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자정. 떠들썩한 큰길을 등지고 지름길로 향하던 박문대는, 뒤에서 뻗어 나온 손에 속수무책으로 끌어안겨졌다....

떠들썩한 큰길을 등지고 지름길로 향하던 박문대는, 뒤에서 뻗어 나온 손에 속수무책으로 끌어안겨졌다.
"류건우, 너 맞지."
익숙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이 알고 있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 아닌가.
"오늘은 내게 써줘."
핼러윈 백일몽 큰세X문대로 큰세문대🐻🐶
"일단 가자."
아니, 야...!
어깨를 안은 그대로 질질 끌고 가는 힘에 물려가는 개껌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상태창을 확인해 봤지만 어떤 것도 뜨지 않았다. 개 같은 영어 한마디와 함께 이젠 보기만 해도 짜증나는 이모티콘 따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곳은 현실이다.
'당연하지, 몸이 박문대인데.'
그러면 이세진은 왜 여기 있는데.
핼러윈의 시작이라고 북적하게 다니던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쪽을 애처롭게 보는 눈을 마주하며 슬쩍 이 녀석의 상태창도 확인했다.
[상태이상: Enjoy your daydream;(]
"어...."
"왜 그런 표정이야?"
"...이세진."
"표정 풀어. 어차피 오늘 밖에 못 있어."
의아함을 가득 띄우고 바라보자 쓰게 웃는다.
"그냥 알 수 있어."
신재현과 같은 류인가. 시스템을 보지 않아도 감으로 알 수 있는 경우.
"...."
"네가 사라진 뒤로 꿈을 자주 꿨거든. 오늘은 좀 생생하긴 하다."
왜 이런 얼굴이야.
레티에서 데뷔도 했을 테고 좋은 곡도 뽑지 않았겠나. 이세진은 그곳에서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날카로운 느낌이 들었다.
지친 숨을 내쉬며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놈을 차마 뿌리칠 수가 없었다. 큰세진이 치대는 걸 좋아하기는 했지만 이 녀석은 아닐 텐데. 나는 낯선 사람일 것이다. 그곳에서도 몇 번 보지 않은 사이였으니까.
"그래, 이 꿈에서의 너는 답해줄 것 같은데."
이어진 이세진의 물음은 정말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것이었다.
"왜 날 두고 갔어?"
"내가 두고 갔다고."
"주웠으면 거둬야지, 그게 맞는 거잖아."
어깨에 기댔던 이마를 살짝 틀어 바라본다. 특유의 눈웃음이었지만 내가 알던 테스타 이세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너 왜 이러는 거야?"
"......."
황당할 수는 있겠지. 직접 스카웃도 하고 작곡가도 소개해주고 조언아닌 조언도 해줬던, 어쩌면 훗날 같은 그룹으로 데뷔하게 될지도 모르는 연습생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하지만 그 뿐이지 않나.
"그걸 알았으면 이렇게 억울하지나 않지."
나를 하나의 동아줄이라고 여겼을 수는 있다. 힘든 상황에서 연습생 제안을 한 것이니까. 하지만 이세진은 고작 그런 일로 큰 애정을 느끼는 놈이 아니다.
"문대문대, 정말이야."
"...!"
딱딱하게 굳은 몸을 느꼈는지 안겼던 몸을 세운다. 얼어붙은 내 입꼬리를 가만히 훑는 눈길이 느껴졌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너...."
"모르겠어, 뒤죽박죽이야.... 어떤 꿈에서는 류건우의 모습인 네가 돌아서고 있고, 또 어떤 꿈에서는 낯선 나랑 즐겁게 대화하고 있고. 지금은 새로운 유형의 꿈이네. 여기도 핼러윈인 모양이야."
"...."
"다른 게 뭐가 중요해, 간단하게 생각하자."
짧게 마른세수를 한 이세진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가자."
이세진이 지내던 과거에 비해 많이도 변했을 도시를 척척 잘도 다닌다. 손을 잡혀 끌려다니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젠장, 오늘 스케줄 어떡하지....
걱정할 멤버들에게 메세지를 보내면서도 백일몽 속 이세진에 대한 양심이 아파왔다.
[문대 어디야~!~!ㅠ.ㅠ]
큰세진에게서 온 답장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인기차트에 모르는 곡만 있는 게 당황스러운지 어어? 하는 소리만 내더니 겨우겨우 하나 골라 마이크를 잡는다.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양심에 부상을 입어버린 나도 마이크를 들어주었다....
