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앵무새처럼 229화 내용만 떠들 거 같아서 스스로 입에 재갈물리고 있음 지금

@loviewloveu
러뷰라뷰@loviewloveu
18 views Sep 12, 2026 ~18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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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앵무새처럼 229화 내용만 떠들 거 같아서 스스로 입에 재갈물리고 있음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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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겠다 재갈 물리는 용도로 문대 빡씨게 앓는 썰이나 풀어야겠다 6시까지 딴생각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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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스 1000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건 솔직히 인생 치트키라고 할 만 했다. 밤이 그렇게 길고, 고요하고, 효율적이라는 것, 24시간 안에는 그렇게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 그러고도 지치지 않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평생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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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계획했던 것보다도 더 애용하게 되어버린 점은 인정한다. 그에 따라 별로 심각하진 않지만, 가벼운 부작용이 있었다.

"아이고, 이게 그 새 안 맞네. 여기 옷핀 좀!"

"문대씨, 요즘 건강 괜찮아요? 살이 너무 무섭게 빠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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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열량을 태우다보니 아무래도 체중 감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전에 잠죽자때도 경험했었지.

"컨디션은 좋아요, 얼굴 보면 아시잖아요."

얼굴살은 빠졌어도 눈에 반짝반짝 총기가 가득하긴 했다.

"그야 요즘 미모에 물이 오르기는 했는데...그래도 문대씨는 다이어트는 그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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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맞아요. 문대 살 쪄야해요."

선아현이 이때다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친다. 그러는 본인도 살은 빠졌으면서. 멤버 전원이 살이 빠지면서 컨셉에는 더 어울리고, 비쥬얼 리즈를 찍었다고 반응은 난리나고 있었다.

"잘 챙겨먹을 게요. 봐요, 지금도 주스 먹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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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럽이 듬뿍 들어간 생과일주스를 슬쩍 들어보였다. 요즘 내 당 및 열량 주공급원이라고나 할까.

"문대야, 주스만 먹지 말고 식사를 제대로 해야지. 요즘 밥 먹을 때마다 입맛 없다고 얼마 안 먹으면서."

"아니 그건...요즘 너무 더워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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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체중감소를 스스로 눈치채고는 커버해 보려고 무리하게 먹는 양을 늘렸다가 된통 체해서 난리난 적이 있었다. 먹고 체한 데는 바쿠스도 소용없고, 신나게 토하고 메슥거림을 참으며 간신히 무대에 올랐던 그 날만 생각하면 부대끼는 속에는 억지로 음식을 넣고 싶지 않아졌던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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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감소. 식욕 저하.
이 두 가지만 빼면 몸 컨디션은 놀라울 정도로 좋았고, 당장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에 휴식기에 찬찬히 증량하면 되지 않을까, 뭐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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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스 1000의 위력은, 정말이지 어마무지했다.

"문대씨?"

"아. 아...네."

젠장.

활동기에는 피로를 매우 효과적으로 줄여주는 아이템이자, 활동기가 끝나면 그간의 부담을 한꺼번에 정산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므로 이번 휴가에는 꽤나 앓을 것을 예상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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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붙은 회복 효과가 워낙 좋아서 몸이 쌩쌩했기에, 혹시 이대로 회복 돼서 안 앓고 지나가는 거 아닌가 하는 기대도 살짝 품어봤지만, 일단 그 기대는 박살이 났다.

'활동기'의 계산이 매우 박해진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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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활동인 음악토크쇼의 촬영에서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난 직후부터 현기증이 발생했다.

"죄송합니다. 잠깐 못 들어서..."

시발놈아, 아직 촬영 중인 거 안 보이냐.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몹시 어지러워서 허벅지를 꽉 짚어 애써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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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들거리는 것처럼 나오지는 않았으면 하는데. 짧은 새 온몸에서 식은땀이 배어나오는 게 느껴졌다.

"문대씨는 오늘 방송 어떠셨냐구요~"

"아. 저도 오늘 무척 즐거웠고요, 평소 즐겨보던 프로라 꼭 출연하고 싶었는데..."

온몸을 두들겨맞은 듯한 근육통이 아주 그냥 라이브로 생겨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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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을 다 쥐어짜 밝게 웃으며 말한다고 했는데, 어색하지 않았나 모르겠다.

"문대씨가 오늘 노래를 특히 많이 부르셔서 더 힘드셨을 거 같은데, 깜짝 놀랐잖아요. 강철 성대. 이렇게 긴 시간 꽉꽉 채운 풀패키지,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빨리 끝내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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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영겁의 시간을 버티고, 촬영이 종료되자마자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갔다. 울렁울렁 거리길래 뭐가 나올까 싶어 변기에 고개를 박고 꽤 있어봤지만, 꽤 오랜 시간 비어있던 속이라 그런지 딱히 넘어오는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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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토할 게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이제 다 끝났으니 숙소 가서 얌전히 앓으면 된다.

