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받아.” “...이건,” “하하, 좀 갑작스럽지?” “.....” “여러모로 요즘 바빴잖아. 미루고 미루다가...

키읔@K1ughki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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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11, 2025
~18 min read
1
“이거 받아.”
“...이건,”
“하하, 좀 갑작스럽지?”
“.....”
“여러모로 요즘 바빴잖아.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하게 되네.”
“.....”
“일찍 말해주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더라.”
“.....”
“결혼식 와줄거지?”
“..요원님.”
...저희, 썸타는 거 아니었나요.
로 시작하는 #최솔
“...이건,”
“하하, 좀 갑작스럽지?”
“.....”
“여러모로 요즘 바빴잖아.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하게 되네.”
“.....”
“일찍 말해주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더라.”
“.....”
“결혼식 와줄거지?”
“..요원님.”
...저희, 썸타는 거 아니었나요.
로 시작하는 #최솔
2
김솔음은 눈 앞에 들이밀어진 청첩장을 멍하니 내려다봄. 귀를 살짝 붉힌채, 어색한 듯 뒷목을 만지작거리는 최요원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모습이었음.
새하얗고 단정한 청첩장에는, 낯선 여자와 서로를 끌어안은 채 행복하다는 듯 웃고있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음.
새하얗고 단정한 청첩장에는, 낯선 여자와 서로를 끌어안은 채 행복하다는 듯 웃고있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음.
3
“예쁘지? 성격도 엄청 좋아. 예전에 재난에서 구조한 사람이었는데, 무슨 드라마도 아니고 첫눈에 반해버려서 말이지.”
손가락으로 낯선 여자를 가리키는 최요원의 얼굴은 착각이라고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분명히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음.
손가락으로 낯선 여자를 가리키는 최요원의 얼굴은 착각이라고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분명히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음.
4
난생 처음보는 최요원의 모습에 김솔음은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음. 청첩장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려는 걸 초인적인 힘으로 견뎌냈음.
“안 그래도 내 아내, 큼. 흠.. 내 아내가 너 한 번 보고싶다고 하더라고. 내가 매일 우리 막내 자랑해서 그런가? 하하!”
“안 그래도 내 아내, 큼. 흠.. 내 아내가 너 한 번 보고싶다고 하더라고. 내가 매일 우리 막내 자랑해서 그런가? 하하!”
5
스스로 아내라는 호칭을 입에 올리는 것이 부끄러운지 최요원은 과장되게 웃으며 김솔음의 등을 두드림.
“주말에 저녁이나 같이 먹자! 내가 쏠게.”
“.....”
“이번에 새로 생긴 식당이 인기 많더라. 거기 가서, ..솔음아? 듣고있지?”
“..네. 듣고있습니다.”
“주말에 저녁이나 같이 먹자! 내가 쏠게.”
“.....”
“이번에 새로 생긴 식당이 인기 많더라. 거기 가서, ..솔음아? 듣고있지?”
“..네. 듣고있습니다.”
6
어떻게든 표정 관리를 해보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았음. 웃지도 울지도 않는 그 중간의 어정쩡한 표정을 지은 김솔음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음.
다행히 최요원은 김솔음이 예상치 못한 소식에 너무 놀란 거라고 생각한 듯 했음. 곧 다시 웃으면서 토요일에 시간 비워놓으라고 말했으니까.
다행히 최요원은 김솔음이 예상치 못한 소식에 너무 놀란 거라고 생각한 듯 했음. 곧 다시 웃으면서 토요일에 시간 비워놓으라고 말했으니까.
7
“아~ 아내가 우리 솔음이 보고 반하면 어떡하지. 포도가 워낙 잘생겨서 말이지. 안되겠다. 솔음아, 그날 최대한 누추하게 입고 와!“
농담 따먹기를 하는 최요원은 정말로 행복해보였음. 김솔음은 결국 하고픈 말들을 꾹 눌러담은 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음.
“..농담도.”
농담 따먹기를 하는 최요원은 정말로 행복해보였음. 김솔음은 결국 하고픈 말들을 꾹 눌러담은 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음.
“..농담도.”
8
그 한마디가 뭐라고. 김솔음은 룩키마트에서 자신의 팔을 직접 잘랐을 때보다도 더한 고통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음.
9
ㅡ
영원히 흐르지 않기를 바랬던 시간은 야속하게도 흘러갔음. 결국 끝내 찾아온 토요일. 김솔음은 답지 않게 오랜만에 백주사 시절 입었던 정장 풀셋을 착용한 상태였음.
“...여긴가.”
유치하게도, 최요원의 말대로 그 여자가 차라리 자기한테 반해서 최요원의 결혼이 파혼되기를 바랬기 때문임.
영원히 흐르지 않기를 바랬던 시간은 야속하게도 흘러갔음. 결국 끝내 찾아온 토요일. 김솔음은 답지 않게 오랜만에 백주사 시절 입었던 정장 풀셋을 착용한 상태였음.
“...여긴가.”
유치하게도, 최요원의 말대로 그 여자가 차라리 자기한테 반해서 최요원의 결혼이 파혼되기를 바랬기 때문임.
10
물론 그럴 일이 없을 거란 걸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음. 그건 그냥, 김솔음의 얄팍한 희망일 뿐이었음.
김솔음은 꽤나 고급진 식당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음. 낯선 여자와 함께 웃고있을 최요원을 지켜보고 싶지 않았음. 그러나 그만큼 최요원을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았기에,
김솔음은 꽤나 고급진 식당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음. 낯선 여자와 함께 웃고있을 최요원을 지켜보고 싶지 않았음. 그러나 그만큼 최요원을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았기에,
11
-솔음아. 언제 와?
결국 문을 열고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음.
직원의 안내를 따라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던 김솔음은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꼈음.
결국 문을 열고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음.
직원의 안내를 따라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던 김솔음은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꼈음.
12
“...!”
무슨 주인 기다리는 개도 아니고. 최요원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보같이 고개를 번쩍 들어버린 김솔음은 멍청한 스스로를 욕했음. 누가봐도 노골적으로 티가 나는 행동이었음.
무슨 주인 기다리는 개도 아니고. 최요원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보같이 고개를 번쩍 들어버린 김솔음은 멍청한 스스로를 욕했음. 누가봐도 노골적으로 티가 나는 행동이었음.
13
김솔음이 남자여서 다행이지. 만약 여자였다면, 처음 만난 웨이터 조차 김솔음이 최요원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거임.
김솔음은 스스로의 행동에 자책하면서도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최요원을 찾아보았음. 그러나 야경이 보이는 창가에 앉은 최요원을 발견한 순간, 행동을 멈출 수 밖에 없었음.
김솔음은 스스로의 행동에 자책하면서도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최요원을 찾아보았음. 그러나 야경이 보이는 창가에 앉은 최요원을 발견한 순간, 행동을 멈출 수 밖에 없었음.
14
“아! 오빠 진짜-”
“왜애. 내가 우리 아내 얼굴 좀 보겠다는데.”
