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corn_Nacho_: *깜빡. 태의가 문뜩 눈을 뜸. 뭐야, 여긴 어디야....
@Popcorn_Nacho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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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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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태의가 문뜩 눈을 뜸. 뭐야, 여긴 어디야. 나 뭐하는 중이었지? 깜빡. 다시 한번 느릿하게 눈이 깜빡임. 머릿속에 의문들이 둥실 떠올랐다가, 이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낀 안개 너머로 먹혀서 사라져. 끙. 뭐지, 몸에 힘이 안들어가.
- 이런, 벌써 일어나셨습니까?
깜빡. 태의가 문뜩 눈을 뜸. 뭐야, 여긴 어디야. 나 뭐하는 중이었지? 깜빡. 다시 한번 느릿하게 눈이 깜빡임. 머릿속에 의문들이 둥실 떠올랐다가, 이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낀 안개 너머로 먹혀서 사라져. 끙. 뭐지, 몸에 힘이 안들어가.
- 이런, 벌써 일어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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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무거운 눈꺼풀이 느릿하게 움직여. 다른 사람. 누군가 곁에 있다. 그런데 누구지?
- 충고 드리는데,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응급처치만 겨우 했거든요.
귀로 들어온 소리가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그저 웅웅 고막을 울림.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당신 누구야?
- 충고 드리는데,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응급처치만 겨우 했거든요.
귀로 들어온 소리가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그저 웅웅 고막을 울림.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당신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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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묻기 위해서 입을 열었지만, 새어나오는 소리라고는 지금까지 왜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빠르게 뛰는 고동과 목을 긁는 신음 뿐이었음. 쿵쿵쿵. 고막에 닿는 소리들을 밀어내던 게 제 심장박동이었나.
- 상황파악이 안되나요? 뭐, 좋습니다. 얌전하게 구는 건 바라던 바거든요.
그 때 덜컹 하고
- 상황파악이 안되나요? 뭐, 좋습니다. 얌전하게 구는 건 바라던 바거든요.
그 때 덜컹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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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기대어 있던 뭔가가 흔들림. 그러자 갑자기 둔해진 신경을 파고들듯 허벅지 쪽에서 불이 붙은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짐.
- ...?
- 당신 지혈도 제대로 안되더군요. 그런 몸으로 잘도 군인을 했네요. 시간이 없어서 대충 묶어놓긴 했는데, 얼른 처치하지 않으면 다리를 못 쓰게 될 수도 있어요.
- ...?
- 당신 지혈도 제대로 안되더군요. 그런 몸으로 잘도 군인을 했네요. 시간이 없어서 대충 묶어놓긴 했는데, 얼른 처치하지 않으면 다리를 못 쓰게 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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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듣지 않는 고개를 겨우 움직여 내려다보니, 시야가 온통 붉어. 둔해진 코로는 아무것도 맡아지지 않았는데.
- 깊게 생각할 것 없어요. 당신은 그저 살아있기만 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요.
이번에는 몸이 옆으로 쏠리는 느낌이 들어. 하읏, 하고 다시금 신음이 터짐.
- 깊게 생각할 것 없어요. 당신은 그저 살아있기만 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요.
이번에는 몸이 옆으로 쏠리는 느낌이 들어. 하읏, 하고 다시금 신음이 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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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는 그제야 자신이 움직이는 차 안에 있다는 걸 깨달음. 관성으로 몸이 기우는 바람에 머리에 닿은 창에 뿌옇게 숨이 맺힘. 여긴 어디야?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당신은 누구야? 왜 여기 있어?
일레이는?
- ...일레이.
- 허?
- ...일레,이.
바짝 말라붙은 목은 소리를 낼 때마다 껄끄러워.
일레이는?
- ...일레이.
- 허?
- ...일레,이.
바짝 말라붙은 목은 소리를 낼 때마다 껄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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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하고 목을 가다듬을 기력도 없어서, 되는대로 뱉은 목소리가 제대로 상대방에게 들렸는지도 알 수가 없어. 근데 나 아픈 것 같단 말이야. 왠지는 모르겠지만 나 아픈데.
-...일레이.
네가 옆에 없을 리가 없잖아.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던 태의의 손끝이 움찔거려. 몸이 여전히 말을 안들어.
-...일레이.
