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청려가 회귀할 때마다 콩이 영혼도 함께 되돌아간다면 어떨지 궁금함 N번째 리셋한 청려가 그 생에서 새로운 강아지를...

@moon_ryu_j
오월@moon_ryu_j
9 views Oct 03, 2026 ~10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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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청려가 회귀할 때마다 콩이 영혼도 함께 되돌아간다면 어떨지 궁금함

N번째 리셋한 청려가 그 생에서 새로운 강아지를 데려와 콩이라는 이름을 붙여줄 때마다 전생의 콩이 영혼이 다시 그 몸에 깃드는 거지..

- 안녕
'안녕 아빠'
- 네 이름은 이제부터 콩이야
'보고 싶었어'

이런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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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머리 쓰다듬는 청려 손길 느끼면서 콩이는 조금 울 거 같다

이 적당히 차가운 체온이 너무 그리웠거든

지난 생의 청려가 떠난 이후로 다른 좋은 주인을 만났지만 그래도 콩이는 청려가 늘 그리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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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한테 청려는 수십 년을 함께한 하나뿐인 주인이었으니까.

그래서 콩이는 청려가 자길 두고 어딘가로 떠나버릴 때마다 간절히 바랐음

청려가 어서 내 이름을 불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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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디에 있든 날 불러주기만 한다면 나는 언제든지 너에게 달려갈 수 있는데

나를 찾아줘

나도 네가 있는 곳에 데려가줘

그렇게 생각하면서 콩이는 정말 몇 년이고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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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그렇게 기다리다 죽기도 해

강아지의 수명은 짧으니까

되돌아간 청려가 이번 생에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콩이는 그렇게 마냥 청려를 기다리다 생을 마감했을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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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래도 괜찮아

살다가 청려를 만나든 죽어서 청려를 만나든 기다림은 똑같고 그 과정에서의 죽음은 그저 잠에 드는 것과 다름 없으니까

그렇게 간절히 바라다 어느 순간 눈을 떠 보면.. 자길 쳐다보며 웃고 있는 청려를 마주하게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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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기억 조차 희미해진 '진짜' 첫 만남이었지만 콩이는 그 기억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여길 듯

그래서 그냥 늘 그랬듯 같은 다짐을 함

이번 생에는 내가 꼭 행복하게 만들어줘야지

청려가 삶을 포기하지 않게

내가 지켜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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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는 자기를 어린 강아지처럼 대하는 청려를 그저 따를 거 같음

배변훈련도 손도, 엎드려도 이미 다 알지만 괜히 모른 척도 해보고.. 오래 기다리게 한 서운함에 일부러 말을 안 듣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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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내다보면 청려가 놀랄 때도 있음

콩이 버릇이 너무 익숙해서

저번에도 저저번에도

늘 다른 강아지고 이름만 같은데 신기하게 버릇은 하나같이 똑같아서 청려도 좀 신기해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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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거기서 끝임

청려는 콩이가 같은 강아지라는 걸 몰라

언제나 혼자서 회귀했으니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존재가 유일한 동반자라는 걸 상상조차 못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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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도 처음엔 청려가 자기를 알아주길 바랐지만 늘 신기하다는 표정만 짓고 넘어가서 이젠 굳이 그거까지 바라진 않았음

생을 반복하는 콩이의 바람은 늘 하나겠지

청려가 죽지 않는 것
청려가 떠나지 않는 것
청려가.. 자길 버리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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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랑 콩이는 늘 그랬듯 둘이서 알콩달콩 잘 살았음

콩이는 지난 생에 청려가 떠났던 시기가 가까워질 때마다 불안했지만 그래도 함께 있다는 거 자체가 행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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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청려 무릎에 누워 자던 콩이가 잠에서 깼는데 청려가 어떤 영상을 보고 있었음

작은 네모 안에선 사람들이 말을 하고, 웃고, 울고, 춤을 추고 노래하고 있었음

그러다 청려의 숨소리가 조금 달라졌다 싶을 때 쯤, 네모 안에서 어떤 남자가 이렇게 소리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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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장! 아이돌 주식회사! 대망의 1위는... 박문대 연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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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는 꼬리를 홰홰 흔들면서 청려를 쳐다 봄