"문대형, 똥 마려웠어요?"

"어."

입을 몇번 헹구고 나니 차유진이 들어와 묻는다.

"그래서 안절부절 했구나~ 똥 잘 쌌어요?"

"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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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먹으러 가요~ 아현이 형 부모님이 고기 사주신대요!"

뭐라고?

"아이고, 우리 문대는 살이 왜 이렇게 많이 빠졌어~ 여기, 고기 더 먹어."

"아, 네...감사합니다."

소고기를 구워먹는데, 직원이 다 구워주고 잘라주다니. 이런 요란하면서도 정갈한 분위기가 가능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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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1메뉴인 곳이 아니라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눈치껏 덜 먹으면 되니까. 그런데 선아현 부모님께서 자꾸 챙겨주시니 계속 거절할 수도 없어서 고기를 몇 점 씹어넘겼다. 위장이 꼬이는 것 같긴 했지만, 토해도 숙소 가서 토하자는 생각으로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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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생각보단 바쿠스빨이 남아있는건지, 어쨌든 겉으로는 제법 멀쩡한 척을 해낼 수 있었다. 성공적인 활동이 끝나 멤버들도 신이 나 있고, 선아현도 부모님께 조잘조잘 뭔가 자랑할 게 많아 보였다. 괜찮은 분위기였다. 이 분위기에 녹아들고 싶은 맘에 멀쩡한 척이 가능했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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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떠들고, 먹고 있다보니 사실 좀 덜 아파지는 것도 같았다.

"그래 너희도 모두 휴가 잘 보내고~"

"네,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바로 부모님댁으로 향한 선아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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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문대~ 많이 피곤해?"

"어."

말을 걸어오는 큰세진을 단칼에 쳐내고 차에 앉자마자 눈을 감았다.

"나 잘거야."

"그래, 네가 요새 못자긴 했지. 푹 자, 아예 자버리면 세진이가 숙소까지 안고가 줄게~"

"웃기고 있네."

눈을 감고 가만히 심호흡하며 메슥거리는 속을 애써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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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바람이 온몸의 피부를 바늘로 콕콕 찌르는 거 같았는데, 차마 이 여름에 에어컨을 꺼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문대형, 더우십니까? 땀을 많이 흘리십니다."

"더워? 에어컨 더 세게 해줘?"

"네! 더워요!"

씨발, 추워, 춥다고. 덜덜 떨지 않기 위해 팔짱을 꼭 끼고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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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게임할래요?"

"유진아, 짐 싸야지. 너 내일 출국이야."

"짐 금방 싸는데.."

"그럼 금방 싸고 와."

"저 먼저 들어가서 쉴게요. 피곤해서."

진흙창처럼 푹푹 꺼지는 바닥을 간신히 디디며 한마디 뱉었다.

"어, 문대. 들어가서 쉬어. 많이 피곤해 보이던데...이번 활동도 고생 정말 많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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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들. 휴가 잘 보내세요."

평소에는 활동 마무리되면 거실에서 술판을 벌리던 게 관행이라 약간 당황한 듯도 했지만, 이번 활동이 워낙 강행군이었어서 쉬겠다는 사람을 붙잡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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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선아현이 없어 혼자 쓰게 된 방에 들어서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간단히 씻고, 바로 침대에...는 무슨. 옷을 갈아입고 어쩌고 할 정신이 없어 바로 침대로 쓰러졌다.

"아으..."

긴장이 풀리니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최악이었다. 역대 바쿠스 부작용 중에 단연코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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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아픈 건지 생각할 수 없을만큼 정신없이 아팠다.

"씨발..."

머리가 쾅쾅 울려대 비명을 삼키고 있자면 곧바로 위장이 걸레짜듯 뒤틀려와서 있는대로 몸을 웅크렸다. 마디마디 관절이 다 쑤시고 시린 와중에 숨이 뜨거운 게 느껴지는데 너무 추워서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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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10분 전까지만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앓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하자마자 너무 급격하게 상태가 안 좋아져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아윽!"

아. 제발.
숨이 넘어갈 것 같은 격통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베개에 고개를 처박고 한동안 숨도 쉬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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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는데, 기절이 되지 않아 오히려 실망스러웠다. 고통이 지나가고 숨은 쉴 수 있을 정도가 되자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 머리칼이고 옷이고 흠뻑 젖은 게 느껴졌다.

이건...이건 도움을 청해야 한다. 이러다 진짜로 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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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후, 하...헉, 허억..."

