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작 하루 전 비 오는 날, 모든 걸 포기하고 우산도 쓰지 않은 채로 길 걷던 신재현. 그리고 발견하고 '궁상맞게 왜...

🔨 ?
🐺 쓰고 가라.
얼굴 보니까 나이도 어린 거 같아서 혀 차는 류건우……
어차피 계속 삶을 반복하는 거라면, 좀 더 빠르게 트라우마를 극복해보려고
몸의 온도가 내려갈수록 팔의 통증이 점점 줄어갔음. 신재현은 그 사실이 달가웠음
차라리 이상 현상으로 죽을 바에는 내가 직접 선택하는 게… 낫지 않나
빗물에 젖은 신재현이 웃음을 흘렸음. 결정을 내렸으니 실행을 해야 할 차례였음.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음.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담던 그의 눈앞으로 물방울의 경로를 막아낸 까만 물체가 불쑥 끼어들었음
🐺 요즘 비 몸에 안 좋다.
자신에게로 우산을 살짝 기울이고 있는 남자는 피곤에 절어 있을 뿐, 꽤 미형의 남성이었음.
🔨 필요 없는데.
🐺 얼씨구?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대꾸했음
우산을 피해 뒷걸음질을 치려는 신재현의 손을 붙잡아 우산을 쥐여준 남자가 뭐라 짧게 중얼이더니 가방을 앞으로 돌려 담요를 꺼내 들었음. 그러고는 담요를 신재현의 어깨에 두르고 매듭을 묶기 시작했음.
가방 안에 있던 탓인지 담요를 덮은 몸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음. 그에 따라 당연히 느껴져야 할, 우산이 쥐여진 왼팔의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음.
🔨 ……여름인데 담요도 들고 다녀요?
그의 다정함을 온몸으로 받던 신재현이 어색함에 입을 열었음.
🔨 근데 이렇게 젖어도 돼요?
🐺 너 해. 가는 길에 하나 사면 되지.
🔨 왜?
말이 짧다? 당돌한 그의 말에 상대가 픽 웃음을 흘렸음.
🐺 비 맞지 말고 다녀.
남자는 자신의 말에 답을 하지 않은 채 다시 가방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음.
🔨 …우산이 2개네?
🐺 그럼 여분도 없는데 주는 줄 알았냐. 인생 그렇게 호구처럼 살면 안 돼.
신재현이 무어라 말하려 입을 달싹였음. 그러나 상대가 우산을 펼치는 게 더 빨랐음.
무의식적으로 팔을 뻗으려던 신재현이 몸을 움찔거리고는 물기가 사라진 손을 꾹 말아 쥐었음.
🔨 이미 호구면서…….
추위를 잊어 감각이 없던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음. 어쩌다 팔에 튀는 방울이 차가웠음.
빗물에 젖으면 향이 날아갈 테니 조심해야겠네.
정처 없이 거닐던 발이 방향을 틀었음.
차가운 빗속에서도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주었으니, 비어버린 숙소도 더 이상 춥게 느껴지지 않겠지.
짧다면 짧을 하루의 생을 연장한 신재현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음. 앞으로 팔의 저림은 느껴지지 않을 것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