여자의 볼을 콕콕 찌르며 키득키득 웃고 있는 최요원은 낯선 모습이었음. 여자 또한, 말로는 그만하라고 하지만 입꼬리가 올라간 것이 정말이지 평범한 연인 같아보였음.
“왜애. 내가 우리 아내 얼굴 좀 보겠다는데.”
여자의 볼을 콕콕 찌르며 키득키득 웃고 있는 최요원은 낯선 모습이었음. 여자 또한, 말로는 그만하라고 하지만 입꼬리가 올라간 것이 정말이지 평범한 연인 같아보였음.
15
김솔음은 어쩐지 로맨스 영화 속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방청객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음. 웨이터를 쫓아가는 것도 잊고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다가, 김솔음을 뒤늦게 발견한 최요원이 손을 흔들고 나서야 자리에서 움직일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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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솔음아. 너무 멋있게 입고 온 거 아냐?”
“..식당이 좋은 곳이라길래.”
김솔음은 자신의 아내 옆에 꼬옥 달라붙어있는 최요원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며 자리에 앉았음. 맞은 편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인사를 건네야했는데.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음.
“..식당이 좋은 곳이라길래.”
김솔음은 자신의 아내 옆에 꼬옥 달라붙어있는 최요원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며 자리에 앉았음. 맞은 편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인사를 건네야했는데.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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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솔음씨 맞으시죠? ■■씨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다행히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전에 여자가 먼저 김솔음에게 인사를 건넸음. 김솔음은 이때까지 알지도 못했던 최요원의 본명을 이렇게 알게된다는 사실에 비참함을 느꼈음.
다행히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전에 여자가 먼저 김솔음에게 인사를 건넸음. 김솔음은 이때까지 알지도 못했던 최요원의 본명을 이렇게 알게된다는 사실에 비참함을 느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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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반갑습니다.”
김솔음은 간신히 고개를 들어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았음.
최요원의 아내라는 여자는, 정말이지 햇살 같은 사람이었음.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저렇게 방긋방긋 웃으며 타인을 대하는 모습이라니.
김솔음은 간신히 고개를 들어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았음.
최요원의 아내라는 여자는, 정말이지 햇살 같은 사람이었음.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저렇게 방긋방긋 웃으며 타인을 대하는 모습이라니.
19
남녀노소 불문하고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었음. 그리고 그건 같이 식사를 하면서 더 뼈저리게 느껴졌음.
“아, 솔음씨도 이거 드세요!”
꼭 김솔음이 자기 동생 같다며, 이것저것 챙겨주는 여자에 김솔음은 속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음.
“아, 솔음씨도 이거 드세요!”
꼭 김솔음이 자기 동생 같다며, 이것저것 챙겨주는 여자에 김솔음은 속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음.
20
왜 하필 저렇게 좋은 사람인건데.
차라리 성격이 나쁘기라도 하지.
저런 사람이면, ..내가.
‘...함부로 미워할 수도 없잖아.’
차라리 성격이 나쁘기라도 하지.
저런 사람이면, ..내가.
‘...함부로 미워할 수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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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입에 들어가는 게 스파게티인지 샐러드인지도 모르고 김솔음은 기계적으로 음식을 욱여넣었음. 그리고 되지도 않는 웃음을 지으며 둘 사이의 대화에 참여했음.
그러나 식사 시간 내내, 단 한 순간도 빠짐없이. 김솔음은 저 둘과 자신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음.
그러나 식사 시간 내내, 단 한 순간도 빠짐없이. 김솔음은 저 둘과 자신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음.
22
밥을 먹는다는 그 간단한 행동을 하는 동안에도 자리를 박차고 싶었던 적이 대체 몇 번이나 있었는지. 고문과도 같았던 시간이 끝난 건, 꼬박 한 시간이 흐른 후였음.
“나 잠깐 화장실 좀 갔다올게~”
식사가 거의 끝나자 최요원은 잠시 자리를 떴음.
“나 잠깐 화장실 좀 갔다올게~”
식사가 거의 끝나자 최요원은 잠시 자리를 떴음.
23
그와 함께 김솔음이 가장 바라지 않았던 시간이 찾아왔겠지.
“저기, 솔음씨.”
바로 저 여자와 단 둘이 남는 시간이.
김솔음은 머리를 테이블에 처박고싶은 걸 간신히 참았음. 당장이라도 ‘제가 요원님 먼저 좋아했고 그쪽보다 더 좋아해요. 그러니까 제발헤어져.’ 따위의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음.
“저기, 솔음씨.”
바로 저 여자와 단 둘이 남는 시간이.
김솔음은 머리를 테이블에 처박고싶은 걸 간신히 참았음. 당장이라도 ‘제가 요원님 먼저 좋아했고 그쪽보다 더 좋아해요. 그러니까 제발헤어져.’ 따위의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음.
24
그러나
“..네?”
“별건 아니고.. 그냥 고맙다고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갑자기, 무슨..”
“아시잖아요. ■■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여자의 말에 김솔음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음. 그래. 최요원을 가장 잘 아는 건 김솔음이었음.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그를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었음.
“..네?”
“별건 아니고.. 그냥 고맙다고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갑자기, 무슨..”
“아시잖아요. ■■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여자의 말에 김솔음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음. 그래. 최요원을 가장 잘 아는 건 김솔음이었음.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그를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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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자기 몸 안 아끼는 것도 그렇고, 언제나 다른 사람을 우선으로 두는 사람이잖아요.”
이미 알고있는 사실이었음.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살다보니.. 예전에 한 번 번아웃 같은 게 온 적이 있었어요.”
이것도.
“그때 정말 힘들어 했었는데.. 이상하게 최근부터 기운을 차렸어요.“
하지만,
이미 알고있는 사실이었음.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살다보니.. 예전에 한 번 번아웃 같은 게 온 적이 있었어요.”
이것도.
“그때 정말 힘들어 했었는데.. 이상하게 최근부터 기운을 차렸어요.“
하지만,
26
“알고보니 솔음씨 덕분이더라고요.”
이 사실 만큼은..
“솔음씨를 만난 이후에 ■■ 오빠가 얼마나 웃음이 많아졌는지.”
..김솔음도, 모르는 사실이었음.
이 사실 만큼은..
“솔음씨를 만난 이후에 ■■ 오빠가 얼마나 웃음이 많아졌는지.”
..김솔음도, 모르는 사실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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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솔음씨한테 고맙다고 꼭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
“저희 오빠 잘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햇살처럼 해사하게 웃는 여자를 보며, 김솔음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음.
정말이지 잔인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자신에게 잔인한 만큼, 아니. 그보다 더 최요원을 행복하게 해줄 사람이라고.
“.....”
“저희 오빠 잘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햇살처럼 해사하게 웃는 여자를 보며, 김솔음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음.
정말이지 잔인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자신에게 잔인한 만큼, 아니. 그보다 더 최요원을 행복하게 해줄 사람이라고.
28
그제서야 김솔음은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함. 자신은 최요원과 이어질 수 없다는 현실을.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한 걸음 뒤에서 미래를 향해 나아갈 두 사람을 응원해 줄 수 밖에 없다는 걸.
