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앵무새처럼 229화 내용만 떠들 거 같아서 스스로 입에 재갈물리고 있음 지금

"아이고, 이게 그 새 안 맞네. 여기 옷핀 좀!"
"문대씨, 요즘 건강 괜찮아요? 살이 너무 무섭게 빠지는데."
"컨디션은 좋아요, 얼굴 보면 아시잖아요."
얼굴살은 빠졌어도 눈에 반짝반짝 총기가 가득하긴 했다.
"그야 요즘 미모에 물이 오르기는 했는데...그래도 문대씨는 다이어트는 그만해요."
선아현이 이때다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친다. 그러는 본인도 살은 빠졌으면서. 멤버 전원이 살이 빠지면서 컨셉에는 더 어울리고, 비쥬얼 리즈를 찍었다고 반응은 난리나고 있었다.
"잘 챙겨먹을 게요. 봐요, 지금도 주스 먹고 있잖아요."
"문대야, 주스만 먹지 말고 식사를 제대로 해야지. 요즘 밥 먹을 때마다 입맛 없다고 얼마 안 먹으면서."
"아니 그건...요즘 너무 더워서 그래요."
이 두 가지만 빼면 몸 컨디션은 놀라울 정도로 좋았고, 당장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에 휴식기에 찬찬히 증량하면 되지 않을까, 뭐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문대씨?"
"아. 아...네."
젠장.
활동기에는 피로를 매우 효과적으로 줄여주는 아이템이자, 활동기가 끝나면 그간의 부담을 한꺼번에 정산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므로 이번 휴가에는 꽤나 앓을 것을 예상하긴 했다.
'활동기'의 계산이 매우 박해진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 잠깐 못 들어서..."
시발놈아, 아직 촬영 중인 거 안 보이냐.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몹시 어지러워서 허벅지를 꽉 짚어 애써 고정했다.
"문대씨는 오늘 방송 어떠셨냐구요~"
"아. 저도 오늘 무척 즐거웠고요, 평소 즐겨보던 프로라 꼭 출연하고 싶었는데..."
온몸을 두들겨맞은 듯한 근육통이 아주 그냥 라이브로 생겨나고 있었다.
"문대씨가 오늘 노래를 특히 많이 부르셔서 더 힘드셨을 거 같은데, 깜짝 놀랐잖아요. 강철 성대. 이렇게 긴 시간 꽉꽉 채운 풀패키지,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빨리 끝내주세요. 제발.
토할 게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이제 다 끝났으니 숙소 가서 얌전히 앓으면 된다.
"문대형, 똥 마려웠어요?"
"어."
입을 몇번 헹구고 나니 차유진이 들어와 묻는다.
"그래서 안절부절 했구나~ 똥 잘 쌌어요?"
"오냐."
뭐라고?
"아이고, 우리 문대는 살이 왜 이렇게 많이 빠졌어~ 여기, 고기 더 먹어."
"아, 네...감사합니다."
소고기를 구워먹는데, 직원이 다 구워주고 잘라주다니. 이런 요란하면서도 정갈한 분위기가 가능할 줄 몰랐다.
"그래 너희도 모두 휴가 잘 보내고~"
"네,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바로 부모님댁으로 향한 선아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밴에 올랐다.
"어."
말을 걸어오는 큰세진을 단칼에 쳐내고 차에 앉자마자 눈을 감았다.
"나 잘거야."
"그래, 네가 요새 못자긴 했지. 푹 자, 아예 자버리면 세진이가 숙소까지 안고가 줄게~"
"웃기고 있네."
눈을 감고 가만히 심호흡하며 메슥거리는 속을 애써 진정시켰다.
"문대형, 더우십니까? 땀을 많이 흘리십니다."
"더워? 에어컨 더 세게 해줘?"
"네! 더워요!"
씨발, 추워, 춥다고. 덜덜 떨지 않기 위해 팔짱을 꼭 끼고 이를 악물었다.
"유진아, 짐 싸야지. 너 내일 출국이야."
