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려문대 무뜬금으로 후배님은 저와 연인이라는 자각이 없는 거 같아요. 하는 청려가 생각났다 평소와 다름없이 콩이를...

@hajioao
ʜᴀᴊɪ@hajioao
27 views Oct 10, 2026 ~7 min read
Advertisement
1
청려문대

무뜬금으로 후배님은 저와 연인이라는 자각이 없는 거 같아요. 하는 청려가 생각났다

평소와 다름없이 콩이를 놀아주던 문대는 갑자기 들려온 말에 눈을 찌푸렸음. 저건 또 뭔 소리야. 표정에서 드러나는 마음에 청려는 평소와 다름없는 건조한 웃음소리를 냈음.
2
🔨 연인을 바라보는 표정이 참 좋네요.
🐶 왜 또 시비야.
🔨 시비라뇨. 그냥..

눈을 내리깔고 커피를 홀짝인 청려는 한참 뜸을 들이다 말했음.

🔨 그냥 좀.. 이게 사귀는 게 맞나, 싶어서요.

청려의 말에 문대는 입을 뻐끔거리다 그냥 닫는 걸 택했음. 기분이 이상했음.
3
청려가 저런 말을 할 줄도 몰랐고 저런 말에 마음이 무겁게 조여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여러모로 혼란스럽기도 놀라기도, 복잡해짐.

그런 일이 있었는데 이 정도면 나름 잘 지내고 있는 거 아닌가..? 연애는 진짜 예상 못 했는데, 아니. 애초에 예상이 되는 문제였나?
4
생각이란 걸 아예 안 했었잖아.

문대는 말 없이 커피를 홀짝이는 청려를 쳐다보다 고개를 돌려 콩이를 쳐다봤음. 노란 털 뭉치에 콕콕 박힌 검은 눈동자가 자길 쳐다보며 웃고 있었음. 갑자기 묘한 거북함이 들어 시선을 피한 문대는 애써 털만 쳐다보며 손을 움직였음.
5
🔨 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헤어지자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어떻게 얻은 건데 쉽게 놔줄 리가. 청려는 뒷말을 삼키며 문대를 쳐다봤음. 자각 못 한 거 같지만 문대의 얼굴은 조금 파랗게 질려있었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알 거 같았음. 식탁에 컵을 내려놓고 거실 바닥에 앉아있는
6
문대의 맞은편으로 간 청려는 배를 드러내고 누워 꼬리를 살랑이는 콩이에게 웃어줬음.

🔨 그냥 절 좀 더 신경 써달라는 얘기에요.

고개를 들던 문대는 자길 빤히 쳐다보는 눈동자에 움찔거리며 손을 멈췄음. 시선을 피하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음.
7
🔨 어렵지 않잖아요. 같이 있을 때 손 한 번 더 잡아주고, 한 번 더 웃어주고.. 가끔은 보고 싶다고도 해주고.

쉽죠? 생긋 웃는 얼굴이 불편했음. 입을 꾹 다물고 시선을 맞추던 문대가 시선을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음.

🐶 ...이만 가볼게.
🔨 데려다줄까요?
🐶 됐어. 간다.
8
청려는 도망치듯 외투를 챙겨 나가는 문대를 가만히 쳐다봤음.

그리고 그날 이후, 문대에게선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음. 메시지를 몇 개를 보내든, 콩이 사진을 몇 장을 보내든. 문대는 확인도, 답장도 하지 않았음.
9
청려는 문대에게 씹힌지 약 3주의 시간이 지나, 모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문대를 볼 수 있었음. 친구 특집으로 같이 섭외된 거였음. 문대는 미묘한 얼굴로 청려를 쳐다봤음.

🔨 오랜만이네요. 많이 바빴나 봐요.
🐶 뭐..

청려는 말없이 문대를 쳐다봤음. 슬쩍 피하는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음.
10
대기실엔 둘 뿐이었음. 문 쪽을 한 번 쳐다본 청려가 나직이 말했음.

🔨 저랑 헤어지고 싶어요?

켜지도 않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피하던 문대가 고개를 퍼뜩 들었음.

🔨 그런 거라면 별로 들어주기 싫은데.

낮게 가라앉은 눈과 삐뚜름하게 올라간 입술이 보였음.
11
마치 그때의 청려를 마주한 거 같았음. 문대는 청려를 붙잡았음. 청려가 어디 갈 것도 아닌데, 자기도 왜 그러는지 모르고 그냥 붙잡았음.

속이 꽉 조여오듯 답답했음. 눈을 굴리며 말을 찾던 문대는 제 손을 잡아 오는 청려의 손에 몸을 움찔거렸음. 뿌리치려나? 초조한 거 같기도 함.
12
청려는 말없이 손을 잡고. 눈을 맞추고. 그저 가만히. 무슨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청려는 묵묵부답이었음. 아니지. 묵묵부답인 건 제 쪽이지.
문대는 입 안쪽 여린 살을 짓씹다가 겨우 대답을 꺼냈음.

