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 당사자들만 서로의 네임을 볼 수 있다는 날조 끼얹어서 류청우 발목에 류건우 네임 있는거 보고 싶다. 그리고...

@aReum_tXt
아름드리@aReum_tXt
4 views Oct 03, 2026 ~26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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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 당사자들만 서로의 네임을 볼 수 있다는 날조 끼얹어서 류청우 발목에 류건우 네임 있는거 보고 싶다. 그리고 그걸 봐버리는 박문대... 겉은 박문대지만 속은 류건우라 그런지 보임.
원래 류건우 때는 네임 있었음. 다만 그 이름이 알아볼 수 없이 뭉게져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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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네임이 뭉게진 경우엔 네임 주인이 죽었거나 태어나지 않았거나 등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류건우는 신경을 안 썼음. 본인이 중학생 때쯤 발현했는데 30대 되기 직전까지도 뭉게진거면 그냥 죽은 놈이라고 보는게 맞았지. 설마 아직 안 태어난거면... 찾을 생각도, 찾아도 연인이 될 생각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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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류건우는 네임이 뭉게졌고 그가 들어온 박문대는 미발현자였음. 보통 네임이 청소년기 쯤에 발현된다는걸 떠올려보면 그냥 미발현자가 맞는 것 같음. 그래서 박문대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았음.
....우연히 류청우 발목에 있는 네임을 보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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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진 남의 발목 신경 안 쓰고 살았어서 발견했을 땐 놀라 자빠질 뻔 했음. 심지어 이름이 류건우다? 세상에 류건우가 많고 많겠지만 제 눈에 저 이름이 보일 이유는 단 하나 뿐이었음.
류청우의 파트너가 류건우, 그러니까 나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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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은 기본적으론 운명의 파트너들끼리만 자신과 서로의 이름을 볼 수 있었음. 그러니 상식적으로 박문대가 저 네임을 볼 수가 없단 뜻인데, 저게 눈에 보이는 이유라면 뻔했음. 박문대는 갑자기 얼굴이 파래지는 자신에게 무슨 일 있냐 묻는 류청우를 슬쩍 피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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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서요. 먼저 들어가서 씻어도 될까요.
-응? 아, 그렇게 해. 오늘 촬영에서 많이 수고했어.
-형도요.
박문대가 후다닥 욕실로 들어가서 옷을 다 벗었음. 일단 얼굴이나 손 발목, 이런데는 없었음. 일상에서 몇번이나 보게 되는 부위니 잘 알았지. 박문대는 몸 구석구석을 거울로 확인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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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에 안 보이는 부위에 있는걸까. 혹은 박문대는 미발현자가 맞고, 자신이 류건우이기 때문에 생겨난 오류인걸까. 거울을 빤히 들여다보던 박문대는 순간 소름이 쫙 돋으며 무심코 뒤를 돌았음.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박문대의 날개뼈 위에 선명하게 적힌 세 글자.
-....류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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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류건우 때 그의 몸에 네임이 있던 그 위치에, 류청우의 네임이 발현한거임. 박문대는 한동안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서 있었음.

그 뒤로 박문대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계속 고민했음. 무심코 류청우의 네임이 있는 발목을 흘끗거리려는걸 꾹 참으며 고민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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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제거수술이 있다지만 비싸고 부작용도 심했음. 그렇게 수술해도 네임이 재발현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방법이라고 거창하게 얘기해줄것도 아니었지.
모른 척 하기에는 제가 류청우의 네임을 확인한 뒤로 하루가 멀다하고 날개뼈가 욱신거렸음. 다행히 한순간 따끔하고 말 정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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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방치하기에 좋은 현상은 아니었음. 그렇다고 내가 류청우랑 만나야 하나? 연애하고 결혼하고 각인하고 뭐 그래야 해? 난 아이돌이고 그 놈은 같은 그룹 리더인데다, 원래의 관계는 친척이기까지 한데? 박문대가 문득 욱씬거리는 날개뼈에 주춤했음.
-형, 또 틀려요! 집중 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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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진의 빛살같은 말에 박문대가 퍼뜩 다음 동작으로 이어나갔음. 그 곡이 끝나고 잠시 휴식을 선언하자 큰세진이 설렁설렁 다가왔지
-문대문대, 오늘따라 집중을 못한다?
-무, 무슨 일 있어....?
-아니. 딱히 없어.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하다.
-없긴, 너 계속 멈칫거리는데 혹시 어디 아픈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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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가 제 건강에 신경 못 쓰는게 하루 이틀이 아닌지라 이세진이 제법 강경하게 말했음.
-어깨? 등?
-.... 잠을 잘못 자서 날개뼈가 쑤시는거야.
-아하. 그래?
전혀 안 믿고 있군, 이 자식. 박문대가 짜게 식은 사이 류청우가 다가오며 말했음.
-잠을 설친거야?
-....약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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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야지. 뿌리는 파스약이라도 줄까?
-괜찮,
-그럼 좋죠. 제가 뿌려주고 올게요~
아무래도 박문대와의 신뢰도가 낮은가보다. 기어이 이세진이 뿌리는 파스약을 받아 박문대를 이끌었음. 다 남자끼리라 그냥 옷 까도 문제가 없어서 일단은 연습실 한구석에 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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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네임이 거울에 비치기라도 할까봐 주춤거리며 자세를 잡는 박문대의 티셔츠를 휙 잡아올린 이세진.
-흐음, 멍 같은건 없네.
-그냥 잠 못 잔거라니까.
-그래, 믿을게. 오른쪽, 왼쪽?
미심쩍지만 일단 눈에는 어디 멍 들었거나 부었거나 하는 부분이 없으니 넘어가주겠단 뜻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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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우의 이름이 보이지 않을 이세진인데 갑자기 등허리가 뻣뻣해지더니 네임이 뜨거워졌음. 지끈거리는 고통에 약간 미간을 찌푸리며 박문대가 오른쪽, 하고 대답했음. 파스의 차가운 성분에 조금 낫나 싶지만 네임이 여전히 뜨거웠음. 자기도 모르게 류청우를 돌아본 박문대가 눈을 깜빡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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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우는 배세진과 안무 동작을 맞춰주면서도 거울을 통해 박문대를 바라보고 있었음. 심지어 눈이 마주치자 상냥하게 웃기까지 하는데.

옷을 내리고 정리한 박문대는 찝찝함에 눈을 굴렸음. 기분 탓일까. 류청우의 시선이 굉장히 집요했던 것 같아 어딘가 떨떠름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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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솔직히 말하자면 류청우와 네임 파트너가 되길 원하지 않았음.
첫째로는 류청우의 네임이 류건우인데, 이젠 박문대인 자신이 뭘 어떻게 하겠어. 겉으로 보기엔 둘다 일방향 각성이었음. 당연히 파트너가 못됨.
두번째로는 본질적으로 둘이 친척관계라는 것에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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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모르는 사이였다지만 안 이상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이었음.
세번째로는 둘이 같은 그룹의 리더와 메인보컬인 아이돌이란 것이었음. 물론 연예인끼리, 동성끼리 네임 파트너가 되는게 없는 일은 아니라지만 아무래도 팬장사를 하는 아이돌에겐 무리가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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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로는 둘 다 서로에게 성애적인 관심이 없다는 것임. 적당한 비즈니스 파트너 정도면 모를까.

