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 주의 죽음에 대한 언급이 나올 예정입니다. 테스타가 죽은 후 회귀하는 문대

죽음에 대한 언급이 나올 예정입니다.
테스타가 죽은 후 회귀하는 문대
“많이 아파?”
“아뇨, 참을 만 합니다.”
“이따 약 잘 먹고.”
“예.”
문대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류청우의 걱정을 들었음.
테스타의 걱정처럼 아주 아픈 건 아니었지만, 문대는 오늘 연습에서 빠지기로 했다. 때문에 오늘 나가는 건 여섯 명 뿐이었음.
조용해진 공간 속에서 문대는 잠시 잠에 들었음.
그리고 일어났을 때.
[돌발!]
상태이상: ‘누군가는 죽음을’ 발생!
……꿈인가? 문대는 멍하니 상태이상을 응시했음.
죽어서 과거로 돌아가 테스타를 살리시겠습니까?
……누굴, 살려?
죽지도 않은 사람을 살리긴 뭘 살려. 역시 이건 꿈……
……전화가 울린다. 매니저였다.
우는 소리가 들린다.
교통사고가 났다고.
테스타가 죽었다고.
……역시 이건 꿈……
꿈인가?
정말?
시간이 지난다.
‘……아니.’
이건 꿈이 아니구나.
그럼…… 그래도.
살리면 되잖아.
어차피 죽어도 다시 과거로 돌아갈 텐데, 뭐.
그렇게 생각하니 두려울 게 없었다.
문대는 죽었다.
문대는 침대에 앉아 생각을 정리했음.
테스타가 죽은 건, 연습실에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서였지. 그럼 사고를 막는 건 어렵지 않았음. 테스타가 아예 연습에 못 가게 하거나, 연습에 일찍 가게 하거나, 늦게 가게 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테스타는 사고를 피해갈 수 있겠지.
결론을 내릴 때쯤. 청려에게서 전화가 왔음.
“후배님. 혹시 돌아왔나요?”
청려는 기억하는구나. 예상했던 일이었음.
“예.”
“……죽어서요?”
“예.”
전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음.
“뭐, 인생이 늘 생각했던 대로 되나요.”
“그렇죠. ……내일이 무슨 날인지는, 알고 계신 거죠?”
“알고, 있습니다.”
“그럼 열심히 하세요.”
문대는 전화를 끊었음.
테스타를 연습실에 늦게 보내는 건 어렵지 않았음. 마침 문대는 아팠고,
이 나이 먹고 꾀병이라니, 현타가 오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테스타는 꾀병을 부리는 문대를 보고 당황해서 이것저것 챙겨오며 문대를 살폈음. 덕분에 테스타가 교통사고가 났던 시간이 훌쩍 지난 뒤에 테스타를 보낼 수 있었음.
문대는 안심한 채 생각했음.
……오산이었다.
[누군가는 죽음을]
또다시, 상태이상이 떠올랐음.
‘왜?’
교통사고가 일어난 지 훌쩍 지난 시간. 그럴진대, 테스타는 또…… 교통사고로 죽었음.
우연? 이런 우연은 너무 절묘하지 않아?
……악의가 느껴진다. 거대한 악의가.
‘아니.’
그런 거라면 애초에 상태이상이 뜨지도 않았겠지.
되돌릴 수, 있다.
이번에는 아예 테스타를 연습실에 보내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야?
그래, 이번에는 살릴 수 있어.
이번에도 실패하면, 다음에라도 살릴 수 있을 거고.
청려에게서 전화가 왔음.
"다시 되돌아 갈 겁니다."
청려는 그래요, 한 마디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음.
문대는 또다시 죽었다.
또다시 되돌렸다. 이번에도 테스타가 교통사고로 죽기 바로 전날이었다.
이번엔 더 심한 꾀병을 부렸다. 테스타를 데리고 아예 병원에 가서, 연습실에 가지 못하게 했다.
‘된 건가.’
아직 안심할 수는 없지만 하루를 넘겼으니, 된 거 아닌가.
문대는 병원 침대에 누워, 안심한 채 생각했음.
“괜찮아, 문대야?”
“괜찮아.”
꾀병이니까 당연히 괜찮지.
문대는 6명을 응시했음. 멀쩡히 살아있는 6명. 아무것도 모른 채, 문대만 걱정하고 있는 6명을.
졸리다. 문대는 깜빡 잠에 들었음. 그리고.
[누군가는 죽음을]
문대가 자는 사이. 테스타가 자리를 비운 모양이다.
그리고…… 그리고, 죽었다고.
