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했는데 생각해 보니 이미 네임버스로 주절거린 게 있어서 좀 변주로.... 운명의 상대가 몸에 적히긴 하는데 그게...

@viclimm
레스타@viclimm
18 views Sep 19, 2026 ~19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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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했는데 생각해 보니 이미 네임버스로 주절거린 게 있어서 좀 변주로.... 운명의 상대가 몸에 적히긴 하는데 그게 이름일 수도 있고 상대에 대한 설명일 수도 있는 운명의 상대 찾기 난이도 하드 모드인 세계관에서 청려만 이지 모드인 청려문대가 더 보고 싶음
@viclimm
레스타@viclimm
내가 이번 일 끝나면 청려문대 네임버스 썰을 쓰고 만다(라고 일단 질러 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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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80퍼 이상은 '네임'을 가지는데, 그게 진짜 이름이라기 보다 누구의 것인지 적어 뒀다는 느낌의 '네임'이라 '이 사람 운명 있음'은 알 수 있을지언정 누가 운명인지는 알아서 알아내야 하는 거임. 말하자면 소방대원인 아무개 씨가 운명의 상대면 몸에 나타나는 네임은 '소방서' 정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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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겁나 친절하게 설명해 준 것임. 적어도 소방서에 있긴 한 인간이라는 거니까. 네임이 '쌀이 마르지 않는' 따위로 나오면 이게 철밥통 공무원에 대한 은유인지 찐으로 쌀 농사를 짓는다는 건지 쌀 상회를 하는 집 인간인 건지도 모름.
덕분에 네임을 찾아주는 업체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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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결혼정보회사처럼...은 결혼 정보 회사 맞음. 그리고 늘 호황임. 일단 자기 네임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세상이 북적였으니까.
사실 자신이 아닌 네임이 있는 상대와 연애/결혼 한다는 건 상당히 껄끄러운 일이기도 했음. 일단 가장 두드러지는 건 이러다가 연애 상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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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운명을 만나면 뭐 어떻게 되는 거지? 라는 의문이고, 그다음으로 따라오는 건 마치 자신이 불륜 내지는 바람 상대인 것 같다는 불쾌감이었음. 그래서 네임이 없을 때 연애를 하다가, 네임이 생기면 헤어지는 풍조가 생겼음. 네임 없을 때 사귀던 애인이 진짜 내 운명이면 더없이 좋은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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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요지경 세상임.
현대 사회엔 다행으로, 이 네임이라는 건 스무 살에서 서른 살 사이에 생겼음. 참으로 절묘하게. 네임이 생기는 가장 어린 나이가 스무 살이라 이때부터 성인으로 취급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임. 그래서 십대 이십대 시절 네임 없이 연애를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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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이 생기면 제 운명의 상대를 찾아가는... 그런 방식으로 세상이 굴러 가고 있었음.
그리고 그건 아이돌도 마찬가지여서, 데뷔 이후 네임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으니 축하해 주는 분위기였음. 네임이 이미 있는데 데뷔하는 경우는 양심 없다고 퇴출당하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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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과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29살의 류건우는 생각했었음. 그때까지도 류건우의 몸엔 네임이 없었으니까. 아 난 그 희귀하다는 '노네임'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살았음. 네임이 없다는 거에 묘한 안도도 있었음.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운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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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랑말랑한 감상을 가질 여유 없었으니까.
설마 세상 일이 이렇게 꼬일 줄 모르고.

보고.
음... 아직 없어요. 문대 씨는요?
없어. 앞으로도 없으면 좋을 거 같고.
그건 제가 서운한데요.

말만 서운하다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섭섭해 보이는 이 망할 업계 선배 놈은, 유감스럽게도 제 애인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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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아직 네임이 없는.
박문대는 한숨을 푹 내쉬었음.
어쩌다가 이 새끼랑 눈이 맞아 가지고 심장이나 쫄리고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박문대는 청려의 옷을 벗겼음. 혹시 스스로 확인할 수 없는 곳에 네임이 있을까 확인하기 위해서였음. 마찬가지 이유로 청려도 문대의 옷을 벗기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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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새끼는 그것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거 같긴 한데.
은근슬쩍 목을 문지르는 엄지손가락을 잡아채 깨물며 눈을 흘겼음.

확인 먼저.

그 잿밥 본인도 관심 있으니 뭐라 할 상황은 아니었음. 그냥 할 일 먼저 빨리 해치우자는 마음인 거지. 그걸 알았는지 청려도 푸스스 웃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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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요.