네가 옆에 없을 리가 없잖아.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던 태의의 손끝이 움찔거려. 몸이 여전히 말을 안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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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 하고 앓기까지 했는데도 겨우 조금 움직이는 게 다야. 하지만 태의는 계속 손끝을 꼼지락대. 무언가를 더듬어서 찾는 것처럼. 초점도 안잡히는 눈은 멍하니 허공을 헤매고 있는데도. 그 모습을 룸미러 너머로 확인한 슈미트는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지어. 꼴을 보니 제정신은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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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도 그 미친놈부터 찾고 있다니. 역시 이 녀석도 제정신은 아니군. 그가 네비를 힐끔대며 핸들을 돌려. 태의가 스스로의 허벅지를 총으로 쐈을 때는 당황하긴 했지만, 어차피 병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그에게 매수당한 상태였기에 도주할 수 있었음.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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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어가는 꼴을 하고도 그를 노려보던 청년은, 지혈을 위해 침대 시트를 찢어 단단히 묶고 나서야 까무러치듯 정신을 잃음. 슈미트는 자신의 뒤를 쫓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있었음. 자신이 연줄을 이용했듯, 리그로우도 이 병원과 친밀한 관계라는 것도 알았지. 그래서 최대한 서둘러서 태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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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고, 미리 짜놓은 도주로를 따라 달리고 있었음. 길상천이 제 손아귀에 위태롭게 놓였으니, 그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도주를 도우리라. 브레이크를 밟자 이번에는 맥없이 앞쪽 헤드레스트에 부딪힌 태의가 고통을 견디듯 숨을 몰아쉬어.
-당신이 찾는 사람 여기 없으니 얌전히 굴어요.
-당신이 찾는 사람 여기 없으니 얌전히 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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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이
-없다니까.
-...왜
-글쎄요. 바쁜가?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이면서도 눈은 바쁘게 전방을 살펴. 아직까지는 순조롭지만, 언제 어디서 그 미친놈이 튀어나올지는 모르지.
-얌전히 있으라니까.
슈미트가 여기저기를 손으로 더듬고 다니는 태의를 힐끔 대. 약기운에 출혈이 더해져서 눈이
-없다니까.
-...왜
-글쎄요. 바쁜가?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이면서도 눈은 바쁘게 전방을 살펴. 아직까지는 순조롭지만, 언제 어디서 그 미친놈이 튀어나올지는 모르지.
-얌전히 있으라니까.
슈미트가 여기저기를 손으로 더듬고 다니는 태의를 힐끔 대. 약기운에 출혈이 더해져서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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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간 모양이지. 그럼 죽은듯이 가만히나 있을 것이지, 좀비마냥 꿈틀대기는. 우연히 문고리가 손에 걸린 모양이지만, 단단하게 잠궈두었으니 열 수 있을 리가 없다.
-얌전히 있으면 만나게 해 줄게요.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었음. 그 미친놈에게 널 데리고 있다고 보여주는 순간 내 목이 따일테니.
-얌전히 있으면 만나게 해 줄게요.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었음. 그 미친놈에게 널 데리고 있다고 보여주는 순간 내 목이 따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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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정신이 아닌 놈한테는 통할 줄 알았더니, 애초부터 의사소통이 되는 상태가 아니었는지 여전히 그 이름만 불러댐. 듣지도, 보지도, 심지어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오직 그 이름만. 그건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고, 주문 같기도 했고, 기도소리 같기도 했음. 만약 이게 진짜 주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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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라면, 그 끝에 소환될 것은 지옥에서 기어올라온 마귀새끼겠지.
-성가시네.
슈미트가 혀를 참. 그냥 다시 기절시켜버릴까. 핸들을 잡은 손을 까딱이며 그가 고민하는데, 일순 멀리서 작은 웅웅 소리가 들림. 일정한 박자로 울리는 소리는 공사장에서 나는 소리 같기도 했고, 배기음 같기도 했음.
-성가시네.
슈미트가 혀를 참. 그냥 다시 기절시켜버릴까. 핸들을 잡은 손을 까딱이며 그가 고민하는데, 일순 멀리서 작은 웅웅 소리가 들림. 일정한 박자로 울리는 소리는 공사장에서 나는 소리 같기도 했고, 배기음 같기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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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끗. 슈미트가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로 뒤를 살폈지만, 딱히 눈에 들어오는 건 없었음. 뭐지? 그는 지금 도심에서 벗어나서 외곽을 따라 달리는 중이었음. 이대로 바다로 빠져서 외국으로 도주할 계획이었음. 이제 조금만 더.
-?
그런데 소리가 자꾸 가까워짐. 여전히 눈에 보이는 건 없는데.
-?
그런데 소리가 자꾸 가까워짐. 여전히 눈에 보이는 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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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불안감에, 슈미트가 손을 뻗어 조수석에 대충 던져놓았던 총들 중 하나를 손에 쥐어. 이제는 태의도 그 소리가 들리는지, 자극의 방향을 쫓듯 멍하니 고개를 들어. 차도 막히지 않아서 뻥 뚫린 도로야. 슈미트는 불안감을 떨쳐내듯 엑셀 을 힘주어 밟아. 금방 속도가 붙은 차량이 총알처럼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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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속도를 훌쩍 넘겼지만 도로 위의 차량이 그의 차 한대 뿐이라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 아무리 외곽에 있는 도로라지만 이렇게까지 오가는 차가 없는 건 드문 일이었지. 역시 길상천이라며 입꼬리를 당기다가, 문뜩 위화감을 느껴. 근데 아무리 그래도 도로 위에 차가 한대 뿐인게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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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반대쪽 차선까지? 마치 누군가 그렇게 의도한 것처럼. 핸들을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실림. 계기판에 속도는 더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음. 그냥 얼른 이곳을 벗어나고 싶을 뿐.
