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엋문 박문대가 왜 남들 다 자는 새벽 4시에 업계 선배인 청려의 오피스텔 앞에서 초인종을 누른 채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퓨럽@Pure_LoveS2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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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2, 2026
~16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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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새벽 2시,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살벌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아이돌이 깨어있을 만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박문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깨어있었다. 평소에도 모니터링이나 유행하는 밈 따위를 섭렵하기 위해 늦은 밤까지 폰을 들여다 보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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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방해꾼들에 의해 저지 당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경우였다.
바로, 테스타가 휴식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간 수면 부족으로 고생한 걸 생각하면 일주일도 감지덕지다. 이 직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이 정도쯤은 감수해야지.’
하지만 이번엔 다른 경우였다.
바로, 테스타가 휴식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간 수면 부족으로 고생한 걸 생각하면 일주일도 감지덕지다. 이 직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이 정도쯤은 감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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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한 결과,
일단 부족했던 수면을 보충하고 생각해 보기로 결정했다.
대부분 본가나 가족여행을 갔고, 차유진은 김래빈을 따라 할머니 댁으로 갔으니 숙소엔 박문대 혼자뿐이고 이는 곧 늦게 잔다고 구박할 방해꾼들이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단 부족했던 수면을 보충하고 생각해 보기로 결정했다.
대부분 본가나 가족여행을 갔고, 차유진은 김래빈을 따라 할머니 댁으로 갔으니 숙소엔 박문대 혼자뿐이고 이는 곧 늦게 잔다고 구박할 방해꾼들이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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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박문대는 그런 관심이 썩 나쁘지 만은 않았다.
오히려 익숙지 않은 기분에 낯간지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휴식기라고 해이해지면 그게 바로 망돌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기에 하루 동안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푹 잔 박문대는 또다시
오히려 익숙지 않은 기분에 낯간지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휴식기라고 해이해지면 그게 바로 망돌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기에 하루 동안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푹 잔 박문대는 또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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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모니터링을 하는 패턴으로 돌아오게 된 거다.
“…오늘은 큰달 퇴근하는 대로 같이 밥이라도 한 끼 먹자고 말해볼까.”
이전과 다르게 이젠 박문대에게도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묘한 안정감을 줬다.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해야만 했던 시절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각이었다.
“…오늘은 큰달 퇴근하는 대로 같이 밥이라도 한 끼 먹자고 말해볼까.”
이전과 다르게 이젠 박문대에게도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묘한 안정감을 줬다.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해야만 했던 시절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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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고양감에 답지 않게 들뜬 박문대는 그대로 손가락을 옮겨
화면을 내리다 어떤 게시글 하나를 발견했다.
[오늘부터 브이틱 휴식기ㅠㅠ]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도 슬슬 휴식기에 들어설 때가 됐나 싶더니,
그게 어제였나.
화면을 내리다 어떤 게시글 하나를 발견했다.
[오늘부터 브이틱 휴식기ㅠㅠ]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도 슬슬 휴식기에 들어설 때가 됐나 싶더니,
그게 어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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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의도한 건지…이번에도 어김없이 컴백 일정이 겹쳐진 탓에 휴식기도 엇비슷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박문대는 홀린 듯, 그 게시물에 들어가 글을 읽기 시작했다.
[앞으로 뭘 위해서 사냐,,, 삶의 의미를 잃었다.
한 마디만 할게.
브이틱 너네 내 인생 뺏어가서 당연하다는 듯 살지 마.]
박문대는 홀린 듯, 그 게시물에 들어가 글을 읽기 시작했다.
[앞으로 뭘 위해서 사냐,,, 삶의 의미를 잃었다.
한 마디만 할게.
브이틱 너네 내 인생 뺏어가서 당연하다는 듯 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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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익명1
옆집도 며칠 전 휴식기 들어갔길래 인별 기대 중
ㄴㄱㅆ) 옆집 휴식기랑 먼 상관?
ㄴ익명1) 엋려랑 곰머 친목질 ㄹㅈㄷ잖
ㄴㄱㅆ) ㅇㅎ…
ㄴ익명2) 난, 솔직히 좀 가능함.. 오빠들 나 믿고있긔…
ㄴㄱㅆ) 이새낀 뭐임? 크오페스 ㄲㅈ라
익명1
옆집도 며칠 전 휴식기 들어갔길래 인별 기대 중
ㄴㄱㅆ) 옆집 휴식기랑 먼 상관?
ㄴ익명1) 엋려랑 곰머 친목질 ㄹㅈㄷ잖
ㄴㄱㅆ) ㅇㅎ…
ㄴ익명2) 난, 솔직히 좀 가능함.. 오빠들 나 믿고있긔…
ㄴㄱㅆ) 이새낀 뭐임? 크오페스 ㄲ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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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3
솔직히 좀 수상하긴 해. 난 옆집 메보의 찜닭 레시피까지
알고싶지 않았음..
ㄴ익명1) 근데 개맛있어 보이더라
ㄴ익명2) 와,, 집데이트를 벌써..?
ㄴ ㄱㅆ) 아 크오 진짜 ㄲㅈ라고
박문대는 잠시 사고가 정지한 채 눈만 끔뻑였다.
솔직히 좀 수상하긴 해. 난 옆집 메보의 찜닭 레시피까지
알고싶지 않았음..
ㄴ익명1) 근데 개맛있어 보이더라
ㄴ익명2) 와,, 집데이트를 벌써..?
ㄴ ㄱㅆ) 아 크오 진짜 ㄲㅈ라고
박문대는 잠시 사고가 정지한 채 눈만 끔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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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청려랑 엮인다고? 타 그룹인 내가?
그 정도로 붙어 다녔나…
생각해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아니 확실히 좀 과한 면이 있었던 거 같다.
물밑에서 이런 게 나오면 말 다 했지…
그래도, 이제 더 이상 이런 말이 나오지 않을 거란 사실을 박문대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 정도로 붙어 다녔나…
생각해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아니 확실히 좀 과한 면이 있었던 거 같다.
물밑에서 이런 게 나오면 말 다 했지…
그래도, 이제 더 이상 이런 말이 나오지 않을 거란 사실을 박문대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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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박문대는 청려와 거리를 두고 있으니까.
정확히는 활동기 중반부터였을 거다.
인지도가 비슷한 남돌끼리 동선도 겹친 탓에
같은 휴게실을 쓰기 일쑤였다.
자주 마주칠 수록 대화할 기회도 많아졌고
둘 밖에 없을 땐 평소처럼 편하게 대화하곤 했다.
그러다,
…
정확히는 활동기 중반부터였을 거다.
