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금쯤 되면 최신전개로 썰풀어도 되나요 한 사흘 지났는디

뭐래, 우리 애 안 죽었거든.
차유진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웃고 까불며 사고 후 첫 덥라를 진행했을 땐 솔직히 속이 꼬이긴 했다.
-미안해요. 못하겠어요.
뚝.
방송이 끝났다.
테스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쟤는 하여튼 입 터는 건 잘해. 버벅이지도 않고 능숙하게 라디오를 소화하는 큰세진을 보며, 문대가 나왔으면 어땠을까 그려보게 되었다. 조금 더 차분하고...무뚝뚝한 듯 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었으려나.
-여보세요?!
-세, 세진 오빠...?
"네, 수진양. 테스타 큰세진입니다~"
사연의 주인공은 많이 긴장됐는지 목소리를 떨고 있었다. 하암, 하품을 한번 하며 커피를 타올까 생각하던 참에 이어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문대 깨어났다는 거 지, 진짜예요?
"...네?"
큰세진이 잠시 정지화면처럼 멈춰있다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으로 뭘 확인하는 듯했다. 러뷰어도 빠르게 폰을 낚아채고 홈화면으로 가 인터넷을 켰다.
속보(단독)- '테스타' 박문대, 의식 회복
뭐야...진짜? 진짜로? 장난 아니고?
다시 보이는 라디오 화면으로 돌아가자 큰세진이 얼이 빠진 채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는 것이 보였다.
뭐라 말을 잇지 못하던 큰세진이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속삭였다.
"일단 끊을게요, 라디오 중이라."
폰을 내리고는 눈치를 보던 큰세진이 헤드셋을 다시 쓰고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라이브 중 이러면 안되는 건데 제가 너무 놀라서..."
-네, 네.
"문대가..."
태연하던 목소리가 떨려와서 듣던 러뷰어도 저도 모르게 주먹을 꼭 쥐었다.
"문대 깨어난 거 맞다네요, 하..."
큰세진이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몇 번 숨을 고르는데 눈을 가린 손 아래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눈물을 벅벅 급하게 문질러 닦아낸 게 무색하도록 다시 펑펑 쏟아지는 눈물에 당황하던 큰세진이 결국 양손에 얼굴을 묻었다.
"아하하, 미쳤나봐...죄송해요, 이게...아..."
"눈물이 나죠, 그럴만 하죠. 아이고,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겠어."
"수진양, 죄송한데 저희 노래 하나만 듣고 다시 연결해도 될까요? 세진씨가 조금 추스려야 될 것 같은데."
-네, 끄흡, 네에..
러뷰어가 분명한 수진이라는 청취자도 이미 오열하고 있었고, 그걸 보던 러뷰어도 눈물이 날 것 같아 폰을 챙겨들고 화장실로 뛰어갔다.
1위 박문대
2위 의식 회복
3위 미세먼지
4위 치킨집 선행
5위 테스타
6위 문대야 사랑해
진짠가봐. 꿈 아닌가봐.
이럴 줄 알았어. 우리 애는 단 한 번도, 정말 단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어.
"음..."
환청인가 싶었다.
익숙하게 문대의 몸을 닦아주고 나서 바로 눕혀 주무르고 있었는데, 작은 소리가 들려와 순간 굳었다.
잘못 들었나?
가벼운 호흡만 이어가는 파리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다시 팔을 주무르며 살짝 손을 잡아봤는데...미약하게나마 맞잡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문대야..?"
심장이 쿵쿵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문대야. 정신 들어? 박문대."
"아, 세상에..."
호출벨부터 누르고는 그 새 문대가 다시 잠들어버릴까봐, 혹은 이 모든 게 자신의 착각에 불과할까봐 허리를 숙여 다급하게 문대에게 말을 걸었다.
흐리게 뜬 눈이 가만히 응시하는데 그 잠깐이 어찌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청우형
입술이 달싹이며, 소리 없는 입모양 뿐이었지만, 분명하게 전하는 것을 읽고 털썩 의자에 주저앉아 문대의 손을 양손으로 부여잡았다.