"짐 금방 싸는데.."
"그럼 금방 싸고 와."
"저 먼저 들어가서 쉴게요. 피곤해서."
진흙창처럼 푹푹 꺼지는 바닥을 간신히 디디며 한마디 뱉었다.
"어, 문대. 들어가서 쉬어. 많이 피곤해 보이던데...이번 활동도 고생 정말 많았고!"
평소에는 활동 마무리되면 거실에서 술판을 벌리던 게 관행이라 약간 당황한 듯도 했지만, 이번 활동이 워낙 강행군이었어서 쉬겠다는 사람을 붙잡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아으..."
긴장이 풀리니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최악이었다. 역대 바쿠스 부작용 중에 단연코 최악.
"씨발..."
머리가 쾅쾅 울려대 비명을 삼키고 있자면 곧바로 위장이 걸레짜듯 뒤틀려와서 있는대로 몸을 웅크렸다. 마디마디 관절이 다 쑤시고 시린 와중에 숨이 뜨거운 게 느껴지는데 너무 추워서 눈물이 났다.
"아윽!"
아. 제발.
숨이 넘어갈 것 같은 격통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베개에 고개를 처박고 한동안 숨도 쉬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었다.
이건...이건 도움을 청해야 한다. 이러다 진짜로 죽을 것 같다.
입을 열어도 숨 넘어가는 신음소리 외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그나마도 점점 숨을 쉬기가 힘들어져 있는 힘껏 몰아쉬는데 집중해야 했다. 고작 저 방문 너머에 사람들이 있는데. 하필이면 오늘 룸메이트가 없어서, 혼자 죽을 지경이라니.
핸드폰.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아 손에 쥐었는데, 시야가 흐릿해서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윽!"
애써 눈을 깜빡이며 글자를 읽어보려 하다가 그냥 아무한테나 전화하면 받겠지 하고 걸려는데 다시 한 번 발가락까지 오므라들게 하는 강한 복통이 와서 그만 폰을 떨어뜨렸다.
씨발. 좆같아 씨발. 씨발.
아파 뒤지겠는데 사람을 부를 수가 없어서. 꼴랑 방문 너머에 있는 애들을 부를 수가 없어서 온몸을 뒤틀고 있자니 한심하고 처참해서 눈물이 났다.
그때 강렬한 토기가 올라오며, 어디서 난지 모를 힘으로 굴러내려와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미 속에서 강하게 올라오던 내용물을 간신히 도착한 변기 안에 뱉었다.
"우욱! 웨에엑! 컥!"
내장이 다 끌려나와 토해지는 게 아닐까 싶은 기세였다. 그 와중에 간신히 세면대의 물을 세차게 틀었다.
"우웨엑. 헉, 허억...하아.., 우욱, 웩."
촤르르. 먹었던 음식들을 고스란히 게워내며 생리적으로 눈물이 흘렀다. 한참 구토를 나니 진이 다 빠져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간신히 힘을 주고 일어났는데 한발짝 떼자마자 핑글하고 돌더니 다음 순간 거짓말처럼 화장실 바닥에 누워있었다.
아 씨발 진짜.
"으으..."
쓰러지며 부딪혔는지 머리가 울리는데, 그게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배가 아파 헐떡였다.
비참하고.
"아파..."
진짜 더럽게 아팠다.
"아 맞다. 줄일게요~"
씻고 나온 큰세진이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냈다.
"형 피자 안 땡겨요?"
"피자? 있어?"
맥주를 꺼내는 순간에 얘기하니까 땡기는 듯도.
"시키면 되죠. 배고파요! 래빈이는 형들 먹으면 먹는대요."
"형님, 피자 드실래요?"
"배 안 불러? 난 안 먹어."
배세진은 그럴 것 같았다. 어깨를 으쓱한 큰세진이 문대 방문을 살짝 두드리고 열었다.
"문대문대, 자? 너는 피자 안 먹지?"
"문대야? 얘 어디 갔어."
"아흑..."
