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여행가는 박문대. "휴가 일주일 동안 여행 다녀오려 합니다." "호,혼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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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views Oct 07, 2026 ~9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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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여행가는 박문대.

"휴가 일주일 동안 여행 다녀오려 합니다."
"호,혼자..?"
"응."
"오~ 혼자 여행 재밌지. 어디로 갈건데?"
"비밀."
"무,뭐?"

박문대는 혼자 속으로 웃었다.

"혼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갈거야. 그니까 찾지마."
2
박문대는 휴가 5일 전부터 짐을 싸기 시작했다. 멤버들은 혼자 여행은 위험하지 않겠냐, 그러다 아프면 어쩌냐는 등의 말로 박문대를 설득하려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치안 괜찮은 곳이고, 총기소지 불법이며, 의료시설이 잘 되어있는 곳이니까. 걱정 마세요."
3
휴가 2일 전 멤버들은 박문대가 어디로 가는지라도 알기 위해 질문 공세를 펼쳤다.

"문대문대 그럼 바다 보는 거야?"
"글쎄."

물론 실패했다. 그래서 이번엔 박문대의 짐을 유심히 살펴봤다.

"완전히 겨울 옷이나 여름 옷은 아닌 것 같아요. 간절기 수준?"
"그럼.. 유럽인가.."
4
"어제 문대형이 옷장에서 겉옷 보는 걸 봤습니다!"
"! 그럼 유럽 맞는 것 같은데?"

하지만 유럽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고 해외다 보니 여행지가 무수히 많았다. 결국 멤버들은 박문대를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

"문대문대.. 연락.. 해줄거지..?"
"할거야. 간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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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많이 보내!"
"다녀와서 보여드릴게요. 카메라 가져갈 거라. 그게 더 잘 보일 거에요."

역시나 방어가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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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해외를 생각하고 있는데 박문대는 귀찮고 시간 아깝게 비행기 탈 생각 없었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알차게 혼자 시간을 즐겨야 하니까. 뭐든건 효율적으로.
(면허 땄다는 설정)
짐은 몇개 안챙겼다. 일주일치 옷이랑 카메라 정도. 그리고 지갑. 이건 중요하지.
7
박문대는 차를 타고 출발했다. 어디로 가볼까. 바다? 산? 이왕이면 인적이 드물고 사진찍기 좋은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다행히 휴가가 비수기에 출발 날짜가 월요일이었으니 대부분 마음에 드는 장소일 것 같았다. 섬으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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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남쪽으로 향했다. 그쪽에 섬이 많거든. 남해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휴게소를 발견해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뭐 먹지.."

매번 누군가와 함께였기에 타인에게 맞춰주느라 선택권을 쥔 적이 오랜만이었다. 물론 뭘 먹어도 상관없었으니까 그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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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 오면 뭘 먹지. 라면? 우동? 칼국수? 어째 생각나는게 죄다 면 요리였다. 오랜만에 라면을 먹어볼까. 한동안 건강관리와 다이어트를 한다고 라면을 먹지 못했다. 그럼 오늘은 라면.
키오스크로 가 라면과 밥을 주문했다. 티켓을 받고 번호가 호명되길 기다렸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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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박문대.. 맞죠..?"

모자와 마스크를 썼는데도 알아보는게 신기했다. 하지만 더 알려졌다간 힘들어질테니 박문대는 입가에 손을 가져갔다.

"네, 맞아요. 혼자 여행 온 거라 혹시 비밀로 해주실 수 있을까요?"
"헉, 네넵. 팬이에요.. 이말 하고 싶었어요."
"좋아해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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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좋게 번호가 호명되어 팬에게 인사를 하고 음식을 받았다. 라면의 매운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다시 테이블로 돌아가니 팬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 커뮤니티에 올라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여행지를 알지 못하니 상관없을 것 같았다. 남해를 다 뒤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현실고증 잘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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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먹자 매콤했다. 불량식품을 먹는 듯한 기분에 웃음이 나왔다. 예전엔 툭하면 끓여먹던 라면인데 이제는 몰래 먹다니. 웃기지 않고서야. 라면을 다 먹고 밥까지 알차게 말아 먹었다. 편의점에 들러 물과 커피를 사고 다시 차에 탔다. 핸드폰으로 냄해 섬을 검색했다.