지난 몇 달 간 몇 번이고, 정말 몇 번이고 만지작 거리던 손이었다. 이번엔 힘없이 축 늘어져만 있지 않고, 손 안에 꼼지락 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지는 게 못내 경이로워서 눈물이 났다.
"고맙다, 문대야...정말, 정말 고마워."
"형!"
스케쥴이 끝나자마자 바로 달려왔는지, 깔끔히 세팅된 모습에 눈만 팅팅 부은 큰세진이 병실 문을 열었다.
"세진이 너 엄청 울었더라."
"울보예요! 박제 됐어요! 완전 박제!"
얼마 전 배운 단어를 뿌듯하게 써먹는 차유진도 눈이 꽤 부어있었다.
"문대는..."
"자."
슬쩍 턱짓을 한 끝에는 문대가 여태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다.
"간단히 검사한 바로는 큰 이상은 없대. 많이 쇠약한 거 외에는...기적적일 정도로 상태가 좋대."
애를 태울 정도로 오랜 시간 후에 깨어난 문대는 그런 염려들을 비웃듯 의식도, 기억도 또렷했고, 운동 능력 상실도 없었다.
거 봐. 문대는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
의사가 환한 미소로 말했다.
"보호자분들이 열심히 마사지 해주신 보람이 있네요. 이렇게 오랜만에 바로 움직일 수 있는 분이 많지는 않아요."
"문대형 들었죠? 형 완전 멀쩡해요! 빨리 나아요!"
고생들 했겠네.
공기소리에 가까운 속삭임에 배세진이 울컥하며 대꾸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고생은 네가 했지. 흡, 에이씨..."
"상태 괜찮대요? 하...얘, 얘기도 했어요? 애가 막 알아 들어요?"
"문대 깨워 봐. 깨우면 일어나."
"그래...그래도 돼요?"
"금방 다시 잠들기는 하는데. 다 그렇게 인사했어."
"그..."
큰세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주춤대다가 침대 옆에 가서 섰다.
입술을 핥고는 다시 불러보았다.
"문대야. 박문대."
가느다란 팔을 살며시 감싸쥐고 조심스레 흔들어보았다.
"문대야? 나 왔어. 세진이."
지난 몇 달 간 상상만 하던 일이 벌어졌다.
"잘...잘 잤냐, 이 나쁜 놈아."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고 코웃음을 가볍게 치는 게 진짜 박문대라서 갑자기 벅차올라 어쩔줄을 몰랐다. 발이라도 동동 구르고 탭댄스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너무 많이 잤지.
"그래. 그래, 인간적으로 너무 많이 잤다. 너...너 아무리 내가...내가 잠, 좀, 후..."
보고 싶었어.
"!"
큰세진이 입술을 꽉 깨물더니 제 머리를 헤집고, 꼭 쥔 주먹을 몇 번 흔들다 뒤돌아 물었다.
"얘...얘 막 꽉 끌어안으면 안되, 안되겠죠."
청우가 끌어안고 있던 강아지 인형을 던져주자 인형을 찢어버릴 기세로 꾹 끌어안으며 문대에게 속사포처럼 뱉어냈다.
"나도. 미친...진짜 존나게 보고 싶었어. 박문대, 하...진짜, 말도 안되게 보고 싶었어. 문대야. 나 너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 아, 박문대, 진짜..."
회복은 순조롭고 더뎠다. 그러니까, 박문대가 느끼기에는 후자였고 나머지 사람들이 느끼기엔 전자였다.
몇 달 간 누워만 있으면서 생사가 불투명했던 사람이 바로 벌떡 일어나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바라는 사람은 없다.
"...충격이네요."
"뭐야. 그 말 은근히 기분 나뻐."
배세진이 너끈히 그 역할을 해냈을 때는 진짜 충격이었다. 병실에 거울이 없어서 다행이지 뭐야.
막 깨어났을 때야 온몸에 힘이 안 들어가고 있었으므로 목소리가 안 나오는 것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슬슬 앉아서 버틸 정도의 힘도 생기고, 몇시간 씩 깨어있을 기운도 생겼는데, 목소리엔 여전히 듣기 싫은 쇳소리가 섞여나왔고
"나 이러다 노래 못하는 거 아냐."
