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엋문 …차단할까.

@xicesx
이스@xicesx
15 views Oct 02, 2026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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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엋문

…차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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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에 짜증 나게 하네. 망설임 없이 차단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알림이 재차 울렸다.

[VTIC 신청려 선배님이 사진을 보냈습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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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지 5분이 지나도 답이 없는 걸 보고는 차단할 걸 알았군. 차단하지 말라고 개 사진을 이용하다니, 참 한결같이 영악한 놈이다.
일단 답장은 해줬다. 개 사진을 보내줬으니까, 정상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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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누가 너한테 이런 문자를 보내냐? 개소리를 해라, 개소리를. 네 개 옆에서 같이 개소리 내면 되겠네.
근데 왜 내 연락을 씹지. 뭘 하고 있…

[VTIC 신청려 선배님이 사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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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전송 버튼을 누르고는 급하게 겉옷을 챙겼다.
어디 가냐고 묻는 멤버들에겐 대충 마실 나간다고 둘러 댔다. ...붙잡지 않는 걸 보니 대충 짐작한 것 같았다. 얼굴에 물음표를 30개쯤 띄운 김래빈 빼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놈의 집에 도착했다. 도어록을 멋대로 열려다 말고 벨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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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그리고 눈앞에 얌전히 앉아 꼬리를 날아갈 듯 흔들고 있는 놈의 개, 콩이가 보였다. 금방이라도 내게 달려들 것처럼 몸이 들썩였지만,

🔨 콩아. 안 돼.

제 주인의 목소리에 헥헥대기만 할 뿐이었다. 천재 강아지군. 아무래도 대회 같은 거에 내보내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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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발을 벗고 거실에 발을 들이자마자 일어난 개가 나를 쫄래쫄래 따라왔다. 신이 난 건지 조금 앞서가더니 소파 앞에 털썩 앉아서 나를 빤히 본다.
내가 매번 여기 앉아서 쓰다듬은 걸 기억하나.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개를 쓰다듬었다. 간만에 왔는데 원하는 만큼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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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우웅, 정체 모를 소리를 내며 신난 개가 내 손이 잠시라도 떨어질라 치면 고개를 부딪혀왔다.

🐶 알았어. 더 할게.

다리에 닿는 뜨끈한 온도에 더울 지경이었지만… 뭐 어쩌겠나. 해달라는데.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청려가 내 옆에 앉더니 고개를 내 어깨에 파묻었다.

🐶 …뭐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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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쓰다듬어달라고 시위하는 건가.
네가 개냐? 얼씨구.

🐶 비켜. 무거워.
🔨 …나 보러 온 거 아니었어요?

당연히 아니지. 너는 차단 받아 마땅한 놈이었는데 개 때문에 온 거다.

🐶 절대 아니지.
🔨 내가 아니라 콩이랑 사귀는 거였나.

나를 이상한 인간으로 만들지 마라.
그냥 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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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할 가치를 못 느끼겠군.

🔨 후배님.
🐶 뭐.
🔨 배고파요.

이건 또 뭔 소리냐. 너 밥 안 먹고도 일하는 영구기관 아니었냐?

🔨 콩이가 배고프대요.

그걸 누가 그렇게 말해, 미친놈.

🐶 얘 밥 안 줬어?
🔨 줬죠. 근데, 콩이가 지금 배고프다고 애교부리는 거예요.

이놈의 눈이 가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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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는 이 시간에 애교부리지 않는데, 무슨 일일까. 꼭 후배님한테만…

…나는 청려의 시선을 피했다.

🔨 후배님. 혹시 올 때마다 간식 줬어요?
🐶 애들 밥 하러 돌아가야 하니까 일어난다.
🔨 대답하고 가요.
🐶 싫다면.
🔨 안 보낼 건데.

순식간에 허리가 붙잡혔다. 다시 소파 위로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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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놈의 무릎 위에 앉게 되었다.

🐶 너 이러다 맞는다.
🔨 얼굴만 안 때리면 괜찮아요. ^^

죽이 되도록 패고 싶지만 참았다. 나는 지성인이니까.

🐶 놔 봐. 밥하게.
🔨 음?
🐶 나 밥 좀 먹자. 콩이도.

애들은 알아서 시켜 먹겠지. 내 밥이나 할란다.

🔨 …내 건요?

먹든가 말든가. 알 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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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인 놈을 두고 부엌으로 향했다. 익숙하게 조리도구를 찾고 냉장고를 여는데,
역시. 아무것도 없군.

🐶 나 부르기 전에 냉장고 채워놓으라고 했지.
🔨 오늘은 부를 생각 없었는데 후배님이 왔어요.

구라도 정도껏 쳐라. 나 꼬셔내려고 개 사진까지 찍어놓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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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장 보러 갈래요?

이게 목적이었나? 됐다. 무슨 구설수에 오르려고.

🐶 부르는 대로 시켜.

폰을 가리키면서 대충 뭘 시킬지 고민하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 아, 왔네.

