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도도 없고 대박난 곡도 없는 B급 아이돌그룹의 리더인 김독자가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가서 진가가 알려지는거...

@GGYANG_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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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views Jul 0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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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도도 없고 대박난 곡도 없는 B급 아이돌그룹의 리더인 김독자가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가서 진가가 알려지는거 보고싶당. 이름은 <스타스트림>으로 현존하는 남돌그룹 5팀이 경쟁을 통해 1위를 차지하는 프로그램임. 하지만 다른 프로와는 달리 조금 특이한 점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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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에 맨 처음 참가하는 인원은 각 그룹의 리더로, 총 5명밖에 되지 않음. 경합이 한차례씩 진행될 때마다 그룹의 멤버를 영입할 수 있는데, 각 순위별로 영입가능한 인원이 달라짐. 1등은 3명, 2등은 2명, 나머지 순위는 1명씩으로. 그래서 스타스트림은 인원이 5~8명이 되는 그룹만 섭외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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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자네 그룹은 총 6명이었음. 유리할수도 있었지만, 인지도가 없는 만큼 높은 순위를 차지해야함. 여기서,,, 독자네 그룹이 인기가 없는이유,,, 얘네들은 실력이 없는것도 아니고 와꾸가 별로인 것도 아님,,, 단지 소속사가 좃나 못밀어주기 때문이었음. 처음에 어쭙잖은 섹시미로 승부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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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주워온 개같은 컨셉으로 밀고 가다가 데뷔가 폭망하고, 그 이후로도 제대로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휘청거림. 거의 해체위기에 놓은 그룹의 리더로써 김독자는 이 프로그램에서 어떻게든 성공해서 자리를 잡겠다고 다짐함. 그가 노린 것은 프로그램 1위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이목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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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져 의욕이 없는 팀원들을 달래고 달래서 프로그램에 나가기로 결정함. 아그리고 이 썰은 중독입니당 ㅋㅋ 서두가 길어서 중혁이 이야기가 안나왔는데,,, 이건 나름의 배틀호모다! 유중혁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오버로드>라는 그룹의 리더임. 오버로드,,, 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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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인기남돌로 미친 얼굴과 칼군무, 김독자네는 망한 섹시컨셉을 미칠듯이 잘 소화해서 외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그룹임. 물론 가장 유명한 건 유중혁이다... 890대 노인의 아픈 목관절도 돌아가게 한다는 남자.. 처음 오버로드가 스타스트림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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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졌을때 밸붕 아니냐 그냥 오버로드가 씹어먹고 끝나는거 아니냐 싶은 이야기가 여론을 장악했었음. 그리고 그 당사자인 오버로드조차 그런 생각을 했음. 아니..., 이건 너무 우리가 씹어먹는 거 아닌가? 나오는 그룹들도 쟁쟁한 후보들이 꽤 있었지만 자신들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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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인 유중혁도 그렇게 생각했음. 물론 오만한 착각이었다, 첫번째 경합인 <데뷔곡 부르기>에서 모든 예상을 뒤엎고 이름 모를 듣보잡 그룹의 리더인 김독자가 1위를 차지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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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프롤로그가 끝난 기분이군용
사실 제가 독자네 그룹명을 아직 못정햇거든요 구원 데빌 마왕 이딴걸로 할수는업자나요 다들 괜찮은 그룹명 아무거나 찔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๑^0^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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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무대는 말 그대로 데뷔곡 커버. 문제는 첫 경연은 그룹 모두가 아닌 리더 혼자서 승부하는 거였음. 각자의 포지션이 있는데 어떻게 리더 혼자서 이걸 커버하냐,,,? 그래서 스타스트림에서는 편곡을 통해 노래를 30초~1분으로 줄이고 퍼포먼스 형식으로 무대를 진행하라고 설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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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순서는 룰렛을 통해 결정됐음. 스타스트림(약칭;스스림)에는 총 5개 그룹이 참가했기 때문에 무대도 5번이었는데, 유중혁이 4번째, 김독자가 마지막인 5번째였음.

유중혁이 무대를 시작할 때는 팬덤이 크다보니까 함성이 장난아니었음 다들 1위는 안봐도 비디오라고 생각했고, 무대 또한 그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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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바탕의 옷에 빨간색으로 포인트 컬러를 넣은 코디로, 그룹이 가진 본연의 색에 더하여 거칠고 파워풀한 안무로 분명 홀로 무대위를 올랐는데도 무대 전체를 장악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음. 걍 천재임,,, 보고잇는 사람들은 1등각이다 이 뒤에 나올 김독자가 불쌍하다고 말할정도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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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김독자그룹 데뷔곡도 컨셉이 섹시였기 때문에 유중혁과 겹침,,, 사람들의 우려를 한몸에 받은 당사자가 무대 위로 올랐음. 걱정이 전혀 다른 감정으로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음. 김독자는 데뷔곡을 완전히 뒤엎고 편곡해온 것이었는데, 원래 곡을 아는 사람도 이곡이 이곡이라고? 생각할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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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위기였음. 예전곡이 섹시나 치명적임을 강조했다면 편곡된 노래는 퇴폐미,,,느낌이었음 올블랙 의상을 갖춘 독자는 피부는 새하얘서 누구보다 눈에 띄었는데, 목에 맨 검정색 초커에 달린 보석은 춤을 출때마다 빛에 번쩍였음. 눈 아래 발린 반짝이는 섀도우는 마치 눈물같아 보이기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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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김독자는 소속사에 노래 하나로는 손꼽힐만큼 목소리가 좋은 노력파 영재였음. 그룹에서도 메인보컬인 독자는 라이브를 하면서 동시에 춤도 춤. 보고 있던 연예인 패널들은 저거 안무도 다 수정했다며 혀를 내둘렀고 꽤 격한 춤인데 음정도 안틀린다며 감탄함. 그냥 칼을 갈고 준비한 무대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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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중에 김독자는 한번도 웃지 않았는데, 마지막에서 처연하게 눈을 몇번 깜박이다가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천천히 내리깔며 눈을 감는 것으로 무대를 마쳤음. 관객석은 침묵으로 가라앉았음.

첫 경합의 1위는 김독자였고, 그는 정말 얼떨떨하게 결과를 보다가 눈물을 꾹 참으며 감사하다고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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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이 어떻냐고 MC가 물어도 한참 목이 메여서 말을 잇지 못했던 김독자는 우선 꾸준히 응원해준 팬분들과 우리 멤버들에게 고맙고,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데 노력을 알아주신 것 같아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이라도 답함. 그리고 사실 오버로드의 유중혁씨 팬인데 같은 무대에 서게 되어서 영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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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데,,, 그 유중혁을 김독자가 이긴거잖음ㅋㅋ 그걸 보고있던 유중혁은 제 콧대가 눌리는 듯한 굴욕을 느낌. 당연히 1등일줄 알았는데 저자식은 뭐고, 저런 실력있는 녀석은 본 적이 없었음. 유중혁이 김독자라는 남자를 인식하게 된 계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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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중혁이 이를 갈고 경쟁심에 불타고 있을 때,,, 막상 김독자는 꿀잠을 자고 있었음. 너무 긴장하고 코피가 터질만큼 준비했기 때문에 1차 경합이 끝나고 12시간이나 잠든 탓임. 그는 느즈막한 오후에 일어나서 세수하고나서야 정신이 들었음. 와... 나 어제 일등했나봐... 믿겨지지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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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깨물다 피를 보고 나서야 현실을 깨달았음. 아린 혀에 인상을 쓰면서도 양치를 하고 화장실을 나오자, 다른 멤버들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반겼음. 형, 일어났어? 형 어제 진짜 대박이더라. 자신을 제외한 멤버들은 어제 촬영 영상을 보고있었음.

"다시 보는 중이야?"

민망한 기분에 뒷목을 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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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나오자 고생했다며 등을 팡팡 두들겨주는 멤버들에게 괜히 눈을 흘기면서도 기분이 좋은 것은 어쩔 수 없었음. 김독자는 리더이자 그룹의 제일 맏이였음. 자신보다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찡한 마음이었음. 다들 하나하나 실력이 있는 아이들인데 소속사를 잘못 만나서 빛을 보지 못한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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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피맛에 입술을 잠시 다물었다가 말했음.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이번엔 운이 좋았던 거야. 특히 경환이, 서화랑 원이는 오늘부터 연습할거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김독자가 호명한 셋은 그와 다음 무대에 함께 오를 멤버였음. 어제 1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독자는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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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꼽을 수 있었음. 최대한 실력과 밸런스가 잘 맞는 아이들을 뽑은 거였음. 뽑히지 않은 나머지 둘은 섭섭해하거나 투덜거리긴 커녕 잘하고 오라고 응원까지 해줘서 더더욱 미안했음.