"멋지다, 거누거누~!"
즐겁냐? 즐겁냐고.
"근데 왜 이름이 박문대지? 내 무의식이 반영됐나?"
"왜 아프지? 꿈이면서."
"꿈이니까 아프다고 생각하는 거지. 사실 몸에 전해지는 충격은 없으면서 네 뇌가 그렇게 믿고 있는 거다."
"그런가?"
"어. 한 대 더 맞아봐."
"악!"
의아하게 중얼거리는 이세진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아졌다. 화를 낼 생각도 못하고 갸웃거리는 게 참... 바보 같아서 재밌었기 때문이다. 말은 못하겠지만.
"사진도 찍자."
"꿈에서 찍으면 뭐해."
"혹시 모르지, 일어났는데 손에 쥐고 있을지."
현실보다 어린 이세진이나 나나 대중들에게 보여지면 귀찮은 일이 생길 것이 분명하기에 핼러윈 기념인 척 분장도 했다.
"졸려?"
"어."
"참아, 그래도."
"왜 물어본 거냐."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우리 엄청 친해질 수 있었을 텐데."
"...."
"적어도 그때 내 상황만 좋았더라면, 쉽게 마음을 열었을지도 모르지."
"그 말을 하는 이유가 뭔데."
"아쉬워서."
헤어지기 너무 아쉬워서.
손목을 쥐는 손길이 어쩐지 건조했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궁금하거든. 왜 이렇게 네가 그립지."
주머니 속에 넣어뒀던 핸드폰 진동이 계속해서 울린다.
"자정까지 있어줄 거지?"
"...그래."
"그렇지, 오늘 하루만이라도 나 버리지 마."
그러니까, 너 버린 적 없다고.
"작곡가랑 컨택했는데, 네가 말한 곡이 확실히 좋았어. 그런데 데뷔는 아직이고... 그냥 미뤘는데."
"데뷔보다 네가 더 급했으니까. ...부담스러워?"
"말이 되냐."
"되더라고."
조곤조곤 이어지는 대화가 나긋하다. 몰려오는 수마를 감당해내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자면 안 돼."
"너는 안 졸리냐."
"지금이 자고 있는 중인데 왜 졸려."
"...."
"사실 졸리긴 해. 꿈인데 이상하지...."
뺨을 죽죽 늘리는 놈의 정강이를 걷어차버렸다. 잠 깨우려다 본인 잠이 깨버렸다고 시끄럽게 징징거린다.
"다음 핼러윈에도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땐 너도 데뷔해. 그러면 쫓기는 기분도 공감이 되겠지."
"오늘처럼?"
"오늘처럼."
다음 날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어둑어둑한 산책로에는 어느새 녀석과 나만 남아있었다.
"5분 남았어."
"4분이지. 59분까지니까."
"안 믿겨져...."
초조하게 시계를 흘긋거리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세진은 마른 입술을 혀로 적셨다.
"다음에 올 때는 스케줄 비워둘게."
"어?"
"그땐 네 곡 하나 불러줘."
내가 없으니 마법소년 같은 건 아니겠지.
"내가 생각해봤거든."
"어."
"너무 반갑고 너무 기쁘고 슬프고, 그랬단 말이야?"
"어."
"그런데 아마도."
"...야."
이세진이 점차 흐려진다.
"너 몸이."
"잠깐, 류건우. 사라질 거 알고 있었잖아. 지금은 그것보다."
다급해진 이세진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나는 아마도."
"...."
"아마도 너를-"
뒷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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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your daydream:)]
이세진은 침대에서 눈을 떴다.
어두운 방 안에서 깜빡깜빡 빛나는 디지털시계에는 12월 1일이 찍혀있었다.
멍하니 시계를 바라보다 손을 뻗는데, 손아귀 안에 무언가 잡히는 게 아닌가. 내려다보니 그곳에는.
"...하."
류건우, 아니 박문대를 꼭 껴안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그와 찍었던 사진인 것이다.
- 다음 핼러윈에도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한 말이 떠오른다. 그때 류건우는 피식 웃으며 데뷔부터 하라고 했었지.
마지막으로 전하려던 그 말. 아마 뒷말은 닿지 못했겠지.
사실 다음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된다면. 제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꼭.
큰세는 10월 31일 동안 문대와 있었던 것이며 돌아온 날짜는 12월 1일이 아닌 11월 1일이랍니다( ;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