"에이...아, 아니야."
선아현이 웃어보였다.
"문대 다 안, 나아서 그래...어제보다 예, 예쁜데 오늘 목소리."
아닌 것 같은데.
헉, 허억, 흡, 후, 헉,
"무, 문대야...! 문대 왜, 왜 이래요, 어떡, 어떡..."
허어윽, 학, 헉, 어억,
"산소포화도 떨어집니다!"
"...삽관..."
가슴이 갑갑하고 정신이 가물가물 멀어지는 와중에도 아득히 들리는 소리에 울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안, 허억, 안돼...숨쉴, 수..."
산소마스크가 씌워진 후에도 여전히 숨은 잘 안 쉬어졌지만, 이러다 죽을 거라는 공포는 좀 가셨다.
"환자분. 최대한 깊게 숨 쉬세요. 밭게 쉬지 마시고 깊게! 스읍, 하아. 천천히, 스읍, 하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숨이 넘어갈 지경으로 깊이 숨을 들이마쉬려 애썼다. 스읍, 하아. 스, 켁, 스..읍, 하, 하아...
"무, 문대야..."
아이고, 쟤 놀란 거 봐.
"자, 잘했어 문대야...너무너무 잘했어..."
근데 이래서는 노래를 못 부르지 않는가. 말도 길게 못 하는데.
"나 또 졸았냐."
"잘 때 됐어."
갑자기 힘이 쭉 빠진다 싶어 눈꺼풀에 힘 주고 버티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 졸았나 보다. 선아현이 조심스레 몸을 뉘여주고는 살짝 토닥이기 시작했다.
"문대야...천천히, 가자. 너 지금...충분히, 잘하고 있어."
나는 아니다.
상태창에 뜨는 기한은, 사고가 나기 전 그대로로 남아 있었다.
-문대 나왔을 때 나 진짜 눈물 터졌잖아ㅠㅠㅠㅠ
-눈물 안터진 사람 없었을듯 관객석 갑분오열ㅠㅠㅜㅠ
-아니 근데 노래도 안부르고 말 한마디도 안하고 휠체어 타고 등장만 했다가 사라질 거면 굳이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 싶네 회복에만 집중하지
ㄴ좋은날 왜 시비야 어그로 병먹금
ㄴ몇 달을 누워있었는데 당연한 거 아님? 쟤는 지금 밖에 나돌아다니는 게 기적이야
-그래도 문대 표정 좋아보이던데 난 안심했음...진짜 눈 뜨면 안좋은 뉴스 떠있을까봐 맘졸이던 때만 생각하면ㅠㅠ
-문대 원래도 늘 말랐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ㄹㅇ 뼈밖에 안 남아서ㅠㅠ빨리 이때 정도로 돌아왔으면 좋겠다...쫑긋문댕댕.jpg
ㄴ아니 우리 밤비 허리 숙여서 귀 갖다대는 거 넘 스윗해서ㅠㅠㅠ
ㄴ손짓 요래요래하니까 아현이 바로 알아듣는거봐 아이구ㅠㅠㅠ
ㄴ문대 목소리 직접 듣고싶다 우리도ㅠㅠ문댕댕 빨리 나아라...!
-곰머 춤멤도 아니고 노래멤이니까, 노래는 앉아서도 하니까 어떻게든 올해 복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목 다친거면 쌉에바지..
-테스타 2년 해먹고 관짝 닫히는 소리ㅋㅋ박문대 없으면 노래 누가 부르냐
오늘은 목이 꽤 부어 침 삼킬때마다 더 아프긴 하지만, 목소리가 안 나오는 수준은 아니다. 듣기 싫은 쇳소리도 많이 없어졌다.
원하는 수준으로는 아니지만, 느리게나마 낫고는 있다.
박문대가 활동에 합류를 할 것인가, 못할 것인가. 목소리는 나오는 가 안 나오는가. 박문대가 노래를 할 수 있나.
그 모든 갈증은, 무대로 끌어모아야한다.
이게 테스타 팀 활동에 더 나은지 까지는 모르겠다. 나는 일단 내가 사는 것 외에는 당장은 생각할 수가 없다.
