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많은 걸 바라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쩌면 너무 큰 걸 바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헤어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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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블베님여보@goyo_rmfwoddl
34 views Oct 04, 2026 ~10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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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많은 걸 바라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쩌면 너무 큰 걸 바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헤어져요."
"......."

덤덤하게 말하는 걸 보자는 속에서 열불이 올라와야 하는데, 놀랍게도 아무 느낌이 안 들었다.
한 달, 아니 2주 전만 해도 속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2
"그동안 나름대로 충실했잖아요. 그렇죠?"
"...바람 핀 새끼가 입은 살아서."
"그래서 과거형이잖아요."

신재현의 저 담담함이 좋았었다. 차분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요란하지 않는 그런 점이 참 좋았다.

'..눈이 삐었었지.'
3
이런 순간에조차 미안함 대신 담담함을 담고 있는 눈동자가 뭐가 그리 좋았을까. ..아니지, 그 때는 나쁠만한 일이 없었으니까.

"제 의사표시는 되었는데, 답을 들을 수 있을까요?"

얘 근데 뭐 이리 당당하냐.
바람피고, 걸린 주제에. 카더라 소문으로 걸린 것도 아니고 내 눈에 보인 주제에.
4
너무 당당해서 아무 일도 없는 것 같다는 게 어이가 없다.
그래, 뭐, 지는 잘못 없다는데 어쩌겠어.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것을 빼낸다. 손가락에 딱 맞던 반지는 저항없이 빠져나왔고, 그것은 이윽고 그가 마시던 커피 속으로 던져졌다.
5
챙-도자기와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튀어오른 커피가 테이블과 신재현의 옷을 적셨다.

"..그러시던가."

박문대는 몸을 일으켰다. 더 얘기하는 건 시간낭비였다. 이쪽의 말은 들을 생각도 없고, 자기 사정을 말할 생각도 없는 놈을 데리고 뭐하러?
6
커피가 튀어 엉망인 옷을 한 번, 박문대를 한 번 바라보는 청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 했다.

"그러면, 집에 있는 물건은...."
"다 버려."
"...문대 씨."
"버리라고. 내가 굳이 네 집까지 가서 그걸 찾아올 이유가 없으니까 그냥 버려."
7
귀찮다는 기색을 가득히 담아 내뱉은 박문대가 아, 하고 생각났다는 듯이 덧붙였다.

"콩이한테 사준 건 건드리지 말고."

그건 네 거 아니니까, 하고는 박문대가 걸음을 옮긴다. 신재현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열었다.

"...그게 끝이에요?"
"그럼 쌍욕이라도 뱉어주랴? 그것도 아까운 새끼야, 넌."
8
짜증스럽게 말한 박문대가 아예 카페 밖으로 나가버린다. 신재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꽤나 복잡하게 시작했던 것에 비하면, 담박하다 못해 서늘한 끝이었다.

'왜 그랬냐고도 안 물어보네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물어봐줬으면 했는데.

-
9
박문대는 인상을 찡그리며 배를 문질렀다.
각오는 했지만 진짜 더럽게 아프네.
병원에서 처방받은 진통제를 입에 털어넣었다.

한 달 전에 병원에서 어처구니 없는 검사결과를 받았다.
무슨 희귀병이라면서, 전세계에서 수가 많지 않은 탓에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치료약도 치료법도 없단다.
10
내장 쪽에 생기는 문제인지라 손쓰기도 어려우니 최선은 입원을 해서..

.....씨발.

입원해서 경과에 따라 항생제랑 진통제 맞는 게 전부란다. 그것도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하...."

이제 좀 살만해졌는데.
11
아이돌도 그만두고, 빌어먹을 시스템에서도 벗어나고, 그간 벌어둔 돈으로 하고 싶은 거나 하면서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된대.

진통제 때문에 입안이 썼다.

-

박문대가 연락이 끊겼다.
12
테스타 해체 후에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던 멤버들조차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을 안 것은 헤어지고 한 달 쯤 지난 후였다.

