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씨 미안. 지금 좀 바빠요.] [급한 일이에요?] [문자는 할 수 있어요.] [문대씨] [여보] [혹시 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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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씨 미안. 지금 좀 바빠요.]
[급한 일이에요?]
[문자는 할 수 있어요.]
[문대씨]
[여보]
[혹시 별이 아파요?]
[부재중 2건]
[잠깐 나왔어요. 전화 받아봐요.]

“..아. 여보세요? 문대씨?”

“아.. 보호자 되시나요? 지금 환자분께서 상태가 너무 위중하셔서•••”

로 시작하는 #청려문대
2
‘지금 한국병원 응급실입니다. 당장 입원을 해야 해서 보호자 동의를 해주셔야—’

신재현은 아주 여러 번 살았다.

지금이 고장난 테이프처럼 엉키고, 반복되고, 노이즈가 지직거리던 삶의 끝자락에서 이어가는 제대로 된 ‘시작’이었다.
그 시작의 가장 첫 발자국은 박문대 당신이었던 거 같은데.
3
‘-네. 보호자님, 알겠습니다, 그러면-’
‘출혈부터 잡아!!’
‘지금 뼈가 장기를 찔러서...’
‘-…병원으로 최대한 빨리 와주세요.’

..신재현은 아주 여러 번 살았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 어느때보다 고장난 사람같았다.

제 문자에 박문대의 답이 없듯, 신재현도 아무 대답 없이 전화를 끊었다.
4
**

머리가 울린다. 말소리는 흐릿한 음성으로 번져 뇌 속으로 채 들어오지도 못하고 구겨진다. 품 안의 아이가 답답한 듯 몸을 뒤척였다.

“아빠아…”

..신재현은 대답하지 않는다. 제가 뱉는 말소리에 중요한 부름이라도 듣지 못할까봐,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아빠…문대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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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울먹거리며 눈가를 말갛게 적신다.
신재현은 또다시 대답하지 않다가, 이 끔찍한 상황이 최악은 아니라는 것에 입안을 씹었다.
피가 맺히긴 했지만 깊지 않은 생채기가 생긴 자그만 얼굴이 또 품 속을 파고들었다.
텅 비고, 갈기갈기 찢어진 가슴 부근은 그걸로도 쉬이 채워지지 않았지만.
6
**

“–문대야..!”

이미 소란스러운 곳에 더 요란한 발걸음들이 더해졌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하고 묻는 이는 한 명도 없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앉아있는 신재현을 봤다가, 삼초온..하면서 안겨오는 아이를 말없이 끌어안는다.
아이는 이 포옹이 방금 전과 똑같이 숨이 막힌다고 생각했다.
7
“..문대는..,”
“수술..중이에요.”

갈라진 목소리로 말하는 그의 어깨 위를 아이 얼굴에 난 생채기를 매만지던 손이 다독였다. 조금은 굳은살이 느껴지는 큼지막한 손이었다. 류청우는 신재현의 어깨를 처음 만져보았다.
그리고 그의 그런 표정도.
절대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8
**

문대의 교통사고 기사는 빠르게 올라왔다가, 금세 다른 기사에 묻히고 말았다.

[연예] 테스타 박문대, 오늘 23시 07분 수술 도중 사망

자신의 사망 기사에.

신재현은 화면을 봤다가, 소란스러운 문 밖을 봤다가, 앉아있다 잠이 든 제 아이를 바라봤다.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9
**

익명| 얘들아 나 지금 ㅎㄱ병원인데 (999)

ㅂㅁㄷ 죽은 거 있잖아.. 그거 애기 감싸주려다 그런거래 차가 전방주시 태만? 그랬다던데

-기사 날텐데 니가 이걸 왜 올려
ㄴ그니까 생각있어? 사람 죽은걸로 지금
ㄴㄱㅆ) 미안 삭제할게
-애기는 괜찮대?
ㄴㄱㅆ) 보니까 괜찮은 거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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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나도 ㅎㄱㅂㅇ임 근데 (999)

들어보니까 ㅅㅈㅎ 임종도 못 지켰대

-작작쓰라고 니네
ㄴㄱㅆ) 니가 읽지를 마ㅋㅋ
-헐ㅁㅊ 왜? 계속 옆에 있었던 거 아니래?
ㄴ방금 기사 떴는데 수술 도중 사망이래
ㄴ어떡해..
-병원에도 기자 많냐
ㄴㄱㅆ) 지금 난리남 셤별도 다 모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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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같았다면 이미 테스타의 누군가에게 읽혀지고도 남았을 글들은 무심하게 쌓여가기만 했음.

방을 가득 채울 정도로 사람이 많은 공간은, 숨이 막히도록 조용했음.

"..선배님. 이제 가셔서.."
"..."
"..문대 보내줄 준비 하셔야죠."

잠든 아이를 무릎 위에 뉘고 멍하니, 한쪽 구석을 보고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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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을 보다못한 류청우가 먼저 입을 열었음.
미동도 없던 그는 잠시 류청우를 올려다보았다가,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칼을 쓰다듬었음.

"...할 줄 몰라요."
"선배님."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처음이라서.."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신재현은 흐릿하게 웃었다가, 다시 구석으로 시선을 돌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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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격이 되는 사람이 그쪽밖에 없잖아요."
"세진아."
"형. 지금 사망진단한 지가 언젠데.."
"그만. 이렇게 안 해도 일은 진행돼."

답답한 얼굴로 격양된 말을 뱉은 이세진이 한숨을 쉬고는 다시 의자에 앉았음.

맞는 말이었지.
아무리 질질 끌어도 문대는 이미 죽었으니까.
보내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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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에 있는 그 누구도 타인을 위로할 처지도, 기분도 아니었지만 다들 한 사람만을 위해 통탄을 참고있었음.

“..아빠아..”
“..응. 별아, 깼어?”
“아빠 울어?”
“아빤 안 울어..”

그 먹먹한 얼굴의 신재현을 보고있노라면 감히 제 슬픔을 내세울 수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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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그렇게 시간을 허비했을까, 배세진의
‘..문대가 외롭잖아요.’
라는 말에 신재현은, 세차게 흔들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던가.

**

신재현은 손수 박문대의 사진을 골랐음. 아, 이건 너무 옛날이다. 이건 화질이 안 좋고. 수없이 많은 사진들 중에서 신재현은 한참을 헤매고 또 헤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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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결국 고른 건 제가 찍은 사진이었음.
..귓가에 그때의 대화가, 웃음소리가 울리는 것만 같은데.

