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에 추가하다 지워서 다시 적어 올려보는 연기하는 박문대. 박문대 퇴근길 피곤함으로 퇴폐해진 모습 직캠으로 찍혔다가...

@saemi_2nd
𝐒𝐀𝐄𝐌𝐈@saemi_2nd
12 views Aug 28, 2025 ~59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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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에 추가하다 지워서 다시 적어 올려보는 연기하는 박문대.

박문대 퇴근길 피곤함으로 퇴폐해진 모습 직캠으로 찍혔다가 드라마 감독 눈에 띄어서 덜커덩 캐스팅 되버리기. 러뷰어 앞의 말랑댕댕 모습은 어디가고 다크서클 가득 단 예민+퇴폐+피곤+섹시의 사위일체인 캐릭터 맡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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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배세진이 아니라 자기한테 연락이 왔을 때부터 황당했는데, 대본 받고 더 황당해지는 박문대 ㅋㅋㅋㅋ. 귀여운 역할이 아니라 인생의 나락과 반쯤 하이파이브 찍고온 역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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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말하면 예민하고 피곤한 표정은 기본으로 깔고 사는 현실에 치이는 무기력캐. 가족은 죽거나 도망가서 어린 동생 하나 남았고 현재 안하고 있는 알바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함. 이것만 봐도 박문대가 얼마나 뒷목을 잡았는지 알만함.

근데 더 골때리는 점은 이 역할이 주연급 조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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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얘를 갱생 시켜준다 뭐라나. 가뜩이나 연기도 해본 적 없는데 비중은 겁나 크고 후반부에는 연기력도 꽤 요했음. 못하면 조지게 욕먹을 판을 깔아둔거지. 근데 감독은 무조건 박문대 캐스팅 한다고 똥고집 부림. 이름도 있어서 거절 못함.

🐶 (X발.. 나한테 갑자기 뭔 X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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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을 못 찢는다면 회사라도 찢고 싶은 판이었음.

그와중에 소식 듣고 한걸음에 달려와서 제안이란 걸 해보는 배세진임. 잘 아는 감독인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뵤옷거림.

🐹 너..! 그래도 한번 해보는게 어때?
🐹 초반부에는 그렇게까지 연기력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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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한숨을 쉬며 받은 대본을 회상했음. 그래, 초반부엔 역할이 꽤 건조한 감정상태였으니까. 그래도 처음부터 이런 역할을 맡기에는 부담스러웠음. 이야기소리를 들은 테스타가 옹기종이 모여듦.

🐻 문대문대~ 이제 연기도 접수하는거야?
🐶 가만히 있어라.
🦌 대단하다 문대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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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라도 까서 오징어나 질겅질겅 씹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며 핸드폰을 킨 박문대는 화면을 보자마자 집어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낌.

[ 000 감독 '청춘의 잔상(가제)' 테스타 박문대 캐스팅 논의 중 •••]

X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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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미 협의만 되던 사항을 기사로 뿌린 거였음. 뭐 어쩌겠어. 여론을 보니 러뷰어들은 걱정도 하지만 기대하는 사람들도 상당했고, 거의 이것도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였음.

🐶 (까라면 까야지... 망할.)

수락한다는 연락을 보내려고 폰 화면을 다시 봤는데 알람이 와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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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청려였음.

🔨 [연기에도 도전하는 건가요.]
🔨 [잘 해봐요.]
🔨 [성공하는 데엔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까. ^^]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보는 듯한 태도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음.

🐶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내가 너보단 성공할거다. 망할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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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쏜살같이 시간이 지나가고 어느새 대본 리딩을 하게 됨. 아무래도 현역 아이돌이다 보니 박문대 무시하는 배우놈들 꽤나 있을 듯. 실력에 비해 콧대만 높은 것들. 그래서 배세진의 도움과 테스타의 내조와 함께 칼 갈고 왔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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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대본 리딩장에 들어오자마자 박문대한테 은근슬쩍 눈치공격 시작함. 카메라도 돌아가기 전이라 찍히지도 않음. 영악함.

👤 박문대씨 '아이돌이라서' 대본 리딩은 처음이시죠?
👤 모르는거 있으면 물어봐요.
👤 실수할까봐 걱정 되네요. 많이 떨리시죠?
🐶 oO(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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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 박문댕씨는 프로 아이돌이기 때문에 무해한 웃음 날리면서 로판 화법으로 받아침. (로판 화법같지 않아도 받아들이셈. 필자가 잘 못 씀.)

🐶 대본 리딩이 처음이 아니신 분들도 떨리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네요.
🐶 모르는게 없도록 열심히 준비 해왔으니까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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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떠름한 표정의 배우들이었음. 얼마 뒤 감독과 주인공 배우가 들어오고 카메라들이 켜짐. 다들 자리에 맞춰 앉아 시작하기를 기다렸음. 신호가 들리고 주인공 배우부터 일어나 자기 소개를 함.

🗣 주인공 박수호 역을 맡은 배우 000입니다. 드라마 대박 나 봅니다~

바로 박문대의 차례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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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건후 역을 맡은 박문대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톤의 인사였음. 테스타의 노래 때문에 높은 목소리였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꽤 놀란 눈치였음. 감독은 흐뭇하게 웃었고, 그 뒤에도 여러명의 인사가 이어짐.

🎬 자. 이제 시작해볼까요.

감독이 시선을 박문대에게 돌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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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장면은 바로 주인공 박수호와 문대가 맡은 역할인 유건후의 독대 장면이었기 때문이었음.
가뜩이나 감독의 지지로 첫 드라마를 찍게 됐으니, 처음 선보이는 박문대의 연기력이 얼마나 궁금하겠어. 모두가 시선을 모아 둘을 지켜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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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배우가 능숙하게 수호를 표현해냄. 역시 명성에 걸맞게 알맞은 연기였음.

🗣 그러면 안돼, 건후야.
🗣 제발...

이제 박문대가 바로 치고 들어올 차례였음. 근데 몇초가 지나도 대사를 하지 않았음.

👥 (봐봐.. 역시 못하잖아.)
👥 (카메라 앞에서 긴장만 하고.)

분위기가 얼어붙을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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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하라고?

연기톤이라곤 믿기지 않을정도로 자연스럽고 건조한 대사가 툭 튀어나옴. 대사를 하며 박문대는 분한 듯, 슬픈 듯 대본을 꼭 쥐고 있었음. 어쩐지 건후의 억울하고 악에 받힌, 그러나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는 심리를 표현한 듯함. 감독은 웃고 있었음. 왜 시간을 끌었는지 이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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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리딩장은 대사를 하는 둘 빼고는 쥐 죽은듯이 조용했음. 그러나 곧 누군가 조롱을 시작할만한 차가웠던 아까전의 분위기와는 현저히 달랐음. 모두가 건후에게 집중했음. 박문대는 쐐기를 박았지.

🐶 야.
🐶 밑바닥에서 구르는 기분이 얼마나 X 같은지 너같이 멍청한 새끼들은 절대 이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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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기,
첫 주조연,
그것도 아이돌 출신의 사람이,
비속어는 밥먹듯이 쓰고 성격도 삐딱한,
저와 정반대 이미지를 가진 역할을,
베테랑 배우와 감독 앞에서 처음부터 이렇게 잘 소화했다? 난리 나는거임.

박문대는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시선을 돌려 주위를 훑음.
감독은 웃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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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배세진의 조언이 스쳐 지나감.

🐹 '문대야, 첫장면 봐봐.'
🐹 '건조한 역할이라고 했지만 이건 달라...'
🐹 '말만 그랬지 어쩌면 네 연기력을 시험하는 걸지도 몰라...! 그 감독님은 워낙 수수깨끼셔서!'
🐹 '이것만은 제대로 준비해서 가자!'

🐶 oO(나중에 야식이라도 해줘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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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이 생각난 것도 잠시, 박문대는 다시 건후로 돌아가 대사를 마무리 지었음.

🐶 꺼져.
🐶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마.
🐶 나타나면....

건후는 고개를 들었지.

🐶 죽여버릴 거야.

상대를 바라보는, 핏줄이 선 눈은 명백한 분노를 담고 있었지. 그러나,
다듬어지지 않은 슬픔도 담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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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몰아치던 장면이 끝나자 헉 소리가 들림. 그리고 몇초 뒤 와..하는 환호와 박수소리가 들렸음.

👥 미쳤다..
👥 숨도 못 쉬고 지켜봤어요.
🐶 (쑥쓰.) 감사합니다..
🗣 무서워서 눈물 날 뻔했어요.
🗣 나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 이번에는 설렁설렁 하려고 했어?
🗣 예?

와하학! 웃음이 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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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님!! 놀리지 마시고요!!
🎬 아 왜... 재밌는데?
🐶 (웃참중)
🎬 아, 박문대씨.
🐶 예?
🎬 내가 배우들 부담줄 것 같아서 일부로 말 잘 안 얹을려고 하는데.
🐶 oO(이미 충분히 주고 있잖아.)
🎬 싸가지 없는 건후 좋았어요!

해맑은 발언에 다시 한번 현장은 웃음이 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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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 (웃음) 현장에서는 이것보다 덜 싸가지없게 가도 좋을 것 같네요. 시청자들이 무서워해.
🐶 아.. 현장에서는 더 예의를 차려보겠습니다.
🎬 뭐, 반쯤은 농담이지만요.
🐶 oO(어쩌라는 거지.)
🎬 감정 표현도 좋고.

'잘 뽑았네.'

중얼거림이지만 박문대의 귀에 딱 꽂힌 말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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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O(당연하지. 네가 밀어붙인 캐스팅인데...)

생각은 이랬지만 어쩐지 마음이 간질간질 거렸음. 이 드라마가 나쁜 기억으로 남진 않겠다는 예감이 옴.

대본리딩은 다시 이어짐.

🎬 더 싸가지없게 가죠.
👥 네..!
🎬 그거 다른 방향으로 다시 대사 쳐볼까요?
🗣 접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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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얼마 후 건후의 동생 역을 맡은 아역 배우가 총총 걸어 들어옴. 어린아이이다 보니 늦게 오기로 사전에 약속이 되어 있었음.

👶 안녕하세요.
👶 ...(부끄) 000이에요.
🎬 무슨 역할 맡았지? 우리 000?
👶 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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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호는 건후 동생이지? 건후 형아한테 인사할까?
👶 (쭈삣)
👶 형아 안녕...?

이내 부끄러운지 옆에 앉은 연출가님 뒤에 호다닥 숨었음. 귀엽다는 소리가 주위에서 튀어나옴.

🐶 형아도 00이 봐서 좋다. 잘 부탁해.
🐶 숨어 있으면 형아 슬픈데. 안봐줄거야?
👶 슬퍼? (빼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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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안되는데... 알았어 봐줄게.
🐶 oO(귀엽다..)

훈훈하던 분위기를 이어 대본리딩이 시작되었음. 건후와 윤호의 장면임. 첫 장면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어.

👶 형아, 나 배고파.
🐶 아직 밥 먹을 시간도 아니잖아.
👶 그치만....
🐶 (한숨.)
👶 미안해... 형.
🐶 유윤호, 이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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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귀찮은 듯 하고 건조한 대사였지만, 한켠에는 다정함이 퍽 묻어났음. 대사 뒤에는 윤호를 안아 올리는 장면이 있었음.

🐶 oO(이건 그냥 넘기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옆을 봤는데, 어느새 제 옆에 온 윤호가 자기를 올려다 보고 있었음.

👶 (안아달라고 손 뻗음) 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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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당황한 문대였지만, 능숙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 안아 들어올렸음.

🐶 oO(이거 놓치면 큰일이다...)

문대는 대본에 가 있는 시선을 돌려 윤호를 보았음. 어느정도 대사는 다 외웠기 때문에.

🐶 oO(귀여운 녀석.)

어쩐지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다시 대사를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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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만 참아. 이따 저녁먹자.
👶 맛있는거 먹고싶어..
🐶 ....
🐶 형이 돈 더 많이 벌면 맛있는 거 사줄게.
👶 어떤거?
🐶 짜장면 사줄게.
👶 탕수육도 사줘.
🐶 그래.. 탕수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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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리딩이 끝나고, 현장을 스텝들이 치우고 있었음. 박문대는 어느새 제 품에서 잠든 아역을 부모에게 안겨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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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안고 대사치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감사합니다.
🐶 괜찮습니다. 절 좋아해줘서 오히려 제가 고마웠어요.

윤호를 안고 대사 친 후, 아역이 떨어지기 싫어하는걸 느낀 박문대는 장면이 끝나도 남은 시간동안 아역을 계속 안은 채로 대사를 치거나 기다렸음. 대본 리딩이 얼마 안 남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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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부모가 떠나자 어깨 스트래칭을 간단하게 하던 박문대에게 감독이 다가옴.

🎬 박문대씨 눈빛이나 분위기가 참 좋아요.
🐶 칭찬 감사합니다. 감독님.
🎬 아까 윤호 안고 대사 칠 때 대본을 안 보던데. 대사를 다 외운건가요?
🐶 네. 그리고 어린아이다 보니 시선을 안 떼는게 안전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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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문대씨.
🐶 예, 감독님.
🎬 연기가 처음이죠?
🐶 그렇습니다.
🎬 그전까지 해볼 생각은 없었고요?
🐶 우선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또 그룹에 연기에 몸 담았던 멤버가 있던지라.
🎬 (허허) 배세진 씨 말하는 건가요?
🐶 그렇습니다.
🎬 연기쪽으로는 첫 필모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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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 그래도.
🎬 첫 필모로 이 작품 선택한거 후회하지 않게 해줄게요.
🎬 그러니 나 믿고 따라와요.

저 사람은 무엇을 믿고 저렇게 확신하는 건가, 자신에게 긍적적인건가. 알 수 없었음. 그러나.

🐶 ....감사합니다.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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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링, 소리가 집 안에 울렸고 거실에 옹기종기 모였던 테스타 멤버들은 문쪽에서부터 걸어오는 박문대를 바라봤음.

🐻 대배우님~ 이제야 오십니까~
🐶 조용히 해라.
🦌 무, 문대야.. 오늘 수고했어!
🐶 고맙다.
🐹 첫 대본리딩은 어땠어...! 감독님은 괜찮으셨고?
🐶 네, 음... 나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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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망설이는 눈치였던 박문대는 이내 조금 편한 표정으로 말을 덧붙임. 어쩐지 웃는 채였음.

