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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영
@ahyoung_0719
망한 할리킹 일태. 매일 회식에 가고싶어 하지만 (사유 : 회삿돈으로 먹는 맥주) 리그로우 이사님께 매번 뒷덜미가 잡히는 정대리..심지어 자기 업무도 아닌데 영어할 줄 안다는 사유로 한두번 불려가게 된게 그만 이사님 눈에 들어버림. 그 때부터였어요. 이사님과 매번 단 둘이 밥을 먹게 된게..
애영
@ahyoung_0719
남들은 몇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겨우 먹는다는 맛집들의 향연이지만 정태의는 연신 깨작거렸음. 그냥 집에서 혼자 컵라면 먹고 싶은 심정을 이 놈이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눈 마주치면 이것저것 앞에 밀어 놓으니 눈도 못 마주침. 방금도 눈 마주쳤다가 소고기가 들이밀어졌음. 괴롭다.
애영
@ahyoung_0719
일레이는 깨작거리다 마지못해 배추 김치를 싸서 고기를 입에 쑤셔넣는 정태의를 흐뭇하게 바라봤음.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김치를 어지간히 좋아하나 싶지만 그게 아니고 정태의는 평생 먹을 소고기를 일레이랑 다 먹은 바람에 물린건데.. 어케든 꾸역꾸역 먹어보려던 노력을 오해함.
애영
@ahyoung_0719
저 오물거리는 입에 다른걸 물려주고 싶다고 하면 도망갈게 뻔해서 오늘도 대신 다른걸 먹여주는걸로 참고 있는데 놈의 시선이 술잔에 못박혀 있었음.

"그러고보니 술 마시는걸 못봤군."
"..간이 안 좋아서 금주 중입니다."
"건강검진 결과서엔 아무 것도 없던데."

네가 그걸 왜 알아.
애영
@ahyoung_0719
"나하고 대작해서 버티면, 앞으로 정시퇴근을 보장해주지."

정태의의 불손한 얼굴빛에 일레이는 선선히 웃으며 정태의가 혹할만한 말로 꼬셨음.

"못버티면요?"
"내일부터 네가 저녁 메뉴를 정하는 거야."

오. 밑져야 본전인데?

정태의는 순순히 술잔을 들었음. 이런 사람은 도박을 하면 안됩니다.
애영
@ahyoung_0719
시작은 가볍게 맥주 한병씩 주거니 받거니 마셨는데 나중엔 짝으로 가져다두고 병나발 물기 시작함. 정태의 처음엔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가 너무 달아서 물마시듯 마셨는데 그동안 뜻하지 않게 진짜 금주했던지라(매번 이사놈이랑 밥먹음) 네병쯤 마셨을 때 맛이 가기 시작함.
애영
@ahyoung_0719
이사놈이 둘,셋이 되니 저절로 찌푸려지는 진실의 미간..

"기구한 내 인생..두고봐라 내가 여기 때려친다."

그나마 이성이 0.1 정도 남아서 한국말로 중얼거리는데 이사가 실실 웃음. 너 설마, 아니지?

"...알아 들으시는 거, 아니죠?"
"이력서 어디든 내봐. 재밌겠네."

너 이새끼 왜 한국말을..
애영
@ahyoung_0719
정태의가 뒤늦게 자기 입 막는데 오히려 술기운이 훅 올라서 눈 앞이 핑핑 돌았음. 좆됐네. 와중에 이사놈 낯짝은 여전히 허연게 이대로 혼자 죽을 수 없다 싶었는지 어떻게든 엿을 먹여주려고 벌떡 일어난 것 까진 좋았으나,

"어엉..?"

술이 꼭대기까지 올라서 스탭이 냅다 꼬였음. 인생.
애영
@ahyoung_0719
그대로 일레이에게 큰 절을 해버린 정태의는 속으로 내가 사직서를 가지고 왔던가. 지금 못내면 내일이라도 내면 되지 않을까. 이러고 있자니 픽 웃은 일레이가 정태의를 일으켜 세웠음. 아직 쪽팔린거 안가셨는데..

"..구두로 사직의사 밝히면 받아줍니까."

당장 한강 갈거니까 상관 없을까요.
애영
@ahyoung_0719
"네 이력서 받아 줄 회사도 없을텐데 어딜 가려고."
"관심 없으시겠지만, 이 나라가 복지는 제법 괜찮아요. 굶어죽진 않겠죠."
"내 옆에서 호의호식 할 생각은?"
"제가 왜요."