아무튼 그런 이유들로 박문대는 자신의 네임을 숨기고 싶었음. 류청우가 자신의 네임을 발견하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만약의 경우를 상상하자면. .....상상하기 싫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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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류청우와 불화설이 한번 터졌는데 이번 일로 사이가 또 애매해지면 해명하기 힘들게 분명했음.
-문대야. 잠 다깼어?
-아, 네.
-그래. 그럼 이제 밥 먹자.
거실 소파에 앉아 아침멍때리기를 빙자해 골몰히 생각하던 박문대를 류청우가 끌어당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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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류청우의 손에 붙들려 느릿느릿 걸어와 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음.
-박문대 너 날개뼈는 괜찮아?
-아! 맞아요! 형 이제 안 아파요?
어제 그런 일이 있었던 탓인지 배세진과 차유진이 고양이 두마리처럼 고개를 돌렸음. 막 밥 끄트머리를 떼어 입에 문 박문대가 고개 끄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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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났더니 다시 괜찮아졌어요
-다행입니다, 형.
-응.... 다행이다, 문대야.
초식동물 두 마리가 수줍게 인사했음. 박문대는 기특한 마음에 두 사람의 접시에 계란후라이를 한장씩 얹어줬음.
-나도 줘요! 김래빈만 주는거 안돼요!
-그래.
차유진의 밥그릇에도 한장 슥 얹어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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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이 둘이 피식 웃으면서 그런 광경을 보고 류청우가 사람좋은 얼굴로 차유진을 진정...
-나도 줘.
-네?
-나도 한장만 주면 안돼?
진정....? 밥 그릇을 내밀며 웃는 류청우의 모습에 잠시 버퍼링이 온 박문대가 계란 후라이 한장을 류청우의 밥그릇에 올려줬음. 고마워하며 웃는게 괜히 낯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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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번 장난친거겠지. 박문대는 그렇게 넘기면서도 어쩐지 찝찝함을 감추기 어려웠음. 하지만 박문대는 곧 그것이 장난 한번이 아니었다는걸 알게 됨.

스프링 아웃 연습을 위해 단체로 대형을 맞춰 춤을 추고 라이브 연습을 하던 때였음.
-문대야. 혹시 나 음 좀 봐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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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혼자 잘하기도 했고 이번 곡 역시도 딱히 어려움 없이 적응하던 놈이 하는 말이라기엔 너무 갑작스러웠음. 하지만 곧 특정 동작에서 고음이 불안하다는 말에 납득했지.
-일단 한번 불러보세요. 봐드릴게요.
류청우가 동작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걸 지켜봤음. 괜히 한 말이 아닌지 끝음이 떨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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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작에서 호흡을 조금 끊었다 들어가면 될 것 같아요. 배에 힘주고 한번 더 해보세요.
-응. 그럴게.
류청우는 꽤 우수한 학생이었음. 한두번만에 음이 안정적으로 이어졌으니까.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박문대의 어깨를 감싸쥐고 류청우가 말했음.
-고마워, 문대야. 네가 도와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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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거 아닙니다.
왠지 묘한 뉘앙스였음.

이뿐만이 아니었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든건지 최근 류청우가 쓸데없는 일로 박문대를 부르고는 했음. 근처를 늘 맴돌고 있는건지 최근 대화를 거는 수도 늘었음. 박문대는 저 놈이 갑자기 왜 저러나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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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네임이라는 강력한 이유가 있지만, 류청우의 진짜 파트너가 자신이라는걸 아는건 본인 뿐일거라는 생각에 넘겨둔 차였음. 대신 류청우가 혹시 뭔가 일을 저지르려는건가 싶었지.
-콘서트 끝난지 얼마 안되서 하는 말이라 좀 웃기지만, 다음 유닛은 나랑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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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우 형이랑요?
-응. 문대는 항상 무대를 재미있게 꾸미니까.
차유진과 한 유닛 무대가 제법 취향이었나. 이게 목적이었나. 그렇게 생각하니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음.
-전 상관 없지만, 일단 생각을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아직 일정도 없고요.
-그건 그렇지. 긍정적으로 생각해줘.
-네. 그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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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얼굴로 멀어지는 류청우를 보며 드디어 그의 속셈을 알게 된 박문대가 한시름 놓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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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박문대의 착각이었음. 어느날은 밴 안에서 지쳐 잠든 멤버들 틈에서 류청우가 박문대의 오른쪽 어깨를 쥐며 말했음.
-주물러줄까?
-네?
-계속 신경쓰는 것 같아서.
박문대가 묘한 낯을 했음. 날개뼈가 종종 뜨거워 불편하긴 했는데 그렇게 티를 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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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런거 잘해. 후유증 관리한다고 조금 배웠거든.
류청우의 손이 뜨거웠음. 어깨를 감싸쥐는 손이 뜨겁고 부드럽고, 또 묘하게 상냥했음. 박문대는 자신이 거절하기도 전에 주무르기 시작한 류청우를 잠시 흘겨봤지만 밀어내지는 않았음. 기분 좋게 조물거리는 손길에 마음이 나른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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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한쪽 귀에 낀 이어폰으로는 잔잔한 발라드가 흘렀고 박문대도 제법 피곤한 참이었지. 류청우가 다정한 얼굴로 마사지에 집중한 것이 새삼스레 낯설게 느껴졌지만 아무려면 상관없었음. 잠이 솔솔 왔으니까. 박문대가 가물가물한 눈을 느리게 뜨며 머리를 시트에 박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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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와서 그런가. 평소보다 잘생겨보이는군.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류청우가 자신을 마주보고 아주 다정한 눈을 한 모습이었음. 꼭 다정할 이유가 있는 사람처럼.

