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스토커 때문에 시달리는 거 보고싶다 너무 적폐같나요?? 이런 저를 견디십쇼..

「문대야. 오늘 뭐 먹었어?」
일상적인 내용이었고, 팬들이 아이돌의 연락처를 찾아내서 연락하는 것은 데이터 팔이일 적 자주 봤던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음. 하지만 문자는 그 날 이후, 수시로 폰을 울렸음.
「(사진)」
사진 속에는 테스타가 살고 있는 숙소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음. 그리고 그 다음으로 보낸 사진에는....문대가 지금 누워 있는 방이 클로즈업 되어서 찍혀 있었음.
'그저 그런 사생이라고 생각해서 멤버들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면 사태가 이미 심각하다. 경찰에 신고해도 제대로 처리해줄 리도 없고…매니저에게 말해야 하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X발....."
매니저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음. 휴가 기간이라 업무용 전화는 꺼놓기라도 한 건가. 어쨌든 지금 제게 있어 좋은 일은 아니었다.
띵동-
벨소리가 울렸음. 이런 젠장… 문대는 입술만 물어뜯다가 침실로 들어가 문을 잠구었음. 그리고 사생은, 벨을 누른 것은 단지 장난이었다는 듯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했음. 낯익은 소리가 들리다가 마침내.
삐리릭-
경쾌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음.
고작 해야 20대 정도 되었을까 하는 여자의 목소리였고, 문이란 문은 다 열어젖히고 있는 듯 했음. 언제까지고 문을 붙잡고 있을 순 없기에 문대는 방 안을 둘러봤음. 어디 숨을 곳 없나? 그 사이에 여자의 콧노래 소리는 더욱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음.
문대는 결국 옷장 깊숙이 몸을 숨겼음. 옷들 사이에 파묻혀 있으니, 핸드폰 불빛을 잠시나마 가려줄 것이었음. 그러니까 문대는, 멤버들에게 연락하기로 결심했음. 테스타 단톡방에. 문대는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려 애쓰며 글을 적어내려갔음.
얼추 할 말을 마무리짓던 그 시점에, 문대가 있던 방의 문고리가 덜컥거리더니 내리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음.
전송 버튼을 누른 문대가 옷장 구석을 발견한 것은 아주 우연한 일이었음. 그리고 핸드폰 화면 윗쪽의, 와이파이 아이콘을 확인한 것도.
"찾았네!"
"문대야, 힘 좀 빼봐, 응? 누나가 너 다칠까봐 걱정돼서 그래. 아이돌은 몸이 생명이잖아! 가뜩이나 한 번 다친 몸인데…"
"들어오지, 마세요. 못 열어드립니다."
"문대야, 혹시… 멤버들 기다리는 거야?"
"……"
"아하하! 정말? 어떡하지~ 다른 멤버들한테 보낸 카톡은 전송 안됐을 텐데~"
"응?"
"알고 있다고요."
"…뭐?"
웃음기가 싹 가시는 목소리에 문대는 몸을 굳히며 방금 전의 상황을 상기시켰음.
'....?'
"아아 정말, 문대야... 나랑 마주치는 게 그렇게 쑥스러운 거야?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봐...."
이건 또 무슨 신종 개소린지 싶었지만 문대는 팔의 힘을 풀지 않고 기다렸음. 더 뭘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X발 이건 또 뭐란 말인가.'
"아이~ 우리 문대 예쁘다~"
별 같잖은 소리를 하면서 얼굴을 감싸쥔 제 손목을 묶는 여자는 이내 제 발목과 손목을 연결시켜 묶었음. 대체 어떻게 묶어놓은 건지… 신체 건장한 문대조차도 꼼짝할 수 없었음.
"우리 문대...멤버들이 곧 구하러 올 텐데 그때까지라도 나랑 얘기하자. 오랜만에 팬이랑 만나니까 좋지, 문대야?"
여자는 문대의 손목을 아낌없이 밟아대고 있었음. 어차피 이럴 거면서 아까는 잘도 걱정된단 소릴...
"…응?"
"그쪽은 팬도 아니란 얘기야.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를 어떻게 이딴 식으로, 컥!"
이런 X발...후유증 남기라도 하면 노래는 어떻게 부르라고 남의 배를 이딴 식으로 막 걷어찬단 말인가.
"콜록, 큼. 원하는 게… 뭐예요?"
순식간에 말투를 바뀌는 걸 보고 싫어할 수도 있지만, 아까부터 하는 말을 보면 아이돌로서의 박문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같아
"음, 나는… 우리 문대가 나랑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어. 요즘 관심 있는 건 뭔지, 핸드폰은 왜 그리 자주 들여다보는지, 침대에서 일어날 때마다 머리를 붙잡는 건 사고 후유증인지… 문대랑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사람을 이따위로 만들어 놓고 설레어 하는 모습이 옆동네에 사는 신 모씨를 떠올리게 했음. 문대는 다소 상황과 맞지 않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 안도했음. 저 상태만 유지한다면, 더 이상 다치지 않을 수도 있다.
