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잉-지이잉- 휴대폰이 계속 울렸다. 손을 뻗어 폰을 낚아채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애써 떠 화면을 봤다. 미친 새끼...

휴대폰이 계속 울렸다. 손을 뻗어 폰을 낚아채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애써 떠 화면을 봤다.
미친 새끼 아닌가 이거. 지금 새벽 세시 십분이다.
지이잉-
진동은 끊길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흘긋 보니 다행히 차유진도 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용히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다.
[문대씨.]
첫마디에 알았다. 이 새끼 맛 갔다. 술 처먹었나?
[진짜...못 돌아가죠?]
"당신 지금 어디야."
모자는 방 안에 있던가.
[왜...못 돌아갈까요? 뭐가 달라져서?]
"왜요. 왜 또 돌아가고 싶은데요."
[문대씨...콩이가요.]
목소리가 끊길듯 떨렸다.
[죽을 것 같아요.]
그야, 놀랄만도 했겠지. 반려견을 키워본 적은 없지만, 키우는 사람들은 가족처럼 여긴다고 들었다. 밤에 갑자기 가족이 아프고, 토하고, 거기 피까지 섞여 있으면 당연히 놀라겠지.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렇게까지 해주고 있는 거 아닌가.
"죽을 거예요."
"안 죽는다니까."
텅 빈 눈으로 입술을 쥐어 뜯던 청려가 중얼거렸다.
"콩이, 이러다 죽었어요. 지난번엔."
...아예 이유 없는 불안은 아니었군.
"아침에 보니 죽어있었어요. 일어나보니까 애가...토사물이 있었고, 콩이는..."
"안 죽이려고, 병원 데려왔잖아요 지금."
"아침까지 방치된 거 아니잖아. 수의사도 죽는단 소리 안했잖아요. 그럼 살릴 생각을 해야지 왜 자꾸 죽는다 그래 재수없게."
"아침...그치, 지금이 아침은 아니지."
드디어 뭔 말이 들리나 보다.
"그래, 다르니까. 좀 믿고 기다려 봅시다."
그 후 수의사가 나와 콩이를 입원시켜 지켜보는게 낫겠다는 얘기를 하고, 접수를 하고, 돈을 내고, 차에 탈 때까지 청려는 말이 없었다.
자연스레 왔을 때처럼 운전석에 앉았다가 힐긋 청려를 보고
"운전 할 수 있어요?"
"운전요?"
멍하니 되묻는 꼴이 썩 믿음직스러워 보이지는 않아 고민이 됐다. 오는 길엔 쟤 진짜 상태 안좋아 보였고 나도 같이 정신이 없어서 얼떨결에 내가 운전했는데...
"박문대는 무면허거든."
"아."
"내려요."
문을 열고 허리를 숙여 말하는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얼굴만 보면 늘 믿음직스럽게 침착해 보이는 놈이다.
...평소와 같이라니, 오해의 소지가 있네. 이러면 내가 이 새끼 차를 평소에 타고 다니는 것 같은데, 내가 이 새끼 차를 지난번에 탔을 때는...
"그러고보면 문대씨도 참 나이브하네요. 나한테 운전대를 다 맡기고."
"내가 어디 확 갖다 박으면서, 돌려지나 확인해보고 싶어지면 어쩌려고."
"차 세워."
"농담이에요."
"씨발새끼야, 차 세우라고."
"콩이가 살아날지 확인할 때까지는 못 죽어요."
농담아니고 식은땀이 흘렀다.
콩이가 살든 죽든 나는 당분간 이 새끼 근처에 얼씬도 하면 안된다는 건 알겠다. 혼자서는 숙소 밖으로 한발짝도 떼지 말아야지.
"문대씨 덕분이에요."
"죽으면?"
말을 뱉은 순간 후회했다. 그놈의 궁금증이 뭐라고, 입 한번 놀릴 거 참고 목숨을 부지했어야 하는데.
흘긋, 곁눈질을 한 청려가 다시 앞을 보며 운전했다.
"문대씨 때문이에요."
이래서 미친 놈이랑은 상종하는 게 아닌데. 콩이가 죽는 게 대체 왜 나 때문이야? 말도 안되잖아.
"문대씨가..."
목소리가 갑자기 떨렸다.
"문대씨가, 문대씨가 데려오라고 했...잖아요."
울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말이 점차 빨라진다.
"콩이가 자는 집에 베이비모니터를 설치했어요."
딱히 그 손을 데워주려고 잡은 건 아니고, 갑자기 이 새끼가 운전대를 확 틀어버릴까봐 붙잡은 것이다.
"나는 어떡해요. 자신이 없어요. 회귀 전 청려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진짜 개한심한 쓰레기였을 뿐인데."
눈물 맺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녀석에게 을렀다.
"앞에 봐, 새끼야. 누굴 죽이려고."
"네."
운전대에 손 하나 얹었다고 용기가 났는지 이제야 하고 싶은 말이 좀 나왔다.
계속 붙잡고 있는 손에서 슬슬 땀이 나려 했지만 놓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안 풀어본 문제 나왔을 때 푸는 것도"
슬슬 익숙한 동네였다. 숙소에 다 와가는 게 보이니 마음이 풀어졌다.
"물론 안 풀릴 때도 있고, 망할 때도 있고, 죽을 거 같을 때도 있어. 남들도 다 그래."
박문대가 죽어버리지 않았으면. 상태창의 퀘스트를 받은 건 박문대였을까? 아이돌이 되는 건, 박문대였을까.
"하핫!"
울던 놈이 갑자기 웃는것도 나름 섬찟했다.
"미친...제가 국가대표가 어떻게 돼요 이 나이에."
"이 나이에 못하는 건 키즈모델밖에 없어."
또라인가. 뭐하나 했더니 이 나이에 못하는 걸 읊고 있다.
이 놈 기분이 좀 나아진 덕인지 다행히 무사히 숙소 앞에 도착했다.
"고마웠어요, 문대씨. 들어가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한 얼굴이다.
"신재현. 콩이가 만약에 죽으면. 충분히 울고, 애도하고, 추모해. 그게 도망치지 않고 사랑하는 법이고, 콩이도 그거 받을 자격 있어."
쾅!
차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