이제 데뷔한지 2년이 된 이 멤버들과 친해지기까진 꽤 시간이 걸렸었음. 김독자가 리더지만 사회성이 떨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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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고, 성격도 천차만별이라 트러블도 많았음. 그래도 힘든 일들을 함께 견뎌낸 만큼 더욱 돈독해져갔음. 그렇게 2년, 별다른 소득이 없는 남돌 그룹은 사라지기 마련임. 지금은 해체 위기와 함께 찾아온 마지막 기회였음. 다들 힘을 빼고 시작했으니 망정이지, 운이 좋은 것은 사실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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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절대 오늘과 같지 않을 것임. 긴장되는 것은 당연했음. 촬영 이후..., 유중혁의 반응도 마음에 걸렸음. 어제 자신이 유중혁의 팬이라고 밝힌 것은 사실이었음. 이제 데뷔 5년 차가 된 오버로드는, 그가 연습생 때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었음. 아이돌로서 성격 빼고 다 갖춘 유중혁이 신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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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껴졌고, 자신의 롤모델로 삼고 연습해왔었음. 하지만 어제 너무 당황한 나머지 유중혁을 꺾고 1등을 했으면서 그를 언급한 일은..., 너무 경솔했던 것 같았음. 평소 자신감 넘치는 유중혁의 행실과 근본없고 차별없는 싸가지를 보면... 더 걱정됐음... 동갑이지만 선배인 그에게 실수를 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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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발좃됏다 라고 느낀 것은 어제 자신을 노려보던,,, 그 뾰족한 눈초리였음. 아주 사람을 죽일듯이 노려보는 게 등골이 오싹했음. 2차 경합은 장난 없겠구나 싶어 벌써부터 맹렬하게 머리가 굴러갔음. 짜야할 안무, 동선, 편곡과 무대구성... 할 것이 천지였음.

"점심 먹고 연습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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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좀 쉬었다 가지?!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잖아! 동생들의 말에도 안돼, 라고 일축해버린 독자는 뻐근한 어깨를 툭툭 치면서 주방으로 향했음. 2차 무대까지 디데이 7일, 이번 주제는 <발라드> 였음. 이번에도 본인 그룹의 곡 중에 선정하며, 노래를 부르는 것은 김독자에게 가장 자신있는 분야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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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대 당일, 그룹의 막내이자 서브보컬인 서화가 사고를 쳤음. 전날에 SNS으로 폭발적인 기대와 악플을 보고 걱정하다가 무리해서 연습하는 바람에 컨디션 조절을 실패한 것이었음. 가장 어린 만큼 멘탈이 약해서 홀로 자주 우는 동생이었기에 일부러 핸드폰은 보지말라고 수어번이나 말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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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된 악플을 보고 상처를 받은 것이었음. 사실 김독자는 예상했던 일이었음. 그토록 인기가 많은 오버로드 유중혁을 꺾었으니 화살이 날아올 것이라 생각했었음. 오로지 목소리로 승부하는 무대에서, 목관리를 실패한 멤버가 포함된 그룹의 결과는 당연했음. 독자네 그룹은 꼴등인 5위를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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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자는 담담한 얼굴로 스크린에 뜬 순위를 바라봤음. 무대에서 서화가 실수로 갈라진 목소리를 냈을 때부터 예견된 등수였음. 그래도 속이 타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었음. 압도적으로 낮은 투표수에 눈을 내리 깔았음. 1등은 역시 오버로드였음. 1차 경합에 2위를 한 유중혁이 2명의 멤버를 영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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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위주의 그룹임에도 완벽하게 무대를 마친 것이었음. 소감을 말하는 유중혁을 멍하니 바라보는데, 왠지 자신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음. 자꾸 시선이 마주치는 것 같아서 민망함이 몰려왔음. 1위와 5위의 자리, 분명 지난주까지는 저 자리에 있었는데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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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마저 들었음. 김독자는 습관적으로 입술을 꾹 말아물다가 방송이란 것을 자각하고 애써 웃었음. 이어 MC가 제게 질문을 던졌음. 독자씨는 지난번에 1등을 차지하셨는데, 이번엔 안타깝게 5등이라는 순위를 받았네요. 기분이 어떤가요? 어떻게 보면 잔인한 질문에 마이크를 쥔 손에 힘을 주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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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기대해주신 팬분들에게 감사하면서도 또 죄송한 따름입니다. 이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다음엔 더 나은 무대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음. 숨을 내쉬며 마이크를 내려놓는데 뒤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서화가 결국 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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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트렸음. MC는 물론 김독자도 당황해서 뒤를 돌아봄. 서화는 참던 눈물이 기어코 터졌는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더듬더듬 죄송하다 말했음.

"무슨 소리야, 리더인 내가 잘 못해서 그렇지. ...나도 미안해."

김독자가 일단 급히 눈물을 닦아주며 달래자 형, 미안해. 진짜 열심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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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미안해. 연신 중얼거렸음. 순간 자신까지 울컥 눈물이 터질 뻔했음. 열심히 해서 억울한 것은 맞았지만, 멤버 케어도 제대로 못한 자신에게 죄가 크기도 했음. 그래도 여기서 울면 어떡하나 싶어 급히 어르고 달래자 서화는 간신히 그쳤음. 막내의 등을 토닥이며 붉어진 눈시울로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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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자 또 유중혁과 눈이 마주쳤음. 이번엔 착각이 아니었음. 그는 자신만을 집요하게 쳐다보고 있었음. 뭐, 지. 왜저렇게 쳐다봐? 김독자는 당혹스러움에 눈물이 쏙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음.

촬영 종료 후, 김독자와 마주친 유중혁은 인사를 하는 그를 불러세웠음. 자신을 부를 줄 몰랐던 독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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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음. 어쩐지 짜증이 난 얼굴로 바라보는 것이, 무언가 불길했음. 아니나 다를까, 내뱉는 말은 충격적이었음.

"지난번의 무대는 요행이었나보군."
"...예?"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건가."
"......"

김독자는 벙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음. 유중혁은 그 말만 남겨놓고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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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 떠났음. 저.... 저 씨발새끼....... 마음속에 자리잡힌 우상의 이미지가 산산조각났음. 저 시발 개싸가지.... 아까의 슬픔, 당혹, 울분은 어디로 가고 분노만 남았음. 시발 누가 열심히 안 했나? 아직 무대도 두번밖에 안했는데 이정도 밖에? 김독자는 이를 박박 갈며 차로 향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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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상이고 롤모델이고 뭐고 어차피 여기서는 경쟁 뿐이다. 다음엔 기필코 찍어 눌러주마.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멤버들이 기다리는 차문을 열자 초상집 분위기였음. 김독자는 차에 올라타지도 않은 채로 중얼거렸음.

"얘들아."
"...형."
"왔어...?"
"내가 늘 최선을 다하는게 목표라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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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데?"
"앞으로 목표는 오버로드를 이기는 거다."
"......"
"알겠지, 1등을 못해도, 그 그룹은 이기고 만다."
"아, 아니 형."
"...그게 1등 아냐?"
"대답."
"어, 어어..."
"네.."

김독자는 말을 마치고 차에 올랐음. 딸꾹. 리더의 흉흉한 기세에 울어서 눈이 발개진 서화가 딸꾹질을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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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은 원래 격주로 진행되지만 이번만 스케쥴이 맞지 않아 바로 다음날 연달아 촬영했음. 어제는 무대+순위매김이었다면, 오늘은 3차 경연의 주제를 공개하고 무대 순서를 정하기 위한 촬영이었음.

"3차 경연의 주제는 <서로 곡 정해주기> 입니다! 말 그대로 각 그룹들이 다른 그룹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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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경연의 곡을 정해주는 건데요, 그럼 바로 순서를 뽑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엔 간단한 게임으로 순서를 정했음. 각 그룹 중 한 멤버가 나와 코끼리코 10바퀴를 돌고 상자에 들어있는 공을 뽑는 것이었는데, 상자의 공은 빨주노초파, 총 5가지의 색으로 빨간색 공을 고른 그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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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공을 고른 그룹의 노래를 정해주고, 주황색그룹이 노랑색그룹을..., 이런식으로 꼬리잡기처럼 서로의 곡을 정해주는 것이었음. 오버로드에서 나온 사람은 유중혁이었음. 유중혁은 코끼리코 돌기도 개잘했음. 정말 지옥의 주둥이빼곤 다 완벽했음. 독자네 그룹에선 가장 체력이 좋은 경환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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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갔는데, 그가 뽑은 공은 빨강색이었음. 그리고 오버로드는, 파랑색이었음. ...아, 시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음. 각자 토론을 통해 상대팀의 곡을 정해주는 시간 10분이 주어졌음. 유리한 곡을 정해줄지, 최악의 노래를 정해줄지는 각자 그룹의 재량에 달려있었음. 김독자는 10분 내내 불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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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쳐지지 않았음. 무려 유중혁이 있는 그룹이라 무슨 곡이 나올 지 몰랐음. 10분이 종료되고 각자의 곡을 밝히는 시간이 왔음. 다들 무난하거나 어렵지만 최악은 아닌 노래를 이야기했음.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가운데, 마지막으로 오버로드가 독자의 그룹에게 곡을 선정해줄 시간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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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잡은 것은 다름아닌 유중혁이었음. 그는 잠시 숨을 고르며, 좌중이 고요해질 때 입을 열었음.

"저희가 선정한 곡은 핑거돌스의 파라다이스입니다."

동시에 이곳저곳에서 경악에 찬 탄성이 터져나왔음. MC마저 당황한 목소리로 재차 물었음.

"실수로 잘못 정하신 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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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다들 아시는 핑거돌스가 맞습니다."

