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스토커 때문에 시달리는 거 보고싶다 너무 적폐같나요?? 이런 저를 견디십쇼..

@Ria_119_
ㄹㅇ@Ria_119_
47 views Jul 27, 2026 ~9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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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스토커 때문에 시달리는 거 보고싶다 너무 적폐같나요?? 이런 저를 견디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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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한 문자였음.
「문대야. 오늘 뭐 먹었어?」
일상적인 내용이었고, 팬들이 아이돌의 연락처를 찾아내서 연락하는 것은 데이터 팔이일 적 자주 봤던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음. 하지만 문자는 그 날 이후, 수시로 폰을 울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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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일상을 묻던 내용들은 갈수록 더 사적인 부분을 캐내려는 질문으로 바뀌어갔고, 마침내 오늘. 오늘 문대가 받은 문자는 「우리 문대. 너무 보고 싶다....내가 오늘 데리러 갈게. 마중 나와줄래?」 였음. 문대는 문자 내용을 읽는 순간 머리부터 발 끝까지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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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는 말이라고 넘기기에는 그 다음으로 보낸 사진이 심상치 않았음.
「(사진)」
사진 속에는 테스타가 살고 있는 숙소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음. 그리고 그 다음으로 보낸 사진에는....문대가 지금 누워 있는 방이 클로즈업 되어서 찍혀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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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라서 창을 열고 두리번거렸으나 이미 도망친 것인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음. 다시 침대 위로 앉은 문대는 고민했음.
'그저 그런 사생이라고 생각해서 멤버들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면 사태가 이미 심각하다. 경찰에 신고해도 제대로 처리해줄 리도 없고…매니저에게 말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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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는 떨리는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피면서 긴장을 풀고, 매니저에게 전화했음. 하지만 공교롭게도,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X발....."

매니저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음. 휴가 기간이라 업무용 전화는 꺼놓기라도 한 건가. 어쨌든 지금 제게 있어 좋은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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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세진에게 전화해야 하나?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니, 여차 하면… 아니, 사생이 몇 명이고 어떤 사람인 줄 알고 한 명만 불러오나. 섣불리 큰세진을 호출했다가 피해만 늘릴 수도 있다. 그럼?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뭘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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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가 고민하던 그때.

띵동-

벨소리가 울렸음. 이런 젠장… 문대는 입술만 물어뜯다가 침실로 들어가 문을 잠구었음. 그리고 사생은, 벨을 누른 것은 단지 장난이었다는 듯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했음. 낯익은 소리가 들리다가 마침내.

삐리릭-

경쾌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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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야~ 어디 있어? 여기 있나?"

고작 해야 20대 정도 되었을까 하는 여자의 목소리였고, 문이란 문은 다 열어젖히고 있는 듯 했음. 언제까지고 문을 붙잡고 있을 순 없기에 문대는 방 안을 둘러봤음. 어디 숨을 곳 없나? 그 사이에 여자의 콧노래 소리는 더욱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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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발......'

문대는 결국 옷장 깊숙이 몸을 숨겼음. 옷들 사이에 파묻혀 있으니, 핸드폰 불빛을 잠시나마 가려줄 것이었음. 그러니까 문대는, 멤버들에게 연락하기로 결심했음. 테스타 단톡방에. 문대는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려 애쓰며 글을 적어내려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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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사생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지금 제 방 안에 있고, 침입한 사생은 20대 여성 한 명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회사 인력을 대동해서 찾아오세요. 절대로 혼자 오지 마ㅅ]

얼추 할 말을 마무리짓던 그 시점에, 문대가 있던 방의 문고리가 덜컥거리더니 내리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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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혼자 오지 마세요. 제가 최대한 버텨보겠습니다.]

전송 버튼을 누른 문대가 옷장 구석을 발견한 것은 아주 우연한 일이었음. 그리고 핸드폰 화면 윗쪽의, 와이파이 아이콘을 확인한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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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한 문대가 손을 뻗어 그것을 만지는 순간,

"찾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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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는 열리려는 옷장의 문을 있는 힘껏 부여잡고 있었음.

"문대야, 힘 좀 빼봐, 응? 누나가 너 다칠까봐 걱정돼서 그래. 아이돌은 몸이 생명이잖아! 가뜩이나 한 번 다친 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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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걱정을 실어 말하는 것에 문대는 코웃음 쳤음. X랄...그게 걱정됐으면 이런 미친 짓은 하지 말았어야지.

"들어오지, 마세요. 못 열어드립니다."
"문대야, 혹시… 멤버들 기다리는 거야?"
"……"
"아하하! 정말? 어떡하지~ 다른 멤버들한테 보낸 카톡은 전송 안됐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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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어요."
"응?"
"알고 있다고요."
"…뭐?"