숨죽여 우는 소리 같은 게 들려오자 세진이 황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문대야? 너 울..박문대!"
화장실 바닥에 웅크리고 누워 덜덜 떨고있는 문대를 보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으....흑, 아, 아파..."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있는 데다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당황해서 일단 일으켜보려고 했으나 도무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자꾸 늘어지던 문대가 눈을 질끈 감으며 머리를 바닥에 비비더니 이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악...하윽, 엄마..."
"어, 어?"
"박문대 죽어요, 빨리!"
들어다 침대에 눕혀놓자마자 달려나와 청우형을 찾았다. 청우형 있어서 다행이다. 없었으면...씨발, 차를 사든가 해야지.
"세상에...문대야. 너 괜찮...어디가 아픈 거야, 어?"
"문대 형! 아니 왜 갑자기...아까까지만 해도..."
소란에 달려온 멤버들이 기겁했다.
"가자. 문대 좀 업혀 봐."
차키를 챙겨나온 청우의 등에 문대를 업히고, 다들 우루루 따라나서자 청우가 말했다.
"유진이, 래빈이는 여기 있어. 내 차에 자리 없어."
"연락할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있어."
"윽...우웁."
바쁘게 걸음을 옮기던 청우가 신음소리에 발걸음을 살짝 늦췄다. 몸이 흔들리는 게 고통스러운 모양이었다.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무릎을 굽혀 걸었다.
"학, 웁, 윽.."
"문대야, 그냥 토해도 돼. 괜찮아."
"욱, 웩. 하..."
"하, 죄송...흐으."
"이 와중에? 너도 참."
차에 도착하자 큰세진이 먼저 들어가 안에서 문대를 받았다. 배세진이 바로 조수석에 올라타 폰의 병원 응급실을 찍은 지도맵 화면이 보이도록 차에 설치했다.
"문대야. 추워? 많이 추워?"
"에어컨은 안 켰는데."
뭐라도 챙겨나올걸. 그 생각을 왜 못했지.
"아윽.."
또 바르르 떨며 온몸에 힘을 주고 아파 하기에, 꼭 쥔 주먹을 감싸쥐었다.
"숨, 숨 쉬어 문대야. 흐읍, 하아...숨 쉬어, 옳지. 다 왔어. 병원 다 왔다. 괜찮다, 이제."
빨리. 얘 좀 어떻게 좀.
입 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테스타가 뭔데."
"아 엄마는 테스타도 몰라...아이돌이야 아이돌, 요즘 젤 잘 나가는."
"이 문디 가스나가 지금 아이돌이 눈에 들어오나? 지 손을 썽둥 썰어놓고?"
"아 안썰렸잖어!"
"박문대 아냐? 맞지?"
"박문대다..."
"박문대 어디 아픈가봐."
소곤소곤, 기묘한 분위기의 낮은 속삭임이 울려퍼졌다.
찰칵.
가까이 가긴 좀 그래서 멀리서 줌을 땡겨 사진을 찍어보았다. 개비싼 폰카가 제값을 했다.
-야 얘네 테스타 맞지? 박문대? 걔 아픈가본데.
친구한테 보낸 카톡에 곧바로 1이 없어졌다.
-헐 뭐야? 병원이야? 우리 애들이 왜 저깄어????
"네, 네!"
-박문대 환자분이라고 방금 부름 빼박이네
-헐미친씨발우리말랑사과콩떡강쥐가 왜아파 어디가아파 얼만큼 아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저기, 죄송한데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고개를 드니 깜짝 놀라게 예쁘게 생긴 남자가 서 있었다.
초췌해보이는 남자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나오자 학생은 당황했다.
-야 너 아까 사진 어디 올리지 마라 방금 멤버가 와서 부탁하고 갔다
-멤버가???직접?너한테???
-어 그 아역배우하던 걔 겁나 예쁘게 생김 실물 미침
ㄴ뭔 개소리야 멀쩡하던 애가 왜
ㄴ이 짤 봐봐 빼박 빅벋이고 안겨있는 애가 곰머아님?
