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청려가 회귀할 때마다 콩이 영혼도 함께 되돌아간다면 어떨지 궁금함 N번째 리셋한 청려가 그 생에서 새로운 강아지를...

N번째 리셋한 청려가 그 생에서 새로운 강아지를 데려와 콩이라는 이름을 붙여줄 때마다 전생의 콩이 영혼이 다시 그 몸에 깃드는 거지..
- 안녕
'안녕 아빠'
- 네 이름은 이제부터 콩이야
'보고 싶었어'
이런 식
이 적당히 차가운 체온이 너무 그리웠거든
지난 생의 청려가 떠난 이후로 다른 좋은 주인을 만났지만 그래도 콩이는 청려가 늘 그리웠음
그래서 콩이는 청려가 자길 두고 어딘가로 떠나버릴 때마다 간절히 바랐음
청려가 어서 내 이름을 불러주길..
나를 찾아줘
나도 네가 있는 곳에 데려가줘
그렇게 생각하면서 콩이는 정말 몇 년이고 기다림
강아지의 수명은 짧으니까
되돌아간 청려가 이번 생에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콩이는 그렇게 마냥 청려를 기다리다 생을 마감했을 거 같음
살다가 청려를 만나든 죽어서 청려를 만나든 기다림은 똑같고 그 과정에서의 죽음은 그저 잠에 드는 것과 다름 없으니까
그렇게 간절히 바라다 어느 순간 눈을 떠 보면.. 자길 쳐다보며 웃고 있는 청려를 마주하게 되는 거지
그래서 그냥 늘 그랬듯 같은 다짐을 함
이번 생에는 내가 꼭 행복하게 만들어줘야지
청려가 삶을 포기하지 않게
내가 지켜줘야지
배변훈련도 손도, 엎드려도 이미 다 알지만 괜히 모른 척도 해보고.. 오래 기다리게 한 서운함에 일부러 말을 안 듣기도 하고
콩이 버릇이 너무 익숙해서
저번에도 저저번에도
늘 다른 강아지고 이름만 같은데 신기하게 버릇은 하나같이 똑같아서 청려도 좀 신기해 할 거 같다
청려는 콩이가 같은 강아지라는 걸 몰라
언제나 혼자서 회귀했으니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존재가 유일한 동반자라는 걸 상상조차 못할 듯
생을 반복하는 콩이의 바람은 늘 하나겠지
청려가 죽지 않는 것
청려가 떠나지 않는 것
청려가.. 자길 버리지 않는 것
콩이는 지난 생에 청려가 떠났던 시기가 가까워질 때마다 불안했지만 그래도 함께 있다는 거 자체가 행복했어
작은 네모 안에선 사람들이 말을 하고, 웃고, 울고, 춤을 추고 노래하고 있었음
그러다 청려의 숨소리가 조금 달라졌다 싶을 때 쯤, 네모 안에서 어떤 남자가 이렇게 소리칠 듯
청려가 그 말을 듣고 웃고 있었거든 그리고 손으론 콩이를 쓰다듬어주면서 이렇게 중얼거림
- 첫번째 죽음은 넘겼네
그쯤 돼선 콩이도 문대 얼굴을 다 외웠을 정도로
이 날 콩이는 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청려를 기다리느라 현관 앞에 엎드려 있었음
혼자 있는 건 익숙했지만 느낌 상 슬슬 청려가 돌아올 거 같아서 안 자고 계속 기다렸을 듯
벌떡 일어난 콩이는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흔들면서 거실로 향하는 청려를 졸졸 쫓아갔음
탁.
눈 앞에서 닫힌 문을 보면서 콩이는 작게 끼잉 울었음
콩이 침대가 따로 있어도 잠은 늘 청려 곁에서 잤는데..
두어번 더 울었지만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음
..청려가 피곤한가봐
하염없이 문 앞에 앉아있던 콩이는 그 상태 그대로 잠에 들었음
불안감에 몸을 떨면서 겨우 눈을 감았음
- 콩아
끼잉
- 여기서 잔 거야?
이러면 안 되는데...
- 많이 컸으니까 이제 혼자 잘 수도 있어야지
메인보컬 멤버가 조만간 형사 사건에 기소될 거고, 수습이 불가능한 스케일이라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거 같다는
5인조 브이틱
메인보컬의 부재
컴백 차질
이미 꽤 찬 연차와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어린 신인들..
하락세의 신호탄
청려는 눈물 젖은 얼굴로 자기 손을 이리저리 핥아오는 콩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꽉 끌어안았음
꽤 몸집이 큰 개라 무거울텐데도 무릎 위에 앉힌 채 오래오래 앉아줬음
정확히는 콩이 스스로 정을 떼게 하고 싶어하는 거였지만
청려는 준비 해야했음
자기한텐 더 이상 리셋 기회가 없으니 기회를 넘겨받은 후배를 강제로라도 설득해 과거로 돌아가야만 했거든
아무도 모르게 리셋할 준비하던 청려
근데 콩이만 유일하게 청려가 떠나려 한다는 거 다 알고 있을 거 같다
가구에 천을 씌우고 원래도 없던 물건을 전부 버리고 흔적을 지우고.. 집에 남은 온기라곤 콩이 밖에 없어질 때까지 비우고 비우고 비워버려
이번엔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또 어떤 새로운 주인을 만나고
어떤 집에 적응해야 할까
청려가 나를 다시 찾아줄 때까지
내가 살아있을 수 있을까?
