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됐음. 포도 어르신이라고 하는 자에게 적응할 시간도 됐지. 그가 사는 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라거나 그가 열매를 심는 것,
쿠쿠
@jo_iiii111
자란지 얼마 안 된 나무부터 몇 백년 됐는지 모를 나무까지.
- 졸리세요?
그리고 그는 힘을 쓰고 나면 항상 졸려했음.
[잘 가.]
그럴 때면 모두를 빨리 보내기도 했고. 영문 모를 일이지만 관심두지 않았음. 팀장님- 박홍림만이 씁쓸한 얼굴을 할 뿐이었지.
쿠쿠
@jo_iiii111
- 왜 그러세요? - ···아니다, 우린 포도 어르신 말대로 이만 가자.
관련된 기밀이 있는 듯했음. 멸형급 재난인 그를 관리국 윗선이 두고 보는 것도 그런 기밀이겠지.
- 팀장님, 신경 쓰이세요? - 좋은 분이니까. 너도 신경 쓰이니? - 솔직히 말하면 신경 쓰인다기보단 꺼려지는 쪽인데···. - 어째서?
쿠쿠
@jo_iiii111
- 이유를 모르잖아요.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꿀 수도 있고~?
그때가 되면 최요원은 그를 막을 수 있을지, 막기 위해 얼마만큼의 피해가 있을지 까마득했음. 물론 포도 어르신 앞에선 티낸 적 없음. 감사한 것도 진심이야. 그러나 이유가 없다는 건 언제나 불안요소였음.
쿠쿠
@jo_iiii111
그리 말하며 팀장님의 눈치를 봤음. 어르신을 욕 보이지 말라고 박홍림한테 맞을 각오까지 한 채 말한 거였으니까. 그러나 박홍림은 말없이 최요원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음.
- 괜찮아···.
그리 말하는 눈이 어쩐지 슬프다고 생각했음.
- 그 숲이 넓어질지언정 좁아지는 일은 없을 테니.
쿠쿠
@jo_iiii111
결국 이유는 없었음. 하지만 괜찮다는 뜻이었어. 최요원이 석연찮은 얼굴을 하자 박홍림이 웃으며 최요원의 머리를 헝클임.
-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때가 올 거다.
그리고 최요원은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음. 최요원의 목에 흉터가 생긴 날이었어. 모든 게 초토화되었음. 재난은 닫혀가고
쿠쿠
@jo_iiii111
있었지만 크게 다친 이들, 이미 죽은 이들이 그 안에 있었음. 최요원도 거기서 죽어가고 있었어.
그 존재는 그때 나타났음. 충분히 잠을 자지 못했는데 억지로 일어난 건지 걸음걸이가 비틀거려. 오늘따라 유난히 작아 보였음. 그래봤자 인간과 비슷한 사이즈지만.
최요원과 눈이 마주쳤음.
쿠쿠
@jo_iiii111
그가 다가왔음. 덜덜 떠는 검은 손이 힘을 불어넣어. 계속해서 꿀럭꿀럭 피가 새어나오는데 김솔음은 지금 그 상처를 낫게 해줄 힘이 없어서, 미약하게 간질거리는 힘만 닿아왔음. 힘을 쓰자 쿨럭 나오는 기침을 손으로 막으며- 참지 못하고 토해낸 채 정화되지 않은 검은 피가 그 손을 녹여도
쿠쿠
@jo_iiii111
최요원에게 닿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 순간 최요원은 어쩐지 알 것 같았음. 필담 밖에 하지 못하는 존재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무슨 말을 할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음. 온통 검은 색, 노란 빛···. 그 손이 눈가에 닿았어. 가면 같은 걸 한 겹 둘러쓰고 있는 감촉은 기분 나쁘지 않았음.
쿠쿠
@jo_iiii111
항상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어두운 얼굴에 유독 선명한 노란눈이 있어. 평소와 똑같아 보였음. 그러나 만지자 느껴지는 따뜻함에 최요원은 그만 패배하듯 웃어버림.
'괜찮아···. 그 숲이 넓어질지언정 좁아지는 일은 없을 테니.'
따뜻함은 물기였음. 어두운 얼굴은 젖어있었어.
쿠쿠
@jo_iiii111
빨간 피도 아니고 정체불명의 검은 액체도 아니고, 이건 최요원도 아는 거였음. 투명하고 뜨거운 것. 아마 맛을 보면 짭짤할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때가 올 거다.'
최요원과 모두는 구조됐어. 의식을 잃기 전 봤던 것 중 넝쿨과 같은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로 뻗어져 있던 걸 기억함.
쿠쿠
@jo_iiii111
아마 미약할지라도 힘을 불어넣고 있었겠지. 어둠에 뿌리내린 존재는 나오지 못했음. 그럴 리 없는데 갇혀있는 것처럼 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