김독자는 터져나오는 헛웃음을 참지 못했음. 또라이새끼... 핑거돌스는 남돌도, 혼성그룹도 아닌 여자 아이돌이었음. 파라다이스는 상큼한 안무로 인기를 끌어 1위까지 차지한 유명노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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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연속으로 5위를 차지하면, 가장 마지막 생방송 무대는 참가하지 못했음. 이따위로 나오겠다 이거지? 하지만 김독자도 절대 가만히 있을 위인은 아니었음. 미친 놈. 독자는 그리 중얼거리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남자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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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경합까지 D-10

김독자는 결과를 받자마자 한동훈에게 찾아갔음. 그는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있다고 평가되는 작곡가로, 독자가 종종 자문을 받는 사람이었음. 하루종일 그와 이야기를 나눈 뒤엔 숙소로 돌아와 작업실에만 박혀있었음. 동생들이 걱정되어 강제로라도 김독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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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게 하려 했지만, 남다른 똥고집은 꺾을 수가 없었음.

"형.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몸은 챙기자. 이러다 쓰러지면 서화 꼴 나는거야."

독자가 없을때 대신 리더 역할을 했던 원은 끝까지 남아 그를 설득하 했음. 독자가 끼고 있던 헤드셋을 벗고 뒤를 돌았음.

"원아."
"...응, 형."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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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자가 설핏 웃으면서도 뼈를 담아 대꾸했음. 이 형은 진짜..., 유중혁 성격 나쁘다고 뭐라 하면 안돼. 원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결국 방문을 나서며 중얼거렸음.

"그래도 저 정도면 얌전한 편이네."

작업을 하는 그는 늘 날카롭고 예민했기 때문에 욕이라도 안박은게 다행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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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독자는 한번 무언가를 시작하면 방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았음. 종종 동생들이 끌고나와 밥을 맥여도 다시 기어들어가 집중했음.이틀 뒤, 대략적인 곡의 방향과 맥락이 정해졌을 즈음에 독자는 다시 강제로 바깥으로 나와야 했음. 다름이 아닌 추가 촬영 때문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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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경연에만 집중하면 재미가 없다며 아이돌 그룹 간에 단합자리를 가지자는 것이 주 목적이었음. 독자는 전혀 관심없는 촬영이기도 했음. 적당히 웃으면서 맞장구나 치다 넘겨야겠네. 평소에는 어떻게든 열심히 해보려 했을테지만, 너무 피로가 쌓여있기도 했고 사회성이 0에 수렴하는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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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해봤자 죽도 밥도 안되기 때문에... 입을 터는 부분에선 다른 멤버들에게 맡기는 게 나았음. 뒷자리의 멤버들이 기대에 차서 떠드는 것을 흘려들으며 안대를 꼈음. 잠을 청하기 위해 시트를 뒤로 당기고 눈을 감았음.

*

"마지막 바퀴입니다, 팀의 마지막 주자는 힘내주세요!"

시발, 단합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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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자를 어금니를 악물고 레일 위를 달리고 있었음. 단합을 한답시고 시작한게 미니 운동회일 줄이야! 배구, 멀리뛰기, 유연성 테스트 등 간단한 종목들을 진행한 뒤 제일 마지막 순서가 계주였음. 독자를 배려해서 다른 멤버들이 대부분 종목을 뛰었지만 리더가 돼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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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운동회는 총 5개의 아이돌 그룹을 청팀과 백팀으로 나누어하는 단합대회였음. 김독자네 그룹은 백팀이었음. 그리고 독자가 나가는 유일한 종목은 계주였고, 심지어 평범하게 뛰는 것도 아닌 장애물 달리기였음.

장애물 달리기는 각 팀에서 3명씩 출전하며, 첫번째와 두번째 타자가 한바퀴를 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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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타자는 반바퀴만 뛰면 됐음. 그룹 내에서 가장 저질체력을 지닌 김독자에겐 딱 맞는 종목이었음. (독자는 인정하고싶지 않았기에 차라리 첫번째로 뛰겠다 했지만 멤버들이 뜯어 말렸음. 결국 타그룹의 모든 이목을 받으며 마지막 타자가 되고 말았음ㅋㅋ)

청팀과 백팀은 비슷한 점수를 받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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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리기에서 승패가 좌우되는 것이었음. 승리한 팀에 속한 그룹은 찬스권을 뽑을 수 있으며, 찬스권은 노래변경하기, 순서변경하기 등이 있었음. 사실 그런것에 욕심이 없지만 다른 그룹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개처럼 뛰어야했음. 다행히 앞 주자들이 격차를 벌려 백팀이 앞서가는 때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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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통을 먼저 넘겨받은 김독자가 뒤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뜀박질을 하고있는 이유는...

"아, 청팀의 유중혁 선수! 방금 바통을 넘겨받았습니다! "

자신과 함께 달리는 청팀의 마지막 주자가 다름 아닌 유중혁이기 때문이었음. 뒤쪽에서 함성이 터져나오자 뒷목의 솜털이 오소소 서는 것 같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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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통을 넘겨받자마자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리는데요! 김독자 선수 이러다가 따라잡히겠어요!"

쓸모도 없는 경기해설은 괜한 긴장감만 북돋았음. 젖먹던 힘까지 쏟아 테이블에 다다르자 놓여진 다과가 보였음. 마지막 주자에게 주어지는 장애물은 떡과 음료수 먹기였음. 떡은 평범한 찹살떡인 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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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는 랜덤으로 간장이나 식초, 레몬즙 따위가 섞여있었음. 물론 평범한 물이나 음료도 있었고, 모두 내용물이 보이지않게 주둥이만 뚫린 채 단단히 테이핑되어있음. 젠장, 가뜩이나 체중관리 중이라 먹은 것은 아침인 샌드위치가 전부인데... 앞 주자는 물에 빠지기까지 했으니 이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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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이긴 했음. 불평할 시간이 아닌지라 도착하자마자 눈앞의 찹쌀떡부터 집어먹었음. 대충 씹고 삼키자 목이 메여왔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음. 김독자는 숨막혀 뒤지는 것보다 뒤에서 위협적인 기세로 뛰어오는 유중혁이 더 무서웠음. 떡 옆에 놓인 열몇개의 플라스틱컵에서 가장 끝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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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든 독자는 단숨에 내용물을 들이켰음. 맛을 느낄 새도 없이 다시 뛰어가려 했는데 입안에서 역한 맛이 느껴졌음. 순간 구역질이 나와 입을 틀어막았음.

입이 짧지만 웬만한 음식은 다 잘먹는 독자가 유일하게 먹지 못하는 음식이 토마토였고, 김독자가 마신 것은 하필 토마토 주스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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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욱, 다시 구역질이 나와 간신히 틀어막으려 했지만, 혀끝에 남아있는 맛에 메스꺼움이 올라왔음. 김독자는 달리던 것을 멈췄음. 몇번 헛구역질을 하는 통에 머리가 망치에 얻어맞은 것처럼 어지러웠음. 비틀거리던 몸이 바닥에 주저앉고, 결국 마신 것을 모두 토해냈음. 귓가에 누가 소리치는 것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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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이명이 들리며 숨통이 조여짐. 컥컥 소리를 내며 가슴을 두드렸지만 말 한마디는 커녕 숨 하나 뱉을 수 없었음. 아까 먹은 떡이 목에 걸려 기도를 막은 것이었음. 가슴팍을 두드리며 허덕여도 숨을 쉴 수가 없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갔음. 설마 이대로 죽는 건가? 떡먹고 달리다가 질식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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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 허무한 죽음은 용납할 수 없었음. 패닉이 찾아오는데 갑자기 등에서 커다란 충격이 느껴졌음. 숨을 쉬지못한 고통을 단번에 내쫓는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음.

"컥, 커억!"

등짝스매싱 한방에 극적으로 살아난 김독자가 바닥을 손으로 짚으며 숨을 몰아쉬었음. 눈물이 뚝뚝 떨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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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는 새에 본능적으로 눈물샘이 터진 모양이었음. 숨통이 트이자 먹먹하게 들렸던 주변의 소리도 안개가 걷힌 것 마냥 파도처럼 몰려왔음. 엎어져있던 독자의 옆으로 멤버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음. 119를 부르라느니, 우리형 토마토 못먹는 거 몰랐냐느니 빽빽 화내는 소리도 들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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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정신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올렸음. 얼굴이 침과 눈물범벅에 난장판인 것 같았지만 그걸 신경쓸 여력도 없었음. 지금의 자신은 저승의 문턱까지 즈려밟고 온 기분이었음.

"김독자, 괜찮나?"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유중혁이었음. 저승으로 가는 김독자을 잡고 끌고온 장본인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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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맙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얻어맞은 피부가 찢어진 것 같았음. 피가 안났을까 싶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었음. 등이 아프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술 끝이 바르르 떨려서 아무 말도 내뱉지 못함. 차라리 그게 다행이었음. 아무 말도 잇지 못하는 김독자를 보고 유중혁이 쯧, 혀를 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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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라도 가야하는 거 아닙니까?"

놀라서 함께 달려온 PD에게 하는 말이었음. PD가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가 독자에게 괜찮냐고 묻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곤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음.

"그래도 촬영은 마무리 짓고 가야지. 일단 놀랐으니까 대기실에서 좀 쉬다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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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뻔한 사람을 말입니까."
"그럼 여기 있는 이 수많은 인력들을 기다리게 하라고?"

유중혁의 날이 선 말에 PD가 짜증스레 답했음. 그럼에도 중혁의 표정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음. 그에 덩달아 화가 난 PD가 무슨 말이라도 꺼내려 할 때 오버로드의 매니저가 황급히 나서서 말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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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는 간신히 둘 사이를 중재하며 유중혁에게 빨리 데리고 대기실로 가라고 눈치를 줬고, 결국 유중혁은 화를 삭히며 김독자를 부축했음.

"......"
"......"

