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게 후회물 #엋건 #청려건우 👤여보세요. 신재현 애인분 맞으세요? 📷...헤어졌는데요 👤예? 아, 헐. 죄송합니다!...

👤여보세요. 신재현 애인분 맞으세요?
📷...헤어졌는데요
👤예? 아, 헐. 죄송합니다!
📷아뇨, 무슨 일로...
👤그, 얘가 지금 취해가지고 데리러 와주실 수 있나 하고... 애인이라 저장돼있어서 애인분이신줄...
📷...거기 어딘데요?
👤예? 아, 오시게요?
📷네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 어느 순간 필름이 끊겼고, 정신을 차렸을 땐 침대 위였는데... 자기 방이 아니라 모텔이었고, 옆에는 신재현이 있었음
그렇게 자괴감에 젖어서 둘 다 성인이고 먼저 키스한 건 쟤니까 좋게 넘길까. 그런 생각하는데 신재현이
하면서 처연하게 눈 내리깜. 아니 네가 먼저 키스했잖아... 네가 박았잖아... 어이없는데 또 얼굴 보니까 양심이 네가 사람 새끼냐며 지랄을 떨어대서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사귀게 됨
맨날 보다보니 객관적으로 이쁜 걸 넘어서 주관적으로 귀여워질 지경에까지 와버린 거임.
📷오늘 컨디션 별로야? 좋아하는 거 먹으러 갈래?
🫐...오늘 상태 별로인 거 어떻게 알았어요?
📷그냥 보이잖아
🫐...하하
보통은 몰라요 그런 거...
형이 날 너무 사랑하나봐요.
그럴 수도 있고. 뭐 먹을까. 아님 오랜만에 집에서 데이트할까?
...
왜 가슴 가려. 상태 안 좋은 애랑 어떻게 해보려 하겠냐.
술 취한 애는 괜찮고요?
아니, 네가 먼저 키스했잖아;; 술버릇 좀 고쳐라 아직까지도 그래
하하
류건우는 그게 어쩔 때는 어색하면서도 좋았어. 정말 가족 같았거든. 이런 관계가 자기한테 생길 거라고 상상해본 적도 없었는데...
그리고 그렇게 깨지지 않을 것 같던 관계는... 신재현이 복학하며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함
📷오늘도 바빠?
🫐네... 미안해요 형. 다음주로 미뤄야겠어요
📷내일은? 나 그때 시간 비는데
🫐그때는 팀플이 있어서...
너머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나중에 전화한다는 말과 함께 전화가 끊겼음.
📷(권태기인가)
오래 사귄 커플들의 필수관문 비슷한 그것. 스마트폰을 매만지고 있다가 전화를 걸어 식당 예약을 취소했음. 가려면 몇 주전부터 예약을 해야 하는 맛집이었음.
류건우가 한숨을 푹 쉬었음. 왜인지 요새 더 보기가 힘들어진 느낌이야. 신재현이 군대 있을 때는 꾸준히 연락도 주고받고 휴가때 항상 붙어있고 했는데.
📷...
뭔가 기분이 묘했음. 그야 4년동안 해온 연애에 권태기가 찾아온다니 누구라도 찝찝하지 않겠어.
그래도 류건우는 이 시기가 잘 지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음. 그럴 자신도 있었고.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안일하고 보편적인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기까진, 불행하게도 얼마 걸리지 않았지.
🫐형, 다음주 말인데요... 급하게 팀플이 잡혀서요. 혹시 약속을 좀 미룰 수 있을까요?
📷...또?
🫐네, 진짜 죄송해요...
적당히 알겠다며 전화를 끊은 류건우는 심경이 복잡함
📷...
너는 내가 '또?'라는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망설였는지 알까. 부담같은 거 주고 싶지 않아서. 나만 구질구질해지는 것 같아서.
📷...아니, 아니지.
뭔 한 마디 가지고 서운해하는 걸 눈치채. 보통 못하지, 그런 거. 좀 더 길게 통화했으면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봐줬을지도 모르잖아.
...이런 거에 위안가지는 내가 싫다.
[형이 날 너무 사랑하나봐요.]
