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끝에(?) 동거 시작한 교수님들... 의 우당탕탕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보고 싶은 것이에요 왜냠 진짜 하루가 멀다하고...

앙봉@bzbzab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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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07, 2026
~21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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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자는 말 들어놓고도 설레기보다는
같이 살았을 때의 효용성을 더 따져봤을 김교수
집을 새로 구한다면 지금보다는 학교랑 가까워질 테니 출퇴근도 쉬울 테고..
시간 맞춰 같이 다니면 기름값도 아낄 수 있고..
이래저래 나가던 숙박 비용도 줄일 수 있고..<음?
여튼 고민 끝에 살림을 합쳤더래
같이 살았을 때의 효용성을 더 따져봤을 김교수
집을 새로 구한다면 지금보다는 학교랑 가까워질 테니 출퇴근도 쉬울 테고..
시간 맞춰 같이 다니면 기름값도 아낄 수 있고..
이래저래 나가던 숙박 비용도 줄일 수 있고..<음?
여튼 고민 끝에 살림을 합쳤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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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모든 것에다 꼬투리를 잡고
조금이라도 작은 실수가 있다면 끝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니 원
암만 학생들 사이에서 천사 교수로 통칭되는 유교수라 할지라도 버티긴 힘들었을 거야
그래도 뭐 어떡해
저 까칠함마저 매력이라
그저 사람좋게 웃고 넘어갔겠지
조금이라도 작은 실수가 있다면 끝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니 원
암만 학생들 사이에서 천사 교수로 통칭되는 유교수라 할지라도 버티긴 힘들었을 거야
그래도 뭐 어떡해
저 까칠함마저 매력이라
그저 사람좋게 웃고 넘어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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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안 맞으면 반품하고 다시 주문하면 되죠. 뭘 또 그렇게 열을 내셔.
번거롭잖아. 한번에 잘 하면 될 걸.
그럴 수도 있죠 뭐. 자, 잔소리 그만하고 나와서 커피나 드세요. 얼음 다 녹겠다.
잔소리?
빨대 꽂아드려? 어, 잠시만. 그건 내 거.
뭐가 달라?
교수님 건 시럽 두번.
...
단 거 좋아하시잖아.
번거롭잖아. 한번에 잘 하면 될 걸.
그럴 수도 있죠 뭐. 자, 잔소리 그만하고 나와서 커피나 드세요. 얼음 다 녹겠다.
잔소리?
빨대 꽂아드려? 어, 잠시만. 그건 내 거.
뭐가 달라?
교수님 건 시럽 두번.
...
단 거 좋아하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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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이리저리 부딪힌다 하더라도
김교수가 내는 짜증의 수준도 거기서 거기고
실은 그 모든 게 본인조차 모르는 방어기제라는 걸 꿰고 있는 유교수라 큰 다툼은 없었을 테지
어떨 때는 아주 가끔이지만
또 제법 다정한 구석이 있기도 하고......
그렇게 동거가 시작된 후
나름 둘은 각자의 설렘과 기대감이 있었겠다
이리저리 부딪힌다 하더라도
김교수가 내는 짜증의 수준도 거기서 거기고
실은 그 모든 게 본인조차 모르는 방어기제라는 걸 꿰고 있는 유교수라 큰 다툼은 없었을 테지
어떨 때는 아주 가끔이지만
또 제법 다정한 구석이 있기도 하고......
그렇게 동거가 시작된 후
나름 둘은 각자의 설렘과 기대감이 있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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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수는 김교수에게 같이 살자고 담담하게 말한 것 치고는
실은 누군가와의 동거 자체가 처음이라 그만큼 로망도 많았을 테고...
이를 테면
매일 밤 한 침대 위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잠드는 상상이나
식사를 자주 거르는 김교수를 위해 아침은 꼬박꼬박 차려주겠다는 그런 다짐들
실은 누군가와의 동거 자체가 처음이라 그만큼 로망도 많았을 테고...
이를 테면
매일 밤 한 침대 위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잠드는 상상이나
식사를 자주 거르는 김교수를 위해 아침은 꼬박꼬박 차려주겠다는 그런 다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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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자신만의 로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유교수는 보다 분주하게 움직였을 테지
입주 전 주말마다 김교수를 데리고 다니며
함께 잘 침대 매트리스를 고르고
김교수 취향에 맞는 가구를 들이고
옆 건물 건축학과 교수에게 실내 인테리어에 대해 슬쩍 묻기도 하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어
유교수는 보다 분주하게 움직였을 테지
입주 전 주말마다 김교수를 데리고 다니며
함께 잘 침대 매트리스를 고르고
김교수 취향에 맞는 가구를 들이고
옆 건물 건축학과 교수에게 실내 인테리어에 대해 슬쩍 묻기도 하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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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수가 할일이 워낙 많은 건 알고있어
아니
없는 일을 만들어 하는 편이란 것도 너무 잘 알고있지
퇴근 후에도 늘 자그마한 서재에서 저렇게 업무를 보곤 하니까..
늘상 예민하게, 날을 곤두세운 채 일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해
그러나 사실 그보다는
기다릴까?
...
기다릴게. 끝나면 와요.
아니
없는 일을 만들어 하는 편이란 것도 너무 잘 알고있지
퇴근 후에도 늘 자그마한 서재에서 저렇게 업무를 보곤 하니까..
늘상 예민하게, 날을 곤두세운 채 일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해
그러나 사실 그보다는
기다릴까?
...
기다릴게. 끝나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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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잠들고 싶어서
큰 침대 위에서 홀로 잠드는 거
그건 이제 조금 이골이 나서
하루동안 지쳐있을 김교수를 위로하고
또 저도 함께 위로받고 싶어서...
이미 함께 살기까지 하는 사이이지만
물리적으로 가까워진 거리만큼 마음도 가까워졌느냐 묻는다면
그건...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였거든
큰 침대 위에서 홀로 잠드는 거
그건 이제 조금 이골이 나서
하루동안 지쳐있을 김교수를 위로하고
또 저도 함께 위로받고 싶어서...
이미 함께 살기까지 하는 사이이지만
물리적으로 가까워진 거리만큼 마음도 가까워졌느냐 묻는다면
그건...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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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알겠어요.
...
...미안.
그 속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타들어갔을 거야
솔직히 말하면... 아파
아플 수 밖에
아무리 저런 태도가 기본값인 사람인 걸 잘 알아도
저렇게 말하면서도 실은 저를 제일 아낀다는 걸 알아도
그래도...
그럼 더 소중히 대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유교수는 그날도 그렇게 홀로 잠을 청했지
...
...미안.
그 속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타들어갔을 거야
솔직히 말하면... 아파
아플 수 밖에
아무리 저런 태도가 기본값인 사람인 걸 잘 알아도
저렇게 말하면서도 실은 저를 제일 아낀다는 걸 알아도
그래도...
그럼 더 소중히 대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유교수는 그날도 그렇게 홀로 잠을 청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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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유교수는 조금씩 곪아갔을 거야
학교에서나 또는 주말에나 볼 수 있었던 때와는 다르게
퇴근하고도 함께 붙어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유교수는 어쩐지 더 많은 상처를 품어야만 했겠지
익숙해서 흠집조차 나지 않을 듯한 말들에도
유교수는 알게 모르게 잔상처들이 쌓이고 있었겠다
학교에서나 또는 주말에나 볼 수 있었던 때와는 다르게
퇴근하고도 함께 붙어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유교수는 어쩐지 더 많은 상처를 품어야만 했겠지
익숙해서 흠집조차 나지 않을 듯한 말들에도
유교수는 알게 모르게 잔상처들이 쌓이고 있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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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좋은 점도 있긴 했어
누가 뭐래도 제가 좋아라하는 김교수니까
상처를 받을 줄 알면서도 제 마음을 내주고 싶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사람을 곁에 두며 제 애정을 줄 수 있는 것 자체가 좋았지
제가 지켜봐왔던 김교수는...
늘 외로워보이는 사람이었거든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도 혼자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
누가 뭐래도 제가 좋아라하는 김교수니까
상처를 받을 줄 알면서도 제 마음을 내주고 싶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사람을 곁에 두며 제 애정을 줄 수 있는 것 자체가 좋았지
제가 지켜봐왔던 김교수는...
늘 외로워보이는 사람이었거든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도 혼자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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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김교수가 더는 외롭지 않았음 했어
저야 워낙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하니
이또한 자기중심적 사고일 수 있지만
적어도 김교수가 웃길 바랐어
무뚝뚝하기만 한 얼굴은 스스로도 지겨울 테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에 딱 한번
그 한번은 저 때문에 활짝 웃어주었음 했어
저야 워낙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하니
이또한 자기중심적 사고일 수 있지만
적어도 김교수가 웃길 바랐어
무뚝뚝하기만 한 얼굴은 스스로도 지겨울 테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에 딱 한번
그 한번은 저 때문에 활짝 웃어주었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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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고작 그거 하나로 시작한 감정이야
저도 그게 사랑으로 번질 줄은 몰랐던 거지
조건없이 주었던 애정을 돌려받기 원하게 될 줄은 차마 몰랐던 거야
유교수님.