‘별아, 아빠 이름도 써볼래?’
‘문대씨. 여기 봐요.’
‘왜, 어?’
‘하하. 사진 잘 나온 것 같은데.’
‘..바보같이 나온 거 아니냐.’
'아빠아! 이거 봐요.'
'와, 우리 별이 천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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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아, 재현아빠도 쓸 수 있어?’
‘네 이름은 한참 전부터 쓸 줄 알았어.’
‘어떻게 알아요?’
‘내가 그것부터 가르쳤거든.’

..찰칵.

‘..신재현, 예쁘게 잘 쓰던데.’

액자 안에 눌려진 그 순간을 바라보며 신재현은 생각했음.
..아직 별이가 보고싶어요-라는 글자는 쓸 줄 모르는데.
어쩌죠 문대씨.
18
**

신재현이 한 일은 정말 많지 않았음.
상주였지만, 응당 해야하는 일들이 있었지만 어느 장례식에서 만났던 유가족보다 넋이 나간 모습을 하고있는 그의 일은 대부분 박문대의 동료들이 담당했으니까.
..테스타는 이렇게 바쁜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음. 다른 생각이 많이 들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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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차마 슬픈 기색을 맘껏 내비칠 수도 없었음.
넋이 나간 채로 서서 기계처럼 조문을 받으면서도 신재현은 한 번을 울지를 않아서, 그리고 그와 문대를 닮아 영특한 아이도 한 번을 보채지를 않아서.

이세진은 그가 어긋난 삶의 경로 위에 선 사람이라, 어쩌면 다른 방식으로 슬퍼하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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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고 애써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했음.

그게 아니었는데. 신재현은 그냥 아직, 박문대가 죽었다는게 와닿지 않을 뿐이었음.

..나는 콩이가 떠나간 날을 기억해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문대씨가 나를 다시 일으켜 줬잖아요. 그럼 지금은 어떡해야 하죠. 당신이 없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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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신재현도 모르고 있었던 거지. 그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해서, 아직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자기가 이미 슬픔에 충분히 잠식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이제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하러..”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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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고인께 하고싶은 말씀이 있다면,”
“…”
“잘 전해 드리길 바랍니다.”

신재현 혼자만의 시간이었음.
선아현의 품에 안겨 잠든 별이를 두고, 그는 홀로 문대의 곁에 섰음.
최대한 그 흔적을 닦아내려 노력했지만 사고의 흔적이 역력한, 생채기가 가득한 얼굴을 내려다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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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해야할까.
수술실 앞에서 두 손을 모아 아주 오랜만에 기도라는 것을 해보며, 당신을 기다렸을때. 그때는 당신에게 못다한 말이 아주 많다고.., 꼭 하고싶은 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곤히 잠든 너를 보니 나는 또 세상에 처음 나온 어린아이처럼 머리가 새하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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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은 고요한 문대의 가슴팍 위로 파르르,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올렸음.

"..차갑네요."

..옆에 선 이는 그의 혼잣말에 대답하지 않았음. 자기에게 건네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신재현은 언제나 자신보다 따뜻하던 체온을 생각했음.

'넌 손이 차더라.'

그렇게 말하던 문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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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어있던 머릿속에서 떠오른 맑은 목소리는 미친듯이 다른 기억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음.

'..만나볼까, 우리.'

그가 했던 고백도.

'이런 적막한 야경을 좋아한 적은 없는데.'
'그럼 왜 먼저 오자고 했냐.'
'후배님이랑 같이 보면 좋아질 거 같아서.'

당신과 처음 떠났던 여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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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래요?'
'..뭐?'
'이제 슬슬 할 때도 되지 않았나해서.'
'..그거 프러포즈냐?'
'아마도.'
'무드없는 새끼.'
'그래서 안 해줄 건가..'
'..너 아니면 나 데리고 살 놈도 없다. 너도 그렇잖아.'

로맨틱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프러포즈를 받아주며 귀 끝이 붉어진 사랑스럽던 얼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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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요. 문대씨를 닮은 거 같은데..'
'..야. 누가봐도, 너랑 판박, 이거든.'
'힘들면 말하지마요.'
'그럼 니가 헛, 소리를 하지를 마..'
'알았어요. ..나랑 닮았네요. 꼭 나한테서 떨어져 나온 조각처럼..'

자그만 새 생명을 안아들고 말하던 자신을 웃으며 바라보던 그 다정한 눈동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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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쁘지. 내가 데리러 갈게.'
'미안해요. 대신 내일은 내가 갈게.'
'당연하지. 내일도 나 보내려고 했냐, 그러면.'
'하하, 알겠어요. 이따봐요.'
'그래. 수고해.'
'응, 사랑해요.'
'..나도.'

당신과 마지막으로 했던.., 이렇게 그리울 줄 알았다면 절대로 끊지 않았을 통화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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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은 이 모든 게 또 세상이 자신에게 하는 장난이길 바랐음.
내가 또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에게 잠시 놀아나는 농간이길.
눈을 감았다 뜨면, 잠깐 지나간 암흑 뒤에 반짝이는 당신이 다시 웃으며 내게 와주길.
하지만 당신은. 내가 아는 박문대는.

"..그러지 않을 거잖아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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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손으로 문대의 뺨을 그러쥔 신재현은, 아주 천천히, 힘겹게 말을 이어갔음.

"..내가 하고싶은 말보단, 당신이 듣고싶을 말들을 해줄게요."

처음으로 흘리는 눈물이 툭, 떨어졌고.

"어차피 그 둘은 별반 다르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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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액체가 얼굴을 따라 흘러내리는 걸 느끼며 신재현은 이미 다 터버린 입안을 씹었음. 거짓말을 하기 위해.

"나는, 우리는 잘 지낼 거예요. 문대 씨 없이도."

"..당신을 아주 잠시만 그리워하고, 금세 잊고 잘 살아갈 거예요. 행복하게."

"아프지도 않고,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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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상체를 아예 숙여 문대의 얼굴을 가까이 마주한 채로 더 작게, 이미 잠이 든 그에게 잘 자라고 인사해주던 지난 나날들처럼 속삭였음.

"..당신을 이토록 사랑하게 해놓고, 기어이 나를 떠나가네요."

눈물은 이제 멈추지 않았음.

"잘 가요, 문대 씨. 내 사랑. 별이 아빠."
...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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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은 한참을 고개를 들지 못했음.
아래로 흐르는 눈물이 천근같은 무게라도 지닌 것처럼.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남자의 말에 신재현은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섰음.