이동하는 내내 둘은 아무 대화도 없었음. 유중혁의 흉흉한 분위기에 무슨 말을 붙일 수도 없었음. 자신을 위해 나서준 것은 고마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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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음. 날 싫어하는 게 아니었나? 여태껏 자신을 요행으로 1위를 차지했으면서 건방지게 롤모델이라느니 지껄이고, 2차경합에서 꼴등을 한 머저리로 취급하고 있을 줄 알았음. 아니면 3차 경합에 그런 노래를 줄 리가 없었음. 혼란에 빠진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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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중혁이 데려다준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고, 유중혁이 떠다준 물을 마시며 유중혁이 가져다 준 담요를 덮었음. 김독자는 여전히 화가 난 그를 슬쩍 쳐다봤음. 이유라도 묻고 싶은데 그럴 깡은 없었음. 등짝의 고통이 아직도 남아있었음.

"...저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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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이어진 침묵이 괴로워 결국 먼저 말문을 열었음. 고개를 돌리고 있던 중혁이 독자를 돌아봤음.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선배님."
"김독자."
"예?"
"우린 동갑이다."

김독자는 가만히 눈만 깜박였음. 그래서 어쩌라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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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으로 부르란 말이다."
"아, 예... 예?"
"아까 떡과 함께 이해력까지 토해낸 모양이군."

중혁이 얼타고 있는 독자를 보고 한심스레 말했음. 내가 뭐를...! 억울함이 몰려오는데 유중혁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음. 매니저에게 온 전화였음.

"예, 대기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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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 대화를 주고 받은 유중혁이 알겠다고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음.

"이제 오라고 하는군."
"......"
"혹시 아픈 곳은 없나?"
"괜찮습니다."

김독자가 담요를 쥐고 일어났음. 먼저 대기실을 나가는 유중혁의 뒤를 따라갔음. 그래서 제 이해력이 뭐요? 묻고 싶은 입이 근질근질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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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에 도착해 문을 열었음. 반가운 멤버들의 얼굴이 보여 앞서 걸어나가려던 참이었음.

"그러니까, 쓸데없는 격식은 집어치우라는 말이다."

김독자가 문고리를 잡은 채로 뒤를 돌아봤음. 유중혁이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음.

"그 선배님이라는 호칭도 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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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까 하려던 것은 말 편하게 놓으라는 말이었음. 참 알아듣기 어려운 화법이었음. 더럽게도 빙빙 돌려 말하네... 김독자는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유중혁의 뒷통수를 남몰래 노려봤음.

*

촬영은 다시 재개됐음. 김독자는 선수로 출전하지 않고 관중석에 앉아 응원만 하게 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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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토마토 때문에 자신의 분량은 휴지조각이 되었음. 분량에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열심히 달렸는데 아쉬운 심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음. 이번 계주엔 유중혁도 참여하지 않았고, 결국 승기는 백팀이 쥐게 됐음. 김독자는 물로 목을 축이는 그를 슬쩍 쳐다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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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갔으면 청팀이 이겼을 지도 모르는데, 참으로 이상한 인간이었음. 차라리 멀리서 지켜보며 동경만 하는 게 나았어. 독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앞을 바라봤음.

이번 미니 운동회의 우승 보상은 랜덤이었음. 백팀에 속한 각 그룹이 룰렛을 돌렸고, 김독자가 얻은 것은 순서변경권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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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서, 5번을 선택하겠습니다."

원래 무대의 순서는 3번째였음. 이제 정말 남은 것은 준비 뿐이었음. 계속 유중혁이 했던 말들이 생각나는 것을 떨쳐내기 위해 뺨을 두드렸음. 3차 경연까지 D-8일이었음.

지옥같은 촬영이 끝나고 김독자는 간단한 진료를 받았음. 당연히 아무 문제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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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소식을 듣고 달려온 매니저는 분통을 터트렸음.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PD 멱살을 잡을 것이라고 화를 냈는데, 실제로 그러지 못할 것을 알았어도 새삼 고마워 김독자는 조용히 웃었음. 숙소로 돌아가는 동안 차분히 다음 무대를 생각했음. 오늘 하루 유난히 일이 많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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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더욱 의욕이 들끓었음. 기분이 복잡하면서도 목표를 향한 욕심이 밑도 끝도 올라왔음. 아까 PD가 제 상태는 아랑곳 않고 촬영을 진행한 것도 자신이 힘이 없기 때문이었음.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서 더이상 우리들을 무시하지 않는, 유중혁과 대등한 곳에 위치하고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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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인 그에게도 기죽지 않을 만한 위치로.

김독자는 숙소에 돌아가서 다시 작업실에 처박혔음. 몇시간이 흐른 뒤, 그는 방을 나와 멤버들을 불러모았음. 탁자에 핸드폰을 올려놓고, 그 안에 담긴 녹음본을 열었음. 한동훈과 함께 머리를 싸맨 끝에 완성된 편곡이었음. 재생버튼을 누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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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인 잔잔한 피아노 음이 이어지다가, 뒤이어 바이올린과 비슷하지만 그보단 부드러운 악기의 연주가 느릿하게 깔렸음. 전혀 달라진 노래의 분위기에 멤버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음.

"도입부는 이런 식이야."
"......"
"지금 들리는 건 얼후라고, 중국의 전통악기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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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풍이야, 이번 우리 무대 컨셉."

김독자는 노래를 중단하며 말을 이었음. 저절로 입가에 씨익 웃음이 그려졌음. 자신이 생각해도 잘 뽑힌 노래였음. 멤버들이 저마다 고생했다며 칭찬을 건넸음.

"악기 이름이 어루라고요?"

와중에 얼을 타던 서화는 멍청한 소리를 해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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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tu.be/hpV6l4jUx98 참고했던 얼후의 연주영상입니당^^* 소리가 좋으니 한번 들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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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경합, D-DAY

"중혁아, 팔 좀 들어봐."

코디가 한 말에 유중혁은 눈은 그대로 화면에 고정한 채 순순히 팔을 들었음. 곧 있을 무대를 기다리며 의상을 손보고 안무를 체크하던 중이었음.

"오늘 누구 무대가 제일 기대되냐?"
"나? 난 스파클링. 저번 무대에서 장난 없이 잘하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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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스틸쉴드도 쩔던데. 난 그 형님들 저번주에 갑주 입은 거 보고 반했잖아."

뒤에서 다른 멤버들이 옹기종기 모여 타그룹 이야기 중이었음. 유중혁은 힐긋 시선을 주다 관심이 없다는 듯 화면을 다시 응시했음. 오버로드의 둘째인 백찬은 의자에 걸터앉아 그런 중혁을 빤히 바라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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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왜."
"형은 없어요? 기대되는 무대."
"그런게 갑자기 왜 궁금하지?"
"흐응, 있나 보네."

찬이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었음. 얄미운 모습에 중혁은 눈살을 찌푸렸음. 리더의 짜증은 익숙하기에 백찬은 어깨만 으쓱였음.

"스타더스트 같던데, 아니에요?"
(*그룹명을 드디어 정햇다는 기쁜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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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중혁은 아무 대답 없었음.

"아니, 관심 있는 사람은 스타더스트가 아니라 김독자 씬가?"
"죽는다, 백찬."

살벌한 목소리에 백찬이 웃음을 터트렸음. 아닌 척 하고 있지만 역시 제 리더는 그 사람에게 신경쓰고 있는 게 맞았음. 팬과 주변 사람 말고는 관심도 없던 유중혁이, 며칠 전 체육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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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자를 챙겨주는 걸 보고 눈치챘었음. 아니, 정확히 따지자면 2차 경연이 끝난 뒤 유중혁이 김독자에게 독설을 날릴 때부터 어렴풋 느낀 것이었음.

"맞다고 말하면 되지 왜 화를 내고 그래~"
"뒤에 있을 무대나 집중해."
"그럼 왜 저번에 그 형한테 화냈어요? 혹시 라이벌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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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런 걸 할 사람인가?"
"하긴."

아까도 언급했지만 유중혁은 주변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스타일이었음. 굳이 그런 말을 꺼낸 이유도 김독자를 유심히 지켜봤다는 거겠지. 굳이 날카롭게 말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신의 리더는 참 독특한 사람이었음.