ㄴㄴ아 미친 사생새끼야 지워라 당장
ㄴㄴ헐 맞는거같은데
ㄴㄴ왜 아이돌끼리 얼굴 다 까고 응급실을 가냐 관종짓도 가지가지
ㄴㄴ사탄새끼야 아프다는 애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ㄴㄴpdf땄다 미친놈아
-큰세진이랑 배세진이랑 다 가 있대 응급실
-나도 들음 사촌언니 병원서 일하는데 류청우 봤다 함
ㄴㅅㅂ다 갔네 다 갔어 활동을 이렇게 단결력 있게 해야지
ㄴ유진이는?유진이는?유진이는?
"아냐, 아현아, 지금 올 필요는 없고. 정 걱정되면 내일 와. 몰라, 아직 응급실인데 아무래도 입원할 것 같아."
-저..좀 재워, 주시면..안될까요
피검사다 CT다, 온갖 검사를 받느라 깜빡깜빡하는 정신을 놓지도 못하고 이악물고 버티던 문대가 마침내 누워 속삭이는 한 마디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저 너무, 아파서 그러는데...
이따만한 주사바늘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번 찔러대는데 독한 놈, 거기엔 꿈쩍도 않더라. 그냥 빨리 좀 재워달라고 애원하던 문대는 강한 진통제가 들어가기 시작하자 곧 정신을 잃듯이 잠들었다.
"아침 돼야 입원실이 나올텐데 보호자 분들 주무실 곳이 딱히 없어서... 한 분만 계시면 될 것 같은데."
"내가 있을게."
"아뇨, 제가 있을게요."
둘이 돌아가고 나서는 멍하니 박문대를 지켜보는 일 외에는 할 것이 없었다.
지겹지는 않았다. 그냥, 얘가 아프다고 울지 않고 잠들어 있는 것만으로 감사해서. 계속 지켜보았다.
"박문대 환자분, 체온이랑 혈압 재겠습니다."
간호사가 들어와 체온과 혈압을 재고 차트에 적어넣는 것을 흘긋 봤다.
38.6도
"염증이 심하니까요. 그래도 많이 떨어진 거예요. 환자분 오셨을 때...41.4도였네요."
헐, 진짜? 그건 진짜 큰일날 뻔한 거 아냐?
"지금은 열보다도 저혈압이 더 문젠데...수액 계속 들어가고 있으니까 좀 더 지켜볼게요."
"아뇨, 아무것도 못 먹게 하세요. 물도 안돼요."
쟤 입술이 저렇게 말랐는데..물도 주지 말라는 말에 안절부절 못했다.
"그럼 뭐, 해줄 수 있는 거 없어요?"
"눈 떴을 때 누구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되게 힘 돼요."
간호사가 미소를 지었다.
"네, 네."
"고생 많으세요."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간호사가 나가고 물수건이라도 해와야지 싶어 일어나려는데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뭘 또 막 해준다고 그래.."
황급히 의자를 가까이 끌어 앉았다.
"깼어? 언제 깼어."
"아까 열 잴 때..."
슬쩍 뜬 눈에 또렷이 초점이 잡혀 있는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근데 자는 척 했냐."
"민망하잖아."
"뭐가 민망해."
"그냥...다."
한숨처럼 뱉고 다시 눈을 감아버리는 모습에 철렁했다.
"괜찮아."
"넌 이게 괜찮은 거냐, 지금?"
"병원인데 그럼 죽지는 않을 거 아냐."
울컥, 세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야 죽지는 않겠지. 안 죽으면 그만이냐, 넌.
"너 죽었을 수도 있어, 내가 안 들어가 봤으면."
뱉어놓고 보니 사실이라 미칠 거 같았다.
"얘기 하려고 했어, 못한 거지."
문대가 억울하다는 듯 답했다.
"갑자기 아파진 걸 뭐, 날더러 어쩌라고. 부르려고, 했는데, 목소리가..."
"안나, 헉, 오는 걸 날더러...나라고, 뭐, 훅, 좋아서..."