돌아보면서 세상을 다 가진 듯 웃던 얼굴이, 요새 바쁘다며 멋쩍게 웃던 얼굴과 겹쳐보였음.
...내가 널 사랑해서 네가 안 괜찮은 걸 눈치챈거면,
그럼 너는?
너는 날 안 사랑해서, 내가 하나도 안 괜찮은 거 눈치 못 채나?
요즘 많이 피곤한가봐. 나도 나이가 나이잖아 재현아. 이 나이 되니까 주책맞게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그렇다고 지금이 안 행복하다는 건 아니고,
...그냥, 좀 지쳐서 그래.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그건 틀림없는데. 사랑이 지칠 수 있던가? 그런거던가? 나는 사랑이 질리기도 전에 다 떠나가서 잘 모르겠어.
나는 네가 많이 유일해. 옛날부터 그랬어.
아니면 다 이렇게 살아? 정말 다 이렇게 사나? 권태기 온 커플들은 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
📷...모든 연애가 이런 식으로 끝난다면, 그건 너무...
거지같지 않나?
류건우가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음. 어쩔까. 원래 거지같은 세상인걸.
내가 노력하면 뭐해. 넌 그대로인데.
류건우는 그런 생각을 했음. 여타 커플들이 지지고 볶다가도 마음 식어 이별하는 게 한 순간이라지만, 우리는 다를 줄 알았지. 그래, 인정하자.
근데 네가 날 그렇게 만들었다? 이 관계에 네 책임도 좀 있다고.
...그러니까, 그때만큼 날 사랑하진 않아도 돼.
그냥 나를, 나를 사랑하면 돼.
...그게 어려우면, 우리는...
🫐형, 미안해요. 정말 급한 일이라서요
📷아니야. 그럴 수 있지
너는 나한테 미안할 일이 되게 많다, 라는 생각이 드물게 들지 않았던 어느 날
왜 별로 아쉽지가 않지. 분명 몇 주 만에 잡은 약속인데.
버티거나 참거나의 경지를 떠나 신재현의 거절이 서운하지 않고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을 때, 류건우는 깨달았음.
아, 나는 생각보다 많이 지친 모양이라고.
너한테 더 이상 기대하지 못하게 됐다고.
무슨 준비?
헤어질 준비.
그냥, 한 번 금이 간 건 다시 돌아오기 어렵더라고.
그렇게 1개월 정도가 지난 어느 날. 류건우는 신재현과의 이별을 결심하게 됨
분명 신재현도 신재현만의 삶이 있을테고, 더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행복해질 자격이 있으니까.
📷더 좋은 사람 만나
그런, 드라마에서나 봤던 대사를 직접 읊으면서, 전혀 웃기지 않은데 웃음이 났던 것도 같고.
세상 모든 관계가 일방적이지는 않잖아. 아마 신재현도 나름의 노력을 했을거야. 정말 바빴겠지. 그런 걸로 거짓말 할 애가 아니니까. 내가 그런 확신을 가지게 해준 사람이니까.
너 예전에 여자친구 있었다며. 그럼 혹시 몰라. 내가 네 결혼식에 갈 날이 올 수도 있어. 그것도 너랑 나는 못하는거지.
너는 나한테 미안한 게 너무 많은 사람이고, 나는 너한테 못해주는 게 너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헤어졌다. 그걸로 끝인 이야기.
...이었어야 할텐데.
오랜만에 온 전화에 할 말이라도 있나 머뭇거리며 전화를 받았더니, 낯선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었음.
📷...헤어졌는데요
시간이 좀 지났음에도 여전히 뱉으면 가슴 한 쪽이 시려오는 문장을 내뱉었더니, 횡설수설하는 목소리가 들렸음.
📷아뇨, 무슨 일로...
👤그, 얘가 지금 취해가지고 데리러 와주실 수 있나 하고... 애인이라 저장돼있어서 애인분이신줄...
뒷말은 별로 들리지도 않았음. 신재현이 취했다고. 그 말에 심장이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음
류건우와 술을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입술을 맞대곤 했거든. 물론 그것 때문에 사귀게 되었지만, 애인된 입장으로 걱정되는 술버릇인 건 맞았지
마시고 싶을 때는 류건우와 대작을 했고, 류건우가 없는데 빼기 뭐한 상황에선 한 두잔만 홀짝이다 돌아왔어. 알려달라 한 적도 없는데 얼마나 마셨고 누구랑 마셨는지까지 줄줄이 보고하면서.
