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려한테감금당한 문대🔨🐶 청려문대(엋문) 처음 눈을 떴을 땐 새하얀 방이었다. 침대 하나만 덜렁 있고 다른 가구는(심지어...

@chach_a10
홍차연@chach_a10
5 views Sep 30, 2026 ~21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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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한테감금당한 문대🔨🐶 청려문대(엋문)

처음 눈을 떴을 땐 새하얀 방이었다. 침대 하나만 덜렁 있고 다른 가구는(심지어 창문까지) 아무것도 없어서 정신병원도 안 이러겠다 싶을 정도로.

🐶(여긴 어디야 X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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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여기가 어딘지 알아보기 이전에 자신이 잠들기 전에 뭘 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분명 어제는 휴가 이틀째였고, 저들 집으로 자신을 초대하려는 멤버들을 거절하며 숙소에나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다가 멤버들도 없으니 맥주나 몇 캔 사려고 나갔다가

[여깄네.]

바로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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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X발 납치였다.
🐶(이번엔 또 어떤 새끼야...)

몸을 일으키려고 해도 팔이 안 움직여서 어려웠다. 지금 보니까 검은색 광택 없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잘그락.

발목도 사정이 마찬가지. 손목엔 수갑이었고, 발목엔 족쇄가 침대 다리와 연결되어 있었다. 침대 위는 아예 못 벗어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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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금 17금 사이의 약수위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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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어떤 놈인지 알아야…)

철컹-

빌어먹을 수갑이랑 족쇄 때문에 문대는 어정쩡하게 침대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저 머리만 굴렸다. 이 상황에 자신을 납치한 건 아무래도 돈을 원하는 건가? 아니면 사생…….

그러다 몇 분이 지나 문이 열렸고

🐶X발, 너 또 뭔데.
🔨일어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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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플라스틱 컵을 들고온 미친새끼였다.

🔨목 마르죠?
🐶….
🔨일단 마셔요.
🐶미쳤냐? 내가 X발 이 상황에- 웁

거부하자 청려가 문대 턱을 붙잡고 컵에 입을 붙였다. 불가항력으로 물이 식도로 넘어갔다. 반이상은 옷에 흘린 것 같다마는.

🐶컥, 콜록…! 야, 너-

뭘 탔던 건지, 다시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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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떴을 땐 문대보다 두꺼운 팔이 문대를 세게 끌어안고 있었다.

🐶으…….

공복으로 며칠이나 지났길래 이젠 머리뿐 아니라 속까지 울렁거리는지, 쓰린 속에 문대가 앓는 소리를 내자 청려는 잠기운도 없는지 바로 눈을 떴고 바로 코앞에 있는 문대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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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줘도 오함마로 머리를 갈길 망정인데 청려는 문대가 눈으로 욕지거리를 해도 개의치 않고 눈웃음이나 흘렸고, 문대 허리를 껴안고 있던 팔엔 힘이 더 세졌다.

🐶……야, 진짜 죽고 싶냐.
🔨그럴 리가요.

죽는 건 질렸는데……. 재시작도 못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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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는 청려 멱살을 잡고 위에 올라타버렸다. 수갑이나 족쇄 탓에 자세 잡기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나. 문대는 수갑으로 청려의 목을 짓누르면서 물었다.

🐶여긴 어디야.
🔨알려 주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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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힘이 안 들어가는 게 문제인 건가, 숨 못쉬는 기색이 없이 싱긋 웃은 청려가 약간 자란 문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줬으나 넘기기엔 아직 짧은 머리라 다시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머리 잘라야 할 텐데… 여건이 안 되네요. 가위는 위험하니까.
🐶제일 위험한 건 너고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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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그때였다. 청려의 팔이 문대의 목을 거세게 붙잡고 청려의 몸이 곧바로 문대의 몸을 침대에 내리꽂으며 위로 올라탔다. 참 쉬운 역전이었다.

🐶아윽…….
🔨역시 이상하단 말이야. 그땐 왜 당했지?

아무래도 1차 납치 때를 말하는 것 같았다. 청려는 내리깐 눈으로 문대의 얼굴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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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못 쉬어서 붉어진 얼굴, 생리적으로 흐르는 눈물, 분노, 경악…….

🔨어울리네요.

곧바로 청려는 손에 힘을 풀었으나 완전히 손을 치운 건 아니라 문대는 계속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다.

🔨배 안 고파요?
🐶이, 하아 상황에서 배가 고, 프겠… 냐고.
🔨3일이나 굶었으면 그럴만도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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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무슨 일인지. 문대는 제대로 안 돌아가는 머리를 어딘가에 박아버리고 싶어졌다.

🐶후, 그래… 그럼 이유가 뭔데
🔨왜냐뇨?

당연한 걸 묻네, 따위의 소리와 함께 청려는 문대에게 있어 개소리일 뿐인 답변을 내놨다.

🔨'건우' 씨를 사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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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림을 느꼈다. 다리뿐인가, 그냥 몸 전체에 힘이 빠져 기절할 것만 같았다. 만약 서 있었으면 꼴 사납게 넘어졌을 테다. 그만큼, 정말로

정말, 정말 청려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어떤 미친새끼가 고백을 납치하고 하냐고.

그뿐이랴, 거기에 감금까지 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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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거슬렸거든요. 그리고 내가 꼬신다고 넘어올 당신도 아니잖아.
🐶….