또…… 죽었다고.
……역시, 이상해.
마치 세상이 테스타를 죽이려고 하는 것 같은……
……돌아가면 없는 일이 되니까.
또 죽었다.
“후배님.”
“……예.”
세 번째 죽음. 아직은 별 감흥이 없지만, 언뜻 그런 생각도 들었음.
이놈도 이래서 미친 건가.
“상황이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요.”
“압니다.”
“……아신다면야. 끊을게요.”
그 다음에는, 이틀을 버텼다.
테스타는 계속해서 죽는다.
문대는 패턴을 파악했음. 문대 없이 테스타 여섯이 함께 남으면 안 되나 보지?
생각보다, 문대 없이 테스타 여섯 명이 모이는 순간이…… 많았다. 막으려고 애써도 테스타는 또다시 죽는다.
"후배님."
“…….”
다시 시작할 때마다, 청려에게서 연락이 왔음.
지금이 몇 회차더라. 여러 번 반복해서 그런가, 기억이 나지 않았음. 그런데도 재시작할 때마다 청려가 연락을 해 온 것, 그 사실만큼은 선명했음. 그게 조금 고마웠음.
“괜찮, 습니다.”
“……이런 말,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상황이 바뀔까요?”
……등골이 서늘해졌다. 청려가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상황이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 이만 포기해라.
“바뀔 겁니다.”
문대는 날카롭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음.
테스타가 죽은 건 그로부터 일주일 뒤.
언젠가는. 확실하지도 않은 말에 매달려, 문대는 죽었음.
청려에게서 연락이 온다. 문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득 생각했다. 다시 돌아오고 나서 청려랑 대화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
‘……지친다.’
문대는 멍하니 생각했음.
이제는 몇 번째일지도 모르는 죽음이. 끝없이 반복하는 같은 나날들이, 지친다…….
“형! 어디 안 좋아요?”
저 차유진은 언젠가, 시신조차 온전치 못한 채로 문대에게 돌아왔었다.
차유진 뿐만이 아니지. 다른 테스타 멤버들도…… 한 번씩은 그랬다. 아니, 한 번도 아니었지. 몇 번씩이나 처참한 몰골로…….
차유진의 웃는 낯에, 그때 확인한 시체의 모습이 겹쳐진다.
“…….”
언제까지 이 짓거리를 해야 하지.
차라리 아예 선택을 못하게 하던가. 아슬아슬하게 기회를 보여 줄 듯 말 듯 하니까, 내가 포기할 수가……
‘……무슨 생각을.’
문대는 하얗게 질렸음.
그 뒤 몇 회차는 엉망으로 보냈던 것 같다.
누가 어떻게 보든 소리를 지르다가, 발악하다가, 화내다가.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들에 아차 했다가도. 어차피 모두 없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가,
그런 생활이 몇 주만 이어졌어도 정신병원에 가야 했겠지. 차라리 정신병원에라도 갔으면 좋겠네. ……그 몇 주가 되기도 전에 테스타가 죽어서, 갈 틈도 없었지만.
달라질 것 없이, 테스타가 또 죽는다.
사실, 그만두고 싶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더라?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다가, 어차피 회귀할 건데 무슨 상관이냐는 반항심이 치솟다가…… 누군가의 이름이 머릿속에 떠올랐음.
‘……청려.’
그래…… 문대는 인정했음. 문대는 청려와 대화하고 싶었다. 그를, 보고 싶었다.
자신의 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자신과 같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그래, 그야말로 청려뿐이었으니까.
“오랜만이네요.”
청려는 담담했음.
“그동안 많이 힘드셨나 봐요.”
……속이 울컥 올라온다.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듣는, 위로의 말. 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이 꺼내놓는 실속 없는 말이 아니라, 모든 걸 이해하는 사람이 건네는 다정한 말.
“……상황이…… 이러니까.”
문대는 더듬더듬 제 속내를 털어놓았음. 몇 회차를 반복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청려는 아무 반응 없이, 그저 문대의 말을 들었음.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문대는 한결 내려놓은 채 전화를 끊었음. 오랜만에, 생각할 여유가 생겼음.
……확신할 수 없다. 문대는 시작하기도 전에, 제 실패를 예감했음. 새삼 성공을 기대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죽음을 겪어서.
처음에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너무 많은 일을 겪었나 보다.
안 될 걸 알면서도 왜 계속 죽는 거지.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을까.
[업적 달성! <100번의 죽음>]
보상 ← click!
……100번.
100번을 죽었다고.
그런데…… 달라지는 게 없지.