그리고 끈적함이 사라진 손길로 마저 옷을 풀어헤쳤음. 묘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문대는 청려의 몸을 살피는데 집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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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다망한 1군 아이돌 둘이 얼굴을 맞대자마자 옷부터 벗기고 보기 시작한 건 두 사람이 연인이 된 직후부터였음.
처음엔 자신밖에 없다는 양 구는 회귀자 놈이 고까워서 시작한 거였음.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미래를 살면서, 그 반복되는 세월 속에서 한 번도 네임이 발현된 적도 없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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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신재현'의 운명이 어떤 이름으로 정의해야 옳은지도 모를 인사임이 확신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음. 그건 사랑하는 것과 별개였음.
아무리 자신이 이놈을 사랑한들, 이놈에게 다른 운명의 상대가 나타나면 아무짝이 쓸모없는 감정이니까. 이미 29살까지 네임이 없는 것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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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까지도 없었을 거라고 추측 가능하며, 이미 영혼의 이름과 몸뚱이의 이름이 달라 운명의 상대랄 게 여전히 존재할지도 의문인 자신과는 달랐음. 이놈 몸뚱이에 류건우나 박문대 외의 다른 이름이 새겨질 수도 있는 거임. 그리고 그렇게 되면 당연한 수순으로 그 상대를 사랑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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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을 생각하면 속이 뒤집어졌음.
그래서 이 새끼에게 네임이 생기면 고민할 것도 없이 내가 먼저 걷어차 버려야지,하는 마음이었음.
처음에는.
박문대는 입술에 가볍게 닿았다 떨어지는 온기를 깨닫고 퍼뜩 정신을 차렸음.

날 앞에 두고 무슨 생각해요, 서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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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박문대는 코웃음을 쳤음. 서운은 무슨. 잠시 딴 생각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지 멋대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주제에.

그런 건 손을 좀 떼고 말하지.
문대 씨가 절 안 봐주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말은 참, 번드르르하게 잘해.
음.. 고마워요?
칭찬 아닌 거 알면서 내 속 뒤집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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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청려가 낮게 웃으며 문대의 어깨에 뺨을 부볐음. 맨살이 보드랍게 문질러지는 감각에, 본능적으로 침을 삼켰음. 피부가 온전히 맞닿는 감각이 어떤 것인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는 몸에 슬슬 기대감 같은 게 차오르고 있었음.
청려도 별반 다르지 않은지, 문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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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열기를 담은 입술로 이번엔 좀 전까지 제가 뺨을 부비던 어깨를 찍어눌렀음.

그래서, 정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아직은 네가 나 모르는 새 네 네임 주인을 어디에 생매장 했을까 봐 걱정하진 않아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
하하. 문대 씨도 참. 그런 일 있으면 먼저 말을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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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뭔데.
타인의 네임이 생겨도 먼저 말을 한다는 뜻인지, 사람을 묻을 일이 있으면 일단 말은 하겠다는 뜻인지 알 수가 없었음.
아니, 그 전에 이 새끼 안 한단 소리는 안 하네?
문대는 떨떠름함에 눈을 흘겼지만, 오랜만에 애인을 만났다는 사실 하나로 행복하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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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웃는 꼴을 보곤 이내 저항 없이 떠밀려 줬음. 푹신한 매트리스가 등에 닿는 것을 느끼며, 청려의 머리칼을 헤집던 문대는 그대로 눈을 감았음.

이놈이 본인 몸뚱이에 박문대나 류건우를 지칭하는 네임이 아니라 다른 이의 네임이 새겨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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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에게 가는 게 아니라 죽여 버릴지도 모른다고 확신하게 된 게 언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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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연애 초기에는 애인의 살인을 막기 위해 초조해할 필요까진 없었던 거 같은데....
그 당시 청려는 도리어 기이할 정도로 서로의 네임이 서로일 것이라 확신했음. 그 근거 모를 자신감에 베알이 꼬인 문대가 면전에서 비웃어 주고 싶단 일념으로, 만나면 일단 옷을 벗기기 시작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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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그땐 청려는 문대의 옷을 벗기지도 않았음.
그냥 문대가 청려의 옷에 손을 댈 때마다 잿밥에 눈이 멀어서 좋아하기만 했지.
청려가 자신도 벗기겠다고 달려들기 시작한 건, 주단의 몸에 네임이 생겼던 날이었음.
'그대는 바라지 않는다' 따위의, 의미 모를 문장이나 적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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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의 난이도를 배정받은 주단을 빈말로나마 위로하고 돌아온 청려는 검사를 핑계로 한바탕 침대에서 뒹굴고 난 뒤 제 옷을 입은 문대에게 문득 물었음.

'그러고 보면, 문대 씨의 네임은 뭐였어요?'
'음? 나 네임 없는데.'
'아니, 그 몸 말고. 본인 몸에 있던 네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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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기 전에 스물아홉 정도 되었다 했으니 이미 있었을 텐데 어떻게 적혀 있었는지 궁금해서요.'