-...일레이.
다시금 태의가 속삭이듯 그 이름을 불러. 가뜩이나 정신사나운 판에 그 불길한 이름이라니.
-...일레이.
다시금 태의가 속삭이듯 그 이름을 불러. 가뜩이나 정신사나운 판에 그 불길한 이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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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로우가의 미치광이의 이름은 그다지 알려져있지 않은 정보였음. 이미 통용되는 별명이 여럿 있었고, 굳이 알 필요도 없는 정보였으며, 그 미친놈이 유독 제 호칭에 더 또라이처럼 군다는 걸 알고 난 뒤로는 다들 알고있던 정보도 잊고 싶어했으니까. 혹시 만에 하나라도 실수로 불러버릴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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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현대인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을 그의 이름의 존재를 다시금 자각하게 된 건 온전히 태의 때문이었음. 처음에는 그 입에서 나온 게 누구를 지칭하는 말인지도 몰랐지. 그에 대꾸하는 놈이 누군지를 확인하고 턱이 빠졌을 뿐. 가족인 그의 형조차도 묘하게 사람들 앞에서 부르기를 꺼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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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의의 입을 통해서 처음 들었음. 그리고 새삼 깨달았음. 호칭이라는 건 원래 자주 접할수록 익숙하고 친근해지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은 이름도 있다는 걸. 마치 알아서는 안되는 걸 알아버린 공포. 들어서는 안되는 걸 들어버린 불안. 절대 입에 담아서는 안된다는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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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외계의 언어를 인간이 결코 익숙하게 여기지 못하듯, 그것은 사람의 이름이라기 보다는 이해할 수 없는 언어 같았다. 세상에서 오직 단 한사람만이 읽고 발음할 수 있는 그런 언어.
-닥쳐.
길상천이 속삭임처럼 내뱉는 이름을 그놈이 들을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알아. 같은 차 안에서도 들릴락
-닥쳐.
길상천이 속삭임처럼 내뱉는 이름을 그놈이 들을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알아. 같은 차 안에서도 들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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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락 한 그 목소리를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를 놈이 무슨 재주로 듣겠어. 그런데 냉철한 이성과는 다르게 이상하게 태의의 입을 틀어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유도 모르는데.
-닥치라고!
그가 태의를 돌아보며 외쳐. 잔뜩 날이 선 말투였는데도 태의는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멍하니 위를 올려다 봐.
-닥치라고!
그가 태의를 돌아보며 외쳐. 잔뜩 날이 선 말투였는데도 태의는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멍하니 위를 올려다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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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이.
아.
순간 그의 머릿속에 깨달음이 스쳐. 아까부터 가까워지던 그 소리는, 프로펠러 소리였구나.
-빌어먹을!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총으로 태의의 머리를 후려쳐. 관자놀이 부근을 얻어맞은 태의가 그대로 쓰러지고, 감긴 눈꺼풀 위로 핏줄기가 두엇 흘러.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젖어들었지.
아.
순간 그의 머릿속에 깨달음이 스쳐. 아까부터 가까워지던 그 소리는, 프로펠러 소리였구나.
-빌어먹을!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총으로 태의의 머리를 후려쳐. 관자놀이 부근을 얻어맞은 태의가 그대로 쓰러지고, 감긴 눈꺼풀 위로 핏줄기가 두엇 흘러.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젖어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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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쿵, 하고 뭔가가 자동차 루프 위로 내려앉는 소리와 동시에 앞좌석과 뒷자석 사이, 정확히는 쓰러진 태의와 슈미트의 눈앞에 날선 칼자루가 푹 틀어박힘. 공포라는 건 이성보다는 본능의 영역이라, 슈미트는 즉시 고개를 돌리고는 차의 핸들을 획 틀어버림. 마치 로데오처럼 위에 매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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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곡예운전이었음. 그러자 효과가 있는지 단단히 틀어박혔던 칼이 빠져나감. 약속된 장소까지 앞으로 5분. 이대로 떨궈버리고 전속력으로 달리면 충분히 도주가 가능했지. 울렁이는 속을 억누르며 그가 다시 핸들을 꺾는데,
콰직,
나이프가 뚫은 작은 틈을 검은 장갑에
콰직,
나이프가 뚫은 작은 틈을 검은 장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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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싸인 검지부터 약지가 파고들더니, 이내 으직으직 하는 소리와 함께 자동차 루프가 뜯겨져 나가기 시작함.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상대가 누구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음. 슈미트가 즉시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김. 표적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거의 난사에 가까웠음. 그러자 잠시 손이 멈칫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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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탄환이 떨어진 총을 대충 던지고 다른 총을 손에 쥐었음.
그리고 그 순간,
-으아아악!
탕, 하는 총성과 함께 왼쪽 허벅지에 작열감이 느껴짐. 보호하듯 더듬으니, 다시 한번 위에서 아래로 반듯하게 총알이 관통해. 졸지에 손등에도 구멍이 뚫리자 그가 핸들을 놓쳤지.