...
교수님?
응?... 아, 네. 김교수님.
왜 넋놓고 있어요. 점심 안 드세요?
먹어야죠.
뭐 드실 거예요? 교수회관은 안 가실 거고.
고작 그거 하나로 시작한 감정이야
저도 그게 사랑으로 번질 줄은 몰랐던 거지
조건없이 주었던 애정을 돌려받기 원하게 될 줄은 차마 몰랐던 거야
유교수님.
...
교수님?
응?... 아, 네. 김교수님.
왜 넋놓고 있어요. 점심 안 드세요?
먹어야죠.
뭐 드실 거예요? 교수회관은 안 가실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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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기는 날씨가 좀 뭣같고. 그냥 뭐 시킬까요?
응. 그래도 되고요.
그래. 먹고 싶은 거 시켜요.
응? 어디 가시게요?
랩실.
또? 아까도 다녀왔잖아요.
이것들 하는 꼬라지 좀 보고 와야겠어서... 암튼 시켜놔요. 오면 연락주고.
알겠어요.
응.
아, 교수님.
응?
...아냐. 다녀와요.
응.
응. 그래도 되고요.
그래. 먹고 싶은 거 시켜요.
응? 어디 가시게요?
랩실.
또? 아까도 다녀왔잖아요.
이것들 하는 꼬라지 좀 보고 와야겠어서... 암튼 시켜놔요. 오면 연락주고.
알겠어요.
응.
아, 교수님.
응?
...아냐. 다녀와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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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왠지 어렵더래
보고 싶었다는 말을 꺼내는 게
농담처럼 가볍게 던지던 멘트들을 뱉는 게
이제 더는 그렇게 쉽지만은 않더래
물론 그 말들이 낯부끄럽다는 듯 오히려 질색하는 김교수를 보는 건 늘 웃기지만
이젠...
그런 반응보다 더 많은 걸 바라게 되어버렸거든
보고 싶었다는 말을 꺼내는 게
농담처럼 가볍게 던지던 멘트들을 뱉는 게
이제 더는 그렇게 쉽지만은 않더래
물론 그 말들이 낯부끄럽다는 듯 오히려 질색하는 김교수를 보는 건 늘 웃기지만
이젠...
그런 반응보다 더 많은 걸 바라게 되어버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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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는 말에는 그런 굳은 표정 대신
나도 보고 싶었다고 웃어주었음 좋겠어
나보다는 조금 찬 네 손을 잡았을 때엔
힘을 실어 내 손을 꼭 쥐어주길 바라
그리고...
한번쯤은 먼저 그런 말을 꺼내줬음 해
...사랑한다고
그 달콤한 말을 속삭여줬음 해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네겐
나도 보고 싶었다고 웃어주었음 좋겠어
나보다는 조금 찬 네 손을 잡았을 때엔
힘을 실어 내 손을 꼭 쥐어주길 바라
그리고...
한번쯤은 먼저 그런 말을 꺼내줬음 해
...사랑한다고
그 달콤한 말을 속삭여줬음 해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네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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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수는 그런 고민들이 잦아져만 갔어
아침에 눈을 떴는데 김교수는 언질도 없이 먼저 출근하고 없을 때
주말 저녁 식탁에서 함께 밥을 먹는데 김교수의 시선은 노트북에만 머물러있을 때
일상의 모든 곳곳에서 유교수는
김교수와 자신의 거리를 가늠해야만 했어
뭐... 처음엔 짜증도 좀 부려봤지
아침에 눈을 떴는데 김교수는 언질도 없이 먼저 출근하고 없을 때
주말 저녁 식탁에서 함께 밥을 먹는데 김교수의 시선은 노트북에만 머물러있을 때
일상의 모든 곳곳에서 유교수는
김교수와 자신의 거리를 가늠해야만 했어
뭐... 처음엔 짜증도 좀 부려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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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수 앞에서야 명함 못 내밀지
저도 나름 성깔있는 편이니까
티격태격하며 괜히 화를 내보기도 했어
아니, 밥 먹을 땐 일 좀 안 하면 안 돼요? 사람이 앞에 있는데.
바쁜데 어떡해요.
그래도. 밥은 편하게 먹어야지.
불편한 거 하나도 없네요.
내가 불편하다구요.
허. 교수님이 불편할 게 뭐 있어.
저도 나름 성깔있는 편이니까
티격태격하며 괜히 화를 내보기도 했어
아니, 밥 먹을 땐 일 좀 안 하면 안 돼요? 사람이 앞에 있는데.
바쁜데 어떡해요.
그래도. 밥은 편하게 먹어야지.
불편한 거 하나도 없네요.
내가 불편하다구요.
허. 교수님이 불편할 게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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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죠.
뭐가요.
그러고 있으면 내가 밥이 넘어가겠냐고요.
무시하고 편하게 드세요.
아, 쫌!
허?
...노트북 닫아.
닫긴 뭘 닫아.
아, 닫으라고.
지금 무슨... 어어?! 뭐하는 짓이지 이거? 남의 노트북을 막, 어?
우리가 남이야?
...빨리 줘요.
대답해.
아, 남은 아니지... 얼른. 얼른 줘. 나 그거 오늘까지 검토해야돼.
뭐가요.
그러고 있으면 내가 밥이 넘어가겠냐고요.
무시하고 편하게 드세요.
아, 쫌!
허?
...노트북 닫아.
닫긴 뭘 닫아.
아, 닫으라고.
지금 무슨... 어어?! 뭐하는 짓이지 이거? 남의 노트북을 막, 어?
우리가 남이야?
...빨리 줘요.
대답해.
아, 남은 아니지... 얼른. 얼른 줘. 나 그거 오늘까지 검토해야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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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요.
왜 떼를 쓰고 그러실까.
...
아, 알겠어. 미안, 미안... 오늘만 이러고 먹을게. 진짜 바빠서 그래요, 응? 이거 늦게 보내주면 애들한테 또 욕먹어. 언젠 나더러 애들한테 좀 잘해주라며.
...나한테나 잘하지.
응, 응.
그러나 그것도 그때뿐이지
결국 져주는 건 늘 유교수 쪽이었고
왜 떼를 쓰고 그러실까.
...
아, 알겠어. 미안, 미안... 오늘만 이러고 먹을게. 진짜 바빠서 그래요, 응? 이거 늦게 보내주면 애들한테 또 욕먹어. 언젠 나더러 애들한테 좀 잘해주라며.
...나한테나 잘하지.
응, 응.
그러나 그것도 그때뿐이지
결국 져주는 건 늘 유교수 쪽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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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들이 반복되어 갈수록
지쳐가는 것도 당연히 유교수였어
점점 상대에게 바라는 게 많아져서 그렇다며 스스로를 달래보아도
마음 한구석에는 미처 풀리지 못한 응어리가 남아 유교수를 심란하게 했지
그건 아무리 김교수가 저를 밤새 안아주어도 여전했어
고작 그런 걸로 풀릴 게 아니었거든
지쳐가는 것도 당연히 유교수였어
점점 상대에게 바라는 게 많아져서 그렇다며 스스로를 달래보아도
마음 한구석에는 미처 풀리지 못한 응어리가 남아 유교수를 심란하게 했지
그건 아무리 김교수가 저를 밤새 안아주어도 여전했어
고작 그런 걸로 풀릴 게 아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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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쌓여만 가던 감정이 끝내 터지고 만 것은... 정말 별것도 아닌 한마디 때문이었겠다
.
.
.
둘이 동거를 시작하게 된 지 석달 째
바쁘게 흘러갔던 한 학기도 거의 끝을 바라보고 있던 차였어
김교수님, 들어갈게요.
네.
유교수는 이른 퇴근 후 김교수의 연구실로 들어섰지
.
.
.
둘이 동거를 시작하게 된 지 석달 째
바쁘게 흘러갔던 한 학기도 거의 끝을 바라보고 있던 차였어
김교수님, 들어갈게요.
네.
유교수는 이른 퇴근 후 김교수의 연구실로 들어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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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에다 논문 심사까지 겹쳐 한창 예민해져있는 시기여서
유교수는 최대한 김교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며 지내왔겠지
퇴근 언제예요?
늦어요. 먼저 가서 저녁 먹어요.
몇시쯤 될 거 같은데요?
모르지.
맨날 모른대... 일곱 시 안에는 돼요?
글쎄. 더 늦을 거 같은데.
