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틱엋건 보고싶다. 몇번째인지 모를 실패. 또다시 새로운 밤을 맞이하게 된 청려... 아니, 신재현은 이젠 화조차도...

@aReum_tXt
아름드리@aReum_tXt
17 views Sep 10, 2026 ~9 min read
Advertisement
1
브이틱엋건 보고싶다.

몇번째인지 모를 실패. 또다시 새로운 밤을 맞이하게 된 청려... 아니, 신재현은 이젠 화조차도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각의 회로를 연결했음. 죽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생각에서 한치의 어긋남없이, 그는 실패의 원인을 떠올렸음. 아, 빌어먹을 메인보컬.
2
같잖은 놈이 얼굴 좀 반반하고 노래 좀 부른다고 시험삼아 끼워넣어봤을 뿐인데. 아니나 다를까 그건 결국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신재현을 죽음으로 이끌었음. SNS의 비계로 자신을 통제하는 신재현에 대한 욕설, 순진한 멤버들을 비웃는 말들, 자신의 여성편력에 대한 자랑...
3
인기 없는 후배들의 사진을 올리고 욕설을 담는가 하면 온갖 아이돌의 외모와 몸매를 품평질했음. 한마디로 거를 타선이 없는 쓰레기통. 그걸 들켰다고. 수습할 시간도 없이 논란으로 타오른 브이틱은 그대로 전멸했었지. 신재현은 눈을 두어번 깜빡이다 일어났음. 마음에 드는 메인보컬이 없네.
4
실력도, 외모도, 성격도 하자가 없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신재현의 수많은 기록 중 그러한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메인보컬은 하나 뿐이었음. 그가 어떤 사적인 이유로 그 모든 조건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찾지 않았던 사람. 결국모든것이 마모된 후에서야 다시 꺼내드는 카드.
5
그는 아주 닳고 닳은 이름을 기억속에서 꺼내들었음.
"류건우..."
이왕이면 다신 마주하지 않길 바랐는데.
6
처음봤을 때, 류건우는 19살의 소년이었음. 그는 소속사 사장의 취향에 완벽히 부합하는 어두운 분위기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길거리에서 아무렇게나 주워온 것치곤 아무런 버릇없는 가창실력은 월등했음. 가르치는대로 흡수해 두달만에 보컬 트레이너가 손을 뗐을 정도로.
7
춤은 가창에 못 미쳤다지만, 본인이 노력하는만큼 성장해 브이틱과 군무를 맞출 정도는 되었음. 인성도 괜찮고, 가진 스토리도, 캐릭터도 나쁘지 않아. 신재현 인생에 다시 없는, 완벽한 메인보컬이라고 생각했음.
그렇게 그를 데리고 데뷔하고, 다른 모든 요소 때문에 실패하는 중에도 그는 굳건했음.
8
논란 한번 없이, 적재적소에 청려를 서포트 해주고, 이따끔 강렬한 이슈를 만들어 브이틱을 견인하는 맏형. 그래서 신재현은 몇번이고, 몇번이고 그를 데리고 데뷔했음. 많은게 바뀌는 와중에도 류건우는 언제나 어느때나 변함이 없었음.

...그게 문제였지.
9
류건우는 점점 망가지는 신재현을 언제나 좋아하게 되었으니까. 처음 만난 때부터, 다시 돌아가고, 돌아가고, 돌아가는 동안. 어느샌가 뒤돌아보면 류건우는 항상 같은 마음으로 신재현을 좋아하고 있었음. 그걸 본인이 자각하고 있었을 때도 있고 아니었을 때도 있었지. 류건우는 성실했음.
10
또 똑똑했음. 그는 변함없이 신재현을 사랑하면서도, 수많은 되돌아감 속에서도 단 한번도 그 마음을 털어놓지 않았음. 신재현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음. 그 마음이 고맙고, 찝찝하지만 본인이 처신을 잘하고 있으니 그저 작은 하자라고 생각해 신재현은 늘 모른척했음.