......생각해 보면 거기서 이상함을 느꼈어야 했음.
누군지가 아니라 어떤 형태인지가 더 궁금하다니. 심지어 묘하게 목소리가 들뜬 거 같기도 했음. 마치 드디어 원하는 답을 찾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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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말도 장황했음.

'이름이었나? 아니면 문장? 단어? 네임은 운명의 필체로 적힌다는데 정말 그래요?'
'.....글쎄?'
'음. 그 몸으로 산 지도 꽤 됐으니 필체를 기억했다 알아보긴 좀 힘든가요?'
'아니, 뭐 그런 건 아닌데...'
'아, 그럼 필체로 적힌다는 것도 완벽한 법칙은 아닌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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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르긴 몰라도 필체는 맞지 않을까? 운명의 상대를 찾았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필체로 찾았대잖아.'
'하지만 문대 씨는 아닌 거잖아요.'
'나야 아니지.'

하지만 연애로 뇌가 말랑해져 버린 문대는 말이 헛돌고 있다는 건 알아도, 가장 근본적인 원인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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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가 저렇게 질문하는 이유가 '류건우'에게 네임이 있었다는 착각에서 기인한 것이라 가볍게 생각했단 뜻임. '왜 그걸 알면서 류건우의 운명의 상대가 누군인지는 추궁하지 않았나'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했음.
바꿔 말하면

'애초에 류건우 시절 나한텐 네임이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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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해나 고쳐 주자는 무척 나이브한 생각으로 자신이 노네임임을 밝혔단 의미임.
그게 폭탄인 줄도 모르고.

'....네?'
'난 노네임이었다고.'
'...스물아홉까지 발현이 안 된 건 아니고요?'
'글쎄...그건 아닌거 같은데.'

그런 것치고 진실 확인으로 돌려받은 기억에도 네임에 관한 건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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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네임이 있었으면....

'그런 선택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봤겠지.'

충분히 고려한 다음 한 번 더.
네임이 새겨졌다면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니까. 좀 더 고민했을 거임. 간신히 찾아온 상대가 제 소식을 들을지도 모른다거나 하는 고려 지점도 분명 있었을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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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단 말이지. 그러니까 없는 거야.'

그리고 뚝 대화가 끊겼음.
제 생각에 잠겨 있던 문대는 갑작스러운 침묵에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제 애인에게로 돌렸음. 왜 그래? 그렇게 물으려던 문대는 그대로 굳었음.
청려가 마치 영혼이라도 빠져 나간 듯 무표정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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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를 바라보고 있었음.
연애를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음.
그러고 보면 진실 확인으로 알아냈던 류건우의 이야기를 이놈에게 한 적 있던가?
어... 이걸 숨기고 있었다는 거에 대해 배신감 같은 걸... 느끼려나?
문대는 힐끗 청려를 살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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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무표정으로 문대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음.

'...신재현?'

문대가 어정쩡하게 제 애인을 불렀음. 청려는 그제야 생명이 돌아오기라도 한 듯 눈을 깜빡였음. 그리고 헛웃음을 터트렸음.

'네임이 없다고요.'
'...어.'

아직 그 주제에서 안 벗어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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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진실 확인' 기능 때문에 애가 정지했던 건 아닌 모양임. 안도하려던 문대는 곧장 이어지는 질문에 도로 어깨가 굳었음.

'그러면서 내 네임은 언제 발현하나 싶어서 매번 이렇게 확인하고?'
'그게 뭐. 좀 신경 쓰일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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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귀고 있는 이 귀찮은 놈 몸에 언제 다른 인간의 네임이 새겨지는지가?'

그 말에 박문대는 입을 다물었음. 사실이긴 하지만, 저놈이 말하니 뭔가 의미가 이상해지는 기분이었음. 마치..

'나랑 헤어질 날만 기대하고 있었나요?'

그래, 저런 의미로 들렸음.

'아니야.'