당연하다는 생각이 먼저 뇌를 스쳤다. 놈이 문대 자신을 꼬신다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뭐가 거슬려.
🔨그쪽 멤버들이 당신을 어떻게 보는지 알아요?
🔨6대 1은 불리하니까 이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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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가 뭐? 문대가 넋이 나가 가만히 있자 청려가 짧게 문대 입에 제 입을 갖다 붙였다. 쪽.

🐶…!
🔨너무 소름돋는다는 표정 아닌가….
🔨밥 줄게요. 3일 동안 굶었으니 몸에 힘도 없는 것 같고. 노린 거긴 하지만, 보기 좋진 않네요.

여기 온 지 3일이 지났다고 생각하니 문대는 앞이 깜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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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난리났으려나. 일주일 휴가였으니 아직 모를 수도 있겠지만, 휴가 중에도 자주 숙소에 들르던 큰세진이나, 알림 표시가 안 뜨는 날이 없는 단체 채팅방을 생각하면…. 그래, 박문대는 인정하기로 했다.

🐶(X됐다.)

이미 멤버 중 하나가 경찰에 연락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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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는 침대 위에서 벗어나는 부스스한 뒤통수를 보며 작게 읊조렸다.

🐶X발 진짜…….

진작 오함마로 대가리를 먼저 갈길 것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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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마른세수만 연거푸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공격 못 하게 굶겨 힘을 빼둔 건 맞는지 온몸에 힘이 안 들어간다.

(*약수위)

삭, 삭.

날카로운 무언가가 다리를 긁으며 시원한 소리가 났다. 다시 잠들 것 같은 졸음을 애써 참고 완전히 눈을 떴을 땐,

🐶야, 씹…!
🔨깼네, 잘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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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잤겠냐고. 스케줄이 없는지 낮 내내 청려가 곁에 붙어 있어서 완만한 사고가 안 됐기고, 그래서 자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이상하게 12시 이후로 기억이 뚝 끊겼다. 일어나면 다시 아침. 아마 약 먹이고 재우는 걸 텐데.

🐶…지금 뭐 하냐?
🔨움직이지 말아요. 다쳐.
🐶이, 미친 새끼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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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버둥치려고 했으나 손과 발이 묶여 있어서 그마저도 쉽지 않았고, 오히려 문대의 허벅지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며 못 움직이게 한다.

🔨이렇게 색 옅고 적은 사람 처음 봐요.

삭, 사악.

🔨그래도 아예 없는 게 더 보기 좋을 것 같아서.
🐶(X발X발X발X발)

진짜 또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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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현타와 수치도 동반했다. 지금 같은 남자 앞에서 바지는 벗겨진 채 털이 밀리고 있다라…….

🐶(혀 깨물고 뒤지고 싶다.)

저 미친 또라이 새끼.

지금 저 소리만 며칠째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진짜 뭐 하자는 건데?
🔨말했잖아요. 그럼 뭘 원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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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라도 해 주리?
🔨……마음에도 없는 말 하진 말고요. 난 지금도 좋거든.
🐶진짜 역겨운 새, 악!

동시에 고통이 느껴져 반사적으로 다리를 훅 들어버리자 통증이 두 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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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베인 것 같은데 들어버리면서 더 깊게 칼날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문대 귓가 근처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고, 생리적으로 눈물이 차오르는 건 금방이었음.

🔨…초반부터 되는 게 없네요. 기다려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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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였으나, 지금 문대에겐 혐오감만 불러 일으켰다. 얼굴 잘 났고, 목소리 좋은 게 뭐 어떻다고. 테스타에도 그런 놈은 널렸고, 애초에 저 새끼는 납치범이었으니 말이다.

🐶하, 하하... X발. 진짜.
🔨으음…… 잠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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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는 묶인 손과 발은 풀어주지 않고 문대를 들어올려 다시 욕실을 나왔다. 처음으로 갇혀 있던 하얀 방 밖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알고 보니 청려네 집이나 저번에 납치당했던 그 장소는 아니었고, 모르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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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하나 없고, 잠금장치가 몇 중으로 되어 있는 하얀 방. 그 방이 있는 깔끔하고 넓은 집. 청려의 집도 아닌데 도대체 언제 준비한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넓은 거실로 와 소파에 문대를 앉힌 청려는 붕대를 갖고 와 흐르는 피를 닦고 익숙하게 치료를 이었다.

🔨흉 남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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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요. 그래도 허벅지 안쪽이니까 남들한테 보일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곤 문대의 허벅지 안 쪽을 쓸었다.

긴장이 풀려 이제야 다시 자각한 건데, 속옷도 안 입고 이러고 허벅지 안쪽을 치료한다고 다리를 벌리고…… X발. 문대가 빠르게 다리를 오므렸지만 늦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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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 봤는데요 뭘.
🐶이런 시X.
🔨후배님은 참 입이 걸어요. 그것도 좋긴 하지만….

딱히 긴장한 것 같지도 않고. 청려는 문대의 머리를 쓸더니 문대를 묶어둔 것들을 모두 풀고 일어났다. 다시 방에 가두지도 않은 채였다.

🔨쉬어요.

마치 그 방이 아니더라도 돌아갈 데는 없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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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는 일단 여기가 어딘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허벅지가 욱신대는 탓에 마음 같으면 누워서 푹 자고 싶었지만….

🐶(그 새끼 뭘 믿고 푹 쉬어 )

이번에야 말로 오함마로 청려의 대가리를 갈길 작정이었다. 일단 살아남는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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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60평은 되려나 싶었지만, 그래도 물건이 너무 없어서 더 넓어 보였다. 거실만 해도 있는 건 소파랑 텔레비전 정도. 좀 전에 TV를 켜봤으나 연결은 다 끊어놓은 건지 안 나오고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만 보였다. WIFI연결은 되나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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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나 주방도 뒤져 봤으나, 날카로운 물건은 하나도 없는게 또라이가 작정을 했구나 싶었다.