..몇 년을 사랑한 그 둘의 마지막은 그렇게나 허무하게.
34
**

밖으로 나온 신재현의 얼굴을 마주한 이들은 조금 움찔했다가, 고민없이 안으로 발걸음을 돌렸음.
저 사람들도 문대와 인사를 해야했으니까.

새삼 정말 사랑받고 산 사람이네요, 문대 씨는.

그렇게 생각하던 신재현은 잠든 별이를 넘겨 받으려다 온 몸이 그자리에서 굳어버렸음.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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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하는 신재현 대신 다시 별이를 꽉 안아든 선아현의 표정도 조금 굳어졌음.

"누구.."

그 말마저도 신재현의 서슬퍼런 목소리에 묻히고 말았지만.

"당신 누가 불렀어."
"혀, 엉.. 으, 윽.. 흑.."
"누가 불렀냐고."
"..류, 청우 형님께서..윽, 흐.."

신재현의 손에 붙들린 채 우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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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나이가 엇비슷해 보이고, 검은 머리에 눈물로 잔뜩 얼룩진 안경.

..류건우.

"저, 저기 문대랑은 어떻게.."
"..아는 동생인데.., 형하고 인, 사를..흐윽.."
"청우 형이 부르신거면 저랑 같이..,"

그러나 신재현은 계속 우는 남자를 선아현과 들어가도록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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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랑..난, 얘기를..."
"윽, 흐..흑, 형 한, 한번만 보게 해주세요..제발.."
"..."
"그러면 제가 뭐, 든.. 들어드릴게요, 그럴테니까.."

보다못한 아현이 신재현의 팔을 조심스럽게 붙잡았음.

"..저, 선배님.."
"..들어가요. 미안해요, 아현씨한테도."
"아, 아니에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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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은 별이를 받아 안았음. 의자를 향해 걸어가는 동안, 잠시 열렸던 문 안쪽에서는 구슬픈 흐느낌이 흘러나왔음.

..다시 뛰쳐들어가고 싶은 걸 참느라 애썼고.

**

쾅!

"아, 윽···"
"뭐라도 해. 다시 살려내."
"그게, 무슨..,"
"들은 적이 있어. 시스템과 조금씩 융합되었다고."
"..."
39
"문대씨가 당신이 사라지지 않게 도왔으니, 당신도 뭔가를 생각해 내."
"저, 저는 그런 것까진.., ..그리고 그때는 죽기 직전이거나, 죽은 직후였어요. 이미 지금은 시간이 너무···"

쾅!

"아···!"
"너도 편법을 써서 살아남은 거잖아. 그런 걸 또 찾아내란 말이야. 시스템의 허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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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건우의 모습을 한 큰달을 몰아붙이면서도, 신재현은 최대한 이성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음.
그러나 지금 하는 말이 억지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음.
아무리 이게 헛된 희망이래도, 나는 모든 걸 동원해서라도···,

"..건, 건우 형님은 죽었어요."
"...알아. 그런 말이나 듣자고,"
"아니, 그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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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를 누른 신재현의 팔 때문에 밭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큰달은 말을 이어나갔음.

"형님 쪽은 늦었더래도, ..시, 신재현씨는 아닐수도.."
"..그게 무슨 말이야."
"비활성화 된 상태이상. 그거."

세차게 흔들리는 신재현의 눈동자 속에서 그는 머뭇거림이 없었음.

"그걸 다시 활성화하는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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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음.

..회귀? 이 많고 많았던 시간들을 다시 돌고돌아서.., 또 그 짓을 하라고.

..아니. 저건 확신도 없이 그냥 하는 소리일 거다. 그냥.., 될지 안 될지도 모르면서 내뱉고보는..

"..그게, 다시 될 리가 없잖아."
"잠시만."
"..."
"생각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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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하게 초점이 흐려진 눈을 보며 신재현은 다시 박문대를 떠올렸음. 시간이 꽤 지나서 들었던, 상태창이라는 것을 보던 그 텅빈 시선.
..그걸 눈 앞의 이 남자에게서 또···

"신, 재현씨는.. 시스템에 종속됐었던 사람이고. '교정'은, 삭제된 게 아니라 비활성화.."

중얼거리던 큰달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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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을 되찾은 눈으로 신재현을 응시했음.

"..가능할 것 같아요."
"..뭐?"
"시스템의 기본 근간은 바꾸지 못해요. 하지만 이건 제가, 간섭할 수 있는 정도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음.

"가능하다면, 원하시나요?"
45
..그 짧은 질문 끝에, 신재현은 아주 오래 전에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음.

'-아무튼.. 그래서 걱정하더라고.'
'시스템에 간섭할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적어도 문대씨한테는 나쁠 게 없잖아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갈수록 시스템처럼 생각하게 되는게 싫다던데.'
'···시스템처럼?'
46
'몰라. 인간적인 사고랑은 반대되는 말이겠지.'
'..흠. 자신의 기준과 결론을 강제하는 시스템과 비슷한 생각이라..'
'..너무 깊게 생각하진 말고.'

다 끝난 일이잖아. 안 그래?

..마지막에는 희미하게 웃어넘기던 문대의 얼굴이 떠오르며 회상 속 대화는 끝이 났음.

..끝난 일이 아니었어요.
47
어느새 힘이 빠진 신재현의 팔을 조금씩 밀어내고 똑바로 선 큰달은 다시 한 번 물었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실 건가요."
"..."
"음..시점은, 그것도 제가 어떻게 못하겠지만. 아마.. 정말 모든 것의 '처음'으로 가실수도,"
"...못 가."
"..네?"

신재현의 대답에 큰달은 눈을 크게 떴음.
48
"어..왜..왜, 요? 건우 형이 재현씨를 기억 못하실 까봐요? 아니에요! 아마 시스템에 엮였던 사람들은 돌아가도 기억을···"
"..그래서, 못 간다고요. 큰달님."

허탈하게 웃으며 뒤로 걸어가, 벽에 힘없이 기댄 신재현을 큰달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봤음.

"..살려내라고 하셨잖아요..."
49
"···"

잠깐의 침묵이 지나고, 신재현은 얼굴을 쓸어내리던 한 손으로 계속 눈을 가린 채 대답했음.

"나도 돌아가고, 문대씨도 돌아가면. 그리고 우리의 시간을 하나도 잊지 않았다면."
"..."
"..그러면, 별이는... 가슴 속에만 남은 우리 별이는 어떻게 안고 살아가야 하나요."
"...!"
50
큰달은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듯 했음.

"죄, 죄송해요..! 저는 정말 생각을 못했어요, 어, 그러니까..."
"..괜찮아요."