류청우가 네임을 발현한건 후유증 치료를 받으며 억지로 대회 연습을 하던 때였음. 처음 발목에 생긴 네임은 뭉게져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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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었음. 어찌나 울었는지 다음날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 수 밖에 없었음. 네임이 뭉게지는 경우는 상대가 죽었거나, 태어나지 않았거나. 어느쪽이든 자신의 운명의 파트너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실이 끔찍한 공허감을 남겼음. 발현 전에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파트너였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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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운명의 짝이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순간 류청우는 형제가 죽은 쌍둥이가 된 기분이었고 한 짝이 없는 젓가락이 된 기분이었고 신발이 된 기분이었음. 나는 이렇게 힘든데 너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이런 희미한 흔적만 남기고서 어디 존재하는거야.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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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는 것도 잠시였음. 마음 속에 생긴 공허감을 잊을만한게 필요했고, 류청우는 더욱 더 후유증 치료에 매달렸음. 온건한 류청우가 연습용 활까지 부러뜨리며 화를 냈던 것엔 어쩌면 다신 선수로 못 뛴다는 두려움과 애써 미뤄둔 공허감을 직시해야할 때가 왔음을 예감했기 때문일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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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우는 한동안 방황했음. 하루에도 몇번이나 발목을 붙들고 혹시 글씨가 선명해지진 않았나 노려봤음. 나이차이가 많이 있으므로 영혼의 파트너와 성애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할지언정 서로 의지하는 친밀한 관계가 되었으면 싶었음. 물론 그건 이 뭉게진 네임이 탄생 전을 뜻할 때의 얘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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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만 않았으면 된다고 빌었음. 어쩔 땐 우울감에 못 견뎌 눈물만 흘리며 발목을 매만지곤 했음.
그리고 그런 류청우의 발목에 있는 네임이 뚜렷해진 건 그가 아주사 출연을 확정했을 때였음. 친척의 끈질긴 설득에 출연을 승낙하고 돌아와 잠시 졸던 때. 갑자기 발목이 욱신거리며 아파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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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하려해도 상처가 난것처럼 발목이 욱신거리고 뜨겁고 따가웠기 때문에 류청우가 제 발목을 더듬어 쳐다보았음.
그리고 류청우는 뭉게졌던 네임이 어떠한 이름을 희미하게 표상하는 것을 보았고.
아, 네가 태어났구나. 하고, 환희에 빠졌음.
네가 존재하는구나. 네가 이 세계에 와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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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의 발달과정은 보통 파트너의 글씨체를 닮았음. 유아의 미성숙한 글씨부터 시작해 선명해지는 것이었기에 류청우의 발목에 쓰인 글자도 엉망진창이었음.
얼핏보면 ㄹ인지 ㅂ인지 구분이 안가는 것으로 시작했음. 단지 딱 보기에 영어나 외국의 언어는 아니었음이 확연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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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 세글자. ㄹ 아니면 ㅂ 성씨의 누군가. 류청우는 두근거리며 글자가 선명해지길 빌었음. 아직 아이일 것이 분명했지만, 얼른 제 이름 정돈 또박또박 쓰는 나이가 되길.

류청우가 처음 박문대를 알게 되었을 땐 아무 생각이 없었음. 그냥 무대 잘하는 연습생. 똑똑한 연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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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랬나. 사실 잘은 기억이 안났음. 그냥 꽤 귀엽게 생겼네, 하고 넘겼던것 같기도 했고.... 류청우는 거지같은 팀원들을 조율하기 바빴기에 신경쓸 시간이 없었으므로. 다만 간혹가다 박문대를 볼때면 네임이 적힌 발목이 욱신거렸음. 왜일까. 우연이라기엔 타 연습생 앞에선 한번도 그러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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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우는 그 현상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네임이란 것 자체에 대해 밝혀진 바가 별로 없어 조사를 통해서도 답이 나오지 않자 그냥 포기해버렸음.

이름이 더 선명해진 건 박문대가 유독 반짝거리며 빛나는 듯한 무대를 하고 내려왔을 때였음. 세트 무대를 내려오는 박문대를 보다 발목이 욱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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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몇번 있던 현상이니 넘기려 했는데, 이상하게 발목이 화끈거리고 아팠음. 결국 아무도 모르게 슬쩍 발목을 확인했을 때, 무슨 글자인지 알 수 없었던 이름 한글자가 다소 흐릿하게 그려졌음. 선명하진 않아도 아, 박씨였구나. 하고 알 수 있을 정도로.

이름은 꾸준히 선명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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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명해지기만 할뿐 글자 몇개가 겹친 듯 쉽사리 해석하기가 어려웠음. 보이는거라고는 'ㄹ'을 밑에 깔고 있는 듯한 '박'이라는 글자 뿐. 류청우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음.
유아의 성장치곤 글씨가 지나치게 빠른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걸 느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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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 파트너가 천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음. 몇년 기다릴 줄 알았더니 이 덩도면 감수할 만 하지 않겠어.

그리고 류청우가 발목에서 선명한 이름을 본 것은 테스타가 데뷔하고, 박문대와의 마찰이 어영부영 해결된 직후의 일이었음. 술을 정리하고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발목이 아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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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뜨거웠음. 그 자리에 주저 앉을 뻔한 류청우가 겨우 발목을 확인했을 때 보인 이름은 그가 너무도 잘 알아서, 솔직히 말하자면 믿기지 않는 것이었음.
-...박문대?
욱신거리는 발목에 그의 이름이 지나치게 선명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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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드는 생각은 왜? 였음. 혹시 동명이인일까 생각해봤지만, 아무 이유도 없이 박문대의 앞에서 발목이 욱신거렸던 모든 현상을 떠올리자면 너무도 의심스러웠음. 흔한 이름도 아니라서. 네임의 글씨체가 너무 성숙해서. 내가 매번 네 앞에서 네임이 욱신거려서. 류청우는 겨우 방에 들어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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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듯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지. 왜? 왜 박문대지? 이게 문대를 말하는게 맞을까? 맞다면 왜 이제서야 네임이 정확해진거지? 왜?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음. 갑자기 너무 많은 알았고, 너무 많은걸 몰랐음. 류청우는 애꿎은 머리를 쥐어뜯을 뻔 했지만 초인적으로 참아내며 생각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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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정해진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모르는 척 하자. 다짜고짜 발목 들이대며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게다가 겨우 류청우와 화해한 녀석이었음. 이런 일로 괜히 박문대를 귀찮게 하기 싫었음.

그 이후로 류청우는 상당히 오래 박문대를 관찰했음. 혹시 문대가 내 네임을 볼 수 있나 확인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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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서 은근 발목을 보였는데 관심도 없더라. 이렇게까지 관심이 없을 수 있는건가 싶을 정도였음.
또 문대한테 혹시 내 네임이 있나 찾아보기도 했음. 남의 옷을 들출 순 없어서 보는 부위는 한정되어있었지만.
그러다 가끔 눈이 마주치면 박문대는 말했음.
-왜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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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류청우는 그냥 화제를 돌리거나 가끔 실없는 농담을 던졌지. 그게 웃길 때면 박문대는 조그맣고 야무진 입술을 슬쩍 말아올리며 하얀 이를 드러냈음. 웃는게 귀엽네. 하게 될 만한 미소였음. 무뚝뚝한 편이라 금방 표정이 사그라드는게 아쉬워, 류청우는 가끔 그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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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당연하지만 류청우보다 작고 가늘었음. 어쩌다 손목을 잡은 적이 있는데 한손에 손목이 쏙 들어오더라. 너무 가는건 아닌지, 얅고 작은게 귀엽지만 걱정스러웠음. 박문대의 목덜미는 하얗고 섬세했음. 땀을 닦는 수건으로 본인 목덜미를 닦아내리면 괜히 마른 침을 삼키게 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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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은 또 어떤가. 본인은 모르는 모양이지만, 박문대는 나름 테스타에 정을 붙이고 있었음. 날이 갈수록 무심함 뒤에 다정함이 넘실대는 눈을 볼때면. 긴 속눈썹에 부드러운 그늘이 질때면. 유리공예같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때면. 괜히 네임이 욱신거리는 만큼이나 심장이 뛰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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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류청우는 어느 날, 아무런 계기도 없이, 그냥 그저 그런 날에 깨달았음. 내가 나의 네임과 상관없이. 내가 널 좋아하게 됐구나....
그건 참 아름답고 두려운 감정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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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얼마되지 않아 박문대가 류청우를 다시 피하기 시작했음. 막 짝사랑을 자각한 처지로서는 정말 지독하게 잔인한 처사였음. 박문대는 일부러 류청우와 둘만 있는 상황을 피했고 류청우가 말을 거는걸 어려워했음. 혹시 내가 본인을 좋아하는걸 눈치챈건가, 그런 고민을 해볼 정도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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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랑 싸웠어?
-아니?
-근데 왜 저래?
-글쎄.... 신경쓰이지 않게 빨리 해결할게, 고마워 세진아.
배세진이 조금 쑥스러워하는 것을 뒤로한 류청우가 생각했음. 어떤 이유로든 박문대가 자신을 은근히 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죽도 밥도 안될거라면 차라리 들이대기라도 해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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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가 자신의 짝사랑을 눈치채고서 피하고 있는거라면 자신의 이런 행동에 참지 못하고 직접적으로 얘기해줄 것임. 다만 차이겠지만....
만약 박문대에게 자신의 짝사랑을 들킨것이 아니라 모종의 이유가 있다면? 류청우는 간혹 자신의 발목을 노려보는 박문대를 떠올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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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고 싶진 않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하게 됐음. 그럴 수 밖에 없었음.