입을 열어도 숨 넘어가는 신음소리 외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그나마도 점점 숨을 쉬기가 힘들어져 있는 힘껏 몰아쉬는데 집중해야 했다. 고작 저 방문 너머에 사람들이 있는데. 하필이면 오늘 룸메이트가 없어서, 혼자 죽을 지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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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하아...헉."

핸드폰.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아 손에 쥐었는데, 시야가 흐릿해서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윽!"

애써 눈을 깜빡이며 글자를 읽어보려 하다가 그냥 아무한테나 전화하면 받겠지 하고 걸려는데 다시 한 번 발가락까지 오므라들게 하는 강한 복통이 와서 그만 폰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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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으윽....흐으윽..."

씨발. 좆같아 씨발. 씨발.
아파 뒤지겠는데 사람을 부를 수가 없어서. 꼴랑 방문 너머에 있는 애들을 부를 수가 없어서 온몸을 뒤틀고 있자니 한심하고 처참해서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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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웁!"

그때 강렬한 토기가 올라오며, 어디서 난지 모를 힘으로 굴러내려와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미 속에서 강하게 올라오던 내용물을 간신히 도착한 변기 안에 뱉었다.

"우욱! 웨에엑! 컥!"

내장이 다 끌려나와 토해지는 게 아닐까 싶은 기세였다. 그 와중에 간신히 세면대의 물을 세차게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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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토하는 소리가 들리는 건 싫었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누구든 부르려고 애썼지만, 그래도 그건 왠지 싫었다.

"우웨엑. 헉, 허억...하아.., 우욱, 웩."

촤르르. 먹었던 음식들을 고스란히 게워내며 생리적으로 눈물이 흘렀다. 한참 구토를 나니 진이 다 빠져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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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화장실에 누울 수는 없잖아. 침대까지 고작 몇 발짝이야.

간신히 힘을 주고 일어났는데 한발짝 떼자마자 핑글하고 돌더니 다음 순간 거짓말처럼 화장실 바닥에 누워있었다.

아 씨발 진짜.

"으으..."

쓰러지며 부딪혔는지 머리가 울리는데, 그게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배가 아파 헐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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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벌 떨리는 몸을 도무지 가눌 수가 없었다. 그냥 끈 풀려 흩어져버린 폐품조각들처럼 널부러져 있었다.

비참하고.

"아파..."

진짜 더럽게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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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영화 소리 좀 줄여라. 문대 잔댔잖아."

"아 맞다. 줄일게요~"

씻고 나온 큰세진이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냈다.

"형 피자 안 땡겨요?"

"피자? 있어?"

맥주를 꺼내는 순간에 얘기하니까 땡기는 듯도.

"시키면 되죠. 배고파요! 래빈이는 형들 먹으면 먹는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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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그렇게 먹고도 배가 고프냐. 근데 탄수화물 섭취는 부족한 듯도 했다. 활동기 아니니까 다이어트도 필요 없고.

"형님, 피자 드실래요?"

"배 안 불러? 난 안 먹어."

배세진은 그럴 것 같았다. 어깨를 으쓱한 큰세진이 문대 방문을 살짝 두드리고 열었다.

"문대문대, 자? 너는 피자 안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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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중에도 언뜻 보기에 침대가 비어보여 세진이 방 안으로 들어서며 물었다.

"문대야? 얘 어디 갔어."

"아흑..."

숨죽여 우는 소리 같은 게 들려오자 세진이 황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문대야? 너 울..박문대!"

화장실 바닥에 웅크리고 누워 덜덜 떨고있는 문대를 보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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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왜 이래. 문대야!"

"아으....흑, 아, 아파..."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있는 데다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당황해서 일단 일으켜보려고 했으나 도무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자꾸 늘어지던 문대가 눈을 질끈 감으며 머리를 바닥에 비비더니 이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악...하윽,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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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청우형! 응급실, 당장요!"

"어, 어?"

"박문대 죽어요, 빨리!"

들어다 침대에 눕혀놓자마자 달려나와 청우형을 찾았다. 청우형 있어서 다행이다. 없었으면...씨발, 차를 사든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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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뒤였어도, 오늘이 아니라 내일만 되었어도 숙소에 아무도 없고 박문대 혼자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자 오싹해졌다.

"세상에...문대야. 너 괜찮...어디가 아픈 거야, 어?"

"문대 형! 아니 왜 갑자기...아까까지만 해도..."

소란에 달려온 멤버들이 기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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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아까까지만 해도.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태연하게 노래부르고 떠들던 사람이라고 보기엔 상태가 너무 안좋았다.

"가자. 문대 좀 업혀 봐."

차키를 챙겨나온 청우의 등에 문대를 업히고, 다들 우루루 따라나서자 청우가 말했다.

"유진이, 래빈이는 여기 있어. 내 차에 자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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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형..."

"연락할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있어."

"윽...우웁."

