니니까 같이 좀 가 주라.

박문대는 조금 피곤해보였다. 생각해보니 얘도 어지간히 부탁할 사람이 없었겠구나, 싶어 이세진은 옷을 챙겨입었다. 솔직히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당장에 눈앞의 이 마른 애가 스무 살에 무슨 선택을 했었는지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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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문대는 공증 사무실로 가는 택시 안에서 무심하게 변명했다.

"사람 일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이런 건 미리미리 해 놔야 안 억울하지."

"...그러냐."

대꾸는 그게 전부였다. 창가에 턱을 괴고 도로를 바라보는 박문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이 애가 하는 말엔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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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뼈가 숨어있었다. 지금도 어쩌면, '나라도 어느 날 혼자 남겨질 줄 알았겠냐'는 뒷말을 삼켰을지도 모른다. 이세진은 썸머 패키지 촬영 때 박문대가 어땠는지 회상했다. 류청우가 교통사고 후유증을 얘기할 때 못 참고 뛰쳐나가던 박문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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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사람 앞일은 당장 내일조차 모르는 법이긴 했다. 적어도 박문대가 경험한 바는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이세진은 더 말을 얹지 않았다.

공증 사무실에 도착하고 나서는 모든 일이 일사천리였다. 어떻게 소개 받은 변호사인지, 그는 꽤 젊고 유명한 사람이 눈앞에서 유언을 읊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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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적으로 받아 적기만 했다. 상담실도 조용하고 널찍해선, 증인 두 명에 당사자, 그리고 공증인만 자리했다. 증인 중 다른 한 명은 공증 사무소 직원이었다. 박문대는 멋쩍은 얼굴로 설명해줬다. '유언 공증 증인은 그 유언으로 이익을 받는 사람이 아니어야 하는데, 정말 너 말고는 딱히 더 부탁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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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더라. 원래 공증 사무소 직원은 공증 증인 안 되는 거긴 한데, 유언자가 직접 지목한 경우에 유언 효력 인정한 판례 있길래.'

그래, 박문대는 자기가 처리하기로 한 일이면 뭐든 철두철미한 녀석이었다. 회사에 올릴 기안문 쓸 때부터 알아봤지만, 설마 공증 한 번 받자고 판례까지 찾아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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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은 몰랐다. 그러면서 나한텐 한푼도 못 준단 말은 사무소에 다 도착하고 나서야 했다.

"네, 그럼 마지막으로 유언 내용 확인하겠습니다."

변호사는 무덤덤하게 박문대의 말을 다시 한 번 낭독했다. 유언은 심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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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재산은 딱 칠 등분 할 것. 선아현, 김래빈, 차유진, 류청우, 배세진에게 균등하게 나눠 유증하고 남은 몫은 각각 아동복지재단과 유기견보호 센터에 기부할 것. 그동안 고마웠다. 미안하지만 이세진은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 것 같으니 남은 인생 알아서 잘 해봐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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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앞에서 인감도장을 찍는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무슨 장난인 줄 알았을 것이다. 예컨대 예능 깜짝카메라라던가. 이쯤이면 곧 멍한 표정의 이세진을 클로즈업하고 엠씨들이 튀어나와 잔뜩 놀려야 할 타이밍인데, 애석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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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진은 마지막으로 자신도 유언장에 기명날인 하면서 멍한 정신을 다잡았다.

"네, 그럼 이걸로 절차 모두 끝나셨구요. 수수료 결제는 저쪽에서 부탁드립니다."

공증 수수료는 공증가액에 비례해 커지는데, 제한선이 삼백만원이었다. 박문대는 일시불로 카드를 긁어놓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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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선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소리나 했다.

그렇게 사무실을 나오고 난 다음엔 정말로 돈가스를 먹으러 갔다. 브레이크 타임 직후여서 그런지 다행히 작은 가게엔 사람이 없었다.

"먹고 싶은 걸로 다 시켜."

"문대 너... 여기서 제일 비싼 메뉴가 이만 원인 건 알지?"

"여기 숨은 맛집이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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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돌리는 스킬 봐, 너 요새 좀 늘었다?"

"그래서 안 시켜?"

"아니아니~ 말이 그렇단 거지! 난 치즈돈가스에 미니우동 세트. 아, 여기 음료수도 파네. 아깝네, 문대가 좋아하는 골드메달은 없다~"

이세진은 실없는 소리나 하다가 직원을 불러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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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돈가스 세트 둘에 고로케 삼종 세트도 하나 주시고, 분다버그 자몽맛이랑 라임맛으로 하나씩 주세요."

직원은 한 번 주문을 확인해주더니 우리가 떠난 후에 SNS에 올려도 되냐며 물었다. 이세진은 흔쾌히 사진까지 찍어주었다. 당연히 사진 찍어준 사람은 박문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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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전문가에 가까운 박문대의 손길을 거치면, 급하게 나오느라 메이크업 안 한 얼굴도 꽤 말끔하게 나왔다. 간단한 보정까지 끝마친 뒤에 직원의 이메일로 사진을 전송해주는 것까지 깔끔했다.

얼마 후에 나온 치즈돈가스는 과연 맛집답게 부드럽고 괜찮았다. 둘은 시답잖은 얘기를 나누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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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껏 먹었다. 그러다 다시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돌아간 뒤에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굴었다. 따로 언질이 없어도 눈치껏 행동하는 건 이세진의 장기 중 하나였다. 박문대는 그게 꽤 맘에 든 것 같았다. 그날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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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삶을 살아내기 위해선 우는 시간보단 뛰어다니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한 모양이라고, 이세진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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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썰_데못죽
(약 큰세문대/돈가스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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