"그리고,"
"응?"
"화낸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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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 황당한 추임새가 절로 나왔음. 백찬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음. 누구나 그렇게 느꼈을걸요? 아무튼 형은 표현을 너무 못해. 내가 김독자 씨였으면 욕부터 했어요. 좀 포장해서 말해요, 직설적으로 날리지 말고~ 주저리주저리 늘어지는 동생의 잔소리에 유중혁은 귀를 닫고 화면만 바라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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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백찬이 던진 말은 자꾸 잡생각을 피워냈음. 옆에서 떠들다 지친 찬은 다른 멤버들에게 갔고, 중혁은 홀로 남아 상념에 빠졌음. 스타스트림 제의를 받았을 때, 사실 유중혁은 달갑지 않았음. 각 그룹과 경쟁을 하라니. 애초에 유중혁은 경쟁자라는 개념을 좋아하지 않았음. 각자 서로의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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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뿐더러, 팬덤 크기부터 게임이 되질 않았음. 너무 잔인한 프로 아닌가? 심지어 출연 그룹에는 듣도보도 못한 이름도 보였음. 하지만 유중혁은 잘 알지 못하는 타그룹을 신경쓰기보단, 이왕 이렇게 된 것, 팬들에게 평소에 보여주지 못한 무대를 선물해주자고 결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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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차 경연, 대기실에서 팔짱을 끼고 무감하게 화면을 바라보던 유중혁은 눈을 크게 떴음. 매력적인 목소리,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뤄내지 못할 범상치 않은 퍼포먼스와 곡의 짜임, 그리고 그걸 모두 이뤄낸 한 사람의 노력이 무대 위에 고스란히 담겨있었음. 순식간에 지나간 1분 내내 중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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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몰입한 채 눈 한번 깜박하기 힘들었음. 내가 왜 저런 사람을 지금 본 거지? 그가 1위를 한 것은 당연했음. 유중혁은 그처럼 열정있게 이 경연에 참여하지 않았으니까. 동시에 뒷목이 저릿했음. 강하다고 여겨지는 적수를 만났을 때 드는 승부욕이 중혁을 흥분하게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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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자가 소감을 말하며 중혁의 팬이라고 말할 때는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음. 이제 막 제 이목을 끈 남자가, 자신을 오래전부터 지켜봤다고? 반쯤 내려놨던 열의에 불이 붙었음. 유중혁은 숙소로 돌아가자마자 스타더스트의 무대를 몰아봤음. 왜 뜨지 못했는지는 바로 알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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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내의 멤버들과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 조화되지 못하고 따로따로 노는 무대는 최악이었음. 이대로 가다간 곧 망했을 테지. 하지만 이들은 스타스트림에 나왔고, 빛을 발했음. 마치 자신들이 장악할 스테이지를 기다렸다는 듯. 팬들에게 선물을 준답시고 경쟁 프로에 나들이를 나온 제 마인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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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스러워지는 순간이었음. 유중혁은 그에 지지 않겠다 다짐하고 2차 경연을 준비했음. 2위를 해 영입한 2명의 멤버들은 우는 소리를 냈음. 형,, 갑자기 왜그래! 형! 제발 쉬었다 하자! 유중혁은 애원하는 그들을 무시했음. 늦은 밤까지 연습실의 불은 꺼지지 않았고, 2차 경합 당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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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중혁은 기대한 만큼 배로 실망했음. 김독자를 포함한 4명의 무대는 충분히 좋았지만, 지난번 만큼은 보여주지 못했음. 심지어 음이탈이라니, 리더면서 그것도 신경쓰지 못한 건가? 기대치가 높아서 떨었을 수도 있고, 오만했던 것일 수도 있음. 중혁은 당사자가 아니었기에 실패요인을 알 순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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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순위 공개 시간엔 더욱 가관이었음. 김독자는 예상했었다는 듯 초연한 모습이었고, 5위를 받자 울음을 터트린 건 다름 아닌 음이탈을 한 팀의 막내였음. 서럽게 우는 꼴은 동정심마저 불러일으킬 정도였음. 설마, 이 모든 게 의도한 건가? 그럴 법도 했음. 1위라는 순위에 부담감을 느낀 나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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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저지르고 일부러 낮은 순위를 받은 후, 여론 몰이를 하는 것은 이 판에서 종종 쓰이는 더러운 수법이었음.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음. 사람을 잘못 봤나? 내가 그럴 리 없다. 하지만 분노가 솟구치는 것은 사실이었고, 결국 대기실을 나서는 김독자에게 독한 말을 뱉은 것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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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더 잘할 수 있는 이들에게 실망하고 아쉬운 나머지, 굳이 안해도 될 말까지 하기도 했음. ...그렇다면, 곰곰이 생각을 더듬던 유중혁은 조용히 이마를 짚었음.

"하, 젠장..."

자신은... 김독자에게 화를 낸 것이 맞았음. 그것도 혼자만의 추측을 근거로. 거기에 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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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무너진 제 개인적인 감정까지 담아. 후배인 위치에서 김독자는 억울한 심정도 표출하지 못했을 터였음. 계속 이어졌던 찝찝함이 이것 때문이었나. 추가 촬영 때는, 스타더스트가 일부러 실수를 저지른 건지 아직 확신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때였기 때문에 분노는 가라앉아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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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이상하게 거슬린다 싶었던 이유가 이것이었음. 와중에 유중혁은 역설적이게도, 대기실에 부축해간 김독자가 자신에게 꼬박꼬박 예의를 차리면서도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안들었음. 사실 중혁은 먼저 데뷔했다는 이유로 군대 마냥 빡빡한 위계질서가 생기는 것에 불만도 많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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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굳이 격식차리지 말라 언급한 것이고. 이미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안무만 기계적으로 좇으며 중혁이 작게 중얼거렸음. ...미친놈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군. 정말 화를 낼 생각도, 불편하게 할 생각도 아니었는데.

사회성이 부족한 인간은 김독자 뿐만이 아니었음.

"곧 무대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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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온 스텝이 전달한 말에 생각의 흐름이 뚝 끊겼음. 벌써 자신들의 무대였음. 우선 잡생각은 덜어놓고 해야할 일에 집중할 때였음. 유중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룹을 통솔했음.

"바보 같이 실수하지 말고. 잘 해라."
"네, 형!"
"갑시다~"

입었던 겉옷을 벗으며 무대 뒤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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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섰음. 다음 순서는 스타더스트였음. 착각이 아니었을지, 아니면 그들만의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는 곧 있을 무대로 밝혀질 일이겠지. 요행은 응급처지일 뿐 오래 유지할 수는 없었음. 3번째의 경합은 그룹들의 진가를 내비쳐줄 것이었음.

유중혁은 인이어를 고정하며 어두운 무대 위로 올라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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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공연한 그룹이 남기고 간 열기가 아직도 무대 위에 침전해있었음. 곧이어 커다란 비트가 심장을 울렸음. 이번에 지명받은 곡은 카운트나인의 <블랙독>이었음. 늘 파워풀하고 치명적인 컨셉에 치중해왔다면, 이번엔 길들여지지 않은 맹수의 느낌이었음. 목에 찬 검은 목줄을 오브젝트로 사용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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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에 묶여 이빨을 드러내고 저항하는 이미지를 살리는 것이 중요했기에 코디나 헤어스타일도 거친 느낌을 살렸고 화장도 평소보다 진했음. 가장 도드라져야할 것은 표정 연기였음. 오버로드는 준비했던 만큼, 아니 그 이상의 성과를 내보였음. 시도해본 적 없었던 이색적인 무대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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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의 3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음. 노력한 것들이 허무할 정도로 짧은 시간이지만, 그만큼 모든 에너지를 끌어모아 폭탄을 터트리듯 한번에 발산하는 장소였음. 유중혁은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며 환호성이 가득 메워진 무대를 내려갔음. 중간에 한쪽 인이어를 뺀 탓에 귀가 먹먹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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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먼저 대기실에 자리잡은 유중혁은 화면을 바라봤음. MC가 던진 질문에 패널들이 평을 남기고 있었음. 칭찬일색이었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었음. 멤버가 건넨 물을 마시고 있을때 드디어 스타더스트가 올라왔음. 중혁은 턱을 괴고 모니터에 집중했음. 새까만 무대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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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얼핏 확인한 제일 앞줄의 관객들이 조용히 술렁이기 시작했음. 무언가 심상치 않아 보였음. 짧은 간극 이후에 눈부신 조명이 들어왔음. 오버로드의 대기실에 경악이 터졌음.

"와, 미친..."

중혁의 옆에 앉아있던 백찬도 헛바람을 내뱉으며 중얼였음. 스타더스트가 입은 것은 붉은 치파오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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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빛의 야살스런 조명, 그 아래 중앙에 서있던 김독자가 눈을 길게 접어 웃었음. 붉은 부채로 얼굴의 반절은 가려두고, 눈 옆으로 길게 아이라인을 빼고, 눈두덩이 위 아래에 아이라인을 덮듯 붉게 화장을 입힌 채였음.

"有我的地方就是乐园."

내가 있는 곳이 낙원이라. 중국어로 그리 중얼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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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하면서도 무대를 가득 채우는 얼후의 연주가 뒤를 이었음. 안무에 맞춰 부채를 접으니 왼쪽 귀에 달린 금색 실과 방울이 드러났음. 치파오는 디자인 자체는 심플했지만 금빛 무늬들이 빼곡하게 천을 메웠음. 멤버들마다 의상이 달랐는데 어떤 멤버는 발목 위까지 올라오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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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멤버는 긴 바지를 갖춰입었음. 김독자는 안에 검은 반바지를 입었는데, 치파오는 공통적으로 딱 달라붙는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허벅지까지 옆이 트여져있었음. 남자가 입기엔 상당히 파격적인 의상이었음.

"미쳤는데?"

백찬이 미쳤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을 때, 유중혁은 웃음을 참지 못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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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이 곡이 잘 어울린다는 말은 진심이었음. 스타더스트에게 어울리지 않는, 상당히 청아하고 경쾌한 곡이지만 속도를 늦춘다면 말이 달라졌음. 0.75배속으로 노래를 재생하면 느릿해진 박자와 함께 음정이 낮아지는 듯한 착각이 들고, 어떻게 보면 매혹적으로 들릴 법한 멜로디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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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중혁이 노린 의도를 김독자는 기가 막히게 잘 낚아챘음. 느려진 박자, 그리고 분위기를 확 바꾼 편곡. 가사까지 완전히 재해석한 노래는 술과 여흥에 잘 어울릴 법한 분위기였음. 싸구려 술집의 천박함을 언뜻 드러내다가도 펼친 부채로 미소를 숨기고 고고한 학처럼 신비로움을 자아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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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잃은 소년을, 나만의 파라다이스로 데려 가. 마침 김독자의 파트였음. 깔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야한 이미지에도 은근히 어울렸음. 최대한 절제했지만 빈틈없는 안무를 보던 유중혁은 입꼬리를 끌어올렸음. 김독자의 무대는 요행이 아니었음. 자신의 착각이고 실수였지만, 나오는 건 미소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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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음. 3차 경연의 1위는 스타더스트였음.