청려가 그 말을 듣고 웃고 있었거든 그리고 손으론 콩이를 쓰다듬어주면서 이렇게 중얼거림

- 첫번째 죽음은 넘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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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청려는 꽤 자주 박문대를 모니터링 함 공중파 1위를 하고 예능을 찍고 신인상을 타고.. 마치 시야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처럼 집요하게 존재를 확인했음

그쯤 돼선 콩이도 문대 얼굴을 다 외웠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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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콩이한테 중요한 건 박문대가 아니었어

이 날 콩이는 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청려를 기다리느라 현관 앞에 엎드려 있었음

혼자 있는 건 익숙했지만 느낌 상 슬슬 청려가 돌아올 거 같아서 안 자고 계속 기다렸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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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한 30분 정도 있었을까 도어락 해제 소리와 함께 청려가 집에 돌아왔음

벌떡 일어난 콩이는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흔들면서 거실로 향하는 청려를 졸졸 쫓아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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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 청려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신을 꽉 안아주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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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자기 뒤따라오는 콩이 잠깐 내려다본 청려.. 그냥 한 번 쓰다듬어주기만 하고 옷 갈아입으러 들어가버릴 거 같다

탁.

눈 앞에서 닫힌 문을 보면서 콩이는 작게 끼잉 울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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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에서 청려가 콩이를 이런 식으로 내버려두는 건 처음이었을 듯

콩이 침대가 따로 있어도 잠은 늘 청려 곁에서 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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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두지 마

두어번 더 울었지만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음

..청려가 피곤한가봐

하염없이 문 앞에 앉아있던 콩이는 그 상태 그대로 잠에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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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청려가 떠나기 전 콩이를 혼자 자게 하는 연습을 시켰던 기억을 애써 외면하고..

불안감에 몸을 떨면서 겨우 눈을 감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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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 청려 문 열자마자 비몽사몽해서 벌떡 일어나는 콩이 보고 좀 놀랐을 거 같다

- 콩아

끼잉

- 여기서 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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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흔들면서 손을 핥아오는 콩이 보면서 청려 눈빛이 좀 죽었을 듯

이러면 안 되는데...

- 많이 컸으니까 이제 혼자 잘 수도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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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청려는 어젯 밤 이미 이번 생을 끝내고 리셋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차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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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 밤 청려가 늦게 들어온 이유는 회사에서 긴급하게 멤버들을 불러모아놓고 전달한 얘기 때문이었음

메인보컬 멤버가 조만간 형사 사건에 기소될 거고, 수습이 불가능한 스케일이라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거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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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청려는 밤새 뜬 눈으로 침대에 앉아 숙고한 끝에 결론을 내렸음

5인조 브이틱
메인보컬의 부재
컴백 차질
이미 꽤 찬 연차와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어린 신인들..
하락세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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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지표가 청려의 리셋으로 향해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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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해도 어제 콩이를 그렇게 말없이 혼자 두진 말 걸 그랬네

청려는 눈물 젖은 얼굴로 자기 손을 이리저리 핥아오는 콩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꽉 끌어안았음

꽤 몸집이 큰 개라 무거울텐데도 무릎 위에 앉힌 채 오래오래 앉아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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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오래 애정을 나눠줄수록 자기가 떠난 뒤에도 이 온기가 최대한 길게 남아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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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청려는 점점 콩이한테서 정을 뗄 거 같다

정확히는 콩이 스스로 정을 떼게 하고 싶어하는 거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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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터지는 건 일주일 이내

청려는 준비 해야했음

자기한텐 더 이상 리셋 기회가 없으니 기회를 넘겨받은 후배를 강제로라도 설득해 과거로 돌아가야만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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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끊임없이 바빴을 듯 틈틈이 스케줄을 하면서 기사가 터진 후의 일을 대비하고, 서울 근교의 주택도 하나 매입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콩이를 혼자 두는 시간이 길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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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지인, 멤버

아무도 모르게 리셋할 준비하던 청려

근데 콩이만 유일하게 청려가 떠나려 한다는 거 다 알고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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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가 떠나기 전에 하는 행동은 매번 똑같았거든

가구에 천을 씌우고 원래도 없던 물건을 전부 버리고 흔적을 지우고.. 집에 남은 온기라곤 콩이 밖에 없어질 때까지 비우고 비우고 비워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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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청려 보면서 콩이는 생각함

이번엔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또 어떤 새로운 주인을 만나고
어떤 집에 적응해야 할까

청려가 나를 다시 찾아줄 때까지
내가 살아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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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찾으면 내가 죽더라도 다시 만날 수 있겠지만.. 사실 죽는 건 꽤 아팠어

오래오래 기다리다 더 이상 걷지 못하게 되는 게 슬펐어

나는 청려가 부르면 달려가야 하는데
다신 그러지 못할까봐

새로운 가족들이 내가 죽어가는 걸 보면서 우는 모습을 또 보게 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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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는 네가 나를 찾지 않으면 어떡해야 돼?