🐶 괜찮았어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 가기 전보다 마음이 한결 편해 보이네, 문대야.
🐹 다행이다...!
🐱 우리 그룹에 배우 두명이에요!
🐰 바보야, 아직 촬영도 안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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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시끌벅쩍하고 화목한 분위기였음. 박문대는 이른 아침부터 대본 리딩을 하러 나갔기 때문에 거의 잠을 자지 못했음. 반쯤 풀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 문대야, 먼저 씻고 들어가는 게 좋겠다.
🐱 눈이 판다같아요!
🦌 내일 스케쥴도 있으니까..!
🐶 아.. 그럼 저 먼저 들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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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히 주무세요. 다들 잘자고.

꾸벅 인사를 한 박문대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음. 정말로 잠들었는지 방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 얘들아.. 우리 '그건' 어떻게 할 거야?
🐰 '그거'라면 혹시...!
🐻 다들 목소리 낮출까요~
🐺 그게 좋겠다.
🦌 저, 그런거 처음이에요..
🐱 Surp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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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쏜살같이 흘러 첫 촬영 날이었음. 아침부터 채비를 하고 매니저의 차를 타면서 이동을 하는 중이었음. 핸드폰이 띠링 띠링 울리더니 멤버들이 보낸 응원 톡들이 화면에 가득 찼음.

[문대문대 첫촬영 파이팅~]
[저희 그룹에 벌써 연기라는 분야에 몸을 담으신 분들이 ...]
.
.
문대는 피식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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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멤버들의 많은 톡이 있었지만, 간단하게 감사 인사로 마무리 하기로 했음.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사히 촬영하고 올게요.]
[조심해서 다녀와.]
[아, 오늘 촬영하고 얼마 안되서 지방 촬영 있다고 했나?]
[네, 창원으로 기억해요.]
[알겠어!]

톡을 하다 어느새 촬영장에 도착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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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분란하게 세팅된 현장에 맞춰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건후의 이미지에 맞게 꼬질꼬질하고 상처투성이인 메이크업이 이어짐. 머리도 검게 물들인지 오래임. 완벽히 건후로 치장한 뒤 감독에게 감.

감독은 현장을 날카로운 눈으로 진두지휘 하고 있었음.

🐶 안녕하세요,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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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문대 씨. 안녕하세요.
🎬 처음이라서 정신이 많이 없죠?
🐶 괜찮습니다. 스텝 분들이 체계적으로 움직이셔서 불편하지 않았어요.
🎬 다행이네요. 오늘 많이 떨리지는 않나요?
🐶 아직이요. 카메라가 돌아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 하하, 잘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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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토크를 끝낸 감독은 어느새 세팅을 끝내고 만반의 준비도 끝낸 수호 역할의 배우를 불러 간략한 일정과 장면을 설명해줌.

🎬 첫 장면이 중요해서 여러번 찍을 예정이에요. 다 찍으면 점심시간 즈음 될려나?
🗣️ 감독님의 완벽주의는 어쩔 수 없다니까요.
🎬 네가 게으른건 아니고?
🗣️ 아;;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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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하다 보니 말이 막 나오네. 미안해요 문대 씨.
🐶 아닙니다. 예전에 '메밀꽃' 같이 작업하셨죠?
🗣️ 어떻게 아셨어요?
🐶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 이거 좀 감동인데요~
🎬 자 그럼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
.
.

이야기가 끝나자 각자는 모두 정해진 자리로 위치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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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허설은 아까 해봤으니, 바로 촬영 시작합니다.
🎬 큐!

배우들의 눈빛이 한순간에 뒤바뀌었음.

🗣️ 그러면 안돼, 건후야..
🗣️ 제발.. 응?

.
.
.

🎬 킵할게요.

🎬 킵하고 다시 갈게요.

🎬 다시.

🎬 한번만 더요.

곧 끝날 것만 같은 첫장면 촬영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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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본 리딩 때보다 분위기나 퀄리티 자체는 높아졌어요.
🎬 그런데... 뭐가 왜이리 아쉽지.
🗣️ 저도 동감해요.
🐶 좀 더 확 치고 들어올 만한 게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 잠깐 쉬고 갈까요.

모두 동의했는지 고개를 끄덕였음. 문대가 기지개를 피고 있던 찰나에 스텝이 말을 걺.

📹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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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이신가요?
📹 밖에 한번 나가 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서요.

속으로 의문을 품으며 실내 촬영장에서 바로 옆에 위치한 야외 찰영장으로 걸어갔음. 누군가 찾아왔나. 부정적인 생각도 잠시,

노란색 트럭에 걸린 현수막이 바로 눈에 들어왔음.

[ 러뷰어가 '청춘의 잔상' 팀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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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러뷰어가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하는 박문대를 위해 준비한 커피겸 간식차였음. 커피는 물론이고 분식이나 달달한 간식들이 가득 있었지. 박문대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음. 정신이 들자 그제서야 생각했지.

🐶 oO(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다.)

나를 믿어준 사람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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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문대, 우리 건후 잘 부탁드립니다. 맛있게 드세요. ]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담긴 컵엔 상냥한 문구가 적힌 컵홀더가 껴 있었음. 어느새 수호 배우도 스텝들과 함께 간식을 먹고 있었음.

🗣️ 잘 먹을게요. 문대씨~
🐶 아, 감사합니다. 러뷰어분들이 준비해주셔서.. 그분들께 감사할 따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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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도 손에 쥐고 먹으니까 머리가 그나마 도네요. 체력 엄청 소모되니까요.
🐶 그렇죠.. 음?
🐶 혹시 다시 한번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 네? 뭐라도 손에 쥐고 있으니... 어?

둘의 눈이 마주쳤음. 이내 뭐라도 맞춘 듯 바로 감독에게 빠른 걸음으로 달리듯이 걸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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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님.
🗣️ 허억, 감독님.
🐶 의견이 하나 있는데요,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 말해봐요.

.
.
.

🎬 그걸로 한번 가봅시다. 좋네요.

침체된 분위기였던 촬영장에 다시 활기가 돌았음.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찍은 장면은 한번만에 컷이 나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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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에 쓰기에도 아주 강렬 하겠는데요? 반응이 기대되네.
🐶 감사합니다.
🎬 자 그러면 이어서 가볼까요~

한번 흐름을 타기 시작하니 촬영에 속도가 미친듯이 붙기 시작함.

🎬 오케이 좋아요.

🎬 이걸로 갈게요.

🎬 톤만 바꿔서 한번만 찍으면 바로 다음 장면 갈게요.
54
오죽하면 배우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 감독님 살짝 아쉬운데 한번만 다시 찍으면 안돼요?
👤 벌써 다 찍었어요?
🎬 나는 이걸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박문대 씨는 의견이 어때요?
🐶 한번만 다시 찍으면 안될까요?
🎬 어쩔 수 없네. 다시 가죠.
🗣️ 감독님 제 의견은요?
55
파랗던 하늘도 주황색으로 변했고, 정신없던 촬영도 거의 다 끝나갔음.

🎬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할게요.
🗣️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 수고 많으셨습니다.
🎬 두 분 모두 아이디어 좋았어요. 잘 살려서 예고편이랑 1화 뽑아보죠.
🗣️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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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와 수호 역의 배우가 갈 채비를 할 타이밍에 스텝이 말이 걸어옴.

📹 두 분, 가시기 전에 메이킹에 쓸 인터뷰 해주세요!

🐶 아, 바로 갈게요.

그러곤 날이 저물었어.

-

폰 화면을 두드리던 손가락은 어느새 인별그램이 띄워진 창에 멈춰 있었음. 빠르게 내려가던 화면에 한 사진이 눈에 띔.
57
러뷰어가 서포트 해준 간식 차 앞에서 아주 활짝 웃고 있는 박문대의 사진이었음.

[안녕하세요. 러뷰어.
저는 문대🐶

보내주신 간식차 덕분에 즐거운 촬영이 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손가락은 인별을 종료시키더니, 인터넷을 킴.
58
인터넷을 켜 위튜브에 들어가니, 인기동영상 #1 에 위치한 영상 하나가 바로 눈에 들어옴.

' [청춘의 잔상 예고편] 더럽게 지독해서 지울 수 없는 기억이 있어 '

손가락은 제목을 꾹 눌러 영상을 재생시켰음.
59
어둡고 쓸쓸한 골목에는 두명의 청년이 서 있었음. 갈색머리 청년의 옷은 깨끗했음. 사람 자체도 밝고 사랑받기에 충분할 만한 호감의 인상이었지. 그러나, 그 앞에 선 흑발의 남자는 더럽고 낡은 옷을 입었음. 군데군데 멍과 상처도 있었음.

🗣️ 안돼, 건후야.
🗣️ 그러면 안돼...
🗣️ 제발...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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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상황에 맞는 연기가 눈을 사로잡음. 곧 울어버릴 것만 같지만, 그럼에도 뚝심이 느껴지는 목소리는 캐릭터를 충분히 잘 표현해냄. 안심하던 찰나,

🐶...하, 그만하라고?

대사가 이어지며 박문대, 아니. 유건후가 옆에 위치한 커다란 공구와 고물이 엉망으로 담긴 박스를 주먹으로 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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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보다는 명백한 불만과 답답함의 표시였음. 충격 때문인지 위에 얼기설기 올려진 공구 하나가 고물과 함께 와장창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짐. 긴장을 자아내는 음악과 기가 막히게 어우러짐.공구는 낡아서 거의 붉은 빛을 띄는 몽키스페너였음.
62
건후는 그것을 주워들었음. 마냥 불만에 가득찼던 눈빛은 공구가 떨어지는 동시에 분노와 악에 물들어 폭발적이지만 결코 무분별하게 날뛰지는 않는 에너지를 냄. 공구가 떨어지는 타이밍, 음악, 연출의 삼박자가 조화롭게 어우러짐.
63
건후는 몽키스페너의 날카로운 부분을 수호에게 겨눔.

🐶 밑바닥에서 구르는 기분이 얼마나 X같은지 너같이 멍청한 새끼들은 절대 이해 못해.

그리 말하는 남자는, 어쩐지 곧 울 것 같은.
울고만 싶은 표정이었다.
64
그리고 손에 쥔 공구를 놓아버렸음. 일부로일까? 오히려 악에 취해 날카로운 부분을 상대에게 들이댄 자신을 향한 혐오에서 기인한 걸지도. 건후의 짧은 눈빛이 그리 말해주는 것 같았음. 그는 뒤로 천천히 물러나며 말했음.

🐶 꺼져.
🐶 내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마.
🐶 나타나면.

죽일거야.
65
카메라는 수호와 건후의 모습을 번갈아 가며 비추다 이내 화면에서 퇴장하는 건후의 모습을 끝으로 검게 페이드 아웃 됨. 다듬어지지 않는 감정과 적절한 연기력이 섞여 큰 폭발력을 냄.

결론적으로 영상의 내용 자체는 크게 없었지만, 둘의 연기력으로 충분히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음.
66
댓글 창은 난리가 났음.

- 00:41 공구 떨어지는 소리랑 비지엠 섞이는거 미친듯 감독 변태임?
ㄴ 그거 배우가 의견냈대
ㄴ 누구????????????
- 하... 박문대 생각보다 연기 너무 잘해서 눈물이 났음 이대로만 가자
- 둘 다 눈빛 무슨 일이야
- 캐미 기대할게요 ㅜㅜㅜㅜ
- 올해 대상은 이거다.
67
손가락은 화면을 훑으며 댓글창을 몇번 모니터링 했음. 이내 충분했다고 느꼈는지 버튼을 눌러 화면을 껐음. 주머니에 폰을 넣었고, 답답했는지 차의 창문을 살짝 열었음. 바람을 따라 검은색의 머리카락이 흩날림.
박문대였음.

창문 밖으로 보이는 표지판에는 두 글자가 적혀 있음.

'창원'
68
박문대는 어느새 촬영장 근처 호텔에 도착해서 매니저와 함께 짐을 내렸음. 체크인 수속을 밟은 후 몇번 웅웅 울리더니 반응이 없는 핸드폰을 확인함.

🗣️ [문대 씨.]
🗣️ [오늘 촬영장 분위기 장난 아니니까 마음 단디 먹고 오세요. ㅠㅠ]
🗣️ [저는 이미 한번 기절했다 깨어났음.]
69
수호 역 배우였음. 몇번 촬영한 뒤 친해졌다고 번호 교환까지 했음. 연예계에서는 유명 인사고 트러블도 없어 보였기에 박문대는 쉽게 받아들였음.

🐶 [무슨 일이 있었나요?]

거의 읽자마자 바로 답변을 보냈지만, 바로 촬영에 들어갔는지 답장이 없었음.

🐶 (뭐야, 말은 끝까지 해야지.)
70
박문대는 의문은 생길지언정 마주치기 전부터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성정은 아니었음. 생각을 지우고 재빠르게 짐정리를 한 뒤 촬영장으로 갈 채비를 함. 그 전에,

🐶 매니저 형.
🐶여기 호텔 디저트가 꽤 괜찮다고 했나요?

무언가를 차에 가득 싣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차를 타 마산으로 이동함.
71
가까워질 수록 바다 냄새가 느껴짐. 바다 근처에 지어진 세트장으로 재빨리 세팅을 마친 뒤 촬영장 안으로 들어갔음. 놀랍게도 배우의 말처럼 지금까지 여러번 했던 촬영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음. 언제나 평온함을 유지하는 감독의 표정도 굳은 채였고, 스텝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함.
72
🐶 안녕하세요.

박문대는 예의바르지만 사뭇 다정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인사를 했음.
양 손에 꽤 큰 쇼핑백을 여러개 쥔 채로. 쇼핑백에는 오늘 묵을 호텔의 로고가 박힌 채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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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와요, 문대 씨.

사람들이 하나둘 박문대를 알아보기 시작함. 힘든 상황에서도 정겹게 인사를 주는 사람도 존재하는 반면, 몇몇은 아예 그럴 기력도 없어 보임. 그러나, 들린 쇼핑백을 본 뒤에는 대부분이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함.

(*실수가 있어 재재업로드 합니다.)
74
수호 역 배우가 반쯤 우는 소리를 내며 문대에게 인사하며 다가옴.

🗣️ 문대씨이~ 어서와요.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르죠?
🗣️ 그런데, 그건 뭔가요?
🐶 아, 여러가지 사와봤습니다.
🐶 스텝 분들이 출출해보여서 걱정 된다고 하셨잖아요.

박문대는 상대 배우의 기도 살려주는 전략을 구사했음.
75
수호 역 배우는 처음에는 의문스러운 눈치였지만, 금방 깨닫고는 씽긋 웃으며 수긍했음.