🐶사랑은 무슨… X랄이지.

애초에 사랑한다면서 이러는 것도 정신병이라고 생각했고, 지금의 박문대가 청려의 사랑을 받아줄 생각은 청려의 정상적 사고 부분만큼도 안 됐다. 그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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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바깥 문이 열려 있는지 봤지만 역시 잠겨있었다. 그럼 남은 방법은 간단했다.

🐶(창문 깨고 뛰어내린다.)

거실엔 창문이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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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게 안 깨지네.

그래 포기다. 시X. 빌어먹게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가장 가능성 있는 게…….

🐶(있긴 하냐.)
🐶(꿈뻑)

이상하게 다시 잠이 몰려 왔다. 청려한테 납치당한 후부터 잠이 비정상적으로 늘었는데… 지금도 일어난 지 2시간 채 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자꾸 눈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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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약물이라도 뿌리는가 보군.

뚝. 소파 위에서 그대로 암전.

*
🔨잘 잤어요?
🐶그러겠냐고 정신병자 리셋증후군 납치범 새끼야.
🔨호칭이 길어졌네.

문대는 머리를 쓸어넘기다가 짧아진 기장에 멈칫했다. 이건 또 언제 자른 거야.

🔨방금 잘랐어요. 예쁘게 잘 됐는데 나중에 거울로 보여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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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엔 거울도 없어서 청려가 손거울을 줘야지만 제 몰골을 확인 가능했다. 거울은 강화유리로 준비를 못 했나 보지. 문대는 대답하지 않고 청려만 노려보기만 했다.

🐶……(노려봄)
🔨하하.
🔨밥 먹을래요? 오늘도 죽이긴 한데… 저녁엔 씹을만한 걸로 가져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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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욕실에서 일어났던 게 점심이었는데- 거실 창문을 보니 해가 다시 뜨고 있었다.

🐶…….
🔨음, 벌써 아침이네요?

니가 나한테 뭔 짓을 했으니까 그렇겠지.

그러나 박문대는 굳이 반박하지 않고 입을 꾹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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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또 욕실에서처럼 다치게 할 것 같기도 했고, 애초에 납치범한테 강하게 나와봤자 그게 그거였다. 좀 전엔 자신이 경솔했지. ……아니 근데 그 새끼가 먼저.

🐶(저번처럼 순순히 따르다가 대가리 후려치는 게 나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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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엔 이미 해 본 전적이 있어서 말이지. 통할지 미지수였다.

🔨왜 말이 없으세요.

그러는 새에 하얀 손이 다가와 문대의 턱을 잡아 끌고 왔다. 대신 힘이 꽤나 빠져서 부드럽게 턱을 쓸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화났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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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해 줘요. 입을 찢어버리면 더 화낼 거잖아….
🐶(미친….)

진짜 전보다 더 돌아버린 것 같다고 문대가 생각할 즘.

물론 청려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미친 것 같다는 자각은 있다만 예쁜 얼굴 찢어버려서 얻을 건 하나도 없지 않나…. 그러고 싶지고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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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화난 후배를 풀어 줄 자신도, 감당할 자신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다간 자신한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박문대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있을 것 같단 말이지.

예쁜 이를 망가뜨리기엔 청려는 합리적인 소비자인 축에 속했다.

🐶…그래, 날 데려온 이유 좀 제대로 말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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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매번 말하지만 후배님은 같은 말을 여러번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면이 있어요. 사랑한다니까요.
🐶그럼 사랑하는 이유는.
🔨모르겠으니까 납치했고?
🐶언제는 멤버 때문이라며?
🔨이유는모르겠는데, 그쪽 멤버들이 당신을 잡아먹을 것처럼 보니까… 조급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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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는 턱을 잡던 손을 놓고 태연하게 테이블 옆에 있는 안경을 하나 집어 썼다. 받문대가 자꾸 재미없는 말을 하니 책이라도 볼 심리였다.

🐶사랑하는 이유를 알고, 포기할만 하면 풀어줄 생각인가?
🔨이런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것부터 제가 미친 것 같아서요. 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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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 미친 건 잘 알고 있군.)
🔨그리고 놓아주면 화난 후배님이 그 녹음파일을 진짜 풀어버릴 것 같아서. …그쪽은 화나면 자신이 어떻게 되는 상대방을 밟으려는 파괴적인 경향이 있거든요.
🐶……
🔨아,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포기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서 놓아줄 거라곤 기대하지 말아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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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말하려고 했는데, 당신 볼 때마다 서버려서.

🐶야 이 미친새끼야. X발 진짜 살다살다 별 X같은 경우를 다 보네.

최대한 심기를 거스르지 말기로 했던 다짐은 어디 갔는지 욕이 아주 술술 나왔다.

🔨하하!

변태새끼가 처 웃으니 문대의 기분은 점차 더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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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래요. 당신 보고 나서도 안 서면 놔줄게요. 물론 예전까지 녹음해둔 파일 모두 지우는 조건이랑, 연예인 그만두는 조건이 붙겠지만…….

정 안 되면 말 바꾸고. 청려는 마지막 문단은 알알이 쪼개 삼켰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으니.

🐶……지금도 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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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당신 깨어날 때부터 계속 이 상태였어요.