*

"이번 3차 경연의 1위는 바로, 스타더스트입니다!"

솔직히 이번엔 욕심을 가졌음. 이 정도로 노력했는데, 1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상상과 현실은 천지차이였음. 김독자는 얼떨떨하게 앉아있다가, 멤버들의 환호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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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더 놀라 화들짝 고개를 들었음. 아직 화장을 지우지 못해 눈가가 따가웠음. 눈을 비비고 싶었지만 위로 올라간 붉은 눈꼬리가 번져버리는 참사를 막으려 버티는 중이었음. 그렇기에 울 수도 없다. 김독자는 메이는 목에도 간신히 더듬더듬 말했음. 1차 경연에 너무 어리버리하게 소감을 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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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좀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딴 건 안중에도 없었음. 잘 따라와준 멤버들에게 고맙다..., 감사하다... 정신차리니 마이크는 다른 멤버에게 넘어가 있었음. 막내 서화는 또 울려 해서 공식 울보로 이미지가 낙인찍힐 판이었음. 이번엔 MC가 2위를 한 오버로드에게 질문을 던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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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파라다이스 무대, 어떠셨나요? 그 물음에 유중혁이 마이크를 잡았음.

"굉장히 놀랐습니다. 기대 이상을 보여주셔서 후배임에도 존경하고 있습니다."

뭐? 누구를 존경해? 눈이 커다랗게 뜨였음. 머리에 총을 맞았나 싶기도 한 대사였음. 지난 번에 이정도뿐이었냐며 사람 화를 돋군 그 유중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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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대가리에 총을 맞으셨냐고 묻고 싶었지만 방송인 만큼 웃으며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음. 정신없이 촬영이 끝나고 김독자가 이젠 따갑기까지 한 눈두덩이를 손등으로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났음.

"김독자."
"...아."

뒤를 돌아보니 유중혁이 있었음. 수고하셨습니다, 허리를 숙여 꾸벅 인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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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못마땅한 얼굴이었음. 정말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인간이었음. 뒤이어 이어질 말에 몸을 긴장하고 있는데, 중혁이 한 것은 사과였음.

"지난 번에 말을 심하게 한 건 미안했다."
"네..?"
"어어????"

김독자보다 요란하게 놀란 것은 오버로드의 멤버들이었음. 형 사과도 할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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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묻는 것이, 중혁이 한 번도 입밖으로 미안하다 소리를 한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았음. 멤버들의 목소리는 다 무시한 채 덧붙였음.

"내가 뭘 착각했었군."
"아..., 예..."
"아까 했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
"다음에 보지."
"...네, 선배님."

뭐가 뭔지, 김독자는 혼란스러움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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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고개를 끄덕였음. 유중혁이 그들을 지나치고 걸어가려다, 다시 몸을 멈췄음.

"동갑이라고 하지 않았나."
"...?"
"선배님이란 호칭 말이다."
"아, 죄송, 아니."
"......"
"...그럴게."
"이름."
"...중, 혁아."

김독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하늘과 같은 선배 이름을 불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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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만족스레 웃고 떠난 유중혁을, 오버로드의 다른 멤버들이 둘을 번갈아 보며 믿을 수 없단 눈을 하고 뒤따라 갔음. 백찬은 와중에 자신에게도 말을 놓으라며 속삭였음.

"형, 언제부터 유중혁 선배님이랑 말 놨어?!?"
"흐어억, 뭐야?!"

그들이 모습을 감추자마자 멤버들이 빽 소리를 질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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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선배님이랑 반말하는 사이야?!"

서화가 대단하다는 듯 눈을 빛냈음. 호들갑을 떠는 멤버들 사이에서 피로가 몰려왔음. 하아... 김독자가 한숨을 쉬며 얼굴을 덮었음. 가장 미쳐버리겠는 사람은 자신이었음.

"나도 몰라..."

작게 중얼거렸지만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았음.
134
*

"어윽..."

눈을 떴을 땐 벌써 해가 중천이었음. 머리가 깨질 것 같았음. 김독자는 지끈거리는 둔통에 이마를 부여잡고 상체를 일으켰음. 이불을 걷고 비척비척 거실로 나가자, 쇼파에서 옹기종기 모여 티비를 보고 있던 막내 둘이 눈을 동그랗게 떴음.

"형, 벌써 일어났네?"
"아, 꿀물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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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가 팔랑팔랑 손을 흔들었고 래퍼인 MD가 옆에 놓인 머그컵을 내밀었음. 독자가 아직 뜨거운 꿀물을 살살 식히며 주위를 둘러봤음. 어제 늦게까지 놀고먹느라 눈이 팅팅 부어서 잘 떠지지 않았음.

"다른 애들은?"
"아직 자!"
"어제 형 자고도 늦게까지 술 먹었어요."
"그 자식들, 일찍 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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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뜨. 어느 정도 식혔다 싶어서 입을 댔는데 혀만 데였음. 형 괜찮아요? 독자가 컵에 입을 떼자 MD가 서둘러 찬물을 챙겨줬음.

"고맙다, 미정아."
"뭘요."

MD의 본명은 김미정이었음. 멤버들과 팬들은 그의 본명을 애칭처럼 부르곤 했음. 미정이 어깨를 으쓱이곤 다시 티비를 바라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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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고개를 돌리자 어제 방영된 스타스트림 1화가 재방으로 나오고 있었음. 하필 김독자가 1위를 하고 머저리같이 굴고 있는 장면이라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음.

"저건 왜 보고 있어."
"왜, 형 귀엽게 나왔어. 아주 울기 직전이야."
"그러냐."

서화가 하는 헛소리를 흘려 듣고 화장실로 걸어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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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스스림의 3차 경연 날이자, 스스림의 첫 방영일이었음. 스타더스트는 2번째 1위를 축하하기 위해 숙소에 모여 술판을 벌였음. 밤 10시, 다들 반쯤 술기운이 올라있을 때 1화의 방영이 시작됐음. 김독자는 그때까지만 해도 1위인 게 얼떨떨해서 맥주만 조용히 홀짝이며 화면을 바라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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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티비의 방송 소리가 이리저리 뒤섞였음. 술기운 때문인가, 유독 시야가 어지러웠음. 김독자는 턱을 괴고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음. 화면의 노랗고 파란 빛들이 어두운 거실에 번졌음. 여러 무대들이 끝나고 유중혁의 무대가 시작될 때, 내가 저 사람의 팬이 맞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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싶은 생각이 들었음. 유중혁의 무대는 그만큼 몰입감이 대단했고, 한 사람뿐이었지만 존재감이 무대를 가득 채울 정도로 멋있는 사람이었음. 그런데 성격은 왜 그러냐. 맥주캔을 쥔 김독자가 그리 중얼거렸고, 옆에서 술을 마시던 원이 방금 무슨 말을 했냐 물었음. 조용히 고개를 젓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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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김독자의 무대가 시작됐음. 멤버들과 함께 보기엔 다소 민망하기에 리모컨을 집어들었음. 채널을 넘기려고 시도했지만, 멤버들에게 곧장 제지당했음. 이런 건 같이 봐야한다고 야유가 몰려오길래 결국 체념하던 때였음. 김독자의 경연 무대를 보고 있는 오버로드의 대기실이 화면에 비춰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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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로드의 리더인 유중혁이, 자신의 무대를 보고 눈을 크게 뜨고 있었음. 많이 놀라보이는 얼굴이었음. 그는 김독자의 무대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시선을 떼지 않고 집중했는데, 방금전 중혁의 무대를 감상하던 자신을 보는 것 같았음. 술 때문인지 뭔지, 괜히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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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맥주캔으로 볼을 식히면서도 김독자는 티비를 빤히 응시했음. 저런 표정으로..., 내 무대를 보고 있었구나. 이상한 감상이었음. 단순한 존경이나 동경이 아닌, 다른 감정이 개입된 듯한. 유독 유중혁과 일이 많아서 그런 걸까. 칭찬을 듣고 난 후였으니 기분이 더더욱 이상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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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부끄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간질간질하기도 하고. 김독자가 혼자 감상에 젖어있을 때, 옆에서 술먹고 텐션이 오른 서화가 상념을 깨부셨음.

"어어얼~~~ 유중혁의 관심을 받는 남자~~"

팔꿈치로 김독자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대는 서화의 머리를 원이 후려쳤음. 악! 비명이 터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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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그치지 않고 이번엔 김독자가 서화의 볼을 꼬집었음. 아아악, 우는 소리를 내는 그를 두고 독자가 자리에서 일어났음.

"난 이만 자러갈게."
"어, 형. 벌써 자게?"
"취할 것 같아서."

김독자에게 맥주 두 캔은 주량의 한계였음. 알쓰라며 놀리는 동생들을 두고 침대로 들어갔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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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느꼈던 여운은 길게 남았음. 심란했을 법한 밤이었지만 술기운에 힘입어 금세 잠들었고, 오늘 일어난 것이었음. 화장실에서 가볍게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두드리며 나오는데 유중혁이 소감을 말하는 것이 보였음.

