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 받은 아픈 문대로 배세문대 어머니의 여행으로 돌아갈 곳이 없어져, 이번 휴가에는 박문대와 숙소에 남아있기로 했다....

어머니의 여행으로 돌아갈 곳이 없어져, 이번 휴가에는 박문대와 숙소에 남아있기로 했다.
"그래, 세진이가 문대 아프나 안 아프나 잘 챙겨줘."
"이제 휴가 때마다 아플 일은...."
박문대가 무어라 중얼거렸지만 류청우는 어깨만 탁탁 두드려주고 갈 뿐이었다.
"...그래도 형이라서 다행이네요."
"어?"
"잘 맞으니까."
그 말이 뭐라고 이리 후끈거리는지.
그리고 다음 날.
"...그렇게 안 아픕니다."
박문대는 앓아누웠다.
한눈에 봐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박문대는 눈까지 살짝 풀려있었다.
"기다려, 죽이라도 끓일게."
"아뇨...."
목소리는 평소와 같이 덤덤하기 그지없지만, 붉게 열이 오른 얼굴은 그렇지 못했다.
답답했다. 그냥, 간호도 받지 않겠다는 게 선이 그어진 느낌이기도 하고. 항상 혼자 행동하지만 너도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가 아닌가. 나보다 어른스럽고 능숙하지만 그래도 아직 애잖아. 그렇잖아.
"혀엉...."
귀엽다.
'아니...!'
이 상황에 무슨 생각을!
박문대가 말꼬리 늘리는 걸 처음 봐서 그만!
"그, 그럼 잠시 기다려."
괜히 헛기침을 하며 방을 나왔다.
"박문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야채죽을 들고 조용한 방에 들어서니, 침대 끄트머리에서 젖은 수건마냥 늘어져있는 박문대가 보였다.
"너...뭐해?"
"...나가려다...힘이 풀려서."
어딜 가?
열에 눅눅해진 녀석을 침대 가운데로 질질 끄니 상당히 민망해한다.
"회사에 다녀오려고, 잠깐."
"그 몸으로 어딜 가!"
"괜찮은데요...."
"너, 몸 나을 때까지 나가는 거 금지야!"
아니 이런 워커홀릭을 다 봤나!
"죽 먹어."
"...."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라 못 먹을까 봐 직접 떠주니 말없이 이쪽을 응시한다. 나도 민망한데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어어...."
숟가락을 빼앗겨 비어버린 손을 허망하게 내려다보고 있자니 한숨을 푹 내쉰다.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까지야.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부, 부족하면 말해."
"네."
그래도 뿌듯했다.
맛있나? 잘 먹네.
핸드폰으로 [감기에 좋은 음식] 따위를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도움이 되고 싶었다.
***
특성 사라져서 이제 안 아플 줄 알았는데....
염병할, 약해빠진 몸뚱이!
'...누가 죽 끓여주는 건 또 오랜만이군.'
간호를 받은 적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한 번 밖에 없었다. 입원 말고, 이렇게 소소한 몸살에 받은 간호 말이다.
"일어났어?"
그때, 어떻게 알았는지 배세진이 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까부터 자꾸 주변을 기웃거리는데, 솔직히 말하면 불편하다.
...사실 이런 건 아직 낯설어서.
느낌 이상한 문어 다리라도 만지는 듯 묘한 기분에 젖은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었다.
"괜찮아요."
안 괜찮다.
"어, 배는 안 고프나?"
"네."
아까 죽 먹었잖아.
"필요한 건..없고?"
"없습니다."
이왕이면 나가줬으면 좋겠다.
의도치 않게 딱딱하게 말이 나갔다. 몸이 아프니 부드럽게 말할 기력도 없어서.
"...."
그래서 그런가, 배세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내가 불편해?"
아닌가 보다.
앞이 흐린 와중에도 머뭇거리는 배세진의 얼굴은 아주 잘 보였다. 그제야 나는 녀석이 하는 게, 걱정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아뇨...."
뭐라 말을 해야 할까. 테스타 놈들이 내게서 원하는 게 단순한 능력이나 노동이 다가 아님을 점차 느끼고 있었음에도 실수를 해버렸다. 혼자 지낸 시간이 워낙 길어서, 이런 건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니, 나는 그냥."
