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느껴졌다. 문대는 천천히 눈을 뜸. 여섯 명이 우르르 모여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음. 불편하지도...

문대는 천천히 눈을 뜸. 여섯 명이 우르르 모여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음. 불편하지도 않은지, 다닥다닥 모여서.
왠지 그 얼굴이 퀭하고 우울하게 보였음.
"……뭐야?"
"아, 문대야. 일어났구나. 너 병원 가야지."
기운이 쭉 빠진 목소리. 아니, 그 전에.
"병원은 왜요?"
청우는 당황한 얼굴로 문대를 응시함.
"일어나면 병원 가자고 했잖아."
"……? 제가 언제요."
문대는 오늘 일정을 나름대로 세워뒀고, 그중 병원에 가는 일정은 없었음. 다른 날이면 모를까, 오늘은…… 아.
"제 생일이라고 서프라이즈라도 준비하신 거예요?"
"뭐? 아니, ……으음."
"……오늘 새벽 일이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오늘 새벽? 나 그때 자고 있었을걸."
"……."
왜인지 멤버들의 얼굴이 창백해짐.
"오늘 새벽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무언가 말하려는 김래빈의 입을 큰세진이 틀어막음. 큰세진은 파하하 웃으며 말을 돌림.
"아아니 그냥~ 아무것도 아냐. 문대 너 씻을 거지? 우리 나가 있을게!"
그러더니 큰세진은 멤버들을 데리고 나감.
'……? 뭐야.'
별거 아니라고 했으니까 괜찮겠지.
문대는 옷을 챙겨 나감.
"문대 너 씻게?"
"어."
"같이 씻을까?"
…….
저 새끼 왜 저래.
문대가 질색하자, 큰세진이 크게 웃음.
"농담이야."
"……그런 농담 하지 마라."
"아하하…… 씻기 귀찮지 않아?"
"그냥 쉬고 이따 씻어~"
"됐거든."
문대는 매정하게 말하고 화장실 문을 닫음.
이상한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음.
샤워를 끝내고 나오는데, 멤버들이 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음.
여섯 명이서, 좁지도 않은지. 심지어 배세진까지 화장실 문 앞에 앉아 있었다.
"……뭐해."
"하하……."
"대체 왜 그러는……"
"형! 밥! 밥 먹어요!"
그날은 하루종일 그런 식이었음.
여섯 명의 시선이 내내 따라다니고, 물어봐도 아무 답도 돌아오지 않고. 짜증이 조금 올라올 정도였음.
'진짜 왜 저러지.'
그렇게 좀 피곤한 하루가 지남. 자려고 누웠는데, 문득 시선이 느껴짐. 선아현과 배세진이 문대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음...
문대는 애써 무시하며 눈을 감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선아현은 여전히 문대를 응시하고 있었음. 밤을 샌 게 분명한 퀭한 얼굴로.
"……뭐해?"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긴 개뿔이…….
그로부터 며칠 동안.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밤을 샘.,
'무슨 불침번 서는 것도 아니고…….'
갓난아이도 이렇게는 안 챙길 거다. 화장실 갈 때에도 계속 쳐다보질 않나. 밤까지 새면서 굳이 남 자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야말로 과보호였다.
그렇게 그 며칠간의 일이 별 거 아닌 헤프닝으로 남겨질 무렵. 같은 일이 한 번 더 반복됨.
몇 시지. 날이 꽤 밝은 것 같은데. 어제 저녁 일찍 누웠는데 왜 이리 피곤한지. 이상하게 목도 아프고, 눈도 잘 떠지지 않는 느낌이었음.
뒤척이는데, 시선이 느껴짐. 문대는 눈을 뜸. ……멤버들이 자신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음. 뭐하고 있냐고 묻기도 전에, 청우가 질문함.
"예? 잘 모르겠는데요. 테스타 관련 기념일이라도 되나요?"
"아니, 테스타 관련 일이 아니라 네 개인적인 일 중에."
개인적인 일? 문대는 머리를 굴림.
"아. 그러고 보니."
그때,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음.
'부모님 기일…….'