"고양이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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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니 전라남도 고흥에 쑥섬이라는 섬이 있는데 많은 고양이가 그곳에 터를 잡고 있었다. 사진 찍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고흥으로 향했다.
5시간 정도 달리니 배를 탈 수 있는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다행히 사람은 별로 없었다. 터미널에 주차를 하고 배편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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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배를 탈 때까지 쑥섬의 숙박을 알아보았다. 가격은 상관하지 않고 일주일치를 예약했다. 시간이 되어 짐을 들고 배를 탔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 맞게 된 바닷바람이 꽤나 시원했다. 두툼한 겉옷을 입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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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고양이를 안내하는 표지판 같은 것들이 있었고 길 거리마다 간식함이 있었다. 고양이는 가까이 가면 조심스레 달아나거나 멀리서 따라오기도 했다. 곁을 쉽게 주지 않는 모습이 좋았다.
숙박하게 된 집으로 가 짐을 풀고 카메라를 들어 다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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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좋은 곳을 찾아 헤매다 보니 부둣가에 가게 되었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다가 허락을 구했다.

"사진 찍어도 괜찮을까요?"
"상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날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기뻤다. 오롯이 류건우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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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모자와 마스크를 벗자 모자 안에 억눌리던 검은 머리칼이 바람에 휘날렸다. 박문대는 카메라를 쥐고 자세를 잡았다. 렌즈 안으로 시선을 두니 낚시꾼 옆에 앉은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낚시꾼과 고양이를 한컷 찍고 다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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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잘생겼네! 여행객이여?"
"네. 일주일 정도 머무르려고요."
"오래 머무는 사람은 또 처음이네. 종종 놀러와요. 우리집에 귀여운 고양이들 있어!"
"네, 감사합니다."

박문대는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걸었다. 절벽이 보였다. 반은 절벽이, 반은 바다가 보이도록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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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를 통해 사진을 확인하자 절벽 위에 고양이 세 마리가 함께 앉아 있었다. 삼색과 흑색 고양이가 몸집이 비교적 작은 노란색 고양이를 지켜주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카메라 렌즈가 아닌 맨 눈으로 고양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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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리 가다간 해가 져버릴 것 같아 산책은 이정도만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서는 끼니까지 해결해주는 덕에 사장님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곳에서도 고양이가 있었는데 어느날 찾아와서는 눌러 앉아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양이는 자갈이 깔려있는 마당에서 뒹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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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두었던 카메라를 다시 꺼내 고양이 두 마리를 찍었다. 주황빛이 도는 노란색 고양이와 잿빛의 고양이 두마리가 자갈 위에서 엎치락 뒷치락 싸우기 시작했다.

"저기 노는거여."
"그런가요."
"새끼 때부터 친했어."

확실히 분위기가 험학하다거나 이빨을 세우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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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은겨?"
"네."
"보내줄 수 있어?"
"핸드폰 번호 알려주시면 제가 다음주 중에 보내드릴게요."
"여기."

일반인의 번호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웬만하면 받지 말아야할 것 중 하나였지만 이 번호는 왠지 마음이 편했다. 박문대는 고양이들을 보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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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하게 일어나 씻고 또 카메라를 들어 밖으로 나갔다.

"또 사진 찍으러 가는거여?"
"네."
"사진 기사라도 되는가 보구만."
"예전에 했었거든요."
"혹시 괜찮으면 마을사람들 고양이 좀 찍어주게. 아주 좋아할거야."
"그럴게요."

어쩌다보니 의뢰를 받아버렸다. 사람이 아닌 동물 사진.
24
이 여행은 처음인게 많네.
어제와는 반댓길로 걸었다. 걷다보니 마을회관이 있었다. 그곳을 바라보니 어르신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대화 주제가.. 고양이네.

