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엋문 …차단할까.

어디 가냐고 묻는 멤버들에겐 대충 마실 나간다고 둘러 댔다. ...붙잡지 않는 걸 보니 대충 짐작한 것 같았다. 얼굴에 물음표를 30개쯤 띄운 김래빈 빼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놈의 집에 도착했다. 도어록을 멋대로 열려다 말고 벨을 눌렀다.
🔨 콩아. 안 돼.
제 주인의 목소리에 헥헥대기만 할 뿐이었다. 천재 강아지군. 아무래도 대회 같은 거에 내보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매번 여기 앉아서 쓰다듬은 걸 기억하나.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개를 쓰다듬었다. 간만에 왔는데 원하는 만큼 해줘야지.
🐶 알았어. 더 할게.
다리에 닿는 뜨끈한 온도에 더울 지경이었지만… 뭐 어쩌겠나. 해달라는데.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청려가 내 옆에 앉더니 고개를 내 어깨에 파묻었다.
🐶 …뭐 하냐?
네가 개냐? 얼씨구.
🐶 비켜. 무거워.
🔨 …나 보러 온 거 아니었어요?
당연히 아니지. 너는 차단 받아 마땅한 놈이었는데 개 때문에 온 거다.
🐶 절대 아니지.
🔨 내가 아니라 콩이랑 사귀는 거였나.
나를 이상한 인간으로 만들지 마라.
그냥 씹어야겠다.
🔨 후배님.
🐶 뭐.
🔨 배고파요.
이건 또 뭔 소리냐. 너 밥 안 먹고도 일하는 영구기관 아니었냐?
🔨 콩이가 배고프대요.
그걸 누가 그렇게 말해, 미친놈.
🐶 얘 밥 안 줬어?
🔨 줬죠. 근데, 콩이가 지금 배고프다고 애교부리는 거예요.
이놈의 눈이 가늘어졌다.
…나는 청려의 시선을 피했다.
🔨 후배님. 혹시 올 때마다 간식 줬어요?
🐶 애들 밥 하러 돌아가야 하니까 일어난다.
🔨 대답하고 가요.
🐶 싫다면.
🔨 안 보낼 건데.
순식간에 허리가 붙잡혔다. 다시 소파 위로 털썩…
🐶 너 이러다 맞는다.
🔨 얼굴만 안 때리면 괜찮아요. ^^
죽이 되도록 패고 싶지만 참았다. 나는 지성인이니까.
🐶 놔 봐. 밥하게.
🔨 음?
🐶 나 밥 좀 먹자. 콩이도.
애들은 알아서 시켜 먹겠지. 내 밥이나 할란다.
🔨 …내 건요?
먹든가 말든가. 알 바냐?
역시. 아무것도 없군.
🐶 나 부르기 전에 냉장고 채워놓으라고 했지.
🔨 오늘은 부를 생각 없었는데 후배님이 왔어요.
구라도 정도껏 쳐라. 나 꼬셔내려고 개 사진까지 찍어놓고는.
이게 목적이었나? 됐다. 무슨 구설수에 오르려고.
🐶 부르는 대로 시켜.
폰을 가리키면서 대충 뭘 시킬지 고민하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 아, 왔네.
이… 미친놈. 이미 시켜놨으면서 날 속여?
내가 지금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면 모자이크 처리될 뻔했다.
포케나 만들어 먹어야겠군.
완성했다. 정말 별 게 없었고,
🐶 자.
개가 먹을 것도 만들어주었다.
푸릇푸릇한 그릇을 보고 신재현도 만족한 것 같았다.
🐶 먹어.
🔨 나를 콩이 대하듯 하지 않아도 되는데, 후배님.
🔨 하하! 사람으로 태어나서 서러운 건 처음이네요.
풀떼기를 집어먹던 놈이 귀신같이 현미밥을 옆으로 치웠다. …현미면 괜찮지 않냐.
🔨 지금도 나 충분히 좋아하잖아. 여기서 더 예쁨 받으려면… 내가 러뷰어가 되는 수밖에 없겠지.
🔨 난 이 정도로도 만족해요. 콩이 핑계로 오고,
핑계 아닌데.
🔨 나를 위해서 좋아하지도 않는 채소 위주로 밥해주는 거라든가,
그건 재료가 그것뿐이라.
🔨 내가 뭘 해도 봐주는 점까지.
내가 봐주는 게 아니라 네가 나를…… 됐다.
처음 빼곤 처참하게 틀리는군.
🔨 후배님. 나 좋아하죠?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빤히 쳐다본다. 사람 체하게 하지 마라. 숟가락으로 포케를 푹푹 떠먹다 말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진짜 맛있네. 숙소 가서 해줘야겠군.
우리 애들 밥 먹일 생각한다, 임마. 너는 먹였으니까 됐잖아.
신재현이 머리를 굴리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다시 웃었다.
좀, 사악한 미소 같은 건 기분 탓…
🔨 술 마실래요?
좋지. 이놈에게 없던 정도 생기겠군.
***
술기운이 올라온다. 딱 기분 좋은 상태라는 거다.
물론 신재현은 내가 이런 상태일수록 떨어져 있는다. 한번은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자기가 실수할까 봐 그렇다나 뭐라나. 타이밍 더럽게 못 잡는다. 명석함은 갖다 팔아먹었나.
🔨 그만.
신재현이 내 팔을 붙들었다.
🔨 왜 그래요.
🐶 잘 안 보여서.
아니, 임마. 걍 안 보인다고. 일부러 시간 내서 너네 집 온 보람이 없다니까?
아무튼 내 옆에 딱 달라붙더니,
그게 끝이었다. 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끌어안고 난리치던 놈은 어디로 갔냐. 너 그놈이랑 다른 놈이지?
🐶 졸려.
🔨 들어가서 자요.
🔨 …일으켜줘요?
이정도 눈치는 있군. 나는 놈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자연스레 신재현이 나를 들어올렸…
응?
🐶 내려놔.
🔨 안아달라는 거 아니었어요?
입꼬리를 말아올리는 게, 이거 분명 고의다.
맞긴 하다. 나는 버둥거리기를 멈추고 몸을 내맡겼다. 생각보다 승차감이 편안하군. 이대로 계속 걸으면 잠들 수도 있겠다.
안타깝게도 신재현의 집이 그리 넓지는 않아 금세 침대에 도착했다. 나를 살포시 내려놓더니 옆을 파고든다.
🐶 뭐야…
🔨 나도 졸려요.
🐶 놔.
🔨 안기기 싫으면 나 안아줘요.
왜 이렇게 칭얼거려. 네가 애냐. 따지고 보면 나보다 몇백 살은 더 먹은 놈이.
하지만 언급했듯 나는 술기운에 매우 무른 상태다. 그냥 얌전히 놈을 안았다. 허리를 감싸는 팔을 밀어내지도 않았다.
🔨 잘 자요.
품 안에서 웅얼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말없이 놈을 토닥였다. 내 손이 점점 느려지다가… 아, 졸려. 잘래. 몰라.
이렇게 잔잔한 날도 있는 거지.
…이러려고 나한테 술 먹였나, 의심이 들긴 하지만.
-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