정확히는, '박문대' 부모님의 기일.
"……무슨 날인데?"
어떻게 말해야 분위기가 안 싸해지지. 문대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말함.
"부모님 기일이요."
"……아."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저도 까먹고 있었어요."
"……."
멤버들이 당황한 얼굴로 눈동자를 굴림.
'이 정도에?'
물론 '부모님 기일이요' 같은 대답에 놀랐을 수는 있지만. 저렇게 눈물을 그렁거릴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그…… 뭐 안 챙겨도 돼?"
"평소에도 안 챙겼으니까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
'……왠지 불길한데.'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함.
그날 하루, 멤버들이 또 문대를 과보호한 것... 저번 생일 때처럼 과한 보호였음.
부모님 기일이라 신경 써 주나 보다, 라고 넘기기에도 과한 보호였음.
며칠만 참자.
며칠…….
그러나 이번엔, 며칠이 지나도 과보호가 끝나지 않았음. 문대는 참고 참다가 결국 직접적으로 물음.
"왜 그래?"
"……뭐가."
"알잖아."
멤버들이 잠시 침묵함. 당황한 얼굴로 서로를 응시하던 테스타는, 결국 사실을 털어놓음.
모두가 자고 있는 밤. 문득 큰 소리가 들렸음.
잠귀가 밝은 배세진이 눈을 뜸.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문대가 몸을 엉거주춤 일으킨 채 서 있는 게 보였음.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저러나. 배세진은 가볍게 생각하고 다시 눈을 감음.
갑자기, 불이 켜짐.
문대는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고 있었는데…… 평소의 박문대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와 표정이었음.
"박문대?"
문대가 흠칫 놀라 고개를 듦. 이것 역시, 평소답지 않은 반응이었음.
"……누구, 세요?"
……그것보다도 내용이 더 충격적이었음. 누구세요, 라니.
배세진과 마찬가지로 잠에서 깬 선아현이 당황함.
"어……? 무, 문대야?"
"……."
혼란스러워 보이는 박문대의 눈동자. 그만큼이나 두 사람도 당황스러웠음.
"누구냐니. 그게 무슨 소리야?"
"……누구시냐고요. 처음 보는 분인데……."
질 나쁜 농담으로 넘겨버리고 싶을 만큼 믿기지 않는 물음이었음.
"여긴 또, 어디죠? 전 분명……."
작게 이어지는 목소리. '죽었을 텐데'
끝이 흐렸지만, 알아듣기 어렵지 않은 말이었음.
"……'죽었을 텐데'라는 건 무슨 소리야?"
저건 무슨 소리야. 배세진은 얼굴을 찡그렸지만, 선아현은 그 말에 바로 상황 파악을 함. 아현이는 문대가 자살 시도한 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아……."
"……뭐야. 왜?"
배세진이 묻고, 아현이는 당황함.
"무, 문대…… 자, 자살 시도한 적이 이, 있댔어요."
"……뭐?"
배세진 당황함... 그 박문대한테 그런 과거가 있다니 당황할 수밖에 없지.
"……그럼 지금 심각한 거 아냐?"
"……."
아현이가 울적한 얼굴로 고개를 숙임.
"……무슨 대화 중이세요?"
"무, 문대야. 너, 자, 자살 시도한 거지."
"……네."
아현이가 울컥한 감정을 애써 다스림. 심호흡을 한 후, 아현이가 입을 엶.
"……제가요? 그니까, 제가 기억을 잃은 채로 살았다고요? ……죽지, 않고요?"
"응……."
문대의 표정이 멍해졌다. 믿을 수 없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표정이었다.
"그럼 그동안 전 어떻게 살았는데요?"
"네? 아이돌?"
"으, 응."
"……말도 안 돼…… 제가요? 그럴 리가. 전 그다지 잘생기지도 않았고, 춤도 잘 못 추고."
"아, 아냐! 네, 네가 얼마나 잘해왔는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선아현의 얼굴을 보고, 문대가 입을 다묾.
"……그나저나, 빨리 수습해야 하는 거 아냐? 얘 병원도 데려가야지."