"어제 그 청년 아녀?"
"맞아요."
"이 청년 좀 봐. 아주 잘생겼어."
"아이고, 어리구만."
"자네는 여기 무슨 일로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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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입니다. 오랜만에 사진 좀 찍어볼까 하고 왔어요."
"어디서 묵고?"
"배 내리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들어가면 나오는 숙박집에서 묵고 있어요."
"그집 아저씨 참 친절하시지."
"안그래도 마을 고양이 좀 찍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거 좋은 소리구만! 찍어서 보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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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드릴 수 있어요. 전화번호 있으시면 거기로 사진 보내드리고 아니면 마을 주소로 사진 뽑아서 보내드릴게요."
"뽑아서 주시는게 좋을 것 같네. 여기 노인네들한테 너무 어려워."
"그럴게요. 혹시 댁에 사는 고양이 사진 있으시면 말해주세요. 찾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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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박문대에게 집 주소를 알려주었다. 물론 진짜 주소가 아니라 언덕 위 파란집, 절벽 맞은 편 집처럼 추상적이게 알려주었지만 잊지않고 기억해 두었다.
한창 이야기를 하다가 낮이 되자 마을회관을 떠났다. 고맙다는 배웅을 뒤로하고 섬의 둘레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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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 곳에 당도했을 때는 무엇을 찍어야할지 몰랐는데 이제는 확고한 주체가 생겼다. 고양이. 고양이를 찍어야 했다. 어떻게 찍을까 어떤 모습이 좋을까 고민하며 걷다가 신기한 고양이를 발견했다. 눈은 오드아이에 털이 희고 긴 고양이는 길에서 접할 고양이는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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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들었던 말로는 여기에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그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사람 손을 탔는지 도로에 털썩 앉아 바라보고있던 내게 다가왔다. 무릎에 머리를 비비고 몸을 비볐다.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더 모르긴 하지만 이 행위가 만져달라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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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내려놓고 목 쪽을 만져주자 고개가 점점 올라갔다. 이 아이는 어쩌다 이곳에 왔을까. 어떤 삶을 살았을까. 전보다 더 행복한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도 손길 하나에 좋아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니 행복은 어렵지 않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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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은 타지의 여행객에게도 친절했으니 이 고양이에게도 친절할 것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고양이와 조금 멀리 떨어진 다음 다시 엎드려 카메라로 다가오는 고양이의 모습을 찍었다. 조금 꼬질하더라도 눈 만큼은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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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는 상처받지 않는 삶을 살기를, 네게 상처입힌 사람에겐 그만큼의 죄가 붙기를 바라며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다시 길을 떠났다. 뒤에서 쫓아오는 고양이의 기척이 느껴졌지만 무시하고 계속 걸었다. 어느새 뒤에서 따라오던 고양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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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보다가 산을 보고, 산을 보다가 바다를 보니 어느새 마을과 조금 떨어진 곳까지 와버렸다. 섬이 크진 않으나 작지도 않은 크기였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사는 탓에 사람 없는 곳이 있었다. 슬슬 겨울에 접어들 시기라 풀들의 기새가 한 풀 꺽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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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막무가내로 풀 사이에 누워버렸다. 이렇게 땅바닥에 누운 건 처음인데 꽤 만족스러웠다. 종종 한강에 가도 좋을 것 같았다. 자버렸다가 카메라가 없어지면 낭패였으나 그건 그거대로 여행의 낭만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
35
몸이 무겁게 느껴져 눈을 뜨니 한 쌍의 눈동자가 보였다. 아까 그 고양이였다. 하얀 오드아이 고양이. 아까 사라지더니 어딜 다녀온 건지 더 꼬질해져 나타났다.

"그 고양이는 자네 아이인가?"
"!"
"놀래킬 생각은 없었네. 아이가 날 보고 울며 따라오라는 듯이 하길래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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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배 위에 올라온 고양이의 등을 받치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저도 여행객이라서 고양이의 주인이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자네를 걱정한 것 같은데. 떠나기 전까지라도 잘 돌봐주게."
"네.."

고양이를 연신 쓰다듬고 있던 사이 어르신은 저 멀리 갈 길을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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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고민을 하다가 핸드폰으로 숙소 주인에게 연락을 넣었다. 길고양이를 만나게 되었는데 데려가도 좋을까요.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나랑 갈래? 근데 오래는 같이 못 있어줘."

고양이는 와웅 소리를 내며 울더니 앞장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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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도 모르면서 당당하게 걷는 태도가 퍽 웃겼다. 고양이와 함께 숙소로 귀가하자 주인은 사료를 내어주었다.

"처음보는 아이인데..."
"그럼 버려진게 맞나 보네요."
"뭐, 여긴 이런 일이 흔하니까. 그냥 마을 사람들끼리 챙기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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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집에 머물던 고양이 두 마리가 뉴페이스를 보고는 경계를 했다. 뭐랄까 싫어하는 기색은 없지만 먼저 다가가는 것도 없었다. 그와중에 흰 고양이는 사료를 다 먹었는지 연신 털을 가꾸기 시작했고 그러다 다른 고양이들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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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싸움이 날까 잠깐 긴장을 했으나 그것이 무색하게 흰 고양이는 다른 아이들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치즈랑 먼지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치즈랑 먼지요?"
"그려. 저 아가들 이름이지. 딱이지 않수?"

들기만 해도 모습이 연상되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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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는 경계심이 사라지고 호기심으로 바뀌었는지 흰 고양이를 바라보다가 슬금슬금 다가갔고 먼지는 그런 치즈를 말리려는지 툭툭 치면서 함께 다가갔다. 아이들이 냄새를 맞자 슬그머니 눈을 감고 있던 흰 고양이는 눈을 뜨고 아이들을 핥아줬다. 시작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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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것 같네요."
"그럼 어서 저녁이나 들자고."