🗣️ 아~ 내가 그랬지.
🗣️ 정말 센스 있으시다니까.
🗣️ 감독님, 저희 한번 쉬어갈까요? 우리 배우님이 간식도 사오셨는데.
🎬 좋아요. 잠깐 쉬었다 가죠.
🎬 근처에 테이블 있나요?
76
지치고 배고팠던 스텝들은 바로 다가와 문대의 쇼핑백을 갖고가 세팅을 하기 시작했음. 물론 문대도 도왔지만. 마카롱, 다쿠아즈, 과일주스 등 뇌에 힘을 돌게 해줄 달달한 간식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짐. 수많은 손들이 간식을 집어갔고, 촬영장에도 어쩐지 활기가 도는 듯 했음.
77
박문대는 사람이 적은 곳에 서 대본을 읽으며 곧 찍을 장면을 준비했음. 그러던 중이었는데,

✊ 이런 걸 다 사왔네요. 그래서 늦은건가?

누군가 다가와 질문을 건냄. 순수한 의도라고 하기엔 꽤나 비꼬는 투였음.

🐶 oO(저 새끼는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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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짧은 시간동안 상대 배우가 제게 무슨 심정을 품고 저런 질문아닌 질문을 하는지 생각함. 제대로 마주친 순간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임.

🐶 (아. 저 사람.)

처음 대본리딩 장에 들어갔을 때, 제게 쓸데없는 핀잔을 준 배우 무리가 있었음.
79
자격지심으로 똘똘뭉친 족속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 섞여 제게 의도 모를 눈빛을 보낸 이가 있었음. 바로 저 배우였지.

🐶 oO(가만히 있어 신경을 안 썼다만, 똑같은 무리다 이거지.)

원래 저런 인간들이 최후에 가장 성가셔서 밟아놓던 견제를 해놓던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만 했음.
80
문제는 이 사람이랑 꽤 오랜 시간동안 봐야 한다는 점이지만.

🐶 oO(왜냐면 저사람 역할이 이 작품의 핵심 빌런이거든. ‘유건후’와 대척점에 선.)

이름은 지우석. 야비하고 찌질한 사채업자지만 강자 앞에서는 냉정하고 탐욕스러운 면을 보여주는 이중적인 역할이었음.
81
그래서 연기를 짜증나게 잘했다. 작품복이 없어서 하는 작품 족족 망하거나 거의 살아만 있는 수준이었으나. 이번에는 그 탈을 벗으려고 선택한 작품일텐데 일개 아이돌이 자기보다 분량 많은 캐를 맡았으니 억하심정을 품을만 하지.

🐶 (그래도 연기 짬바 좀 먹었으면 숨길 줄은 알아야지.)
82
박문대는 웃으며, 우석 역 배우에게 로판 화법을 사용해 똑같이 비꼬기 시작했음. 물론 선은 지켜서.

🐶 아슬아슬하게 늦지는 않았어요. 사온 간식이 꽤 되서 혹시라도 어디라도 들렸다오나 오해하셨나 보네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안늦었다. 개X끼야. 매니저가 얼마나 엑셀을 밟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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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가요. 제가 오해를 했나 봅니다. 감독님 표정이 좋지 않길래 누군가 지각이라도 했나 했어요.
✊ 그럼 곧 있을 촬영 기대할게요. 박문대 씨 연기 개인적으로 기대 많이 했거든요.
✊ 얼마나 잘 하나.

반박할 시간도 안 주고 지 할말만 하고 가는 놈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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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허망하게 상대 배우의 뒷통수만 응시했음. 그리고 대본을 세게 쥐며 곧 촬영할 부분을 읽기 시작했음.

🐶 (상상 이상으로 싸가지 없어서 고맙다.)
🐶 (네 덕분에 없던 경쟁심도 생겼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었음.
85
.

.

.

🎬 자 쉬는시간도 끝났으니 이제 촬영을 해 볼까요?
🎬 지금 찍을 장면은 씬 26번 입니다.
🐶 유건후와 어용남 씨의 첫만남 장면 말씀하시는 건가요.
🎬 맞아요. 들어가기 전에 간단히 맞춰볼까요? 두 분 대본리딩 후에 처음으로 맞춰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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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문대와 용남 역 배우를 번갈아 바라봄. 얼굴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진 용남 역 배우는 상당히 온화한 이미지를 가진 중견 배우였음. 대본 리딩 당시에 봤을 때는 모두가 그를 존경하는 것 같았지. 노인은 웃으면서 대답함.

👴 그렇네. 연기를 몇년을 했는데도 처음 맞춰볼 때마다 떨리는 구먼.
87
👴 잘 부탁해요, 문대 군.
🐶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배우 님.
👴 하하, 너무 부담스럽게 느끼지 말고. 할아버지라 생각해요. 앞으로 자주 볼건데.

상냥한 말투에 분위기가 풀리고 감독의 지시에 따라 장면을 맞춰보기 시작함.
88
🎬 건후가 뒤 돈 상태에서, 팔을 잡고 나서 대사를 해 주세요.
👴 (건후의 팔 잡음) 아가.
🎬 대사가 다 끝나면 서로 마주본 다음에 꽉 잡아주시고요. 바로 이어서 쭉 이어서 가주세요.
👴 (이내 어깨까지 같이 잡음) 건, 건후 맞니...?
🐶 용남 할아버ㅈ...?
89
👴 (대사가 끝나기 전에 와락 안음.) 네가 왜 여기있어... 잘 지낸거지?
🐶 그럼요 할아버지.. 저 할아버지 뵈러 왔어요. 같이 온 사람도 있...

문대가 지은 반가움에 물들었던 표정이 용남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보고 순식간에 변함. 비록 연습일 뿐이지만 그 모습을 감독은 유심히 지켜봄.
90
🎬 중간에 대사 끊고 들어간거 괜찮았어요. 급박한 느낌이 나도 좋을 것 같아요.
👴 알겠네.
🎬 그리고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 두분만 괜찮으시다면 씬 27도 바로 이어서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 27이면.
✊ 제가 뒤이어 들어갈까요.

우석 역 배우가 어느새 다가와 서있음.
91
🎬 네. 아까 전에 건후 표정이 괜찮았거든요. 현장감을 더 주고 싶어요. 우석이가 실제로 앞에 있는 것과 없는게 차이가 날 거에요.
👴 그럼 당연히 이어서 하는게 나쁘지 않다고 봐.
🐶 저도 괜찮아요.
✊ 좋아요. 그럼 연습으로 26번부터 맞춰서 27번까지 쭉 이어서 하면 되나요.
92
🎬 네, 그렇습니다. 한번 맞춰볼게요.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르고, 감독은 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음.

🎬 괜찮은데요? 바로 촬영 들어갈게요. 디렉팅은 제가 중간에 넣어줬던 그대로 가주시면 됩니다.

자리에 맞춰 정렬하라는 소리와 함께 인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임.
93
배우들이 각자의 자리에 서 장면에 집중하자, 큐 소리가 들림. 박문대는, 건후는 동선에 맞춰 바닷바람이 부는 골목길을 걸었음. 이내 용남이 적절한 타이밍에 팔을 잡았고 노련하게 대사를 침.

👴 아가..?
👴 정말 아가니? 건후야? 맞는거냐?
🐶 용남 할아,

용남이 건후를 허겁지겁 껴안았음.
94
오랜 시간동안 쌓이고 쌓인 그리움이 터져나오는 듯했음.

👴 아이고... 네가 왜 여기있어. 잘 지냈던거지?
🐶 그럼요 할아버지.

건후가 용남을 마주 끌어안은채 눈을 꼭 감았음. 오랜시간동안 찾아오지 못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살짝 찡그린 듯한 표정에 짙게 베어나왔지.
95
몇번 촬영했다고 눈을 살며시 뜨며 어느새 능숙해진 분위기로 대사를 치던 찰나였음.

🐶 저 할아버지 뵈러 수호랑 같..
✊ 유건후?

건후의 눈 앞에 우석의 얼굴이 가까이 있었음. 엎어지면 코라도 닿을 거리에. 카메라는 배우들의 표정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돌아가고 있었음.
96
🐶 (개X끼야. 아까 연습할 땐 이렇게 가까이 안 왔잖아. 동선은 어떻게 할건데?)

조금 전의 연습에서는 지금처럼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며 대사를 치지 않았음. 대사도 뉘앙스는 비슷했지만 매우 달랐고.

🐶 (저자식, 날 의도적으로 엿먹일려고 환장했구나.)
97
예상치도 못한 에드리브에 살짝 당황할 뻔 했으나, 닥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해 NG를 피해야만 했음. 건후는 재빨리 포옹을 풀고 용남을 제 뒤로 숨기며 입을 열었음.

🐶 네가 왜 여기있어.
✊ 그건 내가 해야할 말 아닌가? 바다에 몸이라도 담구러 이렇게 멀리 온 건 아닐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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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부로 말하지마. 난 너에게 내 세세한 계획까지 말할 이유는 없어.
✊ 무슨 계획을 세웠길래 그렇게 차갑게 구시나.
✊ 그리고, 이유는 없더라도 갚아야 할 건 있잖아.
✊ 먼곳으로 왔다고 싸가지도 버리고 온 건 아니지?
🐶 열린 입으로 아무거나 뱉지 말지?
99
🐶 옆에 다른 사람도 있으니까 나머지는 다음에 이야기해.
✊ 난 상관 없는데.
🐶 ...너.

노여움이 잔뜩 담긴 눈빛으로 건후는 우석을 바라봤음. 바로 이어 감독의 컷 사인이 들려옴.

✊ 약간 양념을 쳐 봤는데 어떠셨나요? 혹시 과하지는 않았습니까?
100
🎬 아니에요. 괜찮았어요. 장면도 강렬하게 잘 빠졌고, 이대로 가죠.

우석 역 배우가 스쳐 지나가는 눈빛으로 문대를 흘겨 보았음. 그리고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지. 그래서 박문대는 확신했음.

🐶 (야비한 X끼.)
101
빡침이 올라오지만 어떻게든 진정시키며 자본주의 미소를 지었음. 그를 지켜보던 용남 역 배우가 나긋하게 입을 열었음.

👴 노련하게 잘 하더군요. 카메라 앞에서 떨지도 않고. 평소에도 카메라 앞에 잘 서나보네.
🐶 춤 추고 노래하는 가수라서 그런 것 같아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102
👴 아, 전에 테스타라고 소개한게 그거 때문인가? 박시스터즈처럼? 여러명이서 같이 그러는?
🐶 네, 테스타 맞아요. 그 분들은 3명이서 하신걸로 아는데 저희는 7명이서 합니다.
👴 박시스터즈를 아는 젊은이는 거의 없던데. 그런 거였구나. 반갑네. 내가 요즘 흐름이나 유행을 잘 몰라서.
103
👴 하나 배우고 가네요. 고마워요.
🐶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드리는 걸요.
👴 허허, 그래요. 다른 것들은 너무 마음에 담지 말아요. 고목처럼 그 자리에 떡하니 서 있으면 나중에 누군가 한명은 알아 봐주더라고.
🐶 (이분도 의식 하신건가...)
104
배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촬영장은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음. 날이 점점 저물어가기 무섭게 촬영장의 분위기도 무르익어갔음. 길다면 길, 짧다면 짧을 지방 촬영이 이어짐.

.

.

.

박문대는 아침이 되서야 호텔 가운을 입은 채 침대에 쓰러지듯이 드러누웠음.
105
박문대는 아침이 되서야 호텔 가운을 입은 채 침대에 쓰러지듯이 드러누웠음. 폰에서는 익숙한 소리가 들렸고, 확인해보니 역시 알람이었음. 매니저가 보낸 것이었지.

[아까전에 부탁했던 영상 스텝들 허락 받고 보내요.]
[참고용으로 쓰고 바로 지우라네요.]
[(동영상)]
106
몇시간 전에 찍은 따끈따끈한 촬영본이었음. 다른 지역에 와 찍은 거니 자기도 모르게 원래 안주하던 곳과 다른 느낌으로 찍힐 수 있었음. 그 간극을 확인하고 있다면 최대한 줄이기 위해 매니저에게 부탁해 촬영본 몇개를 입수해 모니터링 하기로 함. 그리고 문제의 에드리브 장면도 확인하기 위해.
107
🐶 (...)

그 장면부터 확인하니, 확실히 연습때의 동선이나 모션보다는 보기가 훨씬 좋았음. 그리고 자신의 당황스러운 모습이 오히려 현장감을 주었으며 어색하게 붕붕 뜨지도 않았음.

🐶 (배우는 배우네.)
108
이후에도 직접적으로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문대 자신을 묘하게 불편하게 만들었던 우석과의 장면들을 빠르게 넘기며 살펴보기 시작함. 화면 상으로는 그리 자신이 밀려보이지 않았음. 무난했다는 소리임.

🐶 (오히려 무난해서 문제일려나.)
109
인정하기 싫지만 우석 역 배우의 연기는 훌륭했거든. 모두가 훌륭하면 무난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못해 보이기는 하지.

🐶 (더 노력해야겠다. 저 쪽에 밀리지 않으려면.)

반성을 하면서 한시간 넘게 장면을 넘기며 모니터링 하던 찰나였음. 한 장면에서 바삐 움직이던 문대의 손이 멈춤.
110
용남을 데리고 먼저 앞으로 나아가는 수호. 그를 따라가는 건후.건후는 임대문의 문구가 붙은 사진관을 한참 바라보다 다시 앞의 둘을 향해 걸어가는 장면임. 기분이 이상했음. 촬영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분명 거울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봤을 터인데.

🐶 (내가 이런 표정으로 바라봤구나.)
111
화면을 통해 지켜보는, 사진관을, 카메라를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어쩐지 그립게 느껴짐. 그냥 바라보는 표정일 뿐인데도 왜 이리 마음이 아플까.

🐶 (잠을 안 자니 별 생각이 다 드네.)

문대는 다음 촬영을 위해 추억에 젖기 보다는 잠을 청하기로 했음. 앞으로도 촬영은 많이 남았으니.
112
-

시계가 10을 가리킬 무렵, 현관문에서 기계음이 들렸고 열린 문 사이로 박문대가 들어왔음. 밖은 어두컴컴했고 집안은 밝았음. TV에서는 박문대가 출연한 드라마가 막 방영되려 했음. 시간은 빠르게 흘러 벌써 4회 째였지.
113
그동안 그는 지방촬영 마무리, 포스터 촬영, 제작발표회 등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냄. 그걸 안 테스타 멤버들은 더욱 반갑게 그를 맞이함.

🐻 문대문대~ 왔어? 같이보자.
🐺 그래. 저번주엔 제작발표회 때문에 같이 못 봤잖아.
🐰 곧 시작할 것 같습니다!
🐹 OP 영상 나오니까 어서와!
114
배세진의 말대로 TV에서는 유려한 영상미의 OP 영상이 흘러나오는 중이었음. 방송 전 한번 지나가듯 본 것 말고는 제대로 본 적이 없었음.