웃음기가 싹 가시는 목소리에 문대는 몸을 굳히며 방금 전의 상황을 상기시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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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무언가. 몇년 간 질리도록 봐온 것의 형태를 문대가 잊을 리 없었음. 그것은 카메라였고, 그를 확신함과 동시에 소름이 쫙 돋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음. 이 정도로 치밀한 사람이라면, 인터넷을 끊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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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음. 바로 확인해 본 와이파이 아이콘의 옆에는 느낌표가 띄워져 있었으니까. 다행히도 문대는 바로 데이터로 전환한 채 재전송했음. 그러니까, 조금만 더 버티면 멤버들이 올 수 있는 상황이었음. 조금만. 그래,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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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옷장 문에 실리던 힘이 사라지던 것이 느껴졌음.

'....?'
"아아 정말, 문대야... 나랑 마주치는 게 그렇게 쑥스러운 거야?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봐...."

이건 또 무슨 신종 개소린지 싶었지만 문대는 팔의 힘을 풀지 않고 기다렸음. 더 뭘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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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다시 힘이 실리는 느낌은 들지 않았음. 의아해진 문대가 귀를 기울이는데, 끼릭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음. 미친… X발, X됐다. 이 미친놈이 옷장 문의 나사를 풀고 있는 듯 했음. 이렇게 된 거, 육탄전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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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는 상대가 방심할 때를 기다리며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수 있게 몸을 준비시켰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음. 문이 열리고 환한 빛이 쏟아져 나옴과 동시에 튀어나간 문대의 얼굴에는 매캐한 무언가가 뿌려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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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컥, 콜록, 으,"

'X발 이건 또 뭐란 말인가.'

"아이~ 우리 문대 예쁘다~"

별 같잖은 소리를 하면서 얼굴을 감싸쥔 제 손목을 묶는 여자는 이내 제 발목과 손목을 연결시켜 묶었음. 대체 어떻게 묶어놓은 건지… 신체 건장한 문대조차도 꼼짝할 수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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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콜록, 풀, 아윽!"
"우리 문대...멤버들이 곧 구하러 올 텐데 그때까지라도 나랑 얘기하자. 오랜만에 팬이랑 만나니까 좋지, 문대야?"

여자는 문대의 손목을 아낌없이 밟아대고 있었음. 어차피 이럴 거면서 아까는 잘도 걱정된단 소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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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은, 무슨."
"…응?"
"그쪽은 팬도 아니란 얘기야.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를 어떻게 이딴 식으로, 컥!"

이런 X발...후유증 남기라도 하면 노래는 어떻게 부르라고 남의 배를 이딴 식으로 막 걷어찬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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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는 가슴팍을 가로지르는 흉터 아래 생겼을 멍을 생각하니 한숨이 다 나왔음. 그리고 노선을 바꾸기로 결정했음.

"콜록, 큼. 원하는 게… 뭐예요?"

순식간에 말투를 바뀌는 걸 보고 싫어할 수도 있지만, 아까부터 하는 말을 보면 아이돌로서의 박문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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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미팅에서 러뷰어들을 대하듯 다정한 목소리로 말해보았고, 결과는 역시나.

"음, 나는… 우리 문대가 나랑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어. 요즘 관심 있는 건 뭔지, 핸드폰은 왜 그리 자주 들여다보는지, 침대에서 일어날 때마다 머리를 붙잡는 건 사고 후유증인지… 문대랑 하고 싶은 말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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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듯 손을 맞잡으며 얘기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현재 상황을 대강 파악하고 있던 문대에게도 아찔한 기분을 선사했음. 옷장 안에 달려 있던 카메라… 말하는 걸 보니 방 안 다른 곳에도 카메라를 설치해놨겠군. 문대는 드러나려는 역겨움을 애써 숨기고 다정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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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문대야. 그렇게 쳐다보면 내가 너무 떨려…"

사람을 이따위로 만들어 놓고 설레어 하는 모습이 옆동네에 사는 신 모씨를 떠올리게 했음. 문대는 다소 상황과 맞지 않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 안도했음. 저 상태만 유지한다면, 더 이상 다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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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는 아이돌로서의 박문대를 연기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음. 그러나 그것이 무색하게도, 방 안에는 전화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음. 문대의 카톡을 본 멤버들이 전화를 하는 것 같았음. 이성적인 선택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최악의 선택이기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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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평온하게 만들었던 저 여자가 다시 눈에 광기를 두르기 시작했으니까. 여자는 문대의 휴대폰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음. 익숙한 벨소리가 이어지다가, 휴대폰까지 한 걸음 남았을 때 뚝 끊어졌고 그와 동시에 여자의 걸음도 멈추었음.