평소와 같은 밥이었지만 더 맛있게 느껴졌다. 너도 이런 기분일까, 고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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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와 4일차 동안 섬 이곳저곳을 둘러다니며 떠도는 고양이들을 찍었다. 가끔씩 흰 고양이가 따라와 사진을 방해하기도 했다. 대체 어딜 돌아다니는 건지 안보이다가도 불쑥 튀어나오고 사라지고를 반복했다. 숙소 주인의 말로는 산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 같다는데 그래서 털이 꼬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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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에는 연락이 쌓여있었다. 잘 살아는 있는 거냐. 어떻게 연락 한 번을 안주냐. 어디로 간 건지 알려줄 수는 없냐.. 등등 많은 연락이 와 있었지만 그동안은 대꾸는 물론 읽는 것 조차 하지 않았다. 너무 연락을 안하다간 돌아가서 후폭풍을 맞을지도 모르니 지금 타이밍에 연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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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살아있다. 여유롭게 여행을 하는 중이다. 어딘지는 알려줄 수 없으나 꽤 즐거워하는 중이다. 사진 한 장을 보내주겠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고양이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사진은 다녀와서 보여주기로 했지만 고양이 사진 한 장으로는 지역을 특정할 수 없으니 상관없을 것 같았다.
46
5일차부터 마을 사람들의 집을 찾아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청년, 어서오게!"
"실례합니다. 고양이는 어디있나요?"
"우리 방울이는 저기 누워있지."

이름이 방울이인 아이는 목에 방울을 달고 처마에 앉아있었다. 삼색의 털이 멋드러진 아이였다.
47
천천히 다가가 손을 뻗자 냄새를 맡았다. 안전한 사람이라고 증명된 건지 손에 머리를 콩 박았다. 이 섬에서 지내며 몇가지 알게 된 것은 고양이는 경계가 많지만 그렇다고 애교가 적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머리를 쓰다듬다가 구름이 걷히며 햇빛이 들어나기 시작하자 서둘러 카메라를 들었다.
48
털이 햇빛을 만나 반짝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시골의 정겨운 분위기가 들어나는 처마가 방울이를 더 빛내고 있었다.

"우리 방울이 이쁘지?"
"네. 무척이요."

사진을 몇장 찍고 다른 집으로 향했다. 그 집은 새끼 고양이들이 많았다. 딱 일곱마리라 무지개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49
하지만 형제끼리 너무 닮은 탓에 이름을 알려줘도 누가 누구인지 쉽게 구분이 가질 않았다. 아이들이 모여있는 경직된 모습 보다는 마당을 활보하며 노는 모습을 찍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마당에 풀어 놓았다. 서서히 허리를 숙여가는 강아지풀을 가지고 노는 모습, 서로를 향해 달리는 모습.
50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즐거웠다.

"얘네를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려."

시간이 흐르는 것도 모를 정도로 무엇하나 놓칠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네. 저도 눈을 못 뗄 것 같아요."

또다시 다른 집으로 향했다. 이번엔 강아지도 있었다.
51
"요 놈은 손녀 강아지여. 구름이라고 하고 이 아가씨는 우리 애기. 나이는 좀 많지만 그래도 내 눈엔 아직 애기여."

이름이 애기인 고양이는 이 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걸로 추정되고 있는 아이였다. 여태 만나온 고양이들과 다르게 털이 빠져있고 말라 있었지만 한없이 작은 풍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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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랑 같이 있는 모습 좀 찍어줘. 둘이 친하거든."

종이 다름에도 관계에는 한계가 없다는 걸까. 강아지와 고양이가 친구라니. 잘 생각나지 않는 모습이지만 이 둘을 보고 있으면 왜 친해졌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둘 모두 조용하고 얌전한 모습이었다.
53
누구 하나 움직이면 가만히 있던 아이의 눈길이 다른 쪽으로 향하고 같이 있을 때면 몸 어디를 꼭 붙이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디스플레이를 바라보자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엉덩이가 붙어 떨어지지 않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할머니, 오늘 사진 기사 오셨다면서요?"
54
"어어, 이 청년이 우리 애기 사진 잘 찍어준다더라!"
"아, 안녕하세,...어..어?"

아무래도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난 것 같았다.

"박문대..? 맞죠..?"
"네, 맞아요."
"헐..헐.."
"허이고 저 아가 왜 그럴까. 소란스럽게 해서 미안혀요. 원래 저런 아가 아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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