바쁘게 걸음을 옮기던 청우가 신음소리에 발걸음을 살짝 늦췄다. 몸이 흔들리는 게 고통스러운 모양이었다.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무릎을 굽혀 걸었다.

"학, 웁, 윽.."

"문대야, 그냥 토해도 돼. 괜찮아."

"욱, 웩.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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웩, 웩. 몇 번 구역질에 어깨부근이 살짝 젖어 들었지만, 특별히 나오는 것도 없어보였다.

"하, 죄송...흐으."

"이 와중에? 너도 참."

차에 도착하자 큰세진이 먼저 들어가 안에서 문대를 받았다. 배세진이 바로 조수석에 올라타 폰의 병원 응급실을 찍은 지도맵 화면이 보이도록 차에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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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을 있는대로 젖혀도 자꾸 몸이 옆으로 쓰러지길래 아예 큰세진의 허벅지를 베도록 옆으로 눕혔다. 땀에 흠뻑 젖어 들러붙은 머리칼을 걷어주고 눈물범벅이 된 뜨거운 뺨을 쓸어줘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걸 알기에 미칠 것 같았다.

"문대야. 추워? 많이 추워?"

"에어컨은 안 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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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 같은 건 없죠?"

뭐라도 챙겨나올걸. 그 생각을 왜 못했지.

"아윽.."

또 바르르 떨며 온몸에 힘을 주고 아파 하기에, 꼭 쥔 주먹을 감싸쥐었다.

"숨, 숨 쉬어 문대야. 흐읍, 하아...숨 쉬어, 옳지. 다 왔어. 병원 다 왔다. 괜찮다, 이제."

빨리. 얘 좀 어떻게 좀.
입 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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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방금 저기 테스타 아님?"

"테스타가 뭔데."

"아 엄마는 테스타도 몰라...아이돌이야 아이돌, 요즘 젤 잘 나가는."

"이 문디 가스나가 지금 아이돌이 눈에 들어오나? 지 손을 썽둥 썰어놓고?"

"아 안썰렸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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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따라 응급실 온 학생은 화장실 들렀다 나오는 길에 스쳐지나간 모녀의 대화에 흠칫했다. 헐, 테스타라고? 개유명한 애들 아닌가? 친구가 환장하는 아이돌인데. 그들이 왔던 방향으로 가보자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며 한 쪽을 은근히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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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대기석에 백미터 밖에서 봐도 빛이 나 여기 연예인 있소 하는 티가 날 것 같은 훤칠한 청년들이 모여있었다.

"박문대 아냐? 맞지?"

"박문대다..."

"박문대 어디 아픈가봐."

소곤소곤, 기묘한 분위기의 낮은 속삭임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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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그리 신나는 장소가 아니고, 특히 이 시간에 응급실을 찾은 사람들은 다들 경황 없는 와중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사람인지라 이런 이벤트에 관심 가고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찰칵.

가까이 가긴 좀 그래서 멀리서 줌을 땡겨 사진을 찍어보았다. 개비싼 폰카가 제값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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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팔 티셔츠와 츄리닝 바지 차림에 신발을 짝짝이로 신은 잘생긴 남자가 굳은 표정으로 몸을 못 가누고 휘청대는 남자를 끌어안고 토닥이고 있었다.

-야 얘네 테스타 맞지? 박문대? 걔 아픈가본데.

친구한테 보낸 카톡에 곧바로 1이 없어졌다.

-헐 뭐야? 병원이야? 우리 애들이 왜 저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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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 환자분!"

"네, 네!"

-박문대 환자분이라고 방금 부름 빼박이네

-헐미친씨발우리말랑사과콩떡강쥐가 왜아파 어디가아파 얼만큼 아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저기, 죄송한데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고개를 드니 깜짝 놀라게 예쁘게 생긴 남자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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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사진 찍으신 거면...안 올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멤버가 갑자기 너무 아파서 경황없이 나오느라 다들 신경을 못 쓰고 나와서요. 가뜩이나 아픈 애 신경 더 쓰지 않게...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초췌해보이는 남자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나오자 학생은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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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에...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찍어서...아, 안 올릴게요, 어디."

-야 너 아까 사진 어디 올리지 마라 방금 멤버가 와서 부탁하고 갔다

-멤버가???직접?너한테???