문대는 즉각 부정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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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인간의 네임이 새겨지면 걷어차 줄 생각이긴 했지만 그걸 손꼽아 기다리고 있진 않았음.
고까운 건 제 네임이 당연히 문대를 가리킬 거라는 확신이었지, 신재현 본인이 아니었음.
애초에, 사랑한다니까?
사랑해서 저놈이랑 연애하겠다고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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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니까 저놈의 같잖은 수작질에도 어울려 주는 거고, 사랑하니까 이놈이랑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거 아닌가.
다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것들인데.
한 일 년 전만 해도 누군가 자신에게 '너와 신재현은 저렇게 될 거야'라고 말해도 뭔 개소리냐는 말이나 들을 법한 일을, 스스로 하고 있는 중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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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건, 말하자면 투정 같은 거였음.
나는 네 몸에 다른 새끼 네임이 박힐까 봐 하루하루 불안해 죽겠는데 넌 왜 속이 편한 건데. 무슨 자신감이냐고. 네 몸에 딴 새끼 네임이 박히기만 해 봐. 예쁘다고 옆에 두기나 할 거 같아?
딱 그 정도의 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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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류건우의 몸에 청려의 필체로 된 네임이라도 박혀 있었으면, 안 했을 짓이었음.
네임이라는 게 다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네임의 주인이 다른 이의 네임을 가지게 되는 일은 없다는 것 정도는 잘 알려져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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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런... 아직 네임 발현이 안 된 20대 여느 커플 같은 불안감의 발로였는데

왜 그게 이 새끼 머리로 넘어가면 내가 헤어질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쓰레기가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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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될 이유는 하나밖에 없지 않나?

'야, 너는 내가 그딴 새끼로 보이냐?'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확 열이 뻗친 문대는 그대로 청려를 걷어찼음. 가장 믿었던 자에게 배신당한 듯 서늘한 낯을 하고 있던 청려는, 설마 손도 아니고 발을 쓸 줄은 몰랐는지 그대로 침대 밖으로 굴러떨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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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음. 아프지도 않은지 몸을 일으키는 청려는 얼떨떨해 보였음. 약간의 억울함도 비쳤음.
그 일말의 억울함이, 문대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음.
억울해? 니가?
문대는 망설잉 없이, 좀 전까지도 청려가 얌전히 베고 있던 베개를 집어다 반질거리는 면상을 후려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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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 씨..?'

한 대 처맞고 얼빠져 있는 얼굴도 문대의 속을 뒤집어 놨음. 문대는 계속 베개를 휘둘렀음.

'사람 머리를 오함마로 깨 보겠다고 납치 감금 한 것도 너고, 어차피 표절로 나락 갈 놈이라고 저작권을 산 것도 모자라서 사람 엿되 보라고 나한테 주겠다 한 것도 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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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쓰레기, 취급을, 받냐?'
'...우풉!'
'씨발, 내가, 뭘, 했다고 사람을 쓰레기로 만드냐고. 어? 내가 뭘 했는데? 내가 너한테 소홀하기를 했어, 한눈을 팔았어, 양다리를 걸쳤어, 돈을 뜯었어? 뭐, 내가 사귀는 대신 브이틱 앨범 성적 망하라고 사주를 했냐, 뭘 했냐? 아무것도,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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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다음 앨범 컨셉 뭐냐고도 안 물어봤다고!'
'무, 문대, 윽, 씨...!'
'근데, 왜, 내가, 그딴, 취급을, 당해야, 하냐!'
'억, 으윽, 윽!'
'내가 네임 없는 게 내 탓이냐? 어? 내 탓이야? 네임이 막 기합으로 생겼다 없어졌다 막 그래? 그럼 의지만 있으면 상대도 막 바꿀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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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니 몸뚱이엔 내 네임이 없냐? 의지만으로 만들 수 있으면 있어야지? 나 사랑한다면서?'

폭, 폭, 폭, 폭
통증은 없이 타격만 들어가는 공격이 계속됐음. 그럼에도 초반에 방비를 못 한 청려는 속수무책으로 얻어맞으며 휘청거렸음. 문대의 말에 얼이 빠진 듯도 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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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중에도 1군 아이돌 메인 보컬의 체력과 폐활량을 낭비하며 문대는 베개를 휘두르고, 입으로는 불을 뿜었음.

'문대, 씨, 잠깐만.. 잠, 윽 깐만..!'
'잠깐은 무슨 잠깐이야! 개자식아!'
'읍..!'
'씨발, 까놓고 말해서, 어? 니 몸뚱이에 생길 네임이 내 게 아니면 난 잘 사귀다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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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세컨드가 되는 건데, 확인도 못 해? 어? 확인도 못 하냐고!'

문대는 그대로 냅다 휘두르던 베개를 청려에게 던졌음. 날아간 베개는 퍽 소리와 함께 청려의 얼굴에 정통으로 처박혔다가 스르륵 바닥으로 떨어졌음. 그러고도 문대는 성이 풀리질 않아 씩씩거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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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래. 우리가 사귄 뒤로는 한 번도 안 싸웠지? 어디 오늘 한 번 옴팡지게 싸워 보자, 새끼야.'