..힘없이 대답한 신재현은 그대로 몸을 돌려, 무거운 철문을 닫고 대화를 나누던 비상계단을 떠났음.
그리곤 다시 밝은 조명이 가득한 복도를 걸었음.
51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 눈이 시리도록 밝은 빛, 어지러운 냄새들···.

그 상황 속에서 신재현은 오직 장기가 다 뒤틀리는 죄책감과 비참함만을 느꼈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죄로, 나는 박문대 대신 내 아이를 선택했다는 끔찍한 죄악감을 느끼는 구나.

..박문대조차 그를 이해했을 텐데도.
52
**

박문대의 유골함은 가족사진과 함께 납골당에 놓여졌음. 보드라운 한 줌 가루가 된 제 반려자를 보면서, 신재현은 똑같이 바스라지고 싶다고 생각했음.

"..재현아빠, 문대아빠 어디 갔어..?"

..그래서,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저주했음.

"..멀리 갔어, 아주 멀리."
"..그럼 이제 못 봐?"
53
장례를 치르는 내내 답답할텐데도 짜증 한 번 부리지 않던 아이는 이제서야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음.

"왜 안 와아아.."
"별아, 문대아빠는.."
"별이가 말 안 들어서 안 와?"
"..아냐. 잘못한 사람은 없어."

울먹이는 아이를 안고 다독이며 신재현은 최대한 그럴싸한 말을 고르고, 또 골라냈음.
54
그리고 결국엔.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제 생살을 찢어 그 눈물을 닦아주기로.

"..실은, 재현아빠가 잘못해서 안 온대."
"아니야아..재현아빠는 문대아빠한테 잘못 안 해!"
"아빠가 미워서.., 멀리 갔대."

미안해. 아빠가 잘못했어 별아.

신재현의 넋두리같은 사과에 아이는 더 크게 울었음.
55
잘못했어. 아빠가 정말로 잘못했어···

듣는 이가 없는 사과를 신재현은 수차례나 반복했음.
차갑게 식은 문대의 유골함 앞에서.
별이의 키가 더 자라면, 꼭 새로 찍자고 약속했던 가족사진 앞에서.

**

문대를 떠나보낸 이후에 그의 일상은 조용하지 않았음.
오히려 더 시끄러워졌달까.
56
기자들은 수시로 집 앞을 기웃거렸음.
정중하게 부탁도 했다가, 불편하다는 기사도 내봤다가.
결국 무섭다는 별이의 울음을 보고나서야 화가 난 얼굴로 그들을 돌려보냈음.
그 전까지는 정말 그럴 기력도, 의지도 없었지만.

집도 적막하지 않았음. 수시로 별이의 삼촌을 자처한 테스타 멤버들이
57
허전해진 집으로 찾아와 온기를 내어주곤 했으니까.

다만 그럼에도, 늦은 밤 아이가 잠에 든 것을 확인하고, 늘 함께 하던 이마 위 입맞춤을 혼자 하고 방을 나서면..

"..."

신재현은 또다시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마는 것이었음.
58
Side story : 크리스마스 이야기
<별이의 올해 크리스마스 소원>


@tintin_sweet
✨틴틴✨(마감중)@tintin_sweet
처음부터 쓰고싶었던 사이드 스토리

<별이의 올해 크리스마스 소원>

#엋문 2세 관련 but 짧음 그리고 故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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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시 익숙한 허전함이 찾아오면, 신재현은 천천히 집안을 돌아다니곤 했음.

'이건 제때제때 먹으라니까.'
'양이 너무 많아요..'
'지금부터 잘 챙겨 먹어야지.'

사랑스러운 잔소리가 들려오던 주방도.

'똥이다!'
'..아빠가 그린 건 강아진데..'

웃음기 가득한 추억이 배어있는 거실도.
60
'..사랑해요.'
'..안다니까.'

..여전히 당신의 향기가 나는 듯한 침실도.

그렇게 문대의 흔적을 좇아 집안을 둘러보고, 다시 아이의 방 앞에 서면 신재현은 정말,

"...아."

..딱 죽고싶은 심정이었음.
61
단 한 순간도 문대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음.
마지막으로 그에게 속삭였던 말이 무색하게, 신재현은 문대가 죽은 이후로 제정신이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결혼 이후 신재현의 스케줄은 아이돌 활동 대신 거의 매니지먼트 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에, 그가 일을 손에서 좀 놓아도 문제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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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도 원래 넓지 않았기 때문에 피곤할 일이 없었고.
다만, 문제는.

마음 놓고 무너질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
심지어 그의 집마저도.

신재현은 술에 진탕 취하고, 끊었던 담배를 입에 문 채로 절망 속에서 허덕이고 싶었음.
그 바닥에 잠긴 채로 비참한 하나의 인간이고 싶었음.
63
..그러나 그럴 수 없었던 것은. 실낱같은 무언가에 대한 희망도, 행복했던 추억 때문도 아닌,

'아빠!'

너무나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응, 아빠가 데리러왔어요.'
'오늘은 이거 했구, 또···'

..나마저 사라지면, 무너지면 안 된다는 절벽 끝에 서있는 듯한 숨막히는 부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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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라졌으나 당신이 남기고 간 것 중 가장 소중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어린 생명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의무감.

그렇게 또 '그럭저럭 잘 견뎌내는 신재현'이라는 가면을 쓴 채 하루를 버텨내고 나면, 이 적막한 어둠 속에서는 마음 속에 문대를 그릴 수 밖에 없는 것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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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이마를 기댄 채 신재현은 심호흡을 했음.

생각하자. 우리의 기억을 떠올리자.
흔들리지 말자.

'..문대씨. 왜 보험을 그렇게 들어요.'
'..왜, 보험비 아깝냐.'
'아니, 그런게···. ..그럴리가 없잖아요.'
'..미안.'
'이유는 말 안 해줄 거예요?'
'...'

머뭇거리던 당신은 그렇게 말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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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셔서 그런가. 애가 생기고 나니까 늘 불안해.'
'..문대씨.'
'난 진짜 힘들었거든. 혼자 사는 게 거지같고...'
'...'
'..우리 둘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별이는 괜찮아야지.'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럼 좋지.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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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정말 모르는 거긴 하죠.'
'무슨 뜻이야, 그 말투는?'
'그냥, 새삼. 옛날 생각도 나서.'
'..청승은.'
'..인간은 왜 태어나서, 왜 살아가는 걸까요. 이렇게 세상의 작은 일 하나조차도 미리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데.'
'..너 나 몰래 술 마셨냐?'
'아뇨. 이것도 그냥 청승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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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끝에 있는 결론이 도대체 뭘까··· 궁금하니까.'
'...음.'