예의 ^^, 꺽새꺽새 표시로 재수없게 웃는 청려의 미소에…… 아니 왜 저 새끼는 메시지에서도 그러고 왜 저따위로 웃는지 모르겠다. 문대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크게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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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가장 잘못된 순간은 저새끼한테 회귀했다는 걸 알려준 거였군.)

인생 참 X같다. 괜히 몇 년간 계속 엮여서 이따구가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내가 물 빼 주고 풀어주는 건 어때.

수치스러워 죽을 것 같았지만 감금당하는 것보단 자주 와서 빼 주는 게 낫지 않나?
49
따위의 거지 같은 제안을 하는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울겠다.

🔨당장은 안 풀어줄 거지만, 모르죠. 매번 대주면 질려서 풀어줄 수도
🐶뭘 대?
🔨뭐, 상상에 맡길게요.

다시 그 재수 없는 웃음. 문대는 저딴 말을 들은 제 귀를 후벼 파고 싶어졌다.

(※19금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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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청려가 들고 있는 책을 보곤 실소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X발. 때리지 않는 대신 사람을 납치했다. 그래. 그리고 그 대신 오함마로 후려 갈겨질 테다. 문대는 꽤나 파괴적인 생각을 하다가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그저 실소했다.

🐶허.
51
*
그렇게 일주일이 더 지났다. 그 동안 깨달은 것을 읊어보자면 청려는 멤버들이 군대를 간 탓에 여유롭다는 것, 스케줄이 있다고 하는 걸 보면 가끔 덥앱을 하거나 예능에 출연한다는 점(신곡 나올 시즌은 아니다.) 그리고 청려는 문대가 자기 전엔 절대로 안 자고, 문대가 깨기 전에 일어난다는 것.
52
아침은 거르고 커피로 때운다는 점, CCTV가 온집안에 붙어있다는 것 그리고 문대를 감시하지 않는 시간대가 있다는 것 정도였다. 꽤 나쁘지 않은 정보량이다. 요일은 정확히 모르지만 3일에 한 번 태양고도가 가장 높을 때마다 청려는 자리를 비웠고 늦은 시간에 돌아와 별일 없었는지 물었다.
53
🐶(적어도 그 빈 시간 동안은 나를 감시하지 못하는 환경에 있다는 거다.)

어쩌면 그날 문대의 준비는 완벽했을지도 몰랐다. 그저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았다.

*
문대를 구속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문대는 작은 방을 발견했다. 몸 하나 정도는 거뜬히 통과할 창문이 있는.
54
보니 이곳은 적어도 2~3층인 것 같았는데, 바로 앞에 나무도 있으니 잘만 건너면 어디 한 군데만 부러지고 무사히 지면으로 내려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어디 하나 부러져도 불구만 안 되면 그만이다.)

박문대는 그대로 뛰어내렸다. 망설임을 갖기엔…… 탈출이 너무 시급하지 않나.

🐶후….
55
작은 창문 너머로 나무가 빽빽하게 보였기에 대충 예상은 했다만, 이 비밀스러운 곳은 숲 속 안에 있는 듯했다. 길이 잘 닦여있고 출구가 바로 보이는 걸 보니 놈이 답지 않게 허술하게 군 것 같았다. ……그런 놈이 아닌데. 박문대는 미약하게 솟아오르는 불안감을 외면하고 일단 몸 상태를 확인했다.
56
다행히 다리는 멀쩡하고 애꿎은 왼손 약지가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지만…… 깔끔하게 부러진 것 같으니 이정도면 양호한 몸상태였다.

이정도면 다행이지, 아프다고 이대로 질질 짤 때가 아니니 말이다.

그러고 산에서 나왔을 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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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해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진실과 다시 한 번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다시 솟아오르는 불쾌감. 녹아내리는 뒷목과 등… 식은땀인가.

외면하고 싶은 거지 같은 진실은 많았다. 모두 다 최근에 생긴 것들이다만, 첫 번째는 본인이 납치됐다는 사실이었고, (그것도 이미 전적이 있는 놈한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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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풀려나고 싶으면 질리도록 뒤나 대주라는 개소리를 들었다는 것, 세 번째가 ……바로 박문대의 시야에 들어차는,

멀리 보이는 저것이, 알고보니 자신의 환상이길 바라며 문대는 자신이 맨발이라는 자각도 하지 않고 얼마 안 남은 숲길을 미친듯이 달렸다.

아니, 이게. 무슨.
59
🔨어딜 그렇게 가요?
🐶…!

X나 호러…… 아니, X발.

이 시간에 있을 리가 없는 인간이 면전을 들이밀고 있었다.

🔨운동화, 있었을 텐데.

청려의 시선이 피투성이가 된 발로 향했으나, 그딴 건 지금 상관 없고. 지금 당장은 알아서 치유되는 거에 신경 쓸 정신이 아니었다.

🐶여긴, 도대체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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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에 있는 작은 무인도예요.

바닷바람이 박문대의 머리를 쓸고 지나갔댜. 그래, 바다 소금 내음이 폐를 찌르는.

여기엔, 아무것도. 망망대해와 같은 바다만이 끝없이 뻗어 가며 수평선을 그었고…. 그곳엔 신재현과 박문대, 단 둘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61
미친놈, 미친놈 주문처럼 읊조려댔지만, 진짜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자신을 납치하기 위해 무인도를 사는 새끼가 세상에 존재할 줄은 누구도 예상 못하지 않을까.