🐶 그, 런거 아냐...
🔨 뭐가요?
🐶 ...헤어질 생각 아니라고.
🔨 그렇구나.
13
이상한 압박감이 들었음. 누가 쫓아오는 것을 피해 도망가는 듯한. 한계까지 뜀박질해, 산소가 너무 간절한데 잠시 쉬기라도 하면 누군가 채찍질을 할 거 같아 계속 뛰는 듯한 기분이었음.

다시 입을 열려던 찰나, 대기실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음.

🔨 가야겠네요.
14
청려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음. 척이 아닌가? 지금 문대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청려와 함께 촬영하는 것뿐이었음.
15
어찌어찌 촬영을 끝냈음. 문대는 출연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매니저를 찾는 척, 청려를 찾았음. 청려는 스텝진 사이에서 브이틱 매니저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음.

타이밍을 재던 문대는 청려가 매니저와 떨어지자 곧바로 다가갔음.

🐶 선배님. 혹시 다음 스케줄 있으십니까.
16
생각해보니 자기가 먼저 다가간 건 처음이었음. 청려도 그걸 아는지 오묘한 감정을 드러내며 문대를 쳐다봤음.

🔨 무슨 일 있어?

아직 남은 출연자들을 의식한 말투였음. 새삼 연기하면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 별 건 아니고.. 오랜만에 봤는데 좀 더 얘기나 나눌까 해서요.
17
청려의 표정이 더욱더 묘해졌음. 지나가는 출연자를 확인하고 웃으며 인사한 청려가 문대를 향해 말했음.

🔨 그래. 좋지. 아. 콩이가 많이 보고 싶어 하던데, 우리 집으로 갈까?
🐶 네. 그러죠.

청려가 매니저와 얘기하던 건 본인 차로 돌아가겠다는 거에 대한 거였나봄. 문대는 매니저와 얘기를
18
나누고 청려를 따라 그의 차로 갔음.

여전히 청려의 차는 묘한 불쾌감이 들었지만, 이것도 제법 익숙해졌음. 돌아가는 길은 적막 그 자체였음. 하다못해 라디오라던가 노래라던가 틀어놓으면 좀 나을 듯 싶은데, 둘은 그냥 이 적막을 견뎠음.

적막이 깨진 건 주차장에 도착해서였음.
19
시동을 끈 청려는 차에서 내리기보단 대화의 물꼬를 트는 걸 택했음.

🔨 헤어질 생각은 없다고 했으니까 연락 없었던 거에 관해선 얘기 안 할게요. 그냥 바빴다고 생각할게요.

아니면 물꼬를 틀어막는 걸 택했던가. 문대는 고개를 돌려 청려를 쳐다봤음. 습관적으로 입술 안쪽을 잘근 씹은 문대는
20
고개를 저었음.

🐶 그거 때문에 얘기하려고 온 거야. 일단, 연락 안 한 건 미안.
🔨 ....의외네요.
🐶 뭐가.
🔨 사과요. 절대 안 할 줄 알았는데.
🐶
🔨 아하하. 표정 좋네요.

이 새끼가? 울컥 솟아오르는 감정을 억눌렀음. 쨌든 지금 죄인은 자신이었음.
21
🐶 일단 가서 얘기하자.
🔨 그러죠, 뭐.

오랜만에 문대를 보는 콩이는 아주 세차게 꼬리를 흔들었음. 꼬리를 흔들다 못해 엉덩이까지 씰룩쌜룩 흔들려 다리가 흔들릴 지경이었음. 문대는 달려드는 콩이를 조금 버겁게 받아냈음.

콩이를 진정시키고 두 사람은 식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음.
22
🔨 연락 안 한 거에 대한 사과는 했고... 그럼, 저 궁금한 거 물어봐도 돼요?
🐶 뭔데.
🔨 왜 연락 안 했어요?
🐶
🔨 많이 기다렸는데. 그렇게 가고 연락 두절되면 헤어지자고 밖에 안 느껴져서요. 혹시 제가 너무 무리한 부탁 했던 거예요?

진짜 죄인이었음. 잘 지내보자 말하는 사람한테, 연인한테
23
좀 더 관심 달라고 말하는 사람을 두고 가버린 제 행동은 어떻게 생각해도 죄인이었음.

🐶 그... 그건 진짜 미안.

청려는 말없이 웃었음. 제가 더 좋아해서, 전에 일도 있고 해서, 늘 한발 뒤로 물러나 져주던 청려였음. 근데 이번 일로 문대가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살짝 눈치 보는 게, 좀,
24
기분 좋았음. 진짜 헤어질 생각은 없었던 거 같아서. 그래도 문대도 자길 좋아하긴 하는 거 같아서. 애초에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연애할 사람은 아니지만.

문대는 앞에 놓인 컵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골랐음. 꽤 시간이 걸린 것 같지만 청려는 인내심 좋게, 느긋하게 기다려줬음.
25
🐶 생각보다, 좋아하는 거 같아서, 좀 당황스러웠어.

