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높은 건물 옥상에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가스가 터지는 듯한 큰 소리가 났음. 새빨간 것들이 근처 여기저기에 튀고, 머리부터 떨어졌는지 그 사람의 얼굴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뭉그러져 있었음. 근처 누군가의 비명과 구급차의 사이렌이 기괴하게 어우러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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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인 시신을 이송하고, 빠른 부검이 이루어 졌겠지. 그 시신의 주인공이 잘 나가던 브이틱의 리더 청려라는 것과 부검결과 자살이라는 것이 온갖 기사들로 세상에 알려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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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에 휩싸인 대중들과 사실을 부정하는 브이틱의 팬덤 티카. 브이틱의 리더 청려, 아니 신재현의 죽음은 온갖 커뮤니티를 도배했고, 자칭 전문가들은 신재현의 자살의 진실을 파헤치려 했음. 그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 짧고도 길었던 사흘의 장례식이 끝이 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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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의 장례식은 몹시 어둡고 시린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음. 브이틱의 멤버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눈물을 흘렸음. 브이틱의 멤버 채율은 얼굴이 팅팅 부을 정도로 울고 나서야 재현이 형에게 기대지 않은 채로 소리 내어 우는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조적으로 웃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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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연예계 지인들과 깊은 관계를 맺진 않았던 탓에 신재현의 장례식에 오는 인물은 그다지 많지 않았음. 장례식을 주관한 브이틱 멤버들과 평소 별다른 연락도 하지 않았던 친인척이 고작이었음. 사람 사는 소리 하나 없는 장례식은 그렇게 끝이 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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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틱은 모든 활동을 중단했음. 기꺼이 기둥이 되어 주었던 사람의 죽음이 심리적으로 충격이 컸던 까닭이었음. 브이틱의 멤버들은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신재현이 살아 있던 시절과 똑같이 숙소에서 지냈음. 감히 그의 흔적을 지울까봐 신재현의 방에 들어가는 것은 엄두도 못 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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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음. 신재현이 죽은 지 한 달이 되던 날에도 실트에는 청려와 관련된 이야기가 절반이었고, 한 달이 지나고서야 그들은 청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음. 누군가는 자신의 삶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그를 지우려 노력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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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누군가는 신재현을 차마 지우지 못했음. 그가 가끔씩 활짝 웃을 때면 우습게도 세상이 조금은 밝아진 듯한 착각이 일었고, 그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누군가는 그런 그를 최선을 다해 사랑했기에 그를 지울 수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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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의 죽음을 접한 그날, 그 누군가는 처음으로 신재현을 원망했음. 끝까지 사랑할 수 없게 만드는 건 너무 이기적인 것이 아니냐고,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내 인생에 나타나지 말지 그랬냐고. 밤새도록 울부짖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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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누군가는 그 없이도 그를 사랑할 수 있었음. 가끔씩 그가 보고 싶을 때면 변함이 없는 그의 SNS를 들어가 보고, 그의 영상을 찾아봤음. 그래도 그리움이 마음을 꽉 채우면 그의 첫 팬싸인회에서 받은 싸인앨범을 안고 처음 봤던 그의 웃음을 기억해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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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누군가는 그 첫 팬싸인회에서 그가 했던 말이 기억났음.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힘들었죠? 항상 와줘서 고마워요." 그는 아주 그리운 것을 떠올리는 눈을 하고서 아주 작은 말로 중얼거렸었음. 그리고 그 누군가는 모르겠지만, 신재현은 아주 오래 전부터 그 누군가를 알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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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의 첫 삶부터 지금의 삶까지 그 누군가는 언제나 신재현의 곁에 있었으니까. 모를 수가 없던 거였지. 그런 신재현은 죽음을 선택하며 그 누군가를 떠올렸을까? 그랬다면 신재현은 정말 지독히도 이기적인 사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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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군가는 아주 천천히 그를 삶에서 밀어냈음. 그와의 추억을 기억의 저편에 소중히 보관해 놓고, 아주 바쁜 삶을 지냈음. 그리고 그 누군가는 경적을 울리며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자동차를 피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음. 그 누군가의 그 찰나에 신재현을 떠올렸음. 지난 삶과 똑같은 엔딩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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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유독 밝았던 어느날, 브이틱의 신오는 멤버들 몰래 처음으로 청려의 방에 들어갔음. 아무래도 사무치는 그리움을 참을 수 없던 탓이었겠지. 이 방문을 열기만 하면 평소와 같이 신재현이 웃으며 잠이 안 오냐고 물을 것만 같았지. 허황된 기대감을 가지고 방문을 열고, 그 즉시 비참함을 느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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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신재현은 창문을 조금 열어두었는지 쌀쌀한 겨울 공기가 방을 휘감고 있었음. 가지런히 정리된 그의 침구에서는 흐릿하게 그의 향기가 났음. 많이 빠진 향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와 볼걸 하고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신기하게도 조금 만족이 됐음. 한참동안 침대 앞에서 머물다 잠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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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고, 신오는 깜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음. 무릎을 꿇고 앉아 침대에 기대어 잔 탓에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듯 했으나, 몰려오는 죄책감에 황급히 방을 나가려 했음. 하지만 베개 밑에서 팔랑이며 떨어지는 종이가 다시 신오의 발목을 잡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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