내 시답잖은 말에도 당신은 다정하게.

'..인생에 결론은 없어. 끊임없는 과정의 연속일 뿐이지.'
'..끊임없는 과정이라. 그거, 죽지 않고 되풀이했던 나한테나 해당되는 말 아닌가?'
'다른 평범한 것들도 다 과정이지, 다를 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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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은요? 난, 재시작 못하는 삶은 처음인데. 이것도 평범한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면 되는 건가요?'
'어.'
'..고민도 안 하네.'
'니 말이 맞으니까.'

다정하게···, 웃어주면서.

'이번에도 해내면 되는 거야. 그냥, 주어진 대로. 니가 제일 잘하는 거잖아. 신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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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요. 고마워요.'
'그래.'
'그래도 우린 보험을 굳이 안 들어도 되지 않나..'
'...야.'

신재현은 결국 울음처럼 터져나오는 웃음을 내뱉었음.
하하, 하.., 하...
수백번을 떠올릴 만큼 당신과 나눈 순간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이 기억들을 모아 당신의 숨으로 불어넣을 수만 있다면.
71
**

신재현이 힘겨운 하루들을 견뎌낸지 얼마나 더 지났을까.
늘 충전기에 꽂아두던 핸드폰이 오랜만에 울리기 시작했음.

"..무슨.."

더이상 울리지 말아야 하는 핸드폰이.

문대의 핸드폰을 집어든 신재현은 발신인의 이름을 보고는 잠시 고민하다가, 화면 위에 손을 올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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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에요."
[아, 다행이다! 제가 재현씨 번호는 몰라서–]
"무슨 일인지 물었는데."
[앗, 아, 그게. 급하게 드릴 말씀이 생겨서..]
"중요한 일인가요."
[음..네, 네! 중요한 것 같아요...]

인상을 쓰며 손으로 눈썹을 꾹꾹 누르던 신재현은 큰달의 다음 말에 그만 핸드폰을 떨어트릴 뻔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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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재현 씨한테 시스템의 허점이라는 말을 듣고나서, 제가 줄곧 고민을 해봤는데...]

설마.
..제발.

[재현 씨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도, 건우 형이 돌아오실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서요.]

신재현은 결국 핸드폰을 놓치고 말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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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제가 생각했던 썰 내용의 1부..? 인데요.., 왐마야..~~ 생각보다 넘 길어졋서요 투표해주시면 결정하겟습니다
75
**

도저히 더 전화를 붙잡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신재현은 그대로 바로 장소를 잡아 집 밖으로 뛰쳐나갔음.

..이게 도대체 무슨 기분이지, 생각하면서.

설렘도, 온전한 기쁨도 아닌 스스로도 정의내릴 수 없는 복잡하게 뒤엉킨 심정.

희망을 버리지 못했음에도 큰달이 제안할 방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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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이지는 않을 거라는 합리적인 불안감.

"..."

신재현은 그저 운전대를 잡은 손에 더 힘을 줬음. 지금 그런 걱정을 해봤자.

이런 건 큰달이 생각해낸 방법을 듣고나서 해도 늦지 않으니까.

약속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피가 차게 식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도 애써 무시하면서.
77
**

느리지 않은 속도로 차를 몰아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큰달은 먼저 자리에 앉아있었음.

"..하아..."

조금은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류건우의 얼굴을 하고는 핸드폰을 보고있는 모습을 보자 다시 심장이 옥죄어오는 것만 같았음.

'고생했다.'
'···고마워요.'

그 얼굴로 해주었던 말이 생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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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던, ..문대가 떠났던 그날을 떠올리며 신재현은 주먹을 꽉 쥐었음.

다시 그런 행동을 하고싶은 건 아니었으니까.

"..오랜만이네요."
"어, 아..! 안녕하세요! 빨리 오셨네요!"
"네."

신재현을 보고는 몸을 벌떡 일으키는 큰달에게 앉으라는 듯 손을 내저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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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 뭐 마실 거라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네? 아, 네! 그럼요."
"..미안해요. 사실..아직도 보고있기가 힘들어서."
"...아. 아, 알아요.. 당연히 그러시죠.."

잘못한 것은 없는데도 죄지은 얼굴을 하고는 큰달은 잠시간 말이 없었음.

그리고 잔 속 얼음이 조금 더 녹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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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허점, 찾은 것 같아요."

긴장감이 서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음.

"..어떤 거죠."
"어, 음.. 그러니까. 사실은 건우 형과 제 상황, 존재 자체가 시스템 입장에서는 엄청난 실수예요. 영혼이 바뀐데다가, 제가 맘대로 간섭까지 몇 번 했었으니까···"
"그래서?"

그건 이미 다 아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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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의 냉소적인 반응에도 큰달은 주저하지 않고 계속 말했음.

"그, 그래서. 이 전에도 생각을 줄곧 해봤었어요. 시스템이 만약 이 오류를 찾아낸다면? 처음부터 꼬여있었다는 걸 잡아낸다면? 그럼, 형과 전 어떻게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이요."
"..하지만 그러지 못했잖아."
"맞아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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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달은 떨리는 듯 침을 한 번 삼켰음.

"..형이 그렇.., 게 되시고 나서.. ..시스템이 눈치챈 것 같아요."
"..눈치?"
"이전에는 서로가 서로의 역할을 다하고 있어서, 그리고 제가 상태창이라는 모호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어서 확실히 느끼지 못했다면.."
"...지금은 아니지."

문대가 죽었으니까.
83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음.

"맞아요. 뭔가 잘못된 걸 알아챈 거예요. 특히나 제가.. 시스템과 영향을 주고받았으니 더 이질감을 느꼈겠죠."
"..좋아요. 그쪽의 말이..일리가 있으니까. 맞다고 해도."

신재현은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두드렸음. 계속.

"그게, 내 문대씨랑 무슨 상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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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빈틈을 찌르는 듯이 날카로운 질문이었지만 예상한 반응이라는 듯, 큰달은 당황하지 않았음.

"..그래서, 시스템이 뭔갈 알아챘다는 걸 느꼈을 때. 그때 저도 다시 시스템을 들여다봤어요. 아주 오랜만에. 그리고 알아냈어요."
"무엇을."
"..."

그리고 그가 뱉은 다음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음.
85
"건우 형, 시스템에서 아직 데리고 있어요."

...뭐?