"...기대 이상을 보여주셨습니다. 후배임에도 존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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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제 느꼈던 기분들이 다시 오버랩되는 기분이었음. 어제부터 왜 이러지. 수건으로 볼을 문지르며 눈을 찡그리고 있는데, 티비를 보던 막내 둘이서 핸드폰을 보고 투닥거렸음.

"너네 뭐해?"
"형, 서화가 계속 제 핸드폰으로 이상한 거 보낼려 해요."
"아, 이상한 거 아니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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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래?"
"형, 어제 미정이가 백찬 선배 번호 딴 거 알아? 대박이지 ㅋㅋㅋㅋ 아까부터 계속 카톡 보낼까 고민중이길래 내가 보내줄려했지!"
"야!! 니가 이상한 이모티콘 날리려고 했잖아!"

둘은 티격태격 싸우다가, 결국 MD가 서화를 피해 쇼파끝으로 도망쳤음. 아쉽다며 투덜거리던 서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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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타겟을 김독자로 돌렸음.

"형은 그러고보니 중혁 선배님 번호 없어?"
"어? 없는데."
"왜 없어? 둘이 반말도 하는 사이잖아."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니까."
"그런 게 아니면 뭔데?"

날카로운 서화의 질문에 김독자가 입을 다물었어. 그러게, 나도 모르겠다. 멀찍이서 핸드폰을 두들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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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이도 고개를 들었음.

"친한 거 아니었어요?"
"그냥..., 동갑이라서 말 놓은 거야."
"동갑이면 친구 아니야?"
"그러게? 친구 아니에요?"
"......"

뭐라 대꾸할 말이 없었음. 꿀먹은 벙어리가 된 김독자를 앞에 두고 막내 둘은 친구가 맞다며 종알거렸음.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아까는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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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닥대더니 이번엔 협공해서 김독자를 괴롭혔음.

"...그래. 친구 맞아."

피곤해진 독자가 고개를 흔들며 부엌으로 걸어가자 우리가 맞았다고 기뻐하는 소리가 들렸음. 어제 매니저가 챙겨준 북어국을 데우며 한숨을 쉬었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중혁과 자신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을 듯 싶었음.
152
*

며칠 뒤, 다시 촬영이 시작됐음. 1차, 2차, 3차 경연을 쉼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대부분 멤버들이 지쳐있었음. 이건 스타더스트 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들도 마찬가지였음.

"힘드신 별들을 위해, 저희가 준비한 스테이지가 있습니다!"
"바로, 쉬었다 가는 스페셜 경연인데요!"

두명의 MC가 준비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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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주고받는 것을, 김독자는 심드렁히 바라봤음. 4차 경연을 바로 시작하지 않는 다는 것은 미리 공지받은 상태였음. 그런데 한다는 게 또 경연이라니...

"쉬었다 가긴 무슨."

멤버들 뒤에 몸을 숨긴 채로 독자가 중얼거렸음. 주변 사람들조차 듣지 못할 작은 목소리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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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자가 사각지대에 숨어 혼자 꿍얼거릴 동안 MC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었음. 스페셜 경연은 요약하자면 이것이었음.

1. 타 그룹과 함께 유닛을 만든다.
2. 한 유닛은 4명으로 구성된다.
3. 유닛에는 두 명 이상의 '같은 그룹의 멤버'가 있으면 안된다.
4. 총 2주의 연습기간을 통해 무대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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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은 사전에 전달받지 않았음. 김독자도 눈을 동그랗게 떴음. 타 그룹과 함께? 결국 방송이 더 잘 나가게끔 다른 그룹과 섞여서 무대 한 번쯤 해보라 이 말이었음. 이게 과연 우리한테 유리한 건가? 제 동생들이 타그룹과 섞였다가 데뷔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무대에서 묻힐까 걱정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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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문제는 자신에게도 있었음. 사회성 제로인 김독자는 제 멤버들과도 초반엔 대화부족으로 불화가 있을 정도였음. 이 경연 이대로 괜찮은 건가? 독자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초조해할 때, MC는 벌써 유닛 가르기를 시작했음.

"자, 그럼 각자 그룹의 보컬 포지션을 맡은 분들 나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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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서브보컬, 메인보컬 둘다 말하는 건가요?"

스테이지에 웅성거림이 커져갔음. 다른 그룹은 당황하며 질문을 던지기도 했음. MC가 씨익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음.

"유닛 가르기 방식을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별들 중에서 보컬 역을 맡으시는 분들이 먼저 저 방으로 들어가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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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스트림의 별은 총 서른 두개죠?"

프로그램 스스림(스타스트림의 약칭)에서는 아이돌을 별이라고 불렀음. 별들, 별분들. 자신들을 지칭하는 호칭이었음. MC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들의 뒤편에 있던 커다란 스스림 타이틀 로고가 반으로 갈라지며 숨겨진 스테이지가 드러나기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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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씩 구성한다면 총 8개의 유닛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서른 두개의 별 중, 메인보컬을 맡은 분들은 8명입니다. 네, 결국..."

드러난 스테이지엔 총 8개의 방이 있었음. 안에 들어간 사람의 실루엣만 비치는, 불투명한 관 같기도 했음. 이어지는 MC의 말에 한숨이 저절로 터져나오려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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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실 분들은 각 그룹의 메인보컬입니다. 8개의 별을 기준으로, 8개의 유닛이 결정되는데요. 우선 메보 분들은 눈앞의 히든 룸으로 들어가주세요!"

그룹엔 1~2명 정도의 메인보컬이 있었음. 물론 김독자는 스타더스트의 유일한 메보였음. 형, 어서 들어가! 새로운 이벤트에 들뜬 멤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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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된 얼굴로 김독자의 등을 떠밀었음. 흐물대는 몸으로 비척이며 히든 스테이지로 걸어가자, 히든룸에 제 이름이 적혀있는 것이 보였음. 이건 또 뭔데...

"즉, 각 보컬분들은 얼굴을 숨긴 채 노래를 부르고, 나머지 멤버 분들은 마음에 드시는 목소리를 따라가 방을 선택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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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그룹 멤버들의 목소리는 당연히 알아볼테니, 그 히든룸은 선택하시면 안되겠죠? MC가 한 유닛 안에서 같은 그룹 두명이 나오면 안된다며 신신당부했음. 메보가 모두 히든 스테이지로 올라오자, 촤르륵, 메인 스테이지와 히든 스테이지 사이로 붉은 커튼이 쳐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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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멤버들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확인하지 못하도록 시야를 차단하는 것이었음. 히든 스테이지에 남은 김독자는 제 이름이 적힌 방을 찾아 들어갔음. 딱 한 사람만 들어올 수 있을 법한 비좁은 내부였는데, 앞에는 노래방 기계에 나올 법한 스크린이 띄워져있었음.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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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적힌 노래 가사를 보자 차츰 상황이 이해갔음. 각 노래를 메인보컬 8명에서 번갈아서 부르며, 그걸 들은 다른 멤버들은 마음에 드는 목소리를 골라 그 히든룸을 선택하는 것이었음. 보컬만 선택되는 이유가 있었네, 얼굴을 가리고 춤을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방에 숨어서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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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른다 해도 누군지 모르기는 꽤 힘든 상황이었음. 특히 자신에게 불리한 게임이었음. 김독자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남들과 확 구분되는, 독특하고 특색있는 미성이었음. 보컬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음. ...아무도 안 오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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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하게 요동치는 심장을 억누르며 전방에 있는 카메라를 보고 손을 흔들었음. 렌즈로 비춰지는 어색한 미소가 가관이었음. 김독자가 긴장을 애써 풀고있을 때 바깥에서도 설명이 다 끝났는지, 소란스러웠던 좌중이 점점 가라앉는 소리가 들렸음. 스크린에 띄워지는 보컬을 위한 안내를 대강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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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쥐었음. 손에 땀이 차는 것만 같았음.

"자, 안에 계신 보컬 분들은 준비가 되셨으면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어주세요!"

머리 위에 하트라고... 아이돌이면서도, 김독자가 제일 못하는 것이 애교였음. 벌써부터 바깥의 멤버들이 웃고 있을 모습이 선했음. 뻣뻣한 몸짓으로 하트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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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하트가 그려졌네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뮤직, 스타트. 자신이 마지막이었는지 MC의 진행과 함께 노래의 간주가 시작됐음. 선곡된 노래는 유명한 싱어송라이터가 부른 <별과 아이>로, 가사가 예뻐 김독자도 좋아하는 노래였음. 독자의 히든룸 번호는 마지막인 8번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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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가사를 들으며 순서를 기다리다 보니 저절로 긴장이 풀려갔음. 홀로 있는 방인 만큼 예전에 자주 갔던 코인노래방인 것 같기도 했음. 은은한 주홍빛 조명 아래서 노래 리듬에 맞춰 손가락을 까닥거리던 김독자는 차례가 오자 마이크를 들었음. 제가 듣기에도 기분 좋은 음색이 흘러나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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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별을 따라서, 꿈꿔오던 우주를 향해 걸어가자 아이야. 깜깜한 어둠이 오더라도 찬란한 빛이 하늘을 수놓을 테니."

눈을 감고 느긋하게 노래를 부르는 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쉽기까지 느껴졌음. 하지만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걸쳐졌음. 얼마만에 사람들 앞에서 편안하게 노래를 불러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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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찰나는 순식간에 지나갔고, 몇 번 순서가 순환되다가 노래는 끝이 났음. 결과가 궁금하면서도 아까와 다르게 걱정이 되진 않았음. 늘 경연을 하면서 긴장하고 전전긍긍하기 마련이었는데, 이런 이벤트는 순위가 무관한 덕에 마음이 편했음.