-제가 뿌려주고 올게요~
류청우는 이세진의 손에 잡혀 끌려가는 박문대를 지켜보았음. 내가 해주고 싶었는데. 파스 핑계로 등에 네임이 있나 확인할 수도 있고.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과 약간의 질투가 일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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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이세진과 투닥거리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옷을 깠음. 경계심 많은 고양이처럼 구는 애가 남의 손길에 저렇게 평온하다니. 아마 류청우가 해주겠다고 나섰으면 정중히 거절했겠지.
-류청우
-응. 왜?
-나 이 동작 좀 봐줘.
배세진이 성큼 다가섰음. 평소라면 다른 멤버들한테 갔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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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해하면서도 동작을 알려주기 위해 뒤돌아섰음. 박문대와 이세진이 투닥거리며 파스를 뿌리는게 거울에 반사되어 보였음.
-....너 말이야.
-....
-그, 박문대... 좋아해?
-....
류청우의 눈길이 거울 속의 박문대에 맺혀있었음. 한껏 부드러운 얼굴이 박문대를 멍하니 바라보며 미소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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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세진은 따라 거울을 통해 박문대를 보았음. 옷을 주섬주섬 정리하던 박문대와 류청우의 눈이 마주치고, 류청우가 환하게 웃었음. 얼씨구, 진짜 좋아하나봐...

아무튼 제 마음을 누구에게 들켰던지 간에 류청우는 직진했음. 계속 말걸고, 그의 호의를 나눠받고, 곁에서 머물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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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동생들이나 선아현에게나 곧잘 내어주던 친절을 류청우에게 나눠주려니 어색했던 모양이지만 박문대는 곧장 적응했음.
-사탕 좋아요! 힘 생겨요!
-형도 드실거죠?
방방 뛰는 차유진에게 사탕을 먹여준 박문대가 류청우의 손에 작은 사탕을 올려놨음. 먹여달라하면 주책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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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우는 그걸 먹는 대신 손에 꽉 쥐었음. 그래도 박문대가 준거라고, 아까워서 먹기가 싫었음. 근데 그걸 본 박문대가 류청우의 손을 잡아쥐고 손가락을 펴주며 말했음.
-지금 먹어요.
-응? 아...
-나중에 또 줄테니까.
류청우의 귓가가 붉어지는데 박문대는 그것도 모르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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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직접 사탕을 까 알멩이를 손 위에 올려줬지. 떨떠름하게 사탕을 먹자 박문대가 눈을 조금 휘어 웃더니 가버렸음. 남겨진 류청우는.... 그냥 멍하니 사탕을 입 안에서 굴리며 붉어진 얼굴을 숨겼을 뿐임.
-혹시 더우십니까?
-아냐, 괜찮아 래빈아....
먼저 닿는걸로 모자라 웃어주기까지.
67
한동안 멀찍한 박문대만 봤던 류청우에겐 충격적인 사건이었음.

박문대는 류청우가 자신의 근처에 있다는 사실에 금방 적응했고, 당연하게 여겼음. 무슨 일이 생기면 청우 형, 하고 옆을 휙 둘러보곤 했지. 그러면 류청우가 응. 하고 눈 맞추며 웃어주었음. 하지만 그 날은 달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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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부엌에 물을 마시러 갔다 오는 사이였음. 멍하니 소파에 앉아있던 박문대가 청우 형, 하고 부르는거야. 금세 다가가려 했는데 박문대가 제 옆을 바라보고는 아. 하는거 있지. 류청우가 옆에 없으니까 조금 당황한 눈치였던 박문대가 곧 뺨을 붉혔음.
-옆에 있는 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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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류청우가 생각하기에 박문대도 점점 자신에게 익숙해지고 있는게 분명했음. 그리고 그건 자신에게 좋은 소식이지. 류청우는 기뻤음. 그 날 이후로 박문대가 자신을 의식하고 있다는걸 느꼈음. 류청우가 손을 뻗으면 묘하게 긴장해서는, 손길에 금방 따르는 것이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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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답잖은 이유로 손을 잡으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 고개를 돌렸고 허리를 감싸면 괜히 헛기침을 했고 어깨를 만지면 조금 긴장해서 빳빳했음.