여전히 테스타는 죽고, 또 죽고.
'보상…….'
문대는 보상을 눌렀음.
천천히 상태창을 열었음. 달라진 게……
'있다.'
눈치 채기 힘든 사소한 변화.
!상태이상 : 누군가는 죽음을
상태이상의 글씨가…… 굵어져 있었음.
'뭐지?'
고민에 잠기는데, 문이 덜컥 열렸음.
"……? 뭐야."
"무, 문대야……."
선아현이 울먹이면서 다가왔음. 다른 멤버들도 왠지 우울한 얼굴이었고.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거 아는데."
큰세진이 입을 열었음. 평소답지 않은, 가라앉은 목소리.
"……!"
물어보니, 갑자기 웬 기억이 났다고 한다.
보상이 이거였냐?
테스타는 혼란스러워 보였음. 그야 없던 기억이 돌아오면 혼란스러울 만도……
'가만.'
"너희 어떻게 과거로 돌아왔는지도 기억해?"
"아니, 그것까진……."
죽음이란 게…… 아무리 아프지 않은 죽음이라도. 은근히 정신을 깎아먹곤 했으니까, 테스타는 기억하지 못했으면 했다.
"이게 몇 번째야?"
"정확히 100번째."
큰 단위에, 테스타가 숨을 들이켰음.
"괜찮아? 무, 문대야, 너, 넌 다 기억했던 거지?"
"그래서, 그때…… 그랬던 거지?"
"……그때?"
"그, 그…… 한동안, 소리지르다가 울다가 웃다가……."
아. 그때.
언제였더라? 정확힌 기억나지 않는데 그런 시절이 있긴 했지.
"지금은 안 그래."
"너 그런 말도 했잖아. 죽지 말라고…… 그건 무슨 뜻이었어?"
글쎄, 그땐 정신을 완전히 놓아버렸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문대는 그들에게 자세한 상황을 털어놓을 생각이 없었음.
문대는 상황을 대충 얼버무렸음.
"……아. 그리고, 나 없이 너희 여섯이서 같이 다니지 마."
물론 그 말도 빼먹지 않고 했음.
***
"테스타가 회귀 사실을 기억해냈다고요?"
"예."
정신을 차리자마자 문대가 한 일은, 청려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음.
테스타가 기억을 찾았다고 해 봤자, 문대는 그들과 자세한 상황을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문대는 조금 설렌 채 말했음.
……아니다. 달라지는 게…… 없다.
다시 과거로 돌아왔다.
테스타는 여전히 모든 일을 기억했음. 자신들이 죽었던 것, 그 사실만큼은 잊어버렸지만.
"왜 또 과거로 돌아왔지?"
문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
"……지루해요."
"……."
"벗어날 방법이 없나?"
이번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몇 번째였더라.
꽤 긴 기간을 버텼을 때. 테스타가 거실에 모여 있는데, 문대가 무심코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였음.
큰 소리가 들렸다.
‘아차.’
……방심했다.
급히 화장실에서 나갔음. 거실의 천장이, 내려앉아 있었음.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는 말은 중요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이랬으니까. 교통사고, 불, 추락 등등. 테스타는 지금껏 몇 번씩이나 그런 식으로 죽었으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음. 여러 번을 살아왔지만 테스타의 죽음을 직접 보는 건 처음…….
이상하지. 시체는 몇 번이고 봐 왔고, 이럴 줄 알고 있었는데도, 문대는 굳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음.
“문대야…….”
흐린 목소리. 문대는 멍하니 그들을 응시했음.
“…….”
“우리가 죽어서…… 그래서.”
말이 끊긴다. 숨이 멎는다. 문대의 생각이 툭 끊겼다.
돌아온 이후, 항상 준비해 두고 있었던 수면제를 꺼냈음. 더 생각할 정신도 없이 입에 수면제를 처넣었다.
다시, 또, 돌아온다.
“뭐야? 우리 또 돌아온 거야?”
방문이 열렸음. 테스타는 태연한 표정이었음. 만약 죽음을 기억하고 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표정이라, 문대는 안심했음.
"그런가 봐."
감기에 걸려서 조금 쉰 목소리였음.
“아, 너 아프지. 쉬어. 우리는 나가 있을게.”
류청우가 그렇게 말하며, 막내들 보고 나가라고 손짓했음.
큰세진은 나가지 않았음.
“큰세진?”
……그러고 보니 큰세진의 표정이 많이 안 좋은 것 같다, 라고 생각할 무렵. 큰세진의 얼굴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음.