🐶 (한번 봐봐야지. 지금까지 안 본 것도 용하다.)

귀를 확 휘어잡는 BGM이 들려오며 영상이 재생됨.
115
어린아이 두명이 청량한 색깔의 거리에서 뛰어놀았음. 한 아이는 카메라를 쥐었고, 한 아이는 차마 정의할 수 없는 커다랗고 검은 무언가에 끌려감. 얼핏 보기엔 마치 검은색의 어른처럼 보였음.
아이가 사라진 자리로 무채색의 낡은 골목길이 이어지고 그 끝에는 곧 부서질 것만 같은 마을이 있었음.
116
마을 앞에는 '청화'라 적힌 간판이 있었지.

이내 한 남자가 마을에 발을 내딛자 그 지점을 시작으로 화려한 색의 잡초와 들꽃이 자라남. 무기력하게 바닥만 바라보는 무채색의 사람들도 점점 생기를 찾아가며 마을에 찾아온 남자를 바라봄.
117
유일하게 색을 되찾지 못한 남자는 부서진 카메라를 뒤로 숨겼음. 무채색의 남자와 마을에 푸르른 색깔을 가진 남자가 마주함. 그리고, 멋드러진 캘리그라피로 적힌 제목이 화면을 채우며 영상이 끝남. 제목은.

'청춘의 잔상'
118
영상이 끝나자 다시 광고가 나오기 시작함.

🐺 광고가 정말 많네. 요즘에는 어쩔 수 없나.
🐰 OP영상을 이렇게 주의깊게 본 적은 이번 드라마가 처음입니다. 간판 영상인 만큼 수많은 노고와 은유가 들어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 은유? metaphor?
🐻 어떤식으로 들어있는데?
🐹 시작한다.
119
화면은 빠르게 어제 방영된 화의 내용을 간략히 보여주며 시작했음. 그리곤 엔딩장면을 다시 송출해 이어가며 유기적인 흐름을 강조함.

✊ 동생이 들고 있는거 잠깐 구경하겠다는데 참 째째하게 군다.
🐶 놓으라고 했잖아.
✊ 그래, 더러워서 돌려준다. 이기적인 새X야.
120
우석은 들고있던 낡은 필름 카메라를 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것처럼 놓아버림. 건후는 카메라와 우석을 싸늘하게 번갈아 바라보더니 우석 앞에 굴러다니는 카메라를 줍기 위해 가까이 다가감.
121
인간이 아닌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우석을 싸늘하게 올려보더니 카메라를 줍고 윤호를 데리고 문을 쾅 닫아 낡은 모텔 안으로 들어감.

🐶 유윤호.
🐶 이거 왜 갖고왔어.
🐶 하. 아니다. 이거 어디서 챙겨왔어.
122
👶 으응.. 그게..
🐶 똑바로 말해야지.
👶 형 미안해...

윤호는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건후를 바라보았음. 마음이 복잡했는지 제 머리칼을 헝클이던 건후는 이내 윤호는 조용히 안아줌.
123
🐻 윤호 연기 되게 잘한다~
🐹 카메라를 왜 저런식으로 주고 있어...!
🐱 문대형 연기 잘해요!
🐶 그래, 고맙다.

꽤나 드라마에 과몰입 했는지 여러 감상들이 나오기 시작함.
124
🐶 (반응이 나와서 다행이네.)
🐶 (우석 저 자식이 알게 모르게 방해해서 몇번 넘게 컷이 안 나왔거든.)

멤버들이 드라마에 시선을 돌린 사이 박문대는 빠르게 웹사이트에 검색을 함. 자신이 본 것은 대본이나 무편집한 촬영본이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임.
125
청춘의 잔상을 쳐보니 그와 관련된 영상이나 분석, 정리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함.

대충 보니 3화까지의 이야기는 아직 시작에 불과했음. 초반에는 예고편의 장면처럼 애원을 하며 건후에게 찾아온 수호가, 나중엔 협박조로 그에게 빚을 갚아주고 소소한 범법을 묻어주는 것을 조건으로 부탁 한것.
126
그 부탁은 청화마을에 거주했던 이웃들의 연락처를 알아내 그들을 다시 불러 모으거나 찾아가는 것이었음. 현재 청화마을은 재개발에 들어가기 직전이기에 수호의 부탁을 이해할 수 없었음. 그러나 결국 건후는 수락했고, 그 부탁을 들어주는 와중에 사채업자인 우석이 건후를 괴롭힌다... 정도랄까.
127
🐶 (찍은지 꽤 된 장면이었으니 좀 아득하네.)

청춘의 잔상은 100프로는 아니지만 50~60퍼센트는 사전제작이었으니까. 현재 찍는 장면과 방영되는 장면의 간극이 클 수 밖에 없었음. 정신없이 찾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드라마는 벌써 오늘 회차의 절반을 훨씬 넘어 달리고 있었음.
128
핸드폰에서 시선을 뗀 문대에게 아현이 조용히 질문했음.

🦌 무, 문대야. 내일도 촬영있지?
🐶 아니. 내일은 ost 녹음이 있어서 촬영 안가.
🦌 정말? 다 다행이다. 한동안 많이 바빴잖아. 문대는 금방 하니까.. 좀 쉬어.
🐶 그래, 고맙다.
129
문대는 살짝 편해진 마음으로 티비에 시선을 돌렸음. 마침 스토리상으로도, 문대의 연기에 관련해서도 꽤 중요한 장면이 나옴.

🐶 (시간상으로 보니 엔딩이려나.)

시청자들이 바라보는 화면에 어떤식으로 비칠지 궁금했던 문대는 꽤나 주의깊게 응시했음.
130
저물어가는 노을 사이로 걸어가는 건후와 수호의 모습이 비침.

🐶 야, 박수호.
🗣️ 왜?
🐶 너 갑자기 찾아서와서는 답지 않게 착한놈 코스프레해?
🗣️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야?
🐶 왜 너답지 않은 짓을 하냐고. 무모하게 사람들이나 찾아다니고. 도와주고.
131
🐶 꼭 우리.. 아니 청화마을을 다시 일으키기라도 할 것 처럼. 일으킨다니 표현도 유치하지만.

건후가 헛웃음을 내뱉었음. 지가 말해놓고도 어이가 꽤나 없어보임.

🗣️ 맞아.
🐶 뭐?
🗣️ 그거 맞다고.
🐶 하... 내가 그렇게 미워도 믿지 못할 거짓말은 치지 마라.
🗣️ 거짓말 아니야.
132
🗣️ 난 이 마을의 재개발을 막을거야.
🐶 무슨수로? 네가 뭐 정치인이나 재벌이나 그런거라도 돼? 돈 좀 있다고 나대지 말라고.

무심하게 대답하던 건후는 주머니에서 울리는 폴더폰을 꺼냈음. 낯선 번호가 띄워져 있어 바로 받지는 않았지만. 그 빈틈을 읽고 수호가 대답함.
133
🗣️ 우리 아버지 황혼그룹 회장이야.
🐶 ?
🐶 그걸 왜 지금 말해 미친놈아.

건후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긴 재치있는 대사가 나오자마자 급박한 BGM과 함께 화면이 전환됨. 카메라는 자글자글한 주름이 져 있는 손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순간을 담았음. 곧 생명이 꺼질 듯이 파르르 떨린 채였음.
134
쿵, 하는 드라마 특유의 엔딩 음악이 나오며 화가 마무리됨. 멤버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음.

🐰 마지막에 나온 손의 주인은 용남 할아버지 인 것 같습니다. 평소에 자주 입는 옷과 소매가 일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What? 할아버지 죽어요?
🐰안 돌아가셔 바보야! 쓰러지신 걸거야...
135
🐺 하하, 얘들아 진정하고. 이렇게 이입한 걸 보니까 문대가 연기를 잘 하긴 했나봐.
🐻 건후건후가 마지막에 당황하는것도 웃겼어~. 문대문대 특유의 티벳 표정도 나왔다니까?

그렇게 한창 멤버들과 함께 드라마의 여운을 즐기던 무렵, 문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함.
136
매니저의 전화였음. 특별한 경우가 없으면 밤에는 연락하지 않는게 원칙이었는데.

🐶 (뭐지? 쎄한데.)

문대는 빠르게 전화를 받아 귓가에 가져감. 가져가기 무섭게 매니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림.
137
📲 문대씨,
📲 인터넷 보셨나요?
🐶 아니요. 잠시만요.

그때 문대의 눈에 심각한 표정으로 폰 화면을 보고 있는 배세진이 들어왔음. 언뜻 비치는 화면으로는 뉴스 기사여서 바로 질문을 건냄.

🐶 형. 혹시 그거 같이 봐도 되나요?
🐹 어? 그래. 너도 같이 보는게 좋을 것 같아.
🐶 고맙습니다.
138
배세진이 보여준 폰 화면에는 뉴스기사 제목이 아주 왕만하게 박혀 있었음.

[ 유명 작곡가 A씨 폭행 및 음주 운전 혐의 불구속 입건 ]

🐶 ....

기사 제목을 본 박문대는 할 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음.

🐶 (이 새X, 내가 맡은 드라마 ost 작곡한 놈이잖아.)
139
내일로 예정된 녹음 약속도 이 사람과 잡은 거였음. 박문대는 곧 욕이라도 나올 것 같은 심정을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매니저에게 말을 걸었음.

🐶봤어요.
🐶 그럼 내일 녹음 일정은 취소된거죠?
📲 네 그렇게 됐어요.
📲 제작 위원회 쪽도 완전히 뒤집어 져서...
140
🐶 그러면 다른 곡으로 다른 날에 녹음하는 건가요?
🐶 예비후보로 뽑아놓은 곡은 없대요?
📲 예비로 곡을 더 준비하지는 못했대요.
📲 한 사람마다 테마를 따로 정해놓아서.
🐶 그럼 다른 날에 녹음을 할 수 밖에 없네요.
🐶 문제는... 이제 더이상 뺄 스케쥴이 없다는 건데.
141
📲 촬영 날짜를 조정하면 어떨까요?
🐶 안될 것 같아요.
🐶 감독님 말씀으로는 다른 작품에 들어가기 시작한 배우도 있고, 촬영도 막바지라서.
142
📲 제작사 쪽에 전화해서 빨리 대체할 곡을 찾으라고 할까요?
📲 아니면 옛날 곡 리메이크라도...
🐶(이걸 고민하게 만드는 상황 자체가 참 코미디다.)
🐶 지금 그 작곡가 끊어내고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을걸요.
🐶 리메이크는 원곡 담당자랑 또 미팅을 잡아야 해서 복잡해져요.
143
🐶 그리고 하루만에 곡을 어떻게 뽑아내는...

그 순간, 지친 목소리로 말하는 박문대의 눈에 누군가 들어왔음.

🐱 김래빈 바보야! 그거 말 안 돼!
🐰된다고!

터무니없는 생각을 이뤄줄 수 있는 사람, 이 거지같은 상황을 수습해줄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제 바로 앞에 있었음.
144
🐶 매니저 형, 저희 가능할 것 같은데요.
📲 예?
🐶 당장 그쪽 음악 담당 부서랑 저희 회사랑 가능한 빨리 미팅 잡아주세요.
📲 네 도대체 무슨 일-
🐶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 드릴게요. 부탁 드립니다.

재빠르게 통화를 마무리 지은 박문대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래빈에게로 걸어감.
145
🐶 래빈아.
🐶 지금 당장 곡 하나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
🐰 네? 곡이라면 제가 항상 만드는 것이니 괜찮습니다.
🐰 언제까지 어떤 목적으로 쓰실건지 말씀해주시면 바로 작업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내일까지 만들어야해.
🐰 네?
🐰 하루 안에 만들어야 하는 겁니까?
146
🐶 응, 그리고 드라마 ost로 쓸거야.
🐰 드라마 ost라면 설마...!
🐶 그래, 내가 나오는 드라마.
🐶 청춘의 잔상의 ost로 쓸거야.

반짝거리는 눈으로 문대를 바라보는 래빈과 거침없이 몰아닥치는 상황 때문에 덩달아 얼이 빠진 테스타였음.
147
문대와 래빈 그리고 다음날에도 별 일정이 없는 유진과 배세진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함. 김래빈의 작업실이었음.
148
작업실로 가던 와중에 매니저와 빠르게 이야기를 마무리한 박문대는 제작사의 허락을 받고 간략하게 요약한 드라마의 후반 내용과 대본을 종이로 뽑아 래빈에게 건냈음. 유출 금지 조항이나 금지 사항 몇개도 덧붙여서.

🐶 후반부 줄거리야. 원치않게 스포일러를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는 않네.
149
🐰 괜찮습니다..!
🐰 오히려 제가 이 훌륭한 드라마의 이야기를 먼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영광입니다.
🐱 저도 읽어봐도 돼요?
🐶 비밀 유지 조항만 지켜준다면.
🐱 야호! 김래빈 같이 봐! 세진 형도 같이봐요!
🐹 그래.

대본을 바라보던 배세진이 차분하게 질문했음.
150
🐹 래빈아, 정말로 하루만에 가능한거야?
🐰 네 괜찮습니다! 자료나 정보가 한정적이고 다 제공이 되어있어 큰 줄기는 대부분 잡혀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 그렇구나.. ost면 장르는 아무래도 발라드지?
🐶 네, 맞아요.
🐶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151
문대는 래빈이 읽던 시놉에서 14화의 마지막 씬 부분을 툭 건드리며 덧붙임.

🐶 14회 엔딩 장면에 쓰일 거에요.
🐹 엄청 중요하겠네...!
🐶 그렇죠. 감독님도 저도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장면이니까요.

🐹 아직 촬영 안 했지?
🐶 네, 빠르면 다음주 즈음에 하는걸로 알아요.
152
🐹 혹시 도움 필요하면 나 꼭 불러...!
🐹 여기 생각보다 감정적으로 터뜨려야 하는 부분이 많아 보이거든.
🐶 당연하죠. 이미 그럴 생각이었어요.

🐹 뭐?
153
🐶 나머지는 곡 작업 끝나고 말씀드릴게요.

문대는 덤덤히 말하며 작업실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음. 시간은 오전 3시 즈음을 가리킴. 문대는 어느새 대본을 다 읽고 화면으로 이러쿵저러쿵 무언가를 조합하는 래빈을 바라봄.
154
🐶 래빈아.
🐶 오후 8시에 있는 미팅에 곡을 갖고가려면 적어도 7시에는 완성본이 나와야 할 것 같아.
🐰 알겠습니다.
🐰 형, 멜로디 라인이랑 mr 틀을 다 잡았는데 한번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 벌써?
155
김래빈은 어느새 작업에 매료되어 괴물같은 속도로 곡을 뽑아냈음. 박문대는 차유진과 배세진이랑 함께 그의 작업물을 들었음. 얼마인지 가늠도 안 가는 고가의 스피커에서 선율이 흘러나옴.

