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잉-지이잉- 휴대폰이 계속 울렸다. 손을 뻗어 폰을 낚아채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애써 떠 화면을 봤다. 미친 새끼...

@loviewloveu
러뷰라뷰@loviewloveu
26 views Sep 18, 2026 ~4 min read
Advertisement
1
지이잉-지이잉-

휴대폰이 계속 울렸다. 손을 뻗어 폰을 낚아채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애써 떠 화면을 봤다.

미친 새끼 아닌가 이거. 지금 새벽 세시 십분이다.

지이잉-

진동은 끊길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흘긋 보니 다행히 차유진도 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용히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다.
2
"뭡니까."

[문대씨.]

첫마디에 알았다. 이 새끼 맛 갔다. 술 처먹었나?

[진짜...못 돌아가죠?]

"당신 지금 어디야."

모자는 방 안에 있던가.

[왜...못 돌아갈까요? 뭐가 달라져서?]

"왜요. 왜 또 돌아가고 싶은데요."

[문대씨...콩이가요.]

목소리가 끊길듯 떨렸다.

[죽을 것 같아요.]
3
"안 죽어요."

그야, 놀랄만도 했겠지. 반려견을 키워본 적은 없지만, 키우는 사람들은 가족처럼 여긴다고 들었다. 밤에 갑자기 가족이 아프고, 토하고, 거기 피까지 섞여 있으면 당연히 놀라겠지.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렇게까지 해주고 있는 거 아닌가.

"죽을 거예요."

"안 죽는다니까."
4
"죽었었어요."

텅 빈 눈으로 입술을 쥐어 뜯던 청려가 중얼거렸다.

"콩이, 이러다 죽었어요. 지난번엔."

...아예 이유 없는 불안은 아니었군.

"아침에 보니 죽어있었어요. 일어나보니까 애가...토사물이 있었고, 콩이는..."

"안 죽이려고, 병원 데려왔잖아요 지금."
5
죽을 거야. 돌릴 순 없을까? 중얼거리는 놈을 옆에 달고 24시간 동물병원 찾아오는 것도 힘들었다.

"아침까지 방치된 거 아니잖아. 수의사도 죽는단 소리 안했잖아요. 그럼 살릴 생각을 해야지 왜 자꾸 죽는다 그래 재수없게."

"아침...그치, 지금이 아침은 아니지."

드디어 뭔 말이 들리나 보다.
6
"달라...달라졌어요. 맞아. 지난번이랑은 다르니까..."

"그래, 다르니까. 좀 믿고 기다려 봅시다."

그 후 수의사가 나와 콩이를 입원시켜 지켜보는게 낫겠다는 얘기를 하고, 접수를 하고, 돈을 내고, 차에 탈 때까지 청려는 말이 없었다.

자연스레 왔을 때처럼 운전석에 앉았다가 힐긋 청려를 보고
7
물었다.

"운전 할 수 있어요?"

"운전요?"

멍하니 되묻는 꼴이 썩 믿음직스러워 보이지는 않아 고민이 됐다. 오는 길엔 쟤 진짜 상태 안좋아 보였고 나도 같이 정신이 없어서 얼떨결에 내가 운전했는데...

"박문대는 무면허거든."

"아."
8
정신나간 놈이 운전대 잡았다가 사고나는 것과, 무면허로 운전했다가 들통나는 것. 어느 쪽이 더 리스크가 클 지 재보는 중 청려가 내려 운전석으로 돌아왔다.

"내려요."

문을 열고 허리를 숙여 말하는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얼굴만 보면 늘 믿음직스럽게 침착해 보이는 놈이다.
9
과연 실제로도 어느정도 침착함을 되찾았는지 운전도 평소와 같이 부드러웠다.

...평소와 같이라니, 오해의 소지가 있네. 이러면 내가 이 새끼 차를 평소에 타고 다니는 것 같은데, 내가 이 새끼 차를 지난번에 탔을 때는...

"그러고보면 문대씨도 참 나이브하네요. 나한테 운전대를 다 맡기고."
10
홱 고개를 돌려 옆을 쳐다보니 여전히 침착해보이는 놈이 슬쩍 웃고 있었다.

"내가 어디 확 갖다 박으면서, 돌려지나 확인해보고 싶어지면 어쩌려고."

"차 세워."

"농담이에요."

"씨발새끼야, 차 세우라고."

"콩이가 살아날지 확인할 때까지는 못 죽어요."

농담아니고 식은땀이 흘렀다.
11
"콩이가 살아나면..."

콩이가 살든 죽든 나는 당분간 이 새끼 근처에 얼씬도 하면 안된다는 건 알겠다. 혼자서는 숙소 밖으로 한발짝도 떼지 말아야지.

"문대씨 덕분이에요."

