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 꾸는 박문대 보고 싶다

🐶 그게 왜 지금 나오냐 이거지....
그래, 류건우... 아니, 박문대는
예지몽을 꿨음. 스케줄이 5시간도 안 남은 새벽에.
🐶 (하루 정도 지속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박문대는 확신했음. 지금 자신은 스케줄을 소화하지 못할 최악의 컨디션이라는 것을.
-39.6°C
좆됐다.
놀라 굳어버린 몸이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풀렸음.
🐶 아, 소파에서 주무셨나 봐요.
평소와는 달리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음. 이것도 예지몽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라고 생각한 박문대와는 달리 배세진은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음.
-41.1°C
🐹 ...119가 몇 번이었지?
🐶 그거 아니에요
심히 당황한 듯했음.
류청우가 졸린 눈을 비비고 제 이마와 박문대의 이마에 손을 올리며 말했음. 그 말에 박문대는 당연히 도리질했음. 잡힌 스케줄만 다섯 개인데, 그중 세 개가 테스타의 무대를 원했음.
🐶 (그 무대에 고음을 빼버리는 건... 무리지.)
🐶 ...야채죽으로 부탁드릴게요.
다시 걸걸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튀어 나왔음. 동시에 겉옷을 걸치던 류청우의 몸짓이 멈췄음. 그리고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음.
🐶 ...! 류청우 잠깐만,
🦅 아, 열이 꽤 많이 나서요. 41도까지 올랐어요, 지금.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 ㅅㅂ 설마)
🦅 문대야, 딱 오늘 하루만 쉬자.
박문대가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음
🐻 ...문대문대.
🐶 왜.
🐻 앗, 죽은 줄~
언제 일어났는지 모를 큰세진을 한 대 때릴까 고민한 것만 빼면 꽤 편안한 간호였음.
박문대는 난해한 조합에 조용히 한숨을 쉬었음. 태양의 위치를 보면 시각은 정오쯤. 근데 주변에서 들려오는 건 자동차의 경적 뿐. 비지엠처럼 잔잔하고 유명한 팝송이 흘러가고. 그리고 그 건물은....
🐶 티원 스타즈.
와 진짜 존나 뜬금없네
-37.9°C
펄펄 끓었던 열은 그 몇 시간 사이에 미열 수준으로 내려가 있었음.
- 티원스타즈 본부장
🐶 예, 박문대입니다.
- 아, 문대 씨. 몸은 좀 괜찮고? 뭐, 아무튼 지금 숙소죠? 그럼 어제 받은 서류 좀 가져와 줄래요?
🐶 ...제가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요.
- 진짜 급해서 그래. 지금 바로 부탁할게요. 끊어요.
🐶 (5분 거리니까 얼른 다녀오면 되겠군.)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고, 대충 음악사이트에 들어가 아무 노래나 재생했다.
...
아.
팝송이 클라이맥스에 치달았음.
박문대의 귀에는 여전히 잔잔한 팝송이 흐르고 있었음.
👤 누가 119 좀 불러 주세요!
끼이익, 쾅!
박문대는 멍한 정신으로 뒷걸음질 쳤음. 하지만 이미 긴장으로 지배된 몸은 주저앉고 말았음.
쿠웅-! 펑!
잠깐의 정적이 사고 현장을 휘감았음. 박문대가 소리를 따라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음. 교통 사고에 휘말린 버스 한 대가 화마에 휩싸여 있었음. 버스의 승객들이 급한 대로 창문을 깨고 탈출하는 것이 눈에 보였음.
이미 늦었다. 이번에도 돌이킬 수 없다.
알고 있어.
시발, 알고 있다고.
박문대의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져 갔음. 그냥 도망치고 싶었음. 여기서 도망쳐도 논란될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란 걸 박문대는 눈치채고 있었음.
으아아앙!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음. 저절로 발걸음이 멈췄음. 박문대가 놀란 눈으로 사고 현장을 돌아봤음.
👤 애가, 애가 안에 있어요!
처절한 외침.
박문대는 뛰고 있었음. 놀란 주변 행인들이 박문대를 붙잡았지만, 박문대는 그들을 뿌리쳐 가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렸음. 불꽃이 튀고, 차가 아슬아슬하게 박문대를 스쳤음. 그럼에도 달렸음.
으앙, 으아앙!
미칠 지경이었음. 애는 울고, 차문은 뜨거워서 잡을 수가 없음. 박문대가 차 창문을 쾅쾅 두드렸음.
👤 형, 살려 주세요...
🐶 ...시발.
박문대가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었던 휴대폰을 들어 창문을 마구 내려쳤음. 미동도 없던 창문은 점차 금이 가더니, 이내 완전히 깨졌음.
👤 형, 졸려요...
🐶 정신 차려. 자면 안 돼. 저기 아버님 계셔. 아저씨가 금방 데려다 줄게.
🐶 ...예, 애 병원 꼭 데려가세요. 다음엔 애 먼저 보내시고요.
로 그쳤음.
🐻 엥, 문대문대? 어디 갔었어?
🐶 ...큰세진?
🐻 아, 나 오늘 화보 촬영 펑크나서.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큰세진은 실실 웃으면서 박문대에게로 시선을 돌렸음.
큰세진이 박문대의 옆구리를 보고 기함했음. 박문대도 제 옆구리를 슬쩍 확인했음. 아까 옷이 탄 것 같았음.
🐶 아... 뭐, 그렇게 됐다.
🐻 아, 그렇구... 아니, 너 어물쩍 방에 들어가지 마!
🐶 (잘한 거겠지)
어쨌든 한 생명을 살렸으니까, 괜찮은 거겠지.
박문대가 멍하게 눈을 감았음. 아까의 그 소음이 귀를 찔렀음. 환청임을 앎에도 괴로워서 미칠 것 같았음.
🐶 그냥 들어와라
🐻 ...하하 티났어? 몸은 좀 어때?
큰세진이 박문대의 이마를 짚었음. 큰세진의 손에서 뜨끈한 열기가 전해졌음.
🐻 쓰읍 열이 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 손 치워라
🐻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치워라
🐻 으으음 역시 좀 미열인 것 같지?
🐶 장난하냐?
🐻 또 티났어?
큰세진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손을 거뒀음. 박문대가 인상을 찌푸리며 아직까지도 메고 있던 메신저백을 벗었음.
🐻 문대문대, 아픈데 그냥 집에서 쉬지 어딜 갔다 왔길래 이지경까지....
🐶 회사에서 부르길래.
🐻 ...거기 교통사고 좀 크게 나지 않았나?
🐶 ...그렇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