'제발, 제발… 더 걸지 마라. 지금은 아니야.'
여자는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 박문대? 너 지금 어디야!
스피커폰으로 돌린 후 웃으면서 입모양으로 말하겠지.
문대는 그 형태를 힐끗 쳐다본 후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짰음.
"…큼, 어. 세진아."
-…박문대?
"응. 나다. …하던 대로 해."
-뭐? 무슨 소릴…
"회사 직원들 데리고 숙소로 최대한 빨리 와. 웬 미친 사생이 사람을 묶어두고 있, 아악!"
"문대야, 네가 왜… 아, 정말이지. 난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어."
*
"무, 문대가… 납치된 것 가, 같은데…"
"아, 이런 미친…"
[어떤 정신나간 사람이…!]
"…CCTV. 그것부터 확인해보자."
선아현이 비명과 같은 소리로 말한 순간 그곳에 있던 모두는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던 평온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었음.
문대는 지끈거리는 머릿속을 채 정리하지 못한 채 정신을 차렸음. 하지만 자신이 정신을 차린 걸 저 납치범이 알게 되면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랐기에 깨어나지 않은 척 하기로 했음. 아주 적절한 대처였으나 문대가 간과한 것은,
"우리 문대 정말 예쁘게 자네....하아, 씻겨줘도 되나?"
"어라… 일어났어?"
"…예."
몸은… 의자에 묶였고, 눈앞이 조금 흐릿하지만, 그럭저럭 사리분별할 정도는 되는군. 문대는 제법 침착하게 제 몸 상태를 체크했음.
"절 이곳에 데려오신 이유가 뭡니까?"
"그야, 문대와 더 함께하고 싶어서지."
"하지만, 그런 걸로는 문대의 깊숙한 곳까지 살펴볼 수가 없잖아. 나는 너의 아주 세밀한 것 하나하나 다 알아보고 싶어, 문대야."
문대는 정말이지, 차라리 기절하고 싶었음. 저런 미친 소리를 제정신으로 듣고 있다니.
'1번, 멤버들이 데리러 올 때까지 얌전히 비위 맞춰주면서 기다린다. 2번, 밧줄을 풀고 이곳을 탈출한다.'
"물어보시면, 알려드릴게요."
"정말?! 너무 좋아!"
이게 입을 틀어막으면서까지 좋아할 일인가. 문대는 이제 평범하게 수줍은 사람처럼 구는 납치범에게 경이로운 마음까지 들기 시작했음.
"음, 음~ 우선은 말이야-"
미친놈은 문대가 답하면 만족한 듯 웃으며 곧바로 다음 질문을 꺼내길 계속했음. 어떤 것은 답하기가 쉬웠고, 어떤 것은 답하기 까다로웠지만 문대는 제법 무난하게 대화할 수 있었음.
"…세진 형이요?"
"아하하, 아니. 이세진. 아주 나중에… 세진이한테 말해줄 게 있다고 했지. 그게 뭐야?"
…X발. X됐다, 진짜. 설마 거기에 도청기까지 달려 있었단 말인가.
"…뭐를, 말씀하시는지…"
"우리 똑똑한 문대가 왜 모른 척을 할까… 이러면 내가 보내줄 수가 없는데."
여자는 언제 수줍게 웃었냐는 듯 섬뜩한 얼굴로 말했음.
"자, 착하지~ 지금 문대가 생각하는 걸 그대로 말해주면 무사히 보내줄게. 그렇지 않으면…"
"하하하! 너무 그렇게 무서워하지마, 문대야! 그렇게 떨고 있으면 더 괴롭히고 싶어지잖아."
하, X발.......내가 어쩌다 이런 미친놈한테 걸려서는.
"예. 알겠, 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말해줄 때가 된 것 같은데."
덜컹!
있는지도 몰랐던 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음.
자신과의 문답에 집중하느라 손에서 놓은 잭나이프는 여자의 세 발자국 옆하고도 한 발자국 앞에 떨어져 있었음. 달리 말하자면, 제가 멀쩡히 일어나기만 한다면 저에게 훨씬 더 가까운 곳에 떨어져 있었다.
"문대야, 아… 나 정말 이러고 싶지 않은데. 세상은 왜 우리 사랑을 이렇게나 어렵게 만드는 거지?"
이번엔? 다음 범행도 계획하고 있었다고?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 사고방식이다.
얼핏 보이는 얼굴에는, 말과 달리 상처를 내려니 흥분되는지 홍조가 띄워져있었음.
콰앙-!
굉음을 내며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문이 열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