-선배님도 모르십니까?
-...헤어져서요.
-예?

아니 그 많은 반대와 험악한 분위기를 뚫고 시작한 연애였잖아?...라고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한 말이 들리는 듯 했다.
13
-좀 더 얘기를..해봐야할 것 같은데, 도무지 연락이 안 되서.
-...저희도 지금 일주일 넘게 연락이 안 되는데요.

실연의 상처로 작정하고 잠수 타기 시작한 박문대라니, 자신이 알던 그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혹시 연락오면 내게도 알려줄래요?
-......문대가 괜찮다고 하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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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지만 어쨌든 선 하나는 만든 셈인가.
그 이상 뭘 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라 신재현은 우선 물러나기로 했다.

집에 돌아오니 타박타박 콩이가 다가와 헥헥거린다. 콩이도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게 됐다. 데려오고 나서 벌써 7년이 넘었으니까.

"오늘도 문대 씨는 못 데려왔네. 미안해, 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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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거리며 문대라는 말에 귀를 쫑긋하지만, 정작 아무도 없다는 걸 알아서인지 조금 시무룩해진다.
콩이가 보고 싶어해요.
마법의 문자였지. 화가났던 박문대를 단박에 집에 찾아오게 하는 문장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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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저도 실패했다. 아예 차단을 했는지, 콩이 사진도 콩이가 보고 싶어한다는 톡도 보질 않았다. 사라지지 않는 1이라는 숫자가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왜냐고 추궁이라도 하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따지기라도 하면, 변명이라도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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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에 대한 마음이 점차 식어가던 건 사실이다. 테스타의 멤버들의 따가운 눈총과 압박감을 이겨낼 정도로 불타오르던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잦아드는 게 느껴졌다.
처음엔 바람을 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불쑥 불쑥 올라오는 불안감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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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가,
그리고 그는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가.

그래서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어긋난 선택을 했다. 박문대보다 작지만 비슷한 느낌의 여성과 만났다. 박문대가 잠시 일이 있다며 소홀해진 틈에 한 실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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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실험. 감정적인 부분이라 확정하기에는 다른 요소가 많았지만 적어도 근접한 답은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실험.

-뭔 미친 소리야?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이 말을 듣자마자 진심으로 경멸할 박문대가 떠오른다. 그래,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이 봐도 미친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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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때는 그게 절실했다. 확답할 수 없는 감정이 마모되어가는 것 같아서, 그렇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리고 실험을 실패했다. 여자를 만나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고, 그걸 박문대에게 들켰을 때도 큰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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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라면, 오해라도 받을까봐 전전긍긍했었는데 그 감각이 없었다.

그래서 결론 내렸다.
아, 나는,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었고.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채는 데에 일주일이 좀 더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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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비롯해 어딜가도 박문대의 흔적이 보였다. 자꾸만 그가 있는 것 같았다. 박문대가 없는데 체향이 느껴졌고, 목소리가 들렸고, 눈앞에 아른거렸다. 버리라고 해서 모아두었던 그의 물건들을 버릴 수가 없었고, 냉장고에 만들어둔 반찬이 아까워서 먹질 못했다.
23
문대와 주고받은 문자와 톡을 보고, 또 보고, 다시 보면서 곱씹었다.

신재현은 그렇게 조용히, 침잠한 채 미쳐갔다.

-
24
삼개월이 지났을 무렵, 신재현은 결국 돈으로 정보를 구하기 시작했다. 박문대 혹은 류건우라는 이름으로 찾기 시작했다. 차라리 그에게 얻어맞고 욕을 들을 지언정 만나서 빌어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다른 것을 할 수가 없었다.

-
25
1개월이 다시 흘렸을 무렵, 드디어 박문대가 어디있는지 알았다.

"호스피스...?"

남해 바닷가가 보이는 쪽에 있는 병원이었다. 그런데 일반 병원이 아니라 호스피스 병원이었다.
이미 입원한지 사개월이 넘었다고 했다.