문대는 당황했음. 그 큰세진이 왜?
“왜 울어?”
“……!”
어떻게 기억하지?
……몰랐으면 했는데. 죽음을 기억하는 게,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으니까.
“……근데 넌 왜 그랬어?”
“뭐?”
“왜, 왜 너까지 죽……”
……상황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아마 큰세진은, 문대가 수면제를 먹을 때까지도 살아 있었던 모양…….
“우리야 그렇다 쳐도. 넌…… 사고가 아니었잖아.”
“…….”
"……설마. 네가 죽어서, 회귀한 거야?"
눈치 빠른 큰세진은, 이미 상황을 다 파악한 듯 싶었음.
아니라고 해 봤자 안 믿겠군. 문대는 난감해져서 얼굴을 찡그렸음.
"그럼 넌 대체 몇 번을 죽었던 건데……."
"괜찮은데. 너희도 죽었는데 아무 기억 없었잖아. 나도 비슷해."
물론 거짓말이지만.
거짓말까지 했는데도, 큰세진의 안색은 여전히 안 좋았음.
"그렇다고 그렇게 죽는 게 정상이야? 어떻게 망설임도 없이……."
"안 그러면 너희가 죽잖아."
문대는 차분하게 설명했음. 1명이 죽어서 6명을 살릴 수 있으면, 이득 아니냐고.
그러더니 청려와 똑같은 소리를 한다. 차라리 테스타가 죽고 문대는 문대대로 나아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그것 참. 죽는 사람에 본인이 포함되어 있으니, 마냥 화낼 수도 없고.
"다 살 수 있으면 사는 게 좋잖아."
"……그게 가능해?"
"가능할 거야."
문대는 언제나처럼 청려에게 전화를 걸었음.
"또 돌아오셨네요."
"예. 그리고……"
문대는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습관적으로 상태창을 켰음.
[누군가는 죽음을]
죽어서 과거로 돌아가 테스타를 살리시겠습니까?
남은 기회:5
……이건 무슨.
'5번 남았다고?'
그럼 5번 안에 성공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후배님?"
"……잠깐만요."
몇 번을 다시 봐도 변하는 건 없다. 5번. 5번……?
문대는 일단 청려에게 상황을 털어놓았다.
"5번, 이요?"
"……예."
5번이 지나면 죽는 건가?
……근데 그것도 괜찮지 않나?
"제가 생각하기론, 5번째에 죽으면 회귀가 안 된다는 뜻 같은데."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렇습니다."
"……후배님."
나직해진 목소리.
"허튼 생각 하시는 거 아니죠?"
"……아닙니다."
문대는 억지로 말했음.
그래서.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몇 번 대화를 주고 받은 후, 문대는 통화를 끊었음.
***
테스타가 기억을 찾은 후로. 최소한 세 주 정도는 회귀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음.
그럴진대.
큰세진과 문대가 잠시 대화하고 있는 사이. 밖에서 큰 소리가 울린다. ……기시감이 들었음. 잠깐 서로를 마주 본 둘은, 바로 거실로 뛰어나갔음.
……그때와 같다.
치밀어 오르는 피 냄새. 엉망이 된 거실…….
'……큰세진은 나랑 있었는데?'
……뭔가 이상해.
"우읍……."
큰세진이 창백한 얼굴로 입을 막았음.
문대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음. 이번 기회도 어차피 텄다.
"야, 잠깐……."
"어차피 돌아가야 해."
또다시 되돌아왔다.
"야!"
소리를 지르며 방에 뛰어드는 큰세진.
그 심정을 이해 못할 게 아니었기 때문에, 괜찮다는 말로 대충 달래고 그를 내보냈음.
들어 보니, 수면제를 먹은 문대가 쓰러지고 나서도 곧바로 회귀하지 않았나 보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이 죄다 죽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다른 사람은 몰랐으면 했는데…….
'……아냐. 그보다.'
큰세진은 안 죽었다. 그래, 그 사실이 중요했음.
다를 게 뭐지?
'……내가 큰세진보다 먼저 죽었지.'
문대는 상태창을 열었음.
남은 기회가, 4로 깎여 있었다…….
문대는 한참동안 상태이상을 들여다보았음.
……뭔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남은 기회 4번.
문대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
남은 기한을 누리는 마음으로, 예전처럼 살아갔음.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열정적으로 살았던 옛날처럼.
테스타는 꽤 긴 기한을 살았음. 그래봤자 언젠가는 죽었고, 다시 회귀하는 일상의 반복이었지만.
그리고……
이제 한 번, 남았다.