인지도가 비슷한 남돌끼리 동선도 겹친 탓에
같은 휴게실을 쓰기 일쑤였다.
자주 마주칠 수록 대화할 기회도 많아졌고
둘 밖에 없을 땐 평소처럼 편하게 대화하곤 했다.
그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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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폰 화면을 끄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얼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내 실책이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좀 더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어야 했는데.
머저리처럼 동요한 탓에 녀석에게 상처만 준 거 같았다.
마지막으로 본 녀석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내 실책이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좀 더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어야 했는데.
머저리처럼 동요한 탓에 녀석에게 상처만 준 거 같았다.
마지막으로 본 녀석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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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화면마저 끄고 나니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텅 빈 방엔 창문 너머에서 쏟아지는 빗소리를 제외하곤 그저 고요함만 존재할 뿐이었다.
홀로 누운 채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자니 순식간에 형용할 수 없는 우울감이 덮쳐왔다.
‘아…, 보고 싶다.’
텅 빈 방엔 창문 너머에서 쏟아지는 빗소리를 제외하곤 그저 고요함만 존재할 뿐이었다.
홀로 누운 채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자니 순식간에 형용할 수 없는 우울감이 덮쳐왔다.
‘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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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머리맡에 두었던 폰이 진동을 울리며 켜졌다.
갑작스레 밝혀진 화면에 눈살을 찌푸리며 눈앞에 가져다 댄
박문대는 순간 멈칫했다.
[신재현]
‘신재현’에게 전화가 오고 있었다.
어째서? ‘그날’ 이후로 사적인 연락을 한 적이 없는데…?
가뜩이나 늦은 시간에…
갑작스레 밝혀진 화면에 눈살을 찌푸리며 눈앞에 가져다 댄
박문대는 순간 멈칫했다.
[신재현]
‘신재현’에게 전화가 오고 있었다.
어째서? ‘그날’ 이후로 사적인 연락을 한 적이 없는데…?
가뜩이나 늦은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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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
먼저 거리를 둔 주제에 이 전화를 받는 것 자체가 모순이란걸.
그런 어중간한 행동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을...
머리로는 아는데, 방금까지 눈을 감은 채 빗소리에 집중해서 그런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사고 회로가 엉망진창이야.
먼저 거리를 둔 주제에 이 전화를 받는 것 자체가 모순이란걸.
그런 어중간한 행동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을...
머리로는 아는데, 방금까지 눈을 감은 채 빗소리에 집중해서 그런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사고 회로가 엉망진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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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냥, 한 시라도 빨리 이 녀석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너무 오래 참았나…
이럴 거면 시작조차 하지 말지,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참을성이 부족했는지 실소를 내뱉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그 이상은 바라지 않을 테니까…
망설임은 짧았다.
박문대는 수락 버튼을 눌렀다.
너무 오래 참았나…
이럴 거면 시작조차 하지 말지,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참을성이 부족했는지 실소를 내뱉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그 이상은 바라지 않을 테니까…
망설임은 짧았다.
박문대는 수락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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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님?]
“…어.”
…애 목소리 왜 이러냐.
[자고 있었다면 미안해요.]
“아니, 깨어있었다. 그것보다 너 목소리 왜 그래, 어디 아프냐?”
평소 같았으면 용건부터 물었을 텐데,
아예 맛이 간 이놈 목소리 때문에 그런 거 물어볼 겨를도 없었다.
“…어.”
…애 목소리 왜 이러냐.
[자고 있었다면 미안해요.]
“아니, 깨어있었다. 그것보다 너 목소리 왜 그래, 어디 아프냐?”
평소 같았으면 용건부터 물었을 텐데,
아예 맛이 간 이놈 목소리 때문에 그런 거 물어볼 겨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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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목소리. 아침부터 상태가 좀, 안 좋긴 했는데…
아무래도 감기인가 봐요. 별일 아니니까, 큼… 신경 쓰지 마요. ]
너 같으면 신경을 안 쓰겠냐? 라는 말이 단전에서부터 끌어 올랐지만
간신히 참은 박문대는 침착하게 목을 가다듬고 신재현에게 되물었다.
“…약은?”
[…]
아무래도 감기인가 봐요. 별일 아니니까, 큼… 신경 쓰지 마요. ]
너 같으면 신경을 안 쓰겠냐? 라는 말이 단전에서부터 끌어 올랐지만
간신히 참은 박문대는 침착하게 목을 가다듬고 신재현에게 되물었다.
“…약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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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또 끼니 걸렀지. 빈속에 약 먹으면 안 된다고 몇 번을 말하냐.”
[…그래서 아직 약 안 먹었어요.]
“어쭈? 뭘 잘했다고.”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 곧장 스피커 너머로 작은 웃음소리가
간드러지게 들렸다.
[…그래서 아직 약 안 먹었어요.]
“어쭈? 뭘 잘했다고.”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 곧장 스피커 너머로 작은 웃음소리가
간드러지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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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성격상 멤버들에게 간병을 맡겼을 리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 두었다가 자칫 상태가 심각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간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너무 쉽게 말을 내뱉어버렸다.
“기다려.”
[…네? 후배-]
뚝-
박문대는 전화를 끊자마자 부엌으로 향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두었다가 자칫 상태가 심각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간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너무 쉽게 말을 내뱉어버렸다.
“기다려.”
[…네? 후배-]
뚝-
박문대는 전화를 끊자마자 부엌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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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둘 때 두더라도 아픈 애 밥은 먹여야 할 거 아니냐.’
이른바 자기합리화였다.
이른바 자기합리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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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곧 터질 듯이 가득 찬 장바구니를 팔에 걸고
장우산의 물기를 털어낸 뒤,
이내 곱게 접은 박문대는 신재현의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출입 허가를 받고 안으로 들어섰다.
곧 터질 듯이 가득 찬 장바구니를 팔에 걸고
장우산의 물기를 털어낸 뒤,
이내 곱게 접은 박문대는 신재현의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출입 허가를 받고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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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라 엘리베이터 이용자가 적어서 그런 지
비교적 빨리 탈 수 있었다.
이읃고 익숙하다는 듯 자연스레
자신이 가야 할 층수의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고층이었던 탓일까,
올라가는 내내 기계음을 제외하곤
정적만이 맴돌았기에 괜스레 멋쩍어진 박문대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쓸었다.
비교적 빨리 탈 수 있었다.
이읃고 익숙하다는 듯 자연스레
자신이 가야 할 층수의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고층이었던 탓일까,
올라가는 내내 기계음을 제외하곤
정적만이 맴돌았기에 괜스레 멋쩍어진 박문대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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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진짜 이게 맞나.."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어차피 해야 할 일, 밥 먹인 후에 약만 딱 챙겨주고 나오자.