노력으로 안되는 게 뭐가 있어.
사람들은 종종 그렇게 말하곤 했음.
노력으로 안되는 게 뭐가 있어.
사람들은 종종 그렇게 말하곤 했음.
29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분명히 존재했음. 이제 김솔음은 노력이면 다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말 할 수 있었음.
사랑만큼은 노력으로 안된다고.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큼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더라고.
사랑만큼은 노력으로 안된다고.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큼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더라고.
30
눈이 아파올 정도로 부신 결혼식장에서, 사랑의 맹세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며 김솔음은 희미하게 웃었음. 만약에 최요원의 이야기가 소설이었다면 아마 엔딩은 ‘두 사람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나지 않을까 싶었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건 김솔음의 인생이었고 김솔음의 이야기였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건 김솔음의 인생이었고 김솔음의 이야기였음.
31
한 마디로 해피엔딩 따위는 없다는 이야기었음.
32
ㅡ
김솔음의 이야기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던 건 그 날이었음. 평소처럼 현무1팀 대기실에서 다 같이 쉬고있던 어느날, 최요원이 어떤 문자를 받자마자 의자에서 튀어오르듯 일어났음.
“..!!!!”
무슨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최요원의 표정은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수십번 바뀌었음.
김솔음의 이야기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던 건 그 날이었음. 평소처럼 현무1팀 대기실에서 다 같이 쉬고있던 어느날, 최요원이 어떤 문자를 받자마자 의자에서 튀어오르듯 일어났음.
“..!!!!”
무슨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최요원의 표정은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수십번 바뀌었음.
33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고, 울것 같은 표정이기도 했음.
이상한 최요원의 반응에 류재관이 괜찮냐며 다가가자, 최요원은 갑작스레 말 없이 류재관을 끌어안았음.
그 다음 이어진 말은
“아.. 나, 나 어떡하지. 아, 진짜. 미치겠다.”
이상한 최요원의 반응에 류재관이 괜찮냐며 다가가자, 최요원은 갑작스레 말 없이 류재관을 끌어안았음.
그 다음 이어진 말은
“아.. 나, 나 어떡하지. 아, 진짜. 미치겠다.”
34
....재관아. 나, 아빠된대.
어떻게든 집행유예를 받아낸 김솔음에게 내려온 사형 선고였음.
어떻게든 집행유예를 받아낸 김솔음에게 내려온 사형 선고였음.
35
김솔음에게 사형선고와도 같은 소식이 들려온 날. 재난관리국은 거의 축제가 열린 분위기였음.
“야~ 너 진짜. 걔랑 지지고 볶고 하더니! 내가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
“아 누님도 참..”
최요원의 2세 소식은 정보통 빠른 재관국 답게 어느새 널리 퍼진 상태였음.
“야~ 너 진짜. 걔랑 지지고 볶고 하더니! 내가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
“아 누님도 참..”
최요원의 2세 소식은 정보통 빠른 재관국 답게 어느새 널리 퍼진 상태였음.
36
재난관리국의 유명인사답게, 최요원과 그의 가정을 축복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음.
복도 하나를 지나갈 때 마다 그를 향한 축하가 쏟아져내렸고, 가만히 대기실에 있기만 해도 그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려는 사람들이 찾아왔음.
복도 하나를 지나갈 때 마다 그를 향한 축하가 쏟아져내렸고, 가만히 대기실에 있기만 해도 그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려는 사람들이 찾아왔음.
37
그리고 그 사이에서 김솔음은 어디에도 섞이지 못했음. 그냥 한 발자국 뒤에서 억지 웃음을 지으며 남들을 표방할 뿐이었음.
다른 사람과 최요원의 아이라니.
김솔음이 축복할 수 있을 리가 없었음.
오히려 저주를 내리지 않았으면 몰라.
다른 사람과 최요원의 아이라니.
김솔음이 축복할 수 있을 리가 없었음.
오히려 저주를 내리지 않았으면 몰라.
38
김솔음은 마치 자기가 자식을 가진 것처럼 기뻐하는 류재관의 옆에서 무언가 비틀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음.
순수하게 동료의 좋은 소식에 기뻐하는 사람들 옆에 있자니, 마치 자기가 존재해서는 안될 악역처럼 느껴졌음.
순수하게 동료의 좋은 소식에 기뻐하는 사람들 옆에 있자니, 마치 자기가 존재해서는 안될 악역처럼 느껴졌음.
39
‘아.. 정말이지.’
“마침 잘 됐다. 솔음아, 혹시 오늘 시간있어? 퇴근 하기 전에 임산부한테 좋다는 것 좀 사가려고 하는데-”
최악이었음.
일어날 거라 예상하지도 못했고, 바라지도 않았던 일이 생긴 게.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를 향해 웃으며 달려오는 최요원에 반응하는 심장까지.
“마침 잘 됐다. 솔음아, 혹시 오늘 시간있어? 퇴근 하기 전에 임산부한테 좋다는 것 좀 사가려고 하는데-”
최악이었음.
일어날 거라 예상하지도 못했고, 바라지도 않았던 일이 생긴 게.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를 향해 웃으며 달려오는 최요원에 반응하는 심장까지.
40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게 엉망진창이었음.
하지만 김솔음의 기분과는 별개로 그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없었고,
“..있습니다. 같이 가죠.”
언제나 김솔음은 답이 뻔한 선택지를 누를 수 밖에 없었음.
하지만 김솔음의 기분과는 별개로 그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없었고,
“..있습니다. 같이 가죠.”
언제나 김솔음은 답이 뻔한 선택지를 누를 수 밖에 없었음.
41
그날 이후로 최요원은 정말 세간에서 원하던 ‘가정에 헌신하는 좋은 남편이자 아빠’ 가 되어가기 시작했음.
재난에서 남을 구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던 사람이, 아이가 생기자마자 어느정도 몸을 사릴 줄을 알게되었음.
재난에서 남을 구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던 사람이, 아이가 생기자마자 어느정도 몸을 사릴 줄을 알게되었음.
42
항상 일이 끝나도 만약을 대비한다며 대기실에 늦게까지 남아있던 사람이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퇴근을 하기도 했고, 휴식시간에는 하루종일 핸드폰을 부여잡고 안절부절 못하기도 했음.
하루가 멀다하고 나날이 바뀌어가는 최요원의 모습에 김솔음은 가슴 깊은 곳에서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음.
하루가 멀다하고 나날이 바뀌어가는 최요원의 모습에 김솔음은 가슴 깊은 곳에서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음.
43
분명히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나도 모르는 모습이 자꾸만 생겨나는 최요원을 지켜보는 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음.
특히나 최요원이라는 사람이 바뀌게 되는 이유가, 자신이 아닌 타인이었기에 거부감은 더욱 심했음.
나도 모르는 모습이 자꾸만 생겨나는 최요원을 지켜보는 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음.
특히나 최요원이라는 사람이 바뀌게 되는 이유가, 자신이 아닌 타인이었기에 거부감은 더욱 심했음.