"아, 벼, 병원. ……어떡, 하죠?"
"일단 애들 깨울까?"
"네, 네…… 일단."
선아현이 방 밖으로 뛰쳐나감. 박문대가 멍하니 중얼거림.
"……애들?"
"……."
문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임.
그는 혼란스러웠음. 죽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눈 떠 보니 웬 좋은 집에 누워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지. 함께 사는, 그것도 꽤 친했던 것 같은 사람까지 있을 줄이야…….
게다가 뭐. 아이돌?
"졸려요……."
"무슨 일이길래……."
바깥이 소란스러워지고, 문이 벌컥 열림.
아현이의 뜬금없는 말에 당황스러워 하던 사람들이, 침대에 앉아 있는 문대를 보고 생각에 잠김. ……평소의 문대라면 절대 짓지 않을 표정과 분위기.
"……무슨 상황이야, 이게?"
"……그게 가능해? 와, 아니…… 미치겠네. 어떻게 해야 하냐, 이걸?"
"……."
"잠깐. 그럼 쟤 자살 시도한지 얼마 안 된 상태인 거 아냐?"
"아……."
"……마, 말하게?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그건 그랬음.
아현이는 납득하고, 문대 옆에 앉음. 문대는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음.
그 사이, 큰세진은 멤버들에게 상황을 설명함.
"맞습니다."
"……진짜? 아니, 그게 뭔…….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기억이 없댔는데?"
말하다 보니 정말 막장 같았지만, (적어도 테스타에게는) 사실이었음.
그게 가능해?란 의문은 소용 없었음. 이미 현실이 되어 있었으니까...
"혀어엉……."
"……."
문대는 바짝 굳어선 채 슬금슬금 물러남. 아현이가 급히 유진이를 붙잡고, 큰세진이 다시 차유진을 끌어당김.
앞으로의 활동은 어떻게 하냐는 막막함은 뒤로 밀어두고, 테스타는 문대를 살핌.
"……."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겠어?"
끄덕. 작게 움직이는 고개. 문대의 얼굴은 혼란으로 가득했음. 평소의 박문대는 절대 짓지 않았을 표정.
"난 류청우라고 해."
"……네……."
"진짜 저 기억 안 나요? 형…… 저 유진인데."
"……모르겠어요."
차유진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문대의 손을 붙잡음. 문제는, 문대는 사람의 온기에 익숙하지 않았다는 것. 문대가 움찔하며 손을 빼자, 차유진이 결국 울먹거리기 시작함.
"유진아. 속상한 건 알겠는데 참자. 문대가 당황하잖아."
"……허엉. 네에."
"형. 저 래빈이에요. 김래빈."
문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거림.
"나는 이세진. 큰세진이 별명이야."
"네……."
"……너랑 동갑이야. 말 놔."
문대는 말없이 눈동자만 굴림. 그렇게 말해봤자, 문대에게는 초면인 사람이었음.
"저…… 그게. 20살, 12월 14일에서 15일 사이…… 여관. 수면제를 먹었어요."
문대는 망설이다가 자세히 설명함.
어찌 됐든, 본인이 기억을 일부 잃은 것은 사실인 듯했고. 상황을 파악하려면 본인이 알고 있는 것도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실 그대로 말함.
"죽었을 줄 알았는데……."
왜 살아있는 거지. 희미한 중얼거림이 들리고, 방안에 침묵이 내려앉음. 경악하는 테스타 멤버들 중, 큰세진과 선아현은 비교적 빠르게 정신을 수습함.
"이제 안 그럴 거지?"
"……일단은요."
"무, 문대야. 그, 그러지 마아……."
"……그래서. 제가 아이돌로 데뷔했다고요?"
"으, 응. '테스타'라고."
"……진짜 말도 안 돼……."
"지, 진짜야."
"……아. 사진이라도 보여드릴까요?"
"사진 좋다."
"이게, 저라고요?"
"너 아니면 누구야."
"……너무 다른데."
"너 맞아."
문대는 아무 말 없이 입을 다묾. 여전히 납득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음.
"병원에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이 시간에 검사가 되려나?"