-다음 유닛은 나랑 할래?
테스타는 룸메이트 대로 유닛 무대를 하니까, 같이 지내고 싶단 뜻이었음. 매일 박문대가 자고 깨는 모습까지도 보고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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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잘 못 일어나는 박문대를 부드럽게 깨워주고 싶고, 방 안에서 둘만 존재하고 싶기도 했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고 얘기하는 박문대의 말간 얼굴이 좋아 환해진 류청우가 생각했음.
만약 내 네임 파트너가 눈 앞의 박문대가 아니어도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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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우가 네임 파트너를 기다려 온 이유는 자신의 짝과 사랑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운명이 맺어준 짝과 서로 소통하고 싶기 때문이었음. 서로 의지하고 싶기 때문이었음. 하지만 이제 박문대를 사랑하게 되면서, 류청우가 의지하고 싶은, 소통하고 싶은, 더불어 사랑하고 싶은 상대가 박문대가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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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눈 앞의 박문대가 제 운명이 아니어도 괜찮았음. 세상엔 네임 파트너와 이어지지 않는 이들도 많으니까.
만약 박문대가 진짜 자신의 네임 파트너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좋다는 뜻임.
웃는 류청우를 따라 영문도 모르고 따라웃는 박문대가 귀여워, 류청우는 행복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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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가 안 깨네.
-많이 피곤했나보네요.
-그냥 업고 갈까?
어깨를 주물러줬더니 금세 잠든 박문대를 보고 멤버들이 수근거렸음. 류청우도 박문대가 이렇게 곤히 잠들 줄은 몰라 빤히 보기만 했음.
-내가 안고 갈게.
-오오, 그래주시면 좋죠.
멤버들이 짐을 대신 챙기는 동안 류청우가 나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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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를 끌어안을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사심 가득한 생각을 하며 문대의 등과 무릎 아래에 팔을 넣어 끌어안았음. 작고 가는 몸이 제법 가볍게 딸려나왔음.
류청우의 품에 고개를 대고 잠든게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웠음. 마음같아선 몰래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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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를 안아들고 가는데, 제 심장소리가 박문대를 깨울까 걱정될 정도로 심장이 쿵쾅거렸음. 좋아하는 상대랑 접촉하고 있어서인지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기도...
-읏.
발목이 뜨거웠음. 그러니까, 네임이. 간혹 뜨거워지던 네임이 지금 또 그랬다는 뜻임. 류청우는 익숙하게 뜨거움을 참으며 나아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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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이 열어준 문으로 들어가 박문대를 침대에 기대게 했음. 차유진이 씻는다고 팔짝 뛰며 나갈 동안 류청우는 마른 침을 삼켰음. 제 발목이 지끈거리며 뜨거운 만큼이나 박문대의 등이 뜨거웠음.
-으응...
박문대도 그 열기를 느낀건지 눈을 찌푸려 괜히 제 발목을 뒤로 뺀 류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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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하며 박문대의 등에 손바닥을 대었음. 뜨거운 곳, 그러니까.... 박문대의 날개뼈. 이 안을 보고 싶었음. 옷을 들추면 보일텐데, 어쩐지 두려워서 뜨거운 날개뼈 위를 만지작대는것 말곤 할 수 있는게 없었음. 내 네임이 뜨겁고, 제 등이 뜨겁고. 혹시 네가 네임을 가진건지. 그게 나인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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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고 흥분되고 기대되었음. 류청우는 박문대가 입은 외투를 조심히 벗겨주고, 품에 살짝 끌어안아 티셔츠의 목 카라를 매만졌음. 몹쓸짓을 한다는 죄책감에 손끝이 둔했음. 류청우는 느릿느릿 카라를 잡아당기고 그 안을 들여다보았음. 하얗게 굴곡진 등. 작게 툭 튀어나온 류청우는 보았음.
80
-...류청우.
내 이름이네. 그걸 안 순간, 어쩐지 속이 들끓더니 무언가 울컥 튀어나오는 것 같았음. 아팠던 발목이 놀라울 정도로 잠잠해졌고, 박문대의 네임도 열기가 잦아들었음. 류청우는 잠에 취해 뒤늦게 깨어나려는 박문대를 꽉 끌어안고 흐느끼듯 중얼거렸음.
-좋아해.
-...
-좋아해, 문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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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안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음. 류청우는 그것을 자각했으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박문대를 끌어안았음.
-좋아해.
-....
-많이 좋아해.
-...형.
가슴팍에 박문대의 손이 얹어지더니 류청우를 꽤 강하게 밀어냈음. 류청우는 쉽게 밀려났고, 박문대는 잠이 확 깬 얼굴로 류청우를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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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대는 류청우를 보고 있었음. 어딘가 일그러져서. 다정하게 사랑을 말한것치곤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음.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사람처럼, 비참한 얼굴로. 그 기이한 얼굴에 잠시 압도된 박문대가 목소리를 가다듬었음.
-저는, 형 마음 못 받아요.
-.....
-포기해주시면 좋겠어요.
83
네임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음. 박문대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다 곧 모른 척 류청우를 내려다봤음. 같은 그룹, 친척, 일방향 네임... 그런 것들이 머릿속을 날아다니는 것 같았음. 제가 듣기에도 차가운 어조로 말을 끝내자 류청우는 언제 비참했냐는 듯 태연한 얼굴이 되었음.
84
그 표정 변화가 찝찝해 눈을 깜빡이는 박문대에게 류청우가 말했음.
-내가 남자라서?
-아뇨.
-그럼 내가 같은 그룹 멤버라?
-....
박문대가 말할 수 있는 거절 이유는 그것 뿐이었음. 네임도, 친척 얘기도 류청우에게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음.
-네.
그러자 류청우는 희미하게 웃었음.
85
고백할 때는 비참했고, 차일 때는 평온했고, 이유를 들을 때에는 미소짓는. 박문대는 그런 류청우를 껄끄럽게 마주했음.
-알아들었어.
-....
-미안. 곤란하게 했지.
푹 쉬어. 류청우는 박문대가 어떤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일어나 방을 나섰음. 박문대는 그런 류청우를 바라보다 침대로 엎어졌음.
86
곧 들어온 차유진이 형 일어났어요! 씻어야 해요! 하고 말을 걸기 전까지, 차마 다시 잠도 못자고 멀뚱히 있기만 했음.