청려에게서 전화가 왔음.
"진짜 허튼 생각하시는 거 아니죠?"
"……."
"후배님."
평소엔 잘 꺼냈던 거짓말이, 오늘따라 나오지 않는다.
문대는 전화를 끊고 차단을 걸었음.
'이게 맞는 거지.'
이제 죽을 시기만 정하면…….
최소한의 불안요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죽어야겠지.
'……1주.'
문대는 마음을 정했음. 최소한 1주는 안전하게 보낼 수 있겠지. 최대한 그 한 주를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나름 유언장도 남겼고, 테스타 활동도 활발하게 참여했고, 틈만 나면 일곱이 모여서 놀았고.
그러다 보니 금방 가더라.
‘옛날에는 테스타를 1주 동안 살려두는 게 그렇게 힘들었었는데…….’
일곱 번째 날 저녁, 문대는 생각했음.
문대는 갈 곳이 있다는 핑계로 잠시 숙소에서 나왔음.
진짜 끝이구나.
마지막으로, 문대는 핸드폰을 꺼냈음.
‘내일 아침쯤으로…….’
예약문자를 걸어뒀다. 경찰에 신고하라는 말과 주소, 유언장을 둔 서랍,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 장문의 편지를 여섯 명에게 남겨 둔 후, 화면을 껐…… 아니 잠깐만.
청려에게 걸어뒀던 차단을 풀었음.
장문의 문자가 딱 하나 와 있었음.
대체로 걱정과 만류의 말이 길게 쓰여 있었다. 옛날이었다면 무시했겠지만, 문대는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읽었음.
마지막으로 전화 한 번 걸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관뒀음.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을 길게 적어서 예약 문자를 걸어뒀음.
문대는 상태창을 열었음.
!상태이상 : 누군가는 죽음을
생각해 보면, 이름 자체가 힌트였다. 그래서 보상을 눌렀을 때 상태이상의 글씨가 굵어진 거였겠지.
누군가는 죽음을.
‘테스타나 나 중 하나 말이지.’
그래서 문대가 먼저 죽은 후, 큰세진은 회귀 때마다 죽지 않을 수 있었던 거고.
문대는 ‘남은 기회:0’이라는 글자를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상태창을 닫았음.
문대는 수면제 통의 뚜껑을 열었음.
문대의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그랬어야, 했는데.
동시에 여섯 개의 폰에서 알람이 울렸음.
평소라면 무시하고 잤겠지만, 테스타는 몸을 일으켰음. 왠지 무시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문대에게서 장문의 문자가 와 있었음.
전 오늘 죽을 거예요. 그러면 이 반복을 끝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
위 주소를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유언장은 제 침대 옆 서랍 속 노트에 끼어 있어요.
유언장에 적어뒀지만 하고 싶은 말을 조금 남기자면……
그 뒤로 길게 이어지는 말들.
테스타는 멍하니 문자를 바라봤음.
"……이게 뭐야?"
"……시, 신고. 신, 신고……."
테스타는 급히 경찰과 119에 신고하고, 본인들도 움직였음. 문대는 직접 찾아오지 말라고 했지만, 그걸 신경 쓸 수 있을 리가…….
정황상 문대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음.
그런 말을 몇 번이나 주고받았다. 상황이 명백해서 죽음을 시도하지 않았을 거라는 가정은 할 수 없었음.
그래서…… 죽음을 시도했지만 살아났을 거라고. 그 말에만 희망을 걸고 테스타는 미친 듯이 중얼거렸음.
늦었다.
테스타가 찾아갔을 때, 문대는 죽어 있었다.
정신없이 며칠이 흘러갔다.
장례식에 모여 한참을 울었다. 그냥,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난리 난 연예계도, 현재의 상황도, 끝 없던 반복도. 무엇에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엔가, 청려가 그들을 찾아왔음.
"……예?"
"회귀하셨잖아요."
정신 없는 와중에도, 그 말을 들으니 머리가 띵해지더라.
"그걸 선배님이 어떻게…… 얼마나 알고 계신 겁니까?"
"오히려 당신들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겠지."
"……더 많이?"
"후배님이 죽은 거, 순전히 당신들 때문이에요."
이렇게 말하는 거, 후배님이 싫어하려나. 지금까지는 미움 받을까 봐 참아왔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네.
청려는 헛웃음을 뱉으며 생각했음. 그러게 후배님, 내가 테스타에게 상처 주는 게 싫었으면 애초에 죽지를 말으셨어야지.
"이세진 씨는 알죠? 회귀한 이유."