"죽으면?"

말을 뱉은 순간 후회했다. 그놈의 궁금증이 뭐라고, 입 한번 놀릴 거 참고 목숨을 부지했어야 하는데.
12
"죽으면..."

흘긋, 곁눈질을 한 청려가 다시 앞을 보며 운전했다.

"문대씨 때문이에요."

이래서 미친 놈이랑은 상종하는 게 아닌데. 콩이가 죽는 게 대체 왜 나 때문이야? 말도 안되잖아.

"문대씨가..."

목소리가 갑자기 떨렸다.

"문대씨가, 문대씨가 데려오라고 했...잖아요."

울어?
13
"이젠 돌아가지도 못하는데..왜 데려오라고 했어요. 잘못 돼도 되돌릴 수 없는데, 어쩌려고 개를 키우라고 해. 이젠 내가 가진 건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나? 이젠...내가 잃은 건, 되찾을 길이 없잖아."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말이 점차 빨라진다.

"콩이가 자는 집에 베이비모니터를 설치했어요."
14
"지난번처럼 밤에 갑자기 아픈데, 내가 모르고 아침까지 처잘까봐. 그래서 소리 들을 수 있게 설치해 뒀어요. 그래서 깼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요...이건 내가 회귀했으니까 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다른 모든 것처럼, 나는 회귀했으니까 전보다는 잘해낸 거잖아. 그런데, 회귀를 못하면..."
15
손을 뻗어 운전대를 잡은 청려의 손을 감싸쥐었다. 손끝이 몹시 찼다.
딱히 그 손을 데워주려고 잡은 건 아니고, 갑자기 이 새끼가 운전대를 확 틀어버릴까봐 붙잡은 것이다.

"나는 어떡해요. 자신이 없어요. 회귀 전 청려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진짜 개한심한 쓰레기였을 뿐인데."
16
"너 지금도 쓰레기야."

눈물 맺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녀석에게 을렀다.

"앞에 봐, 새끼야. 누굴 죽이려고."

"네."

운전대에 손 하나 얹었다고 용기가 났는지 이제야 하고 싶은 말이 좀 나왔다.
17
"네가 뭐 지금은 잘난 줄 아나본데, 그냥 나온 문제 또 나왔을 때 해본 선택지 중 망한 거 피해갔을 뿐이잖아. 그거,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다. 청려가 특별히 잘나서가 아니고."

계속 붙잡고 있는 손에서 슬슬 땀이 나려 했지만 놓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안 풀어본 문제 나왔을 때 푸는 것도"
18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야. 잘난 놈은 풀고, 못난 놈은 못 푸는 게 아니고. 그냥 문제를 주니까 푸는거지 거기에 뭔 자신까지 필요해."

슬슬 익숙한 동네였다. 숙소에 다 와가는 게 보이니 마음이 풀어졌다.

"물론 안 풀릴 때도 있고, 망할 때도 있고, 죽을 거 같을 때도 있어. 남들도 다 그래."
19
"근데 안 죽고 있다보면 그냥 어떻게든 풀려. 살아있으니까. 그게 원하던 방향이었든 아니든."

박문대가 죽어버리지 않았으면. 상태창의 퀘스트를 받은 건 박문대였을까? 아이돌이 되는 건, 박문대였을까.
20
"우리 리더놈은 그 잘나가던 양궁 때려칠 때 속이 안 썩었겠냐? 근데 지금 모르긴 몰라도 돈은 더 벌걸. 너도 아이돌 수틀리면 국가대표나 되든지."

"하핫!"

울던 놈이 갑자기 웃는것도 나름 섬찟했다.

"미친...제가 국가대표가 어떻게 돼요 이 나이에."

"이 나이에 못하는 건 키즈모델밖에 없어."
21
"아역배우. 고등학생. 초등학생 중학생 유치원생. 유소년축구팀."

또라인가. 뭐하나 했더니 이 나이에 못하는 걸 읊고 있다.

이 놈 기분이 좀 나아진 덕인지 다행히 무사히 숙소 앞에 도착했다.

"고마웠어요, 문대씨. 들어가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한 얼굴이다.
22
그래서 굳이 이 말로 평온을 깨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내 밤의 평온을 와장창 깨버린 녀석의 귀갓길까지 배려해주고 싶지는 않았다.

"신재현. 콩이가 만약에 죽으면. 충분히 울고, 애도하고, 추모해. 그게 도망치지 않고 사랑하는 법이고, 콩이도 그거 받을 자격 있어."

쾅!
차문을 닫았다.
Actions
What You Can Do
  • Export as PDF or Markdown
  • Batch Export to Notion
  • Bookmark & Highlight
  • Screenshot Tweet
Create Free Account

Includes 7-day Premium trial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