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이라. 김솔음은 딱히 네임에 대해 별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 네임이 없는 세상에서 살다왔으니 네임이라는 운명같은...

@K1ughkiugh
키읔@K1ughkiugh
44 views Jun 11, 2025 ~5 min read
1
네임이라.

김솔음은 딱히 네임에 대해 별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 네임이 없는 세상에서 살다왔으니 네임이라는 운명같은 사랑을 믿는게 더 어려웠지.

그런데 운명을 믿는 것과는 별개로, 지금 그가 네임 때문에 상처 받고있다는 건 변함이 없었음.

“그거 내 이름인데. 그냥 지워~”

#최솔
2
“예..?”

김솔음도 제 목에 적힌 이름의 주인이 최요원인 것 정도는 알고있었음. 네임이 생긴 이후로 최요원 근처에만 가도 심장이 요동치거나 귀 끝이 붉어졌으니까.

단순 부정맥이라고 치부할 수 없을 정도였음.
3
그러나 아무렇지 않게 네임을 지우라고 말하는 최요원에 두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음.

“네임 있으면 너도, 나도 불편하잖아.”

최요원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음. 여차하면 네임을 전문적으로 지워주는 곳을 알려주겠다고 말했음.
4
김솔음은 그 말에 순간 할 말을 잃었음.

“..요원님. 네임이 뭔지는 알고 계십니까.”

네임이 없던 세상에서 살다온 사람이 할 말은 아니었음. 하지만 최요원의 발언은 이 말을 꺼낼 수 밖에 없게 만들었음.

“당연히 알고있지.”
“그러면 왜..”
“알고있으니까 지우라고 한 거야.”
5
아무리 네임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한가하게 사랑이나 나눌 형편은 아니잖아?

최요원이 웃는 얼굴로 말했음. 얼굴과 다르게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은연중에 압박감이 느껴졌지만.

‘..아.’

사람들이 왜 이렇게 네임에 죽고 못사나 했더니. 이래서였구나.
6
김솔음은 새삼스럽게 이해할 수 밖에 없었음.

최요원이 지금 맞는 말을 하는 중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음. 그러나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

“..조금만 더 생각해 봐도 됩니까?”
“음.. 뭐. 그래, 그럼.”

잠시 김솔음을 흘겨본 최요원이 고개를 끄덕였음.
7
그 간결한 동작에서 김솔음은 하나의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었음.

-어차피 지울 거 고민해서 뭐해?

라는....
8


그날 이후로 김솔음은 평소 관심도 없던 네임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음.

네임은 무조건 두 명 모두에게 발현되는 건지, 네임이 생겨도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한지.

그리고 네임을 지웠을때 부작용 등등..
9
예전에는 악몽 때문에 잠을 설쳤다면 요즘에는 네임 때문에 밤을 샜음.

그 탓에 항상 피로한 채로 출근하는 건 기본이었고.

“포도 왔어?”
“..예. 좋은 아침입니다.”

그러나 웃기게도 최요원만 보면 심장이 떨려오는 건 여전했음. 아닌가. 더 심해진 것 같기도 하고.
10
불에 데인 것처럼 화끈해져오는 목 부근을 괜시리 만지작거렸음.

최요원은 그런 김솔음을 잠시 바라보더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줬음.

“..? 저 다친 곳 없는데요.”
“알아.”

김솔음은 얼떨결에 최요원이 건넨 밴드를 받아들었음.
11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최요원을 쳐다보자, 최요원이 검지로 자기 목을 톡톡 건드렸음.

“네임 가리라고.”
“...아.”

김솔음은 멍하니 자기 손에 들린 밴드를 내려다보았음.
12
그동안에도 여전히 목에 새겨진 네임은 욱씬거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었지.

“....”

결국 김솔음은 마지못해 밴드를 네임 위에 붙였음.

...가려진다고 이 감정이 사라지는 건 아닐텐데.

“이제 슬슬 생각 정리 끝났어?”
13
“..아직, 덜 끝났습니다.”
“..그래? 너무 늦는 건 안 좋은데~”

최요원은 김솔음의 목에 붙어있는 밴드가 떨어지지 않게 엄지로 꾹 눌렀음.

손이 닿자마자 마치 네임이 제 이름의 주인을 알아보듯 더욱 화끈거리며 반응하기 시작했음.
14
김솔음은 그 감각에 순간 몸을 흠칫 떨었음.

“.....”

뭐.. 조금만 더 생각해봐.

최요원은 그런 김솔음을 눈치챘는지 손을 떼어냈음.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김솔음은 조용히 입안 여린 살을 깨물었음.
15
최요원에게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으나, 그가 생각을 바꿀 일이 없다는 걸 알았기에 허무함만 느껴졌지.

아무리 자기가 네임 지우는 걸 미루고 미뤄봤자 결국에는 최요원의 뜻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김솔음은 그날밤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했음.
16


다음날.

“네임 지울게요.”

김솔음은 출근하자마자 최요원에게 다가가서 본론을 꺼냈음.

최요원은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대답함.

“어디서 지울지는 정했어? 나 아는 곳 있는데.”
“괜찮습니다. 혼자서 해보겠습니다.”
17
“....”

김솔음의 대답에 둘 사이에 잠깐 정적이 흘렀은. 그러나 이내 최요원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임.

“그래, 그럼 알아서 해.”
“..예.”