"……."
"당신들이 모두 죽었거든요. 못 믿겠으면 이세진 씨에게 물어보세요."
이세진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음.
"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들은 지난 생 내내 죽었어요. 문대 씨만 살았고요. 그래서 문대 씨가 어떻게 했게요?"
"……."
이세진이 입술을 깨물었음. 사실이라 부정할 수가 없었기에.
이렇게 정리해서 들으니까 더…… 더 아팠음. 차라리 그때 테스타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살으라고 했어야 했나. 뒤늦게 그런 후회가 스몄음.
테스타는 뒤늦게 깨달았음.
장례식 중 큰세진 없이 다섯 명만 남은 순간이 분명 있었는데, 이번에는 회귀하지 않았다.
"당신들을 살리려고 죽은 거예요, 문대 씨는."
"……."
테스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음.
백 번을 넘는 순간을 그들을 위해 죽고, 마지막에는 영영 죽어버리기까지 했다고…… 그 애가 혼자 감당했을 시간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왔음.
……그 순간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음.
문대는 잘 몰랐지만, 그 순간들은 문대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처절했음. 그래서,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무너졌던 것도, 단순히 회귀해서 그랬던 게 아니라……
‘죽었던 걸 다 기억하고 있었어서.’
차마 상상도 못할 무게에 테스타의 얼굴이 희게 질렸음.
청려는 혀를 찼음. 테스타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지만, 저런 꼴을 보는 것도 기분이 좋진 않았음. 어쨌거나 후배님이 아꼈던 사람들이기도 했고.
“그리고 전 후배님을 살릴 거예요.”
“살릴 수, 있어요?”
“가능할 것 같아서.”
청려가 자신이 떠올린 방법과 지금까지의 추측들을 말했음.
***
분명, 수면제를 먹었고…… 먹은 양을 고려해 봤을 때, 죽었을 확률이 높고.
문대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잠시 현실 파악이 잘 되지 않았음.
‘여긴 숙소잖아.’
당신은 성공적으로 테스타를 살렸습니다.
!제한횟수: 충족
!상태이상: ‘누군가는 죽음을’ 제거!
:진실확인 ☜ click!
……성공했구나.
그럼 왜 난 여기에 있는 거지. 아무래도 회귀를 한 게 맞는 것 같다고, 문대는 생각했음.
'내가 죽은 걸로 테스타도 죽지 않고 끝인 건가?'
그럼 허공에 떠오른 글자는 왜 '누군가의 죽음으로'이며 상태이상의 이름은 왜 '누군가는 죽음을'이었을까.
“박문대.”
생각하기 무섭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음. 문대는 고개를 돌렸음. 테스타가 서 있었음. 화난 목소리로 말을 꺼낸 주제에, 다들 우는 얼굴이었음.
“괜, 괜찮아?”
"안 괜찮은 건 너희 같은데."
"허엉……. 흡. 왜, 왜 네가 죽었어……."
"……."
그 한 마디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음.
지은 죄가 있기에, 문대는 얌전히 테스타의 잔소리를 듣고 평소라면 밀어냈을 포옹을 받았음.
"미안해……."
"그, 그런 소리 하지 마…… 우, 우리 때문에 죽었던 거잖아."
"……청려 선배님께 들었어. 우리 때문에 네가 죽은 거라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테스타는 눈치를 보면서 상황을 설명했음.
청려가 찾아와서 문대가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얼추 설명해 주고 갔다고.
"잠깐만. 나 선배님이랑 전화 좀."
돌아왔으니 안부도 좀 전할 겸.
가만, 마지막에 보낸 문자도 봤으려나? 그건 좀 민망한데.
문대는 중얼거리면서 주소록을 켰음.
"아……."
"음."
테스타는 문대를 보며 잠시 시선을 교환했음.
뚜르르. 신호음이 간다.
"……? 왜 안 받지?"
평소엔 먼저 전화 걸던 인간이.
청려는 신호음이 끊길 때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음.
"무, 문대야."
"……뭐야. 왜 다들 그런 표정……"
"……아니야, 문대야. 일단은 전화는 나중에 걸고……"
테스타는 문대의 손에서 폰을 빼갔음.
"일단, 일단…… 계속 우리랑 있어요, 형."
차유진이 문대를 끌어안고 토닥거렸음.
문대는 눈을 깜빡이다가, 몸에서 힘을 풀었음.
테스타는 문대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음. 이해 못할 것도 아니라, 문대는 테스타의 어리광을 다 들어줬음.
청려는 여전히 연락을 하지 않았음.