"알았어, 문대야. 그만. 미안해. 울지 마, 미안해."
"내가...우는 게, 아니고..."
차갑고 딱딱한 화장실 바닥이 떠오르자 그때 느낀 두려움과 서러움이 밀려왔을 뿐이다.
그러다 큰세진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몸에 와닿는 손길이 느껴졌을 때. 그게 못내 반갑고 안심이 돼서 울어버렸던 것 같다. 살았구나. 이제 어떻게든 되겠구나.
나는 다시는 혼자가 익숙한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겠구나.
"문대 형...!"
"쉿, 문대 자."
"무, 문대...문대 괘, 괜찮아? 진짜 이게 어떻게..."
왁자지껄 해진 소리에 바로 깼는데, 쟤넬 다 달래줄 자신이 없어 자는 척 할까 하다가 더 민망해질 거 같아서 그냥 일어나기로 했다.
"무, 문대야...!"
눈물이 글썽글썽한 선아현이 날 껴안았다. 와중에 뭘 잘못 건드리기라도 할까봐 걱정되는 듯 벌벌 떨며 손이 거의 허공에 떠 있길래 그 어깨에 턱을 얹으며 몸을 기대 안겼다.
"뭘 아침부터 달려오냐, 기껏 오랜만에 집 가놓고."
"문대 좀 살아났네? 다행이다."
류청우한테는...또 빚을 졌지. 내가 쟤 등에 대고 막 토하지 않았던가...? 차라리 기절했으면 기억도 안 날텐데, 얼굴이 화끈화끈하다. 어린애도 아닌데 울고불고, 업히고 안기고, 진짜...
큰세진이 고자질이라도 하듯 얄밉게 일러바치길래 흘겨보았다.
"너 가, 이제."
"왜, 내가 틀린 말 했냐?"
"너도 밤새 한숨도 못 잤잖아. 가서 쳐 자라고."
얼굴이 하얗게 떴다, 저 놈도.
아이고, 우리 건우.
엄마가 그렇게 밤새 머리맡을 지켜준 것도...아마 초등학생 때가 마지막이지.
"쪽팔려서 그런다, 왜. 고마우니까 집 가서 편하게 자라고."
아플 때야 쪽팔릴 정신이 없어서 그랬지, 정신 돌아오고 나니까 이게 정말 웬 민폐인가 싶어서.
"그래, 이세진 너는 가서 좀 쉬어. 여기 있을 사람 많으니까."
"혹시나 싶어서 네 티셔츠랑, 마스크 모자 가져왔어."
"얘 근데 이제보니까 신발도 짝짝이다."
"엥?"
"그러네. 그건...뭐, 견뎌, 어쩔 수 없으니까. 아 이건 문대 휴대폰인데, 지금은 안 줄거야. 몸 좀 더 나아지면 해, 폰은. 알았지?"
"형 심심하실까봐...만화책 좀 가져왔는데, 여기 두겠습니다. 근데 병실에서 스피커 틀어도 됩니까? 음악 듣고 싶으실까봐 가져왔는데..."
"아, 박문대, 또 울어? 얘 진짜 그거야, 울보사과말랑떡? 이랬던가."
눈물 흘러나오지도 않았는데, 큰세진놈 매의 눈으로 잡아내는 바람에 고개를 휙 돌렸다.
"아픈 거 아냐..괜찮아."
"얘 아프더니 수도꼭지 고장 났어. 아무 때나 울려고 그래."
이놈은 밤새 꼬박 붙어있더니 그새 내 기색을 더 잘 읽어내게 됐나 보다. 큰세진은 걱정하는 대신 씩 웃으며 내 떡진 머리를 흐트러뜨렸다.
"너 지금 고마워서 이러지?"
"아, 내가 개냐고."
"너 개 맞잖아, 문댕댕. 고마우면 빨리 낫자? 형 또 올게."
말투 진짜 재수없는데 고마운 건 맞아서 뭐라고도 못하겠고.
진짜로. 최선을 다해 가능하면 아프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 오륙십대야, 뭐야.