그렇게 절절한 고백을 한 주제에 류청우는 평소랑 같았음. 단정한 낯짝으로 늘 그렇듯 굴었음.
-문대야, 팔 각도!
-네.
벽을 가득 메운 거울에 박문대가 보였음.
87
박문대는 각도를 고치며 생각했음. 류청우와 박문대, 그리고 류건우에 대해서. 대체 무슨 인연이길래 이렇게 엮인건지. 안그래도 복잡한데 네임으로까지 엮여버리다니. 류건우의 뭉게진 네임도 떠올랐음. 그 이름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박문대의 등뒤에 세겨진 류청우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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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건우가 박문대의 몸에 들어있기에 박문대가 류청우의 네임을 볼 수 있는거지, 류건우의 네임이 류청우일것이라는 어떤 증거도 없는데 어쩐지 류청우 생각이 났음. 평소처럼 박문대의 근처에서 서성일 뿐 쉽사리 다가오지 앉는 것도 똑같았음.
고백을 받은 뒤로 저 서성임이 조금 신경쓰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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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다시 생각했음. 류청우가 자신의 네임을 확인했던 그 날. 그가 왜 자신에게 고백했는지. 기껏해야 일방향 네임일 뿐인데. 본인은 류건우의 네임을 가졌으면서, 자신의 네임을 가진 박문대에게 왜 그딴 고백을 했는지. 류청우를 이해할 수 없었음.
-조금 쉬고 다시 할까?
90
박문대가 연습실 한켠에 쭉 뻗자 동생들이 슬금슬금 옆으로 다가왔음.
-형 죽었어요!
-안 죽었어.
-문대 형은 효율적인 휴식을 취하고 계시는거야.
-그냥 드러누웠어. 바보 김래빈.
-바보는 너야, 차유진.
-뭐? 나 바보 아냐! 바보 너야!
-바보는 너야 이 단세포!
-시끄러워...
91
웅얼대며 미간을 찌푸리자 선아현이 작게 웃었음.
-문대는, 참 인기가 많네....
-문대문대는 마성의 남자니까.
너희까지 왜 그러냐는 박문대의 시선에 두 사람도 웃음을 터뜨렸음. 그 사이로 류청우가 박문대를 빤히 바라보고 있어서, 박문대는 자신도 모르게 류청우와 눈이 마주쳤음.
92
눈이 마주치자 류청우가 환히 웃으며 입을 뻐끔댔음. 나도 좋아해. 하고. 박문대는 그 순간 약간 유쾌했던 기분이 삭 식어들고 등허리가 뻣뻣해지는 기분이 들어 대답 없이 고개를 돌렸음. 멀찍이 떨어져 평소처럼 구는 것 같아도 간혹 저럴 때면 머리가 아팠음. 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도 안되고.
93
그냥 줄타기하듯 선을 넘나드는 류청우가 거슬리고 짜증났음. 그냥, 그냥 포기하면 안되나. 무슨 일로 제게 고백했는지는 몰라도 퍽 가벼운 마음일거라 생각했음. 제 네임을 확인하자마자 이어지는 고백을 들은 박문대의 생각은 그랬음. 아마 본인의 네임을 가진 박문대가 신기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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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거라고 생각했음.
-문대야, 내려야지.
-알았어.
밴 밖으로 나오자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렸음. 앞서가는 멤버들을 뒤따라 걸으며 간간히 불리는 제 이름에 반응해 웃어줬음. 사방에서 팬들의 비명소리와 손들이 날아들었음. 박문대와 손 한번 잡아보려고, 옷깃을 잡아채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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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두르는 손들을 요령좋게 피하며 걸음을 빨리하던 박문대에게 무언가 날아온 것도 그때였음.
-문대야, 이거 받아!
꽁꽁 포장된 종이 박스같은게 허공을 붕 날아 떨어졌음. 깜짝 놀란 박문대가 피하려 주춤거리는 순간, 어떤 팬이 박문대의 옷을 강하게 잡고 당겼음.
-꺄악!
96
눈을 질끈 감았던 박문대가 눈을 슬쩍 떴음. 긴 그림자가 제 위를 덮고 있었고, 그 위에서 류청우가 존재하고 있었음. 류청우의 발뒷쪽으로 종이박스가 굴러다녔고, 그가 뻗은 손이 박문대를 단단하게 받혀 지탱하고 있었음. 박문대가 눈을 깜빡이는 사이 놀란 팬들이 누구냐고 욕설을 터뜨렸음.
97
어수선한 팬들 사이에서 류청우가 박문대를 똑바로 세우고 손을 잡았음. 잠시 흠칫했지만 류청우는 손을 놔주지 않고 팬들을 지나쳐 방송국으로 들어왔음. 미리 기다리고 있던 멤버들이 박문대를 보자마자 달려와 걱정을 쏟아냈지.
-청우 형도 괜찮은거예요? 문대 대신 맞았잖아요.
98
퍼뜩 돌아보자 류청우가 사람좋게 웃었음.
-다행히 튼튼한 재질의 상자도 아니었고, 모서리에 찍히지도 않았어. 안에도 무거운 물건이 든 것 같지는 않았고.
-그래도 다음엔 조심해.
-그래. 문대는 다친 데 없지?
-네. 고맙습니다.
-고맙긴.
눈이 마주치자 류청우가 다정한 눈으로 말했음.
99
-널 신경쓰는건 당연한거니까.
-....
일단 대기실로 갈까? 하며 멤버들을 이끄는 류청우를 따라 박문대도 걸음을 옮겼음. 잡은 손을 떨치고 싶었는데, 류청우는 박문대가 손을 흔들어도 놔주질 않다 세번이나 시도한 후에서야 놔주었음. 박문대는 류청우가 잡았다 놓으니 손을 다른 손으로 만지작댔음
100
왜 그렇게 구는지 모르겠음. 가벼운 마음으로 했을 것이 뻔한 고백, 네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 명백한 태도. 그게 박문대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네임을 가진 박문대'를 좋아하는 것이 뻔한데. 왜 그렇게 절절하게 사랑하는 것처럼, 이렇게 온기를 남기고 물러서는건지.
101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해하기도 싫었음. 류청우가 잡았던 손이 간혹 뜨거워지는 네임만큼이나 뜨겁다는 생각을 하며 박문대는 멤버들 사이로 섞여들었음.
102
-차유진.
방에 들어서던 차유진이 고개를 갸웃했음.
-오늘 하루만 선아현이랑 같이 잘 수 있어? 청우 형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막 짐을 풀던 차유진이 눈을 굴렸음.
-좋아요! 아현 형이랑 놀래요!
박문대는 신난 차유진을 데리고 선아현과 류청우가 쓰는 방으로 향했음.
-무, 문대야. 무슨 일이야...?
103
-오늘 하루만 차유진 데리고 자 줄 수 있어?
그 말에 류청우가 고개를 돌렸음.
-청우 형, 저랑 할 얘기 있잖아요.
-...그렇지.
-어... 난 괜찮아. 하루 정도면.
-와! 밤새 카드 게임해요!
-일찍 자라.
-Noope!
펄쩍 뛰는 차유진을 밀어넣으니 류청우가 멋쩍게 웃으며 밖으로 나왔음.
104
차유진에게 휘말려 어어 하는 선아현의 목소리를 뒤로 말 없이 박문대의 방에 들어선 류청우가 머뭇거리다 방바닥에 앉았음.
-무슨 일이야?
-옷 까봐요.
-응?
-다친 데 있나 확인하게. 까보라고.
문대야, 내가 형인데. 하고 말하면서도 류청우는 티셔츠를 걷었음.
105
상자에 맞았던 허리부근을 빤히 바라본 박문대가 슬쩍 손을 뻗었음.
-생채기가 좀 났네요.