"왜……."
문대는 중얼거렸음.
부르지도 않았는데 상태창이 툭 켜졌음. 자길 누르라는 듯이, 진실확인이라는 글자가 번쩍거렸음.
아마 진실확인이랑 청려가 연관이 있을 것 같지.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알아야 했다. 테스타가 문대가 청려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도록 막고 있으니, 청려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수단은 이것밖에 없지 않은가.
문대는 진실확인을 눌렀음.
***
청려가 처음 이상한 걸 느낀 건, 문대가 처음 되돌아간 그날이었음.
이상한 일이었음. 박문대는 회귀를 하긴 했지만 멀쩡히 살아 있었고, 살릴 필요도 없었음.
청려는 이것도 미션의 일종일 거라고 생각했음. 한 열 번쯤 반복했을 때였나, 문대에게서 상태창에 대해 들었을 땐 그에 대해 확신했고.
어떻게? 어떻게 살리지?
청려는 문대와 연락을 이어갔음.
되돌아가는 건 문대 뿐만이 아니다. 청려 역시 몇 번을 되돌아갔다. 똑같은 겨울을 몇 번이나 보냈다.
그 사실에 조금 짜증이 나다가도, 자신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누군가가 생겼다는 사실에 설레는 나날이었음.
문대는 여전히 이성적이었고, 차분했지만…… 죽음을 몇 번이나 겪은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도대체 몇 번이나 이 짓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금씩 청려에게 솔직해진 문대가 어느 날 했던 말이었음.
테스타는 계속해서 죽는다. 후배님은 테스타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죽음에 뛰어들었다.
청려는 상황이 어긋나는 걸 느꼈음. 이쯤 되면 테스타를 살리는 걸 포기할 만도 한데, 문대는 포기하지 않았음. 죽고, 또 죽고…….
테스타가 몇 번이나 더 죽을지도 확실하지 않고.
청려는 망설이다가, 겨우 말을 꺼냈음.
“이런 말,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상황이 바뀔까요?”
전화기 너머 정적이 돌았음. 문대가 심호흡하는 소리가 몇 번 들리고, 문대는 전에 없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음.
그 말을 듣자 청려는 깨달았음.
문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테스타를 살리기 위해 끝없이 죽을 것이다.
‘실수했네.’
여전히 테스타가 죽는 게 낫지 않나, 란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후배님이 저렇게 질색한다니.
청려는 문대와의 관계가 끊기는 걸 원하지 않았음.
청려는 계속 문대에게 연락을 시도했음. 다음 생에도, 그 다음 생에도, 계속.
박문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음.
청려는 계속 문대에게 연락을 시도하다가, 결국은 관뒀음.
언제였나. 테스타의 박문대가 미쳐버렸다는 루머를 들었다. 울다가 웃기만 반복한다든가. 헛소리를 중얼거린다든가.
아마 루머가 아닐 테지.
무슨 상황인지 알만했다. 청려도 언젠가는 겪었던 일이었으니까.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아니, 그래도 전화 거는 것 정도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뒤바뀌기를 반복했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또 몇 번의 생이 반복된 끝에.
"선배님."
문대가 먼저 청려에게 전화를 걸었음.
문대는 전에 없이 솔직한 태도로 모든 일을 털어놓았음.
그 뒤로 청려와 문대는 연락을 이어나갔음.
"기회가…… 5번 남았다는 문구가 있어서요."
5번. 아마 5번이 지나면 회귀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겠지.
5번이 지나면?
후배님은 테스타 없이 살아갈까? 아니면……
불안하지는 않았음. 문대를 살릴 수 있다는 확신, 자신이 받은 미션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다음, 큰세진이 죽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날, 청려는 방법을 찾았음.
……죽으면 되는 구나.
문대가 죽으면 테스타가 살 테고, 청려가 죽으면 문대가 살 것이다. ……회귀는 불가능할 테고.
문대도 그 사실을 짐작하고 있겠지.
청려는 모르는 척 문대와 연락을 이어갔음. 그리고 남은 기회가 0이 됐을 무렵.
전화기 너머에선 한참동안 말이 없다. 그러더니 툭 끊긴다.
청려는 굳이 문대를 찾아가지 않았음.
어차피,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릴 자신이 있었으니까.
언젠가 생각했듯이, 청려 본인과 문대는 무척이나 닮아 있지 않았던가.
청려 역시 그럴 수 있었다. 미련이 남아서 그러지 말라는 문자를 남겨 두긴 했지만.
청려는 조금 우습다고 생각했음.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죽을 결심까지 하게 만들다니, 대단한 후배님이라니까.
