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아포 테스타

대기 시간이 길었는지 조금 지쳐 보이는 기자가 첫 질문 하면
"예, 사실입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염자는 감각이 극도로 예민하며 살아있는 인간이 보인다면 무조건 달려들어 공격하니, 피부에 핏줄이 도드라지는, 영화 속 좀비와 비슷한
"현재 백신은 없나요?"
"안타깝게도 없습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노력 중입니다."
"치사율은 얼마입니까?"
"...0%입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들은 죽지 않습니다. 뇌는 이미 제기능을 하지 못 하는 상태이지만, 몸은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국민 여러분. 현재 정부는 시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힘 쓰고 있으니, 시청, 혹은 구청에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날짜인 8월 19일 오후 8시부터 시작해 격일로 시청, 구청에 헬기를 보내겠습니다."
뉴스 화면이 흔들렸음. 손으로는 계속 멤버들에게 연락을 넣던 문대가 깜짝 놀라 다시 화면을 바라봤음.
"ㅈ,저게 뭐야? 문 잠가!!"
그야말로 혼비백산이었음. 데통령을 잡고 있던 카메라가 위치를 옮겨 투명한 유리문을 비췄는데, 복도 끝 계단에서 몇십명의 사람들이 굴러 떨어진 것 같았음.
박문대의 중얼거림이 무언가에 절여진 듯이 떨렸음. 그 무언가는 역시 두려움이겠지. 그도 그럴 것이 한꺼번에 굴러 떨어진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유리문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었음. 애초에 문대는 평소 좀비장르를 보질 않았을 뿐더러 공포영화에는 흥미가 없었음.
'...문을 열 줄 모르나?'
긴장으로 굳은 문대는 손하나 까딱 안 하고 머리만 필사적으로 회전시켰겠지. 그러다가 뇌는 제기능을 못 한다는 데통령의 말을 떠올릴 듯.
'얼마 전에 이런 글을 봤던 것 같은데... 팬픽이었는데'
상태이상: '인간이 아니면 죽음을' 발생!
['인간이 아니면 죽음을']
정해진 기간까지 테스타가 인간으로서 생존하지 못할 시, ??
남은 기간: D-30
"하…. 시발."
욕이나 한 번 중얼거려주고 다시금 트위터에 접속해 봄. 벌써 유저들의 생존 tip 같은 게 알티타고 있을 듯.
1. 기자회견에 따르면 좀비는 오감에 예민. 하지만 한 번에 한 가지의 감각만 사용 가능.
2. 좀비는 지능이 상당히 낮음.
3. 최대한 물과 식량을 비축하고, 날짜에 맞추어 시청, 구청으로 가는 수밖에 없음.
4. 좀비의 수는 지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을 것임.
6. 현재 좀비는 수도권에서 주로 분포하고 있음. 다른 나라도 수도를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보임.
8. 좀비는 대체로 빛에 취약함. 빛공포증을 이겨낼 만큼이나 사람을 향한 욕구가 강하니 위험한 도박은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함.
9. 좀비는 오로지 사람만 공격함.
왠지 모를 울컥함에 문대 눈 주위가 붉어졌으면 좋겠다. 별건 아니고 이제 다시는 콘서트도 못 하고, 러뷰어를 못 만날 것이라고 생각해서. 반강제로 시작한 일이기는 해도 이 일을 하면서 조금은 자신이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정말 행복했다는 것을 느꼈겠지.
적막을 깨고 문대 폰 벨소리가 울렸으면. '마법은 너'의 한 구절인데 이 상황과 상반되는 말이라 헛웃음 짓다가도 얼른 전화 받을 듯. 그리고 문대는 끝까지 이 벨소리를 바꾸지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