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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즈🧀
@pllilive
#최솔 #요원솔음

< 돌아선 마음과 마주하는 법 > (4)

상불ㅣ권태기 후회공 최 X 저주로 시한부 된 솔





처음에는 미각이었어.
아무 맛도 느껴지질 않았어.

그 다음에는 후각.

"......."

솔음은 새까맣게 탄 냄비를 눈앞에 두고, 멍한 얼굴로 섰어.
치이즈🧀
@pllilive
바닥이 이렇게 눌어붙었는데도 탄내를 맡지 못했어.
연기가 나지 않았다면, 꼼짝 없이 불이 나고도 남았을 거야.

다행이지. 그래도 아직 눈은 멀쩡해서.

"...저주로 죽기 전에 불에 먼저 타 죽을 뻔 했네."

자조적인 농담을 던져.
그렇게라도 해야, 지금 이 상황이 조금이라도 가벼워 보일 테니까.
치이즈🧀
@pllilive
"이건 이제 버려야겠네."

사실 이 상황이 너무나 버거워.
사랑도 삶도.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

하지만 동시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
최 요원과의 사이가 여전히 좋았다면... 자연스레 헤어지기는 힘들었을 테니까.
치이즈🧀
@pllilive
그래도 당신은 덜 아프겠지.
그게 그나마 위안이 돼.

탄 냄비를 재활용품 통에 던져넣고, 인스턴트 죽을 뜯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렸어.
그리고 습관처럼 문자를 보내.

💬 오늘도 늦어요?

답장은 오지 않았어. 늘 그랬듯.
치이즈🧀
@pllilive
*

잠결에 누군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
슬쩍 눈을 떠 봤더니, 최 요원이야.

잠시 옷만 갈아입으려 들렀나봐.
여전히 재난관리국 점퍼 차림인 걸 보니.

"...요원님."

솔음이 막 잠에서 깬 목소리로 부르자, 그의 움직임이 뚝 멈춰.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뒤돌아.
치이즈🧀
@pllilive
"...나 때문에 깼어?"
"그냥 잘 만큼 자서 깬 겁니다."
"아직 새벽 다섯 시인데, 잘 만큼 자기는 무슨."

그가 솔음의 곁으로 다가와서, 머리를 쓰다듬었어.
흉터와 굳은살로 거칠거칠한 손이 머리칼을 헤집고, 볼을 슬슬 쓰다듬어.

오랜만이야. 이런 따뜻한 손길은.

"시원해요."
치이즈🧀
@pllilive
"...아직도 열 있네. 약은 먹은 거야?"
"네에."

솔음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어.
꼭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아.

눈을 가늘게 뜨고 최 요원의 손에 뺨을 묻어. 알싸한 담배 냄새와 비누 냄새가 섞인. 최 요원 특유의 냄새가 나.

"고양이야?"
치이즈🧀
@pllilive
최 요원이 장난을 치듯 솔음의 코를 약하게 쥐었다 놔.
코를 찡긋거리다 손가락을 앙 물자, 낮게 웃는 소리가 났어.

오랜만에 분위기가 좋아.
어쩌면 지금이라면.

"요원님."
"응."
"언제 시간 나세요?"
"......."

아. 잘 웃던 최 요원의 얼굴이 또다시 굳어. 괜히 물어봤을까.
치이즈🧀
@pllilive
그래도 모르는 척 다시 물어.

"같이 데이트 못 한지 너무 오래 됐어요."

철 없는 어린 애인처럼. 자존심도 없이 그를 졸라.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잖아.
눈이나 귀가 멀기 시작하면, 이제 더 이상 그를 속일 수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최 요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치이즈🧀
@pllilive
"...솔음아."
"네."
"다른 취미를 좀 가져보면 어때?"

전혀 예상 밖의 것이야.
바빠서 안 돼. 미안해. 그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요즘 너무 바빠서, 솔음이를 너무 심심하게 한 것 같다. 동아리 활동을 한다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이 근처에 테니스 클럽이 있던데...
치이즈🧀
@pllilive
뒷말은 잘 들리지 않았어. 사실 들었지만, 인식이 잘 되지 않았어.

취미를 가져보라고.
당신과 함께가 아니라. 혼자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라고.

이상하지.
솔음은 그게 꼭...
혼자서도 살아갈 준비를 하라는 것처럼 느껴져서.
치이즈🧀
@pllilive
"...바쁘면 됐어요."
"솔음아, 오해하지 마. 요즘 정말로 바빠서 그래."
"...네."

최 요원이 조금은 피곤한 목소리로 솔음을 달래.

"바쁜 거 끝나면 하자. 응?"

바쁜 거. 그거 언제 끝나요?
그때쯤이면 나는 없을 텐데.

그때 호출기가 울려.
다녀올게! 대답조차 듣지 않고 달려나가.
치이즈🧀
@pllilive
청명한 방울소리와 함께 달려나가던, 당신의 뒷모습을. 참 많이 좋아했는데.

'당신은 이제 내가, 성가셔진 걸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아주 조금 우울해졌어.
치이즈🧀
@pllilive
*

💬 오늘도 늦어요?

솔음은 매일 그렇게 물었어.
다섯 번에 한 번 꼴로 오는 답장이지만.
한 번 오는 답장이나마 소중해서.
이게 아니면 문자를 주고받을 일도 이제는 없으니까.
치이즈🧀
@pllilive
그 뒤로 세 번 정도 더 피를 토했어.
때때로 심장이나 옆구리 어딘가, 혹은 팔 다리가 끊어질 듯 아파왔어.
그러나 환상통일 뿐 실제로 어디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까...
진통제를 삼키고 끙끙거리며 버텼어.
치이즈🧀
@pllilive
미각은 완전히 상실했고, 후각은 많이 둔화되어서. 이제는 코 바로 앞에서 맡는 게 아니면 느끼기 어렵더라.

직접 요리해서 먹는 걸 관뒀어.
소금 설탕도 구분을 못 하는데 요리는 무슨.
밥을 차려놓지 않다 보니 자연히 같이 밥을 먹지도 않게 됐어.
치이즈🧀
@pllilive
...사실 원래도 그렇긴 했어. 솔음이 꾸역꾸역 최 요원 몫까지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뒀을 뿐.

그렇게 따지자면 그 날도 평범했어.
치이즈🧀
@pllilive
자고 일어났더니 최 요원이 없었고,
화장실로 기어가 피를 토했으며,
그 상태로 기절한 후 오후에서야 깨어나는 바람에,
피칠갑을 한 상태로 엉망이 된 화장실 청소를 한.

그런 평범한 하루였어.
치이즈🧀
@pllilive
거울 속에는 눈이 퀭하고 얼굴이 좀 야윈 남자가 서 있었어.

백일몽의 노루 주임도,
재난관리국의 포도 요원도 아닌.

그냥 볼품없이 죽어가는 김솔음이 그 안에 있었어.
치이즈🧀
@pllilive
저 꼴을 하고도 살고 싶다고.
혼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꼴사납게 발버둥치는 남자가 그 곳에 있었어.

문자를 보냈어.

💬 오늘도 늦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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