11
하지만 실패하고, 실패하고, 또다시, 또다시 실패하면서... 나는 점점 망가지고 있는데 너는 왜 자꾸, 내 어디를 그렇게 사랑해서... 그 마음이 거스러미처럼 따끔대며 거슬려서. 한심한 나를 사랑하는 만만한 그에게 원망을 돌렸음. 결국은 어느 날이었던가, 그는 류건우를 제 방에 들였음.
12
둘은 한 침대에 앉았고, 류건우는 신재현만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긴장해 있었음. 신재현은 대뜸 말했음.
-형.
-...어.
-저 형에게 말씀 드리고 싶은게 있어요.
류건우의 표정이 조금 미묘했음. 신재현은 그가 혹시 착각하지 않도록 말을 이었음.
-내가 미친 것 같아도, 끝까지 들어주기로 약속해요.
13
류건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신재현은 자신의 첫 브이틱을 이야기로 풀어놨음. 허무한 실패와, 분노와, 자괴감과, 그렇게 받은 기회와, 처음 만난 날의 너. 너를, 네가, 사랑하는 마음이, 껄끄러워서... 횡설수설해댔던것 같음. 차라리 원망받고 싶고 그가 자신에게 모든 정을 떼길 바랐음.
14
네 맘을 알고도 몇번이나 모른척 했고 이용했다는 말을 강한 어조로 주장하면서... 지금에 와서는 네 마음이 너무 거슬리니까, 제발 그 역겨운 마음을 좀 죽여달라고. 신재현의 이야기는 이어졌고 약속대로 류건우는 그의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았음. 망상에 가까운 회고를 끝내고, 류건우는 말했음.
15
-...그런 일이 있었냐.
뭐라고 말해야할지, 본인도 모르는 것 같았음. 꼭 미쳐버린 환자를 눈앞에 둔 의사같기도 했고, 거지를 동정하며 지나치는 사람같기도 했음. 그는 뒤늦게서야 자신이 너무 허무맹랑한 소리를 잔뜩 흥분해서 털어놓았음을 깨달았음. 처음으로 비밀을 털어놓은 소감은 그랬음.
16
아, 허무하다. 없는 것을 증명하려는 사람도 이 보다는 보람찼을 것임. 신재현이 아무 말도 않자 류건우는 말했음.
-아무튼, 네 이야기는 알겠다. 대충 이해했어.
-당신이 어떻게요?
-...꼭 겪어봐야 이해할 수 있는건 아니잖아. 네 말의 요지도 알겠다.내가.... 널... 하는, 건... 어떻게든 해볼게.
17
불편하게 해서 미안했다. 류건우는 심적으로 지친 신재현을 침대에 밀어넣고 이만 쉬라며 나갔음. 그리고 다음날부터 류건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 그는 여전히 신재현을 좋아하고 있었음. 신재현은 그런 류건우의 모든 것이 거슬렸고, 그 다음주. 브이틱의 리드 댄서에게서 학교폭력 논란이 터졌음
18
수습하고 싶어도 피해논란이 너무 거세게 퍼졌음. 조사 중 같은 학교 동갑내기로 유명했던 다른 그룹의 아이돌도 터졌고, 그렇게 불길이 번졌음. 또다시 실패를 직감한 신재현이 모니터링을 마쳤을 즈음, 류건우가 찾아왔음. 류건우는 지난번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음.
-신청려.
-네.
19
말투에서부터 그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는 어조가 튀어나왔지만 류건우는 들은 척도 않았음. 그냥 한참을 말을 못 꺼내고 머뭇거리다가, 신재현이 짜증을 내기 직전에서야 어렵사리 말을 꺼냈음.
-다음 '기회'는 언제야?
-...네?
순간 신재현의 등골이 오싹하게 식었음.
-부탁이 있어.
20
-...형에게도 '기회'를 줄 수는 없어요.
-그런걸 바라는건 아니다.
류건우는 등을 보이고 앉아있어 신재현에겐 그가 어떤 표정을 하는지 보이지 않았음.
-너는 내가 무수한 과거에서, 한번도 변하지 않고 너를 좋아했다고 했지.
-...
-생각해봤는데, 너를 좋아하지 않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
21
그건 꽤 로맨틱한 고백이었다고, 기억함. 물론 상대가 신재현이 아니고, 상황이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더 그랬겠지.