박문대는 그렇게 결심했다.
지루했던 기나긴 시간이 지나,
이읃고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어느 문 앞에 떡하니 자리 잡았다.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어차피 해야 할 일, 밥 먹인 후에 약만 딱 챙겨주고 나오자.
박문대는 그렇게 결심했다.
지루했던 기나긴 시간이 지나,
이읃고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어느 문 앞에 떡하니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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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눈앞의 초인종 버튼을 꾸욱, 누르니
[딩~동] 소리와 함께 개 짖는 소리가 집 안에서 어렴풋이 들려왔다.
‘…오랜만인가.’
몇 번인가 반복된 짖음을 만류하듯 달래는 소리도 들려왔다.
이내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도어록 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딩~동] 소리와 함께 개 짖는 소리가 집 안에서 어렴풋이 들려왔다.
‘…오랜만인가.’
몇 번인가 반복된 짖음을 만류하듯 달래는 소리도 들려왔다.
이내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도어록 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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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체 얼마나 아프길래 애 꼴이 말이 아니냐.’
“…후배님.”
얼굴은 열이 올라 땀에 젖어 시뻘게진 채로 비틀거리며
자세를 숙인 채 문에 몸을 지탱하여 간신히 서 있는
신재현이 눈앞에 서있었다.
‘…대체 얼마나 아프길래 애 꼴이 말이 아니냐.’
“…후배님.”
얼굴은 열이 올라 땀에 젖어 시뻘게진 채로 비틀거리며
자세를 숙인 채 문에 몸을 지탱하여 간신히 서 있는
신재현이 눈앞에 서있었다.
28
허…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밥도 안 먹고 뭐 했냐…
신재현은 몸도 잘 가누지 못하는 주제에
살짝 미소 지으며 이내 들어오라는 듯 몸을 옆으로 비켜섰다.
할 말은 많았지만 괜히 잔소리했다가
골 울릴지도 모르니 지금은 그냥 입 닥치고
죽이나 끓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신재현은 몸도 잘 가누지 못하는 주제에
살짝 미소 지으며 이내 들어오라는 듯 몸을 옆으로 비켜섰다.
할 말은 많았지만 괜히 잔소리했다가
골 울릴지도 모르니 지금은 그냥 입 닥치고
죽이나 끓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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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두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구석에 우산을 세워두니
그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신재현이 물었다.
“음, 웬 우산이에요?”
“지금 밖에 비 오고 있는데 몰랐냐?”
“아…창문을 닫아놓은 탓에 잘 안 들려서 몰랐네요.”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구석에 우산을 세워두니
그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신재현이 물었다.
“음, 웬 우산이에요?”
“지금 밖에 비 오고 있는데 몰랐냐?”
“아…창문을 닫아놓은 탓에 잘 안 들려서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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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라 영업하는 가게가 없는 탓에
급한 대로 숙소 냉장고에서 털어온 재료들을
정리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하는 박문대를 뒤따라오며
살짝 머뭇거리던 신재현은 다시 입을 열었다.
급한 대로 숙소 냉장고에서 털어온 재료들을
정리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하는 박문대를 뒤따라오며
살짝 머뭇거리던 신재현은 다시 입을 열었다.
31
“비도 오는데 왜 왔어요, 피곤할 텐데.”
얼씨구? 내가 올 줄 알고 급하게 샤워한 기색이
여력한 놈이 할 말은 아니지 않은가.
아직 덜 말려 축축한 머리끝과
코 끝을 찌르는 바디워시 향이 그 증거였다.
‘...머스크 향? 뭔, 써도 지 같은 걸 쓰네.’
..
….
…….
….…진짜 미쳤나.
얼씨구? 내가 올 줄 알고 급하게 샤워한 기색이
여력한 놈이 할 말은 아니지 않은가.
아직 덜 말려 축축한 머리끝과
코 끝을 찌르는 바디워시 향이 그 증거였다.
‘...머스크 향? 뭔, 써도 지 같은 걸 쓰네.’
..
….
…….
….…진짜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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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고가
정도를 모르고 날뛰기 전에
얼른 저놈부터 침대에 눕히고
죽이나 끓여줘야겠다고 생각한 박문대는 입을 열었다.
“헛소리 말고 여기 앉기나 해, 머리 말려줄게.”
“…아, 내가 해도 되는데.”
“힘도 없는 게 어느 세월에.”
정도를 모르고 날뛰기 전에
얼른 저놈부터 침대에 눕히고
죽이나 끓여줘야겠다고 생각한 박문대는 입을 열었다.
“헛소리 말고 여기 앉기나 해, 머리 말려줄게.”
“…아, 내가 해도 되는데.”
“힘도 없는 게 어느 세월에.”
33
의자 옆에서 콘센트에 플러그를 꼽으며
준비를 끝낸 박문대가 말했다.
“빨리 와, 팔 아프다.”
준비를 끝낸 박문대가 말했다.
“빨리 와, 팔 아프다.”
34
신재현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바라만 보다
이내 군말 없이 박문대를 등지고 앉았다.
이읃고 헤어드라이어 작동 소리가
방 안 가득히 울려 퍼졌다.
사방으로 퍼지는 머스크 향과
손가락 사이로 나부끼는 머리카락에
기분이 간질거렸다.
벽에 기댄 채 두 눈을 감고 있는 신재현이 거울에 비쳤다.
이내 군말 없이 박문대를 등지고 앉았다.
이읃고 헤어드라이어 작동 소리가
방 안 가득히 울려 퍼졌다.
사방으로 퍼지는 머스크 향과
손가락 사이로 나부끼는 머리카락에
기분이 간질거렸다.
벽에 기댄 채 두 눈을 감고 있는 신재현이 거울에 비쳤다.
35
괜히 나 때문에 앉아있기도 힘든 몸으로
무리해서 씻은 거 같아 맘이 불편했다.
그대로 있어도 괜찮은데 굳이…
무리해서 씻은 거 같아 맘이 불편했다.
그대로 있어도 괜찮은데 굳이…
37
달칵-.
“…끝났다.”
“아.”
“최대한 빨리 차릴 테니까 그때까지 쉬고 있어, 자진 말고.”
“…네, 고마워요. 후배님.”
“…끝났다.”
“아.”
“최대한 빨리 차릴 테니까 그때까지 쉬고 있어, 자진 말고.”
“…네, 고마워요. 후배님.”
38
눈꼬리를 접으며 웃어 보인 신재현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는지
터덜터덜 침실로 걸어 들어갔다.
박문대는 그런 신재현을 지켜보다
이내 부엌으로 향하던 도중,
자신의 다리에 감겨오는 노란 털 뭉치를 인식했다.