-어 그 아역배우하던 걔 겁나 예쁘게 생김 실물 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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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세찌가??? 왜너한테ㅅㅂ이게덕계못인가 나는 오빠들 실물 한번 보는게 꿈이자 소원인데 비덕은 그냥 응급실을 가도....아니근데우리애들이응급실에있으면안되는데ㅠㅠ씨발 공지도 없고 티원 대체 뭐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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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사진을 올리지 않았다. 친구도 인터넷에는 올리지 않았다. 그저 이 대박 충격 뉴스를, 친한 지인 몇몇에게 전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지인들은 지인들에게 전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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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곰머 응급실이라는데??
ㄴ뭔 개소리야 멀쩡하던 애가 왜
ㄴ이 짤 봐봐 빼박 빅벋이고 안겨있는 애가 곰머아님?
ㄴㄴ아 미친 사생새끼야 지워라 당장
ㄴㄴ헐 맞는거같은데
ㄴㄴ왜 아이돌끼리 얼굴 다 까고 응급실을 가냐 관종짓도 가지가지
ㄴㄴ사탄새끼야 아프다는 애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58
ㄴㄴ응 이것도 박곰머 설계~ 뭐 병크 터질 거 있어서 미리 아프다고 밑밥 뿌려놓는듯
ㄴㄴpdf땄다 미친놈아
-큰세진이랑 배세진이랑 다 가 있대 응급실
-나도 들음 사촌언니 병원서 일하는데 류청우 봤다 함
ㄴㅅㅂ다 갔네 다 갔어 활동을 이렇게 단결력 있게 해야지
ㄴ유진이는?유진이는?유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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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래빈아. 너희 먼저 자. 늦어질 것 같아서. 유진이는 내일 출국해야지. 에이, 아니지 집엔 가야지 또 언제 갈 지 모르는데. 괜찮아, 우리가 문대 잘 보고 있을게."

"아냐, 아현아, 지금 올 필요는 없고. 정 걱정되면 내일 와. 몰라, 아직 응급실인데 아무래도 입원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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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우와 배세진이 통화하는 사이 큰세진은 주렁주렁 링거줄을 잔뜩 꼽고 잠든 박문대를 바라보았다.

-저..좀 재워, 주시면..안될까요

피검사다 CT다, 온갖 검사를 받느라 깜빡깜빡하는 정신을 놓지도 못하고 이악물고 버티던 문대가 마침내 누워 속삭이는 한 마디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61
그렇게 자랄 때는 안 자더니.
-저 너무, 아파서 그러는데...
이따만한 주사바늘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번 찔러대는데 독한 놈, 거기엔 꿈쩍도 않더라. 그냥 빨리 좀 재워달라고 애원하던 문대는 강한 진통제가 들어가기 시작하자 곧 정신을 잃듯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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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진통제랑 해열제, 수액 놔드렸고요. 염증수치가 굉장히 높거든요? 복통도 심한 걸 보면 위궤양일 것 같은데, 폐에도 염증이 꽤 보여서요. 자세히는 내일 교수님 오셔서 정밀 검사 및 진단할거고...입원치료 하셔야 할 거예요. 이 수준이면 굉장히 아팠을 텐데, 병원 조금만 더 일찍 오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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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무리한다고는 생각했는데, 너무 괜찮아 보여서. 티 좀 내주지. 몸이 이렇게 박살나고 있었으면.

"아침 돼야 입원실이 나올텐데 보호자 분들 주무실 곳이 딱히 없어서... 한 분만 계시면 될 것 같은데."

"내가 있을게."

"아뇨, 제가 있을게요."
64
서로 있겠다고 주장하다가 결국 큰세진이 이겼다. 차 있는 사람이 운전해서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유였다. 배세진한테는 형은 여기서 밤샜다간 나란히 입원하게 생긴 낯빛이라며 돌려보냈다.

둘이 돌아가고 나서는 멍하니 박문대를 지켜보는 일 외에는 할 것이 없었다.
65
잠깐 폰을 들어 뭐라도 보려고도 했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지겹지는 않았다. 그냥, 얘가 아프다고 울지 않고 잠들어 있는 것만으로 감사해서. 계속 지켜보았다.

"박문대 환자분, 체온이랑 혈압 재겠습니다."

간호사가 들어와 체온과 혈압을 재고 차트에 적어넣는 것을 흘긋 봤다.

38.6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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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왜 열이 안 떨어져요? 약을 맞고 있는데..."

"염증이 심하니까요. 그래도 많이 떨어진 거예요. 환자분 오셨을 때...41.4도였네요."

헐, 진짜? 그건 진짜 큰일날 뻔한 거 아냐?

"지금은 열보다도 저혈압이 더 문젠데...수액 계속 들어가고 있으니까 좀 더 지켜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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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얘 깨나면 뭐 어떻게 해줘야 돼요? 물 줘도 돼요?"

"아뇨, 아무것도 못 먹게 하세요. 물도 안돼요."

쟤 입술이 저렇게 말랐는데..물도 주지 말라는 말에 안절부절 못했다.

"그럼 뭐, 해줄 수 있는 거 없어요?"

"눈 떴을 때 누구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되게 힘 돼요."