몇 번이고 입을 달싹이던 류건우는 결국 한숨을 쉬며 물었음
📷...거기 어딘데요?
👤예? 아, 오시게요?
📷네
그리고 도착한 류건우는 눈을 깜빡였음. 너무 경황이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여긴...
📷처음 만난 곳...
하루 스쳐지나갈 인연이 4년동안 지속될 수 있게 한 장소.
왜... 왜 하필 여기지. 모르지도 않을텐데.
첫만남을 떠올린 류건우의 속이 울렁거렸음. 제발.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단 말이야.
그 소란과 인파 속에서도 신재현이 너무 잘보여서. 테이블에 엎어진채라 얼굴은 안 보였는데도.
그 멀리서도 너인 걸 딱 알아봤다면...
뚫어져라 바라보던 신재현의 옆에 있던 사람이 손을 번쩍 들고 류건우의 이름을 불렀음.
그제야 고개를 돌리고 류건우가 눈을 크게 떴음. 신재현과 사귀고 나서 몇 번 같이 봤던 신재현의 동기였음.
👤어, 잠깐만요. 야! 야 일어나! 건우형 오셨다!
🫐거누형....?
👤그래 임마 건우형. 네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건우형 왔다고
웅얼거리던 신재현이 고개를 들었음.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몽롱하게 뜬 눈을 깜빡거리다가 류건우를 보더니 입꼬리가 귀에 걸린듯 웃으면서,
...하고, 헤실 웃는데.
잠시 말문이 막혀 우두커니 서있으니 동기가 일어나라며 신재현을 부축하고, 신재현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빠져나왔음
🫐나 보러 왔어요?
...맞는 말이긴 한데 왜 이리 속이 답답한지.
👤그, 안녕하세요
멋쩍게 웃는 얼굴. 신재현의 동기였음
📷...아뇨. 마침 전해줄 것도 있어서 잘 됐다 싶었어요
거짓말. 되도록 만나고 싶지 않았어. 좀 시간이 지난 후면 몰라도 지금은. 특히 여기서는. 뒷말을 삼킨 류건우가 어색하게 웃었음
📷신재현... 재현이가 뭔가 실수를 하지는...
가령 누구랑 키스했다던가. 말끝을 흐린 류건우가 침묵했음. 아, 나 꼴 진짜 우습네. 이미 헤어졌으면서 이런 걸 왜 물어보지
📷아뇨, 아뇨. 괜찮아요
👤...그으게 무슨 말씀이신지...
📷방금 말은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실언했네요 제가
👤그게 아니라... 그, 정말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어서요
주량 모르고 마셔대다가 흑역사 적립한 애들 사이에서 자기 혼자 잘만 자더라고요. 그게 그냥 죽을듯이 자는 것도 아니고, 깨우면 일어나고 필름도 안 끊기던데.
📷...신재현 술버릇이 그냥, 자는거예요?
그럴리가 없는데. 무심결에 뱉은 말이 허공에서 입김과 함께 바스라졌음. 그야, 그럴리가 없잖아. 걔가 그것 때문에 4년동안이나 나 없는 자리에서 술을 안 마셨는데. 또...
형 너무 좋아요, 사랑해요, 나한테 형밖에 없는거 알죠, 온갖 간지러운 말 다 하고, 헤실헤실 웃고...
[너 어제 술 마셨을 때 나한테 자기야, 라고 했는데]
[...내가요?]
[어. 기억 안나?]
[술에 취하지도 않았는데 왜 자기야 랬어]
[...술기운을 빌려야 할 수 있는 것도 있어서...]
아.
과거의 편린을 떠올린 류건우가 침음성을 뱉었음.
나 이쁘다고 한 거, 나 끌어안은 거,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한 거, 얼굴 맞대고 어떻게 조금이라도 안 이쁜 구석이 없냐고 웃은 거, 나한테 키스한 거 전부,
그냥 다 네가 하고 싶던 거였어?