도입부는 기계음이나 박자 악기들을 일체 넣지 않고 피아노 선율이 반주를 이끌어나가기 시작함.
156
잔잔하고 듣기 편한 반주가 이어지는 와중, 기계음으로 찍은 멜로디가 연주되기 시작함. 박문대가 소화해야할 것이었음. 상당히 저음으로 시작해 후렴구에 들어가기 전까지 서서히 높아지는 구성을 취했음.

🐶 (목을 신경 써서 풀어야겠어...)
157
1절 후렴부에 들어가자 다른 악기들이 섬세하게 추가되어 웅장함이 더했지지만, 듣기에 거북하지는 않았음. 후렴구의 멜로디가 낯이 익는 멜로디였음. 정체가 무엇인지 단번에 눈치 챈 박문대가 질문했음.

🐶 이거 도입부에 나온 멜로디 맞지?
🐰 그렇습니다.
158
🐰 유기성을 살리며, 점점 성장하고 고조되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요.
🐶 멜로디가 화려하지 않지만, 반주와 조화롭게 잘 어울리네.
🐰 감사합니다.

어느새 곡은 2절로 넘어갔음. 1절과 비슷한 형식이지만 1절 후렴부에 들어간 악기들이 빠지지 않고 연주되어 무게감이 느껴짐.
159
후렴까지 몰아치는 듯 하면서도 절정을 찍지는 않았음. 브릿지에 들어가니 어느새 부드러워진 멜로디도 반주와 함께 완전히 잔잔해짐.

🐰 이 부분은 읊조리듯 불러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래빈은 신난 듯이 곡 중간마다 설명을 덧붙였음.

🐶 (강약 조절에 상당히 공을 들였구나.)
160
곡을 향한 김래빈의 정성에 속으로 감탄을 하던 박문대는 점점 음이 높아짐과 동시에 웅장한 종결을 맞는 브릿지를 유심히 들었음. 훅에 들어가자 청명한 고음의 멜로디가 귀를 치고 지나감.

🐶 (나를 대놓고 믿는 거 아니야?)
161
비슷한 멜로디를 넣어 통일감을 주었지만 분위기나 섬세함이 앞전 것과는 완전히 달랐음. 모든 요소가 이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들렸음. 깔끔하지만 감성은 구슬프고 서글펐음.

노래가 끝나자 작업실에 있는 인원 모두가 여운에 휩싸여 잠시 멍한 상태가 됨. 정적을 끊고 김래빈이 질문함.
162
🐰 어떠십니까?
🐶 괜찮은데.

간단한 대답이었지만 박문대는 진심을 담아 한 것이었음. 노래가 정말 괜찮았거든. 배세진과 차유진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음.

🐹 엄청 좋아…! 바로 녹음해도 될 것 같아.
🐱 Great!
163
🐰 다행입니다. 약간의 수정만 거치고 바로 작사에 들어가는 걸로…

김래빈을 지켜보던 배세진이 말을 꺼냈음.

🐹 있잖아. 도입부에 필름 돌아가는 소리를 넣어보는 건 어때?
🐰 드르륵 돌아가는 소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 응.
164
🐹 등장인물도 카메라랑 관련이 있고 노래 자체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이 있으니까.
🐹 넣으면 몰입하기 더 좋을 것 같아.
🐹 시청자 분들도 좋아하실 것 같고….

🐶 엔딩에서는 하이라이트만 나올 테니 넣는다고 크게 위화감이 생기지는 않을 거에요.
🐶 좋은 생각 같아요.
165
배세진이 의견이 받아들여진 후 너도 나도 곡의 세부 사항들에 대해 제안을 하기 시작했음. 한동안 열변을 토해내며 곡을 점검하고 고쳐나갔음. 가사가 붙기 전의 최종본을 들은 넷은 꽤나 만족스러운 표정이었음.

🐹 됐다…!
🐰 많은 인원이 같이 생각을 하니,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습니다!
166
🐰 이제 적절한 가사만 붙여서 녹음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가사라는 소리에 김래빈을 제외한 셋이 조용해졌음. 박문대가 중얼거리기 시작하자 나머지도 하나 둘 말을 얹었음.

🐶 가사라….
🐹 우리가 작사를 잘 할 수 있을까?
🐱 작사 할 수 있어요! 문대 형은 건후 잘 알아요!
167
🐶 그게 무슨 소리야.

🐰 실은 이 곡…엔딩에 쓰이는 곡이어서 드라마의 내용을 많이 참고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건후의 감정이나 성장을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 건후를 연기하고, 많은 이해를 가진 문대 형이 작사를 해보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편하시면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168
김래빈의 긴 말을 박문대는 한 문장으로 압축 했음.

🐶 그래서 나보고 작사를 하라는 거지?
🐰 그렇습니다!
🐰 물론 저희들도 가만히 앉아 있지는 않을 겁니다.
🐹 어쨌든 우리 모두 작사를 해야 한다는 거지?”
169
🐶 (하다하다 작사까지 건드리게 될 줄은 몰랐는데.)
🐶 (여러모로 화제성은 생기긴 하겠지만…)

잠시간 고민을 하던 박문대는 입을 열었음.

🐶 해볼게요. 작사.

그렇게 험난한 작사길이 펼쳐졌음.^^
170
호기롭게 작사를 시작했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도통 허락이 떨어지는 가사가 없었음.

🐰 좋긴 하지만 이 노래의 멜로디랑은 살짝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 이 부분은 좀 어색한 것 같아. 분위기랑도 안 맞고.
🐱 무슨 주제인지 모르겠어요!
171
물론 박문대에게만 평가가 박한 건 아니었음.

🐰 차유진! 이거 뭐라고 쓴 거야!
🐹 래빈아, 나 이 표현 이해를 잘 못 하겠는데….
🐱 가사가 안 맞아요!

서로를 향한 거침 없는 평가가 계속 되었고, 시간만 야속하게 흘렀음.
172
곧 있으면 아침이 오는데도 적당한 가사가 나오지 않았음. 주위는 멤버들이 작사를 하기 위해 사용한 필기구와 종이 뭉텅이들로 어지럽혀짐. 나중에는 아예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보았지만 특별히 도움이 되지 못했음.

🐶 (너덜) (시간이 좀 더 필요했던 걸까.)
173
🐶 (그래…. )
🐶 (아무리 극한의 일정을 소화했던 우리라도 하루 안에 끝내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았어.)

멍한 정신 속에서 반쯤 포기를 한 채, 박문대는 일정을 조율한 생각을 하기 시작함. 멤버들이 나중에 상심하지 않도록 미리 언질을 주려던 찰나였음.
174
🐱 건후 계속 성장해요!

차유진이 의미 모를 말을 함.

🐶 아무래도? 사건이 있어야 이야기가 있으니까.
🐶 그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변화를 겪지.
🐶 가장 흔한 게 성장이고.
🐶 특히 건후는 주조연이고 서사도 특별하니까 더 그럴 수 밖에 없어.

당연한 사실을 나열한 거였음. 그런데,
175
🐱 그러면 다 안 써도 돼요.
🐶 그게 무슨 소리야?

차유진은 박문대를 향해 씩 웃더니, 영어로 말함.

🐱 [래빈은 건후의 감정과 성장에 대한 곡을 썼어요.]
🐱 [건후는 계속 드라마 속에서 성장하고 있고, 사람들은 모두 그걸 다 알아요.]
🐱 [굳이 이 사실마저 다 가사에 녹일 필요가 없어요.]
176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작사한 것들을 손으로 짚으며 부연 설명을 했음.

🐱 [봐요.]
🐱 [아까 다른 사람들이 적은 걸 모두 다 읽어 봤는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
🐱 우리는 이야기를 다 적으려고 했어요.
🐱 [모든 맥락과 상황을 적으려 하니 표현도 모호해지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177
🐶 그렇다면…. 핵심 사건이나 감정선만 잡아서 쓰면 되겠네.
🐱 Yeah. 바로 그거에요.

차유진이 보기 좋게 씩 웃었음. 박문대가 제 말의 의미를 간파해 기분이 좋은 것이겠지.

🐶 핵심은 무엇으로 잡아야 하지?
178
차유진과 이야기를 나눈 후 홀로 중얼거리는 박문대에게 배세진과 김래빈이 다가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질문했음. 전반적인 상황과 차유진의 저의에 대해 이야기하자 김래빈에게서 좋은 의견이 나왔음.

🐰 OST를 14회 엔딩 때 처음으로 선보인다고 하셨으니 그 장면에 맞춰서 쓰는 게 어떻습니까?”
179
🐶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그 장면에만 맞춰서 쓰면 좀 과해질지도 몰라. 괜찮겠어?
🐰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 장면 자체가 감정적으로 과한데, 노래마저 과해지면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까요.
🐹 저기…

배세진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음.
180
🐹 어쨌든 이 장면, 건후가 과거의 트라우마랑 마주하는 장면이기도 하잖아.
🐹 뒤에 다시 한번 마주하기도 하지만.
🐶 그렇죠.
🐹 차라리 방향을 틀어서 건후의 어린시절에 대한 가사를 쓰는 게 어때?”
181
김래빈이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음.

🐰 어린시절에 대한 가사면 직설적이든, 추상적이든 납득 시키기 좋습니다.
🐰 현 상황에 비교했을 때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감성도 옅어져서 과하게 다가오지 않을 테고요.
🐰 좋은 생각입니다!
182
🐶 그럼 건후의 어린시절로 주제를 잡아서 다시 작사 해볼까요?
🐶 시간을 정하고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촉박해서.
🐱 좋아요!

그렇게 잠깐 시끌벅쩍하던 작업실은 다시 고요해졌음. 무언가를 적는 소리만 종종 들려왔음.
183
-

🐶 한번 이대로 불러볼게요.
🐹 응…!

박문대는 곧 찢어질 정도로 손이 탄 가사지를 녹음실로 들어갔음. 헤드폰을 쓰는 그의 모습을 나머지 멤버들이 숨 죽인 듯이 지켜 보았음. 반주에 맞춰 그가 노래를 불렀고, 첫 소절이 들리자마자 불안감이 감돌았던 모두의 얼굴에 안도감이 번졌음.
184
-

하늘은 새까맣게 물들었고, 시간은 어느덧 오후 9시를 넘기고 있었음. 박문대는 제 옆에 노트북을 들고 회의실을 막 나오는 김래빈의 어깨를 툭툭 기특하다는 듯이 도닥였음.

🐶 고생 많았다.
🐰 문대 형이 가장 고생 많았습니다!
185
만족스러운 결과 덕분에 둘의 반응도 아주 훈훈했음.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곡은 제작사에게서 아주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거든. 오죽하면 상대 쪽에서 한번 듣자마자 바로 계약서를 들이 밀었을 정도였음.

🐶 (이걸로 한 시름 놓았다. 이젠….)
186
-

🐹 어떤 부분을 도와줘야 하는 거야?
🐹 녹음실에서 네가 말하기로는 14회를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던데.
🐹 그 회차만 콕 찝어서 도와주면 되는 거야?”

소파에 앉은 배세진은 궁금증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박문대를 올려다 보았음.

🐶 그 부분까지 생각하진 못했어요.
187
🐶 정확히 말하면, 14회부터는 무난한 연기가 안 먹혀서요.
🐶 먹히면 안 되기도 하고요.
🐹 무난한 연기가 아니라 ‘잘한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거구나.
🐶 맞아요. 전에도 있긴 했지만, 제 선에서 감당할 수 있었어요.

🐹 감당이 아니라 아주 잘 소화한 것 같던데.
🐶 칭찬 감사합니다. 세진 형.
188
🐹 크흠…. 아니야.
🐹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 없지.
🐹 건후가 지금까지 보였던 것과 정반대를 연기 해야하니까.
🐹시청자들에게 납득을 시켜야 하고. ‘건후에게 이런 모습도 있어요.’ 이렇게.

상황 판단이 끝난 배세진에게 박문대는 적당한 두께의 책을 몇 권 건냈음.
189
각 회차의 대본이었음.

🐹 최근에 방송된 내용이….
🐶 건후가 수호의 의도를 아는 장면이었죠. 청화마을의 재개발을 막기 위해서.

박문대와 배세진은 편하게 말로 주고 받으며 앞으로 벌어지는 드라마의 전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눔.
190
이후 회차에서 건후는 황혼그룹과 청화마을 재개발 사이에 얽힌 비리를 알게 됨. 차기 회장 자리를 노리는 수호의 사촌과 연관된 것이었지. 수호는 그들을 견제하면서 형을 회장으로 만들어야 했음. 그러기 위해서는 결정적으로 청화마을의 재개발을 이쪽에서 처리해야함. 막아야 한다는 뜻이지.
191
이 사연을 알고, 청화마을 사람들을 찾아가며 그들을 도우는 과정에서 건후는 사채업자들의 방해를 받음.
계속 부딪히는 상황 속에서 사채업자와 사촌 쪽이 협력 관계인 것을 알게 됨.
192
또 사채업자는 사촌 쪽에서 언제든지 버림 받을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보험으로 숨겨둔 수호의 사촌의 비리 정보가 있었음. 그걸 건후가 우연히 발견하게 됨. 이 사실을 더 파헤치던 그는 훗날에 있을 황혼그룹 정기 회의에 이 정보를 빼돌려 활용하려 했지만 우석에게 들키게 됨.
193
우석과 수호의 사촌의 횡포로 연 끊긴 건후 아버지가 찾아와 그에게 정신적인 압박을 줌. 여기서 끝내지 않고 윤호를 납치해 건후가 더 이상 수호의 일에 참견하지 못하게 만듦. 충격 받은 건후는 모든 것을 놓아버린 채 포기를 선언해 버리는 게 14화 까지의 이야기였음.
194
🐶 팡 터트리는 것도 상당히 골치 아픈데, 그때까지 어떻게 빌드업을 해야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리 말하는 박문대는 어느새 배세진이 펼친 페이지를 같이 보고 있었음. 건후 라는 이름 옆에 적힌 ‘아이처럼 엉엉 운다.’는 지시문이 눈에 자꾸만 걸렸음.
195
🐹 눈물로 한번 터뜨리고 나서…
🐹 감정을 안 이어가네?
🐶 네. 완전히 공허에 찼다가, 한 순간에 다시 터뜨려야 해요.
🐹 이거 못 살리면 엄청 웃기게 보일거야. 최악의 경우엔 설득력 없는 캐릭터로 보일지도 몰라.
196
🐹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역할인데. )

배세진이 박문대가 듣지 못하게 중얼거렸음. 대본을 손에 쥐고 몇 번을 더 읽던 그의 눈빛이 한순간에 변한 걸 박문대가 느꼈음. 반짝거리지만 흥분하지 않았음. 차분히 칼을 가는 느낌이었음.