그리고 그 순간,
-으아아악!
탕, 하는 총성과 함께 왼쪽 허벅지에 작열감이 느껴짐. 보호하듯 더듬으니, 다시 한번 위에서 아래로 반듯하게 총알이 관통해. 졸지에 손등에도 구멍이 뚫리자 그가 핸들을 놓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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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를 잃은 차가 크게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해. 자동차 위에 있던 존재는, 그 힘을 이용해서 기어이 천장을 다 뜯어내 버림. 철판으로 막혀있던 위가 뚫리자, 마치 둑이 무너진 것처럼 온갖 게 안으로 쏟아져 들어옴. 정신없이 머리카락을 날리는 바람, 귀가 멀 것 같이 커다란 프로펠러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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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표정이라곤 없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마귀새끼. 요동치는 차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서서 슈미트를 바라보던 일레이가 그대로 눈동자를 굴려. 그리고 이내 태의를 발견해. 머리와 다리에서 피를 흘리며 의식없이 쓰러진 태의를. 인생이 수난기인 태의가 일레이 앞에서 위험에 빠진 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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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았지. 근데 한번도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적은 없어.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도 버티고 있다가, 상황이 끝나면 일레이에게 아프다는 둥, 힘들다는 둥, 꼭 뭐라도 한마디 하고 쓰러졌지. 마치 그것이 일레이가 견딜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는 걸 아는 것처럼.
-태이
-...
-정태이
-...
-태이
-...
-정태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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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이의 목소리가 바람소리와 헬기소리에 가로막혀. 하지만 그런 것들이 없더라도 태의로부터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아. 그리고 그게 일레이를 두렵게 함. 태의를 발견하자마자 즉시 그에게 다가가지 못한 건, 아직 처리하지 못한 원흉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두려워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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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태의가 숨을 쉬고 있지 않는다면? 심장이 더는 뛰지 않는다면? 내가 너무 늦어버린 거라면? 내 악몽이 기어코 현실이 된 거라면? 아직도 깊게 뿌리내린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레이를 옭아매는 건 그런 두려움이었음. 이 세상에서 오직 태의만이 줄 수 있는, 좀처럼 떨칠 수 없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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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로우, 정신차려!
귀에 꽂은 이어셋에서 고함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총성 두발이 연달아 울려. 일레이는 그제야 제가 여지껏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음. 상공에 떠 있는 헬기에서 크리스토프가 뒷바퀴 두개를 쏘아 터뜨리자, 브레이크가 생긴 차가 불꽃을 튀기며 미끄러지기 시작함.
귀에 꽂은 이어셋에서 고함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총성 두발이 연달아 울려. 일레이는 그제야 제가 여지껏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음. 상공에 떠 있는 헬기에서 크리스토프가 뒷바퀴 두개를 쏘아 터뜨리자, 브레이크가 생긴 차가 불꽃을 튀기며 미끄러지기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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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이부터! 얼른!
크리스의 재촉에, 일레이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젖히더니 숨을 뱉어. 저도 모르게 온몸에 잔뜩 들어가 있던 힘을 느슨하게 풀고.
-그래, 네 말이 맞아.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린 일레이가 뚫린 차 안쪽으로 뛰어들어. 차체가 더 갈려나가면 뒷자석에 누운 태의가 위험하거든.
크리스의 재촉에, 일레이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젖히더니 숨을 뱉어. 저도 모르게 온몸에 잔뜩 들어가 있던 힘을 느슨하게 풀고.
-그래, 네 말이 맞아.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린 일레이가 뚫린 차 안쪽으로 뛰어들어. 차체가 더 갈려나가면 뒷자석에 누운 태의가 위험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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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장갑을 내던진 일레이가 이내 그의 뺨 위에 손을 올려. 피를 흘려서일까, 아직도 중독증세가 가시지 않아서일까. 핏기가 없는 뺨이 차가워. 그래서 일레이는 그 즉시 태의의 목을 살짝 감싸쥐듯 눌러. 손이 떨리는 건 갈려나가고 있는 차체 때문인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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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
미약하지만 손끝에서 맥이 뛰는 게 느껴져. 그대로 손을 가슴 위로 올리자 느릿하게 오르내리는 게 보여. 일레이가 그 위를 감싸쥐듯 손을 오므렸다가 다시 펼쳐.
-...정태의
핏물에 엉겨붙은 머리카락은 떼어주며 일레이가 혼잣만처럼 중얼거려. 그의 이름이 태의에게 주문같은 거라면,
미약하지만 손끝에서 맥이 뛰는 게 느껴져. 그대로 손을 가슴 위로 올리자 느릿하게 오르내리는 게 보여. 일레이가 그 위를 감싸쥐듯 손을 오므렸다가 다시 펼쳐.
-...정태의
핏물에 엉겨붙은 머리카락은 떼어주며 일레이가 혼잣만처럼 중얼거려. 그의 이름이 태의에게 주문같은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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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의 이름은 일레이에게 부적같은 거라서. 태의도 눈치채지 못하게, 장난처럼, 한숨처럼, 그리고 애원처럼 부르는 이름이라서.