이… 미친놈. 이미 시켜놨으면서 날 속여?
내가 지금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면 모자이크 처리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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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를 받고 대충 각을 쟀다. 당연하게도 풀떼기가 칠할 이상이었다. 이걸로는…
포케나 만들어 먹어야겠군.

완성했다. 정말 별 게 없었고,

🐶 자.

개가 먹을 것도 만들어주었다.
푸릇푸릇한 그릇을 보고 신재현도 만족한 것 같았다.

🐶 먹어.
🔨 나를 콩이 대하듯 하지 않아도 되는데, 후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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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개였으면 내가 널 더 좋아했을 거란 생각은 안 해봤냐.
🔨 하하! 사람으로 태어나서 서러운 건 처음이네요.

풀떼기를 집어먹던 놈이 귀신같이 현미밥을 옆으로 치웠다. …현미면 괜찮지 않냐.

🔨 지금도 나 충분히 좋아하잖아. 여기서 더 예쁨 받으려면… 내가 러뷰어가 되는 수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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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정확해서 할 말이 없다.

🔨 난 이 정도로도 만족해요. 콩이 핑계로 오고,

핑계 아닌데.

🔨 나를 위해서 좋아하지도 않는 채소 위주로 밥해주는 거라든가,

그건 재료가 그것뿐이라.

🔨 내가 뭘 해도 봐주는 점까지.

내가 봐주는 게 아니라 네가 나를…… 됐다.
처음 빼곤 처참하게 틀리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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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만 골라먹다가 최소한의 단백질만 섭취하곤 깨작거리던 놈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 후배님. 나 좋아하죠?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빤히 쳐다본다. 사람 체하게 하지 마라. 숟가락으로 포케를 푹푹 떠먹다 말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진짜 맛있네. 숙소 가서 해줘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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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생각해요?

우리 애들 밥 먹일 생각한다, 임마. 너는 먹였으니까 됐잖아.
신재현이 머리를 굴리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다시 웃었다.
좀, 사악한 미소 같은 건 기분 탓…

🔨 술 마실래요?

좋지. 이놈에게 없던 정도 생기겠군.

***

술기운이 올라온다. 딱 기분 좋은 상태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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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때쯤 되면 내가 좀 너그러워진다.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나를 끌어안든 물고 빨든 밀어내지 않는다는 거다.
물론 신재현은 내가 이런 상태일수록 떨어져 있는다. 한번은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자기가 실수할까 봐 그렇다나 뭐라나. 타이밍 더럽게 못 잡는다. 명석함은 갖다 팔아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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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동이 현저히 느려진 게 느껴진다. 눈꺼풀이 내 의지보다 한참 늦게 감기고 뜨인다. 시야도 좀 부옇다. 이러면 이놈 얼굴이 안 보이는데. 손을 들어 벅벅 문지르고 다시 떠도 흐리다. 재차 눈가를 비비려는데,

🔨 그만.

신재현이 내 팔을 붙들었다.

🔨 왜 그래요.
🐶 잘 안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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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까이 있을 테니까 눈 비비는 거 그만해요.

아니, 임마. 걍 안 보인다고. 일부러 시간 내서 너네 집 온 보람이 없다니까?
아무튼 내 옆에 딱 달라붙더니,
그게 끝이었다. 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끌어안고 난리치던 놈은 어디로 갔냐. 너 그놈이랑 다른 놈이지?

🐶 졸려.
🔨 들어가서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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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을 하네. 그러나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일어나지 못했다. 몸이 무거워.

🔨 …일으켜줘요?

이정도 눈치는 있군. 나는 놈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자연스레 신재현이 나를 들어올렸…
응?

🐶 내려놔.
🔨 안아달라는 거 아니었어요?

입꼬리를 말아올리는 게, 이거 분명 고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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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못 걸을 것 같은데. 내려줘?

맞긴 하다. 나는 버둥거리기를 멈추고 몸을 내맡겼다. 생각보다 승차감이 편안하군. 이대로 계속 걸으면 잠들 수도 있겠다.
안타깝게도 신재현의 집이 그리 넓지는 않아 금세 침대에 도착했다. 나를 살포시 내려놓더니 옆을 파고든다.

🐶 뭐야…
🔨 나도 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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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나를 품에 가둬버리는 게 아닌가. 더워, 더워!

🐶 놔.
🔨 안기기 싫으면 나 안아줘요.

왜 이렇게 칭얼거려. 네가 애냐. 따지고 보면 나보다 몇백 살은 더 먹은 놈이.
하지만 언급했듯 나는 술기운에 매우 무른 상태다. 그냥 얌전히 놈을 안았다. 허리를 감싸는 팔을 밀어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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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왔다고 어리광 부리나. 뭐, 이 정도는 받아줄 만하다.

🔨 잘 자요.

품 안에서 웅얼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말없이 놈을 토닥였다. 내 손이 점점 느려지다가… 아, 졸려. 잘래. 몰라.
이렇게 잔잔한 날도 있는 거지.

…이러려고 나한테 술 먹였나, 의심이 들긴 하지만.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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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쾌히 콩이 그림 사용을 허락해주신 이오(@ Ilio_125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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