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트는 카일과 1년 전부터 친분을 쌓은 인물로, 오스트리아에 제약회사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음. 분란이 있는 곳에는 무기가 팔리면 약도 같이 팔리기 마련이라서 두 회사의 사업은 얼추 비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지. 그래서 알고 지낸 시간에 비해 곧잘 안부도 묻고, 저택에도 두어번
방문한 적이 있음. 그러면서 태의랑도 친분을 쌓았고.
-그런데 그 약이라는 게 단순히 부상을 치료하는 약 뿐만이 아니었던 거지.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분쟁지역에서 필요한 건 비단 치료를 위한 약 뿐만이 아니었음.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약. 잠시나마 단 잠을 잘 수 있는 약.
-그런데 그 약이라는 게 단순히 부상을 치료하는 약 뿐만이 아니었던 거지.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분쟁지역에서 필요한 건 비단 치료를 위한 약 뿐만이 아니었음.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약. 잠시나마 단 잠을 잘 수 있는 약.
-마/약이라는 건 국가에 따라서 기준이 다르고, 그 회사에서는 그 점을 이용해서 합법과 불법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넘는 장사를 한 거지. 모르긴 몰라도 그걸로 번 돈이 더 많을걸.
그는 대체로 T&R의 사업 방향과 다르지 않게 장사를 했지만, 돈이 욕심을 부르는 것처럼 다른 쪽에도 슬금슬금
그는 대체로 T&R의 사업 방향과 다르지 않게 장사를 했지만, 돈이 욕심을 부르는 것처럼 다른 쪽에도 슬금슬금
손을 뻗치고 있었음. 하지만 불안했겠지. 그래서 장난처럼 태의를 찾아와서 맥주를 선물하고, 그의 사업의 성공가능 여부를 물었지. 그 사업이라는 게 어떤 내용인지 알 리가 없는 태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렇게 간절히 바라시는데 이루어지지 않을까요?"하고 웃었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기분으로
투자한 결과 대박이 남. 회사 규모가 훌쩍 커졌을 정도로. 남자는 반신반의하는 기분으로 그 뒤로도 태의에게 종종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는 핑계로 그의 기원을 요청했고, 그럴 때마다 그의 사업은 크든 작든 성공함. 그래서 어느새 남자는 태의에게 매우 집착하고 의지하게 되어버림.
근데 그러다가 남자가 생각했던 사업의 방향과 T&R의 사업 방향이 달라졌지. 연이은 성공에 남자는 자신의 선택에 확신이 생긴 상태여서 제 의견대로 밀어붙이고 싶었지. 그런데 문제는 그 일 하나로, 지금까지 이어온 성공이 무색하게 그의 회사가 흔들릴 정도로 큰 손해를 입음. 졸지에 모든 걸
날려먹을 상황에서 남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태의였지. 태의는 이번에도 남자에게 성공을 기원해줬거든. 왜 이번에는 성공하지 못했지? 왜 이번은 달랐지?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하던 슈미트는 '정태의가 리그로우가에 더 쏠려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림. 그래서 이익이 상충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리그로우를 이기지 못한 거라고. 그럼 답은 하나지. 리그로우로부터 정태의를 뺏으면 돼. 하지만 이미 오래도록 그들과 교류해 온 태의를 하루아침 만에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으니, 그가 궁여지책으로 떠올린 게 바로 약이었지. 약에 중독시키면 의지에 반하더라도
제 뜻을 따를 수 밖에 없을테니까. 여기서 남자는 실수를 했음. 태의에게는 그의 뜻에 반하는 일을 누군가 강제했을 때 가만히 있지 않을 연인이 있다는 걸 잊었고, 그가 약물에 대한 내성이 없어 수술조차도 힘들어 하는 체질임을 몰랐지. 남자는 약을 탄 맥주를 태의에게 선물했고, 그 결과 태의는
약물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발작을 일으켰음.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온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발버둥을 치며 괴로워함. 사용된 약의 성분이 강력해서, 하마터면 쇼크로 죽을 수 있었다는 얘기를 의사에게 전해듣고 카일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음. 하지만 얄궂게도 약을 견디지 못하는 체질임에도
마/약이 가진 중독성은 고스란히 태의를 옭아맴. 정신이 들자마자 약을 찾으며 울고 자해하는 태의를 강제로 침대에 묶으면서 카일은 이걸 일레이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머리를 부여잡았지. 결론적으로는 이 사단이 났지만.
-...그 새끼는?
-어떻게 알았는지 크리스토프가 전화를 했더라고...
-...그 새끼는?
-어떻게 알았는지 크리스토프가 전화를 했더라고...
-그래. 그럼 그건 나중에 치우는 걸로 하고.
일레이가 진정제를 맞고 제 품에서 지쳐 잠든 태의를 내려다 봄.