여덟시?
장담 못 해요.
유교수는 최대한 김교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며 지내왔겠지
퇴근 언제예요?
늦어요. 먼저 가서 저녁 먹어요.
몇시쯤 될 거 같은데요?
모르지.
맨날 모른대... 일곱 시 안에는 돼요?
글쎄. 더 늦을 거 같은데.
여덟시?
장담 못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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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지
그날은 말이 자꾸 엇나갔어
장담 좀 해봐요. 여덟시 안에 끝나, 안 끝나.
모른다니까... 다 알면서 왜 그러실까.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어후, 나도 그러고 싶네요.
안 해도 되는 일까지 하니까 그렇지.
애들이 멍청한데 어떡해. 암튼 먼저 가요. 난 밥 알아서 먹고 들어갈게.
그날은 말이 자꾸 엇나갔어
장담 좀 해봐요. 여덟시 안에 끝나, 안 끝나.
모른다니까... 다 알면서 왜 그러실까.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어후, 나도 그러고 싶네요.
안 해도 되는 일까지 하니까 그렇지.
애들이 멍청한데 어떡해. 암튼 먼저 가요. 난 밥 알아서 먹고 들어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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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래놓고 또 거를 거면서.
허? 밥 걸러서 좋을 거 하나 없는데 내가 왜. 맨날 밥 먹으라고 잔소리 하시잖아.
그건 잔소리가 아니라 걱정이고.
그래요, 걱정.
...
안 가요?
...
뭐... 안아주면 간다는 그런 말 할 건 아니죠? 나 지금 못 일어나. 나중에 집 가서 안아줄 테니까 지금은 그냥 가요.
허? 밥 걸러서 좋을 거 하나 없는데 내가 왜. 맨날 밥 먹으라고 잔소리 하시잖아.
그건 잔소리가 아니라 걱정이고.
그래요, 걱정.
...
안 가요?
...
뭐... 안아주면 간다는 그런 말 할 건 아니죠? 나 지금 못 일어나. 나중에 집 가서 안아줄 테니까 지금은 그냥 가요.
30
유교수. 듣고 있어요?
...하.
응?
뭔가... 이상했어
제 앞의 김교수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데
그 평범한 일상과도 같은 말을 전해듣는 제 속이... 대뜸 뒤틀리고 배배 꼬이는 것만 같았어
갑자기 모든 것들에 짜증이 났고
심지어는 의아하게 저를 올려다보는 김교수의 얼굴마저 순간 질려버렸지
...하.
응?
뭔가... 이상했어
제 앞의 김교수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데
그 평범한 일상과도 같은 말을 전해듣는 제 속이... 대뜸 뒤틀리고 배배 꼬이는 것만 같았어
갑자기 모든 것들에 짜증이 났고
심지어는 의아하게 저를 올려다보는 김교수의 얼굴마저 순간 질려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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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잡아주면
안아주면
사랑한다 말해주면...
숱하게 건넸던 말은 맞고
김교수가 저렇게 말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그냥 오늘따라 좀 그랬어
그렇게 말하는 김교수가
...오늘따라 좀 미웠어
유교수,
김교수님.
응?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랬대
제 입이 멋대로 그런 말을 덜컥 뱉었대
안아주면
사랑한다 말해주면...
숱하게 건넸던 말은 맞고
김교수가 저렇게 말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그냥 오늘따라 좀 그랬어
그렇게 말하는 김교수가
...오늘따라 좀 미웠어
유교수,
김교수님.
응?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랬대
제 입이 멋대로 그런 말을 덜컥 뱉었대
32
날 대체 뭐라고 생각해요?
응?
나는 뭐, 다 괜찮을 줄 알아요? 왜. 나는 누구처럼 안 떠나니까? 그래서 맘 놓고 계속 그러는 거예요? 얘는 상처도 안 받나보다, 하고?
...유교수님.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무슨 소리 같은데요.
...
...너 짜증난다고.
...
그 말 하는 거야, 지금.
응?
나는 뭐, 다 괜찮을 줄 알아요? 왜. 나는 누구처럼 안 떠나니까? 그래서 맘 놓고 계속 그러는 거예요? 얘는 상처도 안 받나보다, 하고?
...유교수님.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무슨 소리 같은데요.
...
...너 짜증난다고.
...
그 말 하는 거야, 지금.
33
유교수는 그 말과 함께 등을 홱 돌려 무거운 연구실 문을 박차고 나갔고
뚝뚝 떨구고 간 냉기에 저도 모르게 소름이 일은 김교수겠다
그리고...그런 김교수는 또 한발 뒤늦게 몸을 일으키지
유교수가 던져두고 간 말을 곱씹어보느라 이번에도 행동은 굼떴어
유... 유교수님!
뚝뚝 떨구고 간 냉기에 저도 모르게 소름이 일은 김교수겠다
그리고...그런 김교수는 또 한발 뒤늦게 몸을 일으키지
유교수가 던져두고 간 말을 곱씹어보느라 이번에도 행동은 굼떴어
유... 유교수님!
34
다급히 유교수의 발자국을 밟아보는 김교수
그러나 애석하게도 유교수는 이미 저 복도 끝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고
교수님, 잠시만요. 유교수님!
문이 닫히는 사이 짧은 찰나동안
분명 눈은 마주쳤으나 그 문이 다시 열리는 일은 없었지
김교수는 그렇게 텅 빈 복도에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어
그러나 애석하게도 유교수는 이미 저 복도 끝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고
교수님, 잠시만요. 유교수님!
문이 닫히는 사이 짧은 찰나동안
분명 눈은 마주쳤으나 그 문이 다시 열리는 일은 없었지
김교수는 그렇게 텅 빈 복도에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어
35
뭔가... 뭔가가 달랐어
평소 장난스럽던 짜증과는 전혀 다른 무게였지
그 정도쯤은 눈치껏 파악할 수 있었어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반응했을까 곰곰이 돌이켜보자면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답이 나오질 않는 거야
...왜지
왤까
뭐에 그리 짜증이 나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하고...
평소 장난스럽던 짜증과는 전혀 다른 무게였지
그 정도쯤은 눈치껏 파악할 수 있었어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반응했을까 곰곰이 돌이켜보자면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답이 나오질 않는 거야
...왜지
왤까
뭐에 그리 짜증이 나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하고...
36
제가 여태 봐왔던 유교수와는 너무도 달랐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지
그러나 지금은 그게 딱히 중요치는 않았어
이렇게 찜찜하게 보냈다고는 해도
어쨌든 집에 가면 볼 사람이니까
그때 가서 다시 대화를 좀 하면 되겠다 싶었지
아직 제게는 처리할 일이 가득 쌓여있었으니
그러나 지금은 그게 딱히 중요치는 않았어
이렇게 찜찜하게 보냈다고는 해도
어쨌든 집에 가면 볼 사람이니까
그때 가서 다시 대화를 좀 하면 되겠다 싶었지
아직 제게는 처리할 일이 가득 쌓여있었으니
37
그렇게 김교수가 향하는 곳은 돌고돌아 연구실이었어
유교수를 더 뒤따라갔어야 하나
그대로 보내면 안 됐나... 라는 의문은 들었지만
그런 의문들보다도 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았거든
결국 김교수는 여느 때처럼 모니터에 시선을 꽂았어
연락은... 하지 않았어
차라리 일을 빨리 끝내고 집으로 가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유교수를 더 뒤따라갔어야 하나
그대로 보내면 안 됐나... 라는 의문은 들었지만
그런 의문들보다도 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았거든
결국 김교수는 여느 때처럼 모니터에 시선을 꽂았어
연락은... 하지 않았어
차라리 일을 빨리 끝내고 집으로 가는 게 나을 거 같아서
38
...아주 대단한 착각을 한 거지
.
.
.
우여곡절 끝에 업무를 다 본 김교수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어
일을 하느라 덮어두었던 아까 전 그 상황을 다시금 떠올리며 어떻게 풀어줘야 하나 고민도 좀 했지
아무래도 제가 짜증이 난다고 직접 말할 정도였으니
이번엔 삐져도 단단히 삐진 것 같아보였거든
.
.
.