어느 날 아침, 문대에게서 문자가 왔음.
문대의 장례식이 끝난 후.
청려는 옥상에 올라갔음.
문대가 죽은 채로 살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음. 이미 한 번 이해자가 생긴 기분을 맛봤는데,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으니까.
피식 웃은 청려가 건물 밑으로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진실확인이 끝났음.
순식간에 진실확인이 끝났다.
문대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음. 멍한 머릿속으로, 청려가 툭 떨어지던 모습이 끝없이 반복되었음.
"……."
그럼.
죽었다는 건가?
청려가? 그 청려가?
청려는…… 청려는. 문대는, 제 사람들을 보내면서도…… 청려까지 보내게 될 날이 올 거라고는, 그런 식으로는.
'회, 회귀…….'
일말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었다가. 이내, 그럴 리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음. 지금까지의 테스타의 태도로 봤을 때, 청려가 죽은 건 확실하지 않은가?
'……누가 죽어?'
청려가?
문대는 테스타를 통해 사실을 확인했음.
"……선배님이 자기가 죽으면 넌 살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
문대는 기사를 보았다. 자신이 돌아온 그 날짜에 올라온, 청려가 죽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그니까 그건, 문대의 유언이었고, 이젠 청려의 유언이었음.
문대는 천천히 기억을 헤집었음. 그날, 자신이 조금의 망설임 없이 입력했던 문자. 제 할 말을 모조리 쏟아낸…… 그 문자를.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전했던 것 같다.
문대는 늘 청려에게만큼은 제 심정을 그대로 쏟아내곤 했으니까.
'진짜 죽었다고…….'
아무도 잃고 싶지 않아서 몇 번을 죽었는데. 겨우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테스타가 살았어도 청려가 죽었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지.
생각해 보면, 문대가 무너질 때면 늘 청려가 옆에 있었다. 근데 이젠 아니네.
문대는 그 뒤로 한참을 방황했음.
테스타가 청려에 대해 하는 말을 듣다가, 다정한 그 얼굴을 되새기다가, 괜히 청려의 연락처를 들여다 보고, 기사를 찾아보고, 사진을 찾아보고…….
문대는 자신이 썼던 그 문자를 계속해서 생각했음.
미안하다고 했었지.
고맙다는 말도 했던 것 같다. ……청려도 나한테 고맙다고 생각했을까? 왜? 난 그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는데.
당신이 있어서 그동안 버텼다는 민망한 말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리고.
한참동안 기억을 되새긴 후, 문대는 깨달았음.
문자에…… 앞으로 자신 없이도 잘 살아가라는 말도, 적어뒀었다. 자신을 잊고 살라는 말도…… 했던가. 했던 것 같다.
이것 역시 청려가 자신에게 남기고 싶었던 말이었을까.
청려랑 자신이 느꼈던 감정은 어쩌면 비슷하지 않았을까.
누구도 죽지 않고 시간이 흐른다.
테스타는 기뻐하지 못했음. 자신들이 이 날을 겪게 될 수 있었던 배경에, 누구의 희생이 있는지 너무 잘 알아서.
"……."
문대는 테스타의 걱정 어린 시선을 무시한 채 생각에 잠겼음.
전 잊으시고 선배님은 선배님대로 사십시오.
허공을 응시하던 문대가 헛웃음을 지었음. 문득, 정말 문득…… 그때 자신이 남겼던 문구가 떠올라서. 하필 그 한 문장이 통째로 떠올라 버려서.
문대는 입술을 깨물었음. 청려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때 느꼈던 심정이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아서.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청려를 위해 문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문대는 꾸역꾸역 정신을 차렸음.
그때부터 문대는 테스타 활동을 재개했음. 노래에도 참여하고, 건강 핑계를 대며 빠졌던 방송에도 복귀하고.
괜찮나? 아니, 여전히 괜찮지는 않았다. 항상 옆에 있으리라 믿었던 사람이 사라지는 것, 그게 주는 충격이 생각보다 더 크더라.
영영 그를 잊을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청려의 말을 많이 들어준 거 아니겠냐고, 문대는 생각했다.
어...전 회귀의 원인을 안 류청우가 피 범벅이 된 채로 문대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이젠 그만해, 문대야. 살 사람은 살아야지."라고 말하고, 문대는 멍하니 있다가 청우가 죽고 자기도 따라 죽어버리는 장면을 쓰고 싶어서 썰을 쓰기 시작했거든요??
근데 왜.. 정작 그 장면이 없어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