그들은 좀처럼 결론을 못 잡고 수군거렸음.
평소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건 항상 문대였기에, 좀…… 낯설기도 했음.
결국 자고 일어나서 병원에 가는 걸로 합의를 보고, 그들은 각자 자리로 돌아갔음.
물론 아현이와 배세진은 방에 남아서, 문대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음. 평소였다면 바로 그 시선을 눈치챘을 문대는, 오늘은 아무것도 모르고 뒤척이기만 함.
문대가 잠든 걸 확인하고, 아현이는 침대 앞에 앉아 그를 살핌.
테스타 멤버들도 슬그머니 방에 들어왔음. 울었는지, 누군가는 눈가가 붉어져 있었음.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문대가 깰까 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몇 시간이 지남.
그리고…… 드디어 문대가 일어났을 때.
"……뭐야?"
"병원은 왜요?"
"일어나면 병원 가자고 했잖아."
"……? 제가 언제요."
새벽과는 다른 말투. 태평한, 티벳여우 표정. 테스타는 당황해서 눈짓을 교환했음. 문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태도였음.
그럼 기억이 났다가 다시 없어졌다는 건가……? 말이 돼?
"그러니까, 기억이 났다가 다시 사라졌다고? 말이 돼?"
"의사에게 문의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저흰 의학적 지식이 없으니까요."
"그러다 소문이라도 잘못 나면……."
"저러다 다시 아까 상태로 돌아오면 어떡해?"
분위기가 침울하게 가라앉음. 누구도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새벽에 문대가 한 말을 떠올리는 중이었음.
그날 하루, 테스타는 문대 뒤를 쫓아다님. 그 다음 날도, 다다음 날도.
이제 괜찮나, 싶어 슬슬 과보호를 관둘 때. 그 새벽의 일이 굳이 의식하지 않으면 떠오르지도 않을 정도로 잊혀졌을 때, 일이 한 번 더 터짐.
문대는 부스럭거리며 몸을 일으킴.
'……중간에 깬 건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고 있었고, 본인만이 일어나 있었음.
다시 잠이 오지 않았기에, 문대는 멍하니 생각에 잠김.
'아이돌…….'
현실 감각이 없었음. 내가? 싶기도 했고.
또, 본인을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이상하게 눈물이 비집고 나옴. 외롭게 지낼 때도 안 울었는데, 애정을 받는 걸 안 순간 눈물이 나오다니. 조금 우습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음.
"무, 무슨 일이야, 문대야."
"……아니에요. 지금 몇 시죠?"
……존댓말.
두 번째다 보니, 상황 파악이 빨랐음.
그 사이, 아현이가 문대를 살피고 있었음.
"……또? 몇 개월간 안 그래서 다신 이런 일 없을 줄 알았는데."
"그러게요……."
"몇 개월 지난 것도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저번처럼 해 볼까."
저번보다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테스타는 문대에게 가까이 감. 휴지를 쥐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손에 물을 쥐어주고.
문대는 낯선 기분으로 그 호의를 받음.
"그…… 이제 좀 괜찮아?"
"……네."
"그래……."
"으, 응!"
그들은 과거 일화를 풀어놓기 시작함. 아주사 때 일과, 데뷔하고 나서의 일. 그들이 점차 친해진 이야기…… 같은 것들을.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문대의 표정이 이상해짐.
"……전 그런 성격이 아닌데……."
"아무리 그래도…… 제가 그럴 리가 없어요."
단호한 자기 부정. 멤버들의 표정이 굳어짐. 아니다, 네가 얼마나 잘해왔는데, 식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문대는 그럴 리가 없다며 고개만 내저음.
확실히 원래의 문대와 다른 성격이긴 했음.
"……왜 아니라고 생각해?"
"저, 전 그리 똑똑하지도 않고. 여러분들이 말하는 것처럼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인 것도 아니고. 그렇잖아요."
"……."
문대는 그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음.
큰세진이 핸드폰을 챙겨옴. 팬카페에 들어가서, 문대의 이름을 검색함.
안 좋은 여론은 없었음. 애초에 팬카페에 검색한 거니 당연한 일이었음.