44
분명히 김솔음은 최요원의 옆에서 살아 숨쉬고 있었음. 그가 가는 곳을 함께 걸어가고 있었음.
그런데 이상하지. 김솔음은 언제나 자신은 제자리에 서있고 최요원만 앞으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음.
왜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말처럼.
그런데 이상하지. 김솔음은 언제나 자신은 제자리에 서있고 최요원만 앞으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음.
왜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말처럼.
45
감명깊게 보던 이야기가 완결 났을 때, 그 이야기 속 인물은 앞을 향해 나아가지만 독자인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서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말을 김솔음은 새삼스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음.
자기 처지가 딱 그 모양이었으니까.
이 말을 김솔음은 새삼스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음.
자기 처지가 딱 그 모양이었으니까.
46
바라지 않았음. 김솔음은 독자로 남고 싶지 않았음. 차라리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그의 옆에서 걸어가고 싶었음.
그리고 그게 김솔음에게 처음으로 집이 아닌 다른 목표가 생긴 순간이었음.
그리고 그게 김솔음에게 처음으로 집이 아닌 다른 목표가 생긴 순간이었음.
47
ㅡ
“네, 그럼 몸 조심하세요.”
“솔음씨도요~ 나중에 저희 집 한 번 들려요!”
“..네. 감사합니다.”
김솔음은 핸드폰 속 부른 배를 끌어안고 있는 여성에게 고개를 숙였음. 간단히 고개만 까딱이면 될 것을 굳이 더 깊이 숙였음.
‘..표정 관리, 잘 해.’
“네, 그럼 몸 조심하세요.”
“솔음씨도요~ 나중에 저희 집 한 번 들려요!”
“..네. 감사합니다.”
김솔음은 핸드폰 속 부른 배를 끌어안고 있는 여성에게 고개를 숙였음. 간단히 고개만 까딱이면 될 것을 굳이 더 깊이 숙였음.
‘..표정 관리, 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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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김솔음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지기 전에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음. 류재관이 화면 속 여자에게 말을 거는 소리였음.
김솔음은 익숙하게 저를 제외한 세 명이 이야기를 나누는 틈을 타서 잠시 화장실을 간다 하고 그 공간을 빠져나왔음.
”허억,“
김솔음은 익숙하게 저를 제외한 세 명이 이야기를 나누는 틈을 타서 잠시 화장실을 간다 하고 그 공간을 빠져나왔음.
”허억,“
49
그리고 화장실에 도착해 문을 닫자마자 세면대에 얼굴을 처박았음.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물이 그나마 머리를 식혀주는 것만 같았음.
그럼에도 아까 보았던 그 모습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음. 오히려 찬물을 아무리 맞아도 계속 떠올랐음.
그럼에도 아까 보았던 그 모습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음. 오히려 찬물을 아무리 맞아도 계속 떠올랐음.
50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애를 배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란.
차라리 심장을 도려내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잔인했음.
만삭의 임산부는 여전히 김솔음을 자기 동생처럼 여기며 아껴주었음. 언제나 김솔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걸 잊지 않았음.
차라리 심장을 도려내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잔인했음.
만삭의 임산부는 여전히 김솔음을 자기 동생처럼 여기며 아껴주었음. 언제나 김솔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걸 잊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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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다정하게 다가올 수록 김솔음은 자기혐오에 빠져갔음. 누군가를 원망할 수도 없으니 그 화살이 자기 자신에게 돌아간 것이었음.
“..정신차려.”
세면대에 한 번 더 머리를 박은 김솔음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음. 거울 속에 비친 제 몰골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음.
“..정신차려.”
세면대에 한 번 더 머리를 박은 김솔음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음. 거울 속에 비친 제 몰골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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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만에 화장실 밖으로 나가자 급히 근무복응 껴입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음.
“아, 포도 요원. 구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류재관의 간결한 설명을 들은 김솔음은 고개를 끄덕였음. 그리고 아이템 몇개를 챙기며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음.
“아, 포도 요원. 구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류재관의 간결한 설명을 들은 김솔음은 고개를 끄덕였음. 그리고 아이템 몇개를 챙기며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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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여전히 화목하게 통화를 하고 있는 세 사람을 보았다면, 그건 고문과도 다름 없었을 테니까.
54
이번에 현무1팀에게 파견된 재난은 잘 알려진 괴담이었음. 생각보다 큰 위험 요소도 없는 재난이라 구출 방법도 간단했음.
“자~ 우리 빨리 일 끝내고 퇴근하자!”
김솔음은 평소처럼 제 등을 두드리는 최요원을 힐끗 쳐다보았음. 이럴 때만큼은 제가 아는 최요원 같은 느낌이라 조금.. 기분이 좋았음
“자~ 우리 빨리 일 끝내고 퇴근하자!”
김솔음은 평소처럼 제 등을 두드리는 최요원을 힐끗 쳐다보았음. 이럴 때만큼은 제가 아는 최요원 같은 느낌이라 조금.. 기분이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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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시나 예상대로. 이번 재난은 정보가 많이 알려진만큼, 재난에서 민간인을 구출하는 건 쉬웠음.
거대한 옥수수 밭 속에서 조난당한 민간인을 찾아서 오방색 신발 끈을 이용해 탈출시키면 끝나는 것이었음.
거대한 옥수수 밭 속에서 조난당한 민간인을 찾아서 오방색 신발 끈을 이용해 탈출시키면 끝나는 것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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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당한 민간인은 총 두 명.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옥수수 밭에서 민간인을 어떻게 찾냐하면,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음.
재난관리국에서 지급하는 아이템 중 하나인 붉은 실을 사용하면 됐음.
재난관리국에서 지급하는 아이템 중 하나인 붉은 실을 사용하면 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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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실로 연결된 사람끼리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있다고 하더라도 총 다섯걸음을 걸어가면 서로의 위치로 이동되는 효과가 있었음.
“아~ 찾았다. 다들 괜찮으세요??”
그걸 이용해서 이번에도 민간인을 발견했고.
“아~ 찾았다. 다들 괜찮으세요??”
그걸 이용해서 이번에도 민간인을 발견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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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서 굴러먹은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까. 세 사람은 능숙하게 민간인을 인도하기 시작했음.
그러나 겁에 질린 민간인을 달래며 오방색 신발 끈을 착용시키려는 순간.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음.
그러나 겁에 질린 민간인을 달래며 오방색 신발 끈을 착용시키려는 순간.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음.
59
ㅡ
“X발..!”
김솔음은 작게 욕설을 읊조였음. 순간 머리 위로 번쩍이는 날이 스쳐가고, 양 옆에서는 저를 붙잡으려는 듯 길게 뻗어오는 손들이 보였음.
“흡..!”
간신히 몸을 날려 피한 김솔음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달리기 시작했음.
“X발..!”
김솔음은 작게 욕설을 읊조였음. 순간 머리 위로 번쩍이는 날이 스쳐가고, 양 옆에서는 저를 붙잡으려는 듯 길게 뻗어오는 손들이 보였음.
“흡..!”