탕,
다시 한번 총성이 울리고 비명이 울려. 벌써 3발째. 혹시나 태의에게 무리가 갈까 조심해서 그를 안아든 일레이가 감정없는 시선을 돌려.
-목숨은 붙여놔.
탕,
다시 한번 총성이 울리고 비명이 울려. 벌써 3발째. 혹시나 태의에게 무리가 갈까 조심해서 그를 안아든 일레이가 감정없는 시선을 돌려.
-목숨은 붙여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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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의 속도가 줄어들고 일레이의 시선이 자신에게서 멀어지자, 슈미트가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리려 했지. 물론 그걸 놓칠 크리스가 아님.
-나라면 그러지 않겠어. 저놈이 실력이 좋긴 하지만, 인성이 그다지 훌륭하진 못하거든.
높낮이가 없는 목소리가 차갑게 충고해.
-헛소리 말고 병원이나 가.
-나라면 그러지 않겠어. 저놈이 실력이 좋긴 하지만, 인성이 그다지 훌륭하진 못하거든.
높낮이가 없는 목소리가 차갑게 충고해.
-헛소리 말고 병원이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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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아도 차체가 뒤집어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까지 떨어지자 헬기에서 떨어진 갈고리가 차량 하부에 단단하게 걸려.
-카일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그러고보니 처리해야 할 놈이 하나 더 있었군.
-적당히 해. 태이가 놀랄테니까.
슈미트를 응시하던 시선을 거둔 일레이가 다시 한번 확인하듯 태의를
-카일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그러고보니 처리해야 할 놈이 하나 더 있었군.
-적당히 해. 태이가 놀랄테니까.
슈미트를 응시하던 시선을 거둔 일레이가 다시 한번 확인하듯 태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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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해 고개를 숙여. 미약한 호흡이 뺨을 간질여.
-리그로우, 너 지금 제정신 아니야.
-알아.
일레이가 핏물에 젖은 태의의 관자놀이에 제 뺨을 문질러. 하얀 뺨 위로 선명하게 핏물이 엉켜. 미친놈. 그런 일레이의 꼴에 질린듯 크리스가 혀를 차.
-지금은 저 새끼한테 손 댈 생각 말고.
-...그러지.
-리그로우, 너 지금 제정신 아니야.
-알아.
일레이가 핏물에 젖은 태의의 관자놀이에 제 뺨을 문질러. 하얀 뺨 위로 선명하게 핏물이 엉켜. 미친놈. 그런 일레이의 꼴에 질린듯 크리스가 혀를 차.
-지금은 저 새끼한테 손 댈 생각 말고.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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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지금은.
일레이가 헬기와 차체를 연결하는 줄을 한 손으로 잡고 반동을 이용해 밖으로 뛰어내렸다. 힘없이 늘어진 태의의 팔을 가슴 위로 올려주고, 체온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끌어안았다. 조금만. 태이, 조금만 더 기다려줘. 카일이 부른 엠뷸런스 소리가 멀리서부터 가까워졌다.
일레이가 헬기와 차체를 연결하는 줄을 한 손으로 잡고 반동을 이용해 밖으로 뛰어내렸다. 힘없이 늘어진 태의의 팔을 가슴 위로 올려주고, 체온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끌어안았다. 조금만. 태이, 조금만 더 기다려줘. 카일이 부른 엠뷸런스 소리가 멀리서부터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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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녀오셨습니까, 큰도련님.
-별일 없었죠, 리타?
-별 일은 도련님께 있는 것 같은데요.
리타의 묵직한 팩폭에 광대를 초록색으로 멍들인 카일이 어색하게 웃어. 셔츠에 가려진 목덜미에는 비슷한 색으로 손자국도 찍혀있지. 누구 작품인지는 뻔하고. 그래도 많이 옅어져서 이 정도지, 보라색 피멍이
-다녀오셨습니까, 큰도련님.
-별일 없었죠, 리타?
-별 일은 도련님께 있는 것 같은데요.
리타의 묵직한 팩폭에 광대를 초록색으로 멍들인 카일이 어색하게 웃어. 셔츠에 가려진 목덜미에는 비슷한 색으로 손자국도 찍혀있지. 누구 작품인지는 뻔하고. 그래도 많이 옅어져서 이 정도지, 보라색 피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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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던 시기에는, 카일의 얼굴을 확인한 제임스가 잡혀있던 미팅 일정을 조정하느라 고생을 했을 정도였지. 그래도 살았잖아. 총구를 들이밀던 녀석이 이 정도로 끝냈으면 많이 봐준거지. 아직도 뻐근하게 아픈 턱을 문지르며 카일이 겉옷을 벗어 손에 들어.
-일레이랑 태이는요?
-거실에 계십니다.
-일레이랑 태이는요?
-거실에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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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와있군요.
-의사가 적당한 빛에 서서히 노출시키는 게 좋다고 했거든요.
-아하.