..신재현의 손가락이 움직임을 멈췄음. 일순간 그는 숨을 쉬는 것마저도 잊었음. 동공만이 세차게 흔들렸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게 무슨 소리야."
"건우 형이.. ..죽은 직후에, 눈치를 챈 시스템이 손을 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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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것마저 일이 꼬인 걸수도 있지만···"
"똑바로 다시 얘기해. 처음부터..."

신재현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음.

"..교통사고 때는 그러지 않았잖아. 시스템이 아니라 당신이··· 당신이 문대 씨를 살리려고 도와준 거였잖아. 그럼 이번에는 왜..시스템이 무엇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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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이 달라요."

하지만 큰달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음.

"요점이 다르다니."
"반은 맞아요. 전 건우 형을 살리려고 그랬죠. 무리한 간섭을 해서, 시스템에 오류까지 일으키면서. 하지만 시스템은 아니에요."
"...무슨 말이에요."
"건우 형을 되살리는 게 목표가 아니란 소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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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은 지금, 자기가 일으킨 가장 큰 실수를 다시 바로잡으려는 것 뿐이에요."

..신재현은 그제서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웃지 못할 상황에 처했던 둘. 한 명은 얼떨결에 아이돌, 한 명은 공시생.

심지어 그 중 하나는 상태창이라는 기이한 형태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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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향력이 비현실적이고 방대했을 뿐 컴퓨터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는 사고방식을 가진 시스템이 응당 할 만한 생각.

—'잘못된 걸 바로잡는다.'—

..마치 바이러스를 없애는 것처럼.

숨막히는 정적 속에서 큰달은 다시 입을 열었음.

"..이제 아시겠나요? 왜 형이 아직도.. 시스템 안에 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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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건가요? ..문대 씨가 아직.."
"..으음.. 빗대어서 설명하자면, 비활성화된 프로그램 같은 상태예요. 그래서 형과 대화는 못 해봤지만.."

간절한 신재현의 눈동자 속에서 큰달은 흐릿하게 웃었음.

"..확실해요. 형, 아직 거기 있어요."
"....하아...."

신재현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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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감. 그리움. 서글픔.
그리고 내가 매일밤 당신을 그리며 슬픔에 허우적거리는 동안 당신도 편히 쉬지 못했다는 비통함.

"..저, 괜..찮으신가요..?"
"..네. 미안해요."

조금 붉어진 눈가로 고개를 든 신재현은 아직 끝나지 않은 물음을 던졌음.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는 거죠."
"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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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음.

"..돌아올 몸이 없잖아요. 이미 한 줌..가루가 되었는데."
"...아."

그리고 그의 말에 앞에 앉은 남자는, 또 눈물이 날 것만 같은 다정한 미소를 지었음.
그 얼굴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저도..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는 않아요."
"..무슨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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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별이를 생각 못하고 잘못된 제안을 한 거, 다시 한 번 죄송했습니다."
"..."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많이 생각해보고 왔어요. 어떤 의문을 주셔도 최대한.. 답을 해드릴 수 있게."

이제 큰달의 잔 속에는 얼음이 다 녹아버렸고.

"..다시, 돌려드려야죠. 이건.. 건우 형님의 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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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신재현은 힘이 들어간 눈으로 그를 응시했음.
허공에서 시선이 닿았고, 이미 다짐과 체념을 끝낸 듯한 그는 초연한 미소를 지었음.

"애초에 모든 건 거기서 시작된 거예요. 건우 형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제 욕심."
"..."
"그리고 전 그런.., 초심을 잃은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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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울려퍼졌음.

"..그럼, 당신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상태창으로 다시 돌아가거나. 최악일 경우에는..음. 최악이라기보다는, 어쩌면 그게 맞는 걸지도 모르죠."

미소가 조금 흐릿해졌나.

"..전 세상에 없어야 하는 존재니까.. ..아예 사라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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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의 고개가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음.

우리 중에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왜 이 고통을 짊어져야 하는가. ..나보다 어린 저 남자는 도대체 왜 제 손으로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중 가장 숨막히는 것은,
..당신이 이것을 바라는지 확신할 수 없는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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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날 그리워하겠지. 내가 보고싶겠지.
당신의 사랑스러운 아이를 품에 끌어안고 그동안 끔찍한 악몽을 꿨노라, 다신 네 곁을 떠나지 않겠다 약속하고 싶겠지.

..하지만 당신이라면. 내가 아는 때때로는 비합리적일 정도로 다정한 그대라면.. 절대로 이걸 허락해주지 않을 것만 같아서.
98
신재현은 이번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음.
어떤 선택도.

나서서 큰달에게 몸을 포기하라 종용할 수도 없었고,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로 시스템 속 어딘가에서 유영하고 있는 류건우의 영혼을 포기하겠다 외칠 수도 없었음.

하지만 알고있었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게 이번엔 무엇을 의미하는지.
99
신재현은 갈라진 목소리로 나지막이 읊조렸음.

"..미안해요."

저 사람을 만류하지 않는다는 건, 그에게 정해진 선택지를 내민다는 것.
결국 나는 대답한 것과 다름 없다는 것.

그런 신재현이 뒤늦게 할 수 있는 건...

"정말..미안해요...정말로....."

그냥, 가만히 앉아 속죄하는 것 밖에는.
100
**

집에 돌아온 신재현은 그날 이후로 뜬눈으로 밤을 보냈음.

'괜찮아요. 그렇게 지내는 것도 익숙하구요. ..설마 진짜 사라진다고 해도, 제가 억울할 건 없으니까.'

큰달의 담담한 말들이 자꾸만 떠올랐고.

'..며칠 시간은 주시겠어요? 건우 형이 돌아오셨을 때 문제가 없게 하려고요.'
'..네.'
101
'필요하면 꼭 연락드릴게요.'

애써 밝아보이려 짓던 그 마지막 미소도 떠나가질 않아서...

"...후우..."

또 어둠 속에서 우두커니 앉아있게 되는 것이었음.

"..정말 될까."

알 수 없는 기대감과 불안감에 잠을 못 이루는 것이기도 했고.
102
신재현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문대의 사진을 들고는 혼자 중얼거렸음.

"..모르겠어요, 문대 씨."

내가 뭘 느껴야하는지.

"당신이 돌아와준다면 뭐든지 하겠다고, 제발 문대 씨를 돌려달라고 그렇게 수없이 기도했는데. ..왜 난 혼란스러운 걸까요. 나는..당신처럼 이타적이지도 못한데 말이에요."
103
"..그 사람 말이 틀린 건 아닌데. 우리가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라.., 정말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건데도 왜 나는.."

사진 속 문대는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을텐데.