간신히 몸을 날려 피한 김솔음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달리기 시작했음.
60
여기서 멈추면 답도 없는 개죽음 뿐이었기 때문임.
최대속력으로 몇십분이 넘도록 달린 탓일까. 점차 하늘이 점차 노랗게 보이는 것 같기도 했음.
‘..아니, 진짜로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거잖아!’
김솔음은 구름 한 점 없이 쨍쨍했던 하늘이 노란색으로 물드는 것을 보며 경악했음.
최대속력으로 몇십분이 넘도록 달린 탓일까. 점차 하늘이 점차 노랗게 보이는 것 같기도 했음.
‘..아니, 진짜로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거잖아!’
김솔음은 구름 한 점 없이 쨍쨍했던 하늘이 노란색으로 물드는 것을 보며 경악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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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설마 했던 몰살 루트가 하필 오늘 시작된 것이었음. 지금이야 하늘이 노란색일 뿐이지. 노란색이 시간이 흘러 붉게 물든다면 말 그대로 모든게 끝장이었음.
“...!!”
김솔음은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달리다가, 자신의 키보다 높은 옥수수들 사이에서 익숙한 인영을 발견했음.
“...!!”
김솔음은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달리다가, 자신의 키보다 높은 옥수수들 사이에서 익숙한 인영을 발견했음.
62
“요원님!!!”
바보같이 위험하게 옥수수 밭 한 가운데에서 멍하니 서있는 최요원이었음.
발목이 꺾이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은 김솔음은 그대로 방향을 틀어 최요원에게 달려갔음. 동시에 우주쇼핑몰에서 구매했던 인지 방해 아이템을 사용해서 자신을 쫓아오던 허수아비들을 따돌림.
바보같이 위험하게 옥수수 밭 한 가운데에서 멍하니 서있는 최요원이었음.
발목이 꺾이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은 김솔음은 그대로 방향을 틀어 최요원에게 달려갔음. 동시에 우주쇼핑몰에서 구매했던 인지 방해 아이템을 사용해서 자신을 쫓아오던 허수아비들을 따돌림.
63
김솔음은 허수아비들의 신경이 다른 곳으로 쏠리는 것을 보자마자 곧장 최요원의 손을 붙잡고 옥수수 사이로 뛰어듬. 이정도면 그래도 어느정도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었음.
“대체, 왜 거기서, 바보같이..!”
이제는 혼자도 아니라서 몸 사려야한다는 양반이.
“대체, 왜 거기서, 바보같이..!”
이제는 혼자도 아니라서 몸 사려야한다는 양반이.
64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멍청하게 서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음.
김솔음은 일그러지는 얼굴을 하고 최요원을 향해 화를 냈음. 아니, 내려고 했음.
“..포도야.”
그러지 못했던 건 최요원의 손에 들린 찢겨진 오방색 신발 끈을 발견했기 때문이었음.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멍청하게 서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음.
김솔음은 일그러지는 얼굴을 하고 최요원을 향해 화를 냈음. 아니, 내려고 했음.
“..포도야.”
그러지 못했던 건 최요원의 손에 들린 찢겨진 오방색 신발 끈을 발견했기 때문이었음.
65
“..신발 끈이, 찢어.. 진 겁니까?”
김솔음은 할 말도 잊고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신발 끈을 바라보았음. 최요원은 그런 김솔음의 물음에 대답 대신, 자신이 해야할 말을 했음.
“청동이랑 민간인들은 다 구조했어. 이제 너만 나가면 돼.”
김솔음은 할 말도 잊고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신발 끈을 바라보았음. 최요원은 그런 김솔음의 물음에 대답 대신, 자신이 해야할 말을 했음.
“청동이랑 민간인들은 다 구조했어. 이제 너만 나가면 돼.”
66
“아니, 아니요. 잠깐만요 요원님.”
김솔음은 최요원이 지금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음.
“다른 신발 끈은. 여분은 없습니까?”
절박하게 물어오는 김솔음에, 최요원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음. 단호한 몸짓이었음.
“없어. 이게 마지막이었어.”
김솔음은 최요원이 지금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음.
“다른 신발 끈은. 여분은 없습니까?”
절박하게 물어오는 김솔음에, 최요원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음. 단호한 몸짓이었음.
“없어. 이게 마지막이었어.”
67
왜 항상 자기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무서울 정도로 담담한 최요원의 모습에, 김솔음은 믿지도 않는 신의 멱살을 부여잡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음.
“..제 신발 끈을 드리겠습니다.”
“포도야.”
“저는, 나갈 방법이 따로 있습니다.”
사실은 없었음.
다른 방법 같은 거.
무서울 정도로 담담한 최요원의 모습에, 김솔음은 믿지도 않는 신의 멱살을 부여잡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음.
“..제 신발 끈을 드리겠습니다.”
“포도야.”
“저는, 나갈 방법이 따로 있습니다.”
사실은 없었음.
다른 방법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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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루트가 시작된 순간 유일한 탈출 방법은 오방색 신발 끈 밖에 없었음. 그걸 알았기에 최요원의 표정은 삽시간에 굳어졌음.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요원님이야 말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시오.”
김솔음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주머니에서 신발 끈을 꺼내들었음.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요원님이야 말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시오.”
김솔음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주머니에서 신발 끈을 꺼내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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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을 말리려는 듯한 최요원의 몸짓에도 아랑곳 않고 그의 신발에 신발 끈을 묶기 시작했음.
“이제 가정도 있으신 분이. 이렇게, 지금. 여기서..”
말을 하다가 무언가 울컥, 치미는 듯한 느낌에 김솔음은 입을 다물었음.
“이제 가정도 있으신 분이. 이렇게, 지금. 여기서..”
말을 하다가 무언가 울컥, 치미는 듯한 느낌에 김솔음은 입을 다물었음.
70
자기가 이때까지 가장 부정하고 싶었던 사실을, 지금 최요원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입 밖에 꺼낸 것이 고통스러웠음.
“..포도야.”
“제발 조용히 좀 하십시오. 저한테, 방법이 있다고..!”
....!!!
“..봤지? 나 어차피 못 나가.”
“..포도야.”
“제발 조용히 좀 하십시오. 저한테, 방법이 있다고..!”
....!!!
“..봤지? 나 어차피 못 나가.”
71
그러니까 그런 짓 하지 마.
72
최요원은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도 잘도 웃었음. 배에 족히 아기 주먹 만큼은 들어갈 만한 구멍이 난 상태로, 그리고 그 상처 주위로 점차 지푸라기 같은 곰팡이가 생기는 꼴을 하고도.
“..아, 아? 왜. 왜..? 언제,”
김솔음은 하던 행동도 멈추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음.
“..아, 아? 왜. 왜..? 언제,”
김솔음은 하던 행동도 멈추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음.
73
숨쉬는 법 조차 까먹은 사람처럼. 바보같이 단어조차 되지 못한 소리를 내뱉었음.
“아까 전에. 하하.. 허수아비한테 뚫렸거든.”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잇던 최요원이 순간 휘청거렸음.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육체에 한계가 온 탓이었음.