박문대가 패닉에 빠지는 와중에 청려는 피에 젖어 붉어진 발목을 잡아 들었다. 그탓에 박문대는 그대로 모래사장 위로 고꾸라졌지만.
62
그에 왼손으로 몸을 지탱하느라 부러진 손가락에 고통이 심해졌다.

🐶(씹….)
🔨발목은 접질러서 퉁퉁 부었고, 발바닥은 피투성이에… 손은 또.
🐶아!

청려가 박문대의 발목을 세게 쥐었다.
63
그러자 송곳으로 발목을 쑤시는 듯이 아파왔다. 무력해지는 기분에 문대는 오른손을 꽉 쥔 채로. …아, 진짜 패고 싶다.

🔨……후배님, 다치지 마요. 내가 어떻게 당신을 데려왔는데, 이러면.

아마 더 크게 다치면, 이미 망가진 거 완전히 망가뜨려서 갖고 놀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64
청려가 눈을 축 내리깔고 마른 세수나 해댔다. 말과는 다르게 애처로워 보이는 게 박문대에겐 퍽 소름 돋게 다가왔다. 그 와중에 울긋불긋하게 달아오른 눈가가,

문대는 저도 모르게 몸을 파드득 떨었다. 저 미친놈은 진심이다.
65
박문대는 청려한테 순종해야 살 수 있는 밑바닥의 위치로 강제로 끌려 내려왔고, 도망칠 방법이… X발 있긴 한가? 수영은 조금 할 수 있다지만, 저 바다를 미친 듯이 가로질러 다른 육지로 도착할 정도의 실력은 안 됐다. 통제 불가능함에 젖어드는 약간의 두려움과 무력함이.

🐶하, 하….

X이발.
66
박문대는 허탈한 웃음이나 마음껏 내뱉었다. 눈이 무거워졌다. 아마 박문대의 몸은 이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제 뇌의 기능을 다 끄는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고.

*
아니, 암전? 암전인가? 짧은 암전 후에 펼쳐지는 것은 새하얀 바닥이었다. 아, 다 꿈이었나.

🐶(숨, 쉬기가….)
67
꼬르륵…….

숨을 내쉬려 하자 먹먹한 귓가로 무언가 소리를 내며 빠져나가는 게 들렸다. 그 이후엔 코가 물을 들이켰고, 그제서야 박문대는 이 상황이 아주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물 속이다. 그럼 이 바닥은?

궁금하기 전에 죽게 생겼기에 몸을 억지로 움직였다.
68
누군가가 머리채를 잡고 물에 처박은 상태였다. 두피는 따갑고, 숨을 내쉬려 할수록 산소가 아닌 물만 넘어왔다. 그게 또 기도로 넘어가니 이젠 X신 같은 기침만이 튀어오른다. 자연스레 박문대의 몸에 힘이 풀렸다. 상대의 팔에 손톱을 박아넣었지만 어림도, 없고, 그저, 숨이 안, 쉬어져서.
69
촤악-

박문대의 눈에 흰자만 보일 쯤에서야 머리가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윽, 하…! 하아-

누가 자신에게 그런 건지는 모르겠고, 수신인 없는 애원만이 박문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니, 언어가 나오긴 했는지. 그제야 얼굴을 쓸어주는 손길이 나타났다.

🔨괜찮아요.
🐶허윽, 하….
70
제대로 된 사고가 안 되기 시작했다. 눈에선 눈물만 줄줄 흐르고, 뇌에는 산소가 부족한 탓인지 제대로 된 사고가 안 됐다. 그저 일단 살아야 한다는 강박만 혀에 남아 몸부림 칠 뿐.

🐶흐윽, 잘, 못했으니까… 숨, 이-
🔨후배님 잘못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요.
71
🐶…….
🔨안 죽여요. 내가 미쳤던 거예요. ……미안해요.

빌어먹게도 참 든든한 말이었다. 박문대에겐……. 당장 죽을 뻔해서 그런가. 다시 눈을 뜨니 하얀 바닥은 무슨, 뜨거운 태양볕, 푸른 바다를 뒤로한 남자가 박문대 자신을 꽉 끌어안고 있는 게 보였다. 아, 아니구나. 하얀 바닥이 아니야.
72
목이 졸려 침이 흐르고 눈물이 흐르던, 낡은 냄새가 나는 단칸방이 아니란 말이다.

숨을 못 쉰 건 목이 졸려서가 아니야. 밧줄도 없고, 허공에 있지도 않아. 살아있어. 타살도 아니야, 살아있어. 자살도 아니고…….
73
🔨미안해요.

왜 저 사과가 자신을 살려주겠다는 말로 들리는지 박문대로선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왜 이리도 든든하게 들려오는지. 아마 산소를 오랫동안 공급받지 못한 뇌가 드디어 돌아버린 탓일 테다. 그제야 차분한 숨을 내뱉었다. 차가운 속이 진정되면서 다시 눈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74
이대로 수마에 빠지고 싶어서…….

🔨자도 돼요.

박문대는 그제야 자의로 눈을 감았다. 아마 여기 오고서 처음이었던 것 같았다. 편안한 호흡, 폐에 차는 소금기는 더는 따갑지 않았고, 이대로 자도 될 것 같아서.

참 웃기는 일이다.
75
잠이 드는 와중, 사랑해요, 라는 말을 들은 것도 같았다만, 박문대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청려를 사랑하지 않았고, 사랑할 일 없다 생각했고, 그래.

🐶…….

그냥 자고 싶었다. 잠이 들고 깨어나면 다시 테스타의 숙소이기를 바라면서.