카일이 거실을 슬쩍 들여다보니, 소파를 치우고 바닥에 깔아놓은 푹신한 카펫 위에 두 사람이 잠들어 있어. 일레이가 뒤에서 태의를 단단히 끌어안고, 그 목덜미에 코를 박고 있었지. 근 한달을 보고있는
-의사가 적당한 빛에 서서히 노출시키는 게 좋다고 했거든요.
-아하.
카일이 거실을 슬쩍 들여다보니, 소파를 치우고 바닥에 깔아놓은 푹신한 카펫 위에 두 사람이 잠들어 있어. 일레이가 뒤에서 태의를 단단히 끌어안고, 그 목덜미에 코를 박고 있었지. 근 한달을 보고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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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이라서 새삼스럽지도 않음. 태의의 눈을 가리고 있는 부드러운 흰색 천도 이제는 익숙해졌어.
-태이는 좀 괜찮다던가요?
-왕진 온 의사에게 물어보니 많이 좋아졌다는군요.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빛을 보는 건 위험하지만 시력도 돌아오기 시작한 것 같아요. 경과가 나쁘지 않답니다.
-다행이네요.
-태이는 좀 괜찮다던가요?
-왕진 온 의사에게 물어보니 많이 좋아졌다는군요.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빛을 보는 건 위험하지만 시력도 돌아오기 시작한 것 같아요. 경과가 나쁘지 않답니다.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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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말이 아니라 카일은 진심을 다해 가슴을 쓸어내려. 태의를 되찾아온 일레이를 마주했을 때 전신의 털이 곤두서던 그 느낌은 아직도 선명해. 일레이의 형으로 태어난 죄로 이제껏 살해협박도 여러차례 당했고 진짜 죽을뻔 한 적도 있지만, 그렇게 동공이 확 열린 눈은 처음이였지. 평소의 일레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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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음을 닮은 여유로움으로 무장하고 있었다면, 그날의 일레이는 침착하게 돌아있는 느낌이었달까. 제 연락을 받자마자 표정이 변해서 달려간 것치고는 피한방울 튄 흔적도 없이 돌아왔는데, 그래서 오히려 불연소된 폭탄을 옆에 두고있는 듯한 불안감에 초조해 미칠 것만 같았지. 작은 빌미만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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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총을 뽑아들고 피아 구분없이 난사라도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맛이 가 있던 그 눈이 생각났다는 듯 카일을 인지하고 다가왔을 때는, 오히려 올 것이 왔다는 안도감에 조용히 성호를 그었음. 계속 불안해 할 바에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현장을 정리하고 병원에 들렀던 크리스토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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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트의 처리나 태의의 안부 등을 물으러 왔다가, 그 꼴을 보고는 쯧, 하고 혀를 차더니 결국 아무런 말도 없이 등을 돌려 사라졌어. 어우, 다시 생각해도 소름끼치는 경험이야.
-다리는요?
-상처는 이제 괜찮은 것 같은데, 눈 때문에 재활을 병행하기가 마뜩찮아서 아직은 불편함이 있는 것 같아요.
-다리는요?
-상처는 이제 괜찮은 것 같은데, 눈 때문에 재활을 병행하기가 마뜩찮아서 아직은 불편함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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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사. 생각해보니 집에서도 대체로 일레이가 들고다녔던 것 같네요.
-들고다닌다기보다는 그냥 한시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는다는 게 더 정확하겠군요.
-일레이가 태이에게 붙어있는 거군요.
한숨 섞인 카일의 대답에, 리타는 침묵으로 긍정해. 공교롭게도 태의는 베를린 저택에서 생활하면서
-들고다닌다기보다는 그냥 한시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는다는 게 더 정확하겠군요.
-일레이가 태이에게 붙어있는 거군요.
한숨 섞인 카일의 대답에, 리타는 침묵으로 긍정해. 공교롭게도 태의는 베를린 저택에서 생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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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다친 적이 제법 많아. 처음 저택에 방문했을 때도 계단에서 굴러서 깁스를 했었고, 그 다음에는 일레이의 임무를 따라갔다가 허벅지에 총상, 그리고 이번에도 같은 흉터가 그 옆에 하나 더 새겨졌지. 좋으나 싫으나 다리가 부자유한 상황에 태의는 익숙해서 본인이 알아서 움직이려고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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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일레이가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못해서 자꾸 번쩍번쩍 들어올리기 일수야.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물론이고, 화장실에 갈 때나 식사를 할 때, 심지어 이동을 하지 않을 때도 뒤에서부터 태의를 끌어안고 있는 일이 많아졌어. 그리고 그런 일레이가 불편하지도 않은지, 태의는 별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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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없이 자연스럽게 기대어 있었지. 그리 쿠션감이 좋지는 못하겠지만, 일레이가 왜 그러는지 다 알고있는 것처럼.
-집이 조용하군요.
과다출혈으로 위험할 뻔했던 태의에게 말 그대로 피를 뽑아준 일레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베를린 저택 안에 병실을 만드는 일이었음. 저택에서 머물던 카일의
-집이 조용하군요.