[문대 웃는 거 보세요... 하 심장 아파 (사진)]
[문대야ㅜㅜㅜ 항상 행복해야 해 사랑해]
문대는 낯선 기분으로 핸드폰을 응시함. 불특정 다수가 자신에게, 애정 가득한 말을 적어내려 놓은 걸 보는 건…… 정말이지.
"……진짜 안 믿기는데……"
그 뒤로 대화를 주고 받다가, 테스타는 문대의 말끝이 느려지는 걸 눈치 채고 문대를 침대에 눕힘. 저번과 마찬가지로 문대가 잠에 들 때쯤 방에 모여 대화를 나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럴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근데 왜 하필 오늘 이런 일이 발생한 거지? 저번엔 생일이었고……."
문대의 기억에 문제가 생긴 날. 저번엔, 문대의 생일이었음.
우연인가? 하필 생일날 기억이 돌아온 게, 우연이었나?
"문대한테 한 번 물어볼까?"
그날 아침. 문대는 저번처럼 새벽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음.
청우는 혹시나 싶어 문대에게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물었고, 돌아오는 대답이……
"부모님 기일이요."
…….
테스타는 그 순간 결정했음. 앞으로는 문대의 과보호를 멈추지 않으리라.
왠지 목이랑 눈이 아프더니…… 울어서였군.
"……."
그 일을 전하면서, 누군가는 울먹였음. 아니, 대부분이 울고 있었음.
문대는 한숨을 참으며 그들에게 휴지를 건넴.
믿기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믿을 수밖에 없었음. 설명이 꽤나 상세했기에.
"……그런 일이 있었으면 말을 하지."
"……네가 옛날 일을 떠올리는 게 좋을 것 같지가 않아서."
문대는 아니라는 말을 꺼내려다 한숨만 한 번 쉼.
'그나저나, 빙의…… 같은 건가.'
잠깐. 설마.
문대는 시스템창을 불러옴. 언제나와 같은 항목 아래…….
!상태이상 : 빙의(비활성화)
: 안타깝게 죽은 영혼
-중요한 날이 오면, 누군가가 빙의한다.
-애정으로 위로하자!
'……이런 x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상태이상이 생겨나 있었음.
그나마 '중요한 날'이라는 언급이 있는 건 다행이지만…….
애정으로 위로하라고?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아니지. 일단 다른 일부터 수습하자.
"알겠으니까 그만 울고."
"……흐엉."
미치겠네……. 더 울면 어떡하자는 거지.
차유진이 억 소리가 나올 정도로 문대를 끌어안음.
"왜 울어. 진정해 봐."
"……형이, 뭔 약을 먹고, 죽으려고 했다고……."
"……수면제? 그것까지 말했냐?"
미치겠네.
이건 뭐, 아니라고 거짓말도 못한다.
'……울만 했네.'
"……왜…… 그러셨습니까?"
김래빈이 새삼 충격 받았다는 얼굴로 망연히 중얼거림.
"몰라. 기억이 없잖아."
"……아."
"어떤 과거든 나한텐 없는 일이야."
사실, 그 모든 일은 현재의 박문대와는 상관없는 것이지만……
'이걸 말하면 정신과 상담부터 받게 되겠지.'
"네."
"……기억이 없는데 병원을 안 갔어?"
"몸은 멀쩡했어서 안 갔어요."
"지금이라도 가 봐요, 형."
"그러다가 또 다시 기억에 문제가 생기시면 어떡합니까."
그럴 일, 없었음.
상태이상에 따르면, 박문대가 빙의하는 건 '중요한 날'밖에 없었으니까. 그나마도 새벽에만 빙의하는 것 같고.
다만, 이 내용을 털어놓을 순 없었음.
"어떻게 확신해? 모르는 일이야."
"마, 맞아."
'……병원은 안 되는데.'
병원에서 어떤 처방을 내려줄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기억상실증에 대한 내용이 퍼지면 안 됐음. 기억상실이 알려진다면 변질될 이미지며, 쏟아져 나올 기사들이며……
"……다음에 또 이런 일 있으면, 얄짤없이 데려갈 거야."
