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엋으로....이제 우리 결혼 언제할까하는 얘기까지 하면서 신재현이랑 알콩달콩 동거하고 있는 미래의 문대랑 179 직후...

문대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처음보는 집에 처음보는 옷 입고 누워있음 심지어 누군가의 품에 안겨서...
심지어 그 누군가는 매우 익숙한 사람이었음. 자신을 꼭 안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파악하자마자 소름 돋아서 있는 힘껏 확 밀치고 뒤로 물러남. 뒷걸음질 쳐서 침대 밖으로 벗어나고는 신재현을 노려봤음.
"...문대씨?"
"너 또 무슨 수작이야. 정신 못 차렸어?"
"미친새끼...그냥 오는게 아니었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진정하고..."
"뭐? 너 이제 아예 미친놈 컨셉으로 가려고 작정했냐?"
"난 지금 문대씨가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너...!"
머리 끝까지 화난 문대 입 열려는 순간
"왕!"
신재현이 개를 키운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방에 처음 보는 개가 돌아다니고 있었음. 찝찝한 마음에 상태창을 열어봤더니
※ㅁㅅㅣ?;ㅇㄹ바ㄹ생!※
: ㅈㅅㅣㄱ도ㅇ?:;!.
"하..."
박문대가 한숨을 내쉬었음.
"야."
"...네?"
"여기 언제냐?"
"...내가 아는 문대씨가 아니구나."
"그래."
"...어디서 왔는데요?"
그렇게 둘은 상황파악을 마쳤음. 물론 박문대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알았다. 나는 어디살고 있지? 거기로 갈게."
"그게...우리 같이 살아요."
"우리 사귀거든요."
박문대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신재현을 쳐다봤음. 정말 너무 황당해서 멍한 그런 표정으로,, 신재현은 가슴 한쪽이 쿡쿡 쑤셨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음. 어쨌든 지금 박문대는 신재현을 가장 믿지 못하는 시점에서 왔고, 이 상황 자체도 무척 어이없을 테니까.
"내가 이런 걸로 거짓말을 왜 하겠어요? 주위 좀 봐봐요."
박문대가 미심쩍은 눈으로 신재현을 흘기면서 주위를 둘러봤음. 그런데 정말 오랫동안 함께 꾸미고 모은 듯한 물건들이 한 눈에 들어왔음. 계절별로 다른 장소에 가서 같이 찍은 사진,
"진짜라니까요."
"궁금한 건 다 물어봐요. 전부 대답할 수 있으니까."
"...일단, 좀 둘러봐도 되냐."
"그럼요. 편하게 해요."
박문대는 거실로 나가서 집을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음. 자리를 옮길 때마다 개가 따라와서 냄새를 맡았음. 분명 자기가 아는 그 사람인데 어째 느낌이 다르다는 듯이.
"음...많이 혼란스럽고 낯설어도 이해해요. 기분이 이상하다면 굳이 안봐도 될 것 같은데."
"......"
"궁금한건 없어요?"
"......"
신재현이 물었지만 박문대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었음
"야."
"네."
"내가 원래대로 돌아오면, 너네 그냥 헤어져라."
"...네?"
어색하게 웃고 있던 신재현이 그대로 굳었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해도 너를 사랑한다는 건 말이 안돼."
"지금 문대씨는 당연히 이해 안 가겠지만, 시간이 꽤 흐르고 몇 번 만나면서..."
"그걸 다 가정해봐도 그래. 백번 양보해서 너한테 친근감을 느낀다고 해도 사랑은 아니야. 도저히."
"어쨌거나 너랑 사귀는 나도 나잖아. 아니야?"
"...맞아요."
"그러니까 잘 알 수 있어. 사진이나 집 안에 있는 흔적을 보니 미래에는 내가 지금보다 상황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안정된 것 같지만, 지금은 좀 골 아픈 일들이 있어서. 너랑 있었던 일도 있고. 알지?"
"...네."
"......"
"스톡홀름 증후군...은 아니더라도 굳이 말하자면 그거랑 비슷한 결인거지."
"......"
"근데 사진을 보면 내가 꽤 좋은 상태였다는 건 확실해.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
"근데 이런 감정 위에 세워진 정이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
"그리고 이건 너를 위해 해주는 말인데."
"...네."
"만약 내가 지금까지 한 말이 전부 아니라면."
"......"
"미래의 내가 너한테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
"이건 정말 너한테도 못할 짓이잖아. 안 그래?"
"......"
"물론 진짜 사랑하는 걸 수도 있겠지. 그런데 가능성이 저 밑바닥에 있는 일에 인생을 거느니 더 확실한 쪽으로 가는게 낫지 않겠냐."
"......"
박문대의 말에 한참이나 입을 다물고 있던 신재현이 몇 분 뒤에 조용히 물었음.
"거의."
"그러니까...문대씨가 그때 잠깐 불안정해서 나랑 사귀는 걸 허락한거고...나중에 그냥 같이 있다보니 정 같은게 조금 든거다?"
"그래. 말하자면."
"본인이니까 잘 알 수 있다고요?"
"니가 사귀는 사람도 지금의 날 거쳐왔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박문대가 위로라도 건네는 것처럼 말했음.
"후배님이라고 불러줄까요?"
"뭐?"
"...사귀고 난 다음에는 그렇게 안 불렀거든요."
