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려문대 무뜬금으로 후배님은 저와 연인이라는 자각이 없는 거 같아요. 하는 청려가 생각났다 평소와 다름없이 콩이를...

무뜬금으로 후배님은 저와 연인이라는 자각이 없는 거 같아요. 하는 청려가 생각났다
평소와 다름없이 콩이를 놀아주던 문대는 갑자기 들려온 말에 눈을 찌푸렸음. 저건 또 뭔 소리야. 표정에서 드러나는 마음에 청려는 평소와 다름없는 건조한 웃음소리를 냈음.
🐶 왜 또 시비야.
🔨 시비라뇨. 그냥..
눈을 내리깔고 커피를 홀짝인 청려는 한참 뜸을 들이다 말했음.
🔨 그냥 좀.. 이게 사귀는 게 맞나, 싶어서요.
청려의 말에 문대는 입을 뻐끔거리다 그냥 닫는 걸 택했음. 기분이 이상했음.
그런 일이 있었는데 이 정도면 나름 잘 지내고 있는 거 아닌가..? 연애는 진짜 예상 못 했는데, 아니. 애초에 예상이 되는 문제였나?
문대는 말 없이 커피를 홀짝이는 청려를 쳐다보다 고개를 돌려 콩이를 쳐다봤음. 노란 털 뭉치에 콕콕 박힌 검은 눈동자가 자길 쳐다보며 웃고 있었음. 갑자기 묘한 거북함이 들어 시선을 피한 문대는 애써 털만 쳐다보며 손을 움직였음.
어떻게 얻은 건데 쉽게 놔줄 리가. 청려는 뒷말을 삼키며 문대를 쳐다봤음. 자각 못 한 거 같지만 문대의 얼굴은 조금 파랗게 질려있었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알 거 같았음. 식탁에 컵을 내려놓고 거실 바닥에 앉아있는
🔨 그냥 절 좀 더 신경 써달라는 얘기에요.
고개를 들던 문대는 자길 빤히 쳐다보는 눈동자에 움찔거리며 손을 멈췄음. 시선을 피하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음.
쉽죠? 생긋 웃는 얼굴이 불편했음. 입을 꾹 다물고 시선을 맞추던 문대가 시선을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음.
🐶 ...이만 가볼게.
🔨 데려다줄까요?
🐶 됐어. 간다.
그리고 그날 이후, 문대에게선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음. 메시지를 몇 개를 보내든, 콩이 사진을 몇 장을 보내든. 문대는 확인도, 답장도 하지 않았음.
🔨 오랜만이네요. 많이 바빴나 봐요.
🐶 뭐..
청려는 말없이 문대를 쳐다봤음. 슬쩍 피하는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음.
🔨 저랑 헤어지고 싶어요?
켜지도 않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피하던 문대가 고개를 퍼뜩 들었음.
🔨 그런 거라면 별로 들어주기 싫은데.
낮게 가라앉은 눈과 삐뚜름하게 올라간 입술이 보였음.
속이 꽉 조여오듯 답답했음. 눈을 굴리며 말을 찾던 문대는 제 손을 잡아 오는 청려의 손에 몸을 움찔거렸음. 뿌리치려나? 초조한 거 같기도 함.
문대는 입 안쪽 여린 살을 짓씹다가 겨우 대답을 꺼냈음.
🐶 그, 런거 아냐...
🔨 뭐가요?
🐶 ...헤어질 생각 아니라고.
🔨 그렇구나.
다시 입을 열려던 찰나, 대기실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음.
🔨 가야겠네요.
타이밍을 재던 문대는 청려가 매니저와 떨어지자 곧바로 다가갔음.
🐶 선배님. 혹시 다음 스케줄 있으십니까.
🔨 무슨 일 있어?
아직 남은 출연자들을 의식한 말투였음. 새삼 연기하면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 별 건 아니고.. 오랜만에 봤는데 좀 더 얘기나 나눌까 해서요.
🔨 그래. 좋지. 아. 콩이가 많이 보고 싶어 하던데, 우리 집으로 갈까?
🐶 네. 그러죠.
청려가 매니저와 얘기하던 건 본인 차로 돌아가겠다는 거에 대한 거였나봄. 문대는 매니저와 얘기를
여전히 청려의 차는 묘한 불쾌감이 들었지만, 이것도 제법 익숙해졌음. 돌아가는 길은 적막 그 자체였음. 하다못해 라디오라던가 노래라던가 틀어놓으면 좀 나을 듯 싶은데, 둘은 그냥 이 적막을 견뎠음.
적막이 깨진 건 주차장에 도착해서였음.