맨 살에 닿는 박문대의 손길에 류청우가 바짝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음.
-상자 자체는 괜찮은데, 옷 안쪽이 조금 거칠었나봐. 부딪히면서 긁힌것 같아.
-츳.
박문대가 어디선가 꺼내온 구급상자를 펼쳤음
106
가벼운 연고나 바르고 밴드로 고정하면 되겠지. 본인 말마따나 상자 자체는 별거 아니었으니 다행이었음. 박문대는 제 손짓에 바짝 굳은 거대한 덩치를 흘겨봤음.
-형.
-응.
-뭐 물어봐도 되나요.
-그래.
-저한테 고백한거요.
-.....
-그때 왜 그런 표정이었어요?
생채기가 난 부위가 조금 붉었음.
107
박문대는 그 위로 조심히 밴드를 붙이고 떨어지지 않게 몇번이나 꾹꾹 눌렀음. 그 동안 잠시 침묵했던 류청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
-내가 생각하는 박문대는 단호한 사람이거든.
-....
-근데 거절을 하면서 그랬잖아. '나 형 마음 못 받아줘요.'
-....
-이유를 물으니까 '같은 그룹 멤버라서.'
108
-그래서요?
-내가 싫다는 말은 안 했잖아.
구급 상자를 여미던 박문대가 고개를 들었음. 슬쩍 몸을 비튼 류청우가 집요한 눈길로 박문대를 지켜보고 있었음.
-내가 싫다면 그렇게 말했을텐데,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렇게 얘기했을텐데.
-....그건,
-문대는 내가 같은 그룹원이라서 못 받아준다니까.
109
고백하던 당시에는 분명 차일거라고 생각했음. 오래 바랐던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밀어낸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거부 싸인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류청우는 고백을 하던 그 순간, 누구보다 불행하다고 느꼈음. 하지만 박문대가 고작 그룹 핑계를 대며 거절하니까.
110
그가 거절하는 이유가 내게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니까. 류청우는 절로 웃었음. 마치 네게도 가능성이 있다고 누군가 속삭인 것 마냥. 전말을 알게 된 박문대가 굳은 얼굴을 하는걸 바라보며 류청우가 미소지었음.
-그래서 그런 표정이었나봐.
-...저는, 형이 이해가 안돼요.
-어떤 부분이?
111
-형이 저를 좋아하는 척 구는거요.
류청우가 눈을 깜빡였음. 방금 내가 무슨 소릴 들은거지? 하는 얼굴로. 하지만 박문대는 류청우의 얼굴을 외면하고 구급상자를 들고 일어났음.
-제게 형의 네임이 있는건 맞지만, 그게 형이 절 좋아하는 척 고백할 이유는 아니잖아요.
-...난 너 좋아하는데?
112
-그럼 왜 네임을 확인하자마자 고백하셨어요?
-내가, 네 운명의 파트너인게 너무 좋았어.
구급상자를 넣은 박문대가 뒤돌아섰음.
-나는 네가 좋은데, 너는 아니었잖아. 근데 네가 내 네임을 가지고 있는게 너무 좋아서.... 우리가 진짜 운명이라는 사실이 좋았어.
뭔소리야. 네 운명은 류건우지.
113
박문대가 아니라. 박문대는 뚱하게 생각했음. 그걸 어떤 뜻으로 해석했는지 류청우가 다급하게 일어나 다가왔음.
-네가 내 네임을 가졌다는걸 알기 전부터 난 네가 좋았어.
-....저를요? 왜요?
-그냥. 너를 지켜보다가 좋아하게 됐어. 내 네임이 네 이름인건 맞는데, 진짜 너일지는 몰랐어. 그래서..
114
-아니, 잠깐만요. 형 네임이 저라고요?
-응.
류청우가 진정하고 제 발목의 바짓단을 올렸음. 박문대가 그걸 들여다봤는데, 이름이 진짜 박문대였음.
왜? 어떻게? 분명 이 발목엔 류건우라고 쓰여져 있었는데? 박문대가 머뭇거리다 네임 위를 손가락으로 문질렀음.
-역시 네 눈에 보이는구나.
115
류청우의 기쁨 가득한 목소리가 귀끝으로 흘러나갔음. 뭐야, 이거 진짜야? 일평생 네임이 바뀐다는 사례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어 믿기지가 않았음. 제 눈이 잘못되었나, 하기엔 글자가 너무 명확했음. 저번에는 분명 류건우였는데, 이번에는 왜 박문대지? 박문대가 고개를 팍 들었음.
116
-원래부터 저였어요?
-응? 응. 나 발현했을 때는 뭉게져 있었는데, 너랑 지내면서 네 이름으로 변했어.
-.....왜요?
-.....글쎄?
내가 널 좋아해서? 아님 운명이었으니까? 류청우가 은근슬쩍 고백하는걸 무시하고 박문대가 이마를 짚었음. 류청우는 이 네임이 줄곧 박문대였다고 얘기하고 있었음.
117
그럼 자신이 본 류건우는 대체 뭔데? 류청우에게 물어보려해도 알리가 만무함. 결국 박문대는 혼자 삭히며 일어났음.
-다시 천천히 말해봐요. 형, 저 원래부터 좋아했어요?
-...네 네임을 확인하기 전부터 좋아했어. 나름 티를 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몰랐어요.
-안하던 애교도 떨었잖아.
118
니가 언제. 박문대의 뚱한 얼굴에 류청우가 웃음 지었음. 그러고는 박문대의 허리를 슬쩍 감아 침대에 앉혀주고는 자신도 옆자리에 앉았음.
-계속 말걸고, 옆에 있고, 찌질하게 굴기도 했고.
-그냥 우연인줄 알았어요.
-너도 내가 옆에 있는거에 익숙해졌잖아. 조금씩 친밀해지는걸 노렸거든.
119
박문대는 문득 류청우가 당연히 제 근처에 있을 줄 알고 불렀을 때를 떠올렸음. 불렀는데 옆에 없으니 얼마나 당황했던지. 떠오르는 흑역사에 얼굴이 붉어지자 류청우가 은근슬쩍 박문대의 뺨을 감쌌음. 수작질 치우라고 하고 싶은데. 어째선지 말이 잘 안나왔음.
-계속 만...진것도요?
120
떠올리니 확실히 최근의 류청우는 이상했음. 어리광도 부리고 친근하게 굴고 그랬지. 박문대는 류청우에게 있는 류건우의 네임에 신경쓰느라 별 생각을 않았던 것인데, 객관적으로 보니 꼬시던게 맞는 것 같았음.
-좋아하는 척 한게 아니라 진짜 좋아해. 근데 네가 계속 내 네임이 있는 곳을 보니까...
121
네가 내 파트너일 것 같아서 확인했었어. 네 등에서 내 이름을 발견한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어.
-....그래서 갑자기 고백한거예요?
-응. 말하지 않고는 못 참을 것 같았어.
박문대는 제가 했던 의심들이 다 착각이었다는 사실에 낯쩍었음. 시선을 피하는 박문대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류청우가 물었지.
122
-문대야. 너는 날 어떻게 생각해?
-....
-나는 네가 좋아. 네가 신경쓰이고, 네가 내 네임을 가졌다는 사실에 믿지도 않던 신께 감사했어.
-....
-나는 너랑 같이 있고 싶고 대화하고 싶고 만지고 싶어.
너는 어때? 하고, 류청우가 물었음. 박문대는 형을 좋아하지 않아요. 라고 할 수 없었음.
123
이상하게 말이 안 나왔음. 제 옆에 당연히 있을 줄 알고 불렀던 일이나, 어리광 피우는 류청우가 싫지 않았던 속내나, 제게 눈 맞추고 웃던 얼굴이나. 그런 것들이 떠올랐음. 속이 간지럽고 심장을 토할 것처럼 무언가가 울렁이다가, 박문대는 더 없이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류청우를 보며 말했음.
124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그렇긴 한데, 형처럼 성애적인 의미는 아니에요.
류청우는 말 없이 박문대를 바라봤음. 전혀 상처입지 않은 단단함에 문득 등 뒤의 네임이 따끔거렸음.
-그렇다고 아무 감정이 없냐 물으면, 그렇진 않아요.
-시간이 필요해?
-네.
125
-그럼 기다릴게.
류청우는 시원스러울 정도로 단호하게 대답했음. 제 감정이 뭔지도 모르고 혼란스러운 박문대랑은 달리 모든게 확고했음.