쿵.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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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병원이었어도 피가 말라갔을 것이다. 박문대는 무리하는 타입이니까. 한계를 잘 안다고 하면서, 정작 그 한계 이상으로 무리하며 자신을 몰아붙이는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이 입원을 했다면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소리다. 제발로 병원을 가는 게 아니라 사고로 실려갔을 가능성이 더 높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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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반 병원도 아니고, 호스피스라고?

직접 찾아가본 일은 없지만, 호스피스 입원 기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주로 암환자 대상이지만, 암이 아니더라도 회복이 어려운 상태의 환자가 최대한 편안히 죽음을 맞게 해주는 곳이라는 것 정도는.

...그러니까, 박문대가, 지금.
28
신재현은 하얗게 된 머리로 병원을 찍고 운전대를 잡았다.

-

병원 앞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눈물을 참지 못해 펑펑 우는 사람이 선아현과 김래빈, 억지로 참고 있는 배세진과 그들을 달래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이세진. 류청우와 차유진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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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감정을 제어하기 위해서 애쓰다가, 신재현을 발견하고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어떻게..."

어떻게 찾아왔느냐고 물으려다가 멈춘다.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구나.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

"문대 씨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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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통한 얼굴로 입을 꾹 다문다. 말해주기 싫은 것인지, 아니면 박문대가 말하지 말라고 한 것인지. 생각을 끊어낸 신재현이 병원 안으로 내달렸다.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테스타의 그 누구도 신재현을 말리거나 막아서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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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라고 모를까. 아니, 그들이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박문대가 얼마나 신재현을 사랑했는지.
멤버들의 반대와 냉랭하기 짝이 없는 눈초리에도 하나하나 설득했던 것을 기억한다. 왜 하필 저 놈이냐는 말에 어쩔 수 없다는 투로, 그럼에도 진심이 느껴지는 박문대의 설득에 결국 두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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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는 것을 받아들였다. 사실 고작 멤버에 불과한 그들이 반대한다고 못 사귈 게 없었지만, 테스타를 가족으로 여기는 박문대가 그들에게만은 인정받고 싶어했다. 그리고 여전히 불만스럽지만 그래도 축하한다는 말에 세상 다 가진 것처럼 웃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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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밝게 웃었던 적이 손에 꼽아서, 멤버들도 따라 웃어버렸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박문대는, 침대에서 일어나 그들을 보며 웃어주는 것조차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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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우와 차유진은 자신들 쪽으로 달려오는 익숙한 인영에 한숨을 내쉬었다. 알려주지 말라고 해서 입 다물고 있었는데, 기어코 찾아온 걸 보면 저 사람도 참.

"문대 씨는..."

숨을 몰아쉬며 묻던 신재현은 류청우의 눈길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격리실 유리벽 너머에 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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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내리다 못해 마를 대로 말라서 뼈가 다 드러나고, 호흡기와 약물 주입을 위해 몇 개나 되는 호스가 연결된 채로, 정말 간신히, 숨만 쉬고 있는 박문대가 있었다.

신재현은 입을 틀어 막았다.

-
36
왜 이 사람이 이렇게나 아파해야할까.
병원의 규칙에 따라 보호복을 입고 격리실로 들어선 신재현은 진통제와 수면제로 겨우 잠들었다는 박문대를 바라보았다.
...기억 속에 있는 그와 너무도 다른 모습, 그럼에도 남아있는 박문대의 특징에 입술을 깨물었다.

힘겹게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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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

귓가에 아른거리는 목소리가 듣고 싶다.
경멸해도 좋으니 눈을 뜨고 저를 바라봐주길 원한다.
이제, 그 바람조차 다 사치였다.

-깨어있으면 통증이 너무 심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류청우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화를...할 수 없을 정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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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쯤 자신들이 찾았을 때는 이미 격리실이 결정된 후였다고, 연락을 고민하긴 했으나 박문대가 원하지 않아서 자신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문대는, 절대로 자신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던가.