처음부터?
👤...최근에 조금 바뀌긴 했지만...
꿈에서 깨어난 듯 눈을 번뜩 뜬 류건우가 고개를 돌렸음. 눈이 마주치고 아차한 얼굴이 된 신재현의 동기가 입을 꾹 다물었음
👤아니, 그, 죄송해요. 못 들은 걸로 해주시면 안될까요
📷아뇨
들려주세요. 저도 모르게 한 발짝 성큼 다가간 류건우가 끊어질 듯한 음성으로 내뱉었음. 제발.
👤그냥... 걔가 얼마 전에 술마시자고 저를 불렀거든요. 평소엔 몇 잔 홀짝이다 가는데 그땐 계속 달리더라고요. 그러다 결국 엎어지길래 취했구나 했는데 계속 뭘 웅얼거리길래 뭔가하고 들어보니까,
그러면서 걔가 그, 울어가지고...
머뭇거리며 덧붙여진 말에 류건우가 숨을 멈췄음.
📷...
[형, 자기야. 나 좀 봐요.]
[자기? 나 말하는거야?]
[그럼 여기 자기 말고 누가 더 있어요]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예쁘지?]
[취향이야?]
[완전요]
[네 취향이라 다행이네]
[그래요?]
[그래서 사귀고 있잖아]
[좋은 건 맞는데, 그거 때문에 사귀는 건 아니에요]
[그럼?]
[...딱히...]
[아니에요. 좋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나는 형이 다른 모습이라도 언젠가 형을 사랑하고 말았을 거에요.
[...너는 나를 너무 과대평가해]
[부담스럽나?]
[조금?]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 내가 좋아하는 건 형 자체거든요]
표현이 인색한 애는 아니었는데.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죽는병에 걸린것처럼 굴었는데.
그러고보면 신재현은 웃고 싶지 않을 때 웃는 그 특유의 습관같은 웃음을 걸친 얼굴로 타인을 대했지. 언젠가 멀리서 본 그 모습이 낯설어 부르길 주저했던 적이 있었는데,
[형, 나보러 왔어요?]
...하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이제서야 깨닫는 건데, 사실 깨닫기보다 실감하는 건데.
너한테도 나는 많이 유일했겠구나
지금도 그렇구나...
📷...
이상하지. 괜찮은 척엔 자신이 있는데, 입을 뗄 수가 없었음. 이 기분이 뭔지. 너무 아프다가도 기쁘고, 슬프고, 억울하고...
미안해서...
👤...이럴까봐 말 안 하려고 한 건데... 죄송해요
📷아뇨, 아뇨
얘기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별 거 아니에요. 그냥...
그때, 가게 문이 딸랑거리며 열리는 소리가 들렸음. 시선을 측면으로 내리던 류건우는 그 소리에 눈을 정면으로 돌려 동기의 너머를 바라보았고, 그 순간
붉은 눈가로 제 쪽을 빤히 응시하는 신재현과 눈이 마주쳤음
말을 멈춰야 하는데. 이 거리면 다 들릴텐데.
그럼에도 생각보다 빨리 열린 입은 무의식 중 자신도 자각하지 못했던 가장 깊은 부분을 입밖으로 내뱉고 있었음
🫐...
📷...보고싶어서...
아. 신재현의 얼굴을 보던 류건우가 입을 꾹 다물었음. 저 얼굴을 본 적이 있는데. 헤어질 때.
웃으며 울던가. 울며 웃던가. 웃듯 울던가. 울듯 웃던가...
물이 뺨을 타고 흐르고, 류건우가 숨을 멈췄음.
우는구나.
내가 널 울렸구나.
📷...오랜만이네
🫐네
오랜만이네요. 웅얼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허공에서 흩어지고, 류건우가 입술을 꾹 깨물었음
신재현은 눈을 두어번 정도 깜빡이다가, 이내 아까와 같은 목소리로 덤덤히 말했음
🫐아뇨
순간 포커페이스가 깨질 뻔 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선...
📷...그래?
라고 말하고, 또 잠시간의 정적. 차가운 공기를 신재현의 목소리가 뚫었음.