간호사가 미소를 지었다.
68
"보통 물수건 같은 걸로 몸 살짝씩 닦아주시기도 하고..아프다고 하면 주물러도 주고. 재밌는 얘기라도 해주거나..뭐, 그러죠."

"네, 네."

"고생 많으세요."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간호사가 나가고 물수건이라도 해와야지 싶어 일어나려는데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뭘 또 막 해준다고 그래.."
69
"문대야!"

황급히 의자를 가까이 끌어 앉았다.

"깼어? 언제 깼어."

"아까 열 잴 때..."

슬쩍 뜬 눈에 또렷이 초점이 잡혀 있는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근데 자는 척 했냐."

"민망하잖아."

"뭐가 민망해."

"그냥...다."

한숨처럼 뱉고 다시 눈을 감아버리는 모습에 철렁했다.
70
"아직도 아파? 어디가. 많이 아파?"

"괜찮아."

"넌 이게 괜찮은 거냐, 지금?"

"병원인데 그럼 죽지는 않을 거 아냐."

울컥, 세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야 죽지는 않겠지. 안 죽으면 그만이냐, 넌.

"너 죽었을 수도 있어, 내가 안 들어가 봤으면."

뱉어놓고 보니 사실이라 미칠 거 같았다.
71
"어쩌자고 그 지경이 될 때까지 혼자 앓고 있어. 너 열이 사십도가 넘었대, 알아? 몸이 아프면 얘길 해야지, 집에 사람이 몇 명인데 혼자 처박혀서...!"

"얘기 하려고 했어, 못한 거지."

문대가 억울하다는 듯 답했다.

"갑자기 아파진 걸 뭐, 날더러 어쩌라고. 부르려고, 했는데, 목소리가..."
72
말을 많이 하려니까 숨 찬 게 느껴져서 헉헉 숨을 몰아쉬었다.

"안나, 헉, 오는 걸 날더러...나라고, 뭐, 훅, 좋아서..."

"알았어, 문대야. 그만. 미안해. 울지 마, 미안해."

"내가...우는 게, 아니고..."

차갑고 딱딱한 화장실 바닥이 떠오르자 그때 느낀 두려움과 서러움이 밀려왔을 뿐이다.
73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러다 큰세진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몸에 와닿는 손길이 느껴졌을 때. 그게 못내 반갑고 안심이 돼서 울어버렸던 것 같다. 살았구나. 이제 어떻게든 되겠구나.

나는 다시는 혼자가 익숙한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겠구나.
74
입원 병실로 이동하고 나자 또 진이 빠져서 선잠이 들었을 때였다.

"문대 형...!"

"쉿, 문대 자."

"무, 문대...문대 괘, 괜찮아? 진짜 이게 어떻게..."

왁자지껄 해진 소리에 바로 깼는데, 쟤넬 다 달래줄 자신이 없어 자는 척 할까 하다가 더 민망해질 거 같아서 그냥 일어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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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괜찮아."

"무, 문대야...!"

눈물이 글썽글썽한 선아현이 날 껴안았다. 와중에 뭘 잘못 건드리기라도 할까봐 걱정되는 듯 벌벌 떨며 손이 거의 허공에 떠 있길래 그 어깨에 턱을 얹으며 몸을 기대 안겼다.

"뭘 아침부터 달려오냐, 기껏 오랜만에 집 가놓고."

"문대 좀 살아났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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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덕분에요."

류청우한테는...또 빚을 졌지. 내가 쟤 등에 대고 막 토하지 않았던가...? 차라리 기절했으면 기억도 안 날텐데, 얼굴이 화끈화끈하다. 어린애도 아닌데 울고불고, 업히고 안기고,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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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안 멀쩡해요. 한밤중에 또 열 엄청 올라서 간호사 호출하고 두 번 토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큰세진이 고자질이라도 하듯 얄밉게 일러바치길래 흘겨보았다.

"너 가, 이제."

"왜, 내가 틀린 말 했냐?"

"너도 밤새 한숨도 못 잤잖아. 가서 쳐 자라고."

얼굴이 하얗게 떴다, 저 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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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열이 오르락내리락, 정신이 들락날락. 시스템 개새끼 죽여버린다, 내가 바쿠스 다신 쓰나 봐라, 이를 갈며 끙끙 앓는데 진짜 거짓말 안하고 정신이 든 모든 순간에 이세진이 땀을 닦아주거나 토닥여주거나 말을 걸고 있었다.
79
많이 아파? 어떡하냐, 진짜. 열이 왜 안 내려...울렁거려? 이 병원은 대체 해주는 게 뭐야. 여기 토해. 괜찮아, 괜찮아. 문대야, 제발 아프지 마라 좀. 아이고, 우리 문대.

아이고, 우리 건우.