물론 애들한텐 저런 계산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으니, 목이 아파서 말을 못하겠다고 해뒀지. 마침 오늘 진짜로 목이 부었기도 했고.
"너 그러게 오늘 거기 가는 게 아니었어. 이거 봐, 열 오른 거 이거 어쩔 거야."
다 지난 일 가지고 잔소리 해봤자 어쩔 거야.
"어어 문대 닥쳐, 입 다물어. 말하지 마. 할말 있음 톡으로 해."
분명 걱정해서 하는 소리일텐데 어쩜 이렇게 욕같이 하냐. 노려보며 빠르게 톡을 쳤다. 그래도 이러라는 명분으로 폰 안 뺏겼다.
[거기 가서 아픈 거 아니라고. 목은 아침부터 부어 있었거든.]
안 그래.
그 무대에 서서 관객을 만난다는 기준이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확인을 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안 쳐주더라, 제길.
"문대야. 답답한 거는 알겠는데...몸이 아플 땐 그걸 최우선으로 좀 두자, 응?"
[여기서 아프나 거기서 아프나 똑같지 뭘.]
아, 진짜.
"열 좀 나는 거? 목 부은 거? 하나도 안 힘들어. 혼자 병원에 처박혀서 아무것도 안하고 숨만 쉬는 게 백배는 더 힘들어. 그래서 그랬다, 왜."
딱히 울려고 한 건 아니었다. 열 나니까, 힘들어서. 조금만 울컥하면 눈물 정도는 쉽게 고였다. 그걸 그대로 전시하는 건...노린 거지. 영악하게.
마음 약해지라고.
"문대야. 네가 왜 아무것도 안해...너 열심히 회복하는 중이잖아. 그게 지금 네 일이잖아."
그런데 의외의 복병이.
이 놈이 엄청나게 마음이 약해지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속상한 얼굴을 해.
"문대야. 너...죽을 뻔했어."
여우놈.
이 카드를 꺼내면 나는 이길 수가 없다.
사고를 떠올리기만 해도 얼굴이 창백해지는 녀석이, 그걸 입에 담는 것만으로 손을 떠는 놈이 느끼는 고통과 두려움이...진짜라서.
"문대야. 박문대. 너 갑갑하고 힘든 건 알아. 그래도 네 몸에 시간을 좀 주자, 응? 기적적이라는 소리 들을 정도로 잘 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몰아붙여. 너 폐렴도 다 안 나았잖아. 지금 정상 아니야, 너."
내가 깨어난 이후, 한 놈씩이라도 되도록 내 옆에 붙어있으려 하는 게 얼마나 어렵게 시간 빼고 있는 것일지, 짐작만 갔다. 무대가 아닌 이상 단체 스케줄이라는 게 없는 것 같았다. 무슨 아쉬운 소릴 하든, 한 명 씩은 어떻게든 빠지는 것 같았다.
나라고 왜 그런 애들의 걱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겠어.
그래도 나는 살아야 되잖아, x발.
"내가 죽을 뻔했든, 어쨌든. 나 지금 살아있잖아. 그럼 숨 좀 쉬게 해줘라. 내가 오늘 춤을 췄냐? 노래를 불렀어? 얌전히 휠체어에 앉아만, 큼, 있었잖아. 이것도 못하게 할 거야? 병원에서도 허락한 거잖아."
"그러니까. 나는 정 꼭 나가야겠던 거라니까. 그걸 좀 이해해달라고."
맘을 쪼끔 모질게 먹고, 시선을 피한 채 말을 이었다.
"막말로, 사람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야!!"
일부러 큰세진의 표정을 확인하지 않고 버티는데, 깊이 한숨소리가 들린다.
"후. 너, 청우형 오면 다시 얘기해."
얘 또 치트키 쓰네.
내가 그 말을 안 듣고 싶어서 안 듣는 게 아닌데.
밀어낼 수 없는 애정에 질식할 것 같다.
확 돌아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썼다.
가슴을 짓누르는 침묵이 조금 지나고, 조심스레 이불을 걷는 손길이 느껴졌다.
