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여행가는 박문대. "휴가 일주일 동안 여행 다녀오려 합니다." "호,혼자..?" "응."...

"휴가 일주일 동안 여행 다녀오려 합니다."
"호,혼자..?"
"응."
"오~ 혼자 여행 재밌지. 어디로 갈건데?"
"비밀."
"무,뭐?"
박문대는 혼자 속으로 웃었다.
"혼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갈거야. 그니까 찾지마."
"치안 괜찮은 곳이고, 총기소지 불법이며, 의료시설이 잘 되어있는 곳이니까. 걱정 마세요."
"문대문대 그럼 바다 보는 거야?"
"글쎄."
물론 실패했다. 그래서 이번엔 박문대의 짐을 유심히 살펴봤다.
"완전히 겨울 옷이나 여름 옷은 아닌 것 같아요. 간절기 수준?"
"그럼.. 유럽인가.."
"! 그럼 유럽 맞는 것 같은데?"
하지만 유럽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고 해외다 보니 여행지가 무수히 많았다. 결국 멤버들은 박문대를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
"문대문대.. 연락.. 해줄거지..?"
"할거야. 간간히."
"다녀와서 보여드릴게요. 카메라 가져갈 거라. 그게 더 잘 보일 거에요."
역시나 방어가 상당했다.
(면허 땄다는 설정)
짐은 몇개 안챙겼다. 일주일치 옷이랑 카메라 정도. 그리고 지갑. 이건 중요하지.
"뭐 먹지.."
매번 누군가와 함께였기에 타인에게 맞춰주느라 선택권을 쥔 적이 오랜만이었다. 물론 뭘 먹어도 상관없었으니까 그랬지만.
키오스크로 가 라면과 밥을 주문했다. 티켓을 받고 번호가 호명되길 기다렸다.
"저.."
"박문대.. 맞죠..?"
모자와 마스크를 썼는데도 알아보는게 신기했다. 하지만 더 알려졌다간 힘들어질테니 박문대는 입가에 손을 가져갔다.
"네, 맞아요. 혼자 여행 온 거라 혹시 비밀로 해주실 수 있을까요?"
"헉, 네넵. 팬이에요.. 이말 하고 싶었어요."
"좋아해줘서 고맙습니다."
(*현실고증 잘 안됨*)
"고양이 섬?"
5시간 정도 달리니 배를 탈 수 있는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다행히 사람은 별로 없었다. 터미널에 주차를 하고 배편을 구했다.
숙박하게 된 집으로 가 짐을 풀고 카메라를 들어 다시 나왔다.
"사진 찍어도 괜찮을까요?"
"상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날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기뻤다. 오롯이 류건우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낚시꾼과 고양이를 한컷 찍고 다시 이동했다.
"네. 일주일 정도 머무르려고요."
"오래 머무는 사람은 또 처음이네. 종종 놀러와요. 우리집에 귀여운 고양이들 있어!"
"네, 감사합니다."
박문대는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걸었다. 절벽이 보였다. 반은 절벽이, 반은 바다가 보이도록 사진을 찍었다.
"저기 노는거여."
"그런가요."
"새끼 때부터 친했어."
확실히 분위기가 험학하다거나 이빨을 세우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네."
"보내줄 수 있어?"
"핸드폰 번호 알려주시면 제가 다음주 중에 보내드릴게요."
"여기."
일반인의 번호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웬만하면 받지 말아야할 것 중 하나였지만 이 번호는 왠지 마음이 편했다. 박문대는 고양이들을 보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또 사진 찍으러 가는거여?"
"네."
"사진 기사라도 되는가 보구만."
"예전에 했었거든요."
"혹시 괜찮으면 마을사람들 고양이 좀 찍어주게. 아주 좋아할거야."
"그럴게요."
어쩌다보니 의뢰를 받아버렸다. 사람이 아닌 동물 사진.
어제와는 반댓길로 걸었다. 걷다보니 마을회관이 있었다. 그곳을 바라보니 어르신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대화 주제가.. 고양이네.
"어제 그 청년 아녀?"
"맞아요."
"이 청년 좀 봐. 아주 잘생겼어."
"아이고, 어리구만."
"자네는 여기 무슨 일로 왔는가?"
"어디서 묵고?"
"배 내리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들어가면 나오는 숙박집에서 묵고 있어요."
"그집 아저씨 참 친절하시지."
"안그래도 마을 고양이 좀 찍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거 좋은 소리구만! 찍어서 보내줄 수 있어?"
"뽑아서 주시는게 좋을 것 같네. 여기 노인네들한테 너무 어려워."
"그럴게요. 혹시 댁에 사는 고양이 사진 있으시면 말해주세요. 찾아갈게요."
한창 이야기를 하다가 낮이 되자 마을회관을 떠났다. 고맙다는 배웅을 뒤로하고 섬의 둘레길을 걸었다.
"그 고양이는 자네 아이인가?"
"!"
"놀래킬 생각은 없었네. 아이가 날 보고 울며 따라오라는 듯이 하길래 말이야."
"저도 여행객이라서 고양이의 주인이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자네를 걱정한 것 같은데. 떠나기 전까지라도 잘 돌봐주게."
"네.."
고양이를 연신 쓰다듬고 있던 사이 어르신은 저 멀리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나랑 갈래? 근데 오래는 같이 못 있어줘."
고양이는 와웅 소리를 내며 울더니 앞장서기 시작했다.
"처음보는 아이인데..."
"그럼 버려진게 맞나 보네요."
"뭐, 여긴 이런 일이 흔하니까. 그냥 마을 사람들끼리 챙기는 거지."
"치즈랑 먼지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치즈랑 먼지요?"
"그려. 저 아가들 이름이지. 딱이지 않수?"
들기만 해도 모습이 연상되는 이름이었다.
"그럼 어서 저녁이나 들자고."
평소와 같은 밥이었지만 더 맛있게 느껴졌다. 너도 이런 기분일까, 고양아.
"청년, 어서오게!"
"실례합니다. 고양이는 어디있나요?"
"우리 방울이는 저기 누워있지."
이름이 방울이인 아이는 목에 방울을 달고 처마에 앉아있었다. 삼색의 털이 멋드러진 아이였다.
"우리 방울이 이쁘지?"
"네. 무척이요."
사진을 몇장 찍고 다른 집으로 향했다. 그 집은 새끼 고양이들이 많았다. 딱 일곱마리라 무지개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얘네를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려."
시간이 흐르는 것도 모를 정도로 무엇하나 놓칠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네. 저도 눈을 못 뗄 것 같아요."
또다시 다른 집으로 향했다. 이번엔 강아지도 있었다.
이름이 애기인 고양이는 이 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걸로 추정되고 있는 아이였다. 여태 만나온 고양이들과 다르게 털이 빠져있고 말라 있었지만 한없이 작은 풍체였다.
종이 다름에도 관계에는 한계가 없다는 걸까. 강아지와 고양이가 친구라니. 잘 생각나지 않는 모습이지만 이 둘을 보고 있으면 왜 친해졌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둘 모두 조용하고 얌전한 모습이었다.
"할머니, 오늘 사진 기사 오셨다면서요?"
"아, 안녕하세,...어..어?"
아무래도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난 것 같았다.
"박문대..? 맞죠..?"
"네, 맞아요."
"헐..헐.."
"허이고 저 아가 왜 그럴까. 소란스럽게 해서 미안혀요. 원래 저런 아가 아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