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대는 익숙한 침대와 천장을 보며 눈을 떴음. 당연함. 스케줄 소강상태라 신재현 집에 왔거든. 그리고 몸을 일으켰는데...

?
묘하게 높이감이 이상함.
음.
?
목소리 왜 이래. 감긴가? 이 손은 뭐 팔은또아니뭐야내얼굴아닌
옆을 돌아봤음
노란 머리가 쿨쿨 자고 있슨.
X발이게뭐야
몸이 바뀐 #엋문
아니, 내 몸도 건장한 성인 남성인데 이렇게 쉽게 탈탈 털린다고?
살살 흔들었음. 그러자
으음… 후배님?
느릿느릿 눈을 뜨던 놈이 벌떡 일어났음.
…뭐지?
벙찐 얼굴이 방을 한 번 둘러보고는 상황 파악을 마쳤는지 표정을 갈무리했음.
응…
박문대는 대답하지 않았음. 신재현은 잠시 손을 쥐락펴락하더니 대뜸 쳐다봤음.
후배님 손 정말 작네요.
뭐 인마?
침대에서 일어나 몇 걸음 걷더니 한 마디 더 했음.
키도 정말, 작고요.
왜 거기다 쉼표를 둬서 강조하지? 나 키 178이다. 안 작아. 네가 무식하게 큰 거야.
신재현이 침실 문을 여니 콩이가 파다닥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음.
콩아.
그리고 콩이가 신재현을 무시하고 박문대에게 폭닥 안겼음. 평소 같았으면
그리고 박문대는 콩이 애비 몸으로 현란하게 콩이를 쓰다듬었음. 손이 크니까 털이 착착 더 잘 감기네.
…콩아. 네 아빠 여기 있는데.
미동 없는 콩이에
콩아.
박문대가 신재현의 몸으로 부르자 콩이가 귀를 쫑긋 세우곤 고개를 갸웃했음. 이게 아닌가. 음, 신재현은 어떻게 부르더라. 좀 더 부드럽게 끝음을 낮춰서.
콩이의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붕붕거렸음. 이게 맞나 보군.
한참 좋은 시간을 보내는데 벽에 기대선 신재현이 그를 불렀음.
후배님 몸이 된 기념으로 아침은 내가 할까요?
마음대로.
네에.
오늘은 좀 편하게 얻어먹어볼까, 생각하는 순간.
와장창쿠당탕탕!
이게 뭔데 미친.
야. 다쳤어?
황급히 나가보니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음. 좀 비싼 그릇 하나가 깨졌을 뿐.
이걸 왜 깨먹어. 아깝게.
곧바로 치우려는데 신재현이 박문대를 막았음.
위험해요.
…지금 나를 밀어내는데 내가 안 움직이는 거야? 힘 차이가 이렇게 난다고?
아. 지금은 이게 문제가 아니지. 수습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박문대가 다시 부엌 바닥에 쪼그려 앉았음. 신재현 몸으로 이러고 있으니 좀 웃겼음.
찬장에서 그릇도 제대로 못 꺼내는 거리감으로 어떻게 요리를 할 건데. 말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고 너나 나와. 괜히 내 몸 다치게 하지 말고.
그리고 박문대는 신재현의 몸으로 아침상을 차렸음.
***
나름 오전을 보내면서 알아낸 점이 있었음.
이쪽은 이쪽대로였지. 신재현의 몸으로 ㅍ_ㅍ 이런 표정을 지으면…
정말 무서워 보여요, 후배님. 표정 풀어요.
그렇게 웃지 마. 꼴 보기 싫어.
좀 웃고 살아요.
너 러뷰어 아니잖아.
네 앞에서는 안 웃을 건데. 박문대가 툴툴댔음.
그리고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음.
뭔 소리야? 너 일 없다며.
음. 내가 말 안 했었나.
네가 스케줄 있다고 했으면 안 왔겠지.
급하게 잡힌 거라 말을 안 했나 보네. 괜찮아요.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고. 나도 잠깐 나갔다 온다고 하고 갔을 거예요.
이런 X발. 왜 이런 시련이 주어지는 거냐.
그래도 좋은 건 있었음.
어쩔 수 없잖아요.
다음 앨범 컨셉 회의에 참여하게 되다니. 이거 다 알아내서 빼돌릴 거다.
브이틱의 모든 것을 알아내기 위해 박문대가 엋벅엋벅 걸어갔음.
잘 다녀와요.
응.
그래도 역시 이 몸으로 스킨십은 무리군. 인사만 하고 문을 열었음.
이제 집에 가려고 전화를 거는데 뒤에서 누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림. 노란머리여서 순간 콩이인 줄.
혀엉! 오늘 회사 왔네!
응, 회의가 있어서.
그랬구나! 어, 근데 형…
뭐, 뭔데. 왜 뜸을 들여.
오늘따라 좀 더 말랑해 보이네~!
말랑…? 이놈이 말랑…? 순간 당황한 박문대가 그저 웃어보였다.
어, 아닌가…
너는 왜 왔어?
박문대가 급하게 화제를 돌렸음.
그랬나 보군.
아, 그게 오늘이었구나.
으응. 어, 어, 연락 온다. 나 갈게! 형 잘 들어가!
응. 열심히 해, 채율아.
열심히 해봐라. 어차피 너네 컨셉은 내 손에 달려있거든.
음흉한 속내를 미소로 감추며 박문대가 차에 탔음.
잘 하고 왔어요?
응.
그리고 박문대는 멀찍이 떨어져 앉았음. 신재현이 그에게로 다가왔음.
왜 나 피해요?
아니, 내 몸을 피하는 거다. 넌 네 몸 보면서 애교부릴 수 있겠냐?
후배님은 문대 씨 얼굴 좋아하지 않았나.
넌 네 얼굴이 좋냐.
네.
할 말이 없다. 시세가 높긴 하니까…
아무튼 이 몸인 채로 꽁냥거릴 생각은 없다. 돌아오고 나서 뭘 하든가 해야지.
내일부터는 일 없어요.
어쩌라고. 부럽다고 해줘?
…? 이 X끼 설마.
어때요?
아니. 안 돼. 다가오지 마. 몸이 먼저인지 정신이 먼저인지 진지한 토론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몸이 돌아올 때까지 버틸 거다. 지금 상태로는 어떻게든 기분 나쁘다.
저리 가.
아쉽네.
뭐가 아쉬워 미친놈아.
보이면 좋겠지만 안…
아, 내가 보이네. 음.
신재현의 표정은 묘했음. 그러다가 점점 아쉬워하는 쪽으로 기울었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네요.
아하. 희소식이었음.
원래대로 돌아가면 가까이 가도 돼요?
아니, 안 된다. 절대 안…
아… X발…
다시 시야가 낮아졌음.
이 완력 차이를 어떻게 이길 거냐고.
후배님.
…왜.
역시 이렇게 보는 후배님이 더 좋네요.
실실 웃는 얼굴을 한 대 때리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지 못했음.
거짓말하지 마라. 안 아픈 거 다 안다.
박문대가 부러 주먹으로 그를 내리쳤음. 그러자 견디다 못한 신재현이 박문대를 번쩍 안아들었음.
야, 내려놔.
싫어요. 나 때린 벌 받아야죠.
이게 뭔 개소리야?
침대로 던져진 건 한순간이었음.
그리고 서로가 그리웠던 만큼 시달렸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