엄마가 그렇게 밤새 머리맡을 지켜준 것도...아마 초등학생 때가 마지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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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뭐 고맙다는 말을 그렇게 하냐."

"쪽팔려서 그런다, 왜. 고마우니까 집 가서 편하게 자라고."

아플 때야 쪽팔릴 정신이 없어서 그랬지, 정신 돌아오고 나니까 이게 정말 웬 민폐인가 싶어서.

"그래, 이세진 너는 가서 좀 쉬어. 여기 있을 사람 많으니까."
81
배세진이 쇼핑백을 내밀며 말했다.

"혹시나 싶어서 네 티셔츠랑, 마스크 모자 가져왔어."

"얘 근데 이제보니까 신발도 짝짝이다."

"엥?"

"그러네. 그건...뭐, 견뎌, 어쩔 수 없으니까. 아 이건 문대 휴대폰인데, 지금은 안 줄거야. 몸 좀 더 나아지면 해, 폰은. 알았지?"
82
"아 이, 이건 과일, 엄마가 준 건데...지금 못 먹는댔나? 내, 냉장고에 넣어둘게."

"형 심심하실까봐...만화책 좀 가져왔는데, 여기 두겠습니다. 근데 병실에서 스피커 틀어도 됩니까? 음악 듣고 싶으실까봐 가져왔는데..."
83
아무리 특실이라지만 대체 병실이 어따 쓰려고 이렇게 쓸데없이 넓나 했는데, 조금도 넓게 느껴지지 않게 꽉 차 있었다.

"아, 박문대, 또 울어? 얘 진짜 그거야, 울보사과말랑떡? 이랬던가."

눈물 흘러나오지도 않았는데, 큰세진놈 매의 눈으로 잡아내는 바람에 고개를 휙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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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문대야, 아파서 그래...? 괜찮아?"

"아픈 거 아냐..괜찮아."

"얘 아프더니 수도꼭지 고장 났어. 아무 때나 울려고 그래."

이놈은 밤새 꼬박 붙어있더니 그새 내 기색을 더 잘 읽어내게 됐나 보다. 큰세진은 걱정하는 대신 씩 웃으며 내 떡진 머리를 흐트러뜨렸다.

"너 지금 고마워서 이러지?"
85
"그래도 울지 마, 열 올라."

"아, 내가 개냐고."

"너 개 맞잖아, 문댕댕. 고마우면 빨리 낫자? 형 또 올게."

말투 진짜 재수없는데 고마운 건 맞아서 뭐라고도 못하겠고.

진짜로. 최선을 다해 가능하면 아프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6
"너 핸드폰 너무 오래 하지 마, 머리 아퍼."

핸드폰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 오륙십대야, 뭐야.

"오래 안했어요. 방금 잡은 건데."

"미리 얘기 하는 거야, 이제부터 오래 할 것 같아서. 아."

배세진이 깎아 내민 사과를 받아먹었다.

"먹을만해?"

"진짜 맛있네요, 간만에 먹으니까."
87
멀건 미음이나 간 안한 흰 죽만 주구장창 먹다가 처음으로 다른 음식 먹는 거 허락받았다. 상큼한 과즙이 입안에 퍼지는 게 짜릿할 정도로 기분 좋았다.

"형, 토끼 모양으로 깎았네요?"

"왜, 싫어? 기왕이면 보기도 좋은 게 좋잖아."

"아니, 귀여워서."
88
핸드폰 잡은 김에 접시에 가지런히 예쁘게 놓인 토끼사과를 찍었다. 단톡방에 올리려다가 문득 러뷰어 생각이 났다. 이거 배세진이 깎았다고 하면 팬분들도 엄청 좋아할텐데. 올릴까?

진짜 완전 오랜만에 계정에 들어가 봤다가...깜짝 놀랐다.

"헐."

"왜, 왜? 너 뭐 봐? 무슨 일 있어?"

"아니.."
89
계정의 마지막 업로드는 음악토크방송 녹화하러 가던 중.

"그동안 아무도 아무것도 안 올렸어요??"

세상에. 대체 며칠이 흘렀는데. 이게 말이나 돼?

휴가 때마다 각자 신나고 재밌게 노는 모습 올라오는 거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인데, 이게 대체 뭐야.

"올릴 게 뭐 있어. 너도 아프고."
90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한참 스크롤을 내려도 계정에 달린 반응들이 다 ㅠㅠㅠㅠㅜㅠㅠㅠ밖에 안 보였다. 문대 입원한거트루야?ㅠㅠㅠㅠ, 문댕댕 많이 아픈가ㅠㅠ, 문대어쩌고있어티원제발한마디만해줘, 애들 아무도 포스팅 안해ㅠㅠㅜㅠㅠ, 박문대 진짜 심각한 병 걸린 거 아니냐,
91
제발얘들아아무일없다살아있다점한번만찍어줘나말라죽어, 테스타덕질2년만에이런가뭄처음이야...