“아까 전에. 하하.. 허수아비한테 뚫렸거든.”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잇던 최요원이 순간 휘청거렸음.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육체에 한계가 온 탓이었음.
74
볼품없이 자리에 주저앉은 최요원은 자신의 신발에 엉성하게 묶인 신발 끈을 풀어젖혔음.
그리고는 점차 굳기 시작해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손으로 김솔음의 신발에 신발 끈을 묶어주기 시작함.
“..솔음아.”
“아, 아아아. 아아..”
“내 말 들어볼래?”
그리고는 점차 굳기 시작해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손으로 김솔음의 신발에 신발 끈을 묶어주기 시작함.
“..솔음아.”
“아, 아아아. 아아..”
“내 말 들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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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이 나간채 짐승의 울음 소리와도 같은 것을 내던 김솔음의 양 볼을 최요원이 조심스레 붙잡았음. 그리고 강제로 자기와 시선을 맞추게 함.
“그렇지.”
이제는 턱 끝부분도 곰팡이로 썩어들어가기 시작한 최요원이 방긋 웃었음.
“그렇지.”
이제는 턱 끝부분도 곰팡이로 썩어들어가기 시작한 최요원이 방긋 웃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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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짜 염치 없는 거 아는데. 네가 여기서 나가면 해줘야 할 게 있어.”
최요원은 굳은 살 배긴 엄지로 김솔음의 눈가를 부드럽게 문질러주었음.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음.
최요원은 굳은 살 배긴 엄지로 김솔음의 눈가를 부드럽게 문질러주었음.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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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원은 스스로 염치없다고 말한 것치고는 소소한 부탁들을 김솔음에게 이야기 했음.
현무1팀 대기실에 고장난 의자를 교체해달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직 제출하지 못한 보고서를 끝마쳐달라는 것까지.
김솔음은 당장이라도 귀를 막고 싶었음.
현무1팀 대기실에 고장난 의자를 교체해달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직 제출하지 못한 보고서를 끝마쳐달라는 것까지.
김솔음은 당장이라도 귀를 막고 싶었음.
78
마치 ‘다음’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 최요원의 말 따위, 듣고 싶지 않았음.
그러나 만약에 정말로 이게 마지막이라면.
최요원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 후회할 자신이 너무나도 선해서.
김솔음은 아이처럼 엉엉 울고 싶은 걸 눌러담고 그의 말을 하나하나 경청했음. 단 한 소절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그러나 만약에 정말로 이게 마지막이라면.
최요원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 후회할 자신이 너무나도 선해서.
김솔음은 아이처럼 엉엉 울고 싶은 걸 눌러담고 그의 말을 하나하나 경청했음. 단 한 소절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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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손까지 으스러지기 시작한 최요원은 힘겹게 말을 이어갔음. 혀에도 곰팡이가 번진 탓에 말하는 게 힘들어보였음.
“...아, 그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었는데.”
“....”
내 애가, 아주 예쁜, 공주님이라고 하더라고.
이름을 작명소가서 지을까도 고민했는데, 그건 (-)가 싫대서.
“...아, 그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었는데.”
“....”
내 애가, 아주 예쁜, 공주님이라고 하더라고.
이름을 작명소가서 지을까도 고민했는데, 그건 (-)가 싫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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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미루다가 이제와서, 정하네.”
“....”
“최솔아. 응, 이게 좋겠다.”
성대부근까지 곰팡이가 번지기 시작한 최요원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음. 그저 그 말을 끝으로, 마치 마지막을 부탁이라도 한다는 듯한 눈빛으로 김솔음을 바라보았음.
“....”
“최솔아. 응, 이게 좋겠다.”
성대부근까지 곰팡이가 번지기 시작한 최요원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음. 그저 그 말을 끝으로, 마치 마지막을 부탁이라도 한다는 듯한 눈빛으로 김솔음을 바라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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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아아아아.
정말. 어떻게.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가 있는 건지.
아아.
아아아아.
정말. 어떻게.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가 있는 건지.
82
김솔음은 더 이상 온기가 남아있지 않은, 생기라곤 찾아 볼 수 없이 잿빛으로 변한 최요원을 바라보았음.
“....요원님. 진짜, 너무한 거. ..알죠?”
김솔음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음. 마치 닿으면 부서지는 모래조각을 만지듯 최요원의 뺨을 쓰다듬었음.
“....요원님. 진짜, 너무한 거. ..알죠?”
김솔음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음. 마치 닿으면 부서지는 모래조각을 만지듯 최요원의 뺨을 쓰다듬었음.
83
이상하네. 아무리 모래조각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쉽게 부수어지지는 않을텐데.
김솔음의 손이 닿는 곳마다 재로 변한 최요원의 피부가 바람에 휘날렸음.
뺨을 어루어만지던 것을 멈춘 김솔음은 말없이 최요원을 내려다보았음.
김솔음의 손이 닿는 곳마다 재로 변한 최요원의 피부가 바람에 휘날렸음.
뺨을 어루어만지던 것을 멈춘 김솔음은 말없이 최요원을 내려다보았음.
84
그리고 천천히. 아주 느릿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갔음.
폭-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나지 않을 소리가 옥수수 밭에서 울려퍼졌음. 김솔음의 입술이 닿은 최요원의 이마는 다시금 재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음.
자신의 입술에서부터 느껴지는, 그 끔찍하고도 황홀한 감각에.
폭-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나지 않을 소리가 옥수수 밭에서 울려퍼졌음. 김솔음의 입술이 닿은 최요원의 이마는 다시금 재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음.
자신의 입술에서부터 느껴지는, 그 끔찍하고도 황홀한 감각에.
85
김솔음은 그만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음.
86
ㅡ
예전에, 그러니까 괴담이 있는 세상으로 떨어지기 전에. 김솔음은 짧은 영상 하나를 본 적이 있었음.
미군 한 명이 친하게 지냈던 동료의 전사 소식을 알리기 위해 직접 가족에게 찾아가는 영상이었음.
예전에, 그러니까 괴담이 있는 세상으로 떨어지기 전에. 김솔음은 짧은 영상 하나를 본 적이 있었음.
미군 한 명이 친하게 지냈던 동료의 전사 소식을 알리기 위해 직접 가족에게 찾아가는 영상이었음.
87
평화로운 세상에 살았던 그 당시에도, 화면 너머로 느껴지는 유가족의 처절한 울부짖음에 김솔음은 저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지곤 했음.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자식의 전사 소식이라니. 이 세상 어느 누가 반길 수 있겠음.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자식의 전사 소식이라니. 이 세상 어느 누가 반길 수 있겠음.
88
그래서 갑자기 이 이야기가 왜 나왔냐, 하면.
김솔음이 처한 상황이 그 영상과 똑같았기 때문임.
“....”
김솔음은 손에 들려있는 상자를 조심스레 만지작거렸음. 상자의 안에는 익숙한 물건들이 빼곡히 쌓여있었음.
김솔음이 처한 상황이 그 영상과 똑같았기 때문임.
“....”