-대신 손 잡아줘.
-....
-가끔 포옹해주고.
-....
-내게도 기회가 필요해.
문득 류청우의 시선이 본인의 발목으로 향했음. 본능적으로 시선이 따라갔음.
126
박문대의 이름이 적힌 그것을 보자면 약간 심상찮은게 사실이었음. 류건우의 이름이 쓰여있었을 땐 그저 당황스럽고 놀랍기만 했는데, 박문대의 이름이 쓰여있는걸 보자니 괴이함과 안도와 미묘한 찝찝함이 따라붙었음. 박문대는 나니까, 내가 이 놈의 네임 파트너구나. 싶기도 하고.
127
류건우일 때 네임 파트너를 기다려온 기간이 생각이 났음. 처음에는 류건우도 파트너를 간절히 기다렸었음. 가족을 잃은 소년에겐 운명으로 이어진 파트너가 필요했었지. 하지만 커갈수록 파트너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박문대가 되어 파트너를 맞이하게 되니 어딘가 반갑긴 했음.
128
류청우는 미묘한 낯짝을 하는 박문대의 뺨을 조심히 감싸며 박문대를 내려다봤음.
-왜 그런 얼굴이야?
-제가 무슨 얼굴을 했는데요?
-어딘가 불안한 얼굴이었어.
평소같았으면 이런걸 지적할 놈이 아닌데. 네임 파트너라 더 신경을 쓰는건가.
-키스하고 싶어.
....? 불안 어쩌고 하던건.
129
박문대가 영문 모를, 어이없는 표정을 하자 그제서야 류청우는 미소지었음. 물을 수도 없는 것을 추궁하기 보단 주의를 돌리고자 한게 잘 먹혀든건지 박문대는 평소같은 얼굴로 키스는 좀 그런데요. 하고 답했음. 예상은 했지만 약간은 마음이 아팠음.
-대신 포옹은 해드릴 수 있는데.
130
-문대야...!
-기회, 달라면서요.
아니 싫음 말고. 하는 여우를 꼭 끌어안고 류청우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음. 그래, 키스가 대수인가. 류청우는 박문대가 자신을 좋아할 때까지 언제든 기다릴 수 있었고, 그가 자신을 좋아하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음.
131
품 안에 갇혀 바르작거리는 것만 봐도 뻔했음. 잔뜩 긴장해서 뺨이 붉어진걸 보니 말랑한 뺨을 물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류청우는 박문대의 체온을 만끽하며 네임이 있을 갈비뼈를 만지작대기만 했음.
박문대는 그런 류청우를 가만히 내버려두며 품에 안겨있다, 아주 조심스레 마주 안아줬음.
132
팔을 등 뒤로 두르고 꾹 안아주는 것이 류청우를 행복하게 만들었음.
-문대야.
-네.
-나 너무 행복한 것 같아. 네 덕분에.
-.....
-너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 나 때문에 네가 행복하면 좋겠다.
류청우의 손바닥 아래서 박문대의 날개뼈가 따끈해졌음. 그 체온이 더는 아프지도 욱신거리지도 않았음.
133
단지 기분 좋을만큼 따뜻하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었겠지. 제 발목에서 열을 내는 네임 또한 부드러운 온기만을 퍼뜨리다 겨우 사그라졌음. 그 사그라짐 끝에서, 한동안 말이 없던 박문대가 류청우의 어깨에 고개를 묻으며 웅얼거렸음.
-...저도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 같아요.
134
끝.
135
(1)
박문대는 태블릿으로 문서를 하나 클릭했음. 분명 제목은 한글이었는데, 내용은 온통 영어였음. 혼자 해석하자면 못할 건 없지만 은어나 전문용어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것 같아 박문대는 차유진을 불렀음.
-나 이거 좀 읽어줄 수 있어?
-이거 뭐예요? 영어 팬레터?
-아니. 신문 기사.
-오...
136
문대형은 이런 것도 읽는구나. 차유진이 눈을 또랑또랑 뜨더니 이내 낭독했음.
-애리조나의 안나 폴리는 자신의 네임 파트너를 만나기까지 15년이나 기다렸다고 한다. 그의 네임 파트너는 놀랍게도 옆집의 동갑내기 친구 앤디 스미스였는데, 15년간 안나는 앤디가 자신의 네임 파트너인줄도 몰랐다.
137
와우! 놀라운 일이에요! 유진아. 네! 차유진은 다시 낭독을 이었음.
-앤디 스미스는 원래 바르뎀 스미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린 시절 개명을 한 뒤로도 자신이 바르뎀 스미스라고 생각했다. 주변인들에게 앤디로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스미스씨'라는 호칭을 줄곧 원해왔다.
138
그리고 안나 폴리의 네임은 '바르뎀 스미스'로 앤디 스미스가 안나 폴리의 허리에 적힌 이름을 발견하면서 그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는 학계에서 네임이 반드시 그들의 이름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인식하는대로 네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가설의 한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139
박문대는 묵묵히 그 낭독을 들으며 생각했음. 한때 연인의 발목에 쓰여있던 류건우의 이름과, 현재 쓰여있는 박문대라는 이름을. 내가 이 삶을 받아들이고 있다는걸까. 신기하다며 방방 뛰는 차유진을 붙잡아 초코바 하나를 물린 박문대가 한숨을 쉬었음.
140
이제는 연인이 되었다지만 류청우의 발목에 쓰여진 이름은 언제나 박문대의 고민으로 남아있었음.
류청우가 류건우의 이름을 보지 못한건 아직도 설명이 되지 않지만, 아마 박문대가 가설을 세우기로는 박문대가 류건우라는 사실은 남들에게 알릴 수도 없는 괴현상이기 때문일 것임.
141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이름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류청우도 초기엔 ㄹ과 ㅂ이 겹쳐진 듯한 글씨였다고 하고, 글자가 겹치는 듯해 알아보기에 오래 걸렸다고도 하니까. 신빙성이 없는 가설은 아니었음. 은근 아귀가 딱딱 맞달까.
-형!
-응.
-청우 형 와요. 연인의 시간 필요해요.
142
차유진이 초코바를 왐냠냠 먹고 한주먹을 더 챙긴 후 뽀르르 사라졌음. 그 모습을 멀거니 보는 박문대의 뒤에서 익숙한 팔이 허리를 감싸안아왔음.
-유진이 간식 줬어?
-기특한 일을 해서요.
-나도 기특한 일 하면 보상 주나?
-초코바는 차유진이 다 가져갔는데.
-나는 초코바 말고. 키스.
143
으... 박문대가 닭살돋는다는 얼굴을 하자 류청우가 명쾌하게 웃었음. 두 사람이 네임 파트너라는건 테스타 멤버들 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만, 류청우가 이렇게 느끼한 말을 해댄다는건 아무도 몰랐음. 박문대가 제 팔을 쓸어내리며 빙글 돌아 마주 안아주자 류청우가 조금 더 끌어당겨 안아주었음
144
-숨 막혀요.
-조금만 더.
-흠.
거부하지 않는 박문대의 모습이 귀여워 류청우가 또다시 웃음을 터뜨리다 탁자 위에 놓인 태블릿을 발견했음. 어려운 영어가 잔뜩이라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이게 뭐야?
태블릿을 바라보던 박문대가 화면을 끄고 말했음.
-미국 러뷰어 팬레터요. 차유진이 읽어줬어요.
145
외전 1 끝.(왜 1이냐면 내킬때 2를 쓸지도 안 쓸지도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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