다들 24시간 여기 있는 것도 아니고, 각자 생활이 또 있었을 텐데...대충 어떻게 된 노릇인 지 알 것도 같았다.
92
내가 아파서 입원했다는 건 소문 퍼져서 공공연한 사실이 돼 버렸고, 특별히 그에 대해 아무 입장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휴가 일상을 올리기엔 눈치보이는 상황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말하자면 문대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내가 지금 네 수세미를 봐야되겠냐! 같은 느낌?
93
조금 더 서치를 해보니 역시. 병원 목격담 같은 건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병실에만 내내 박혀있을 수는 없고, 검사 같은 걸 위해 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뭣보다 멤버들이 자꾸 드나드니까.

근데 문제는 그 목격담들이 무슨 마지막 잎새 찍는 것처럼 한껏 가련하게 과장됐다는 거지.
94
-나 할머니 병문안 갔다가 문대 봄...애가 진짜 툭 치면 바스라질 것 같이 말라서ㅠㅠㅠ미안해서 제대로 쳐다도 못 봤음ㅠㅠㅠ눈물나...

-박문대 응급실 목격담 뜬 지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도 입원 중이냐...얘 진짜 큰 병 난 거 아니냐

-테스타 애들 진심 매일 들락거린대 거기 간호사들 신났대
95
-어느 병원이라고? 가서 죽치면 테스타 봄?
ㄴ사생새끼죽어 병원에서 그러고 싶냐

-박문대 혼자 걸어다니지도 못한다는데

-박문대 이정도면 은퇴각 아님? 테스타 6인으로 복귀함?
ㄴ시발놈아닥쳐
ㄴ니희망사항이겠지
ㄴㄴ아니 사람이 아프다는데 아이돌이 먼저임? 아프면 은퇴하는 거지
96
-공식적으로 뜬 게 없는데 왜 이렇게 난리들이야
ㄴ공식적으로 뜨는 게 없는 걸 보면 심각한 거 아님? 전엔 입원했다 어쨌다 기사 다 뜨더만. 왜 숨기겠어, 난리날까봐 숨기는 거지

안 숨겼다. 폰을 금지 당했을 뿐이다.
97
그리고 박문대를 신경 쓰게 하지 말자 모드에 들어간 모두가 이 상황을 내게 알리지 않았고, 박문대의 입원을 공식 발표 해야할지 말아야할 지 결정해야 할 회사도 휴가라고 덮어놓고 쉬고 있었을 뿐이다. 뭘 그냥 맡겨놓을 수가 없어요, 하여간.

"형, 저 이거 올릴게요."

"어? 뭐, 사과를?"
98
-안녕하세요, 러뷰어. 저는 문대🐶
잠깐 입원 중인데, 병문안 온 세진이 형이 아현이가 사다 준 사과를 꼭 자기같이도 깎아줬어요. 비타민 섭취하고 빨리 나아야지. 얌.

토끼귀 같이 남긴 껍질이 잘 보이는 사과 사진 한 장, 사과 한 조각 이로 살짝 깨물고 웃는 셀카 한 장.
99
셀카 몰골이 좀...추레한가. 그래도 빛 잘 받게 찍었는데.

그래도 이 정도는 해야 뒤지지 않았다는 생존신고가 되겠지 싶어 간단한 보정 후에 올려버렸다.

사진 두 장에 짧은 몇 줄 인사였지만,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공유되며 반응이 터졌다. 다들 폰만 보고 살았나, 움찔 할 정도였다.
100
-문대야ㅠㅜㅠㅜㅜㅜㅠㅜㅠㅜㅠㅠ우리 문댕ㅠㅠㅠㅜ보고싶었어ㅠㅠㅠㅠㅠ
-문대가 글 써줬어ㅠㅜㅠㅜㅠㅠ문대야 왜 아파 아프지마
-아이고 내새끼 수척해진 거 봐 가슴이 찢어진다......
-문대야 글올려줘서 고마워 나 진짜 드디어 편히 잘수 있을거 같아
101
-근데 병원복이 원래 저렇게 예쁜거냐 세상 청초 우리애 병원복빨 잘 받는 거 같애
ㄴ병원복이 문대빨 받는거 아닐까
-우리문대 많이 아픈 거 아니지??ㅠㅠㅠ호오 빨리 낫자
-문대 잘 먹고 잘 자고 아프지 말고 항상 사랑해
102
그 후로도 배세진이 폰을 다시 뺏어갈 때까지, 끝도 없이 비슷한 메세지가 올라오는데 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걱정했다, 다행이다, 아프지 마라, 사랑한다...

진짜...아프면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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