김솔음은 손에 들려있는 상자를 조심스레 만지작거렸음. 상자의 안에는 익숙한 물건들이 빼곡히 쌓여있었음.
89
누군가 자주 쓰던 포승줄부터, 방울 몇개가 달려있는 작두까지.
“...생각보다, 가볍네.”
이 물건들의 주인이 광활한 옥수수 밭에서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재가 되어버린 탓이었음. 어떻게든 남은 재를 가지고 나와보려 했으나, 다시금 눈 앞에 나타난 허수아비 괴이에 그럴 틈도 없었음.
“...생각보다, 가볍네.”
이 물건들의 주인이 광활한 옥수수 밭에서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재가 되어버린 탓이었음. 어떻게든 남은 재를 가지고 나와보려 했으나, 다시금 눈 앞에 나타난 허수아비 괴이에 그럴 틈도 없었음.
90
김솔음은 상자의 맨 위에 올라가 있는 유니폼의 명찰 부분을 손으로 쓸어보았음. 거친 명찰의 감촉이 느껴졌음.
“......”
옛날에 그 영상을 볼 때는, 유가족의 입장에서만 생각했었는데.
김솔음은 이제와서야 새삼스레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음.
“......”
옛날에 그 영상을 볼 때는, 유가족의 입장에서만 생각했었는데.
김솔음은 이제와서야 새삼스레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음.
91
어쩌면 가족의 전사 소식을 듣는 유가족보다도 더 고통스러웠을 지도 모르는 사람은, 아마..
..그 이야기를 전해야만 했을 군인이 아니었을까.
.......
똑똑.
상자를 들고, 똑같은 현관문에서 하늘의 색이 바뀔 정도로 오랫동안 서성이던 김솔음은 드디어 문을 두드렸음.
..그 이야기를 전해야만 했을 군인이 아니었을까.
.......
똑똑.
상자를 들고, 똑같은 현관문에서 하늘의 색이 바뀔 정도로 오랫동안 서성이던 김솔음은 드디어 문을 두드렸음.
92
-아! 오빠 잠깐만~!!
방 안에서 우당탕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음. 만삭의 몸으로 걷는 것조차 힘들 여자가 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음.
그럴만 했지.
며칠간 출장을 나간다고 연락도 되지 않고, 집에 오지도 않았던 남편이 드디어 돌아왔다는데.
방 안에서 우당탕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음. 만삭의 몸으로 걷는 것조차 힘들 여자가 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음.
그럴만 했지.
며칠간 출장을 나간다고 연락도 되지 않고, 집에 오지도 않았던 남편이 드디어 돌아왔다는데.
93
아마 저 현관문 뒤의 여자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아닐까.
이제 여자는 해맑게 웃으며 문을 열곤, 눈 앞의 사람에게 보고싶었다며 사랑을 속삭이겠지.
“오빠 나 진짜 너무-... ...어?”
..솔음씨?
야속하게도 실제로 눈 앞에 있는 사람은 남편의 직장 후배일텐데 말이야.
이제 여자는 해맑게 웃으며 문을 열곤, 눈 앞의 사람에게 보고싶었다며 사랑을 속삭이겠지.
“오빠 나 진짜 너무-... ...어?”
..솔음씨?
야속하게도 실제로 눈 앞에 있는 사람은 남편의 직장 후배일텐데 말이야.
94
“...오빠는 어디가고, 솔음씨가..”
본능적으로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여자는 김솔음을 훑어보았음.
종아리 부근까지 틈하나 없이 꽁꽁 감싸져있는 녹색의 통깁스와,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듯 초췌한 몰골.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솔음의 손에 들려있는 건..
본능적으로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여자는 김솔음을 훑어보았음.
종아리 부근까지 틈하나 없이 꽁꽁 감싸져있는 녹색의 통깁스와,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듯 초췌한 몰골.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솔음의 손에 들려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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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라. 왜 오빠 물건을..”
“...최■■님 아내, (-)씨 맞으신가요.”
“잠시만요. 솔음씨, 잠시만.”
현관문을 붙잡고 있던 여자의 손이 벌벌 떨려왔음. 일그러진 얼굴은 웃고있는 거 같기도, 울고있는 것 같기도 했음.
“...최■■님 아내, (-)씨 맞으신가요.”
“잠시만요. 솔음씨, 잠시만.”
현관문을 붙잡고 있던 여자의 손이 벌벌 떨려왔음. 일그러진 얼굴은 웃고있는 거 같기도, 울고있는 것 같기도 했음.
96
김솔음은 여자의 표정에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음. 마치 개미가 기어다니는 듯한 죄책감이, 발가락부터 온 몸을 갉아먹듯 올라오기 시작했음.
하지만 김솔음은 멈출 수 없었음.
“..안 좋은 소식을 전달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씨의 남편, 최■■님은...”
하지만 김솔음은 멈출 수 없었음.
“..안 좋은 소식을 전달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씨의 남편, 최■■님은...”
97
이건 그가 한때 가장 사랑했고, 가장 사랑할 사람의 마지막 부탁이었기 때문임.
“..아. 하하. 하하..”
그래서 여자가 이성을 잃고 웃음을 터뜨릴 때도. 결국 견디지 못하고 휘청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을 뻔 할때도.. 김솔음은 당장이라도 혀를 깨물어 죽고 싶은 걸 견뎌냈음.
“..아. 하하. 하하..”
그래서 여자가 이성을 잃고 웃음을 터뜨릴 때도. 결국 견디지 못하고 휘청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을 뻔 할때도.. 김솔음은 당장이라도 혀를 깨물어 죽고 싶은 걸 견뎌냈음.
98
...그리고,
“이건. 최요원님의 개인적인.. 유언이었습니다.”
“.....”
김솔음은 손에 들려있는 상자를 조심스레 여자에게 건네주었음.
“..따님, 이라고 들었습니다. 최요원님이 예쁜 공주,님이라고 좋아하셨어요.”
김솔음은 차마 눈 앞의 여자를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아 두 눈을 질끈 감았음.
“이건. 최요원님의 개인적인.. 유언이었습니다.”
“.....”
김솔음은 손에 들려있는 상자를 조심스레 여자에게 건네주었음.
“..따님, 이라고 들었습니다. 최요원님이 예쁜 공주,님이라고 좋아하셨어요.”
김솔음은 차마 눈 앞의 여자를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아 두 눈을 질끈 감았음.
99
그리고 신에게 마지막 고해성사라도 하듯이 나지막히 내뱉었음.
“..최솔아. 그게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최솔아. 그게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100
ㅡ
“요원님. 이제 만족하십니까.”
꿉꿉한 곰팡이 향이 풍기는 모텔 침대에 드러누운 김솔음은 중얼거렸음. 제가 지금 하는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당신은 진짜 최악의 남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최악의 아빠일 거고.
“요원님. 이제 만족하십니까.”
꿉꿉한 곰팡이 향이 풍기는 모텔 침대에 드러누운 김솔음은 중얼거렸음. 제가 지금 하는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당신은 진짜 최악의 남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최악의 아빠일 거고.