이 상황에서는 싸우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문대가 청려를 두들겨 패는 거지만, 그런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이성도, 필요도 없었음. 흘러내린 앞머리를 긁어 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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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질 만한 또다른 물건을 찾는 문대의 눈빛이 형형하기 그지없었음.
청려가 그 틈에 허겁지겁 침대 위로 올라와 문대의 팔을 붙잡았음.

'놔라.'
'잠깐만요, 문대 씨.'

문대가 손을 빼기 위해 팔을 휘둘렀음. 그러나 청려는 그저 붙잡기 위해 힘을 더 줄 뿐이었음. 문대의 눈빛이 더 사나워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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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 제 말도 안 듣겠다 이거죠? 이....'
'잘못했어요.'

사과하는 청려의 목소리는 다급했음. 다행이 문대는 말을 끊었다고 화를 내지는 않았음. 대신 입을 다물었음.

'내가, 내가, 잘못했어요.'

빤히 바라보기만 하는 눈빛이, 니가 뭘 잘못했는 줄은 아냐는 듯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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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는 초조하게 문대의 문대의 손을 잡았다가, 뺨을 쓸었다가 했음. 손을 어떻게 두어야 할지 모르는 양 굴었음.

'문대 씨를 그렇게 취급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퍽이나.'
'정말 아니에요.'

청려가 울상을 지었음. 물론 수작질인 게 빤히 보였음. 이 새끼가 우는 꼴을 본 적이 없는데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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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는 혀를 찼음. 그런데도 베개를 얻어맞아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하고는 어쩔 줄 몰라하는 꼴을 보니 화가 누그러졌음. 아무래도 내가 이 새끼를 엄청 사랑하긴 하는 모양임. 난데없이 뺨맞은 수준의 모욕을 당했는데도 저 꼴이 안쓰러워 보이는 걸 보면.
문대가 어깨에서 힘을 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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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개소리를 하려는지 들어는 보겠다는 의사 표명이었음. 청려는 조급하게 문대를 끌어안았음. 마치 그렇게 안 하면 문대가 당장이라도 박차고 나갈까 봐 무서워하는 모양새였음. 말투도 마찬가지였음.

'그냥... 그냥 내가... 갑자기 불안해져서 그랬어요.'

꼭 평소 어리광 부릴 때와 똑같이 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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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는 이해를 못 했음. 류건우 시절 네임이 있었든 없었든 무슨 상관이라고 급발진할 만큼 불안해진단 말인지 알 수가 없었음.

'나는... 하...'

청려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살짝 몸을 떼고는 마른세수를 했음.

'나는 당연히 '건우 형'의 네임이 난 줄 알았단 말이에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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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뜬금없는 소리였음. 어디서 튀어나온 김칫국인지 파악도 안 될 정도로.
문대의 어이가 날아가는 틈을 타, 신재현은 도로 문대의 품에 멋대로 안겼음. 저보다 작은 몸집에 어떻게는 몸을 꾸겨 넣으려는 꼴이 참 하찮아 보였음.

'문대 씨는 이미 돌아올 때 이미 스물아홉이라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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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네임이 이미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확실히 대부분 그렇긴 했음.
다만.

'너도 서른 다 되어 가는 와중에 없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냥 제가 늦는 거지 없는 건 아닐 거잖아요.'
'모를 일이지.'

'류건우'일 때, 자신도 스물아홉 전까진 그렇게 생각한 시기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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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의 말에 잠깐 생각하던 청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음.

'그래요. 문대 씨 얘기대로면 저도 아예 없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모든 사람이 네임이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그걸, 나는 방금 전가지 몰랐잖아.'

여전히 아양을 부리듯 문대의 목에 이마를 부비며 청려가 말을 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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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연히, 네임이 있던 사람이 내 고백을 받아 준 건, 순순히 사귀자 해 준 건 내가 당신의 네임이기 때문이라 생각했어요.'

어느새 고개를 든 신재현이, 마주했던 시선을 천천히 내리깔았음.

'당신은 내 필체를 아니까. 기억 속 네임하고 대조해 보고 내가 네임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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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 주었다고. 그러니 분명 늦더라도 저한테 문대 씨의 네임이 생길 거라 확신했는데...'

아, 그 아니꼬웠던 자신감은 거기서 기인한 거였나. 드디어 의문이 풀린 문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렸음.
그와중에 문대가 간신히 껴입은 옷의 단추를 도로 툭툭 풀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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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타고 옷자락이 흘러내렸음. 그러자 좀 전까지 뒹굴던 흔적이 훤히 드러났음. 신재현은 제가 짓씹어 놓은 흔적을 엄지로 문질렀음.

'근데 아니라니까. 잠깐 눈이 돌았나봐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피부를 훑어보는 신재현의 눈빛이 위험하게 가라앉았음. 문대는 뭔가 쎄한 것을 느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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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었다니...'
'그래서 꼽냐?'
'아무래도요?'