우여곡절 끝에 업무를 다 본 김교수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어
일을 하느라 덮어두었던 아까 전 그 상황을 다시금 떠올리며 어떻게 풀어줘야 하나 고민도 좀 했지
아무래도 제가 짜증이 난다고 직접 말할 정도였으니
이번엔 삐져도 단단히 삐진 것 같아보였거든
39
그래서 김교수는 나름 사과할 준비까지 했더래
물론 아직 무엇 때문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요새 많이 바쁘기도 했고
이래저래 평소보다 좀... 더 예민하게 군 것도 같아서
김교수는 집에 들어서기 전 편의점에 들러
유교수가 평소 자주 먹던 과자를 슬쩍 집어들었대
애도 아니고 이런 거에 넘어오는 건 우습다 여겼지만
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물론 아직 무엇 때문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요새 많이 바쁘기도 했고
이래저래 평소보다 좀... 더 예민하게 군 것도 같아서
김교수는 집에 들어서기 전 편의점에 들러
유교수가 평소 자주 먹던 과자를 슬쩍 집어들었대
애도 아니고 이런 거에 넘어오는 건 우습다 여겼지만
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40
그리고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는
얼마 전 제가 선물받았던 위스키를 따야겠단 생각도 했지
유교수는 워낙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시니까
그래도 같이 한잔 하면 기분도 좀 풀리고 하겠지 싶어서..
그렇게 김교수는 나름 머리를 굴린 채 현관문을 열었어
나 왔어요.
얼마 전 제가 선물받았던 위스키를 따야겠단 생각도 했지
유교수는 워낙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시니까
그래도 같이 한잔 하면 기분도 좀 풀리고 하겠지 싶어서..
그렇게 김교수는 나름 머리를 굴린 채 현관문을 열었어
나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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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크기의 소리를 내며 현관으로 들어선 김교수는 처음엔 그닥 이상한 점을 알아채지 못했어
거실 한켠의 무드등은 늘상 켜져 있었으니 집안이 어둡다고도 못 느꼈고
그저 유교수가 이미 안방에 들어가 있겠거니 했지
그러나 잠시 뒤
김교수는 어쩐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선 거실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있게 됐어
거실 한켠의 무드등은 늘상 켜져 있었으니 집안이 어둡다고도 못 느꼈고
그저 유교수가 이미 안방에 들어가 있겠거니 했지
그러나 잠시 뒤
김교수는 어쩐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선 거실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있게 됐어
42
...뭐야
어디갔어?
왜 사람이 없느냐고
아까 집 간 거 아니었나?
나 퇴근 언제하는지도 물어봤잖아
그럼 당연히 뒤에 일정도 없었을 텐데
저녁을 밖에서 먹었나?
그렇다 해도... 벌써 열신데
충분히 들어오고도 남았을 시간이잖아
이렇게 늦게까지 뭐 어딜 돌아다니는 거야
별달리 말도 없이......
어디갔어?
왜 사람이 없느냐고
아까 집 간 거 아니었나?
나 퇴근 언제하는지도 물어봤잖아
그럼 당연히 뒤에 일정도 없었을 텐데
저녁을 밖에서 먹었나?
그렇다 해도... 벌써 열신데
충분히 들어오고도 남았을 시간이잖아
이렇게 늦게까지 뭐 어딜 돌아다니는 거야
별달리 말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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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디에도 없었어
온 집안 불을 다 켜가며 찾아보아도
혹시나 해서 옷장까지 열어보아도...
유교수는 그 집안에 없었어
김교수는 환하게 불이 켜진 거실 한가운데서
그제야 제 바지 주머니를 더듬대며 휴대폰을 꺼내들지
뭔... 어딜 간 거야, 이 사람......
그리고는 작게 중얼이며 전화를 걸었어
온 집안 불을 다 켜가며 찾아보아도
혹시나 해서 옷장까지 열어보아도...
유교수는 그 집안에 없었어
김교수는 환하게 불이 켜진 거실 한가운데서
그제야 제 바지 주머니를 더듬대며 휴대폰을 꺼내들지
뭔... 어딜 간 거야, 이 사람......
그리고는 작게 중얼이며 전화를 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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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전화는 연결음만 길어졌고
김교수는 끝내 유교수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지
텀을 두고 두세 번 더 걸어보아도 같았어
받기 싫은 건지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건지
분간도 안 되어 김교수는 점점 답답해져만 갔지
한번도 이런 적 없던 사람이었으니까
늦으면 늦는다고 꼬박 연락을 주곤 했으니까
김교수는 끝내 유교수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지
텀을 두고 두세 번 더 걸어보아도 같았어
받기 싫은 건지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건지
분간도 안 되어 김교수는 점점 답답해져만 갔지
한번도 이런 적 없던 사람이었으니까
늦으면 늦는다고 꼬박 연락을 주곤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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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일들보다도
뒤늦게 퇴근한 저를 웃으며 맞이하는 일이 훨씬 더 많았지만...
그래서 김교수는 제가 뭘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유교수를 무작정 찾으러 나설 수도 없었지
그리고... 아마 처음이었을 거야
그 상황 속에서 김교수는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꼈어
뒤늦게 퇴근한 저를 웃으며 맞이하는 일이 훨씬 더 많았지만...
그래서 김교수는 제가 뭘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유교수를 무작정 찾으러 나설 수도 없었지
그리고... 아마 처음이었을 거야
그 상황 속에서 김교수는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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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마음 먹었던 대로 안 되는 건 세상에 없었는데
무엇이든 아등바등 애쓰다보면 손에 쥘 수 있었고
애초에 안 되는 거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는데
왜... 어째서
제가 왜 이런 감정 하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지
김교수는 당혹감과 더불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긴장감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짓이기듯 깨물었지
무엇이든 아등바등 애쓰다보면 손에 쥘 수 있었고
애초에 안 되는 거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는데
왜... 어째서
제가 왜 이런 감정 하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지
김교수는 당혹감과 더불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긴장감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짓이기듯 깨물었지
47
그리고는 다시 휴대폰을 고쳐잡는 거야
아무리 해도 받지 않는다는 걸 이미 다 알면서
김교수는 그 뒤로도 몇번이나 더 전화를 걸었어
소름끼치도록 몸을 휘감고 도는 초조함에 잠시 정신이 나갔던 걸지도 몰라
적지 않은 세월동안 여럿을 만나면서
상대방의 부재에 그토록 마음 졸인 것은 우습게도 이번이 처음이었어
아무리 해도 받지 않는다는 걸 이미 다 알면서
김교수는 그 뒤로도 몇번이나 더 전화를 걸었어
소름끼치도록 몸을 휘감고 도는 초조함에 잠시 정신이 나갔던 걸지도 몰라
적지 않은 세월동안 여럿을 만나면서
상대방의 부재에 그토록 마음 졸인 것은 우습게도 이번이 처음이었어
48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김교수는 저도 모르게 거실에서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야
눈을 떴을 땐 시계가 어느덧 새벽 세시를 가리키고 있었지
그리고 왠지 어슴푸레한 빛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현관 쪽 중문이 드르륵 열리며
드디어 제가 찾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지
김교수는 저도 모르게 거실에서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야
눈을 떴을 땐 시계가 어느덧 새벽 세시를 가리키고 있었지
그리고 왠지 어슴푸레한 빛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현관 쪽 중문이 드르륵 열리며
드디어 제가 찾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지
50
그 물음에 돌아온 답은 생각보다 담백했지
식사 자리 있어서.
유교수는 간단명료한 답을 두고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서려는 듯 걸음을 옮겼어
그러나 김교수는 아직 뭔가 할말이 더 있는지 우물쭈물하더니 유교수를 또 한번 멈춰세웠지
저... 유교수.
...
아까 그...
들어가서 자요. 그러고 있지 말고.
식사 자리 있어서.
유교수는 간단명료한 답을 두고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서려는 듯 걸음을 옮겼어
그러나 김교수는 아직 뭔가 할말이 더 있는지 우물쭈물하더니 유교수를 또 한번 멈춰세웠지
저... 유교수.
...
아까 그...
들어가서 자요. 그러고 있지 말고.
51
아... 응. 들어갈게.
...뭘 안고 있는 거예요?
어? 아, 이거... 저번에 보니까 유교수 이거 잘 먹길래...
...
내일 먹어요. 학교 가져가든지... 아님 뭐, 집에서 술 마실 때 먹든지. 일단 여기 둘게.
...
...그, 있잖아요.
퇴근 언제 했어요?
어?
...
어... 한... 열시쯤 온 거 같은데.
...그래요.
...뭘 안고 있는 거예요?
어? 아, 이거... 저번에 보니까 유교수 이거 잘 먹길래...
...
내일 먹어요. 학교 가져가든지... 아님 뭐, 집에서 술 마실 때 먹든지. 일단 여기 둘게.
...
...그, 있잖아요.
퇴근 언제 했어요?
어?
...
어... 한... 열시쯤 온 거 같은데.
...그래요.
52
그러나 애석하게도 유교수는 김교수와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어보였어
겉보기에도 엄청 피곤해보이는 기색이었지
결국 씻으러 가겠다는 유교수의 말에 고개만 끄덕인 김교수는
쭈뼛대며 유교수를 뒤따라 안방으로 들어섰어
그래도 두 발로 집에 잘 들어와서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머리를 긁적이기도 했지
겉보기에도 엄청 피곤해보이는 기색이었지
결국 씻으러 가겠다는 유교수의 말에 고개만 끄덕인 김교수는
쭈뼛대며 유교수를 뒤따라 안방으로 들어섰어
그래도 두 발로 집에 잘 들어와서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머리를 긁적이기도 했지
53
아... 어색해 죽겠네
유교수 씻고 나오면 얘기 좀 해봐야겠다...
