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한국사람. 나도 한국어 해요." 류건우는 고개를 들어 제게 말을 건 남자를 응시했다. 그는 자동차 아래서 막...

@aReum_tXt
아름드리@aReum_tXt
39 views Oct 03, 2026 ~3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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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한국사람. 나도 한국어 해요."
류건우는 고개를 들어 제게 말을 건 남자를 응시했다. 그는 자동차 아래서 막 기어나와 온 몸이 기름범벅이었는데, 눈이 마주치면 해사하게 웃을 줄 아는 남자였다.
"아, 네."
"혹시 여행 왔어요?"
류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그럴줄 알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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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온 사람들이 자주 빌리는 차의 종류라고. 그는 차에 가득 실린 옷가지나 생필품을 보고 류건우에게 말을 건 모양이었다.
"차는 금방 고쳐요. 심심한데 말 상대나 해주면 안돼요?"
머쓱하게 서서 휴대폰이나 만지작대던 류건우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신나서 노래를 흥얼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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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한국어로. 그는 스패너를 들고 잘 뭉친 근육을 광고하듯 멋있는 자세로 보닛 위에 걸터앉았다.
"여행 어디 가는 중이에요? 오늘 머물 곳은 있어요?"
"시내로 나가려고요. 일정은 정한게 없어서... 일단 시내 호텔에서 하루 묵을 생각입니다."
"oh, 그것 참 좋은 생각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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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뾰족한 송곳니가 보이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라면 다른 수단을 생각해보겠어요. 이 주변 시내의 호텔은 죄다 별로거든요."
"특별히 추천해주실 방법이라도?"
남자는 턱을 쓰다듬더니 씩 웃었다.
"혹시 가지고 있는 한국음식 있어요? 그걸 내게 좀 나눠주면 하룻밤 재워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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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류건우는 승낙했다. 그는 남자의 퇴근시간까지 빈둥대며 사무실 안쪽에 앉아 남자의 말상대를 해주었고, 둘은 차에 올라탔다. 남자는 조수석에 앉아 한참 말이 없다 말을 걸었다.
"조심성이 없네요."
"그렇습니까."
"뭘 믿고 내 제안을 수락했는지 궁금해요."
류건우는 핸들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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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 건드는 소음 끝에 류건우는 답했다.
"제가 그 쪽, 관심 있었거든요."
"아하. 역시 내 팬?"
"...팬까지는 아니고."
"나 남자 팬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요. 이거, 이런 차림이라 좀 미안한걸요?"
"미안할 필요까지는..."
솔직히, 기름투성이 작업복 마저도 무대 위의 연출처럼 보이는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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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세를 고쳐앉고서 류건우에게 말했다.
"사실, 나도 당신 알아요."
"..."
"언제나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찾아왔었죠? 많은 팬들 사이에서 당신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어요."
남자는 웃음을 지었다. 어딘가 즐거워보였다.
"혹시나해서 말을 걸었는데 모르는 척 해서 조금 헷갈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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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척 하면 안 좋아하실까봐."
"맙소사, 그건, 정말 틀린 얘기네요. 내 팬이 날 알아봐주는 것만큼 좋은 일이 어딨다고요. 그것도 이런 운명적인 만남 앞에서."
"...팬은 아니고."
"아무튼, 하려던 말은 그거예요. 미국에서 남을 너무 믿지 말라는 것. 남들한텐 제게 한것처럼 굴어주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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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건우가 할 말을 잃자 남자가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당신이 나의 팬이라 내 제안을 수락했겠지만요. 솔직히, 팬을 내 집에 들여본 적은 없어 좀 긴장되거든요."
"불편하시다면 지금이라도."
"No. 그건 아니고요. 당신에게 궁금한게 몇가지 있어요. 괜찮다면 얘기 나누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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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술 잘해요? 집에 와인 있는데."
"좋아합니다."
"Great."
남자는 한치의 거부감 없이 류건우를 제 집에 들였다. 그는 솜씨좋게 치킨스프를 만들었고, 류건우는 한국에서 가져온 반찬과 고추장튜브를 아낌없이 썼다. 물론 컵라면도. 중구난방인 안주를 저녁삼아 둘은 와인을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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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내내 류건우가 어쩌다 자신의 그룹에 빠지게 되었는지, 어떤 멤버를 가장 좋아했는지, 혹은 자신에게 원하는 팬서비스가 있는지를 물어왔다. 류건우는 하나하나 차분히 답해주며 머뭇거리다 그에게 셀카를 부탁했다. 남자는 흔쾌히 류건우의 폰으로 자신의 얼굴을 찍은 뒤, 투샷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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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건우를 끌어안고 한참이나 여러자세로 사진을 찍으며 깔깔대다, 흥에 겨워 스탭을 밟더니 본인 혼자 휘청댔다. 내내 붙들려 안무 상대 역할을 허수아비마냥 수행하던 류건우와 다리가 뒤섞이는건 순식간이었다. 남자는 뒤로 넘어가 소파에 몸을 묻었고, 류건우는 그에게 끌어안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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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서 시선이 마주치고, 남자가 말했다.
"아직도 나를 좋아하나요?"
그건 여지껏 그가 건넸던 많은 물음과 달리 약간의 의기소침함과, 피로를 담은 물음이었다. 그에게서 빠져나가려 시도하던 류건우가 일순 멈칫하는 순간 남자가 그를 잔뜩 끌어안았다.
"당신이 좋아한건 나예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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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무대에 압도당했었다. 그의 미소에 사로잡혔었다. 카메라 안에 그를 가두고 평생 당신이 빛나는걸 구경하고 싶었을 정도로. 숨기려고 애썼던 음험한 욕심을 남자는 이미 찾아낸 것처럼 다정히 말을 걸었다.
"나를 좋아하고 있어요?"
류건우는 답했다.
"네."
"아직도?"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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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참 환상적이에요. 남자는 눈으로 그렇게 답했고, 류건우를 당겨 입을 맞추었다. 어떤 성애적인 목적이 있다기엔, 가벼운 친애를 담은 스킨쉽이 입술에 닿았다. 류건우가 바짝 굳자, 남자가 두어번 쪽쪽 입맞추고는 프하하 웃음 흘렸다.
"이것도 팬서비스라기엔, 아이돌스럽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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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깔끔한 태도로 류건우를 일으키고 그의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침실로 향했다. 굳어 어쩔 줄 모르는 남자를 손님방에 모시고서, 그를 눕혔다. 이불을 턱 끝까지 올려준 후에서야 남자가 인사를 건네고 떠나갔다.
"내 꿈 꿔요."
그 한마디야말로, 류건우가 받은 두어번의 입맞춤보다 농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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