“신콩.”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는지
터덜터덜 침실로 걸어 들어갔다.
박문대는 그런 신재현을 지켜보다
이내 부엌으로 향하던 도중,
자신의 다리에 감겨오는 노란 털 뭉치를 인식했다.
“신콩.”
39
헥헥대며 꼬리를 붕붕 돌리는
개의 털을 쓰다듬어주기 위해 잠시 몸을 숙였다.
“새벽부터 깨워서 미안하다, 노크하면
네 아빠가 못 들을 거 같았어. ”
이 녀석은 본인의 단잠을 깨운 훼방꾼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배까지 까고 덜렁 누워버린다.
개의 털을 쓰다듬어주기 위해 잠시 몸을 숙였다.
“새벽부터 깨워서 미안하다, 노크하면
네 아빠가 못 들을 거 같았어. ”
이 녀석은 본인의 단잠을 깨운 훼방꾼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배까지 까고 덜렁 누워버린다.
40
그만 피식 웃어버린 박문대는
콩이의 배를 살살 쓰다듬어주며,
잠깐 깊은 생각에 빠지다 이내 혼자 중얼거렸다.
“…역시, 그만두자.”
콩이에게서 손을 뗀 박문대는 재료 손질부터 시작해서
순식간에 계란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콩이의 배를 살살 쓰다듬어주며,
잠깐 깊은 생각에 빠지다 이내 혼자 중얼거렸다.
“…역시, 그만두자.”
콩이에게서 손을 뗀 박문대는 재료 손질부터 시작해서
순식간에 계란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41
똑, 똑-.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곧장 침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재현, 들어간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박문대는
쟁반 위에 계란죽이 담긴 그릇과 수저,
그리고 물 한 컵과 알약들을 챙겨왔다.
“다 됐으니까 빨리 먹고 약 먹어.”
“…아, 수고 많았어요. 후배님.”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곧장 침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재현, 들어간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박문대는
쟁반 위에 계란죽이 담긴 그릇과 수저,
그리고 물 한 컵과 알약들을 챙겨왔다.
“다 됐으니까 빨리 먹고 약 먹어.”
“…아, 수고 많았어요. 후배님.”
42
본래 식탁에서 먹이려 했지만,
한 시라도 빨리 먹이고 재우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기에
몸을 일으켜 등 뒤를 베개로 바쳐줬다.
침대 옆으로 의자를 끌고 와 그 위에 털썩 주저앉은
박문대는 조심스레 죽을 입에 가져다 대는
신재현을 턱을 괸 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한 시라도 빨리 먹이고 재우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기에
몸을 일으켜 등 뒤를 베개로 바쳐줬다.
침대 옆으로 의자를 끌고 와 그 위에 털썩 주저앉은
박문대는 조심스레 죽을 입에 가져다 대는
신재현을 턱을 괸 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43
“좀 먹을 만하냐?”
신재현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한 번 삼킨 후 대답했다.
“네, 맛있어요. 번거로웠을 텐데 고마워요.”
이윽고 물 한 모금을 삼킨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신재현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한 번 삼킨 후 대답했다.
“네, 맛있어요. 번거로웠을 텐데 고마워요.”
이윽고 물 한 모금을 삼킨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44
“제때 못 열어줘서 많이 기다렸죠?
미안해요, 진작 알려줬어야 했는데.
이참에 비번 알려줄게요. 1-”
“아니.”
신재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문대가 말했다.
“알려주지 마.”
그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담담하게 덧붙였다.
“그럴 필요 없어.”
“…”
미안해요, 진작 알려줬어야 했는데.
이참에 비번 알려줄게요. 1-”
“아니.”
신재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문대가 말했다.
“알려주지 마.”
그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담담하게 덧붙였다.
“그럴 필요 없어.”
“…”
45
잠시 길고 묵직한 침묵이 방 안의 공기를 짓눌렀다.
“…그래요, 그럼.”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던 신재현은
그 뒤로 몇 숟가락 더 뜨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수저를 내려놓았다.
“더 먹지, 왜 그러냐.”
“음,.. 입맛이 별로 없어서요.
애써 만들어줬는데 미안해요.”
“…그래요, 그럼.”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던 신재현은
그 뒤로 몇 숟가락 더 뜨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수저를 내려놓았다.
“더 먹지, 왜 그러냐.”
“음,.. 입맛이 별로 없어서요.
애써 만들어줬는데 미안해요.”
46
박문대는 컵에 물을 더 채워 약과 함께 건넸다.
신재현은 건네받은 알약을 손안에 굴리며
가만히 바라만 보더니,
영문 모를 말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후배님, 혹시 ‘가르시아 효과(Garcia effect)’ 아세요?
저도 최근에 들은 건데.”
신재현은 건네받은 알약을 손안에 굴리며
가만히 바라만 보더니,
영문 모를 말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후배님, 혹시 ‘가르시아 효과(Garcia effect)’ 아세요?
저도 최근에 들은 건데.”
47
이게 아프면 그냥 빨리 삼키고 잠이나 퍼 잘 것이지,
뭔 말이 이렇게 많냐.
아직 살 만하다 이건가?
헛소리 작작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녀석이 너무 진지했다.
결국 박문대는 한숨을 내쉬며 맞장구치는 것 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그게 뭔데.”
신재현이 빙그레 웃었다.
뭔 말이 이렇게 많냐.
아직 살 만하다 이건가?
헛소리 작작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녀석이 너무 진지했다.
결국 박문대는 한숨을 내쉬며 맞장구치는 것 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그게 뭔데.”
신재현이 빙그레 웃었다.
48
“일종의 고전적 조건형성의 한 종류인데,
개체가 특정한 자극과 함께 발생하는 부정적인 경험에 의해
그 자극과 관련된 다른 자극을 피하는 현상을 말해요.
이른바 혐오 학습이라 볼 수 있죠.”
“…”
박문대는 그저 입을 다문 채 계속 듣고만 있었다.
개체가 특정한 자극과 함께 발생하는 부정적인 경험에 의해
그 자극과 관련된 다른 자극을 피하는 현상을 말해요.
이른바 혐오 학습이라 볼 수 있죠.”
“…”
박문대는 그저 입을 다문 채 계속 듣고만 있었다.
49
“이러한 현상은 주로 미각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예를 들어 개인이 특정 음식을 섭취할 때
구토, 복통 등을 동반하여
특정한 맛이나 냄새가 느껴진 경우,
이후에는 해당 맛이나 냄새만 느껴져도
불쾌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있어요.”