오늘따라 멤버들의 얼굴이 흐릿했다. 보고 싶었다.
76
*
이곳에 납치되어 지금 몇 번을 기절한 건지. 몸도 마음도 지친 탓일까 온몸에 힘이 없었다.

🐶(탈출은 차근히 계획을 세워야 할 성싶고, 아니. 과연 탈출이 가능한가.)

일어나자마자 이딴 생각이라니, 탈출에 성공할 확률이 0에 수렴한다는 사실에 괜히 기분이 쳐져 머리를 거세게 털었다.
77
박문대는 그러고 있는 제게 죽을 내미는 청려를 노려봤다.

저 새끼는 사람을 바닷물에 처박지를 않나, 처 비웃질 않나. 그러더만 제가 골골 앓고 있으니 태도를 바꾸고 간병인인 척하는 게 퍽 웃겼다.

🔨진짜요?
🐶반어법이다. 새끼야.
78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오히려 어이가 없어서 주먹으로 얼굴을 갈기고 싶었지. 체격 차이가 난다는 것이 한이었다.

🔨어서 먹어요.

반항할 수도 없고, 지랄할 수도 없으니 저 검은 죽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별거겠나. 해봤자 약이나 탔겠지.

🐶(저 죽을 뭐라고 부르더라….)
79
어릴 때 자주 먹은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났다. 그러니까 이름이……. 박문대가 아무 말 없이 입을 벌리자 은색 숟가락이 들어왔다. 죽을 받아넘기자 크게 반색하는 청려에… '지가 내 부모라도 된 줄 아는 건가', 박문대는 크게 고민했다. 후회도 잇따랐다.

🐶(저런 새끼랑 엮이는 게 아니었는데.)
80
🔨맛있죠? 흑임자 좋아한다고 들어서 사왔어요.
🐶뭐, 맛있긴 한데 어디서 난 거야….

청려는 말없이 생긋 웃기만 했다. 구해온 경로를 전혀 말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긴 좀 뻔한 질문이긴 했지. 박문대는 정말 청려가 멍청하기라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며 몰래 혀를 찼다.
81
🐶야, 한 번만 더 물어보자.
🔨무얼요?
🐶사랑한다는 이유로 이 섬을 사고, 활동기가 곧인 나를 납치하는 거, 너무 비합리적이지 않나.
🔨하하.
🐶뭐가 웃겨.

박문대의 취향에 벗겨났지만, 예쁘게도 웃던 청려는 여전히 웃음기가 여실한 채로 답했다.

🔨내 답을 드디어 믿는 것 같아서 기쁘거든요.
82
…그래 축하한다 X새끼야.
🔨눈으로 욕하지 말고요.
🔨남는 게 돈이기도 하고, 문대 씨는 어떻게든 절 포박하고 도망칠 사람이니까 환경에 제약이 있어야 했어요. 그렇다고 맨몸에 무인도로 갈 순 없으니까.

이렇게 준비를 해뒀고.
83
🐶그럼 스케줄은.
🔨휴식기기도 하고, 제법 할 일은 다 하고 다니니 걱정 마요.
🔨아, 그쪽네 배세진 씨랑 이세진 씨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저희 집에 찾아온 적은 있는데.
🐶…?
🔨눈이 맛이 갔더라고요. 그래서 전 모르는 일이라고 하면서 후배님 찾는 데에 협조 중이고.
🐶뭐?
84
🔨물론 도움은 안 되는 방향으로?

또 눈 접어 웃는다. 박문대는 질린 눈으로 청려를 바라봤다. 정말 징글징글한 새끼.
85
🔨근데 그거 알아요? 후배님은 여기가 어딘지 알아요. 이름이든, 위치라든가.

박문대는 청려와 눈을 마주쳤다. 와 본 무인도는 촬영 때밖에 없었다. 그리고 거기도 원래 사람 사는 섬이었지 않았나.

🔨맞추면 제가 상으로.
🐶뭘 또.
🔨키스해 줄게요.

왜 그딴 소릴 귓가에 작게 속삭이고 X랄이야.
86
🐶보상이 X발….
🔨하하, 너무 싫어하네.

청려는 눈을 접어 웃으며 제 턱을 쓸곤 박문대를 빤히 바라보더니 천천히 다가왔다. 빌어먹게도 고개를 살짝 비튼 채였다. 박문대는 그저 청려를 바라만 봤고, 청려의 속눈썹이 호흡에 맞닿으려는 순간 하얀 손이 둘의 입술 사이를 가로막았다.
87
그제야 멈췄던 숨이 탁 트였다. 박문대는 제 하관을 감싼 하얀 손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그 손등에 입맞추는 청려의 콧등도 살짝 스치듯 본 것도 같았다.

🔨싫어요?
🐶당연하- 윽!

청려는 그대로 작은 몸 위로 올라타 박문대의 손목을 잡고 머리 위로 올려 고정시켰다.
88
🔨보상 받고 싶어지려면, 일단 어떤 건진 알아야 할 테니까.

맛보기 정도라고 할까요?

🐶(뭔….)

그냥 이 새끼가 키스하고 싶다는 걸 돌려 말하는 것 같은데.

물론 청려는 그런 박문대의 썩어가는 표정에도 굴하지 않고 빙긋 웃으며 박문대의 입술에 닿은 손을 떼어낼 뿐이었다.
89
그대로 청려가 얼굴을 들이밀어 박문대의 입술에 제 입술을 꾹 눌렀다. 키스라고 하기엔 건전했고, 뽀뽀라고 하기엔 강압적이고 입술이 잔뜩 짓눌리는 게….