'제발, 제발… 더 걸지 마라. 지금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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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문대의 바람을 무시한 채로 벨소리는 다시 울리기 시작했고, 여자는 마침내 한 걸음을 걸어 휴대폰을 주워 들었음. 문대는 이 뒤의 상황이 뻔하게 예상되었음.
여자는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 박문대? 너 지금 어디야!

스피커폰으로 돌린 후 웃으면서 입모양으로 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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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야, 대답 잘 해야 해.'

문대는 그 형태를 힐끗 쳐다본 후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짰음.

"…큼, 어. 세진아."

-…박문대?

"응. 나다. …하던 대로 해."

-뭐? 무슨 소릴…

"회사 직원들 데리고 숙소로 최대한 빨리 와. 웬 미친 사생이 사람을 묶어두고 있,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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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X발....더럽게 아프네. 문대는 눈물이 고여서 벌게진 눈으로 여자를 노려보았음. 무슨 배신이라도 당한 것마냥 눈을 크게 뜨고 상처받은 눈빛을 하고 있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해서 웃음이 절로 나왔음.

"문대야, 네가 왜… 아, 정말이지. 난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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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불안하게 들리는 목소리 뒤로, 문대는 아득해지는 의식의 저편으로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음. 그 찰나에 느낀 것은, 뒷목의 아릿함 정도였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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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의 말대로 직원들을 잔뜩 대동한 채로 숙소에 들어선 멤버들은 텅 빈 거실을 보고 있었음. 아무리 봐도, 이곳에 문대가 있진 않은 듯 했음.

"무, 문대가… 납치된 것 가, 같은데…"
"아, 이런 미친…"
[어떤 정신나간 사람이…!]
"…CCTV. 그것부터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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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우의 침착한 목소리는 놀란 멤버들을 진정시켰음. 그렇게 관리실로 달려가 바라본 화면에서는 어떤 여자가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에 타는 모습이 보였음. 거기까진 아무 문제도 없었으나 멤버들은 발견하고 말았음. 캐리어 밖으로 나온, 미처 다 들어가지 못한, 문대의 휴대폰 키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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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 안에 문대가…!"

선아현이 비명과 같은 소리로 말한 순간 그곳에 있던 모두는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던 평온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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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대는 지끈거리는 머릿속을 채 정리하지 못한 채 정신을 차렸음. 하지만 자신이 정신을 차린 걸 저 납치범이 알게 되면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랐기에 깨어나지 않은 척 하기로 했음. 아주 적절한 대처였으나 문대가 간과한 것은,

"우리 문대 정말 예쁘게 자네....하아, 씻겨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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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이 생각보다도 더… 미친놈이라는 사실이었음. 문대는 자신의 신체건강을 위해서라면 잠시간의 수치심도 마땅히 참아낼 수 있었으나, 예상치 못한 말에 몸이 덜컥거리는 걸 숨길 수는 없었음. 그리고 그를 빤히 쳐다보던 여자는 문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음.

"어라… 일어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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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는 울며 겨자먹기로 눈을 뜰 수밖에 없었음. 방금 전의 움직임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나 일어났어요 하고 광고하는 몸짓이었기에.

"…예."

몸은… 의자에 묶였고, 눈앞이 조금 흐릿하지만, 그럭저럭 사리분별할 정도는 되는군. 문대는 제법 침착하게 제 몸 상태를 체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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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탈출하기에 적절한 컨디션은 아니었음. 팔다리가 심하게 저려오는 게, 달려나가다 넘어질 것 같았으니까. 문대는 탈출을 보류하고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음. 최대한 몸에 상처를 입지 않고, 누군가 구출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아,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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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왜 항상 자신에게만 일어나는가. 무슨 도화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체 왜 이딴 변태들만 꼬이는 건지. 문대는 착잡함에 한숨을 내쉬려다 앞에 누가 있는지 깨닫고 참았음.

"절 이곳에 데려오신 이유가 뭡니까?"
"그야, 문대와 더 함께하고 싶어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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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라면 팬미팅이라던지… 다양한 방법이 있었을 텐데요."
"하지만, 그런 걸로는 문대의 깊숙한 곳까지 살펴볼 수가 없잖아. 나는 너의 아주 세밀한 것 하나하나 다 알아보고 싶어, 문대야."