-의사 말로는 약기운이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릴거라더라. 몸에 맞춰서 최대한 희석시킨 마약성 진통제도 못쓰는 체질이니 어련하겠냐마는.
카일이 길게 한숨을 쉬어.
일레이가 진정제를 맞고 제 품에서 지쳐 잠든 태의를 내려다 봄.
-의사 말로는 약기운이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릴거라더라. 몸에 맞춰서 최대한 희석시킨 마약성 진통제도 못쓰는 체질이니 어련하겠냐마는.
카일이 길게 한숨을 쉬어.
-의존성이 높은 약물을 사용해서 후유증이 상당할 거라더라고. 당분간 계속 수액 맞고, 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게 지금으로써 최선이래.
-그렇군.
일레이가 무덤덤하게 대답하며, 간호사에 의해 깔끔하게 치료를 받은 태의의 손끝을 만지작거려. 그 잠깐 사이에 상처가 다시
-그렇군.
일레이가 무덤덤하게 대답하며, 간호사에 의해 깔끔하게 치료를 받은 태의의 손끝을 만지작거려. 그 잠깐 사이에 상처가 다시
벌어졌었는지, 손끝에 감긴 붕대 너머로 얼핏 피가 비쳤지. 하아. 천장을 올려다 본 일레이가 뭔가를 참아내는 것처럼 길게 숨을 뱉어.
-태이의 일이라면 정신을 못차리는 놈이라 괜한 걱정인 줄 알면서도 말하는 건데, 너 혹여나 태이가 괴로워한다고해서 약을 가져다 줄 생각하면 안된다.
-태이의 일이라면 정신을 못차리는 놈이라 괜한 걱정인 줄 알면서도 말하는 건데, 너 혹여나 태이가 괴로워한다고해서 약을 가져다 줄 생각하면 안된다.
반신반의하는 카일의 말에 일레이가 작게 웃음. 와, 내 동생이지만 어쩜 이렇게 웃는 게 섬뜩할까.
-아님 됐고.
카일이 하던 일을 마무리해야해서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며,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사라짐. 리타도 없이 둘만 남은 병실에서, 태의를 끌어안은 일레이가 신음하듯 속삭여.
-...정태의.
-아님 됐고.
카일이 하던 일을 마무리해야해서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며,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사라짐. 리타도 없이 둘만 남은 병실에서, 태의를 끌어안은 일레이가 신음하듯 속삭여.
-...정태의.
우려의 기색을 내비치던 카일을 비웃은 것이 무색하게, 일레이는 하루에도 몇번씩 치미는 충동을 억누르기 급급함. 이유야 어쨌든 태의를 강제로 묶어놓은 게 마음에 들 리가 없어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일레이가 계속 곁에 있겠다는 조건으로 구속부터 풀어줌.
구속에서 풀려난 태의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레이를 붙잡고 조르기 시작함. 태의가 울면서 제게 도와달라고 애원하는데, 그걸 외면해야한다는 사실이 상상 이상으로 생지옥이었음. 세상에 오직 자신밖에 없다는 눈으로 간절하게 매달리잖아. 태의가 바라는 건 그가 지나가듯 한 말까지 기억했다가 몰래
이루어주는 일레이인데, 괴로워하는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그걸 방치해야 한다니. 생각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태의를 이 꼴로 만든 슈미트는 벌써 다진 고기처럼 난자당해서 골백번은 죽었음. 너무 울어서 탈수가 온 태의를 달래서 물을 먹여도, 약물과 위세척으로 인해 상한 속이
거부반응을 일으켜서 다 토하기 일쑤임. 물도 토하는 판에 음식이라고 들어갈 리가 없지. 기력이 없어서 울다가 기절하듯 잠들기를 반복하는 태의의 곁을 지키며, 일레이는 크리스에게 연락해.
-태의는 무사해?
-...그놈은.
-태의 먼저.
-일단은.
일레이의 대답에 크리스가 작게 안도의 숨을 내쉬어.
-태의는 무사해?
-...그놈은.
-태의 먼저.
-일단은.
일레이의 대답에 크리스가 작게 안도의 숨을 내쉬어.
일레이가 괜찮다고 했으니, 태의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테니까. 크리스는 차로 이동중인지 주변에 소음이 들려.
-그놈 집으로 갔는데, 어디서 정보가 샜는지 이미 사라지고 없더군.
-...사라졌다고. 태의에게 맥주를 전달한 택배원은 확인해 봤나?
-전혀 아는 게 없더라고 제임스가 그러더군.
-그놈 집으로 갔는데, 어디서 정보가 샜는지 이미 사라지고 없더군.
-...사라졌다고. 태의에게 맥주를 전달한 택배원은 확인해 봤나?
-전혀 아는 게 없더라고 제임스가 그러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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