예를 들어 개인이 특정 음식을 섭취할 때
구토, 복통 등을 동반하여
특정한 맛이나 냄새가 느껴진 경우,
이후에는 해당 맛이나 냄새만 느껴져도
불쾌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있어요.”
50
“진화론적으론 독성이 있는 음식을 피하기 위한
생존적인 전략으로 발생했을 거란 견해도 있고.”
“…”
무언가 기시감이 느껴졌다.
신재현은 박문대를 응시한 채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어때요?”
이 녀석에게 모든 걸 간파당하고 있다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생존적인 전략으로 발생했을 거란 견해도 있고.”
“…”
무언가 기시감이 느껴졌다.
신재현은 박문대를 응시한 채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어때요?”
이 녀석에게 모든 걸 간파당하고 있다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51
그저 아무런 말 없이 듣고만 있던
박문대는 이내 크게 한숨을 쉬고,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넘기며 말했다.
“어떻고 자시고, 갑자기 약 먹다 말고
그런 걸 알려주는 이유가 뭐냐.
너 뭐, 약에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어?”
“같이 예능 찍었던 날.”
“…!”
박문대는 순간 움찔거렸다.
박문대는 이내 크게 한숨을 쉬고,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넘기며 말했다.
“어떻고 자시고, 갑자기 약 먹다 말고
그런 걸 알려주는 이유가 뭐냐.
너 뭐, 약에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어?”
“같이 예능 찍었던 날.”
“…!”
박문대는 순간 움찔거렸다.
52
“그날부터였죠, 아마?”
신재현은 박문대를 직시하며 말했다.
“후배님이 날 피하기 시작한 게.”
박문대는 황급히 신재현에게서
눈을 돌린 채 뜸을 들이다 말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언제 널 피했다고-”
“눈치챈 거죠? 제 마음.”
‘아.’
“내가 후배님 좋아하는 거.”
신재현은 박문대를 직시하며 말했다.
“후배님이 날 피하기 시작한 게.”
박문대는 황급히 신재현에게서
눈을 돌린 채 뜸을 들이다 말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언제 널 피했다고-”
“눈치챈 거죠? 제 마음.”
‘아.’
“내가 후배님 좋아하는 거.”
53
‘차라리 이 모든 게 꿈이었다면…’
“알고 있잖아.”
최소한 이런 비참한 기분은 들지 않았을 텐데.
신재현이 웃었다.
가증스러웠다.
“알고 있잖아.”
최소한 이런 비참한 기분은 들지 않았을 텐데.
신재현이 웃었다.
가증스러웠다.
54
“가르시아 효과는 인과관계를 전제로 하는 이론이에요.
그런데 난, 네게 원인을 제공한 적이 없을 텐데.
뭘 걱정하고 있는진 알겠어요.
아이돌에게 동성연애 스캔들이라..
사회 1면에 나오기 딱 좋은 소재네요.
그 밖에도 우선순위는 당연히 그룹의 존망일 거고,
앞으로도 뒤바뀔 일은 없겠지.”
그런데 난, 네게 원인을 제공한 적이 없을 텐데.
뭘 걱정하고 있는진 알겠어요.
아이돌에게 동성연애 스캔들이라..
사회 1면에 나오기 딱 좋은 소재네요.
그 밖에도 우선순위는 당연히 그룹의 존망일 거고,
앞으로도 뒤바뀔 일은 없겠지.”
55
박문대는 아무런 말 없이 담담히 듣고만 있었다.
주먹을 쥔 손에 땀이 찼다.
“하지만 후배님이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어요.”
말하는 내내 그놈의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유지하던
신재현은 순식간에 싸늘한 표정으로 뒤바꿨다.
“과연 너만 그럴까?”
주먹을 쥔 손에 땀이 찼다.
“하지만 후배님이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어요.”
말하는 내내 그놈의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유지하던
신재현은 순식간에 싸늘한 표정으로 뒤바꿨다.
“과연 너만 그럴까?”
56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는지
비는 여전히 그칠 줄을 모르고 쏟아지고 있었다.
질식할 것만 같은 이 정적의 무게감을 견디기 힘들었다.
“후배님도 알잖아요,
내가 내 감정 하나 통제하지 못한 채
휘둘리는 바보는 아니란걸.”
비는 여전히 그칠 줄을 모르고 쏟아지고 있었다.
질식할 것만 같은 이 정적의 무게감을 견디기 힘들었다.
“후배님도 알잖아요,
내가 내 감정 하나 통제하지 못한 채
휘둘리는 바보는 아니란걸.”
57
‘잘 알지.’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저 녀석이 어쭙잖은 감정놀음에
놀라나지 않을 거란 것쯤은.
자기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여
스스로를 한계까지 정제하는 데에 이골이 난
그 ‘청려’ 아닌가.
알고 있어.
알고 있지만, 내가 정말 걱정한 건…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저 녀석이 어쭙잖은 감정놀음에
놀라나지 않을 거란 것쯤은.
자기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여
스스로를 한계까지 정제하는 데에 이골이 난
그 ‘청려’ 아닌가.
알고 있어.
알고 있지만, 내가 정말 걱정한 건…
58
“그래서 생각해 봤어요.
후배님처럼 이성적인 사람이 무엇이 그렇게 불안해서
실험용 쥐 마냥 나를 기피하는 건지.”
‘안돼.’
“결론은 하나예요.”
‘이러다 들킨다.’
“후배님이 걱정하는 건 결국 자-”
“그만.”
박문대는 알약을 낚아챈 손으로
신재현의 입을 막아버렸다.
후배님처럼 이성적인 사람이 무엇이 그렇게 불안해서
실험용 쥐 마냥 나를 기피하는 건지.”
‘안돼.’
“결론은 하나예요.”
‘이러다 들킨다.’
“후배님이 걱정하는 건 결국 자-”
“그만.”
박문대는 알약을 낚아챈 손으로
신재현의 입을 막아버렸다.
59
입안에 알약들이 굴러다녔다.
물컵을 집어 든 박문대는
신재현의 입가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네 같잖은 망상 들어주는 것도 여기까지야.”
물컵을 집어 든 박문대는
신재현의 입가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네 같잖은 망상 들어주는 것도 여기까지야.”
60
박문대는 빈 그릇과 쟁반을 챙겨 들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윽고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전화, 왜 받았어요?”
어째서인지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자라.”
박문대는 그대로 침실 문을 닫고 나갔다.
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윽고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전화, 왜 받았어요?”
어째서인지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자라.”
박문대는 그대로 침실 문을 닫고 나갔다.
61
거실로 나오니 콩이는
자신의 하우스에 들어가 자고 있었다.