"..사랑하면 닮는다는 게 이런 거였나."

신재현은 사진을 내려놓았음.

"..하지만 막진 않을 거예요. 당신이 날 나무란다고 해도···"
104
"나한테 무슨 말을 해도 좋으니까.. 그냥.."

꼭 문대가 옆에서 어깨에 기대 자신을 위로해주는 것만 같았음.
괜찮다고, 이해한다고.

..무슨 말을 해도 좋다는 건 또 거짓말인가 봐요. 실은 저런 말이 듣고싶은 거면서.

신재현은 두 손 위로 얼굴을 묻었음.

"...당신이 돌아와줬으면 좋겠어요..."
105
**

"아빠아, 다녀오겠습니다!"
"응, 잘 다녀와요. 고마워요, 오늘."
"네~ 걱정마세요. 잘 다녀올게요. 반짝이, 준비물은 다 챙겼지?"
"네에!"
"그럼 늦기 전에 갈까~?"

이세진의 손을 꼭 잡은 아이는 신이 난 얼굴로 방긋방긋 웃었음.

"소풍 좋아!"
"삼촌도 별이랑 같이 가서 좋아~"
"히히."
106
흐뭇하게 웃으며 아이의 뺨에 입을 한 번 맞춘 신재현은 옷 매무새를 가다듬어 줬음.

"삼촌들 말 잘 듣고.. 무슨 일 생기면 어떻게?"
"아빠한테 전화하고, 또.."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면 안 돼요!"
"옳지, 똑똑하다. 조심히 다녀와요."
"네에. 아빠 사랑해요!"
"응, 아빠도."
107
현관문을 나서는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더이상 소리마저 들리지 않을때 쯤 다시 집 안으로 몸을 돌렸음.

"..어수선하네."

계획보다 조금 늦게 일어난 별이에게 아침을 먹이고, 짐을 챙겨주느라 조금 지저분해진 집안이 보였음.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긴 신재현은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를 줍고
108
여기저기 널브러진 장난감을 치워놓았음.

신재현이 움직이며 내는 소음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집안.
그 고요한 공간 속에서 신재현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묵묵하게 청소를 했음.

아무 생각도 하고싶지 않아서, 괜히 더 바쁘게.
별이가 나가고나면 늘 이런 행동들이 반복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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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신경을 아이에게 쏟다가 그 존재가 잠깐 없어지면, 신재현은 잔뜩 곤두선 신경을 어디에 쏟아부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곤 했으니까.

"...후."

얼마나 움직였을까, 깨끗해진 집안을 둘러보는데 문득 문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음.

..별이가 뭔가를 두고 갔나. 의아하게 생각하며 시선을 돌렸는데.
110
삑, 삑삑.
빠른 속도로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음.

이상했음.
이세진은 비밀번호를 모르고, 별이는 아직 외우지도 못했을테고 안다고 하더라도 키가 닿지 않을텐데.
..어느새 비밀번호를 다 외워서 이세진에게 알려주었나.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고,

곧이어 문이 열렸음.
111
"...아."

신재현은 일순 숨이 멎는 듯 했음.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 눈 안에 들어왔음.

적당히 큰 키에, 날카로운 인상. 안경.

..류건우.

급하게 달려온 듯 헝클어진 머리에 거친 숨을 몰아쉬는 한 남자가 문 앞에 서있었음.

"..신재현."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선.
112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변화.

카페에서 만났던, '성격과 어울리는 외양'을 하고있던 남자.
전직 데이터팔이.
공시생이었다가 시험에 합격하고, 지금은 직장에 잘 다니고 있는···

"······문대씨."

"..."

"..여보."

"...신재현."

"별이, 아빠.."

...멀리 떠나갔던 내 사랑.
113
신발을 벗지도 않은 채로 그대로 뛰어들어온 류건우는 신재현에게 몸을 던져 그를 끌어안았음.

덜덜 떨리는 몸과 팔로 온 힘을 다해 자신을 껴안는 남자를, 신재현도 놓칠세라 더 강한 힘으로 끌어당겼음.

뒤로 넘어가며 한 손으로 받쳐든 작은 머리통이 불규칙하게 오르내렸음.

신재현의 상체도.
114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로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

떨리는 가슴과 이따금씩 들려오는 흐느낌, 축축히 젖어드는 목덜미를 통해서.

신재현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의 향기에 가만히 숨을 들이켰음.

..아, 만약 이게 꿈이라면 차라리 깨지 않기를.
영원히 잠들어 있기를.
115
하지만 분명히 전해져오는 체온과, 기분좋게 울리는 떨림을 느끼며 신재현은 천천히 눈을 떴음.

눈을 떠도 당신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서.

"...문대 씨, 아니.."
"..."
"..건우 형."
"..응."

물기어린 목소리가 아래에서 들려왔음.

"보고싶었어요."
"..미안해."
"뭐가요."
"...미안해..."
116
제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으며 수요없는 사과를 하는 남자를 보며 신재현은 벅찬 웃음을 흘렸음.

"하하..다른 말을 해줘요."
"..무슨 말."
"내가 아직 참고있는 말이요."

그는 천천히 엉망이 된 얼굴을 들고는 입술을 달싹였음.

"..사랑해."
"...응."

신재현도 다시금 눈물을 흘리며 입을 맞췄음.
117
눈물로 인해 축축하고, 짠 입맞춤이었지만 둘은 숨이 모자라 헐떡일 때까지 떨어지지 않았음.
서로와 닿아야만 숨을 쉴 수 있는 사람들처럼.

"..하아.., 신재혀언..."
"..응.."
"...별이는..."
"..잘 지냈어요. 지금은 삼촌들이랑 소풍갔고.."
"..많이 안 울었어?"
"응. 누굴 닮아 그런지 씩씩해서."
118
또 왈칵 흘러나오는 눈물을 거칠게 닦아낸 류건우가 더 붉어진 눈으로 신재현을 바라봤음.

"..너는."
"...응?"
"너는 많이 안 울었냐고."

그리고 신재현은 결국 그 한마디에.

"...나는..."
"..."
"...잘, 지내지 못했는데..."

무너지듯 울음을 흘렸음. 어쩌면 박문대가 떠난 이후로 가장 슬프게.
119
**

서로를 한참을 끌어안고, 눈물을 닦아주고, 체온을 나누다가 지쳐 잠이 들 것만 같을때가 다 되어서야 둘은 자리를 옮겼음.

류건우의 만류에도 그를 번쩍 안아올린 신재현은 침대에 조심스레 그를 눕혔음.