이번 생에도, 저번 생에도. 나는 몇 번이고 널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었는데

설령 다신 만나지 못하게 되더라도.. 나는 네 곁에서 죽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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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네 곁에 있는데..
왜 나를 봐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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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 선 청려는 나가기 전 자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콩이를 잠깐 바라보다 발걸음을 돌려 콩이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았음

-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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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박문대를 저택에 가둬둔 지 4일 째.

오늘은 정말 설득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한 청려 언젠가 콩이 목에 달아줬던 이름표 빼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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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청려는 원래 자기가 죽고 난 이후, 그러니까 리셋 후에 남겨질 미래를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음

어차피 자신은 되돌아갈 뿐이니까

그래서 유서를 쓴 적도 없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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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단 하나, 청려가 그 어떤 확신도 없이 준비해놓고 가는 게 딱 하나 있었는데 그게 콩이였을 거 같다

자신이 떠나고 나면, 혹시라도 혼자 남겨지게 될까봐 어떻게 해서든 다음 보호자를 찾아두고 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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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음

오늘 자신이 사라진다면 미리 연락해 둔 사람이 와 콩이를 데려갈테고, 조금 미뤄진다면 또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 청려 저기 쳐다보면서 꼬리 살랑살랑 흔드는 콩이 두고 뒤돌아 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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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청려가 죽으러 가는 뒷모습을 보는 건 콩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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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느리게 흘렀음

새벽녘에 떠난 청려가 돌아오기까진 못해도 하루는 걸릴 거라 생각한 콩이는 현관 앞에 엎드린 채 눈을 감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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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대로 청려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자길 데리러 올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가 다 지도록 눈을 감고 자리를 지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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띡. 띡.

문 쪽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에 콩이의 귀가 쫑긋, 움직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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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들었나?

벌떡 일어난 콩이가 굳게 닫힌 문을 뚫어져라 쳐다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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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속도로 눌러지는 비밀번호.

그건 언제나 청려가 돌아오길 기다렸던 콩이가 못 알아들을 리 없는 소리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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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릭.

반가운 기계음과 함께 문이 열리고..
청려가 돌아왔음

그리고 그걸 본 콩이는 자기도 모르게 한 번 크게 짖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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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청려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아서.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사실 그건 다음 생을 기약했던 게 조금 더 컸음

그런데 정말로 청려가 돌아온 거임
심지어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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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순해 잘 짖는 법이 없던 콩이가 자길 보고 짖자 피곤한 낯으로 들어오던 청려가 눈을 조금 크게 뜨며 멈춰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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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아.

몸을 낮춘 청려가 확 달려드는 콩이를 마주 끌어안았음

어쩐지 평소보다 더 기뻐보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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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콩이를 떠났듯이 콩이 역시 이별을 짐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청려는 푹신한 털을 가만 쓰다듬으며 박문대가 떠나기 전 했던 말을 되새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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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화 스포주의

.
58
'흠이 생겼다고 지금 삶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지'

'네가 가진 건 이제 없어지지 않는다는 거야.'

'그러니 그냥 좀 편하게 살아라. 개도 키우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59
청려는 어느새 다친 저를 걱정하는 듯 끼잉 울며 목을 핥아오는 콩이의 눈을 응시했음

'없어지지 않는다,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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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 콩아.

저를 걱정하는 크고 까만 눈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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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기다렸지.

콩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청려를 바라봤음
62
- 늦어서 미안해.

그리고 들려온..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

또한 그토록 바랐던.
63
- 오늘은 같이 잘까?

떠나기 전 콩이를 혼자 잘 수 있도록 적응시켰던 청려의 모습이 스쳐지나가고..

구원과도 같은 목소리가 콩이에게 전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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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복실한 꼬리가 저절로 마구 흔들리고, 콩이의 눈엔 물기가 어렸음

그 모습을 말없이 내려다보던 청려가 고개를 숙여 콩이의 촉촉흐고 까만 코와 맞닿았음

- 그래.. 계속 같이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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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 꺼진 차가운 현관 바닥.