빙긋 웃는 꼴이, 꿍꿍이가 있을 때와 똑같았음.

'저와 문대 씨 사이를 갈라놓을 무언가가 생길지도 모른다는데, 태연할 순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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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보람도 없게 상의를 뺏겨 버린 문대는 떨떠름하게 제 애인을 바라보았음. 신재현은 물끄러미 문대의 몸을 바라보다 거기에 제 입술을 짓눌렀음.

'여기에 다른 이의 네임이 새겨져도, 그건 '몸 주인'의 것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젠 그조차 확신할 수 없고...하하, 꼴 사납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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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겨짚지 말고 진작 물어볼 걸 그랬어요.'

문대가 품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초조함이 사라진 건 좋으나, 너무 차분해지다 못해 '류건우'에게 네임이 없다는 걸 들은 직후만큼 서늘해진 건 문제였음.

'야.'
'네?'
'허튼 짓하려는 거 아니지?'
'음... 글쎄요?'

신재현이 문대의 허리를 더듬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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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도 문대 씨 몸에 네임이 생겼나 안 생겼나 확인하고 싶어지긴 하네요.'

그 정도는 괜찮죠?
그렇게 묻는 회귀자의 눈을 본 문대는 직감했음.
이 새끼, 절대 네임 확인하는 거에서 끝나지 않겠구나.
신재현 본인이든, 문대든 서로의 것이 아닌 네임이 생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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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을 찾아 야산에 묻어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장애물은 치워 버리겠구나.
당장 확인하겠다며 문대를 눕히던 신재현이 덧붙인 말은 그 직감에 못을 박아 줬음.

'걱정 말아요, 문대 씨. 절대 당신이 세컨드가 될 일은 없을 테니까.'

신재현에게서 확신을 빼앗은 결과였음. 괜찮아지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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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살짝 머리가 맛가 있는, 손이 많이 가는 애인 놈 탓에 앞으로 중간 중간 이 새끼가 사람을 벌써 죽이진 않았을까 걱정하며 살아야 하게 생겼음.
그럼에도 문대는 고개를 끄덕였음.
이 새끼를 누군가에게 뺏길까 두려워 하느니, 이 새끼가 누군가를 죽였을까 두려워 하는 편이 나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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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닮는다고, 문대의 머리도 약간 맛이 간 모양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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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양자택일일 때 후자가 났다는 거지, 진짜 사람을 죽일까 두려워하는 게 좋은 조건이라는 뜻은 아니었으므로 매번 만날 때마다, 그리고 옷을 벗길 때마다 원인을 확정할 수 없는 초조함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음. 그게 신재현에게 다른 사람의 네임이 생겼을까 봐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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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진즉 공구리를 쳐 바다에 빠뜨렸을까 봐서인지 여전히 알기 어려웠음.
어느 쪽이든 이제 한 일 년 정도면 사라질 일이긴 했음.
문대는 연말 시즌의 정신없는 스케줄 틈 사이로 어떻게든 만날 시간을 만들어서는, 거기에 굳이 잿밥까지 탐내서 체력을 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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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한 애인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음.
한바탕 뒹굴자마자 그대로 문대 위에 엎어져서는 골아떨어진 청려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자고 있었음. 이불 위로 드러난 피부는 여전히 깨끗하기만 했음.
문대는 신재현의 어깨에 검지를 대고 천천히 류건우와 박문대를 나란히 써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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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은 운명의 필체로 쓰일 뿐, 아주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면 이름으로 나타날 일이 없음.
보통 영문 모를 문장이나, 단어의 나열로 되어 있었음.
그러니까 여기에, 이제 무엇인지도 모를 내 이름이 적힐 일은 없겠지만.
꿈은 꿔 볼 수 있잖아.
알아보기 쉽게 내 거라고 쓰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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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가 누굴 안 죽여도 되고 내 속 뒤집힐 일도 없기를.

음... 문대 씨.

손가락이 간지러웠는지 뒤척인 청려가 문대의 손목을 잡았음.

미안, 내가 깨웠냐.

청려는 시간을 확인하며 고개를 저었음.

어차피 일어나 봐야 해요.
오늘 팬미팅 있다고 했던가.

하필 이 바쁜 시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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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팬미팅 일정을 잡는 것도 참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음.

의외로 레티도 어떤 부분에선 막무가네란 말이지.
하하, 동감이에요. 근데 어쩌겠어요. 제 생일에 못 했으니 지금 해야지.
너도 마찬가지야 인마. 스케줄이 그러면 쉴 생각을 해야지 날 부를 생각을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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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른다고 온 문대 씨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닌데요.