"됐다니까..."
"..빈자리가 정말 허전했는데."
"..그동안 잠은 잘 잔 거냐."
120
누운 채로 손을 뻗어 신재현의 뺨을 쓰다듬는 류건우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음.

"잘 잤다면 거짓말이고."

신재현은 그 손을 마주잡고 기분좋게 제 얼굴을 묻었음. 다른 느낌이지만 여전히 다정한 손길에.

"...눈을 뜨자마자 달려왔어."
"..."
"아무 생각도 안 들더라. 너랑...별이 밖에는."
121
"며칠이 지난 거지. 무슨 일이 있었지. 하고 기억을 헤집는데··· ..마지막 순간만 떠올라서."
"...건우 형."
"별이는 괜찮은 건지, 니가 너무 놀라진 않았을지, 자꾸 그런 것만 생각이 나서..."
"..나도 늘 당신만 생각했어요."

사고의 순간을 회상하며 덜덜 떠는 류건우의 몸을 다시 끌어안았음.
122
거칠어졌던 숨이 조금 잦아들고, 신재현이 몇 번 머리칼을 쓰다듬고 나서 류건우는 다시 입을 열었음.

"..별이가 집에 오고, 자고 일어나면."
"네."
"박문대를 만나러 가야겠어."
"...네?"

그리고 그 말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놀란 신재현은 류건우에게서 몸을 떼어냈음.

"..왜 그래?"
123
신재현은 머리가 하얘지는 듯 했음.

당연히 큰달이 모든 상황을 설명할 만한 것들을 남겨뒀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집으로 돌아온 건우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일 거란 생각은 한 적도 없었음.

뭐라고..,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 거지.

영문도 모르는 얼굴로 대답을 기다리는 류건우가 보였음.
124
"..큰달..은.."
"너 왜 그래, 갑자기 어디 아프기라도—"

이마를 짚으려던 건우의 손을 조금 세게 잡아쥐고 눈을 한 번 질끈 감았다 뜬 신재현은 말했음.

"...당신한테, 몸을 돌려주고 떠났어요."
"..뭐?"

곧 류건우도 들어올린 손에 힘을 스르륵 풀면서, 신재현과 똑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125
"박문대가...죽.., 었다는 말이야?"

류건우는 눈동자뿐만 아니라 아래턱까지 떨고 있었음.
예견했던 불안감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신재현은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음.

"그건 아직 나도 몰라요. 다시 상태창이 될 수도 있다고 했고, 확실하지는··· ..그래도 이게 맞는 일이라고 했어요. 이렇게 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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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꼬였던 일을 다잡는 거라고.. 당신이 돌아오도록 하는 게 맞는 거라고..."

자신까지 똑같이 떨고있다는 건 몰랐겠지만.

"...죽은 나를 다시 살려내려고, 박문대가 희생했다는 거잖아. 어느쪽이든."
"...건우 형."
"걔가 죽지 않아봤자 다시 상태창이 돼서...."
"진정해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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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보며 불안하게 중얼거리는 류건우의 얼굴을 잡고 신재현은 연신 그를 불렀음.

"류건우. 건우 형. 나 봐요, 응?"
"잠깐, 잠시만 좀,..나.."
"왜 그래요, 어?"
"나.., ..욱,"

그리고 구역질을 하며 몸을 튕기듯 일으킨 류건우는 방을 뛰쳐나갔음.

"..건..!"

신재현은 곧바로 그를 따라나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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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소리를 내며 닫힌 화장실 문 앞에서 신재현은 안절부절하지 못했음.

"문대.., 건우 씨. 괜찮아요? 문 좀 열어봐."
"욱, 윽..."

대답 대신 와르르 속을 비워내는 소리만 들려오는 통에 문을 두드리는 손길만 거세졌음.

"..내가, 내가 최대한 설명할테니까..제발..."

신재현은 온몸이 떨려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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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걱정이 되는 것도 있었지만, 생각한 것보다 더 충격이 커보여서.
그리고 이미 한 번 그를 떠나보냈던 트라우마가 불안을 더 자극했음.

아랫입술에는 피가 비치기 시작했음.

..쾅, 쾅!

"차라리 나한테 화를 내요, 원망을 하고. 문만 열어줘요, 제발...걱정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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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는 물소리가 들려왔고, 잠깐의 적막 이후에 손잡이가 움직였음.
작은 소리가 나자마자 문에 이마를 기댄 채 서있던 신재현은 몸을 움직였음.

"..."
"괜찮아요? 내가 부축—"
"..신재현."
"...네."

잠깐 새에 수척해진 얼굴로 나온 류건우는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렀음.
가라앉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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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야말로 나한테 화내도 좋아. 원망을 해도 좋고."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왜···"
"..오늘은 이만 가볼게."
"...건우 형."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밖으로 향하려는 류건우를 신재현이 강하게 붙잡았음.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아요."
"...힘들어서 그래."
"..날 보는 게 힘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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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의 낮은 목소리에 류건우는 고개를 저었음.

"..아니. 그냥...내가. 내가 힘들다고."
"..류건우."
"어떻게..죽은 내가 다시 살겠다고, 그 놈한테 또다시 사람들한테서 잊혀지라고, 내가..."
"당신이 시킨 게 아니잖아."
"..다르지 않아."

그는 단호했음. 지금도 신재현의 얼굴을 피하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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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팔을 잡은 신재현의 손을 힘주어 떼어내곤 현관으로 향했음.
성큼, 먼저 걸어가 앞을 막은 신재현이 이젠 선명하게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음.

"안돼. 못가. 절대로."
"..."
"...어떻게 이래요. 별이..별이도 안 봤으면서. 별이가, ..우리가 당신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면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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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이름에 잠깐 멈칫했지만 류건우는 고개를 숙이곤 묵묵히 신발을 신었음.
또다시 눈물을 흘릴 것처럼 상처받은 눈으로 자신을 보는 신재현에게 힘겹게 대답하면서.

"이런.., 죄인같은 기분을 하고 별이를 볼 자신이 없어. 다른 사람한테 목숨을 빌어먹고서."
"...여보."
"..미안해,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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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집을 나선 그의 등 뒤로 문은 닫혔음.

신재현은 망연자실하게 한참을 그곳에 서있었음.
그러다 주르륵, 아래로 주저앉았지만.

붙잡아야 하는데, 따라가야 하는데.
..다리가 움직이지를 않아서. 앉아있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었음.

그냥 그렇게, 그가 두고 간 외투만 멍하니 바라보면서.
136
** 여기서부터 다시 잇겠습니다
다시 이을때 이거 지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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