다신 없을 거라 생각한 미래를 처음으로 약속하는 장면이라기엔 지나치게 초라했지만..

노을이 비쳤던 그 순간을 콩이는 평생 잊지 못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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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가.

가기 전 콩이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어 준 박문대가 청려와 몇 마디를 나누더니 이내 멀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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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가 화면으로 자주 보던 사람을 실제로 만나게 돼서 반가웠던 콩이는 떠나는 박문대의 뒷모습에 대고 꽤나 구슬픈 울음소리를 냈음

더 놀고 싶었거든

칭얼거리는 콩이를 어르고 달랜 청려가 콩이를 안은 상태로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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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나온 김에 산책이라도 시켜줄까 해서.

청려는 좋다고 잔디밭 위를 뛰어다니는 콩이를 웃으며 말없이 쳐다봤음

지나가는 나비의 뒤를 졸졸 쫓아가다 멈춰 서서 꽃을 깨물어보는 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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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전에 키웠던 콩이도 저랬었지'

손가락을 턱 밑에 갖다 댄 청려가 나무에 기댄 채 고개를 기울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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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닮았네.

그 '애들'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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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문 콩이가 납작 엎드려 꼬리를 흔들었음

'그래, 저런 것도. 저렇게 놀다가 내가 안 보이면 금방 찾으러 오곤 했지'

...
..정말 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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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상념에 잠겨있던 청려가 잠시 뒤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음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럴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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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허리를 숙여 앉아 콩이에게 줄 간식을 뒤적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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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등 뒤로 묵직한 무언가가 올라타는 듯 하더니 청려의 몸이 그대로 기우뚱 옆으로 넘어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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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주인을 냅다 드러눕혀놓고 헥헥거리며 해맑게 웃고 있는 콩이.

청려가 없어진 줄 알았는지 금세 달려온 거대한 반려견이 꼬리를 붕붕 흔들었음
76
그리곤 말없이 누워있는 청려가 의아했는지 다시 한 번 발을 들어 청려의 얼굴을 툭 건드렸음

새로운 놀이를 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77
그러자 멍한 표정으로 콩이를 보고 있던 청려가 홀린 듯이 입을 열었음

- ..신기하네.

그 애들도 항상 이랬는데.
78
보이지 않는 자신을 찾으러 올 때마다 양 발을 들고 달려들던,

기억 속 각기 다른 모습의 콩이들.

동시에 왜 이제껏 눈치채지 못했는지 의문일 정도로 선명한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음
79
...그럴 리가 없는데.

몇 번이고 무시하려 했던 기시감이 다시금 마음 한 구석을 자극하고..

청려는 마침내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오는 한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었음

평소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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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아?

왕!!
81
청려의 한 품 가득 안긴 콩이가 청려의 얼굴을 마구 핥아댔음

말을 알아들을 리도 없는데..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82
가만히 멈춰서 주인을 들여다보던 콩이가 눈을 반짝 빛내더니 청려의 시선을 끌며 잔디밭 위를 뒹굴었음

오른쪽으로 한 번, 왼쪽으로 한 번.
83
전생의 제가 재롱을 부릴 때면 늘 애정이 담은 눈으로 바라봐주곤 했던 청려를 떠올리며.

그리고 청려는.. 무언가를 기대하듯 눈을 빛내는 콩이를 보는 순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을 거 같다
84
- ..콩아

온 몸으로 자기를 알아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아이.
85
그 위로 겹쳐지는.. 언제나 똑같은 눈빛으로 저를 바라봐주던 아이들의 모습.

그건..

- 너구나.
86
왕!

..

전부 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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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는 팔을 뻗어 한 품 가득 콩이를 끌어안았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감정들이 밀려드는 듯한 기분.

'..뭘 하고 살아야할지 모르겠는데'
'그건 네가 알아서 찾아야지.'
88
영영 미지로 남을 것만 같던 박문대의 말에 대한 대답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음

그건...

청려는 축축하게 젖어들어가는 어깨를 내버려둔 채 제게 얼굴을 묻고 있는 콩이의 등을 가만가만 토닥였음

'찾은 것 같네요 후배님'
89
내가 삶을 포기하지 않아도 될 이유.
9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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