박문대는 눈을 꽉 감고 찡그리다가 그 이후로도 청려가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자 눈을 천천히 떴다.

🐶(아.)

눈 마주쳤다.
90
자신을 무표졍으로 빤히 쳐다보는 게 이상하게도 마치 순종적으로 보여서…. 박문대는 괜히 눈을 내리깔고 가만히 있었다. 주먹 쥔 손은 그대로였지만……. 주먹으로 복부라도 거세게 치고 싶지만, 최근엔 이 곳에만 있고 잠만 자니 근육이 자꾸만 빠져 힘이 잘 안 들어갔다.
91
지독한 무력감, 그런데 박문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저가 바로 당신의 것이라는 듯해서.

🔨기분 나빠요?
🐶…응.
🔨그렇구나….

청려는 꽉 주먹 쥔 손을 잡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펴더니 제 얼굴로 가져와 짧게 입맞췄다.

🔨영화라도 볼래요?
92
참 뜬금없는 권유였지만, 박문대에겐 당장 이 묘한, 토할 것 같은 울렁임을 지울 수 있다면야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그러든가….

탈출에 대한 계획은 차근차근 세워봐야 했다.
93
-
영화 장르는 정말 뜬금 없게도 공포였다. 박문대는 저 새끼가 날 놀리나, 따위의 생각을 했고, 박문대의 질린 표정을 읽은 청려는 그저 "글쎄요?"라고 어깨를 으쓱이며 재생 버튼을 눌렀을 뿐이다.

영화는 한 줄로 말하자면 개판이었다.
94
열린 결말이라는, 나름의 여운을 남기는 장치를 두었으나 그 전의 내용들이 워낙 개연성도 없고 감동도 없으니 그저 "저 새끼들이 죽든 말든 숙소로 돌아가고 싶은데." 라는 처참한 감상평을 내뱉게 했다.

🔨그래도 신디가 혼자 살아남은 게 전 좋았어요.

신디는 주인공의 여동생이었다.
95
왜 그 녀석이 살아남은 게 좋은지 궁금한 부분이긴 했으나, 박문대는 그저 어쩌라고, 띠꺼움 가득하게 대답하고 싶었다.

🔨신디는 가장 비중이 적은 역할이었잖아요.
🐶그래서.
96
🔨주인공이 살아남았다면 뻔하다고 비웃었을 거예요. 모든 세상이 한 사람에 맞춰 움직인다는 건… 주변인들이 알면 꽤나 기분이 더러운 사실이거든. 누군가를 위한 단역이라니, 영화로는 1시간 40분으로 압축된 거지, 실제론 몇 년에서 몇십 년인 걸. 그게 무슨 무급 풀타임 봉사예요.
97
박문대는 '신재현'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그제야 자신이 납치 당한 주제에 퍽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했음을 깨달았다. 끔뻑, 팔랑이는 속눈썹, 그 뒤에 숨은 침몰한 눈동자에 '박문대'의 얼굴이 반사됐다.
98
익숙해진 저 겉껍질을, 이젠 '제 얼굴'이라 불러야 할지, '큰달의 얼굴'이라 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는 채로.

🐶네 인생 정도면 충분히 징글맞고 주인공 같은데.
🔨그래요?

신기하네….

신재현은 눈을 내리깔고 가만히 있었다. 또 무표정. 그 어이 없는 키스? 아니 뽀뽀 따위를 할 때랑은 다른 게.
99
더럽게 거슬렸다. 어쩌면 그 기분을 이해했기에 그런 걸지도 몰랐다. 류건우의 인생은 누군가에겐 짧은 28년(+a 년이지만)이었겠지만, 살아온 당사자에겐 빌어먹도록 긴 인생 아니었나. 류건우의 인생은 삼류 영화에 나오는 가난한 편의점 알바생보다도 빛이 없이 침몰하곤 했다.
100
아마 신재현은 자신을 통해 그 조연의 박탈감을 느끼는 듯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류건우도 그 박탈감을 청려에게서 느끼곤 했다. 카메라에 담긴, 웃는, 얼굴을. 류건우는 부러움에 흐느끼는 손가락을 움직여 셔터를 눌렀고, 질투를 연료 삼아 노래를 음절 단위로 씹어 삼켰다. 그러다 결국은 동경을.
101
박문대는 고요히 생각했다. 역시 신재현과 류건우는 엮이면 안 되는 인생들이라고. 서로를 질투하고 시기한다. 그러나 상대방의 빛이 너무도 예쁜 탓에 조금은 웃게 만들고, 그렇게 애매하게 사람을 괴롭힌다.

🔨그래서 좋았어요. 주인공이 눈에 파묻혀 죽어서.
🐶너도 죽이고 싶냐?
🔨……그럴 리가.
102
🔨쓸데없이 내 손 더럽혀서 뭘 어쩌려고.
🐶납치 감금이나 살인이나….
🔨다르긴 하지 않아요? 죽이면 키스는 못 하잖아.

신재현이 다시 얼굴을 가까이 붙여왔다.

🔨더러워요?
🐶…….
103
그래, 역겹다. 아주 속이 울렁거렸다. 당장이라도 위에 담긴 것들이 모조리 밖으로 쏟아낼 것 같았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이딴 쓰레기를 이해해버리는 날이 다신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턱을 열었다.

🐶응.
🔨알았어요.

가까이 다가왔던 얼굴은 다시 멀어지고, 박문대는 침대에 머리를 기댔다.
104
졸렸다. 자고 싶었다.