과다출혈으로 위험할 뻔했던 태의에게 말 그대로 피를 뽑아준 일레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베를린 저택 안에 병실을 만드는 일이었음. 저택에서 머물던 카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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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하루아침만에 길바닥으로 쫓겨난 건 당연한 수순이었지. 그들에게 하나하나 사과를 전하고 호텔 숙박권을 주면서도 카일은 묵묵히 그 뜻에 따랐어. 태의가 병실에서 납치된 건 그에게도 충격이었거든. 언제나 손님으로 북적이던 베를린 저택은 그 덕에 절간처럼 조용해졌지. 언제 다시 손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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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확실한 건 당분간은 계속 이럴 거라는 거야. 언제까지? 저 놈 기분이 풀릴 때까지. 카일이 짧게 한숨을 쉬고 뒤를 돌려는 차에, 시야 한구석에 뭔가 들어와.
-...태이?
-다녀오셨어요?
카일의 시선을 끌듯 가볍게 손을 흔들던 태이가 씩 웃어. 혹시 일레이가
-...태이?
-다녀오셨어요?
카일의 시선을 끌듯 가볍게 손을 흔들던 태이가 씩 웃어. 혹시 일레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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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기라도 할까봐 목소리는 아주 작았지. 다행히 일레이는 여전히 고른 숨을 내쉬며 미동없이 잠들어 있어. 이쯤되면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환자가 어느 쪽인 건지.
-바쁘시다는 것 같던데.
-아아, 별거 아니야. 이번 사건에 대해서 회사 차원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움직이고 있거든.
-바쁘시다는 것 같던데.
-아아, 별거 아니야. 이번 사건에 대해서 회사 차원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움직이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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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리그로우가 차원에서 가족을 건들인 대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면 더 정확해. 크리스에게 끌려온 슈미트가 어떻게 됐는지는 알고싶지도 않아. 하루종일 태의에게 붙어있는 일레이가 새벽녘 조용히 자리를 비울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로 정신건강을 위해 더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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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나중에 크게 수습할 일이 생길까봐 크리스에게 슬쩍 물어보긴 했는데, 일레이 손에 넘긴 이후로는 그도 손을 뗀 모양이라 더는 묻지도 못했어. 모르는 게 약이지 싶어서. 자신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그만이지.
-그보다 오늘 의사가 다녀갔다면서?
-네, 이제 괜찮대요.
-그보다 오늘 의사가 다녀갔다면서?
-네, 이제 괜찮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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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가 손가락만 슬쩍 펼쳐서 제 눈을 가린 천을 툭툭 쳐.
-다행이군.
-카일 얼굴 마지막으로 본게 언제인지 생각도 안나네요. 이놈 과보호 때문에.
-그놈은 여즉 자네 먹는 음식마다 맛을 보고 다니나?
-네, 아주 기미상궁이 따로 없어요.
태의가 어휴, 하고 한숨을 쉬어. 중독증상에 시달릴 때
-다행이군.
-카일 얼굴 마지막으로 본게 언제인지 생각도 안나네요. 이놈 과보호 때문에.
-그놈은 여즉 자네 먹는 음식마다 맛을 보고 다니나?
-네, 아주 기미상궁이 따로 없어요.
태의가 어휴, 하고 한숨을 쉬어. 중독증상에 시달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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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제대로 넣을 수 있는 게 없어서 고생했는데, 그게 좀 덜해지니까 이제는 일레이가 불신증에 걸린 사람처럼 굴기 시작했음. 집에서 먹는 음식은 리타가 해주는 거라서 위험할 일도 없을텐데, 꼭 지가 먼저 먹어본 후에야 태의 손에 들려줌. 손에 들고 먹을 수 없는 건 직접 먹여주기까지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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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이가 태이 수발드는 꼴이야 이제 새삼 놀라울 것도 없는데, 그런 카일도 기가 질릴 정도였으니 당사자는 오죽 했을까. 이제는 태의가 먼저 일레이의 입에 음식을 던져넣은 후에 밥을 먹기에 이르렀으니, 그럴때마다 재미있다는 듯 휘어지는 일레이의 눈을 홀로 마주해야하는 카일에게는 염장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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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
-그래도 무리하진 말게. 큰일이었잖아.
-하하. 이제 진짜 괜찮을 것 같은데, 일레이가 도통 말을 들어주지 않네요.
태의가 지금도 제 허리에 단단히 감겨있는 일레이의 팔을 쿡 찌르며 말해. 일레이가 무언가에 이렇게까지 집착을 보인 적이 없었으니, 태의의 고민상담을
-그래도 무리하진 말게. 큰일이었잖아.
-하하. 이제 진짜 괜찮을 것 같은데, 일레이가 도통 말을 들어주지 않네요.
태의가 지금도 제 허리에 단단히 감겨있는 일레이의 팔을 쿡 찌르며 말해. 일레이가 무언가에 이렇게까지 집착을 보인 적이 없었으니, 태의의 고민상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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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기에는 카일도 아는게 없었지. 그저 저 사람같지도 않은 놈에게 목줄을 감은 태의가 오래오래 그 곁에 머물러주길 바라는 수밖에. 종종 너무 비인도적인 바람인 것 같아서 가끔 양심이 아프지만.