-다음에도 나는 너를 만나게 되면 너를 좋아할 것 같아. 네가 어떤 모습이든.
이미 무수한 증거가 있어 반박할 수 없는 가설을, 류건우는 확신처럼 말했음.
22
-네 다음에 내가 없었음 좋겠다.
-...네?
-네가 불편하다며.
그 날, 자신의 마음을 거부하는 신재현의 모습에 류건우는 충격받았음. 너는 몇번이고 언제고 이어지는 내 마음을 이렇게나 불편해했구나. 언제나 냉정하고 합리적인 신재현에게서 처음 보는 강렬한 거부감에 류건우는 상처입었음.
23
-나도 나 싫다는 놈 좋아하기 싫어. 근데 이번엔 이미 글렀으니까, 다음에는 네가 나 좀 도와줘라.
-...형.
-내가 없는 브이틱으로 활동해줘. 나 지금 탈퇴선언하는거야.
류건우는 제법 농담처럼 말했지만, 신재현은 그걸 농담처럼 여기기 힘들었음.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음.
24
그때 그렇게 말하는게 아니었는데. 본인 앞에서 그렇게까지 말하면 안됐는데. 그런 미안함과 후회, 죄책감. 혹은 이제 류건우가 없으면 나는 또다시 메인보컬을 찾아야하나. 나를 좋아하는것만 빼면 이렇게 완벽한 멤버인데? 그런 이기적인 마음. 그리고 종래에는...
-...알겠어요. 그렇게 해요.
25
그 마음에 답하지 못하는 자신을 외면하고 싶고 류건우를 피하고 싶어서 결국 순응하고 마는, 그런 약간의 도피적인 인간성. 류건우는 그 대답에 잠시 조용했다가 허탈하게 웃었음.
-미안하다.
떠나가는 류건우를 보며 신재현도 똑같이 웃었음. 대체 뭐가 미안한건데. 그런 말을 해야할건 나인데.
26
그렇게 약속해도 다음에 자신이 류건우를 데리고 데뷔하면 본인이 어떻게 알건데. 그는 신재현이 어떻게 과거로 돌아가는지는 몰랐기에 그저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네고 사라진 류건우를 떠올렸음. 그가 있으면 완벽해질 수 있는데... 그래도, 그럼에도. 다음에 눈을 뜬 뒤 신재현은 약속을 지켰음.
27
그를 데뷔시키지 않는건 간단했음. 그 날, 소속사 사장이 류건우와 마주쳤던 그 곳으로 가지 못하게 아주 잠시간 그를 붙들면 됐으니까. 그러고나면 류건우는 다시는 아이돌로 데뷔할 수 없었음. 그렇게 신재현은 류건우 없는 실패를 반복하고, 반복하고... 그렇게 그가 청려가 될 때까지.
28
마침내 모든 것이 닳고 닳아 완벽에 대한 집착으로만 살아숨쉬게 됐을 때까지. 청려는 류건우를 부를 수 없었음. 그는 아주 오랜만에 부르는 이름을 어색하게 되감아보다가, 고개를 들었음. 묘하게 촌스러운 교복을 입은 류건우가 서 있었음.
"이 친구는 류건우다."
"안녕하십니까."
29
관리받은 적 없는 외모치고는 수려해서 일순 술렁인 연습실에 서서 청려는 류건우의 눈을 마주쳤음. 자신의 쪽으론 시선도 돌리지 않고 그저 낯선 곳을 탐색하듯 찬찬히 주위를 살피는 류건우의 얼굴. 수많은 실패 후 꺼낸 카드답게, 인상적으로 생긴 남자. 청년의 느낌을 묘하게 풍기는 이미지가...
30
청려가 생각하는 브이틱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었음. 데뷔할 때 쯤이면 류건우만 성인이고, 나머지는 전부 미성년자일게 분명했음. 한정된 소재로 브이틱의 세계관을 보여줘야 할 때, 류건우의 저 풋풋한 청년과 어리숙하지 않은 소년스러움 사이의 분위기는 크게 기여를 하곤 했음.