비척비척 일어난 청려가 푸스스 웃었음.
그리고 도장 찍듯 문대의 입가에 입을 맞췄음.

축하해요.

잠시 굳었던 문대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음.

그 얘길 하고 싶어서 불렀어?
기왕이면 얼굴 보고 말해 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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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쓸데없이 로맨틱 챙기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얼굴엔 열이 올랐음. 색까지 바뀌었는지 청려의 눈에 만족감이 어렸음. 문대는 공연히 성을 내며 등을 떠밀었음.

할 거 다 했으면 일 하러 가. 다른 사람들 사랑받으러 가 빨리.

타의에 의해 화장실로 향하며 청려가 빙긋 웃었음.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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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집에 와 있는 객에게 하기엔, 부적절한 말이었음. 그러나 문대는 태클을 거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음.

다녀와라.

그리고 그날, 문대는 정말 온전히 신재현이 자신에게 오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음.
그것도 청려의 팬미팅 프리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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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에게 일이 생긴 것은 한창 팬미팅 행사가 진행 중일 때였음. 팬들이 보낸 질문을 빙자한 주접 문구를, 굳이 접착 메모지에 적어 붙인 판넬을 옆에 두고 진행자와 대화 형식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 내는 도중에
돌연, 목 부근이 화끈거렸음.
불에 달군 인두로 지진 듯한 고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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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미팅 중인 것도 잊고 목을 부여잡은 채 휘청였음. 등받이도 없는 스툴 위에서 고꾸라지려는 걸 가까이 있던 진행자가 간신히 받아 냈음.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음.
통증은 찾아온 것만큼이나 사라지는 것도 순식간이었음.
강도에 비해, 너무 순식간에 없어진 고통에 청려는 어리둥절해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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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음.
하지만 일단 동요하는 장내를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어서, 청려는 숨을 고르며 생각을 정리했음.
컨디션 난조 정도로 무마할 수 있을 거 같았음. 청려는 그렇게 정리하려 했음.
진행자의 말이 먼저 치고 들어오지 않았으면.

오, 축하해요 청려 씨!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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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모두 청려 씨께 축하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연애 금제가 풀리셨어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박수가 울려 퍼졌음. 사실 청려의 네임 소식이 없어서 팬들 모두가 걱정하던 차였음. 모두가 운명의 상대가 있는 이 세계에서, 네임이 없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으로 프레임이 씌워지기 마련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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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청려가 네임이 없어, 어떤 방송을 가던 외롭지 않느냐는 개소리를 들을까 마음 졸이던 이들이 드디어 마음을 놓는 소리였음. 이 박수 소리는.
청려는 눈을 동그랗게 떴음.
'연애 금제가 풀렸다'
아이돌에게 그렇게 말할 법한 일은 하나밖에 없었음.
네임이 생긴 것.
청려는 얼떨떨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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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자신이 팬미팅장 한복판에서, 네임이 발현할 줄은 몰랐는데.
근 십 년을 활동하면서 팬미팅 진행 중에 네임을 발현한 팬은 종종 봤지만 본인이 그럴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해 봤음.
몸 주인은 프로 아이돌이지만, 네임은 때와 장소를 가릴 줄 모르는 모양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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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이 생긴다면 문대 씨 앞일 줄 알았는데.
청려는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음.
진행자가 호들갑 떨면서 스탭에게 거울을 가져와 달라 요청했음. 그동안 청려가 마이크를 잡았음.

음..... 이건 팬미팅 행사 일정 중에 없었는데요.

그리고 슬쩍 웃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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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티카들 걱정 중 하나는 덜어 주라고 선물이 온 모양이네요.

곧 있으면 입대해야 하는 데한민국 성인 남성이 말하자 장내가 탄식을 흘렸음.

일단 하나는 해결했으니, 나머지 하나는 몸 성히 해결해 보도록 할게요.

그에 어디선가 '해결 아직 안 됐어! 누군지도 찾아야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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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이 들려왔음. 때마침 스탭이 거울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음.

상대요. 음....

거울을 받아든 청려는 목을 가로지르는 네임을 살폈음.
'타인의 사실은 그대의 허상이고 그대의 진실은 타인의 거짓이다.'
그런 문구를 써 내린 필체는, 분명....

누군지 알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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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는 표정이 허물어지려는 것을 애써 다듬었음. 여기서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선 안 됨. 저 새끼 뒤에서 몰래 연애질 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단 소리만 나옴. 물론 그게 사실이긴 했지만. 그 말이 나와도 된단 소리는 아니었음.
그러므로 입꼬리만 올려 웃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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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쉬운 일이었음.

확실해지면 티카들에게 알려 줄게요.