🐹 문대야.
🐶 네, 세진 형.
197
🐹 힘이 닿는 데 까지 도와줄게. 촬영 끝나고 시간 있어?
🐶 밤을 세서라도 한번 내보죠.
🐹 그, 그래….

🐹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말자, 우리.
198
흐린 날씨 속에서도 촬영은 진행되었음. 햇볕이 짱짱하게 내리쬐는 것보다는 적당히 흐린 날씨가 모두에게 좋았음. 온도도 적당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으니까.
오늘 촬영할 장면은 이 현장의 모두가 유난히 공을 들이던 14화의 장면이었음. 그 때문의 현장의 분위기는 상당히 가라앉아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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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방향으로 가라앉는 게 아니라 가장 최상의 장면을 뽑아내기 위해 차분히 자신의 자리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음. 가장 조용한 순간에 홀로 이빨을 갈고 있는 맹수처럼.
박문대는 평소에 촬영을 준비했던 것과 달리, 오늘은 눈을 감은 채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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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대본을 붙들고 집중하던 사람이 다른 모습을 보이자 관계자들이 종종 수군거리기도 했음. 속으로 비웃는 사람도 있었지. 우석 배우 같은 사람이라던가. 그도 현장에 있었음. 감독이 평소처럼 다가와 박문대에게 인사를 했음.

🎬 안녕하세요, 문대 씨. 오늘 장면 준비는 잘 해오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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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이어폰을 빼고 감독을 봄. 차분한 표정은 수많은 감정을 대변하는 듯 했음. 연기를 향한 자신감, 장면을 위한 몰입이라던가.

🐶 네, 열심히 해왔습니다. 최선을 다할게요.
🎬 그래요. 문대 씨는 이 장면 촬영하기 한참 전부터 질문을 많이 해줬기 때문에,
🐶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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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동선 외에는 디렉팅 따로 안 할 겁니다.
🎬 알고 있어요.
🐶 예?
🐶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 (생각보다 기대를 너무 많이 산 것 같은데.)
🎬 나는 나의 건후를 보고 싶은 게 아니라 배우 박문대의 유건후를 보고 싶으니까요.
🎬 그리고 이젠 문대 씨가 저보다 건후를 잘 아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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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농담을 섞으며 감독은 웃었음. 그는 젠틀하면서도 유머가 있는 사람이었음. 본업을 잘하는 건 물론이고. 결정적으로 다정했지. 그래서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음. 박문대는 그의 믿음을 되새겼음.

🐶 언제나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외의 말이라고 생각했는지 감독도 놀란 낯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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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요.

그 모습을 메이킹 카메라가 찍고 있었음. 얼마 후, 촬영장에 어두운 분위기로 분장을 한 큰 키의 배우가 저벅저벅 걸어 들어왔음. 유건후의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였음. 박문대는 조용히 그에게 다가 가 먼저 인사를 했음.

🐶 안녕하세요, 유건후 역의 박문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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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건후 아버지 역의 ◇◇◇입니다.

상대 배우가 한 손을 박문대에게 내밀었고 그는 화답하듯 손을 잡아 악수를 했음. 어둡게 분장한 배우였지만, 악수를 하며 웃는 모습은 한없이 자상해 보였음.

🌃 처음부터 이런 역으로 만나서 아쉽네요. 오늘 보고 더 못 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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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건후 입장에서는 안 보는 게 좋으려나?

촬영 때문에 경직된 분위기를 풀려는 것인지 배역과 관련된 유머를 던졌음. 촬영장의 분위기는 평소처럼 화기애애했음.
감독이 배우를 불러 동선을 맞추기 시작했음. 건후가 멱살을 잡아 상대를 쓰러뜨리는 장면이 있어 안전에도 신경을 써야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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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평소보다 더욱 차분하게 집중을 하며 감독의 말을 새겼음. 동선을 맞추는 순간에도 배역에 몰입하는 것처럼 보였지. 촬영하는 장면의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상대 배우와 눈을 안 마주 치려고 했음. 철저히 건후가 되기 위해 노력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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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분들은 자리에서 대기 해주세요.
🎬 컷이라고 확실히 말하기 전까지 대본이랑 지시대로 따라가시면 됩니다.

배우의 감정선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감독의 배려였음. 큐를 외치기 전에 감독은 해당 장면의 배우들을 찬찬히 바라보았음.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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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큐 싸인을 외치기 전 짧은 찰나동안 박문대는 배세진과 이 장면을 준비한 시간을 떠올렸음.

-

인물에 대한 분석과 메모로 너덜거리는 대본을 읽으며 배세진은 말함.

🐹 네가 건후를 이해하고 분석해 연기한 것을 넘어서서 그 장면에 완전히 몰입해야만,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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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소드 연기를 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 응.
🐹 메소드 연기라서 해서 네 상상만큼 거창한 건 아니야…!’

어쩐지 오해를 푸는 것처럼 열정을 담아 말하는 배세진이었음. 조곤조곤 자신의 경력으로 깨달은 사실들을 전달했음.

🐹 세상에는 다양한 배우들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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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모습을 똑같이 따라해 그걸 자신이 맡은 등장인물에 이식 하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 네가 말하는 것처럼 메소드 연기를 하는 배우도 있어.
🐹 그 외에도 많은 배우들이 있겠지.
🐹 전자는 겉으로는 쉬워 보이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난이도를 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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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 속에서 누군가를 따라 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경험과 자료 분석이 뒷받침을 해야 남들이 보았을 때도 어색하지 않거든.
🐹 너는 연기를 이번에 처음 하는 거니까 이 방법은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 그래서 메소드 연기를 선택했다. 이건가요?
🐹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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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지만, 이젠 어떤 방법으로 연기를 할지 선택을 해야 해.
🐹 난 여러 가지를 따져 봤을 때 이 방법이 너에게 맞겠다 판단을 한 거야.
🐹 아까 말했던 것처럼 메소드 연기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그리 말하며 배세진은 대본을 박문대에게 건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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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메소드 연기는 네가 무대에 집중하는 것처럼 배우가 연기에 집중해야 할 수 있는 연기라고 생각해.
🐹 그 상황에 성실하게 집중하여 좋은 연기를 보여주다 보니까 메소드 연기라는 명칭도 따로 생긴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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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준비를 철저히 하면서 다가온 순간에 준비한 것을 모두 쏟아내기 위해 상황에 완전히 몰입하는 사람이야.
🐹 그래서 무대도 그렇게 잘 하는 거겠지.
🐹 드라마에서도 잘 할 거라 믿어.
🐹 네가 이렇게 고민하는 것도 잘 하고 싶다는 증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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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미소지은 배세진이 말했음.

🐹 궁금한 게 풀렸다면, 다시 연습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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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은 큐 싸인을 주었고, 카메라가 돌아갔음. 건후는 낡은 집안의 문이란 문은 다 열어보며 무언가를 찾는 듯 했음.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끼익 거리는 소리가 기분 나쁘게 남. 이내 작은 서랍까지 열어보려다, 자신이 찾는 대상이 이런 곳에는 들어갔을 리 없다는 생각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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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정신을 차린 그가 대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려던 찰나였음.

🐶 누구야.

대문 앞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 때문에 앞을 가로막힌 건후가 무의식적으로 뱉은 말이었음.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올린 건후는 정체를 확인하자 시선이 흔들렸음.

🌃 건후구나. 머리가 많이 길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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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후의 친아버지였음. 남자는 평온하게 대답했음. 그의 태도에서는 오만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지기도 했음.

🐶 왜 여기 있어. 언제…. 출소는 언제 한 건데.

당황한 건후는 말까지 더듬었음. 제 뒷목을 잡거나 뒷머리를 잡아 당기며 헝클어 뜨리기도 했음. 당황함에서 비롯된 행동 같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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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정신을 차린 뒤 적대감이 묻은 눈빛으로 상대를 쳐다보았음.

🐶 난 당신이랑 지금 볼일 없어. 나갈 거니까 당장 비켜.

차갑게 쏘아붙이며 어떻게든 이성을 잡으려던 건후는 그를 밀치고 대문을 나섰음. 가뜩이나 복잡한 마음을 어떻게든 주워 앞으로 걸어 나아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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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건후를 멈춰 세운 한 마디가 있었음.

🌃 아이를 찾으러 가는 건가?

건후와 달리 상대의 태도는 상당히 여유로웠음. 둘의 감정 상태가 상당히 대비 되어 보였지. 건후는 그의 말을 듣고 뒤를 돌아보았음. 불안감, 경멸, 오싹함 등 그가 현재 느끼는 감정들이 서늘한 인상에서 드러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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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후와 달리 상대의 태도는 상당히 여유로웠음. 둘의 감정 상태가 상당히 대비 되어 보였지. 건후는 그의 말을 듣고 뒤를 돌아보았음. 불안감, 경멸, 오싹함 등 그가 현재 느끼는 감정들이 서늘한 인상에서 드러났음.

🌃 이름은 유윤호, 맞지? 그 애는 오늘 돌아오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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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멍한 표정으로 건후는 제 친아버지를 바라보았음. 싸늘한 표정이었지만,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불안함도 내포했음. 그리고 한 발짝, 두 발짝,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다 이내 속도를 올려 달려갔음. 아버지를 향한 거리가 좁혀질수록 표정이 무너지고 감정이 드러나기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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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후는 제 앞에 있는 상대의 멱살을 잡아 쥐었음.

🐶 당신이 왜 윤호를 알아? 어디 갔어? 당장 불어.

말하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는 표정이었음. 살벌함이 느껴졌지. 그의 기세가 촬영장을 압도했음.

🌃 우석이라는 남자가 데려간 것 같은데. 그에게 아이를 넘긴 건 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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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자가 전해 달라 하더군.
🌃 더 이상 그 일을 캔다면 아이의 목숨은 없을 거라고.
🌃 금요일이라고 했나?
🌃 그 날은 어디 갈 생각도 하지 말라던데.

건후의 기세의 밀리지 않는 아버지였음. 능글거리고 여유로운 태도로 건후를 압도했지. 둘의 기세가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아주 팽팽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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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믿겠어? 전화라도 걸어줄까?
🐶 닥쳐.

어떻게든 아들을 자극하려는 아버지와 분노를 속으로 억누르려는 아들의 모습이 이어짐.

🌃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어.
🌃 이미 그쪽이랑 손을 잡은 것 같더군. 자세한 건 네가 더 잘 알겠지만.
🐶 닥치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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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줄 아는 말이 그 말 밖에 없나?
🌃 쯧, 10년 지나서 본 꼴이 이정도라니.
🌃 기대 이하야.
🌃 네 어미를 닮아서 그런 건가.
🐶 시끄러워.

건후는 그의 멱살을 더욱 세게 잡았고, 점점 아버지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갔음. 곧 밀쳐 쓰러뜨릴 기세였지. 그걸 상대도 알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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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을 감추기 자신이 우위인 것처럼 여유를 부림. 지금 한 질문도 그런 종류의 허세였음.

🌃 뭐라고?

그러나, 그것마저 용인 하기에 건후의 참을성이 한계에 다다랐음.

🐶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난 당신 같은 아버지 둔 적 없어!

폭발한 건후는 상대를 바닥에 내팽게치는 것처럼 쓰러뜨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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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한 건후는 상대를 바닥에 내팽게치듯 쓰러뜨렸음. 그의 눈빛이 악에 받친 감정들도 점철됨.

🐶 네가 수호를 납치했던 그 날이 아직도 생각나!
🐶 난 아무것도 모르고 그 때 당신이 준 선물이 좋아 웃고 있었지.
🐶 친구가 자기 아버지에게 납치 당하는 줄도 모르고 선물 하나에 신나 있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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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후가 뱉은 대사마다 상대를 향한 분노, 과거와 관련된 증오, 현 상황을 향한 체념 등 상당한 감정선들이 모여 큰 박력을 자아냈음.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짓는 모습이 현실적이면서도 안타깝게 다가오기도 함.

🐶 아, 더 웃긴 게 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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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네가 우리 가족 신나게 박살을 내 놓았는데도, 나는 남몰래 너를 기다렸어.
🐶 수도세도 못 낼 정도로 개같았을 때는 네가 돌아와서
🐶 ‘잘못했다, 미안했다, 지금까지 고생한 건 내가 책임지겠다.’
🐶 이딴식으로 말하고 돈이라도 준다면 널 받아줄 생각까지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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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당신이라는 작자는 하나 밖에 없는 동생도 그 개X끼 한테 넘겨 버리고….
🐶 아등바등 유지해 왔던 것마저 비웃어.
🐶 당신 때문에 필요 없는 고생만 하다 간 엄마 이야기는 꺼내지 말았어야지.

빠르게 이어지는 상당한 양의 대사들은 전혀 지루하게 들리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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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뼈를 깎는 심정으로 말을 토해내는 건후의 모습이 잘 표현되었음.

🐶 하, 생각을 해도 어이가 없네.
🐶 왜 난 아직도 당신한테 휘둘리며 살아야 해?
🐶 왜 당신 때문에 X같은 인생 더 X같이 살아야 하냐고.

상대를 내려다보는 건후의 눈은 울음을 참느라 새빨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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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 한다는 협박은 안 먹히는 거 알아.
🐶 그러니, 죽여 버리기 전에 당장 가.
🐶 당신이 납치한 아이 때문에 내가 안 죽이고 참는 거야.

이 드라마의 첫 장면에서 한 말과 비슷한 말이었지만, 내포된 감정과 의도는 전혀 달랐음. 훨씬 차갑고, 서늘하고, 슬픈 톤이었음. 분노도 공존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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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는 오지 마. 이젠 길바닥에 나앉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을 기다리지 않을 거야.

톤 자체는 상당히 살벌했지만, 그 말을 하는 건후는 외롭고 쓸쓸해 보였음.

🐶 앞으로도 평생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다 혼자 외롭게 뒤져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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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후는 제 집 마당에 널부러진 아버지를 끌어올려 대문 밖으로 던져버렸음. 대문의 문이 세게, 굳게 닫혔음. 건후는 문이 닫히자 휘청거리며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갔음. 곧 넘어질 것만 같은 모습에 스텝들은 걱정 어린 눈으로 감독에게 질문을 했지.