침대 헤드에 기대 얌전히 유교수를 기다리는 김교수야
그러나...
잘 자요.
씻고 온 유교수는 침대에 눕자마자
잘 자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곧장 눈을 감아버렸고
당연히 이제는 대화를 나눠주리라 생각했던 김교수는 두 눈이 동그래졌지
유교수 씻고 나오면 얘기 좀 해봐야겠다...
침대 헤드에 기대 얌전히 유교수를 기다리는 김교수야
그러나...
잘 자요.
씻고 온 유교수는 침대에 눕자마자
잘 자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곧장 눈을 감아버렸고
당연히 이제는 대화를 나눠주리라 생각했던 김교수는 두 눈이 동그래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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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피곤한가
하긴 이렇게 늦게까지 마시다 온 적은 없으니
근데 누구랑 마신 거지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김교수는 잠에 빠져들기 직전인 유교수를 가만 바라보다가
마음이 먼저 앞서나갔는지 소리내어 유교수를 불렀어
그, 교수님.
그러나 유례없이 앞서간 마음마저 유교수에겐 닿지 못했지
하긴 이렇게 늦게까지 마시다 온 적은 없으니
근데 누구랑 마신 거지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김교수는 잠에 빠져들기 직전인 유교수를 가만 바라보다가
마음이 먼저 앞서나갔는지 소리내어 유교수를 불렀어
그, 교수님.
그러나 유례없이 앞서간 마음마저 유교수에겐 닿지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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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술 마셔서 피곤해. 내일 얘기해요.
아... 응. 그래요.
유교수는 칼같이 제 말을 끊어내버렸고
머지않아 새근새근 잠든 숨소리만을 내보냈거든
그러니 뭐 어떡해
잠든 유교수를 멀뚱멀뚱 내려다보던 김교수도
얼마 안 가 곧 따라 잠드는 수밖에
그날따라 김교수는 방안이 조금 춥다고도 생각했겠다
아... 응. 그래요.
유교수는 칼같이 제 말을 끊어내버렸고
머지않아 새근새근 잠든 숨소리만을 내보냈거든
그러니 뭐 어떡해
잠든 유교수를 멀뚱멀뚱 내려다보던 김교수도
얼마 안 가 곧 따라 잠드는 수밖에
그날따라 김교수는 방안이 조금 춥다고도 생각했겠다
56
-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밝고
김교수는 평소처럼 일찍 눈을 떠 몸을 일으켰어
종강이 코앞인 만큼 할 일은 많았지
덮고 있던 새하얀 이불을 걷어내고
쌀쌀한 찬기운에 몸을 살짝 움츠리기도 하면서
김교수는 최대한 소리없이 침대에서 벗어나려 했을 거야
그러려고... 했지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밝고
김교수는 평소처럼 일찍 눈을 떠 몸을 일으켰어
종강이 코앞인 만큼 할 일은 많았지
덮고 있던 새하얀 이불을 걷어내고
쌀쌀한 찬기운에 몸을 살짝 움츠리기도 하면서
김교수는 최대한 소리없이 침대에서 벗어나려 했을 거야
그러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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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교수는 무심결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본 순간
또 한번 머릿속이 새하얗게 번지는 것만 같았어
...뭐야?
왜 없어
있어야 할 사람이 없었거든
어제 분명 늦은 새벽에 들어왔던 사람이
가뜩이나 아침잠이 많아 늘 저보다 늦게 일어나던 사람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어
또 한번 머릿속이 새하얗게 번지는 것만 같았어
...뭐야?
왜 없어
있어야 할 사람이 없었거든
어제 분명 늦은 새벽에 들어왔던 사람이
가뜩이나 아침잠이 많아 늘 저보다 늦게 일어나던 사람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어
58
김교수는 그길로 곧장 부엌으로 나섰고
어제처럼 집안을 두리번대며 유교수를 찾아봤지만
유교수는 이미 출근을 했는지 집은 텅 비어있었어
그리고 뒤늦게 확인해 본 휴대폰에는
> 나 먼저 출근해요
> 아침 챙겨요
삼십 분 전쯤 남겨진 문자가 있었지
김교수는 그 문자를 한참동안 가만히 내려다봤대
어제처럼 집안을 두리번대며 유교수를 찾아봤지만
유교수는 이미 출근을 했는지 집은 텅 비어있었어
그리고 뒤늦게 확인해 본 휴대폰에는
> 나 먼저 출근해요
> 아침 챙겨요
삼십 분 전쯤 남겨진 문자가 있었지
김교수는 그 문자를 한참동안 가만히 내려다봤대
59
그리고 그날 점심...
김교수는 곧 유교수와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가자
일을 얼추 마무리짓고는 가볍게 목을 돌려가며 스트레칭을 했어
곧 있으면 유교수가 제 연구실에 들어설 테고
그럼 또 제 자세를 보고는 구부정하다며 한소리를 할 게 뻔했으니까
그러나 십분이 지나고
이십분이 지나도
유교수는 제 방문을 두들기지 않았지
김교수는 곧 유교수와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가자
일을 얼추 마무리짓고는 가볍게 목을 돌려가며 스트레칭을 했어
곧 있으면 유교수가 제 연구실에 들어설 테고
그럼 또 제 자세를 보고는 구부정하다며 한소리를 할 게 뻔했으니까
그러나 십분이 지나고
이십분이 지나도
유교수는 제 방문을 두들기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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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쯤은 뭐
저도 일을 하다보면 금세 지나가곤 하니까
김교수는 그닥 개의치 않았을 테지
어차피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그러나 그런 기다림이 거의 한시간 째 이어졌을 때
김교수는 그제야 이상함을 느끼곤 자리에서 일어났어
진작 찾아가 볼 수도 있는 거였지만
오늘은 유교수가 점심 전에 수업이 있는 요일이라
늘 유교수가 먼저 찾아오곤 했거든
저도 일을 하다보면 금세 지나가곤 하니까
김교수는 그닥 개의치 않았을 테지
어차피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그러나 그런 기다림이 거의 한시간 째 이어졌을 때
김교수는 그제야 이상함을 느끼곤 자리에서 일어났어
진작 찾아가 볼 수도 있는 거였지만
오늘은 유교수가 점심 전에 수업이 있는 요일이라
늘 유교수가 먼저 찾아오곤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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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수업이 이렇게까지 길어졌을리는 없고
수업 후 업무를 봐야한다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김교수는 평소 유교수의 업무량을 대충 가늠하고 있었기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일을 하느라 여태 보이지 않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어
그래서일까
유교수의 연구실로 향하는 걸음이 조금 머뭇댔던 게
수업 후 업무를 봐야한다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김교수는 평소 유교수의 업무량을 대충 가늠하고 있었기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일을 하느라 여태 보이지 않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어
그래서일까
유교수의 연구실로 향하는 걸음이 조금 머뭇댔던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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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정도 살았으면 웬만치 다 알거든
조금 앞서가는 건가 싶기도 한데..
유교수가 의도적으로 저를 피하려 든다는 거
그게 피부로도 확 느껴질 정도거든
그래서 김교수는 연구실 문을 똑똑 두드릴 때도 생각이 많았지
유교수님. 들어가도 될까요?
그러나 어쩌겠어
피한다고 피해질 게 아닌데
조금 앞서가는 건가 싶기도 한데..
유교수가 의도적으로 저를 피하려 든다는 거
그게 피부로도 확 느껴질 정도거든
그래서 김교수는 연구실 문을 똑똑 두드릴 때도 생각이 많았지
유교수님. 들어가도 될까요?
그러나 어쩌겠어
피한다고 피해질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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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상담이 있으면 있다고 말을 하지...
김교수는 멋쩍은지 입맛을 쩝 다시다가
복도 끝으로 걸어가 흡연실로 들어섰어
그리고 담배를 한대 꺼내물고는 민망함을 좀 죽이다가
한편으로는 또 이런 생각도 든다
뭐...
어차피 나도 그런 얘기 먼저 한 적... 없긴하네
매번 물어보길래 답해주기나 했지...
김교수는 멋쩍은지 입맛을 쩝 다시다가
복도 끝으로 걸어가 흡연실로 들어섰어
그리고 담배를 한대 꺼내물고는 민망함을 좀 죽이다가
한편으로는 또 이런 생각도 든다
뭐...
어차피 나도 그런 얘기 먼저 한 적... 없긴하네
매번 물어보길래 답해주기나 했지...