🫐형은요?
형은 잘 지냈어요?
류건우의 얼굴을 빤히 보던 신재현이 툭 내뱉어
🫐거짓말
📷...
🫐...여전히 연기에는 재능이 없으시네요
알아줬으면 할 때는 모르더니, 왜 이제서는 그리도 잘 알아채는지.
류건우가 옅은 한숨을 쉬며 걸음을 멈췄음.
📷가져가. 네 코트. 전에 왔을 때 두고 간 거
📷...이거 전해주려고 온 거야. 다른 뜻 없어
여기서 네 집 안 머니까, 혼자 갈 수 있잖아
📷...걸치고 가. 추위 많이 타잖아
신재현의 눈이 일렁였음.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지만, 맞춰오는 시선은 없었음
🫐미안해요
그 정도 거리에서 들으라고 작정한 듯 선명한 목소리였음. 류건우의 발길이 우뚝 멈춰섰음.
그냥 지난 일이라고 둘러댄 뒤 떠나면 될 일인데, 그런데...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오히려 미안한 건-
📷...뭐가. 뜬금없이...
🫐오랜만에 잡은 약속 파토낸 거, 안 괜찮은 거 눈치 못 챈 거, 소홀했던 거, 형한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거. 전부 다요
📷괜찮아. 이미 끝난 일이잖아
이게 맞을 거야. 널 위해서도, 날 위해서도.
🫐전 끝내고 싶지 않아서요
📷...
🫐...형
우리 다시 만나면 안 돼요?
기어코 듣게 된 말에 류건우의 가슴이 철렁했음.
아, 이래서. 이래서 널 가급적 보고 싶지 않았는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잖아
🫐저도 간단하게 얘기하는 게 아닌데요
📷너 지금 취했어. 다음에 얘기하자
🫐다음 언제요?
류건우가 인상을 찌푸렸음. 뒤돌고 있는 탓에 얼굴이 안 보인다는 게 다행이었음. 울 것 같았거든
네가 아직 세상을 덜 살아서 그래. 세상에 좋은 사람이 참 많다? 너는 나보고 좋은 사람이랬지만, 사실 그게 아니야. 내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면 널 더 이해했줬을거야. 상처주지 않았을거야.
그러니까 널 울리는 사람 말고 웃게 하는 사람한테 가
아. 분명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 않음에도 류건우는 어쩐지 신재현의 표정을 짐작할 수 있을 거 같았음.
목소리에 도저히 모른 척 할 수 없을 정도의 물기가 서려 있었거든
류건우의 가슴이 욱신거렸음. 신재현은 다시 한 번 그를 불렀음. 형.
📷...
🫐저도 나름대로 노력해봤어요. 형 잊으려고. 그게 내가 지금껏 해본 모든 것 중에 가장 어려웠어요.
이어지는 신재현의 목소리는 그를 불렀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담담했지만, 와중에도 미처 감추지 못한 떨림이 느껴졌음
📷...
🫐...근데요 형. 뭘 하는 와중에도 형이 생각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이별하면 술을 마시잖아요. 그래서 나도 마셔봤는데, 그것마저 안되더라고요. 4년 내내 술은 형하고만 마셨으니까...
나는 형이 전부인데. 전부가 됐는데. 담담한 척 하려 했지만 앓는 듯한 목소리였음. 류건우의 눈이 일렁였음.
🫐...형은 내 생각 안 났어요?
📷...
🫐...단 한 번도?
다 그렇게 살잖아. 영원한 건 없잖아. 세기의 사랑도 언젠가 식고, 끝나고, 이별하고. 그러면서 다 잘만 살잖아. 너도 그렇게 괜찮아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없는 너는 다른 사람 곁에서 웃고,
...네가 없는 나는...
류건우는 결국 쥐어짜는 목소리로 답했음. 났어. 네 생각. 계속 났어. 내 세상이 온통 너였어. 그런 뒷말은 애써 꾹 눌러담으면서.
그때, 소매자락을 휙 하고 잡아오는 손길이 있었음. 류건우는 고개를 돌렸고, 그때서야 신재현을 마주봤음
📷...뭐?