"...문대 씨."

그렇게 나 보기 싫었어요?

...그럴만했죠.
39
보호복 장갑 너머로 닿는 그의 뺨이 차갑다.
자신보다 따뜻했던 사람인데.

신재현은 병원 관계자가 "이제 나오셔야 해요"라고 말할 때까지 그렇게 하염없이 박문대를 바라보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이었다.

-
40
소화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식사라고 나오는 것은 거의 물에 가까운 미음 한 그릇 뿐이었다. 박문대는 이제 맛도 잘 느껴지지 않고 물릴 정도로 지겨운 그릇을 바라보았다가, 고개를 살짝 틀어 격리실 유리벽 너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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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긴데다 잘 관리한 테가 나는 몸을 가진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살짝, 웃어 보인다.
연락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으니 멤버들이 연락하진 않았을 테고, 최대한 흔적을 지우고 들어왔는데 어떻게 찾아온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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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꼴보기 싫었었는데, 그래도 좋아했던 인간이라고 내심...
.....

-이따 들어갈게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입 모양이 그렇게 움직였다.
박문대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들어오지마.
...그 한 마디가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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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정리 된 줄 알았는데,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기 전까지는 그래도 그렇게 보고 싶지 않더니, 두 어달 전부터는 못 견디게 보고 싶었다.

테스타의 멤버들이.

러뷰어가.

...신재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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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은 기억에 좀먹혀 들어가는 것 같았지만, 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서, 바꾼 폰에까지 가져온 연락처에서 류청우를 찾아내 연락했다. 그래도 신재현만은 보기 싫다고 고집을 부렸었는데, 저건 알아서 찾아오더니 아예 눌러앉았다.

그게, 기쁘지 않다고 하기에는, 심장이 너무 솔직하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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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빌어먹을.
어쩌다 저걸 이렇게까지 사랑하게 됐을까.

하루에 한 번은 꼬박꼬박 보호복을 입고 들어와서 손을 잡고, 가벼운 이야기를 하다가 간다. 시덥잖은 이야기에 85%는 콩이 이야기였다. 대꾸할 여력이 없어서 가만히 듣다가 약기운에 잠들면 나가는 게 설핏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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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 중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게 청력이라던가.
조금은 다행인 것도 같다.

미음도 두어숟가락을 먹은 후에는 먹을 수가 없다. 몸이 먹는 걸 거부했다. 힘겹게 다시 누워 눈을 감았다.

유리벽 너머의 시선이 달라붙는다.
그게 또, 나쁘지 않아서 고개를 그쪽으로 살짝 틀었다.

-
47
하루하루 상태가 나빠져가던 박문대는 하루에 몇 번이고 발작과 토혈을 했다. 마른 몸이 들썩거리며 고통을 호소했고, 검붉은 피가 시트를 적시는 날이 늘었다.

매일 아침에 찾아와 저녁까지 있다가는 신재현은 그 모습을 고스란히 눈에 담아야 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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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 성공해도, 평생 써도 모자라지 않을 돈이 있어도, 한 회사를 장악하다시피해도, 시스템 때문에 수없이 회귀를 했어도, 신재현은 지금 무력했다.
대신 아파할 수도, 아픔을 덜어줄 수도 없다. 두꺼운 유리벽 너머에서 고통스러워하다가 기절하듯 잠드는 것을 지켜보는 것 외에
49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언제부턴가 박문대는 자다가도 발작을 일으켰다.
미음조차 먹지 못해서 앙상해져갔다.

신재현은, 그 모든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무던히도 애를 써야 했다.
...그에게 남은 마지막 의무였다.

-
50
"야. ...바다 보고 싶어."

모처럼 발작이 좀 잦아들자 하는 말이었다. 박문대의 말에 신재현은 눈을 깜빡였다.
병원 건물만 나서면 바다가 보이긴 했지만, 격리실에서 나가지도 못하는 사람이?

"...바다요?"
"응. ...들어가진 못해도."