문대는 정말이지, 차라리 기절하고 싶었음. 저런 미친 소리를 제정신으로 듣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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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정신차리자. 정말 기절한다면 저 여자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다. 문대는 자꾸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려는 생각을 다잡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떠올렸음.

'1번, 멤버들이 데리러 올 때까지 얌전히 비위 맞춰주면서 기다린다. 2번, 밧줄을 풀고 이곳을 탈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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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없는 채로 이동당한 탓에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현재 상황에서는 1번이 가장 나은 선택지였음.

"물어보시면, 알려드릴게요."
"정말?! 너무 좋아!"

이게 입을 틀어막으면서까지 좋아할 일인가. 문대는 이제 평범하게 수줍은 사람처럼 구는 납치범에게 경이로운 마음까지 들기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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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저렇게 미치지 않은 것처럼 미칠 수가 있지.

"음, 음~ 우선은 말이야-"

미친놈은 문대가 답하면 만족한 듯 웃으며 곧바로 다음 질문을 꺼내길 계속했음. 어떤 것은 답하기가 쉬웠고, 어떤 것은 답하기 까다로웠지만 문대는 제법 무난하게 대화할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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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마지막 질문이라며 서두를 열 때, 문대는 그제서야 이 미친 짓거리가 끝나겠구나 싶었음. 그야 자신을 데려온 것은 '대화' 때문이었고 그 호기심이 조금이나마 해결된다면 더 이상 그를 괴롭히진 않을 것 같았기 때문에. 그러니까, 납치범이 질문의 내용을 말할 때까지 문대는 안도하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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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세진이랑 얘기한 거 있잖아."
"…세진 형이요?"
"아하하, 아니. 이세진. 아주 나중에… 세진이한테 말해줄 게 있다고 했지. 그게 뭐야?"

…X발. X됐다, 진짜. 설마 거기에 도청기까지 달려 있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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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는 우선 잡아떼기로 결심했음.

"…뭐를, 말씀하시는지…"
"우리 똑똑한 문대가 왜 모른 척을 할까… 이러면 내가 보내줄 수가 없는데."

여자는 언제 수줍게 웃었냐는 듯 섬뜩한 얼굴로 말했음.

"자, 착하지~ 지금 문대가 생각하는 걸 그대로 말해주면 무사히 보내줄게. 그렇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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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히 예상되는 뒷말에 문대는 얼굴을 굳혔음. 어디 하나 부러트릴 생각인가.

"하하하! 너무 그렇게 무서워하지마, 문대야! 그렇게 떨고 있으면 더 괴롭히고 싶어지잖아."

하, X발.......내가 어쩌다 이런 미친놈한테 걸려서는.

"예. 알겠, 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말해줄 때가 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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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는 천천히 숨을 골랐음.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뭘 믿고? 그게 아니면 거짓말이라도 해야 하나. 국정원 출신이라고? 그건 신분위조잖아. 팽팽하게 돌아가는 문대의 머릿속이 훤히 보인다는 듯 여자는 웃으면서 문대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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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눈앞이 다 캄캄해지던 그때,

덜컹!

있는지도 몰랐던 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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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금방 열린 건 아니었지만, 말소리가 얼핏 들려왔음. 분명, 멤버들 목소리였지.

자신과의 문답에 집중하느라 손에서 놓은 잭나이프는 여자의 세 발자국 옆하고도 한 발자국 앞에 떨어져 있었음. 달리 말하자면, 제가 멀쩡히 일어나기만 한다면 저에게 훨씬 더 가까운 곳에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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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해볼 만하다, 고 문대는 생각했음. 문을 따는 요란한 소리에 급격하게 불안해진 여자가 잭나이프를 들고 다가오기 전까지는.

"문대야, 아… 나 정말 이러고 싶지 않은데. 세상은 왜 우리 사랑을 이렇게나 어렵게 만드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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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 이번엔 궁금한 것만 물어보고, 조금 더 가까워지려고만 했는데… 그것만 하고 고스란히 가져다놓으려고 했는데."

이번엔? 다음 범행도 계획하고 있었다고?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 사고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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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미 범인의 얼굴을 봤는데 경찰에 잡힐 거란 생각은 단 하나도 하질 않는군. 문대의 생각이 팽팽 도는 와중에도 여자는 점점 더 가까이 왔음.

얼핏 보이는 얼굴에는, 말과 달리 상처를 내려니 흥분되는지 홍조가 띄워져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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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위에 상처를 낼지 고민하듯, 여러 부위에 흉기를 갖다대던 여자는 마침내 결심했는지 눈가에 시선을 고정했고, 곧 다가올 고통에 문대가 눈을 질끈 감은 순간.

콰앙-!

굉음을 내며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문이 열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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