🫐다시 안 사겨도 괜찮아요. 같이 살아요
나한테 사랑한다고 안 해도 괜찮아요. 그냥 내 눈이 닿는 곳에 있어줘요.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류건우가 가늘게 뜬 눈으로 신재현을 응시했음. 아무리 봐도 진지한 얼굴이 들어찼음
🫐...그렇게라도,
그렇게라도 옆에 있고 싶단 말이에요. 신재현이 울었음. 간간히 훌쩍거리고, 소매를 쥐지 않은 다른 쪽 손으로 벌건 눈가를 비비적거리면서. 류건우가 입술을 꾹 깨물었음
뭐 그런 게 다있어. 전애인과의 동거라니. 근 1년간 들은 말 중 제일 황당한 소리였음
헝클어진 머리, 진동하는 술냄새, 부은 눈가, 빨간 얼굴, 훌쩍거리는 소리... 그런 것들이, 평소에 보던 모습과는 거리가 많이 멀었는데.
덩치가 산만하면서도 차마 손을 못 잡고 소매만 꾹 움켜잡는 게, 조용히 올려다보는 눈빛이, 널 구성하는 그 모든 게 아직까지도 너무 애틋해서...
📷그만해. 눈가 다 헐겠다
🫐...형
자신을 멍하니 올려다보는 신재현을 보고 류건우는 옅은 한숨을 쉬었음
아무래도 나 단단히 좆됐나 봐.
📷재현아
나랑 결혼할래?
📷아니 뭐, 싫음 말고. 그냥 말해본거야.
류건우가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거리자, 신재현이 본능적으로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음
🫐아뇨. 좋아요
📷그, 고민은 좀 해보는 게 어떨까...
🫐아뇨. 제가 왜 사치스럽게 고민같은 걸 해요?
이때다 싶어 말을 줄줄 잇는 신재현의 모습에 류건우가 헛웃음을 뱉었음. 지금 제정신 아닌 거 같은데...
류건우가 신재현의 두 손을 깍지 껴서 잡았음. 서늘한 두 손이 겹쳐지고, 신재현이 놀라 퍼뜩 눈을 떴음
🫐...형
📷그래
🫐진짜요? 진짜에요? 정말 우리 다시 사겨요?
📷...네가 원한다면...
슬금 시선을 피하는 류건우를 보고 신재현이 숨을 들이켰음
신재현이 류건우를 꼭 끌어안았음. 순식간에 손이 어정쩡한 허공에 놓이게 된 류건우가 눈을 끔뻑였음
🫐내가... 내가 진짜 잘할게요...
📷...내가 상전도 아닌데 뭐
🫐괜찮아요. 고마워요...
류건우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신재현을 마주 끌어안았음.
🫐네
📷...내가, 내 생각보다 널 더 많이 좋아했나봐
📷너도 내 생각보다 날 더 많이 좋아해줬고
📷그래서 고맙고... 미안해
류건우가 입을 달싹이며 신재현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음
📷쉽게 포기해서. 상처줘서.
🫐...
📷그리고 그런 주제에 다시 한 번 욕심을 내서...
📷그래서, 많이 미안해
조용히 류건우를 끌어안고 있던 신재현이 팔에 힘을 풀고 제 쪽으로 기운 류건우의 팔을 지탱했음. 둘의 눈이 마주쳤음. 둘 다 눈가가 붉디 붉었음
무슨 말? 알잖아요. 시선이 오가고, 감정이 오가고, 온기가 오가고. 류건우가 입을 뗐음
📷사랑해
신재현은 그제서야 웃고는, 류건우의 양어깨에 팔을 걸치고 목을 끌어안았음
...지금은 안 취했지?
네
멀쩡해요. 귓가에 속삭이듯 하는 말에 건조한 입술이 호선을 그리고, 바람 빠지듯 웃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아스팔트 보도 위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겹쳐지고...
돌고 돌아 행복해진 연인이 가로등 아래에서 웃었다
아마 소설체로 다듬어서 포타에 발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르케 되면 에필로그? 외전? 같은 느낌으로 뭐라도 더 첨부할 예정(많관부)
여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여기까지 어떻게 왔네요... 결말이 만족스러우실지 모르겠지만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