65
...아니 그래도
원래 오늘은 그런 날 아니잖아
점심 앞뒤로 수업 있으면서
굳이 이런 날로 상담을 잡나...
김교수는 희뿌연 연기를 길게 내뱉었어
곧게 뻗어나간 연기는 이내 바람결에 뭉뚱그려져 제 시야를 부옇게 가렸지
마치 제 한숨이 눈에 보이는 듯 했어
지금 제 머릿속이 딱 그랬어
원래 오늘은 그런 날 아니잖아
점심 앞뒤로 수업 있으면서
굳이 이런 날로 상담을 잡나...
김교수는 희뿌연 연기를 길게 내뱉었어
곧게 뻗어나간 연기는 이내 바람결에 뭉뚱그려져 제 시야를 부옇게 가렸지
마치 제 한숨이 눈에 보이는 듯 했어
지금 제 머릿속이 딱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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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행인 건지 뭔지
그날 저녁에는 함께 시간맞춰 퇴근도 했고
집에 돌아와선 같이 밥도 차려 먹었지
물론 김교수가 뭔가 이야기를 꺼내보려 할 때마다
유교수가 화제를 돌리는 바람에 별달리 얘기가 오가진 않았지만...
그냥 평범한 하루로 여겨질 만한 날이었어
잠에 들 때도 평화로웠고
그날 저녁에는 함께 시간맞춰 퇴근도 했고
집에 돌아와선 같이 밥도 차려 먹었지
물론 김교수가 뭔가 이야기를 꺼내보려 할 때마다
유교수가 화제를 돌리는 바람에 별달리 얘기가 오가진 않았지만...
그냥 평범한 하루로 여겨질 만한 날이었어
잠에 들 때도 평화로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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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응?
오늘 점심은 챙겨 먹었어요?
뭐, 그냥.
커피로 때웠죠.
...
저 없다고 대충 때우지 마시고. 잘 좀 챙겨드세요.
괜찮아. 배도 안 고팠고.
그래도.
...
속상하잖아. 나 없다고 그러면.
왠지 울적해보이는 듯한 말투였지만
유교수는 여느 때처럼 투정이 묻어나는 말을 남겨두기도 했지
응?
오늘 점심은 챙겨 먹었어요?
뭐, 그냥.
커피로 때웠죠.
...
저 없다고 대충 때우지 마시고. 잘 좀 챙겨드세요.
괜찮아. 배도 안 고팠고.
그래도.
...
속상하잖아. 나 없다고 그러면.
왠지 울적해보이는 듯한 말투였지만
유교수는 여느 때처럼 투정이 묻어나는 말을 남겨두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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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김교수는 그런 유교수의 투정을 마주하고도
유교수 기분이 조금은 풀렸구나 싶어 반가웠을 뿐이야
내일은 같이 먹으면 되지.
...
내일 오전 수업 있나? 없죠? 난 내일 열한시 쯤 끝날 거 같은데.
...응. 맞춰서 갈게요.
유교수가 뒤척이며 제게 안겨드는 것도
어느정도 화가 풀려 그렇다 생각했더랬지
유교수 기분이 조금은 풀렸구나 싶어 반가웠을 뿐이야
내일은 같이 먹으면 되지.
...
내일 오전 수업 있나? 없죠? 난 내일 열한시 쯤 끝날 거 같은데.
...응. 맞춰서 갈게요.
유교수가 뒤척이며 제게 안겨드는 것도
어느정도 화가 풀려 그렇다 생각했더랬지
69
그러나... 그 냉전은 생각보다도 더 길어졌어
아무리 학교에서 점심을 같이 먹어도
같은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손만 뻗어도 닿이는 거리에 있어도
어쩐지 김교수는 유교수가 자꾸만 저와 거리를 두려는 것처럼 느껴졌지
처음엔 그저 단순한 착각이라 생각했어
유교수가 그럴 일은 없었으니
아무리 학교에서 점심을 같이 먹어도
같은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손만 뻗어도 닿이는 거리에 있어도
어쩐지 김교수는 유교수가 자꾸만 저와 거리를 두려는 것처럼 느껴졌지
처음엔 그저 단순한 착각이라 생각했어
유교수가 그럴 일은 없었으니
70
유교수는...
언제나 제게 닿지못해 안달이었으니까
그 입술은 늘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고
그 손은 저와 항상 맞닿아있기를 원했으며
제가 그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 얼굴은 늘상 장난스레 웃으며 맞받아치곤 했으니까
그래
언제나 그랬지
그런데 왜
왜... 자꾸 이렇게 멀어지는 것만 같은지
언제나 제게 닿지못해 안달이었으니까
그 입술은 늘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고
그 손은 저와 항상 맞닿아있기를 원했으며
제가 그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 얼굴은 늘상 장난스레 웃으며 맞받아치곤 했으니까
그래
언제나 그랬지
그런데 왜
왜... 자꾸 이렇게 멀어지는 것만 같은지
71
그렇게 수다스럽던 네가
요즘은 왜 좀처럼 말을 걸지 않는지
눈이 마주치면 백미터 밖에서도 웃어보이던 네가
왜 복도에서 맞닥뜨려도 고개만 까딱거리고 마는지
잠들기 전 그날 하루에 대해 조곤조곤 묻던 네가
어째서 요즘은 내일 몇시에 출근하냐는 질문 하나만이 전부인지...
요즘은 왜 좀처럼 말을 걸지 않는지
눈이 마주치면 백미터 밖에서도 웃어보이던 네가
왜 복도에서 맞닥뜨려도 고개만 까딱거리고 마는지
잠들기 전 그날 하루에 대해 조곤조곤 묻던 네가
어째서 요즘은 내일 몇시에 출근하냐는 질문 하나만이 전부인지...
72
...벌써 일주일 째잖아
이 모든 게 어느덧 일주일을 넘겼다고...
김교수는 한창 한 학기의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속으로는 내내 유교수 생각 뿐이었어
드디어 학기가 끝났다는 기쁨은 느껴지지도 않았지
요 며칠동안 김교수는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패일 지경이었어
이 모든 게 어느덧 일주일을 넘겼다고...
김교수는 한창 한 학기의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속으로는 내내 유교수 생각 뿐이었어
드디어 학기가 끝났다는 기쁨은 느껴지지도 않았지
요 며칠동안 김교수는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패일 지경이었어
74
왜. 뭐가 잘 안 돼?
그런 거 없다 했다.
뭔데. 말해봐.
없다니까.
쫌. 고집 부리지 말고.
허?
그 분이랑은 잘 지내?
뭐. 누구.
왜. 같이 사시는 교수님.
...잘 있으니까 신경 꺼.
뭘 그렇게 말을 해... 사람 좋으시던데. 디믽이도 되게 예뻐해주시구.
야.
싸웠어?
뭐?
응?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런 거 없다 했다.
뭔데. 말해봐.
없다니까.
쫌. 고집 부리지 말고.
허?
그 분이랑은 잘 지내?
뭐. 누구.
왜. 같이 사시는 교수님.
...잘 있으니까 신경 꺼.
뭘 그렇게 말을 해... 사람 좋으시던데. 디믽이도 되게 예뻐해주시구.
야.
싸웠어?
뭐?
응?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76
이런들 저런들
그래도 피가 통하긴 하는지
결국 제 혈육에게까지 모든 걸 숨길 수는 없었던 김교수는 이야기를 터놓게 됐을 거야
아무래도... 화가 나긴 난 모양이라고
단순히 삐진 걸론 이렇게 오래 갈 리 없다고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해 정확히 짚이는 건 없어서
저도 뭘 어째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그래도 피가 통하긴 하는지
결국 제 혈육에게까지 모든 걸 숨길 수는 없었던 김교수는 이야기를 터놓게 됐을 거야
아무래도... 화가 나긴 난 모양이라고
단순히 삐진 걸론 이렇게 오래 갈 리 없다고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해 정확히 짚이는 건 없어서
저도 뭘 어째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77
웬만치 화난 거면 이미 풀렸을 텐데
아직까지 찬바람이 쌩쌩 불더라
제 딴엔 또 숨긴다고 숨기는 모양인데
워낙 솔직한 사람이라 겉으로 티는 다 나더라...
뭐? 그때 뭐라하면서 갔냐고?
몰라
지를 뭐라고 생각하냰다
뜬금없잖아
그래서 대답 못 했는데
나더러 짜증이 난댄다
...내가 짜증난댄다
아직까지 찬바람이 쌩쌩 불더라
제 딴엔 또 숨긴다고 숨기는 모양인데
워낙 솔직한 사람이라 겉으로 티는 다 나더라...
뭐? 그때 뭐라하면서 갔냐고?