🎥 감독님, 한번 멈춰야 할까요?
🎬 잠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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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온 건후는 분을 삭히며, 슬픔을 삭히며 벽을 주먹으로 쾅, 쳤음. 그 충격에 가구 위에 마구잡이로 올려진 물품 하나가 바닥을 나뒹굴었음. 그는 벽에 기대 미끄러지는 것처럼 주저 앉았음. 공허한 눈빛으로 집 안을 다시 둘러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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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시선이 이번에는 바닥에 떨어진 물건에 걸렸음.
필름 카메라였음.
건후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짐. 다시 한 방울. 또 한 방울. 그렇게 바닥에 눈물이 떨어졌고, 그의 표정이 무너져내림. 고통스러운 것처럼 가슴이나 바닥을 쥐어 뜯었고 입가에서 신음이 비져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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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 소리가 점점 커지다 어느 정도를 지나자 건후는 제 입을 막아버렸음. 그 후에도 계속 고통스럽게 신음을 흘리며 울음을 삼켰음. 눈물을 흘리는 건후의 어깨가 너무나도 작아보였음.

🎬 컷. 이걸로 가겠습니다.

감독은 이 장면을 바라보는 자신도 기분이 이상한지 살짝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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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만에 대사도 많고 연기력도 상당히 요구되는 중요한 장면이 통과되자 스텝들에게서 박수가 터져 나옴. 박수 소리에 훌쩍이는 소리가 섞이기도 했음. 분장 팀은 재빨리 박문대에게 다가 가 티슈를 내밀었고, 그는 그것을 받아 눈물을 닦아냈음.

🐶 괜찮았나요, 감독님.
🎬 최고였어요, 문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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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쉬었다 갈게요.

박문대는 감독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세수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이동했음. 그곳에는 우석 배우도 있었음. 박문대는 수돗물을 콸콸콸 틀고 거칠게 세수를 했음. 우석 배우는 그를 말 없이 지켜보았음.

✊ 잘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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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멈칫한 박문대는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음.

🐶 감사합니다.

대답도 듣지 않은 상대는 그대로 화장실을 나가버렸고, 박문대는 그의 모습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보았음.

🐶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넌 그렇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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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드라마나 영화처럼 훈훈하게 마무리 되지는 않았음. 그냥, 미묘하게 나아진 정도. 연기와 사람의 급을 나누고 깐깐하게 굴었던 사람에게 인정받은 것 자체로도 박문대에게는 큰 수확이었음. 물론, 인정받기 위해서 열심히 한 것은 아니었지만.
244
화장실에서 나온 박문대는 거칠게 세수를 하다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탈탈 털었음. 어느정도 다 털었다 싶을 무렵, 자신이 쉬고 있을 사이에 다른 촬영을 끝내고 온 용남 배우가 다가왔음. 언제나처럼 온화한 미소를 얼굴에 머금은 채였음. 오늘은 유난히 인자해 보이긴 했음.
245
🐶 선생님, 안녕하세요.

용남 배우는 그의 어깨를 도담이며 말했음.

👴 문대 군의 건후. 나는 너무 잘 봤어요.
👴 고목처럼 아주 잘 버티고 서 있었더군요.
👴 고생 많았어요.

별거 아닌 말인데, 이상하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음. 목이 매였나? 그렇진 않은 것 같은데. 박문대는 기분이 이상했음.
246
여러 사람이 해준 잘했다는 말보다, 훌륭한 연기였다는 말보다,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말이 이렇게 감성적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지.

🐶 (이런 곳에도 이입하고. 아주 연기자 다 됐네.)

박문대는 자신의 현 상태를 비꼬았음. 이상하게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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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나랑 또 우는 장면 찍어야 하는데.
👴 찍기도 전에 울지 않을 거죠?
🐶 안 웁니다. 안 울 거에요.

살짝 퉁명스럽게 대답한 박문대였음. 꼭 할아버지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손자의 모습 같았음. 이내 표정을 바꿔 다정하게 웃었음.
248
🐶 선생님, 감사합니다.
👴 그래요. 남은 촬영 무사히 하고, 나중에 봅시다.
👴 오늘 안에 볼 수 있겠지요?
🐶 한번에 끝내도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둘은 훈훈하게 인사를 끝내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음.
249
-

🐶 저는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어요. 할아버지.

공허하게 용남을 향하던 건후의 눈에서 눈물 하나가 주르륵 흘러내림.

🐶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그 말을 시작으로 훌쩍훌쩍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음. 충분히 울어도 되는 상황인데도 입술을 물며 소리를 참아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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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행동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더 가슴 아프게 만들었음. 안타까운 표정으로 건후를 바라보는 용남이었음. 그렇게 한참동안 건후가 진정되기까지 지켜보던 그는 다정하고 차분하게, 웃으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했음. 아이를 달래주는 듯 하면서도 방황하는 청춘에게 길을 제시하는 길잡이처럼 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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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후야.
👴 이제 과거의 불행으로 현재의 행복을 놓치지는 말자꾸나.

응?
덧붙이며 슬픔에 어쩔줄 몰라하는 건후를 안아주었음.

👴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괴로웠어.
👴 이제는 행복해지자, 아가.

따스한 위로에 건후는 소리 내 울음을 터뜨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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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길을 잃은 어린아이가 자신을 찾아온 할아버지의 품에 안겨 안도의 눈물을 터뜨리는 것 같았음. 그런 건후를 용남은 꼭 안아주었음. 부스스한 뒷머리도 투박하게 쓰다듬으며.

컷,

소리가 들렸고. 카메라가 내려갔음. 장면이 끝나도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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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몇몇 울보 스텝들이 소리인지, 배우의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감독은 지금 이 순간을 아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음.

-

촬영이 끝난 늦은 시간에, 수호 배우의 SNS에 스토리가 하나 올라옴. 촬영 현장이 담긴 짤막한 영상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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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한 켠에는 ‘울보 감독님’ 이라는 자막도 붙어 있었음. 화면 속에서 감독이 흐리게 블러 처리된 촬영본을 보고 훌쩍이고 있었음. 모니터에는 사람의 인영이 흐릿하게 보였지. 카메라의 존재를 파악하자 손을 휘저으며 제 얼굴을 가렸음. 눈가가 새빨겠지.

🎬 아이참, 창피하게 찍지 말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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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님, 우세요? 우시나요?
🎬 안 웁니다!

안 울었다고 하기에는 상당히 잠긴 목소리였음.

🗣️ 에이~. 솔직해지시죠.

배우가 능글거리며 감독을 놀리던 중이었음. 박문대가 궁금한 표정을 얼굴에 가득 띄운 채 화면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음.

🐶 뭐 보시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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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잘 찍혔….
🐶 감독님 괜찮으세요?

독의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그대로 기록되었음. 감독이 하찮게 믿지도 않을 거짓말을 치는 장면까지도.

🎬 안 울었어요!

화면이 흔들리며 영상이 종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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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대는 꼭 동화 같은 느낌을 내는 병원 세트장을 신기하다는 듯이 둘러보았음. 사실적인 요소와 환상적인 요소가 적절히 섞여 세상에 하나 쯤은 존재할만한 신비로운 병원의 느낌을 자아냈음.

🐶 되게 그럴싸 하네요. 이번 촬영 때문에 새로 지은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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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하며 질문을 하자 짐을 옮기던 스텝이 대답했음.

🎥 아니요.
🎥 예산이랑 시간 문제 때문에 새로 짓지는 못했어요.
🎥 감독님께서는 가능하다면 사비라도 내서 짓고 싶어 하셨는데, 제작사가 펄쩍 날 뛰어서….
🐶 그럼 이 세트장은 어떻게 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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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랑 친하신 다른 감독님이 있는데, 그 분이 이번에 영화를 찍었거든요.
🎥 병원을 모티브로 한 공포 영화로 알고 있는데, 촬영하고 남은 세트장을 리모델링 했어요.
🎥 한번 쓰고 부시기 너무 아깝잖아요. 뼈대도 튼튼하고 예쁜데.

스텝과 박문대는 말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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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생각이네요.
🐶 시간이랑 비용도 아끼면서 개성은 살리고.
🐶 (리모델링 값이 장난 아니게 들었을 것 같지만. 새로 세우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겠지.)

이야기를 하던 스텝이 일 때문에 자리를 떠났고, 다른 업무를 하던 스텝이 지나가며 박문대에게 말을 편하게 걸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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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내일이면 마지막 촬영이네요.
🐶 그러게요. 처음 시작할 때는 되게 아득했던 것 같은데.
💡 저도요.
💡 촬영할 게 산더미처럼 많은데, 언제 다 찍나 기간 내에 찍을 수는 있으려나. 그런 생각만 매일 했던 것 같아요.
💡 배우님도 저랑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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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이 다정하게 웃었음.

🐶 그럼요.
🐶 이 역할을 내가 어떻게 맡을까, 잘 소화할 수 있을까, 드라마 촬영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 많이 했어요.
💡 걱정이 무색하게 아주 잘 하셨고요.
🐶 그건 스텝님도 해당되지 않으신가요.
💡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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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받아칠 줄 몰랐는지 스텝은 와르르 웃음을 터뜨렸음. 이내 숨을 한번 쉬다가 허공을 바라보았음. 어느새 붉게 노을 진 하늘을 비춰주는 창문이 눈에 걸렸음. 오늘 촬영은 늦은 오후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었지.

💡 그래요. 고민한 만큼 다들 많이 노력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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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은 무언가 부끄러워 하면서도 고민을 하는 것처럼 보였음. 사뭇 진지한 눈이 박문대를 . 고민이라도 있나, 일이라도 터진 건가 같은 생각이 든 그 순간.

💡 같이 촬영해서 좋았어요. 즐거웠고요.
💡 마지막 촬영 때는 정신이 없어서 말씀 못 드릴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려요.
💡 감사했습니다.
265
스텝이 꺼낸 말은 고민 상담도 아닌, 잘못에 대한 고해성사도 아닌, 순수한 감상과 감사인사였음. 진심이 담긴 눈으로 박문대를 바라보던 그는 다른 스텝들이 부른다며 가보겠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음.
266
박문대는 스텝이 떠난 자리를 한참 동안이나 바라 보았음. 같이 촬영을 하며 호흡을 맞춰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했음. 자질을 의심하며 적대감을 보인 이들도 존재했지만, 그만큼 자신을 믿어주는 이들도 존재했음. 아니, 거의 대부분의 인원들이 자신을 믿고 묵묵히 작품을 준비했음.
267
그들이 없었다면, 믿음이 없었다면 처음 하는 연기를 이렇게까지 소화해내지 못 했을 거임. 박문대는 촬영장 내부를 잠시 바라보았음. 수많은 스텝과 다른 분야의 담당자들이 안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준비를 했음. 내일이 지나면 한동안 바라보지 못할 풍경을 그는 눈동자 속에 깊이 새기려 했음.
268
-

정신없이 촬영을 하다 보니 시간은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음. 실제 병원을 참고해서 지은 세트장이었기 때문에, 식당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었음. 촬영 일정이 없으면 대부분의 인원은 이곳에서 식사를 했음. 박문대도 식사를 하고 퇴근을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지.
269
식당으로 이동하니 노란색을 테마로 한 현수막이 걸린 걸 볼 수 있었음.

[ 문대야! 촬영 수고했어! ]
[ - TeSTAR ]

왜 현수막이 식당에 걸려있나 알아보니, 박문대는 테스타 멤버들이 촬영장에 밥차나 커피차 대신에 출장 뷔페를 불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음.
270
식당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세팅 되어있었음. 다른 촬영장이라면 아니었겠지만, 병원 세트장은 내부에 밥차를 들여오기도 애매했음. 그래서 이 출장 뷔페라는 선택지는 아주 적절했음.

🐶 (누가 내린 판단인지는 모르겠지만, 센스 있네.)
271
병원 세트장에서 촬영한다는 소식을 남들에게 알린 적이 없다는 게 마음에 살짝 걸리지만 현재는 멤버들을 향한 고마움이 컸음. 박문대는 폰을 키고 현장을 멋들어지게 몇 장 찍음. 현수막부터 시작해서 음식까지. 단체방에 메세지를 보냄.

🐶 [뷔페 감사합니다.맛있게 잘 먹을게요.]
🐶 [(사진)]
272
메시지 옆에 뜨는 숫자가 금방 줄어들지 않는다는 게 좀 걸리긴 했지만, 그들도 바쁜 연예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폰을 주머니에 집어 넣었음. 박문대는 접시를 들어 제 가까이 있는 음식 몇 개를 그 위에 담았음. 또 무슨 음식이 있나 둘러보던 중에, 유난히 인원이 모인 곳을 발견함.
273
양고기나 국수 등 조리사의 손길이 필요한 음식이 있는 곳임. 조리복을 꼼꼼하게 껴입은 건장한 청년 여섯이 각자 자기가 맡은 음식을 사람들의 요구에 맞추어 배식을 하고 있었음. 고급뷔페를 가야 볼 수 있는 진귀한 광경이 펼쳐지자 그것을 신기하게 느낀 사람들이 모여 복작 한 거였음.
274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박문대는 우선 갖고 온 음식부터 자리에 앉아 해치우기로 함. 음식을 먹으면 주위에 있는 스텝들이 이야기하는 걸 드문드문 들을 수 있었음.

😀 조리사 분들 눈만 얼핏 봤는데도 엄청 잘생겼더라.
😆 맞아. 마스크 벗은 모습은 어떨까 궁금하네. 목소리도 들어봤어?
275
😀 아니, 못 들었어.
😆 아깝다. 난 들어봤는데, 목소리가 되게 듣기 좋아.
😀 그래? 나도 다음에 너처럼 국수 먹을까?
😆 좋아. 근데, 나 이상하게 저 사람들 낯이 익는다?
😀 잘생겨서 착각 하는 건 아니고?
😆 그런가….
😀 요즘은 조리사들도 다 잘생겨야 하나 봐.
😆 그런가 보네.
276
어느새 접시를 비운 박문대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리사들이 있는 쪽으로 갔음. 아까 전보다 사람이 빠져 한산했음. 출장 뷔페는 국수 같은 음식은 면을 따로 세팅하고 그 옆에 온수기를 놓는데, 여기는 직접 사람을 불렀음. 여섯 명이나. 특이하기도 했고, 장난 아니게 돈을 썼겠다는 생각을 했음.
277
🐶 (괜찮네. 다른 멤버한테도 나중에 써 먹어야지.)

여러 가지 계산을 하며 국수를 담당하는 조리사에게 다가 간 박문대였음.

😁 고명은 어떤 걸로 올려 드릴까요?