"너 이거 이렇게 뒤집어 쓰고 있으면 열 더 오른다."
"그만 먹을래."
열이 숨넘어갈 정도로 오르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확 내려주지도 않아서 하루종일 딱 짜증날 정도로 지쳤다.
"어..형, 딱 세숟갈 드셨습니다."
속이 불편하고 답답했다. 억지로 더 먹다간 토할 것 같아서 입 다물고 고개를 저었더니 김래빈이 눈치를 보다가 알겠다고 상을 치운다.
"가자, 운동실."
부러 래빈이에게만 얘기했는데, 큰세진이 기어이 브레이크를 건다.
"오늘도 운동하게?"
"그럼, 매일 해야지. 낮에 못했잖아."
"아파서 누워있느라 못한 거면 그냥 좀 쉬어라."
"근육 굳어. 매일 해야 돼."
"무리 안 해."
"밥도 못 먹는 애가 운동하러 간다는 게 무리가 아냐?"
"밥 먹을게. 먹으면 돼? 래빈아, 그거 줘."
날 선 대화에 어쩔줄을 몰라하던 래빈이가 다시 상을 갖다주자 숟가락을 꼬나쥐고 멀건 식사를 퍽퍽 떠 입에 넣었다.
알 바냐, 싶은 꼬운 마음 드는 것도 지금 다 내가 짜증나서 그런 걸 머리로는 안다. 진짜 고집부리다가 탈 나면 코미디인건 둘째치고 내가 죽을맛일 것 같아 슬쩍 속도를 늦추었다.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음식 넘기는 꼴을 무표정으로 보고 있던 큰세진이 졌다는 듯 말했다.
"박문대. 힘들면 그만 먹어."
"안 힘들어."
"넌 대체...왜 이렇게 고집이 세냐. 내가 진짜..."
"하...씨...오웩."
그러게 세 숟갈 먹고 말았으면 이럴 일 없었잖아.
"그러게 무슨 운동이야 이 상태로, 어?"
아오, 짜증나. 씨근거리는 숨을 고르고 있자 등을 슬슬 문질러주던 큰세진이 몸을 번쩍 들어 세면대 앞에 세웠다.
우물우물, 퉤엣.
큰세진의 부축을 받아 휠체어까지 이동하고, 말없이 병실까지 돌아오고 나서야 한마디 뱉었다.
"넌 내가 이럴때마다 얼마나 비참한 지 모르지."
내 말이 맞지 하고 고깝게 구는 놈이 날 살뜰히 보살피게 내버려 둘 수 밖에 없는 거.
또 평행선이다.
지칠법도 한데, 넌 왜 지치지도 않냐, 이세진.
"박문대, 너 지금 내 말은 다 듣기 싫지."
침대에 날 조심스레 눕혀두고 팔짱을 낀 큰세진이 말했다.
"좋아. 다 같이 얘기해 보자, 한 번."
"박문대가 너무 조바심내고 무리한다고, 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
큰세진이 손을 들며 얘기하자 속속들이 손이 올라왔다. 배세진, 선아현.
의외로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차유진이 발언하자 눈치만 보던 김래빈이 끄덕였다.
"문대형도...다 빨리 같이 하고 싶으신 맘에 그러시는 거고...저, 저도 문대형 없이 신곡 내는 건 상상도 못하겠으니까..."
안타깝지만 신곡이고 뭐고, 내가 맞춰야 할 스케쥴은 정해져 있다.
"청우형은?"
말없이 차분하게 앉아서 듣고만 있던 류청우가 신중하게 입을 뗐다.
알쏭달쏭한 말을 뱉고 나를 쳐다보는데, 괜히 긴장이 됐다.
"글쎄, 문대랑 나랑은 상황이 또 좀 다르지. 나는 후유증을 겪은 게 사고 후 한참 지나서, 그 외에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지금 문대처럼 아프고 힘들지는 않았어. 그치만..."
그 말을 하는 류청우가 너무 아파보이는 표정이라 차마 중간에 끊지도 못했다.
혼자 만지작거리는 저 손엔 아직도 굳은살이 희미하게 박혀 있었다.