몰라
지를 뭐라고 생각하냰다
뜬금없잖아
그래서 대답 못 했는데
나더러 짜증이 난댄다
...내가 짜증난댄다
78
당연히 짜증이 나겠지
나도 나를 보면 짜증이 나는데 오죽하겠냐
...
그래도 나 노력한 건데
진짜 많이 노력하고 있는 건데
뭘 어째야할지를 모르겠다
뭐? 사과를 하라고?
야 고작 사과 한마디갖고 됐음 진작 했지
내가 어?
출근 맞춰 운전도 다 해주고
커피도 먼저 사들고 가보고
설거지랑 빨래도 대신 해줘봤는데 안 되더라
나도 나를 보면 짜증이 나는데 오죽하겠냐
...
그래도 나 노력한 건데
진짜 많이 노력하고 있는 건데
뭘 어째야할지를 모르겠다
뭐? 사과를 하라고?
야 고작 사과 한마디갖고 됐음 진작 했지
내가 어?
출근 맞춰 운전도 다 해주고
커피도 먼저 사들고 가보고
설거지랑 빨래도 대신 해줘봤는데 안 되더라
79
그리고 그 뭐냐
하씨 내가 이런 것까지 니한테 말해야되나
아 알겠다고
말할 테니까 큰소리 내지 마 쪽팔린다
...아니 그니까
그 뭐냐...
...손도 먼저 잡아봤고
그.. 암튼 뭐
먼저 다 해보려고 했는데
매번 피곤하다면서 거절만 하고
...뭐
뭘 그딴 식으로 쳐다봐
야 닌 그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아냐
하씨 내가 이런 것까지 니한테 말해야되나
아 알겠다고
말할 테니까 큰소리 내지 마 쪽팔린다
...아니 그니까
그 뭐냐...
...손도 먼저 잡아봤고
그.. 암튼 뭐
먼저 다 해보려고 했는데
매번 피곤하다면서 거절만 하고
...뭐
뭘 그딴 식으로 쳐다봐
야 닌 그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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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어제는 보고 싶다고도 말했... 아!! 야, 야 너 지금 무슨!...
그렇게 김교수의 말이 한창 이어지던 순간...
김쌤은 간간이 대꾸하다 말고 냅다 손을 쭉 뻗어 김교수의 팔뚝을 철썩 내려쳐버렸어
그리고 당연히... 김교수는 노발대발 난리가 났지
너, 너 지금 언니를 때렸냐? 이 미친 대가리에 아직 피도 안 마른 게!...
그렇게 김교수의 말이 한창 이어지던 순간...
김쌤은 간간이 대꾸하다 말고 냅다 손을 쭉 뻗어 김교수의 팔뚝을 철썩 내려쳐버렸어
그리고 당연히... 김교수는 노발대발 난리가 났지
너, 너 지금 언니를 때렸냐? 이 미친 대가리에 아직 피도 안 마른 게!...
81
그러나 김쌤은 차분하게 자세를 고쳐앉은 뒤
김교수를 바라보며 한숨을 폭 내뱉고는 손으로 이마께를 짚어낼 뿐이야
김교수는 동생에게 얻어맞은 얼얼한 팔뚝을 연신 문지르며 여전히 씩씩댔지
와, 이게 진짜 미쳤...
그런 건 그냥 기본이고.
어... 어?
하... 기다려봐.
뭐... 뭘 기다려. 야, 어디가?
김교수를 바라보며 한숨을 폭 내뱉고는 손으로 이마께를 짚어낼 뿐이야
김교수는 동생에게 얻어맞은 얼얼한 팔뚝을 연신 문지르며 여전히 씩씩댔지
와, 이게 진짜 미쳤...
그런 건 그냥 기본이고.
어... 어?
하... 기다려봐.
뭐... 뭘 기다려. 야,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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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디가냐고!
...
야!
아쫌기다려보라고전화하고올테니까!!!!!!!
...어, 어?
...
엉...
그리고 대뜸 전화를 하러 간 동생을 기다리며
아직도 가시지 않은 여운에 괜히 옷소매를 걷어 맨팔을 확인해보는 김교수겠다
와... 인마 손이 원래 이래 매웠나. 가씨나 장난없네...
발갛게 번진 자국엔 저도 모르게 사투리가 튀어나오기도 했겠고...
...
야!
아쫌기다려보라고전화하고올테니까!!!!!!!
...어, 어?
...
엉...
그리고 대뜸 전화를 하러 간 동생을 기다리며
아직도 가시지 않은 여운에 괜히 옷소매를 걷어 맨팔을 확인해보는 김교수겠다
와... 인마 손이 원래 이래 매웠나. 가씨나 장난없네...
발갛게 번진 자국엔 저도 모르게 사투리가 튀어나오기도 했겠고...
83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생각보다 길어지는 통화에 어느덧 커피도 바닥을 보였어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울 일인가 싶어 슬슬 짜증도 올라왔지
그리고 그 인내심이 거의 동나기 직전...
교수님!
...뭔 소리야 이거
우리 학교 학생인가?
아니... 아니 잠깐만
목소리가 어째 좀 익숙한데?
생각보다 길어지는 통화에 어느덧 커피도 바닥을 보였어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울 일인가 싶어 슬슬 짜증도 올라왔지
그리고 그 인내심이 거의 동나기 직전...
교수님!
...뭔 소리야 이거
우리 학교 학생인가?
아니... 아니 잠깐만
목소리가 어째 좀 익숙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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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같이 살기까지 하시잖아요. 아, 부러워... 우리도 빨리 같이 살면 좋겠다. 그치 언니.
...디믽아. 집중.
아아. 웅. 죄송해요. 그래서... 뭐예요, 교수님?
디믽이는 등장하자마자 쫑알쫑알 떠들기 시작했겠지
그 탓에 한숨이 절로 새어나오는 김교수였겠고...
...디믽아. 집중.
아아. 웅. 죄송해요. 그래서... 뭐예요, 교수님?
디믽이는 등장하자마자 쫑알쫑알 떠들기 시작했겠지
그 탓에 한숨이 절로 새어나오는 김교수였겠고...
86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자존심은 상하지만... 그래도 저번에 얘 말대로 했을 때 결과가 나름 나쁘지 않았거든
따져보면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거고...
그래서인지 김교수는 전처럼 아주 내빼지는 않았어
물론 두루뭉술하게 얘기하는 바람에 김쌤이 눈치를 주긴 했지만
더 자세히 말해봐. 언니가 퇴근 늦게 한 건 왜 말 안 해.
아, 알겠다고...
자존심은 상하지만... 그래도 저번에 얘 말대로 했을 때 결과가 나름 나쁘지 않았거든
따져보면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거고...
그래서인지 김교수는 전처럼 아주 내빼지는 않았어
물론 두루뭉술하게 얘기하는 바람에 김쌤이 눈치를 주긴 했지만
더 자세히 말해봐. 언니가 퇴근 늦게 한 건 왜 말 안 해.
아, 알겠다고...
87
김교수는 결국 우여곡절 끝에 제 상황을 다 읊어주었을 거야
그리고 웬만큼 사태를 파악하게 된 디믽이는
제법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뒤통수를 벅벅 긁적였지
다 들었으면 대가리만 긁지말고 말을 해.
언니! 애한테 말이 그게 뭐야.
...뭐.
여친을 지키려는지 으르릉대는 동생은 언제봐도 낯설었을 테고...
그리고 웬만큼 사태를 파악하게 된 디믽이는
제법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뒤통수를 벅벅 긁적였지
다 들었으면 대가리만 긁지말고 말을 해.
언니! 애한테 말이 그게 뭐야.
...뭐.
여친을 지키려는지 으르릉대는 동생은 언제봐도 낯설었을 테고...
88
그런 난장판 속에서 디믽이는 아주 조심스레 입을 열었더랬지
교수님... 일단은요. 문제가 뭐냐면요...
문제?
아... 아, 그니까 그... 원인... 이라 해야할까요, 암튼 그게... 좀...
좀 뭐.
...
말해봐.
저... 제가 보기엔... 교수님 말투가 거의 구십프로는 차지하는 거 같은데요...
교수님... 일단은요. 문제가 뭐냐면요...
문제?
아... 아, 그니까 그... 원인... 이라 해야할까요, 암튼 그게... 좀...
좀 뭐.
...
말해봐.
저... 제가 보기엔... 교수님 말투가 거의 구십프로는 차지하는 거 같은데요...
89
김교수는 그에 대해 딱히 할말이 없었어
직전까지만 해도 제 말버릇을 두고 언성을 높인 동생도 그렇고
뭐 평소에도... 제가 말을 좀 툭툭 뱉는 편이란 걸 인지하고는 있었거든
다만 그게 오래도록 몸에 배어 고쳐지지 않을 뿐
교수님. 그럼요, 음... 아, 사랑한다는 말은 자주 하세요?