MC의 말에 따라 바깥에선 히든룸을 고르느라 분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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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인데, 김독자는 사람들과 단절된 채 잠시간의 휴식을 홀로 만끽했음. 턱을 괴고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며 순서를 기다리는데, 이 순간이 너무 평온해서 아예 시간이 멈췄으면 생각이 들 정도였음.

"자, 모두 긴장해주세요. 유닛을 구성할 멤버들이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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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의 명쾌한 진행이 이어졌음. 그래, 허무맹랑한 생각이었지. 김독자는 헛웃음을 삼키며 앞을 응시했음.

그래도 2주 간 함께 할 스페셜 유닛인 만큼, 잘 맞고 성격 좋은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는 사소한 바램을 품은 동시에, 벌컥. 8개의 히든룸이 오픈됐음.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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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기 직전, 김독자는 누가 있다 해도 당황하지 않고 의연하게 맞이하리라 다짐했었음. 하지만 가장 먼저 보이는 유중혁의 모습에 숨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음. 그쪽이, 왜, 왜 여기 있으세요? 독자가 혼란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음. 급기야 히든룸을 손수 닫고 다시 여는 모습까지 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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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중혁이라면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 알아들었을 것 같았음. 그런데도 여기로 왔다고? 히든룸에서 다시 나오는 김독자의 기행을 보고 빵터진 MC가 유중혁 씨는 8번 룸을 선택하신 게 맞다고 친절하게 설명했음. 아니, 대체 왜...... 그리 중얼거리려던 독자는 눈앞의 유중혁과 눈이 마주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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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을 뱉진 않았지만 살벌하게 노려보는 것에 등골이 오싹한 공포심이 들었음.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어색하게 웃자, 주춤거리는 김독자를 보고 다들 웃음을 터트렸음. 모두가 웃는 소란 속에서도 유중혁은 미소 한줌조차 없었음. 존나 무서웠음.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도 같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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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저차 상황이 정리되고 각 유닛끼리 대화할 시간을 가지게 됐음. 김독자는 그때까지만 해도 쭈뼛대며 유중혁의 눈치를 보고 있다가, 다른 유닛멤버들이 애써 분위기를 풀어준 덕에 간신히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음.

김독자가 있던 히든 룸을 선택한 사람은 오버로드의 유중혁, 스틸쉴드의 이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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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 0무림의 장하영이었음. 각자 개성이 남다른 사람들이라 이 조합으로 어떻게 무대를 짤지가 가장 큰 문제였음. 그리고 하영이는 무대는 뒷전이고, 유닛멤버들과 떠드는 것에 더 신나보였음.

"지난 번에 무대보고 진짜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노래 부를 때도 깜짝 놀랐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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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정말 같이 해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이런 기회가 찾아와서 너무 좋았어! 바로 8번 룸 선점했잖아. 아, 우리 동갑인데 말 놔도 되지?"

신나있는 것은 장하영 뿐만이 아니었음. 이현성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음. 김독자씨와 유중혁씨, 장하영씨와 같은 팀을 하다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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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조별과제 때도 침묵을 유지하던 김독자가 흥분한 둘을 말리기 위해 억지로 입을 열었음. 잠시만, 진정 좀 하고... 제 손을 꽉 쥐고 흔드는 하영을 애써 진정시키며, 울먹이는 현성을 뜯어말렸음.

"아니, 그쪽은 왜... 죽으려고 그러세요. 잠깐만..."

김독자가 둘에게 치여 빌빌대고 있을 동안
181
유중혁은 제 3자처럼 뒤로 빠져서 팔짱을 끼고 셋을 구경했음. 넌, 씨발 좀! 도와줘라! 김독자가 아까의 공포는 잊은 채 눈을 부릅떴음. 옆에는 카메라가 네 대나 붙어서 8번째 유닛의 난장판같은 상황을 모조리 녹화했음.

"하아......."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피로가 몰려왔음.
182
*

우선적으로 정해야할 것은 유닛 이름이었음. 김독자는 조심스레 개판을 추천하고 싶었지만 카메라 앞이라 자제했음.

"구원은 어때?"
"구리다."
"탄피는 어떻습니까?"
"그것도 기각."
"대체 왜요?"

와중에 나오는 이름들은 중혁이 모조리 기각했음. 탄피라는 신박한 의견에 독자가 의문을 표했음.
183
"현역일 때 제가 자주 잃어버렸던 거라..."
"군대를 벌써 다녀오셨어요?"
"아니, 그래서 왜 탄피...?"
"제게 소중한 거라서요..."

씨발... 김독자는 욕설을 간신히 참아냈음. 마왕은 어때?! 그것도 별로다. 저기요, 유중혁씨! 대체 마음에 드는 게 뭡니까?! 계속되는 의견충돌로 유중혁과 장하영이
184
싸우기 시작했음. 아주 가지가지... 그 사이에서 김독자가 해탈하며 웃었음. 4개의 별이니까 포스타는 어때요. 이젠 독자마저 아무말을 했고,

"그게 진심으로 괜찮다고 생각하나?"

유중혁은 일관되게 얄짤없는 인간이었음.

결국 유닛 이름, 컨셉도, 무엇도 정해지지 않은 채, 첫만남이 끝났음.
185
"유닛의 이름은 뭘로 정해졌나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럼 혹시 노래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아..., 컨셉 정도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상의가 끝난 뒤 찾아온 상황보고 타임에, 김독자는 MC의 질문에 차분하게 답했음. 모든 것을 내려놓은 얼굴로 미소짓는 것이 안쓰러워 보였음.
186
이렇게 근본없는 유닛은 김독자네 유닛이 유일했기 때문에, MC는 질문을 던지는 것을 포기하고 거하게 웃음을 터트렸음.

*

"아무튼 같이 무대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다음에 봐, 연락 꼭 받고!"

장하영이 활짝 웃으며 인사했음. 김독자가 모르는 사이에 벌써 김독자와 친구가 된 모양이었음.
187
이현성과도 인사를 한뒤에 뒤를 돌아봤음. 유중혁만 홀로 남아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음. 저기, 무슨 불만이라도 있으신 건지... 그리 물으려던 찰나에 반말을 하라던 중혁의 말이 생각났음.

"...왜?"

김독자는 용기를 내어 물었음. 유중혁은 자신을 내려보던 고개를 슬 기울였다가, 눈살을 찌푸렸음.
188
"내가 불편한가, 김독자?"
"어?"
"다른 놈들과는 잘만 대화하던데."
"......"

할말이 없었음. 김독자는 유중혁 앞에서는 늘 딱딱하게 굳었었음. 하지만 존나 억울했던게 아까는 다른 놈들과 잘 대화한 게 아니라, 그냥 휘둘린 것이었음. 김독자는 무슨 대답을 해야하나 싶어 눈만 굴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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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를 차릴까 싶다가도, 유중혁이 꼴리는 대로 내뱉고 행동한다면 자신도 몸을 사릴 이유가 없었음. 남이 들을라, 중혁의 팔을 잡아당겨 구석진 곳으로 끌고간 독자는 예전부터 품고있었던 의문을 돌직구로 날렸음.

"너 나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뭐?"
"왜 나랑 같은 유닛으로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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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가서. 여태껏 네가 날 싫어하는 줄 알았거든."
"...왜 그렇게 생각한 거지?"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지난번에 유중혁의 사과를 받은 뒤, 그가 무언가를 단단히 착각하고 독설을 내뱉었다는 것을 알았음. 하지만 김독자는 정확히 무슨 착각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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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유중혁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음. '존경하는 후배'라는 말이, 빈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100% 진심으로 들리지도 않은 것도 한몫했음. 그리고 그 뒤로도 중혁은 여전히 싸가지 없는 말을 내뱉거나 자신을 노려보기 일쑤였으니, 김독자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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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중혁이 나를 모종의 이유로 인해 엄청 싫어했다가, 혼자 착각하던 것을 그만두고 적당히만 싫어하고 있구나. 다행히 내 무대는 꽤 나쁘지 않게 본 것 같아.' 따위의 결론에 도달한 채였음... 대화라고 해봤자, 지나가다 마주치면 두어 마디만 툭툭 두고받은 두 사람의 소통의 부재가 낳은 말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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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한테 하는 꼬라지가 딱 싫어하는 년놈 대하는 태도란다. 라는 말을 어떻게 순화시킬 지 고민하던 차에, 유중혁의 매니저가 뒤에서 소리쳤음.

"중혁아, 뭐해! 우리 슬슬 가야해!"
"...쯧."
"어, 음... 가야하는 거 아니야?"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키며 묻자, 혀를 찬 중혁이 말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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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연락하지."
"...그래."

김독자에게 흘긋 시선을 준 유중혁은 일말의 미련을 남긴 채 자리를 떴음. ...미련? 홀로 남은 김독자가 스스로 한 생각이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갸웃했음. 참나,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유중혁이 나한테 미련을 가질 리가...

"요즘 관심 받더니 자만심만 늘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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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 아니라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김독자는 멀리서 제게 손을 흔드는 멤버들을 발견하고 걸음을 옮겼음. 정상의 범주를 한참 넘어선 사람과 대화를 했더니 자신도 이상해진 기분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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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타래로 이어집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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