🔨잘 자요.

잘 자고 싶긴 한데 말이지. 제발 악몽이나 개꿈은 꾸지 않았으면 했다. 박문대는 눈을 감고 입을 달싹였다.

🐶넌… 결국엔 신디처럼 살아남았으니까.

주인공이 누구든, 결국 넌 살아남았다고. 네 작은 행동에 수많은 사람들이 도파민에 뇌를 적시기도 한다는 걸.
105
많은 말을 하진 않았다. 뇌에서 소용돌이치는 문장들을 버리고 짧게만 말했다. 왜 납치범 따위를 위로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는 못 하겠지만, 그런 기분이었다고 해두자.

🔨…그래도 후배님은 안 죽을 거예요.

봐봐, 역시 나 가지고 질투한 거네. 박문대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기억이 끊겼다.
106
-
…눈을 떴을 때 오함마가 보일 줄은 몰랐다. X이발.

🐶…안 죽는다며.
🔨아, 깼네.

망치를 들고 있는 청려를 바라봤다. 등골이 다 서늘하다.

🐶아니, 이번엔 왜.
🔨안 죽여요. 처리할 게 좀 있었던 거지. 오해예요. 내가 후배님을 죽일 리가 있나?

죽이려고 하진 않고 자살 협박을 하긴 했지.
107
청려는 동물 기척이 느껴져 혹시나 싶어 나가 보려던 참이라고 했다. 믿을 만한 말은 아니지만(전적이 있으니 말이다) 이 무인도에 사람이 있을 리가 없으니 박문대는 그냥 잠잠코 듣기만 했다.

🔨이제 저건 익숙해졌나 봐요?

시선을 따라간 박문대는 "아."하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뒷목을 쓸었다.
108
🐶신경 끄는 게 낫지. 괜히 신경만 썼다가 화병 걸려 죽어.

왼쪽 발목에 채워진 족쇄가 빛났다. 박문대가 보기엔 그리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다만 청려는 웃으며 좋아했다. 집안에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길기도 했고, 족쇄를 덜어둔 봉이 온 벽에 달려 있었다. 딱 밖만 못 나가게 된 거다.
109
🔨어울려요, 문대 씨.

'후배님'과 '문대 씨'를 적절히 섞어쓰던 청려의 호칭은 이제 '문대 씨'로 고정되어 바뀌지 않았다. 연예계로 다시 나올 일은 없다는 건지, 그 시절을 잊으라는 건지 모르겠다만 박문대는 개의치 않았다. 개의치 않았다…….

🐶(…체념인가?)
110
청려의 대가리를 오함마로 후려치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근데, 그런데.

🐶(……틈이 안 생긴다.)

어딘지 모르는 섬, 볼 수 있는 건 영화나 최신 예능, 뉴스도 못 본다. 연락 수단도 없고 발엔 족쇄가 있어서 이동도 힘이 부쳤다.
111
그리고 브이틱은 군 휴식기가 왔는지 청려가 이 곳에 머무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하루에 서너 시간이 이젠 1박 2일인 날로 늘어나고, 무기로 쓸 건 하나도 없었다. 족쇄 정도? 족쇄로 목을 조르는 선택지도 있었으나 이미 수갑으로 된통 당한 적이 있는 놈은 방심하지 않아서 문제였다.
112
🔨샌드위치예요.

보라색 플라스틱 접시 위에 놓인 샌드위치를 익숙하게 집어 들고 입에 문 박문대는 이 삶이 익숙해져감에 낯섦을 느꼈다. 그러가가도 가라앉는다. 하기야, 제 인생이 그렇지. 꺾이지 않으려 노력하면 삶이 덮쳐와 억지로 꺾는다. 그냥 받아들여야 폐도 숨을 쉴 자리를 갖지 않던지.
113
그냥 포기해. 족쇄만 빼면 불편할 것도 없잖아. 밥도 꼬박꼬박, 하루종일 누워있어도 되고 사생팬 걱정도 안 해도 된다. 자신들을 찾아다닐 멤버들이 걱정…

🐶(걱정 되나?)

글쎄… 납치는 내가 당했는걸.

이상하게 어서 멤버들을 잊고 싶었다. 지쳤기에 지금 당장은 편해지고 싶던 것 같기도 하다.
114
날이 몹시 더워졌다. 납치된 게 겨울이던 걸 생각하면 최소 반년은 지났을 것이다. 박문대가 더는 반항하지 않으니 신청려는 오히려 더 방임에 가까운 자유를 줬다. 족쇄는 어느 날 보면 풀려 있기도 했고, 밥도 컨트롤하지 않고, 더는 머리를 제대로 잘라주지고 않는다. 그리고 이 곳에 오는 횟수도…
115
이상하게 그곳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마음이 떴나?하는 의문의 횟수는 그 두려움의 크기와 비례했다.

신재현이 나를 아예 잊으면, 여기서 방치되다가 죽는 건가.

🐶(요즘은 억지스러운 스킨십도 없고 빤히 보다가 그냥 가는데…)

그러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박문대는 좀 비참해졌다.
116
진짜 개가 된 기분이잖아… 저도 모르게 왼쪽 손등을 계속해서 긁었더니 살이 까져 붉어졌다. 피는 안 나지만 손톱을 자른 지도 오래돼서 상처가 꽤 심했다.

🔨여기 가만히 서서 뭐해요.

거실 한가운데에 서서 손등만 바라보는 게 이상했는지 신재현의 목소리는 예전보다 한 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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