사실 내가 한 말은 '괜찮아요', '네', 그리고 '없습니다' 밖에 없었다. 딱히 심한 말은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본인도 자신이 갑자기 급발진을 한 것을 아는지 사과를 받자마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바쁘실까 봐."
"어?"
"형도 휴가 계획 세워 두셨을 텐데."
말하고 나니 이상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불쌍해 보였다....
"아니...!"
배세진은 매우 당황한 듯 했다.
"네가 아픈 게 더 중요하지!"
"오...."
나직이 감탄하니 얼굴이 살살 붉어졌지만, 그는 반박을 멈추지 않았다.
"너는 맨날 이상한 생각이나 하고...! 좀 의지해도 되잖아. 내, 내가 형이니까!"
형은 내 쪽인데.
"...저는 처음 듣는데."
"말 안 했으니까...."
배세진. 믿고 있었는데.
이로써 그룹의 누구와 함께 휴가를 보내든 나는 자유롭지 못할 몸이라는 게 밝혀졌다.
숙소의 먼지 취급 당하며 방 안에서만 지내고 싶었는데.
그 후 배세진은 정말, 지극정성으로 나를 간호했다. 아까의 내 발언이 오죽 불쌍해 보였는지 간도 빼줄 기세이다. 하.... 내 무덤을 내가 팠어.
"...형, 할 일 없으세요?"
"...! 네가 제일 중요하다니까!"
그 뜻이 아니다. 단지 눈치를 준 것이란 말이다.
"형!"
"왜!"
"악...."
큰소리에 머리가 징징 울려 비틀거리니, 당황해하며 사과한다. 먼저 소리 지른 건 나니까 사과는 필요 없는데.
"나는 네가 찝찝할까 봐."
"그래서 저를 벗기고 닦겠다고요?"
"뭐?!"
머리를 부여잡으니 다시금 사과한다. 이건 네 잘못 맞다.
"네가...네가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그럼 뭔데요...."
"순수한 의도였어!"
"그럼 다른 의도가 또 있나요."
"그...!"
나보다 더 익은 것 같은데?
할 말을 잃은 배세진이 입을 뻐끔거렸다.
"...씻을래? 부축해줄게."
"왜요, 벗겨보시지."
"뭐?"
"장난이에요."
아까보단 몸이 나아져서 혼자 샤워할 정도는 되었다. 삐걱거리는 배세진을 두고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
몸 다 나으면 뭐라도 사다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물을 틀었다.
*
"머리 말려줄게."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너 젖은 머리 그냥 두잖아."
"바람 뜨거우면 말해."
섬세한 손길이 머리카락을 쓸어주니 살살 졸음이 밀려왔다. 헤어 디자이너가 만져주는 것과는 느낌이 달라 어딘가 간질간질하기도 했다.
그러면 이 다음부터는 혼자 앓는 게 더 힘들어지지 않겠는가. 계속 곁에 있어줄 것도 아니면서.
"망할...."
"어? 뜨거워?"
"아뇨...."
나 방금 뭔 생각한 거냐?
아프더니 돌아버렸나, 애도 안 부릴 투정을 부리고 있어. 본래 나이를 잊지 말자.
"아직인데?"
"물 안 떨어지잖아."
"...."
"...요."
꼰대 같으니라고.
배세진은 조금이라도 물기가 있으면 몸살이 심해질 거라 판단했는지, 머리카락이 바짝 마를 때까지 드라이기를 놓지 않았다.
"열 많이 내렸네."
"덕분에요."
"...응."
보살펴주는 손길의 거부감이 사라지니, 남은 것은 아쉬움이다.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간호해 줬으면 좋겠고.
진짜 X같다.
"익숙해져야지."
몸살 기운에 브레이크 없이 툭 내뱉어진 말을 배세진이 받는다.
"박문대, 너는... 더 익숙해져야 돼."
"......."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
예민한 인상의 얼굴에 약간 쑥쓰러운 미소가 번져갈 때.
참을 수 없는 잠에 빠져들었다.
....언급을 넘 빨리해서 트윗순서가 이상해져버리는 바람에..ㅎㅎ..(머쓱
# (다시한번)가보자고요~!!
이런 나날을 마지막으로 보냈던 게 언제였는지 까마득할 지경이다. 나쁘지는 않았다. 익숙해지라 한 건 배세진이니 그가 책임을 져야 했다.
"......."
그냥. 그냥....
간만의 편안한 숙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