31
류건우는 간단한 인삿말을 끝으로 연습생 사이로 섞여들어왔음. 어떤 적응의 기회도 주지 않고 연습표만 내민 팀장이 손짓하자, 류건우는 묘하게 뚱한 낯으로 자신의 클래스를 찾아 사라졌음. 가진거라곤 잠재력 뿐인 남자가 이 곳까지 오려면 두달은 걸리던가. 청려는 느긋하게 생각했음.
32
인사를 나누고 싶다. 그가 제게 말을 거는 목소리가, 아주 오랜만에 궁금해졌음.

류건우는 신재현의 예상대로 빠르게 클래스를 이동했음. 보컬 트레이너가 강한 지지자가 되었고, 댄스 트레이너는 반대하지 않았음. 류건우는 연습생 사이에서 묘한 적대감과 견제를 받으며 상위 클래스에 입적했음.
33
"안녕하세요. 건우 형 맞죠?"
청려는 아주 오랜만에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인사를 건넸음.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으나, 류건우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음.
"응. 너는..."
"전 신재현이에요."
"아."
류건우는 이미 청려를 알고 있는 눈치였음.
"소문 많이 들었어."
34
"하하, 설마 나쁜 소문은 아니죠?"
"춤 잘 춘다던데. 혹시 괜찮으면 가끔 물어봐도 될까."
"당연하죠. 언제든 물어봐줘요."
청려에 대한 인상이 나쁘지 않았던지 류건우는 희미하게 웃었음. 그런 작고 자연스러운 미소를 오랜만에 본 청려는 아주 새삼스럽게, 그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음.
35
건우 형, 하고 부르면 응. 하고 대답해주던 과거의 어느 날이 언뜻 떠올랐음. 청려는 그 미소에 따라 웃으며 말했음.
"힘내봐요."
"어어, 너도."
이젠 흔적도 남지 않은 과거가 아주 잠시 그리워졌음.

데뷔조는 청려의 입김대로 꾸려졌음. 실력, 외모, 인성 어느 하나 그 어느때보다 완벽에 가까운.
36
딱 그런 브이틱의 모습을 보며 청려는 흡족해했음. 몇달이 넘게 연습생으로 사느라 제법 관리를 받아 반짝이는 류건우를 볼때면 더 그랬음. 류건우는 많은 말 없이도 청려의 의도를 이해했고, 언행에 흠없이 사람을 대했음. 데모를 녹음할 때에도 신인답지 않게 헤맴이 없었지.
37
"형, 수고했어요."
부스를 나온 류건우가 자연스럽게 청려가 내민 물통을 받아 옆에 앉았음. 긴장이 조금 풀린 듯 신재현에게 조금 기대는 무게가 느껴졌음. 딱히 의식하고 한 행동은 아닌지 본인은 아주 태연했는데, 고작 그게 뭐라고 청려는 멈칫 행동을 끊고 자세를 굳혔음.
38
"넌 긴장도 안하고 잘하던데. 혹시 팁 있으면 알려줘."
"음... 형한테 필요한 팁 같지는 않은데요?"
둘러말한 칭찬에 기분이 조금 좋아진 듯 류건우가 피식 웃었음. 그는 쩔쩔매며 마이크 앞에 선 채율을 빤히 바라보며 청려에게 조금 더 기대왔음. 바짝 붙을 때마다 묘한 향이 났음.
39
"애들은 긴장한 것 같은데."
"하다보면 익숙해지겠죠."
"오늘 정도는 고기 먹일까."
"형이 원한다면요. 대신 내일부턴 빡세게 관리시킬거예요."
"어련하시겠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은근히 화색을 비쳤다 시무룩해졌다가를 반복하는 동생들의 얼굴을 본건지 류건우가 웃음을 터뜨렸음.
40
그 모습을 조금 더 위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청려도 옅게 웃었음. 한순간 심장이 아린 느낌이 들었음.

브이틱은 어느때보다 완벽했음. 몇번이고 검증되었던 류건우와, 그동안 고르고 골랐던 멤버들의 합은 강한 시너지를 냈음. 많은 과거 중에서도 가장 큰 반응을 불러 일으키며 브이틱은 순항했음.