"편한대로."
"여기 있는 동안 집은 어떻게 할까요."
"집?"
"같이 사는거 불편하지 않겠어요?"
"아뇨. 같이 샀어요."
"내가 가 있을만 곳이 있어?"
"후배님 그룹 멤버들 집이 있긴한데 지금 가면 여러모로 의심 받기 좋겠네요. 아무래도 내가 나가는게 나을 것 같아요."
"마음대로."
"다른 집 구할때까지만 기다려줘요. 방해는 안 할게요."
"그래."
'?'
방문을 열고 내다보니 신재현이 거실에 있는 액자들을 커다란 상자에 집어넣고 있었음.
그렇게 둘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조금의 교류도 하지 않고 지냈음. 밥도 따로 먹었고 잠도 따로 잤으며 대화는 꼭 필요한 것만 제외하고 하지 않았음. 그 사이 거실과 방까지 있던 여러 액자들과 기념품들은 깔끔하게 치워졌고
"후배님."
"왜."
"아마 내일 나갈 것 같아요."
"그래."
"그동안 고생많았어요."
한편, 과거로 돌아간 박문대는 잠에서 깨자마자 침대 옆을 더듬었음. 그러나 느껴지는 허전함에 천천히 눈을 떴음.
"...오늘 스케줄 없을텐데."
머리맡에서 겨우 휴대폰을 집어든 박문대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음.
"여보세요? 아침부터 웬일이에요?"
"너 어디야..."
"..네?"
"어...후배님 맞아요?"
오랜만에 듣는 호칭에 저절로 잠이 깼음.
"...갑자기 왜 그렇게 불러?"
"네? 뭐가요?"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박문대는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봤음.
"...병원?"
상태창을 켜보고 나서야 상황파악이 되는 것 같았음.
"여보세요?"
"...재현아."
"비록 환자복 입고 병원에 있지만 몸은 아주 멀쩡해. 네가 아는 후배님이 아니거든."
"무슨 말이에요?"
"잠깐 이리와봐."
신재현은 곧 박문대가 말해준 병실로 도착해서 상황설명을 들었음.
"보다시피."
박문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음.
"그런데 이런 거 나한테 막 알려줘도 돼요?"
"뭐가?"
"그러니까, 중요한 정보잖아요."
"왜. 어디다 말하게?"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런게 아닌데 왜 물어."
"으음..."
신재현은 사뭇 다른 박문대의 분위기가
"미래에는 후배님과 나 사이에...꽤 큰 진전이 있었나보네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혼잣말 하듯 말하는 신재현을 보며 박문대가 웃음을 터뜨렸음.
"...왜 웃어요?"
"그래. 정말 큰 진전이 있었지. 기대해도 좋아."
"그...런가요."
시간은 금방 흘러갔음.
입을 떼려는 순간, 신재현이 자신의 허리에 감긴 팔을 확 뿌리치고 몸을 돌려 뒷걸음질쳤음. 얼굴에 선명히 드러나는 놀람과 혼란스러움과 슬픔과 당혹감에 박문대가 덩달아 당황했음.
"어...많이 놀랐나보네..."
"상태창 오류였어. 그거 때문에 잠깐 과거에 다녀온거야. 나 실종된줄 알고 신고라고 했어?"
"......"
"...신재현?"
박문대가 신재현에게 한 걸음 다가서는 순간, 신재현이 뒤로 세 걸음 물러났음.
"박문대 아닌 거 같아서 그래? 나 맞잖아. 이제 니 애인도 못 알아봐?"
웃으면서 말했지만 여전히 신재현은 말없이 박문대를 떨리는 눈으로 쳐다볼뿐이었음. 그때서야 박문대는 무언가 이상한 점을 알아챔.
"거실에 있는 물건 다 어쨌어?"
"......"
"그 캐리어 뭐야?"
"......"
"...너 어디가?"
"......"
"나 말고 다른...다른 박문대 왔었어?"
"......"
"걔가 뭐라고 했는데?"
"......"
"걔가 뭐라고 했냐니까? 너 진짜 왜 그래?"
"......"
이쪽 신재현한테서는 정말 오랜만에 듣는 호칭에 박문대가 순간 흠칫했음.
"후배님...이제 괜찮아질 거예요."
"...뭐?"
"후배님이 좀 힘들고 혼란스러워서..."
"...너 대체 무슨 소리하냐고."
"그래서 잠깐 잘못 생각한 거에요."
신재현이 캐리어 뚜껑을 닫고 손잡이를 쥐었음.
"...야, 잠깐..."
"그러니까 너무 걱정마요."
팔에 안긴 콩이가 문대를 보고 낑낑댔음.
"후배님은 잘 지낼 수 있어요."
붙잡을 새도 없이 현관으로 나간 신재현은 신발을 신고 일어섰음.
"걔가 진짜 뭐라고 했어? 왜, 내가 너 좋아하지도 않는데 착각이라도 했대?"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음. 그 말에 현관문 손잡이를 열려고 하던 신재현이 멈칫했음.
"뭐?"
"진짠가봐."
신재현이 작게 중얼거렸음. 그리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졌음. 팔을 들어 눈물을 닦았지만 쉴새없이 흘러내렸음.
"진짠가봐..."
울음을 삼키려는 것 같았지만 전혀 삼켜지지 않았음. 박문대조차 처음보는 모습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