"오래 안했어요. 방금 잡은 건데."
"미리 얘기 하는 거야, 이제부터 오래 할 것 같아서. 아."
배세진이 깎아 내민 사과를 받아먹었다.
"먹을만해?"
"진짜 맛있네요, 간만에 먹으니까."
"형, 토끼 모양으로 깎았네요?"
"왜, 싫어? 기왕이면 보기도 좋은 게 좋잖아."
"아니, 귀여워서."
진짜 완전 오랜만에 계정에 들어가 봤다가...깜짝 놀랐다.
"헐."
"왜, 왜? 너 뭐 봐?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동안 아무도 아무것도 안 올렸어요??"
세상에. 대체 며칠이 흘렀는데. 이게 말이나 돼?
휴가 때마다 각자 신나고 재밌게 노는 모습 올라오는 거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인데, 이게 대체 뭐야.
"올릴 게 뭐 있어. 너도 아프고."
한참 스크롤을 내려도 계정에 달린 반응들이 다 ㅠㅠㅠㅠㅜㅠㅠㅠ밖에 안 보였다. 문대 입원한거트루야?ㅠㅠㅠㅠ, 문댕댕 많이 아픈가ㅠㅠ, 문대어쩌고있어티원제발한마디만해줘, 애들 아무도 포스팅 안해ㅠㅠㅜㅠㅠ, 박문대 진짜 심각한 병 걸린 거 아니냐,
다들 24시간 여기 있는 것도 아니고, 각자 생활이 또 있었을 텐데...대충 어떻게 된 노릇인 지 알 것도 같았다.
근데 문제는 그 목격담들이 무슨 마지막 잎새 찍는 것처럼 한껏 가련하게 과장됐다는 거지.
-박문대 응급실 목격담 뜬 지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도 입원 중이냐...얘 진짜 큰 병 난 거 아니냐
-테스타 애들 진심 매일 들락거린대 거기 간호사들 신났대
ㄴ사생새끼죽어 병원에서 그러고 싶냐
-박문대 혼자 걸어다니지도 못한다는데
-박문대 이정도면 은퇴각 아님? 테스타 6인으로 복귀함?
ㄴ시발놈아닥쳐
ㄴ니희망사항이겠지
ㄴㄴ아니 사람이 아프다는데 아이돌이 먼저임? 아프면 은퇴하는 거지
ㄴ공식적으로 뜨는 게 없는 걸 보면 심각한 거 아님? 전엔 입원했다 어쨌다 기사 다 뜨더만. 왜 숨기겠어, 난리날까봐 숨기는 거지
안 숨겼다. 폰을 금지 당했을 뿐이다.
"형, 저 이거 올릴게요."
"어? 뭐, 사과를?"
잠깐 입원 중인데, 병문안 온 세진이 형이 아현이가 사다 준 사과를 꼭 자기같이도 깎아줬어요. 비타민 섭취하고 빨리 나아야지. 얌.
토끼귀 같이 남긴 껍질이 잘 보이는 사과 사진 한 장, 사과 한 조각 이로 살짝 깨물고 웃는 셀카 한 장.
그래도 이 정도는 해야 뒤지지 않았다는 생존신고가 되겠지 싶어 간단한 보정 후에 올려버렸다.
사진 두 장에 짧은 몇 줄 인사였지만,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공유되며 반응이 터졌다. 다들 폰만 보고 살았나, 움찔 할 정도였다.
-문대가 글 써줬어ㅠㅜㅠㅜㅠㅠ문대야 왜 아파 아프지마
-아이고 내새끼 수척해진 거 봐 가슴이 찢어진다......
-문대야 글올려줘서 고마워 나 진짜 드디어 편히 잘수 있을거 같아
ㄴ병원복이 문대빨 받는거 아닐까
-우리문대 많이 아픈 거 아니지??ㅠㅠㅠ호오 빨리 낫자
-문대 잘 먹고 잘 자고 아프지 말고 항상 사랑해
진짜...아프면 안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