조용히 고개를 한 번 숙인 김솔음은 그대로 자기 자리로 돌아왔음. 그리고 오랜만에 외계인 상점 사이트에 접속했음.
18
드르륵.

기계처럼 화면을 아래로 내리던 김솔음은 한 아이템을 발견하고 손을 멈췄음.

[ 이름 지우개! - ₩66,666,666 ]

‘...너무 비싼데.’
19
백일몽에서 근무했던 시절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질렀을 가격이었음. 그러나 지금은 안타깝게도 재난관리국에서 일하고 있었기에 그만큼 많은 돈이 없었지.

“.....”

그러나 김솔음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음.
20
최요원이 제대로 찾아본 건지는 모르겠으나, 무작정 네임을 지우게 된다면 찾아올 후유증이 너무 컸기 때문에..

그나마 가장 안전한 방법을 고르라면 외계인 상점이 판매하는 아이템 밖에 없었음.
21
화면을 노려보며 고민하던 김솔음은 최요원을 향해 시선을 힐끔 돌렸음.

최요원을 잠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네임이 욱씬거리며 아파옴. 동시에 심장도.. 부정맥이 온 사람처럼 미친듯이 뛰었고.

네임은 운명이라더니.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운명이 어디있어.’
22
운명이란 건 그 어떠한 것보다도 단단해야하는 거 아니었나.

모래로 지은 성보다도, 길가에 피어있는 민들레 홀씨보다도 가볍고 부질없을 줄 몰랐지.
23
....

됐다.

더 생각해서 뭐해.
24
고개를 가볍게 좌우로 흔든 김솔음은 상념을 떨쳐냈음. 운명이니 뭐니, 더 이상 생각해봤자 자신과 최요원에게 주어진 결말은 하나 밖에 없었음.

네임을 지우고 깨끗한 과거로 돌아가는 것.

운명이라는 부산물 따위를 없애고 평범한 동료의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었지.
25
지금은 대기실에 최요원도 있으니, 외계 상점에서 당장 아이템을 구매할 수는 없었음. 그야 외계 상점은 신속한 배달을 위해서 허공에 나타나잖아.

그 광경을 들킨다면 네임이고 나발이고 바로 유리감옥 행이었음.
26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사실 김솔음에게는 불행에 가까웠지만. 대기실에 남아있던 최요원이 잠깐 윗선의 연락을 받고 나가게 되었음.

아무도 없는 대기실에 홀로 남게된 김솔음은 눈이 아플정도로 화려한 그 상점에 다시 접속했음.
27


..샀네.

손 안에는 살구빛을 띠는 지우개와 같은 것 하나가 들려있었음. 언뜻보면 평범한 지우개였으나, 아무래도 외계 상점의 물건이다보니 외양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었음.
28
김솔음은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음. 목적지는 대기실 벽에 달려있는 거울 앞.

....

.........
29
해야겠지.
30
이미 큰 돈 주고 샀겠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솔음은 네임을 지우고 싶지 않았음. 본능적인 거부감인걸까.

“아..!”

심호흡 한 번 하고 지우개를 목 위에 가져다 댄 순간, 깊이 새겨진 네임이 타오르듯 아파오기 시작했음.
31
마치 지워지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네임 부근에서만 화끈거리던 고통은 이내 목 전체로 퍼져나갔음.

그러나 이미 지우개를 사용한 순간 중간에 떼어낼 수는 없는 터라. 김솔음은 이악물고 그 고통을 견뎌냄.
32
..-..-치이이-...

언뜻 살이 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음. 제 목에 새겨진 네임이 한 글자, 한 글자 지워지는 그 생경한 감각을 몇분 간 견뎌내자 마침내

..아

끝났다.
33
뚝, 끊기듯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통증에 김솔음은 조심스럽게 지우개를 떼어냈음. 어느덧 지우개는 완전한 검은색으로 변한 상태였지.

“.....”

지우개가 덮고있던 네임은 완전히 씻겨내려간 듯 사라지고 없었음.
34
성능 좋네.

‘그 가격에 당연히 좋아야 하지만.’

.....

그래도 이정도로 좋을 필요는 없었는데.
35
김솔음은 이제는 허전하게 느껴지는 제 목 부근을 만지작 거렸음. 흉터하나 없이 깔끔한 피부였음. 차라리 흉터라도 생겼으면 좋았을 텐데.

“..됐어.”

어차피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음. 후회를 하든 안 하든.
36
그런데 말이야.

네임이란게 참 신기하긴 하더라고.

“아~.. 피곤해 죽겠다.”

한때 떠올리기만 해도 얼굴을 붉히게 만들었던 최요원을 봐도 심장이 안 뛰는 걸 보니,

‘..어?’

생각보다 괜찮은데

싶었지.
37
그리고 상황이 파국으로 흘러간 건 그 이후부터였음.

정확하게 말하자면, 최요원에게 김솔음의 네임이 새겨진 그 순간부터.

“...아.”
38
좆됐다.
39
네임이라는 운명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왜 김솔음이 네임을 그렇게 지우기 싫어했는지.

무지했던 최요원의 업보가 그대로 배가 되어 돌아오는 시간이 시작되었음.
40
나중에.... 이어볼게요ㅎㅎ
Actions
What You Can Do
  • Export as PDF or Markdown
  • Batch Export to Notion
  • Bookmark & Highlight
  • LinkedIn & Instagram Carousel Maker
Create Free Account

Includes 7-day Premium t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