열심히 말을 고르고 골랐지만 결국 뱉어지는 말은 두서없이 띄엄띄엄 끊어지는 말이었음. 이렇게까지 제대로 된 문장을 구사하지 못하거나 말이 안 나온 건 중학교 때 이후로 처음임. 쓰게 느껴지는 입안을 차로 헹군 문대는 최대한
26
천천히 말을 이어갔음.

🐶 사귀는 게 맞나,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땐 그냥 좀 마음이 무거웠고. 그 뒤에 신경 써 달라는 얘길 들었을 땐, ...들었던 당시 마음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곱씹어보면 미안했던 거 같아.

시선이 맞을 듯, 안 맞을 듯, 문대는 시선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결국 컵으로
27
시선을 고정했음.

🐶 피하려고 피한 건 아니었어. 계속 생각하고 곱씹고... 그냥 그랬더니 시간이 흘러 있더라고. 미안.

거의 한 달을 그렇게 소비할 줄은 자기도 몰랐음. 멍청이가 따로 없지. 문대는 자신을 향해 비웃음을 보냈음. 청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했지만, 시선을 올릴
28
자신은 딱히 없었음.

🐶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난, ...너한테 제법, 음, 사랑, 받고 있다고 생각해.
🔨 안다니 다행이네요.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 있었음. 컵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음. x발. 올라오는 쪽팔림을 애써 눌렀음.

🐶 이런 거 표현해 본 적, 안 한 지, ...x발.
29
자꾸만 들려오는 피식피식 웃음소리가 거슬렸음. 거슬린 건지 쪽팔린 건지. 짜증도 있는 거 같음. 문대는 머리를 마구 헤집어 헝클이고는 고개를 들었음. 청려는 웃고 있었음. 예의 짜증 나는 얼굴로. 사람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눈으로 저를 쳐다보며. 저 눈에 넘어가 이러고 있는 거지.
30
크게 숨을 들이켰다가 단번에 후 뱉었음.

🐶 노력하면 될 거 아냐. 네 말대로 어? 손잡고 웃고.. x발. 그딴 생각 하게 해서 미안하다.

근 한 달을 고민하고 반성하면 뭐하나. 결국은 짜증은 짜증대로 부리고 준비했던 말은 반도 못 하고. 최악이라 생각하는 문대와 달리 청려는 정말 기쁘게,
31
그리고 즐겁다는 듯이 소리 내서 웃음을 터트렸음. 고상 떨고 그러는 건 어울리지 않았음. 저런 사람이라서 좋아하게 된 거니까. 투박하지만 본인은 모르는 다정을 베푸는 사람. 청려는 살짝 맺힌 눈물을 닦아내고 문대의 손을 잡았음.
32
🔨 좋네요. 많이 노력해줘요. 저도 열심히 도울게요.
🐶 돕기는 x발.

뺨과 귀가 쪽팔림에 빨개졌지만 청려의 손을 뿌리치지 않는 문대였음. 갈 길이 멀겠지만, 앞으로도 제 손을 놓지는 않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음. 청려는 내친김에 그동안 생각하던 것들을 줄줄이 늘어놓았음. 하루 한 번은
33
사랑한다고 해주기. 전화가 안될 땐 음성녹음으로라도 말해주기. 보고 싶을 땐 보고 싶다고 말해주기. 같이 있을 땐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하기... 청려가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문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가, 두 눈이 질끈 감겼다가,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각양각색으로 바뀌었음.
34
문대는 질색하다가도 입술을 꼭 다물었다가 짜증 내듯 그래. 알았어. 하고 착실히 대답했음.

🔨 그럼 우선 첫 번째부터 해줘요.
🐶 ....지금?
🔨 네.
🐶 ...지금...
🔨 지금요.

달싹이는 입술을 보면서 청려는 어서 그 말이 나오길 기다렸음. 두어 번의 한숨이 뱉어지고 몇 번씩이나 벌려졌다가
35
다시 닫히던 입술 사이로 기다리던 말이 흘러나왔을 때,

🔨 네. 저도 사랑해요.

고백을 받아줬던 그 날보다 더 환한 미소로 답했음. 조금 넋 놓고 쳐다보던 문대는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음. 본인은 그렇게 웃었다고 생각했음.
36
뱃속이 간질간질하고 적당히 조여오고. 전과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이 제법 나쁘지 않은 거 같음. 오히려 좀, 좋나? 문대는 재차 말을 기다리는 청려를 쳐다보다가 오랜만에 보는 털 뭉치에게로 떠났음.

표현 서툰 문대가 청려 말 때문에 바뀌는 게 보고 싶엇다는 얘기. 끝!
Actions
What You Can Do
  • Export as PDF or Markdown
  • Batch Export to Notion
  • Bookmark & Highlight
  • Screenshot Tweet
Create Free Account

Includes 7-day Premium trial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