"아니. 낮이 되도록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에나 데려가."
"……그래. 그렇게 하자."
겨우 결론이 나왔음. 문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음.
'중요한 날이란 게 언젠지 모르겠어.'
이건 일 년쯤 지난 뒤에야 말할 수 있을 듯 했다…….
……그 뒤로 테스타 멤버들의 극진한 대접과 과보호가 이어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
***
아무 일도 없었는데도 과보호가 계속된 건 좀 의외였고.
이젠 문대도 과보호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짐.
내일은…… 문대의 생일이었음. 테스타 멤버들은 벌써부터 긴장한 눈치였고.
그들은 거실에 한데 모여 자기로 합의함. 아마 테스타 멤버들은 자지 않을 것 같지만.
어련히 잘하겠지만, 문대는 한 번 더 부탁했음.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어린애. 결국 자살로 생을 마친…….
조금 안타까워졌음. 그 아이의 죽음에 자신의 영향도 있다는 걸 생각하니 더더욱.
"다, 당연하지. 자, 잘할 거야."
"……그래."
그가 잠에 빠져들 때쯤, 테스타 멤버들은 몸을 일으켰음.
문대가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같이 잔다'라고 하긴 했지만, 그들은 잘 생각이 없었음.
그로부터 한 시간쯤 지났을까. 문대가 스르르 눈을 뜸.
약간 멍한 눈동자에 대고, 청우가 손을 흔듦. 문대가 눈을 깜빡이며 몸을 일으킴.
"왜 다들 여기 있어요?"
"음…… 사실. 네가 기억을 찾은지 몇 개월이 지났어."
청우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대략적으로 소개함.
"저도 신기해요!"
차유진이 웃으며 와락 안김. 잠깐 굳어 있던 문대는, 슬그머니 손을 올려 그의 머리를 쓰다듬음.
"아마 네 생일날, 부모님 기일에만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아."
"아……."
"넵."
문대는 납득해서 고개를 끄덕거림.
테스타는 새삼스러운 기분으로 문대를 봄. 그가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음.
아까 차유진을 밀어내지 않은 것도, 말이 확고해진 것도, 표정에 안정감이 생긴 것도.
"너한테 보여줄 게 있어."
테스타는 그 변화에 못을 박을 생각이었음.
오늘을 위해 테스타는 그야말로 온갖 것을 준비했음.
팬이 쓴 편지, 선물, 문대의 영상과 사진…… 며칠 내내 좋은 것들만 추려낸 결과물이었음.
문대는 천천히 그것들을 훑음.
"……평생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문대는 한참동안 그것들을 보다가, 느리게 웃었음.
테스타는 문득 깨달음. 기억이 돌아온 문대가 웃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음.
테스타의 얼굴에도 천천히 미소가 떠오름.
문대는 잠시 고민하다가, 느리게 입을 열었음.
"다음에도…… 이런 거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무례한 부탁이면,"
"아아니, 아냐! 무례는 무슨."
"저, 전혀 안, 귀찮아."
몇 번이나 부정해줬는데도, 문대는 여전히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음.
이 정도 부탁은 어렵지도 않은데도, 사소한 호의 하나조차 그냥 받을 수는 없다는 태도.
큰세진은 머리를 굴렸음.
최선은 이 정도 사소한 부탁은 아무렇지도 않게 해도 된다는 걸 인식시키는 거지만…… 그게 안 되니 죄책감이라도 없애주고 싶었음.
"그럼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말 놓을래?"
"……네?"
"우리 동갑이야. 말 놔도 돼."
"어…… 그, 그럴까……? 평소에 전, 아니 나는, 반말을 썼어?"
드디어. 큰세진은 소리내 웃고 싶은 걸 참고, 차분하게 대답했음.
"청우 형이랑 세진이 형한텐 존댓말 썼어."
"편하게 반말 써요!"
"응……."
"응……."
반말을 쓰겠다는, 사소한 변화에 테스타는 행복해했음. 문대는 묘한 기분으로 테스타를 응시함. 자신의 말 한 마디에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좀 묘해져서…….