제 연인의 필체가 여기 있는데, 마음껏 기뻐하지 못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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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의 네임 발현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음. 연예인이 스케줄 중에 네임이 발현되는 건 종종 있는 일이지만, '브틱 리더 청려'의 네임 발현 이야기는 파급력이 달랐음. 덕분에 아이돌 관련 커뮤니티는 모조리 소란스러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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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드디어 ㅠㅠㅠㅠ]
슈버류ㅠㅠ 드디어 ㅠㅠㅠ 엋 네임 생겼구나 ㅠㅠ 노네임이면 어쩌나 걱정했어 ㅠㅠㅠ 개빻은 새끼들이 토크쇼 같은데서 꼭 '외롭지 않으세요?' 같은 쌉소리나 해서 속 뒤집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야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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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ㄹㅇㅋㅋㅋㅋ 네임이 있어야 안 외롭지 같은 소리를 노네임 앞에서 하는 인간들 한바가지 스쳐 지나감ㅋㅋㅋ
ㄴㄴ 근데 그건 사실이잖아 운명이 있어야 안 외롭지
ㄴㄴㄴ 뭐래 조선 살다 오셨나 지금은 21세기예요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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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ㄴ으 노네임 차별 발언 너 같은 인간들 때문에 우리가 엋 네임 발현하길 정화수 떠 놓고 기도한 거야
ㄴㄴㄴㄴ ㅅㅂ 정화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근데 ㅂㅇㅌ ㅊㄹ 네임 필체]
어그로 아니고 진짜로
우리 집 댕댕이 거 같지 않냐
ㄴ오?
ㄴ헐?
ㄴ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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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응 어그로 곰머 필체랑 완전 다르거든 싸인 사진도 안 보고 글 싸지르냐
ㄴㄴ너야말로 러뷰어 아닌 거 티 나니까 꺼져라 곰머 싸인 해 줄 때 필체랑 평소 필체 다른 거 모르는 러뷰어도 있음?
ㄴㄴ팬들한테 싸인해 준다고 더 힘 꼭꼭 줘 가며 싸인해 주느라 필체도 바뀌는데 그걸 모르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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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박댕댕 필체 얘긴데]

(청려 네임 발현 영상 캡쳐본 네임 확대 샷)
(자컨 캡쳐본 문대 필기 확대 샷)
확대 하느라 좀 깨지긴 했는데 비교는 가능한 듯
ㄴ와 이렇게 보니까 진짜 비슷해
ㄴㄴ진심? ㅋㅋㅋ 전혀 아닌데? ㅋㅋㅋ
ㄴㄴㄴ뭐래 똑같구만 시력 안 좋음?
ㄴ그럼 진짜 곰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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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개판이군.
주르륵 상황을 살펴보던 문대는 미련없이 앱을 껐음. 저걸 보고 있느니 그냥 강아지 수영 영상이나 보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거 같음.
레티 쪽에서 청려의 네임 파악하고, 티원 쪽으로 확인 요청하면... 뭐 늦어도 사나흘 뒤엔 발표가 날 테니 뭘 하는 것도 웃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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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 네임의 필체를 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 네임이 자신의 것이라 문대는 확신했음.
문구가 너무 노골적이라 알 수밖에 없었음.
청려가 제 애인의 필체를 모르는 머저리라도, 문구를 본 순간 주인이 누구인지 알았을 게 분명함.
홈 화면에 깜빡이는 날짜를 본 문대가 피식 웃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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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톡을 열어 한 문장을 적어 보냈음.

[선물 한번 화려하게 주네 잘 받았다 생일선물]
[이제 확인 과정 거칠 필요 없는 게 좀 아쉽네요^^]

여태껏 잿밥에 관심이 더 많았던 주제에 혀가 길었음. 한 소리 할까 하다가, 저놈 목에 내 것이라고 낙인 찍힌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관대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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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는 아직 아무것도 없는데?]

관대해지다 못해 불을 붙여 버린 문대는, 답이 돌아오기 전에 슬쩍 청려를 차단했음.
어차피 이놈은 한 일주일간 스케줄이 산적해 있어서 못 만날 테니 하는 짓이었음.
청려의 네임 발현으로 스케줄이 대거 조정된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문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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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콧노래나 흥얼거릴 뿐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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끗. 이래서 건우 생일에 끝내고 싶었는뎅....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건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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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얼마 지나지 않아 문대의 상태창에 [네임: 끊어진 굴레(신재현)(※주의: 신체의 것과 달라 표기되지 않습니다)] 따위가 추가되어서 이 무슨 웹소설 그것도 허세 든 헌터물스러운 꼴이냐고 문대가 투덜거리는 내용을 쓰려고 했는데... 스포적 요소로 인해... 상태창은 생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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