🔨 헤어질 생각은 없다고 했으니까 연락 없었던 거에 관해선 얘기 안 할게요. 그냥 바빴다고 생각할게요.
아니면 물꼬를 틀어막는 걸 택했던가. 문대는 고개를 돌려 청려를 쳐다봤음. 습관적으로 입술 안쪽을 잘근 씹은 문대는
🐶 그거 때문에 얘기하려고 온 거야. 일단, 연락 안 한 건 미안.
🔨 ....의외네요.
🐶 뭐가.
🔨 사과요. 절대 안 할 줄 알았는데.
🐶
🔨 아하하. 표정 좋네요.
이 새끼가? 울컥 솟아오르는 감정을 억눌렀음. 쨌든 지금 죄인은 자신이었음.
🔨 그러죠, 뭐.
오랜만에 문대를 보는 콩이는 아주 세차게 꼬리를 흔들었음. 꼬리를 흔들다 못해 엉덩이까지 씰룩쌜룩 흔들려 다리가 흔들릴 지경이었음. 문대는 달려드는 콩이를 조금 버겁게 받아냈음.
콩이를 진정시키고 두 사람은 식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음.
🐶 뭔데.
🔨 왜 연락 안 했어요?
🐶
🔨 많이 기다렸는데. 그렇게 가고 연락 두절되면 헤어지자고 밖에 안 느껴져서요. 혹시 제가 너무 무리한 부탁 했던 거예요?
진짜 죄인이었음. 잘 지내보자 말하는 사람한테, 연인한테
🐶 그... 그건 진짜 미안.
청려는 말없이 웃었음. 제가 더 좋아해서, 전에 일도 있고 해서, 늘 한발 뒤로 물러나 져주던 청려였음. 근데 이번 일로 문대가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살짝 눈치 보는 게, 좀,
문대는 앞에 놓인 컵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골랐음. 꽤 시간이 걸린 것 같지만 청려는 인내심 좋게, 느긋하게 기다려줬음.
열심히 말을 고르고 골랐지만 결국 뱉어지는 말은 두서없이 띄엄띄엄 끊어지는 말이었음. 이렇게까지 제대로 된 문장을 구사하지 못하거나 말이 안 나온 건 중학교 때 이후로 처음임. 쓰게 느껴지는 입안을 차로 헹군 문대는 최대한
🐶 사귀는 게 맞나,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땐 그냥 좀 마음이 무거웠고. 그 뒤에 신경 써 달라는 얘길 들었을 땐, ...들었던 당시 마음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곱씹어보면 미안했던 거 같아.
시선이 맞을 듯, 안 맞을 듯, 문대는 시선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결국 컵으로
🐶 피하려고 피한 건 아니었어. 계속 생각하고 곱씹고... 그냥 그랬더니 시간이 흘러 있더라고. 미안.
거의 한 달을 그렇게 소비할 줄은 자기도 몰랐음. 멍청이가 따로 없지. 문대는 자신을 향해 비웃음을 보냈음. 청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했지만, 시선을 올릴
🐶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난, ...너한테 제법, 음, 사랑, 받고 있다고 생각해.
🔨 안다니 다행이네요.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 있었음. 컵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음. x발. 올라오는 쪽팔림을 애써 눌렀음.
🐶 이런 거 표현해 본 적, 안 한 지, ...x발.
🐶 노력하면 될 거 아냐. 네 말대로 어? 손잡고 웃고.. x발. 그딴 생각 하게 해서 미안하다.
근 한 달을 고민하고 반성하면 뭐하나. 결국은 짜증은 짜증대로 부리고 준비했던 말은 반도 못 하고. 최악이라 생각하는 문대와 달리 청려는 정말 기쁘게,
🐶 돕기는 x발.
뺨과 귀가 쪽팔림에 빨개졌지만 청려의 손을 뿌리치지 않는 문대였음. 갈 길이 멀겠지만, 앞으로도 제 손을 놓지는 않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음. 청려는 내친김에 그동안 생각하던 것들을 줄줄이 늘어놓았음. 하루 한 번은
🔨 그럼 우선 첫 번째부터 해줘요.
🐶 ....지금?
🔨 네.
🐶 ...지금...
🔨 지금요.
달싹이는 입술을 보면서 청려는 어서 그 말이 나오길 기다렸음. 두어 번의 한숨이 뱉어지고 몇 번씩이나 벌려졌다가
🔨 네. 저도 사랑해요.
고백을 받아줬던 그 날보다 더 환한 미소로 답했음. 조금 넋 놓고 쳐다보던 문대는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음. 본인은 그렇게 웃었다고 생각했음.
표현 서툰 문대가 청려 말 때문에 바뀌는 게 보고 싶엇다는 얘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