스텝이 언급할 정도로 좋은 목소리는 알게 모르게 긴장이 잔뜩 들어가 있었음. 그리고 이상하게 눈도, 목소리도 낯이 익었지.
278
눈은 고글을 쓰고 있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준수한 외모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음.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자 근처에서 푸흡, 웃음소리가 들려왔음.

🐶 (뭐지,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저런 건가.)
279
어쨌든 멤버들이 잘 알아보고 준비한 거라 생각하면서 수상함을 애써 무시하고 침착하게 주문을 하려던 찰나였음.

🐻 문대문대는 노란색 좋아하니까 계란 많이 올려줄게.
🐶 이세진…?

낯이 익은 목소리가 아니라 모를 리가 없는 목소리였음.
280
박문대가 상황파악을 완전히 끝내기 전에 조리사는 마스크를 내렸음. 마스크 뒤에 숨겨진 귀까지 걸린 미소가 한 눈에 들어왔음. 훤칠한 이목구비가 다 드러났지.

🐶 미ㅊ...
👥 으아악, 테스타다!

박문대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옆에서 다른 멤버들을 알아본 스텝이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음.
281
식사를 하던 인원의 시선이 모두 그들을 향했음. 식당이 시끌벅쩍 해졌고, 핸드폰을 꺼내 그들을 촬영하는 사람도 있었음. 더는 못 숨기겠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그럴 생각이 없었던 건지 하나 둘 나와 제 정체를 밝혔음.
282
차유진은 신난 듯이 나왔고, 류청우와 이세진은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차분하고 태연하게 나왔음. 나머지 인원은 쑥스러운지 쭈삣거렸음. 그리고 그들을 멍하게 바라보는 박문대였음.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멤버들은 신난 낯으로 식당에 있는 제작진들에게 인사를 했음.
283
🐺🐹🦌🐻🐱🐰 Take your STAR!
🐺🐹🦌🐻🐱🐰 안녕하세요, 테스타입니다!

짧은 시간동안 상황파악을 한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호응을 했음. 감독도 그러했지.

🎬 이야, 반응을 보니까 아주 감쪽같이 속였나 보네요.
🐶 감독님은 알고 계셨어요?
284
태연한 감독의 태도에 박문대는 얼이 빠진 목소리로 질문을 했음. 감독은 은은하게 웃으며 대답을 했지.

🎬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닌 걸요.
🎬 그럼 이것도 모르겠네.
🐶 뭘요…?
🎬 오늘 카메오 촬영 있는 거 알고 있었어요?
285
🐶 카메오가 있다는 건 알아도 오늘인 줄은 몰랐어요.
🎬 그렇구나. 이야…. 대단한데.

감독은 테스타 멤버들이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능청스럽게 질문을 던졌음.

🎬 카메오 촬영하는 기분이 어때요?
🎬 벌써 두 번째인데.
🐺 하하…. 처음보다는 훨씬 부담이 덜 하네요.
🐶 ?
286
류청우가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했음. 박문대를 보고 표정이 더 장난스럽게 변한 것 같았지만.

🐶 혹시.
🎬 생각하던 게 맞아요.
🎬 오늘의 카메오는 문대 씨를 제외한 테스타 멤버분들입니다.
🐶 예…?
🎬 배세진 씨가 저한테 개인적으로 연락 했어요.
🎬 예전부터 친분이 있기도 했고.
🐹 크흠…!
287
배세진의 목소리가 들려왔음. 그가 가까이 와서 모든 상황을 설명했음.

🐹 원래는 밥차를 보내려고 했었는데, 감독님이 오늘 세트장 촬영을 한다고 알려주셔서 급하게 출장 뷔페로 바꿨어.
🐹 마침 감독님이 적당한 카메오 역할도 제안을 해주셨겠다, 하는 김에 제대로 하자는 생각이 들었어.
288
🎬 기왕 올 거면 재밌게 등장해 달라고 언질을 줬는데,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할 줄은 저도 몰랐네요.

조율을 하던 상황이 생각나는지 감독은 입가에 실실 미소를 머금은 채였음.

🦌 호, 혹시 너 몰래 준비해서 마음 상한 건 아니지 문대야?
289
어느새 가까이 온 아현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박문대에게 질문했음.

🐶 아니야. 좀 놀라긴 했지만 재밌었어.
🐶 기억에 제대로 남을 것 같고.

박문대는 단칼에 고개를 저었음. 많이 당황하긴 했지만, 지금 하는 말에는 한치의 거짓도 없었거든.
290
🐶 카메오라면…. 어떤 역할로 출연하는 건가요?

모든 상황을 알게 된 박문대가 질문했음.

🎬 병원에 달마다 와서 정기 공연하는 밴드로 나와요.

감독이 대답했음. 공연, 밴드, 아주 낯익은 단어들이 나오자 박문대는 감독을 바라보았음.

🐶 노리신 건가요….
🎬 당연하죠.
🎬 그나저나, 문대 씨.
291
🐶 네, 감독님.
🎬 식사 시간 얼마 안 남았어요. 분장도 다시 해야 하는 걸로 아는데.
🐶 아.

시계를 본 박문대는 급히 양해를 구했음.

🐶 저는 잠깐 분장팀에게 가보겠습니다.
🐶 나머지는… 이따 봅시다.

자리를 박차고 분장실을 향해 달리 듯 빠르게 걸었음. 입가에는 미소가 걸린 채.
292
-

마지막 촬영이 어제였던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은 빠르게 흘러 종방연이 다가왔음.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음. 박문대가 출연한 드라마 ‘청춘의 잔상’의 초반 시청률은 기대와 달리 라이벌 드라마에 비해 부진했지만, 화제성은 남달랐음.
293
시간이 지나면서 라이벌 드라마의 부진과 높은 화제성, 입소문을 등에 업고 점점 대성해 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음. 섬세한 제작진의 연출력과 진심으로 작품에 임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큰 시너지를 낸 거였음.

박문대는 차에서 내려 미리 안내받은 장소로 걸어 들어갔음.
294
시간은 벌써 청춘의 잔상의 마지막화가 송출될 시간이었음. 그를 기다린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려가며 종방연에 들어가는 모습을 끊임없이 촬영했음.

🐶 (만약….)
🐶 (드라마가 잘 되지 않았더라면, 내가 건후를 잘 소화하지 못 했더라면.)
🐶 (지금 이 풍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겠지.
295
박문대는 발걸음을 옮기며 어제 숙소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생각했음.

-

어제 자 청춘의 잔상에서는 건후가 우석과 아버지로 인해 상처 받은 마음을 용남에게 위로 받는 바로 그 장면이 송출 되었음. 참 많은 시청자들을 울렸음. 자신의 멤버들도 포함해서.
296
어떤 장면인지 완전히 파악하고 있던 배세진도 결국 훌쩍훌쩍 울음을 터뜨렸고, 박문대는 그것을 꽤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음. 시청자들을 울린건 울린거고,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음.

용남의 위로로 힘을 얻은 건후는 이웃들의 도움을 빌려 우석에게서 핵심 정보를 빼앗았음.
297
그것을 들고 황혼그룹 정기 회의로 달려갔지. 다행히도 끝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음. 회의에서 정보를 완전히 공개해 버리며 우석과 수호의 사촌은 그 자리에서 구속이 되어버림. 청화마을의 재개발도 무기한 보류되었음. 수호의 형도 차기 회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음.
298
승리감에 도취되어 기쁨을 누리던 순간, 수호가 쓰러지고 병원으로 이송 되면서 모든 진실이 공개 됨.

황혼그룹의 차남인 수호는 시한부이기 때문에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
299
청화마을에서의 추억을 어린 시절의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여긴 그는, 남은 시간동안 자신의 추억을 만들어준 청화마을 사람들에게 보답을 하고 재개발을 막기 위해 건후를 찾아온 거였음. 비록 어린시절의 끝은 건후의 친아버지가 자신을 납치하는 범죄를 저질러 흐지부지 흩어졌지만 말이야.
300
줄거리에 완전히 이입해 등장인물을 대변하고 공감하는 사람들도 존재했던 반면, 분석과 비판을 하며 자신의 방식대로 드라마를 즐기는 사람들도 존재했음. 그 모습을 박문대는 폰으로, 컴퓨터로, 두 눈으로, 온 몸으로 지켜보았음. 노래를 발매하는 것과는 다른 신기한 경험이었음.

-
301
🗣️ 문대 씨?

박문대에게 수호 배우가 말을 걸었음.

🐶 잠깐 딴생각을 좀 하느라….
🗣️ 드라마를 떠나 보낼 때가 되니까 별 생각이 다 들죠?
🗣️ 저도 그래요.

박문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음. 괜히 입을 열었다가 감상에 젖은 말만 내뱉을 것 같아서. 흑역사를 더 남기긴 싫었음.
302
🗣️ 볼까요.
🗣️ 이제 정말…. 끝이에요.

수호 배우는 그렇게 말하며 앞을 보았음. 드라마에 참여했던 제작진과 배우들의 시선이 앞에 놓인 큰 화면을 향해 있었음. 수많은 장면들이 지나갔음.
303
테스타가 병원에 정기 공연을 왔다는 설정과 함께 카메오로 출현하는 장면부터, 어두운 드라마의 분위기를 환기 시켜주는 장면, 병원에 입원한 수호와 건후가 독대하는 장면, 수호가 건후에게 ‘네 탓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며 끝내 죄책감을 모두 덜어내는 장면, 그리고…
304
수호가 평온하게 세상을 떠나는 장면까지.
그 외에도 말로 모두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장면들이 지나갔음. 웃는 소리가 나기도 했고, 훌쩍이는 소리가 나기도 했음. 박문대는 화면에 집중하는 만큼, 그 화면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집중했음.
305
그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잠깐 시선을 돌려도 제 눈 앞에서 사람들이 아른거리는 것만 같았음. 마치 잔상처럼.
드라마 속에서의 시간은 몇 초 만에 5년이 훌쩍 지나있었음. 청화마을은 생기가 가득 넘치는 예전의 푸르른 모습을 되찾았음. 건후는 사진가가 되어 있었지.
306
편안한 마을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소한 행복을 찍어 나갔음.
건후는 조그마난 전시회가 잡히면서 집안을 정리하기 시작했음. 전시할 사진들을 찾기 위해서였음. 디지털 카메라가 대부분은 요즘 시기에 유건후는 필름 카메라만을 고집했음. 그래서 집 안은 현상한 사진과 필름으로 가득했음.
307
수많은 고민 끝에 전시할 사진들을 정했음. 그 중에서 눈에 띄는 사진은 찢어져서 절반밖에 남지 않은 사진이었음. 자신의 첫 번째 필름 카메라로 찍고 현상한 사진이었음. 필름과 카메라 모두 너무 낡아서 한번 찍고 더 이상 현상할 수 없었음.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308
🧒 형, 이거 정말 전시할거야?

5년 사이 훌쩍 큰 윤호가 건후에게 질문했음.

🐶 응.
🧒 그래…?
🧒 제목은 뭘로 할 거야?
🐶 잔상이라고 할까. 우선.

장면이 다시 지나가고 전시회장의 모습이 보였음. 절반 밖에 남지 않은 사진 아래에는 ‘잔상’ 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음.
309
그 장면이 유건후가 계속해서 반절 남은 사진을 찾는 장면과 번갈아 비춰짐.
어느새 전시회는 마지막 날을 맞이했음. 폐장 시간이 다가왔고, 한 인영이 재빠르게 전시회장 안으로 들어옴. 유건후였음. 손에는 반 밖에 남지 않은 사진을 쥐고 있었음. 그는 재빨리 ‘잔상’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음.
310
그리고 작품을 꺼내 제가 들고 있는 사진이랑 맞춰보았음.

🐶 됐다….

딱 맞았음. 마침내 온전해진 사진 속에서는 두 남자가 아주 밝게 웃고 있었음. 수호와 건후였음. 건후는 사진을 손으로 몇 번 매만지더니, 만족한 듯 사진을 다시 전시했음. 그리고 시선을 이름표로 돌렸음.
311
전시회 직원을 불러 그에게 무언가 속삭인 그는 주머니에 있는 펜을 꺼냈음. 직원은 그를 말리지 않았음. 아까 전에 이야기를 했기 때문일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게 중요하지는 않았음. 왜냐하면 건후가 이름표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거든.
312
원래 이름 옆에 무언가를 적은 건후는 뒤로 물러나 그것을 한참이나 서서 바라보았음. 시간이 지나자 아예 자리를 대놓고 잡은 뒤, 안아서 보았음. 건후의 표정은 애틋해 보이기도 했고, 기뻐 보이기도 했고, 슬퍼 보이기도 했음. 그러나, 최종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행복이었음.
313
잔잔한 노래가 나오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카메라는 건후가 바라보는 이름표에 가까이 다가갔음. 이름표에 적힌 것은 다름이 아니라.

['청춘의' 잔상]
314
🐶 (유건우의 청춘의 잔상은 박수호였다.)
🐶 (넓게 해석하면 청화마을이 될 수도 있겠지.)
🐶 (작위적인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장면 자체는 참 잘 뽑았어.)

박문대는 제 첫 드라마 마지막 장면의 감상을 이와 같이 마무리했음. 약간의 의문과 함께.

🐶 (나의 추억을 담은 잔상은 무엇일까.)
315
평소라면 하지 않을 생각이었음. 그러나, 하지 않던 감성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긴 시간 쉼 없이 달려온 자의 특혜 아닐까.
박문대는 여러 가지 거대한 생각들을 하다 이내 멈추었음. 머리가 아파 포기한 것에 가까웠음. 그리고는 마지막 화의 여운을 즐기고 있는 제 주위의 사람들을 보았음.
316
감독을 보았음. 스텝을 보았음. 멤버들이 보낸 톡의 알람이 가득 찬 폰을 보았음. 어딘가에서 지금 이 화면을 같이 보고 있을 시청자들을 생각했음. 팬들을 생각했음. 자신을 응원해준 사람들을 생각했음.

🐶 (그렇구나.)
🐶 (거창하게 찾을 필요가 없었어.)
🐶 (왜냐하면 내 청춘의 잔상은 -.)
317
박문대가 생각을 천천히 갈무리했고, 화면에 엔딩 장면이 송출 되었음.
318
그동안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춘의 잔상’과 함께 했던 시간이
여러분에게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319
잔상은 추억이 되었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
320
청춘의 잔상.
321
끝.
322
본편 완결.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트위터 게시 버전과 소장본의 본편은 빠른 시일 내에 포스타입에 게시하겠습니다.
외전은 유료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기다려주세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323
최대한 이번주 내에, 늦으면 다음주에 소장본 통판 폼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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