...뭐?
직전까지만 해도 제 말버릇을 두고 언성을 높인 동생도 그렇고
뭐 평소에도... 제가 말을 좀 툭툭 뱉는 편이란 걸 인지하고는 있었거든
다만 그게 오래도록 몸에 배어 고쳐지지 않을 뿐
교수님. 그럼요, 음... 아, 사랑한다는 말은 자주 하세요?
...뭐?
90
그러나 디믽이에게서 질문이 하나 더 날아들자
김교수는 쉬이 입을 벙긋대지 못했어
그런 말 하나하나가 중요한 거거든요. 아무래도 교수님은 보고 싶다는 말 하는 것도 엄청 어려워 하셨으니까... 쉽지 않은 건 아는데요, 그래도...
...
저... 교수님?
...
설마 아예 안 하시는 건 아니죠?
김교수는 쉬이 입을 벙긋대지 못했어
그런 말 하나하나가 중요한 거거든요. 아무래도 교수님은 보고 싶다는 말 하는 것도 엄청 어려워 하셨으니까... 쉽지 않은 건 아는데요, 그래도...
...
저... 교수님?
...
설마 아예 안 하시는 건 아니죠?
92
아아, 죄송... 헤헤...
...
근데 진짜 안 해요?
아, 하긴 하거든?
언제요?
언제?...
언제는 뭔 언제야
뭐... 그야...
......그거 하고 나서?
근데 내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알려줘야 되나?
그럴 필요는 없잖아
내킬 때.
결국 디믽이는 이마를 짚으며 괴로워하는 신음을 내고 말았더래
...
근데 진짜 안 해요?
아, 하긴 하거든?
언제요?
언제?...
언제는 뭔 언제야
뭐... 그야...
......그거 하고 나서?
근데 내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알려줘야 되나?
그럴 필요는 없잖아
내킬 때.
결국 디믽이는 이마를 짚으며 괴로워하는 신음을 내고 말았더래
93
그러자 김쌤은 안절부절못하며 디믽이의 어깨에다 살짝 손을 얹어두고는 그러지
디믽아, 진정해... 짜증내면 안 돼...
...
응, 응. 옳지... 자, 아이스티 한모금 마시고. 응, 잘했어. 심호흡도 좀 해.
그 꼴이 또 가관이라 헛웃음만 나는 김교수였겠다
그러나... 실은 저 애 말이 틀린 건 하나 없었어
디믽아, 진정해... 짜증내면 안 돼...
...
응, 응. 옳지... 자, 아이스티 한모금 마시고. 응, 잘했어. 심호흡도 좀 해.
그 꼴이 또 가관이라 헛웃음만 나는 김교수였겠다
그러나... 실은 저 애 말이 틀린 건 하나 없었어
94
연인관계에서 부드럽게 말해야하는 것쯤은 나도 알아
다정하게 대해주어야 하는 것도 알지
근데 그게 쉽게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절대로 쉽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뭔... 알러지처럼 막 소름이 끼쳐와서
손발이 잔뜩 오그라들어서 싫다고...
김교수는 괜히 입술을 질겅이며 씹어댔지
다정하게 대해주어야 하는 것도 알지
근데 그게 쉽게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절대로 쉽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뭔... 알러지처럼 막 소름이 끼쳐와서
손발이 잔뜩 오그라들어서 싫다고...
김교수는 괜히 입술을 질겅이며 씹어댔지
95
...내 방식대로 해도 괜찮았어 여태까지는
평생 가는 사랑? 그런 게 어디있어
어차피 다 이런 거 아닌가
왔다가 떠나는 거... 그건 익숙하니까 괜찮아
사랑? 그런 거 다 애들 한철 장난이지
그런데
...난 왜 이러고 있지
그깟 한철 장난에 왜 이리 절박하게 구는 건데......
관자놀이께가 자꾸만 지끈거리는 거 같은 김교수야
평생 가는 사랑? 그런 게 어디있어
어차피 다 이런 거 아닌가
왔다가 떠나는 거... 그건 익숙하니까 괜찮아
사랑? 그런 거 다 애들 한철 장난이지
그런데
...난 왜 이러고 있지
그깟 한철 장난에 왜 이리 절박하게 구는 건데......
관자놀이께가 자꾸만 지끈거리는 거 같은 김교수야
96
교수님...
어.
그럼... 교수님은 그분한테 원하는 게 있으세요?
...원하는 거?
겨우 마음을 가라앉힌 디믽이는 다시금 차분하게 물어왔고
김교수는 버릇처럼 또 대답을 툭 뱉었지
글쎄.
그러나 그 성의없음조차 눈에 다 보였던가 봐
에이, 그러시지 말구요.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어.
그럼... 교수님은 그분한테 원하는 게 있으세요?
...원하는 거?
겨우 마음을 가라앉힌 디믽이는 다시금 차분하게 물어왔고
김교수는 버릇처럼 또 대답을 툭 뱉었지
글쎄.
그러나 그 성의없음조차 눈에 다 보였던가 봐
에이, 그러시지 말구요.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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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그렇게 대충 넘기려고 하지 마시구...
허어?
...아녜용.
디믽이는 거의 정곡을 찌른 후
입술을 비죽비죽 내밀며 김쌤에게 안겨들다시피 했지
그런 꼴사나운 장면을 두고서 김교수는 연신 한숨만 푹푹 뱉었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나름 그 애의 말을 조언삼아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있었어
허어?
...아녜용.
디믽이는 거의 정곡을 찌른 후
입술을 비죽비죽 내밀며 김쌤에게 안겨들다시피 했지
그런 꼴사나운 장면을 두고서 김교수는 연신 한숨만 푹푹 뱉었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나름 그 애의 말을 조언삼아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있었어
98
제가 별것 아니라 생각해 묻어두고, 멀리 치워두었던 마음을 들여다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테지
...원하는 거
내가 유교수한테 원하는 거...
김교수는 계속해 제 마음속을 뒤져보았어
꼭꼭 숨겨둔 조각을 찾으려 몇 번이고 미간엔 주름이 깊게 패였지
그렇게 어느덧 김교수는 유교수와 동거를 시작하기 전까지의 과거에 발을 들였어
...원하는 거
내가 유교수한테 원하는 거...
김교수는 계속해 제 마음속을 뒤져보았어
꼭꼭 숨겨둔 조각을 찾으려 몇 번이고 미간엔 주름이 깊게 패였지
그렇게 어느덧 김교수는 유교수와 동거를 시작하기 전까지의 과거에 발을 들였어
99
김교수는 그랬어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유교수가 유교수만의 설렘을 품었듯
김교수도 나름 본인만의 기대가 있었지
그걸 겉으로 드러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김교수가 필요로 하는 건 분명 존재했어
김교수는...
제 삶을 통틀어 중심을 잡아줄 무언가를 늘 갈망해왔거든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유교수가 유교수만의 설렘을 품었듯
김교수도 나름 본인만의 기대가 있었지
그걸 겉으로 드러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김교수가 필요로 하는 건 분명 존재했어
김교수는...
제 삶을 통틀어 중심을 잡아줄 무언가를 늘 갈망해왔거든
100
일이 좋아 늘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 해도
막상 집에 돌아오면 제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어
텅 빈 집안
쓸쓸하게 저를 휘감는 공기
어두컴컴한 집안에서 홀로 잠드는 그 하루하루가 덧없다고도 느껴졌지
그걸 보며 주변에서는 외로움이라 칭했고
그 외로움은 보통 사람으로 덮는 것 같아서
김교수는 딱히 마음 없던 결혼마저 했었어
막상 집에 돌아오면 제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어
텅 빈 집안
쓸쓸하게 저를 휘감는 공기
어두컴컴한 집안에서 홀로 잠드는 그 하루하루가 덧없다고도 느껴졌지
그걸 보며 주변에서는 외로움이라 칭했고
그 외로움은 보통 사람으로 덮는 것 같아서
김교수는 딱히 마음 없던 결혼마저 했었어
101
그러나 결혼생활도 별다를 바는 없었어
딱히 많은 것을 기대한 선택은 아니었지만
그 속은 생각보다도 더 텅 비어있었어
집에 사람이 하나 더 는다고 해서 그 원천적인 외로움이 달래지지는 않았어
그건 아무래도 제 마음이 너무 얕았던 게 이유였겠지만...
결국 김교수는 또 다시 일을 택했더랬지
딱히 많은 것을 기대한 선택은 아니었지만
그 속은 생각보다도 더 텅 비어있었어
집에 사람이 하나 더 는다고 해서 그 원천적인 외로움이 달래지지는 않았어
그건 아무래도 제 마음이 너무 얕았던 게 이유였겠지만...
결국 김교수는 또 다시 일을 택했더랬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