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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의... 일레이가 저한테 보이는 질투는 기민하게 알아채면서 정작 본인 질투엔 둔하면 어쩌지 정확히 말하면 성격상 질투하고 있다는 걸 인지할 정도로 맹렬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머리 위로 T oO(... 뭐지, 이건.) 하고 물음표 띄울 거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

스위트 시점 이후, 모종의 이유로 열린 타르텐 연회에서 어쩌다 일레이와 떨어져 있게 된 정태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내 나게 차려입고 진지한 얼굴로 리하르트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힐끗거리며 T "새끼, 새삼 잘났어." 하고 샴페인을 무심하게 홀짝이는데,

T "... 음?" 누가 봐도 이제 막 미성년자 딱지를 뗀 것 같은 아가씨 서넛이 쫑쫑쫑 다가와서 일레이와 리하르트를 둘러쌈 "저기이—, 미스터 리그로우, 미스터 타르텐." 고목나무 아래에서 병아리들이 삐약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정태의는 웃겠지

"저희 중에 혹시, 마음에 드는 파트너가 있으실까요?!" T "트흛, ...!" 소녀의 당돌한 질문에 정태의는 마시던 샴페인을 추하게 뿜어버림 아니 이 연회장에 차고 넘치는 게 남자인데 하필 저 두놈한테? 심지어 저놈들은 누가 봐도 본인들 또래가 아니잖아!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아가씨들이라 이 두 남성이 누군지, 어떤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폭군들인지, 없이는 죽고 못 살아서 옆구리에 끼고 사는 연인이 누구인지, 그 연애사가 얼마나 극적인지... 정보통이 텅 비어 있는 듯 보였음

T "그러니 저런 헌팅포차스러운 상황을 연출할 용기가 있는 거겠지." 정태의는 저도 모르게 약간 비아냥대듯 중얼거림 그러면서도 내심 일레이가 어떤 반응을 하나 곁눈질을 하는데,

놈은 당황한 기색 없이 리하르트 못지 않은 젠틀한 미소를 지으며 소녀들의 손등을 하나하나 다 잡아주며 그 위로 입을 맞춰주고 앉아 있음 저런 꼴을 보면, 저놈도 아닌 척 하면서도 레이디 퍼스트를 가장한 카사노바 유전자로 빼다박은 유럽 귀족놈이 맞다니까.

정태의는 일레이와 리하르트를 흘겨보며 꼴값이라는 듯 코웃음 침 I "당돌한 관심은 기껍지만, 딸뻘 '아이'들에게 그런 식의 질문을 받을 나이는 아니군요." 일레이의 입술 끝에 손 끝을 내어주고 뺨을 발긋하게 붉히던 소녀들은 일레이의 그 멘트조차 좋아 죽겠는지

"어머, 딸뻘이라뇨! 미스터 리그로우는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더군다나, 저 또한 그렇게 어리기만한 '아이'가 아니랍니다." 오히려 설렘을 감추지 못 하고 드러난 맨 어깨를 슬쩍 일레이의 팔뚝에 슬쩍 갖다대며 과감하게 들이댐

챙—! 정태의는 다 마시지도 않은 샴페인잔을 스탠딩 테이블에 격식없이 내려놓으며 입술을 비죽임 T "... 에이씨, 연회는 이래서 싫어. 맥주도 없고 죄다 맛대가리 없는 샴페인은, 염병." 리타가 구워준 나쵸랑 소시지에 몇 유로 안 하는 싸구려 캔맥주나 벌컥벌컥 들이키고 싶네.

정태의는 지금 제가 느끼는 언짢음의 출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한 채 엉뚱하고 의미없는 방향으로 화풀이를 함 아직도 소녀들의 사이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두 손을 어정쩡하게 둔 채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두 거구를 세모눈을 뜨고 노려본 정태의는 넥타이를 거칠게 풀며 연회장을 나와버림

방에 들어와서 정장을 제대로 벗지도 않은 채 침대에 벌러덩 누운 정태의는 자꾸만 갉작갉작 제 신경을 거스르는 이 날벌레 같은 감정을 여실히 불쾌해 함 살면서 잘 느껴보지 않은, 저답지 않은 낯선 감정이라 더욱 찝찝함

이 성가신 감각을 싹뚝 잘라내버리고 싶은데, 푹 녹은 마시멜로우처럼 자꾸 여기저기 녹아 들러붙어 오히려 자르려고 하면 할 수록 떼어내기가 힘들어짐 T "... 아오, 씨발. 뭐지, 진짜." 정태의는 반쯤 이마를 드러내 왁스로 잘 올려놓은 하프 포마드를 마구 헝클이며 욕을 짓씹음

그때, I "갑자기 사라져서 놀랐잖아. 여기서 뭐해?" 번듯한 모습의 일레이가 어느새 방에 발을 들임 T "..." I "...?" 정태의는 진심으로 의문스러웠음 모종의 이유로 기분이 가라앉을 때, 저놈을 보면 늘 기분이 절로 스르르 풀리곤 했는데,

T "... 왜 더 짜증나지, 씨발." 일레이는 돌연 귀에 때려박히는 18번에 당황한 듯 눈을 홉 뜨겠지ㅋㅋ I "뭐야, 무슨 일 있어?" T "아,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일레이는 더할 나위 없이 뜨악한 얼굴로 덜그럭거리기 시작함 정태의도 저답지 않은 감정선에 스스로 뜨악하지만 컨트롤이 잘 안 됨

일레이는 쭈뼛거리며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조심조심 정태의가 누워 있는 침대에 다가가 걸터 앉음 어색하게 목을 큼큼 가다듬은 일레이가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레 묻겠지 I "왜, 그래, 태이." 그러게. 왜지. 진짜 뭐지.

I "아까까지 괜찮았잖아. 내가 잠시 리하르트랑 이야기하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네가 리하르트랑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아니. 없었어. 오히려 오랜만에 차려 입은 네가 참 잘나보여서 기분이 좋았던 거 같아. 그래. 그랬는데, 내가 언제부터 이유 없이 자꾸 짜증이 났냐면,

T "걔네는." I "어, 어?" T "그 여자애들. 병아리들은." 일레이는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함 정태의는 그런 일레이를 답답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다 기어코 버럭 소리를 지름 T "손등에 입술도장 찍어준 그 어린애들 말이야!!!" I "... ... ... 아,"

일레이는 그새 그들의 존재를 완전히 지운 듯 멍한 표정을 짓다가 정태의의 사자후가 귀에 박히고 나서야 생각났다는 듯 싱겁게 대답함 I "그것들이 뭐...? 아니, 그보다 왜," 멈칫.

정태의의 방에 들어서며 내내 갈피를 못 잡고 눈치만 보던 일레이의 눈동자가 일순 흥미롭게 빛남 정태의는 그런 일레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속으로 대상 없는 분풀이를 하며 씨근거리는 상태였음 I "질투했어?" 순간,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공기가 삽시간에 가라앉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