오래오래 기다리다 더 이상 걷지 못하게 되는 게 슬펐어
나는 청려가 부르면 달려가야 하는데
다신 그러지 못할까봐
새로운 가족들이 내가 죽어가는 걸 보면서 우는 모습을 또 보게 될지도 몰라
이번 생에도, 저번 생에도. 나는 몇 번이고 널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었는데
설령 다신 만나지 못하게 되더라도.. 나는 네 곁에서 죽고 싶었는데
왜 나를 봐주지 않아
-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콩아
오늘은 정말 설득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한 청려 언젠가 콩이 목에 달아줬던 이름표 빼줄 거 같다
어차피 자신은 되돌아갈 뿐이니까
그래서 유서를 쓴 적도 없었을 거 같다
자신이 떠나고 나면, 혹시라도 혼자 남겨지게 될까봐 어떻게 해서든 다음 보호자를 찾아두고 갈 듯
오늘 자신이 사라진다면 미리 연락해 둔 사람이 와 콩이를 데려갈테고, 조금 미뤄진다면 또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 청려 저기 쳐다보면서 꼬리 살랑살랑 흔드는 콩이 두고 뒤돌아 설 듯
새벽녘에 떠난 청려가 돌아오기까진 못해도 하루는 걸릴 거라 생각한 콩이는 현관 앞에 엎드린 채 눈을 감았음
그리고 그렇게 해가 다 지도록 눈을 감고 자리를 지키는데
문 쪽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에 콩이의 귀가 쫑긋, 움직였음
벌떡 일어난 콩이가 굳게 닫힌 문을 뚫어져라 쳐다봤음
그건 언제나 청려가 돌아오길 기다렸던 콩이가 못 알아들을 리 없는 소리였음
반가운 기계음과 함께 문이 열리고..
청려가 돌아왔음
그리고 그걸 본 콩이는 자기도 모르게 한 번 크게 짖었을 듯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사실 그건 다음 생을 기약했던 게 조금 더 컸음
그런데 정말로 청려가 돌아온 거임
심지어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몸을 낮춘 청려가 확 달려드는 콩이를 마주 끌어안았음
어쩐지 평소보다 더 기뻐보이는 모습
.
'네가 가진 건 이제 없어지지 않는다는 거야.'
'그러니 그냥 좀 편하게 살아라. 개도 키우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없어지지 않는다, 라.'
저를 걱정하는 크고 까만 눈망울.
콩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청려를 바라봤음
그리고 들려온..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
또한 그토록 바랐던.
떠나기 전 콩이를 혼자 잘 수 있도록 적응시켰던 청려의 모습이 스쳐지나가고..
구원과도 같은 목소리가 콩이에게 전해졌음
그 모습을 말없이 내려다보던 청려가 고개를 숙여 콩이의 촉촉흐고 까만 코와 맞닿았음
- 그래.. 계속 같이 있자
다신 없을 거라 생각한 미래를 처음으로 약속하는 장면이라기엔 지나치게 초라했지만..
노을이 비쳤던 그 순간을 콩이는 평생 잊지 못할 것임
- 잘 가.
가기 전 콩이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어 준 박문대가 청려와 몇 마디를 나누더니 이내 멀어졌음
더 놀고 싶었거든
칭얼거리는 콩이를 어르고 달랜 청려가 콩이를 안은 상태로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음
청려는 좋다고 잔디밭 위를 뛰어다니는 콩이를 웃으며 말없이 쳐다봤음
지나가는 나비의 뒤를 졸졸 쫓아가다 멈춰 서서 꽃을 깨물어보는 콩이.
손가락을 턱 밑에 갖다 댄 청려가 나무에 기댄 채 고개를 기울였음
그 '애들'이랑
'그래, 저런 것도. 저렇게 놀다가 내가 안 보이면 금방 찾으러 오곤 했지'
...
..정말 닮았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럴 리가 없지'
등 뒤로 묵직한 무언가가 올라타는 듯 하더니 청려의 몸이 그대로 기우뚱 옆으로 넘어갔음
주인을 냅다 드러눕혀놓고 헥헥거리며 해맑게 웃고 있는 콩이.
청려가 없어진 줄 알았는지 금세 달려온 거대한 반려견이 꼬리를 붕붕 흔들었음
새로운 놀이를 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 ..신기하네.
그 애들도 항상 이랬는데.
기억 속 각기 다른 모습의 콩이들.
동시에 왜 이제껏 눈치채지 못했는지 의문일 정도로 선명한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음
몇 번이고 무시하려 했던 기시감이 다시금 마음 한 구석을 자극하고..
청려는 마침내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오는 한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었음
평소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담아.
왕!!
말을 알아들을 리도 없는데..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오른쪽으로 한 번, 왼쪽으로 한 번.
그리고 청려는.. 무언가를 기대하듯 눈을 빛내는 콩이를 보는 순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을 거 같다
온 몸으로 자기를 알아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아이.
그건..
- 너구나.
..
전부 너였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감정들이 밀려드는 듯한 기분.
'..뭘 하고 살아야할지 모르겠는데'
'그건 네가 알아서 찾아야지.'
그건...
청려는 축축하게 젖어들어가는 어깨를 내버려둔 채 제게 얼굴을 묻고 있는 콩이의 등을 가만가만 토닥였음
'찾은 것 같네요 후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