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어딨을까.." 여자는 문대의 품속을 몇번이나 뒤적였어. 핸드폰을 찾기보단 순전히 이걸 기회로 문대의 몸을...

여자는 문대의 품속을 몇번이나 뒤적였어. 핸드폰을 찾기보단 순전히 이걸 기회로 문대의 몸을 만지려는 의도 같았지.
"으..윽,"
문대가 소름돋는 감각에 비명을 애써 삼켜내고 있던중,
♪~♬~♩-
-툭.
결국 긴 무응답에 전화가 끊긴거야.
약간의 절망어린 눈빛을 내비친 문대가 어떻게든 이 여자는 족치겠다는 눈빛을 숨기며 몸을 움츠리자 여자는 흐뭇하게 미소지었어.
"하아.. 귀여워라."
정말 미쳐버린 웃음이었지. 소름이 쫙 돋고, 정말 기분 나쁜, 질척한 광기가 묻어나는 미소였어.
"나도- 문제를 크게 일으키고 싶진 않거든."
"너도 그렇지? 응~?"
미친 여자의 억측이 처음으로 들어맞았지만, 오히려 기분이 더러웠어.
"자.. 그럼, 네가 해야하는게 뭔지 알려줄게."
여자는 문대의 품을 몇분 더 더듬거리다 아쉬운듯 느린 손짓으로 핸드폰을 꺼내갔어.
여자는 문대의 핸드폰을 키더니, 잠시 눈살을 찌푸리다 밝은 얼굴로 문대의 뒤쪽으로가 지문으로 잠금을 해제했어.
테이프에 붙어있는 손목을 우악스럽게 끌어서 지문을 인식시키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 붙어있던 손목이 비틀어져 손목이 짓눌리는 아픔을 겪을 문대는 딱히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지.
전혀 미안하지 않은 말투로, 여자가 또 다시 헛소리를 내뱉었어.
"근데 우리 문대는 신음소리도 어쩜그리 이쁘니..? 더 듣고 싶어지게.."
어딘가 불안해지는 발언을 내뱉은 여자는 여전히 문대의 뒤에서 알짱댔어.
"흐윽-!"
순간 스쳐가는 건우의 마지막 기억에 참지 못하고 내지른 비명 같은 신음을 애써 삼켰지만, 결국 잇새로 소리가 새나가고 말았어.
"으.."
아무래도 그 기억은 아닌척해도 문대의 내면에 깊게 틀어 박혀 버렸나보지. 문대는 덜덜 떨면서도 자조하며 생각했어.
그저 고용된 관계가 아니라 가스라이팅이나 길들임이라도 받은것 같은 모양새에 문대는 다가올 사적인 감정이 섞여 더욱 가혹한 고통을 예견했지.
"아! 윽, 흐으.. 읏, 악!"
반응을 해선 안된다는것도 잊고 그저 고통을 견뎌내고 있었더니 한참뒤에 폭행이 끊겼어.
이제는 그 스산한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몸이 움찔거렸어.
"말할 기운은 있어?"
"생각보다 거칠게 다룬거 같아서- 걱정되네."
'거짓말.'
'날 희열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으면서.'
'내가 맞는동안 계속 내 이름을 부르며 좋다고 중얼댔잖아.'
입 밖으로 나오는건, 그저 순순한 대답 뿐이었지.
"-괜찮.. 습니다."
여자는 문대가 아직도 탈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건 생각도 못한채 만족한듯이 웃었어.
"문대야. 아까 전화 건 사람- 이세진이더라?"
"친해?"
문대는 이게 자신에게 주어진 질문이 아니라는걸 알고있었어. 그저 지긋지긋한 자기혼자 중얼대는 문답이었지.
여자는 문대의 예상이 맞은듯 또 혼자 결론을 내리곤 조잘대기 시작했어.
"내가 아-까 말했듯이.. 일을 크게 벌리고 싶지는 않거든.."
무얼 말하려고 저렇게 밑밥을 까는거지?
"그러니까, 내가 지금 걔한테 전화할테니, 거기에 대고 적-당히- 연기해주면 돼."
"쉽지?"
너도 나랑 더 있고 싶잖아? 그러니 할수 있지?
끝에 붙은 속삭임이 귓속에 뱀이 기어가듯 들려와 기분이 더 나빠졌어.
마지못해 문대가 대답하자 여자는 아까까지 만지작 거리던 문대의 폰을 건들이기 시작했어.
상황상으론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어. 납치범은 좀 미쳤고, 도망치기도 어려워 보이지만. 외부의 누군가와 연락할수 있게된 순간이었으니까.
-띠링.
순간 들리는 동영상 촬영이 종료되는 소리에 등골이 오싹해졌어.
온몸에 소름이 돋고 기분이 정말 더러워졌다.
속으로 욕을 몇번이나 짓이기며 읊던 문대는 큰세의 컬러링소리가 스피커폰로 들리자 귀를 기울였다.
문대는 아픈 몸을 조심스레 일으켜 여자에게 기듯 다가가 전화를 넘겨 받았지.
조금, 기분이 다시 더러워졌지만, 애초에 몸이 아파서 아예 일어나는것도 무리였고, 여자에게 제대로된 복종을 보여주는게 더 안전하기도 해서 애써 참았어.
-툭.
30초도 되지 않아 전화를 받은 큰세였지만, 체감상으로는 시간이 한참이나 흐른것 같았어.
-박문대! 너 괜찮아? 괜찮은거지? 너 지금 어디-
"나, 괜찮아. 큼, 숙소야. ···방금 자다 일어났어."
얼마만에 듣는 애인 목소리냐..
문대는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주저 앉았지.
하, 이건 제지하지 않네. 손목쯤은 없어도 상관 없단거냐?
속으로 실소하며 문대는 통화를 이어갔어.
-숙소라고..? ···방이야?
문대가 태연하게 말하자 여자가 어서 전화를 끊으라는듯, 칼이 들이밀어진 문대의 손목을 느긋이 쓸었어.
마치 뱀이 기어 가는것 같아 소름이 돋았지.
"윽,"
-문대야? 무슨일이야?
재빨리 걱정을 쏟아냈어.
"괜, 찮아. 나오다가, 부딪, 쳤어."
-···그래...~
방금말로 완전히 눈치 챈건지, 큰세가 다시 활발한 말투를 쓰려고 하고 있었어.
"어, 이세진. 너도?"
···아닌가? 눈치챈게 아니었나? 왜 납치범을 자극하는 말을,
-나도 뭐 안먹었으니까, 숙소에서 같이 밥 먹고 싶은데. 내가 도착할때 쯤이면 늦을테니 배달이나 보낼께~ 나 주소 아직 못 외웠는데, 주소좀 보내주라...~
"그냥 위치봐, 이세진. 너 저번에 위치 켜서 배달앱에 적었잖아."
-오케~ 그럼 휴가 끝날때 봐...~
문대는 자연스레 전화를 끊었어.
이제 납치범만 자극하지 않고 잘 버티면 된다.
문대는 큰세가 완전히 다 알아차렸다고 생각했어.
뭔가 또 불안해져서 전화했는데 애가 연락을 안받아.
오매불망 걱정만 하면서 숙소에 도착했는데 딱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숙소에 있대.
근데 숙소엔 문대가 안보이고, 들어오자마자 전화가 와서 방은 아직 못봤으니까 방인가 했는데 이제 거실로 나왔대.
갑자기 아픈거 처럼 소리를 내더니 어떻게든 변명을 하고, 내가 안믿을거 뻔히 알면서도 괜찮대.
싸늘한 숙소에서 홀로 중얼거리며 빠르게 경찰에 연락하는 큰세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