가기 전에 저 녀석 밥그릇도
채워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싱크대 앞에 서서 고무장갑을 끼고
묵묵히 설거지를 시작한 박문대는 그만
눈을 질끈 감은 채 주저앉아 버렸다.
결국,
신재현이 알아버렸다.
자신의 하우스에 들어가 자고 있었다.
가기 전에 저 녀석 밥그릇도
채워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싱크대 앞에 서서 고무장갑을 끼고
묵묵히 설거지를 시작한 박문대는 그만
눈을 질끈 감은 채 주저앉아 버렸다.
결국,
신재현이 알아버렸다.
62
[후배님이 걱정하는 건 결국-]
‘내가 걱정하는 건 사실-’
[자기 자신이잖아요.]
‘나 자신이란걸.’
빗소리와 수돗물 소리가 중첩되어 골이 울렸다.
‘내가 걱정하는 건 사실-’
[자기 자신이잖아요.]
‘나 자신이란걸.’
빗소리와 수돗물 소리가 중첩되어 골이 울렸다.
63
설거지를 끝낸 후,
간단히 청소라도 할까 생각해 봤지만
아직 꼭두새벽인 걸 감안해서 그만두기로 했다.
…녀석은 자고 있을까.
이마에 얹어 둔 물수건을 갈아줘야 할 때인 거 같아
조용히 침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색 색- 거리며 잘도 잔다.
간단히 청소라도 할까 생각해 봤지만
아직 꼭두새벽인 걸 감안해서 그만두기로 했다.
…녀석은 자고 있을까.
이마에 얹어 둔 물수건을 갈아줘야 할 때인 거 같아
조용히 침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색 색- 거리며 잘도 잔다.
64
아까 그 난리를 친 걸 생각하면
서로 얼굴 붉힐 일 없도록
잠든 사이에 할 일 끝내고 한 시라도 빨리
이 집에서 빠져 나가는 게 제일 베스트였다.
이윽고 박문대는 신재현이 깨지 않도록 침대 끄트머리에
조심스레 걸터 앉았다.
서로 얼굴 붉힐 일 없도록
잠든 사이에 할 일 끝내고 한 시라도 빨리
이 집에서 빠져 나가는 게 제일 베스트였다.
이윽고 박문대는 신재현이 깨지 않도록 침대 끄트머리에
조심스레 걸터 앉았다.
65
미지근해진 물수건을 새 걸로 교체하려다,
문득 열이 얼마나 내렸는 지 알고 싶어져
무심코 이마를 맞대려다 이내 정신을 차렸다.
…
손으로 하자, 손으로.
문득 열이 얼마나 내렸는 지 알고 싶어져
무심코 이마를 맞대려다 이내 정신을 차렸다.
…
손으로 하자, 손으로.
66
자신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며
어렴풋이 가늠해봤다.
다행히 약효가 돌았는 지
처음보다 상태가 괜찮아진 거 같았다.
한 시름 놓은 박문대는 저도 모르게 물수건 때문에
젖은 신재현의 머리칼을 손등으로 쓸어주며 생각했다.
‘…네 말이 맞아.’
어렴풋이 가늠해봤다.
다행히 약효가 돌았는 지
처음보다 상태가 괜찮아진 거 같았다.
한 시름 놓은 박문대는 저도 모르게 물수건 때문에
젖은 신재현의 머리칼을 손등으로 쓸어주며 생각했다.
‘…네 말이 맞아.’
67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 녀석의 마음 정도는.
신재현이 말한 ‘그날’.
박문대는 자신을 향한 신재현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그도 그럴게, 모를 수가 없잖아.’
단둘만 남겨진 대기실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이 녀석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했다.
이 녀석의 마음 정도는.
신재현이 말한 ‘그날’.
박문대는 자신을 향한 신재현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그도 그럴게, 모를 수가 없잖아.’
단둘만 남겨진 대기실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이 녀석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했다.
68
‘사람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문대 본인은 알 수 있었다
제 딴에는 잘 숨겼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생소했겠지.’
어리숙하던데.
하지만 그 순간, 박문대도 예상치 못한 문제와 직면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문대 본인은 알 수 있었다
제 딴에는 잘 숨겼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생소했겠지.’
어리숙하던데.
하지만 그 순간, 박문대도 예상치 못한 문제와 직면했다.
69
명백한 애정이 담긴 그 눈이 그다지 싫지 않았다.
박문대는 순간 당황한 나머지 손으로 눈을 거칠게 비볐다.
‘…어라?’
신재현이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어째서 싫지 않지?’
계속해서 눈만 끔뻑였다.
‘오히려,’
‘좋은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지난날의 행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박문대는 순간 당황한 나머지 손으로 눈을 거칠게 비볐다.
‘…어라?’
신재현이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어째서 싫지 않지?’
계속해서 눈만 끔뻑였다.
‘오히려,’
‘좋은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지난날의 행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70
사람을 극한까지 꼴 받게 한 주제에
변태 새끼 마냥 반응을 즐기는 건가 싶을 정도로,
뭐가 그렇게 좋다고 속도 없이 처웃고 앉아있는지
한때는 이상한 놈이라 상종하지 말자고
치부했던 적도 있었다.
엮이지 말아야지.
이젠 정말 엮이지 말아야지.
변태 새끼 마냥 반응을 즐기는 건가 싶을 정도로,
뭐가 그렇게 좋다고 속도 없이 처웃고 앉아있는지
한때는 이상한 놈이라 상종하지 말자고
치부했던 적도 있었다.
엮이지 말아야지.
이젠 정말 엮이지 말아야지.
71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되뇌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초자연적 현상에 함께 휩쓸린 게
한두 번이 아닌 탓에 그 새 정이라도 들었나 싶었다.
딱 거기까지가 마지노선이었는데,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그 녀석을 좋아하고 있었나 보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초자연적 현상에 함께 휩쓸린 게
한두 번이 아닌 탓에 그 새 정이라도 들었나 싶었다.
딱 거기까지가 마지노선이었는데,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그 녀석을 좋아하고 있었나 보다.
72
한 번 직면한 감정은 빼도 박도 못하는
명백한 진실이었고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몰려왔다.
만약 이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깊어져서
결국 실수라도 하게 되면,
그땐.
그땐…
‘안돼.’
그 순간, 저를 부르는 신재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이 확 들었다.
명백한 진실이었고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몰려왔다.
만약 이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깊어져서
결국 실수라도 하게 되면,
그땐.
그땐…
‘안돼.’
그 순간, 저를 부르는 신재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이 확 들었다.
73
“후배님?”
“…어?”
“눈에 뭐 들어갔어요, 후배님?”
신재현은 갑자기 상태가 이상해진 박문대에게 손을 뻗었고
갑작스러운 접촉에 흠칫 놀란 박문대는 그만 그 손을 뿌리쳤다.