일레이는 대답 대신 벌게지는 정태의 이마를 쓰다듬었음. 아 보기보다 손이 뜨거워서 더 아픈데. 슬쩍 몸을 물렸음.
애영
@ahyoung_0719
그러다 벽에 닿았을 때, 안그래도 꼭지까지 돈 술기운에 가물거리던 눈꺼풀이 삽시간에 무너지듯 내려 앉았음. 아, 잠들면 안되는데. 억지로 눈을 뜨면 일레이가 웃고 있었음. 두번, 세번째도 여전히 웃고 있어서 에라 모르겠다. 정태의는 그냥 수마에 몸을 맡겼음.

"내가 이긴거야. 태이."
애영
@ahyoung_0719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아침짹인가. 정태의는 마른 세수를 하며 옆에 상탈한 채 잠든 것으로 추정 되는 이사놈을 내려다봤음. 한건가? 설마. 아니겠지. 직장 상사와 그렇고 그런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있는 일이잖아. 하지만 허리가 아픈데.

"지금 네 몸 어딘가가 아프다면, 맹세하는데 난 아냐."
애영
@ahyoung_0719
진실이었음. 그대로 잠든 정태의를 집에 보내자니 홀랑 잠든게 얄미워서 호텔로 데려와서 다음 날 하는 꼬라지를 보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혼자 옷을 훌렁훌렁 벗다가 자기 옷에 걸려서 넘어지더니 협탁에 허릴 찧었음. 아, 이런 재미를 놓칠 뻔 했네. 엎어져서 우는 놈 줏어다가 씻기고 나서
애영
@ahyoung_0719
얌전히 재웠으니 감사하단 소릴 들어야 할 판국인데 마른 세수를 연거푸 하는 꼬라지가 퍽 웃겼음. 그래서 더 놀려먹으려다가 진짜 사직서 던질 것 같아서 있는 사실 그대로 읊어줬더니 정태의가 쥐구멍 찾기 시작했음.

"죽은 셈 쳐주세요."
"안될 소릴."

이사놈아. 지금 한강가는 택시가 잡힐까.
애영
@ahyoung_0719
매일 밤 이사와 함께 사라지는 대리가 다음 날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났대요. 어머 정말? 에이 설마요. 사람들이 모이면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정태의가 나타나면 보란듯이 홍해의 기적이 나타났음. 정태의는 일제히 눈을 피하는 그들 중 한 명에게 손을 내밀었음.

"양식 주세요."

사직서 양식이요.
애영
@ahyoung_0719
너한테 사직서 양식 주면 1+1 이벤트가 발생할텐데 주겠냐고. 그 눈빛을 읽은 정태의는 싱긋 웃으며 볼펜으로 이면지에 휘갈겼음.

사직 사유 : 상사의 괴롭힘

그리고 화려하게 반려 당했음. 사유가 너무 솔직해서? 아님. 다른 이는 프리패스여도 이유 불문하고 정태의 사직서는 무조건 반려였음.
애영
@ahyoung_0719
급여가 오르면 뭐하냐. 워라벨은 개박살났지, 연차는 반려당하지, 심지어 휴가 계획은 이사가 쥐락펴락 하고 있음. 이게 괴롭히는게 아니면 도대체 뭔데. 어쩔 수 없다. 최후의 수단을 써야지.

"이사님, 저 편지 좀 붙이고 오겠습니다."
"..? 굳이 네가?"
"네 제가 붙여야 합니다."

마음의 편지요.
애영
@ahyoung_0719
사직서가 안되면 고용노동부에 찔러야지.

"마음의 편지?"

일레이가 읊자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움찔하더니 일제히 정태의에게 달려들었음. 정대리, 안돼, 대화를 해야지 이사람아 .. 결국 미수로 끝났지만 아마 찔렀어도 변함은 없었을 것이라는 뒷이야기는 정태의만 모름.
애영
@ahyoung_0719
어쨌거나 약속은 약속이니 정태의는 저녁이 되면 이사놈을 끌고 여기저기 휘저었음. 최고급 식당만 다니던 이사놈이니 아무곳이나 데려가면 떨어지지 않을까. 하지만 일레이는 생각보다 잘 먹었고 심지어 정태의가 맛있게 먹는걸 보고 어쩐지 흐뭇해하는 기색이라 뒷맛이 썼음. 이게 아닌데.
애영
@ahyoung_0719
그리고 일레이가 카드로 결제를 했는데, 곧 부정사용이라고 정지 되버림. 그 꼴을 보고 있던 정태의는 이마를 감싸쥐었음.

"이사님, 이런 곳에서 밥 먹는데 누가 블랙카드로 긁어요."

둘이 합쳐서 이만원이란 말이에요..

이후 일레이의 블랙카드는 지갑에서 못나왔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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