힘없이 하는 말에 신재현은 상황을 곱씹었다.
51
박문대는 오늘 아침에도 피를 토했고, 약으로 인해 겨우 잠들었다가 깨어난지 십분이 채 안 됐다.
그런데 갑자기, 바다?
신재현은 다시 박문대와 그 주변의 기기를 둘러보았다.

'...줄었어?'

저 가는 몸에 연결되어있는 것들이 줄었다. 확연히 차이가 났다.
52
모든 정황이, 단 하나의 결론을 말하고 있다.

"곧...애들, 올 건데."

색색, 숨을 몰아쉬던 박문대가 말을 이으며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바다, 같이 보게, ...좀 도와."

신재현은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을 바라보았다. 보호복 너머로 눈이 마주친 의료진이 고개를 끄덕인다.
53
심장이 저며진다.

"..알았어요. ...바닷바람 추우니까, 따뜻..하게...하고, 가요."

신재현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생겼다.
박문대가 그를 올려다보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
54
모자에 목도리, 카디건과 파카를 입고 두꺼운 무릎덮개를 몇 개나 써서 몸을 감싼 후에야 박문대는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병원 건물을 나서 뒤쪽으로 돌아가자, 탁 트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따라 다른 환자도 없었다.
55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휠체어를 세우자, 박문대가 크게 숨을 들이킨다.

테스타 멤버들이 다가와 박문대를 한 번씩 껴안았다. 박문대는 그들을 마주 안고, 마른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미 울기 시작한 멤버들은 눈물도 닦아주었다.
56
류청우,
배세진,
선아현,
이세진,
차유진,
김래빈,

이름을 한 번씩 부르는 목소리가 어제보다 나았다.

사랑해, 그 작은 한 마디가 결국 전원을 울렸다.
57
마지막으로 제 앞에 몸을 숙인 사내를 보며, 박문대가 복잡한 눈빛을 했다.
평소와 달리 여유롭지 못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더니, 손만 잡은 채 더 다가오지도 못하고 있는 꼴이 참.

"...야."

결국 가까이 오라는 고갯짓을 본 후에야 천천히 몸을 겹친다.
58
"..나, 너, ..용서 안 해..."
"..응. ...미안해요."
"...너 진짜.. ..나빴, 어..."
"응, 내가 다 잘못했어요."

물기 어린 사과가 기껍다.
나쁜 놈, 너무 늦었잖아.
59
".....그래도, ....사랑해, ...신재현."

어쩌겠냐, 이미 그렇게 되어버린 걸.

"......사랑해요, 문대 씨."

물기 가득한 사랑 고백에 박문대가 피식 웃었다.
보이진 않아도 괜찮아.

마지막엔 들었잖아.
60
-

[부고]

테스타 박문대(29) 씨가 지난 xx일 병마로 인해...

-
61
다 버리려 했는데 아깝더라. 몇 번 안 쓴 것들도 있으니까, 멤버들이나 러뷰어가 원하는 물건을 가져가게 한 후 나머지는 처분해줘.

넌 알아서 해라. 전에 네 집에 남겨뒀던 건 처분했냐? ..했으면 너도 가져가던가.

병원비로 많이 써서 남은 건 얼마 없을 텐데 그것도 병원에 다 기부했으면 좋겠고.
62
...그리고 생각나는 게 없네.

..아, 기왕이면 내 부모님 옆에 자리 좀 잡아주라. 효도 한 번 못했는데 옆에라도 있게.

(무언가 썼다가 지운 흔적)

넌 오래 있다 와.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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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문대 #엋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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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고 싶으면 그냥 헤어지자 하지 그랬어. 뭐하러 이런 꼴을 보이냐.

..로 시작하는 후회공X시한부수 #문대른

문대 시한부 선고받고 아직 왼한테 말도 못했는데 바람 현장 봐버리고 피곤한 기색으로 이별통보하는데
왼은 바람핀 게 조금 미안하면서도 이미 마음이 식어서 그런 거라 그대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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