너무 정곡을 찔려서 차마 반박할 수도, 얼버무릴 수도 없었다. 내 생각보다, 많이 읽히고 있었던 것 같다.
단지 이건 내 기분이 아니라 돌아버릴 현실일 뿐이다.
더 이상 물러날 구석이 없었다.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 하나같이 순수한 호의와 애정으로 몰아대는 탓에, 어디 들이받을 구석도 없었다. 나는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정해진 기간 안에, 정해진 관객 수를 못 채우면 나는 죽어요. 내가 느끼기엔 그래요."
"그런 게 어딨어..!"
"그런 게 보통 없죠. 그래서 미친 놈 취급받을까봐 말 못한 건데요. 저는 xx월 xx일까지 관객 수 xx만을 더 만나지 못하면 죽을 거거든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요."
그동안 날 위해 준다는 마음들을 곧이곧대로 받아줄 수 없었던 게, 여간 빡쳤던 게 아니었나보다.
"제가 저승사자와 딜 했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저승사자가 데리러 왔다고 하는데요. 제가 전 할 일 많이 남아서 절대 못 간다고 버텼거든요. 보여줄 거 반의 반도 못 보여줬는데 지금 가 버리는 거, 인류의 손실이라고 블러핑 섞어서 박박 우긴 거거든요. 그랬더니 증명해보래요, 내가 그만큼 가치 있다는 거."
설정 개오그라든다.
숨을 몰아쉬며 멤버들을 둘러보았다. 다들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얘기가 흘러 당황한 기색인데, 이걸 믿는지 어쩐지 모르겠다.
"아니..그런 게 어딨어."
배세진이 다소 창백해져 중얼거렸다.
"불공정계약이잖아."
"그런 조건을 걸 거면 몸 멀쩡히 회복시켜줘야지, 회복만 몇 달인데 뭔 기간을..."
"원래 죽을 운명이라 조건 맞춰줄 생각이 없었나 보죠."
"아, 안 죽어!"
"오, 온라인 관객은 안됩니까?!"
옳지.
"안되는 거 같던데. 무대영상 조회수 올라가도 소용 없다고. 직접 무대에 서야 한다고..."
"직접 무대에 서고, 실시간 스트리밍 관객은요?"
그러니까, 이전에도 스트리밍 관객은 있었을텐데, 그게 관객수로 정산이 되었던 건가 안 되었던 건가...
"...꿈에서 만나면 물어볼게."
"맘대로 만나지십니까?!"
"몰라, 안 해봤어."
말이 길어질수록 뭔 꽁트하는 기분이다.
아, 아니. 그럼 믿으면 안되는 거 아냐? 그, 교리가...종교적 신념이...
"하, 할 수 있어! 시험을 주셨을 땐, 극복할 힘도 함께 주셔...!"
어...상당히 유연하게 교리를 적용해 주고 있는 것 같다.
"문대문대."
손을 턱 내 머리위에 얹더니 말한다.
"그걸 왜 이제야 말하냐."
얘 눈에서 보인다. 100% 믿고 있지 않는 거.
"너 그래서 날 그렇게 죽이고 싶은 듯이 노려봤구나? 장애물이라서."
살짝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장난스레 불평하는 목소리엔 그래도, 어느 정도 협조하겠다는 의사가 비치고 있었다.
"조건은 관객수라고 했지?"
류청우가 손깍지를 끼고 턱을 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무대 외의 모든 스케쥴에서 다 빠지는 건, 받아들일 수 있지?"
와...이게 되네.
질러놓고도 얼떨떨해서 대답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네...네."
류청우가 슥 손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무리하지 말자."
이게...이게 이렇게 되는 거였다니.
얘기를 하면 받아준다는 게, 황당무계한 저승사자썰까지 포함되는 건 줄 몰랐다. 물론 그 얘긴 안 믿더라도 그냥 정신건강에 이로우라고 맞춰주는 것도 있겠지만.
"고마...워요."
"근데 저승사자가 뭐예요?"
휴 데없데 틈타 뇌피셜 열심히 풀다보니 데요일 왓다...! 이제 얌전히 오피셜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