“…어?”
“눈에 뭐 들어갔어요, 후배님?”
신재현은 갑자기 상태가 이상해진 박문대에게 손을 뻗었고
갑작스러운 접촉에 흠칫 놀란 박문대는 그만 그 손을 뿌리쳤다.
74
신재현은 답지 않게 눈을 크게 떴고,
박문대 또한 자신의 행동에 당황한 나머지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니, ..이게 아니라.”
수습하기 위해 어떤 말이라도 꺼내보려던 순간,
스태프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제 이동하실게요!"
결국 그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났다.
박문대 또한 자신의 행동에 당황한 나머지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니, ..이게 아니라.”
수습하기 위해 어떤 말이라도 꺼내보려던 순간,
스태프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제 이동하실게요!"
결국 그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났다.
75
신재현도, 박문대도 한참 활동기였기에
뼈 빠지게 일하느라 따로 연락할 일도 없었다.
다만, 가끔씩 보내던 개 사진이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오지 않는 걸 확인할 때마다 가슴이 구멍에 뚫린 것 마냥, 공허해졌다.
애꿎은 카톡 프로필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뼈 빠지게 일하느라 따로 연락할 일도 없었다.
다만, 가끔씩 보내던 개 사진이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오지 않는 걸 확인할 때마다 가슴이 구멍에 뚫린 것 마냥, 공허해졌다.
애꿎은 카톡 프로필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76
바쁜 스케줄을 끝내고 쪽잠이라도 자기 위해
침대에 누웠을 때면 어김없이
뿌리쳐진 자신의 손을 바라보던 신재현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상처받은 거 같았지.’
침대에 누웠을 때면 어김없이
뿌리쳐진 자신의 손을 바라보던 신재현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상처받은 거 같았지.’
77
박문대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직면할 용기가 없었다.
그저 자연스레 거리를 두면,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굳게 믿는 것 말곤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박문대가 제멋대로 혼자 결정한 사이,
신재현도 자신만의 결론을 내렸나 보다.
‘그 결과가 이거냐.’
그저 자연스레 거리를 두면,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굳게 믿는 것 말곤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박문대가 제멋대로 혼자 결정한 사이,
신재현도 자신만의 결론을 내렸나 보다.
‘그 결과가 이거냐.’
78
진지하게 마주 보고 앉아서 해도 모자랄 얘기를
아파서 다 죽어가는 상태로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박문대는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앓는 소리를 내는 신재현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이건 내 문제가 맞다.’
아파서 다 죽어가는 상태로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박문대는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앓는 소리를 내는 신재현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이건 내 문제가 맞다.’
79
신재현도 한계에 내몰렸던 거겠지,
내가 회피했으니까.
계속 쌓이고 쌓이다 못해 터져버린 거겠지.
이 녀석의 눈에는 내가 그 가르시아 인지 뭔지 하는
실험용 쥐와 다를 바 없어 보였을 거다.
내가 회피했으니까.
계속 쌓이고 쌓이다 못해 터져버린 거겠지.
이 녀석의 눈에는 내가 그 가르시아 인지 뭔지 하는
실험용 쥐와 다를 바 없어 보였을 거다.
80
돌이킬 수 없는 감정을 깨달은 순간,
이 이야기의 결말에 지레 겁먹은 나머지
생존본능이 발동한 쥐새끼 같았겠지.
너도 내가 비겁했겠지
그런데, 말이다.
그럼 난, 도대체 어떡해야 해?
이 이야기의 결말에 지레 겁먹은 나머지
생존본능이 발동한 쥐새끼 같았겠지.
너도 내가 비겁했겠지
그런데, 말이다.
그럼 난, 도대체 어떡해야 해?
81
알고 있다.
‘청려’는 숨긴다면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을 거란 걸.
아마 박문대가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영원히 그 마음을 고백할 일은 없었을 거다.
그에게도 우선순위는 언제나 건재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박문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청려’는 숨긴다면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을 거란 걸.
아마 박문대가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영원히 그 마음을 고백할 일은 없었을 거다.
그에게도 우선순위는 언제나 건재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박문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82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
나만 모른 척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깊어져만 가는
이 감정을 나는 도대체 어떡하면 좋을까.
감히 입 밖으로 내뱉을 용기도 없는 말이 혀끝을 맴돌았다.
‘넌 어쩌고 싶은데, 신재현.’
나만 모른 척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깊어져만 가는
이 감정을 나는 도대체 어떡하면 좋을까.
감히 입 밖으로 내뱉을 용기도 없는 말이 혀끝을 맴돌았다.
‘넌 어쩌고 싶은데, 신재현.’
83
그 순간, 잠에서 덜 깬 신재현이
눈도 뜨지 못한 채 잠긴 목으로 말했다.
“…음, 후배님..?”
박문대는 순식간에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던
손을 거두곤 담담하게 말했다.
“…어, 일어났냐? 다행히 열이 좀 내린 것 같다.
물수건 갈아줄게.”
눈도 뜨지 못한 채 잠긴 목으로 말했다.
“…음, 후배님..?”
박문대는 순식간에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던
손을 거두곤 담담하게 말했다.
“…어, 일어났냐? 다행히 열이 좀 내린 것 같다.
물수건 갈아줄게.”
84
새로 적셔 차가워진 물수건을
손에 힘을 주어 주욱 짜서 물기를 빼준 뒤
신재현의 이마에 패대기쳤다.
“아, 차갑.”
“참아.”
“이거 환자 학대예요.”
“신고하던가.”
신재현은 이내 작은 소리로 짧게 웃었다.
손에 힘을 주어 주욱 짜서 물기를 빼준 뒤
신재현의 이마에 패대기쳤다.
“아, 차갑.”
“참아.”
“이거 환자 학대예요.”
“신고하던가.”
신재현은 이내 작은 소리로 짧게 웃었다.
85
고요한 방 안은 빗소리로 가득했다.
박문대는 커튼 너머 빗소리에
신경을 기울이다 신재현에게 말했다.
박문대는 커튼 너머 빗소리에
신경을 기울이다 신재현에게 말했다.
87
‘…잠꼬대?’
갑작스레 붙잡힌 손에서 옅은 떨림이 느껴졌다.
“…너, 손.”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녀석에게서 먹먹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꿈이잖아요, 내 꿈속.”
“…”
신재현이 되물었다.
“그렇죠?”
갑작스레 붙잡힌 손에서 옅은 떨림이 느껴졌다.
“…너, 손.”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녀석에게서 먹먹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꿈이잖아요, 내 꿈속.”
“…”
신재현이 되물었다.