……근데 이렇게 사랑 받는 누군가가 자신이 맞는지는,
'……아니야.'
……어쩐지 잠이 몰려왔음. 억지로 버틸 수조차 없을 만큼 깊은 수마였음.
문대는 잠에서 벗어나려는 의미 없는 저항을 몇 번 하다가 결국은,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음.
테스타가 자신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놀라지 않을 수 있었음.
허리를 일으키자, 누군가가 이불을 걷어주고 누군가는 손을 잡아줬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걍 받아~"
"부담스럽다고."
"응, 그만 둘 생각 없어."
'너마저…….'
자신을 걱정해서 이러는 거니 화를 낼 수도 없고.
"근데 신기하긴 하다. 둘이 성격이 진짜 다르네."
문대는 말없이 생각함. 애초에 다른 사람이니 당연한 일이지.
"전 둘 다 좋아요!"
"그래. 고맙다."
'애정이라고 했지.'
혹시 싶어 상태창을 열어봤지만, 상태이상은 제거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음.
'애정의 기준이 뭘까.'
불안했음. 시스템이 말하는 애정의 기준을 종잡을 수가 없어서.
그치만 차유진 말을 들으니 한 시름 덜어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성격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데 그 말을 한 거야?"
"둘이 진짜 다르다고 한 건 알아들었으니까!"
……아니. 안심하긴 아직 이른 것 같기도 하고.
***
문대 부모님의 기일이 되기 며칠 전.
테스타는 온갖 물건을 모으기 시작함.
"……너무 많은 거 아냐?"
"다다익선이잖아요~ 걘 이런 걸 좀 봐야 해요."
"그건 그렇지."
테스타는 잔뜩 긴장한 채로 문대를 기다림.
얼마나 지났을까. 문대가 천천히 눈을 뜸.
"무, 문대야. 안녕……!"
"안녕하세요…… 아니, 안녕."
아현이는 문대의 반말에 기쁘게 웃었음.
테스타는 문대를 극진히 챙기기 시작함. 베개를 등 뒤에 받쳐주고, 손을 잡아주고, 머리를 토닥거리고.
"그동안 또 몇 개월이 지난 거예요?"
"응. 아, 우리가 모아온 것 좀 봐."
류청우가 웃으며 한쪽을 가리켰음.
문대는 입을 멍하니 벌렸음. ……압도될 만한 양의 물건들이 그곳에 쌓여 있었음. 다 꺼내기도 힘들었을 것 같은, 어마어마한 양의 물건들.
얼굴 모르는 타인이 보낸 선물. 왠지 간지러운 기분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런 애정은 처음이었으니까.
"형이 평소 자주 보시던 겁니다."
김래빈이 문대의 품에 메세지북을 안겨줬음.
한 장 넘길 때마다, 사랑한다는 말이 튀어나왔음.
문대는 메세지북을 응시했음
우습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보자…… 찬물을 뒤집어 쓴 듯 현실감각이 또렷해졌음. ……그 말이 제 것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저들이 말하는 문대와, 자신 사이의 괴리감.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음.
'바뀔 순 있지.'
그렇다면 기억을 잃어서 바뀐 자신은,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토록 성격이 바뀌었는데,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문대는 기억을 잃은 자신을, 자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음.
그래도…… 그토록 사랑 받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어도,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쏟아지는 애정만큼은 분명했기에.
……그거면 만족할 수 있었음.
문대는 본능적으로 느꼈음. 이번이 끝, 끝이다.
이들의 애정은 자신이지만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받게 되겠지.
……잠이 몰려왔다.
문대는 잠을 떨쳐내려는 의미 없는 몸부림을 굳이 치지 않고, 흐름에 순응해 눈을 감았다.
그 뒤로는 암전.
! 상태이상: '빙의' 제거!
"……."
상태이상이, 제거됐음.
안도감이 들었지만…… 조금 씁쓸하기도 했음.
"일어났어?"
"아. 네."
문대는 자리에서 일어남.
테스타 멤버들은 다들 소파에 앉아 있었음. 밤을 샜는지, 다들 퀭한 얼굴이었음.