101
세상에 자식이 태어나기 전에 먼저 떠나는 아빠가 어딨습니까.
당신만 기다리던 사람들은 어떡하라고, 그렇게 혼자서 간 거냐고요.
..차라리.
“차라리 거기서 내가 죽었어야 했습니다.”
그게 맞았어요.
당신은 돌아갈 곳이 있었잖아요.
당신만 기다리던 사람들은 어떡하라고, 그렇게 혼자서 간 거냐고요.
..차라리.
“차라리 거기서 내가 죽었어야 했습니다.”
그게 맞았어요.
당신은 돌아갈 곳이 있었잖아요.
102
“내가 돌아갈 곳은 당신이었는데.”
당신이 죽어버리면, 나는 돌아갈 곳이 없는데.
..근데 너는 아니었잖아.
내가 없어도 너는 돌아갈 곳이 있었으면서.
“..바보같아.”
김솔음은 손에 들려있는 방울을 만지작거렸음. 한때 최요원이 애용하던 작두에 달려있는 방울 중 하나였음.
당신이 죽어버리면, 나는 돌아갈 곳이 없는데.
..근데 너는 아니었잖아.
내가 없어도 너는 돌아갈 곳이 있었으면서.
“..바보같아.”
김솔음은 손에 들려있는 방울을 만지작거렸음. 한때 최요원이 애용하던 작두에 달려있는 방울 중 하나였음.
103
원칙대로라면 고인의 유품은 모두 그의 가족에게 전달되는 것이 맞았음.
그러니까 이 방울은, 김솔음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몰래 빼돌린 거였음.
“......”
김솔음은 손바닥 안에서 동그란 방울을 굴렸음. 답지 않게 청아한 소리가 나는 방울이 원망스러웠음.
그러니까 이 방울은, 김솔음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몰래 빼돌린 거였음.
“......”
김솔음은 손바닥 안에서 동그란 방울을 굴렸음. 답지 않게 청아한 소리가 나는 방울이 원망스러웠음.
104
그리고 자신에게 남은 최요원의 흔적이, 고작 방울 하나 뿐이라는 것도 원망스러웠음.
“...했, 습니다.”
달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방울을 바라보던 김솔음이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음.
“...했, 습니다.”
달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방울을 바라보던 김솔음이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음.
105
“좋아, 좋아했습니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숨이 막혀와 금방이라도 질식할 것처럼 얼굴을 파묻은 김솔음은 그제서야 하고팠던 말을 건넬 수 있었음.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이제껏 한 발자국 뒤에서 지켜보기 바빴던, 아름다룬 이야기의 이방인이자 도망친 겁쟁이가 건네는 고백이었음.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숨이 막혀와 금방이라도 질식할 것처럼 얼굴을 파묻은 김솔음은 그제서야 하고팠던 말을 건넬 수 있었음.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이제껏 한 발자국 뒤에서 지켜보기 바빴던, 아름다룬 이야기의 이방인이자 도망친 겁쟁이가 건네는 고백이었음.
106
요원님의 웃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눈꼬리를 휘면서, 맑은 소리를 내며 웃는 게 좋았습니다.
제가 스파이인 것을 알아차린 후에도 서스럼 없이 다가와주는 모습이.
한 명이라도 더 살려보고자 발버둥치는 당신이 좋았습니다.
눈꼬리를 휘면서, 맑은 소리를 내며 웃는 게 좋았습니다.
제가 스파이인 것을 알아차린 후에도 서스럼 없이 다가와주는 모습이.
한 명이라도 더 살려보고자 발버둥치는 당신이 좋았습니다.
107
“나, 는. 나는..”
단 한 순간도 너를 사랑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어.
나는 네 모든 이야기를 사랑했어.
단 한 순간도 너를 사랑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어.
나는 네 모든 이야기를 사랑했어.
108
ㅡ
한 때 김솔음은, 너무 눈부셔 차마 바라보기도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이방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들과 자신 사이에는 언제나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느꼈다.
물론 그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한 때 김솔음은, 너무 눈부셔 차마 바라보기도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이방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들과 자신 사이에는 언제나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느꼈다.
물론 그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109
애초부터 김솔음은 인터넷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관조하던 역할이 아니었던가?
따지고 보면 김솔음은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아니라, ‘독자’에 가까운 편이었다.
그런데 독자가 감히 등장인물과의 벽을 넘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기를 바랐다니. 터무니 없이 허무맹랑한 바람이었다.
따지고 보면 김솔음은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아니라, ‘독자’에 가까운 편이었다.
그런데 독자가 감히 등장인물과의 벽을 넘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기를 바랐다니. 터무니 없이 허무맹랑한 바람이었다.
110
하지만 김솔음은 그것을 원했다. 뿐만 아니라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발버둥쳤다.
어떻게든 그들을 이해하려하고, 그들의 옆에서 같이 걸어가고자 했다.
‘나도 언젠가 저들의 이야기에 들어가길 원해.’
매일 밤,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를 했다.
어떻게든 그들을 이해하려하고, 그들의 옆에서 같이 걸어가고자 했다.
‘나도 언젠가 저들의 이야기에 들어가길 원해.’
매일 밤,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를 했다.
111
그러나 김솔음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신에게 소원을 빌 것이라면, 소원은 어딘가 붕 떠있는 듯이 애매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결과적으로 신은 김솔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었다.
김솔음은 당당히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신에게 소원을 빌 것이라면, 소원은 어딘가 붕 떠있는 듯이 애매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결과적으로 신은 김솔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었다.
김솔음은 당당히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112
이미 그 이야기에서 빛을 발하던 한 사람을 밀어내고, 말이다.
김솔음이 누구보다도 가장 옆에 있고 싶어했던 사람은 김솔음의 얄팍한 욕심 때문에 죽었다.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높지.
그러나 김솔음이 그렇게 믿는다면 그게 곧 사실이지 않을까.
김솔음이 누구보다도 가장 옆에 있고 싶어했던 사람은 김솔음의 얄팍한 욕심 때문에 죽었다.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높지.
그러나 김솔음이 그렇게 믿는다면 그게 곧 사실이지 않을까.
113
김솔음은 최요원의 죽음이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여겼다.
제가 분수 넘는 욕심을 가졌기 때문에.
그래서 최요원이 죽은 것이라고.
제가 분수 넘는 욕심을 가졌기 때문에.
그래서 최요원이 죽은 것이라고.
114
그렇기에 김솔음은 그의 죽음에 책임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의 빈자리 만큼은 채워야만했다.
그게 김솔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죄였으니.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의 빈자리 만큼은 채워야만했다.
그게 김솔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죄였으니.
115
앞으로 김솔음은 그를 대신하여 그의 가족을 돌볼 것이었다.
그가 사라진 만큼 더 많은 목숨을 살릴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다보면, 언젠가.
언젠가 다시 한 번 쯤..
그가 사라진 만큼 더 많은 목숨을 살릴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다보면, 언젠가.
언젠가 다시 한 번 쯤..
116
..시리도록 아름다운 추억을 배경삼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117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