“그렇죠?”
88
‘아, 그렇구나.’
‘이게 네가 내린 진짜 결론이구나.’
참, 이 녀석 답다고 생각했다.
나는 신재현의 머리 위로 몸을 숙이고
끌어안으며 엎드린 채, 그 안에 얼굴을 묻었다.
‘이게 네가 내린 진짜 결론이구나.’
참, 이 녀석 답다고 생각했다.
나는 신재현의 머리 위로 몸을 숙이고
끌어안으며 엎드린 채, 그 안에 얼굴을 묻었다.
90
색색거리는 소리가 품 속 가득히 들려왔다.
‘…뜨거워.’
열이 오른 숨결이 온전하게 느껴졌다.
“그럼, 됐어요.”
이윽고 신재현도 팔을 뻗어 내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거면 충분해요.”
‘…뜨거워.’
열이 오른 숨결이 온전하게 느껴졌다.
“그럼, 됐어요.”
이윽고 신재현도 팔을 뻗어 내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거면 충분해요.”
91
...
이 심장박동 소리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
처음엔 엇박자로 뛰어대던 두 심장이
점점 같은 울림을 공유했다.
'참 미련하지 너도, 나도.'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허우적대고 있는 꼴이
참 우스꽝스러웠다.
이 감정도 하염없이 쏟아지고 있는 저 빗물과
함께 씻겨 떠내려가면 좋을 텐데.
이 심장박동 소리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
처음엔 엇박자로 뛰어대던 두 심장이
점점 같은 울림을 공유했다.
'참 미련하지 너도, 나도.'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허우적대고 있는 꼴이
참 우스꽝스러웠다.
이 감정도 하염없이 쏟아지고 있는 저 빗물과
함께 씻겨 떠내려가면 좋을 텐데.
92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이루어질 리 없는 소원을
작게나마 맘속으로 빌었다.
이루어질 리 없는 소원을
작게나마 맘속으로 빌었다.
93
가만히 있던 신재현이 대뜸 물었다.
“전화 왜 받았는지 정말 안 알려줄 거예요?”
“몰라, 인마. 가만히 있어 그냥.”
“…”
“…넌, 왜 전화했는데.”
“후배님은 나한테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양심 있어요?”
“…됐다, 하나도 안 궁금해.”
“뭐, 나는 말해도 상관없으니 알려줄게요.”
“전화 왜 받았는지 정말 안 알려줄 거예요?”
“몰라, 인마. 가만히 있어 그냥.”
“…”
“…넌, 왜 전화했는데.”
“후배님은 나한테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양심 있어요?”
“…됐다, 하나도 안 궁금해.”
“뭐, 나는 말해도 상관없으니 알려줄게요.”
94
“보고 싶어서요.”
이불에 먹혀들어 어떤 얼굴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 웃고 있지 않을까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끌어안았다.
이불에 먹혀들어 어떤 얼굴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 웃고 있지 않을까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끌어안았다.
95
***
돌아가기 위해 침실을 나설 때, 신재현이 말했다.
“그런데 후배님, 그거 알아요?”
“뭐.”
“지금 비 안 와요.”
“…”
“…잘 지내.”
그렇게 방 문을 닫고 나왔다.
돌아가기 위해 침실을 나설 때, 신재현이 말했다.
“그런데 후배님, 그거 알아요?”
“뭐.”
“지금 비 안 와요.”
“…”
“…잘 지내.”
그렇게 방 문을 닫고 나왔다.
96
거실에서 얌전히 혼자 놀고 있던 노란 개가
박문대를 보자 신이 나서 달려들었다.
한 쪽 무릎을 꿇고 대형 리트리버를 품 안 가득히
끌어안으며 박문대는 말했다.
“신콩, 우리 아마 앞으로 만나기 힘들 거야.”
박문대를 보자 신이 나서 달려들었다.
한 쪽 무릎을 꿇고 대형 리트리버를 품 안 가득히
끌어안으며 박문대는 말했다.
“신콩, 우리 아마 앞으로 만나기 힘들 거야.”
97
“우웅?”
“그러니까 네가 네 아빠 좀 잘 보살펴줘,
저래 보여도 외로움 잘 타잖아.”
“왕!”
“그래, 착하다. 대신 간식 많이 뜯어, 산책도 매일 조르고.”
털을 쉴 틈 없이 복 복 쓰다듬던 손을 거두자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그러니까 네가 네 아빠 좀 잘 보살펴줘,
저래 보여도 외로움 잘 타잖아.”
“왕!”
“그래, 착하다. 대신 간식 많이 뜯어, 산책도 매일 조르고.”
털을 쉴 틈 없이 복 복 쓰다듬던 손을 거두자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98
온기가 남은 손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이내 밥그릇에 사료를 가득 채워준 후,
현관으로 향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한 후
슬리퍼에서 신발로 갈아 신으며
구석에 세워뒀던 우산을 챙겨들었다.
하지만 먹으라는 밥은 안 먹고
현관까지 쪼르르 따라와 엉겨 붙었다.
이내 밥그릇에 사료를 가득 채워준 후,
현관으로 향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한 후
슬리퍼에서 신발로 갈아 신으며
구석에 세워뒀던 우산을 챙겨들었다.
하지만 먹으라는 밥은 안 먹고
현관까지 쪼르르 따라와 엉겨 붙었다.
99
“끼잉…. 낑…”.
마지막으로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어준 후,
도어록 장치를 풀고 문을 열었다.
여전히 현관에 앉아있는 개의 두 눈은
애처롭게 바라보는 누군가를 닮아있었다.
“우웅…”
“…미안하다.”
박문대는 그렇게 말하며 살며시 눈을 감은 채,
문을 닫았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어준 후,
도어록 장치를 풀고 문을 열었다.
여전히 현관에 앉아있는 개의 두 눈은
애처롭게 바라보는 누군가를 닮아있었다.
“우웅…”
“…미안하다.”
박문대는 그렇게 말하며 살며시 눈을 감은 채,
문을 닫았다.
100
공동 현관을 통과한 박문대는
우산을 펴려다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침이 오고 있었다.
신재현의 말대로 비는 이미 그친 지
한참 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 귓가에
빗소리가 들리는 건 어쩌면,
내 안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일까.
우산을 펴려다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침이 오고 있었다.
신재현의 말대로 비는 이미 그친 지
한참 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 귓가에
빗소리가 들리는 건 어쩌면,
내 안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일까.
101
언젠가 이 비가 그치는 날이 오길,
잠깐 머무르다 가는 소나기이길
나는 간절히 바랬다.
<完>
잠깐 머무르다 가는 소나기이길
나는 간절히 바랬다.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