"졸리면 자지?"
"그래. 그리고…… 다음부터는 신경 안 써 줘도 될 것 같다."
"응? 왜, 왜?"
"다음부턴 이런 일 없을 거야."
"그걸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시스템창이 그렇대.
……그렇게 말해봤자 미친놈이 되겠지.
"그냥 감이 그래."
불신의 시선이 닿았다.
"새벽엔 뭘 했어?"
"이것들을 보여줬습니다."
김래빈이 가지런히 정리한 편지, 선물 같은 것들을 보여줬음.
문대는 그것을 응시함. 자신에게 쏟아지는 편지와 선물. ……자신에게도 벅차게 느껴지는 것들이다.
***
눈을 뜨자마자 빤히 바라보는 여섯 쌍의 눈동자가 보였음. 문대는 당황하지 않았음. 지난 몇 개월간, 이런 일이 종종 있었으니까.
게다가 오늘은, 이런 시선을 예상하고 있었음. ……박문대의 생일이었으니까.
"응."
"그래. 이제 안심해도 된다니까."
이제 슬슬 과보호도 끝나려나. 문대는 후련한 기분으로 기지캐를 켰음.
"아무 일도 없을 거란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냥 감."
"……."
다른 사람들이 황당하게 봤지만, 문대는 무시했음.
"앞으로는 나 신경 안 써도 돼."
"……?"
"언제 또 그런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까요. 이번 한 번만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확률도 배제할 수 없을 뿐더러, 언제 돌발상황이 일어날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러니 미리 대비해서……"
김래빈은 말을 길게 늘어놓기 시작함.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음. 앞으로도 과보호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그리고 그 예감은 기가 막히게 적중한다.
문대는 절 어린아이처럼 다루는 테스타를 어이없게 쳐다보다가, 기가 막힌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오히려 없으면 허전할 것 같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더니 그 꼴이군…….
문대 과보호 보고 난리나는 러뷰어
(멤버들이 번갈아 문대를 찾아와서 한 번씩 머리 쓰다듬고 가는 영상)
(멤버들이 문대 감싸고 있는 사진)
(문대가 넘어질 뻔하자 여섯 명이 달려드는 영상)
나 이거 보고 박곰머 세 살쯤 되는 줄 알았음...
-뭐냐 이겈 ㅋㅋㅋㅋ
ㄴ어 약간 납득이 가는데
ㄴ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행동할 리 없다
-이건 일부임... 셤별의 곰머 과보호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님..,(자는 문대에게 이불 덮어주고 가는 테스타 영상)
ㄴ미쳤다ㅋㅋㅋㅋㅋ
ㄴ과보호 안 하는 거 찾는 게 더 빠를걸
ㄴㅋㅋㅋ저건 좀 옛날 거니까 요즘 거 보셈 (영상) (영상)
ㄴ?뭐야 곰머도 과보호에 익숙해짐?ㅋㅋㅋㅋㅋ 표정이 폈네
ㄴ그니까 오히려 멤버들 중 가장 어른스러운 게 곰머 아니냐
ㄴ고아라 그런가
ㄴ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ㄴ먹금합시다
-러뷰어인 나도 저렇게까진 못 챙길 듯
ㄴ러뷰어는 셤별에 밀린 것이다..!
ㄴ근데 저건 셤별이 너무한 듯
-곰머 뭐해ㅋㅋㅋ관종이야?
ㄴ관종은 너인듯
ㄴㅇ먹금
ㄴ관종ㅇㅈㄹ닥쳐줘
-박곰머 세 살 설
-애들 사이 좋은 거 보니까 내 맘이 다 따땃해진다 행복해 애들아……!
ㄴㅈㄴ웃곀 ㅋㅋㅋ
ㄴ아니 너 혼자 일어날 수 있잖아ㅋㅋㅋㅋ왜 멤버들한테 부탁하는 거야
ㄴ멤버들도 또 저걸 잡아줌ㅋㅋㅋ ㅋ
ㄴ셤별 눈빛 봐ㅋㅋㅋㅋ울 엄마도 나 저렇게 안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