41
과거에도 그랬듯이 류건우는 청려를 적재적소에 도왔고, 멤버들을 잘 관리했음. 청려는 그런 류건우를 자주 관찰하곤 했음. 이렇게 모든게 완벽한데, 그 어느때보다 완벽한데 또다시 그가 자신을 좋아하게 되면...
"뭘 그렇게 생각하냐. 스케줄 가게 나와라."
"잠시 생각 좀. 금방 나갈게요."
42
멀어지는 류건우에게서 희미한 과거의 잔상을 겹쳐보며 신재현이 자리에서 일어났음. 당신이 다시 나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 문장의 끝을, 이상하게도 맺을 수가 없었음.

청려가 다시 류건우를 데리고 오게 된 데에도 사정은 있었음. 그때, 류건우와 마지막 활동을 하고 헤어진 이후.
43
청려는 수많은 활동을 그 없이 이어나가야 했음. 많은 것이 변하고, 사라지거나 생겨나면서 청려는 영원을 믿지 않게 되었음. 청려의 삶은 더이상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뒤섞여 자신이 떠올리는게 과거인지 상상인지도 헷갈려했음. 모든것이 의미를 잃는 과정에서, 그 약속 또한 의미를 잃었음.
44
아주 오래 전 했던 이기적인 생각이 불쑥 들었지. 이제 서서히 모습을 갖춰가는 브이틱에게 필요한 가장 완벽한 퍼즐. 어떤 항상성에 대한 간절함. 자신이 알던 그 무엇보다 영원했던, 변함이 없었던 이에 대한 작은 그리움... 불쑥 치미는 죄책감이 희미해진 때에 그를 불러들이는건 어렵지 않았음.
45
류건우는 청려가 기대했던 것만큼 변함이 없었고, 완벽했으며, 또 그리움을 해소해주었음. 그가 있으면 이 지겨운 반복을 멈추고 완벽한 브이틱으로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할 정도였음. 어떤 해방감과 묘한 서글픔, 또 분노와 설렘이 혼재한 감정이 들때면 청려는 확신했음.
46
류건우를 다시 찾기를 잘했다고. 그러니까 나는 정당하다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청려는 류건우의 곁에 머물렀음. 아직은 청려를 사랑하지 않는 류건우를 확인할 때면 그런 생각도 들었음. 이대로 쭉 건우 형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되잖아. 형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괴로울 이유가 없어.
47
그러니까 제발. 우리 이렇게 완벽하게, 쭉 함께할 수 있도록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 소원은 이루어졌음. 이번의 삶에서 류건우는 도통 청려를 사랑할 기색을 보이지 않았음. 류건우에게 청려는 여전히 아끼는 동생이고 함께하는 동료이자 믿음직한 파트너였음.
48
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걸 확신할 때면 청려는 안도와 불쾌감으로 속이 울렁거리고는 했음. 왜 그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었을까. 간헐적으로 그런 의문이 들 때도 있었음. 류건우는 자신이 아주 한심하던 때부터 마지막의 그 순간까지도, 자신이 그를 상처입히고 난 뒤에도 사랑을 했는데.
49
혹시 그의 취향이랑 달라진걸까. 어딘가 좀 멍청하고 약한 부분이 있는 것들에게 약한 사람이니까. 어쩌면 지금의 자신에겐 그런 감정을 못 느끼는걸지도. 신오와 채율에게 붙들려 귀여운 곡의 커버를 연습하는 류건우를 빤히 바라보며 생각했음.
"청려 형."
그런 청려에게 주단이 말했음.
50
"여쭈고 싶은게 있습니다만 혹시 실례가 안되신다면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뭐지."
주단은 청려의 시선을 따라 연습실 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음.
"혹시 건우 형을 좋아하시나요. 요즘 형이 건우 형의 기호와 반응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서요."
청려의 시선이 빙글 돌아왔음.
Actions
What You Can Do
  • Export as PDF or Markdown
  • Batch Export to Notion
  • Bookmark & Highlight
  • Screenshot Tweet
Create Free Account

Includes 7-day Premium trial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