-음.
-어어, 태이. 잠깐...!
문득 시험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태의가 눈을 가린 천에
-음.
-어어, 태이. 잠깐...!
문득 시험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태의가 눈을 가린 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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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걸곤 쑥 내려. 한동안 병실로 개조한 방에 갇혀서 지내다가 이제는 거실까지 나오게 되어 좋긴 한데, 한번 자유를 맛보고 나니 자꾸 다음을 기대하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라. 아, 물론 제게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일레이를 내심 귀엽게 여기고 있는 태의에게 그의 구속은 큰 불만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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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 사라지니 감긴 눈이 드러나. 맨얼굴을 보니 카일도 반갑긴 해. 가만히 감겨있는 눈꺼풀 아래로 눈동자가 상태를 가늠하듯 이리저리 구르더니, 까만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 슬쩍 드러난 다갈색 눈동자가 허공을 훑어.
-아.
빛을 마주하자 반사적으로 다시 꾹 눈을 감은 태의의 눈꼬리에서 눈물이
-아.
빛을 마주하자 반사적으로 다시 꾹 눈을 감은 태의의 눈꼬리에서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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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륵 흘러. 깜빡깜빡. 눈이 빠르게 깜박여.
-흐, 이거 제법, 후, 시리네요.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한번 물길을 튼 후, 눈물은 계속 흘러서 금새 두 뺨이 젖어들어. 쉽게 포기할 태의가 아니라서 눈을 다시 뜨려고 부던히 노력하긴 했는데, 결국 다시 감겨.
-하하, 흐, 아직은, 무리였나봐요.
-흐, 이거 제법, 후, 시리네요.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한번 물길을 튼 후, 눈물은 계속 흘러서 금새 두 뺨이 젖어들어. 쉽게 포기할 태의가 아니라서 눈을 다시 뜨려고 부던히 노력하긴 했는데, 결국 다시 감겨.
-하하, 흐, 아직은, 무리였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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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가 손을 들어 다시 눈 위를 가리려는데, 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와 동시에 그보다 더 큰 손이 태의의 눈 위를 덮어.
-얌전히 있을 것이지, 왜 말을 안 듣고 이 사단을 내.
손바닥이 계속 젖어드는 느낌이 마뜩찮은지, 잠긴 목소리로 일레이가 틱틱 대.
-아니, 이제는 괜찮을 줄 알았지. 잘 잤어?
-얌전히 있을 것이지, 왜 말을 안 듣고 이 사단을 내.
손바닥이 계속 젖어드는 느낌이 마뜩찮은지, 잠긴 목소리로 일레이가 틱틱 대.
-아니, 이제는 괜찮을 줄 알았지. 잘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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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이가 깬 걸 확인하자마자 리모콘을 집어 거실의 커튼을 친 카일이 눈짓으로 대신 인사하고는 다시 걸음을 옮겨. 멀어지는 발걸음 뒤로 고마워요, 카일! 하고 소리친 태의가 찡그린 눈을 다시 조심스럽게 떠.
-사람 눈이라는 게 생각보다 되게 약하네.
-너처럼 굴면 나을 것도 안 나을 것 같은데.
-사람 눈이라는 게 생각보다 되게 약하네.
-너처럼 굴면 나을 것도 안 나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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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이가 태의를 훌쩍 안아들어. 태의는 또 익숙하게 일레이 목에 팔을 둘러 안음. 사건 이후로 저택에 외부인의 출입은 엄격하게 금지된 지라 반쯤은 될대로 되라 하는 심정이야. 리타나 페터, 카일의 앞이라고 머쓱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제 와서 내외하기에는 본의아니게 험한 꼴을 많이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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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이 조용하니까 이상하네. 여긴 처음 왔을 때부터 북적북적했는데.
-등잔 밑이 어둡던 시절 말이군.
-...평화롭던 시절이었지. 너를 뺀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타깝게 됐군.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시절이라. 본래 추억이란 그래서 더 아름다운 법이지.
픽 웃으며 말하는 일레이를 태의가 빤히 봐.
-등잔 밑이 어둡던 시절 말이군.
-...평화롭던 시절이었지. 너를 뺀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타깝게 됐군.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시절이라. 본래 추억이란 그래서 더 아름다운 법이지.
픽 웃으며 말하는 일레이를 태의가 빤히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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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그럴거야? 다들 카일의 친구들인데, 나 때문에 편하게 집에 부르지도 못하는 건 좀 미안하달까...
두 사람의 방을 향해 뚜벅뚜벅 걷는 일레이의 눈치를 보듯 태의가 조심스럽게 운을 떼.
-돈은 뒀다 뭐해. 친구랑 파자마 파티라도 하고싶으면, 호텔이라도 하나 통째로 사들이라고 해.
두 사람의 방을 향해 뚜벅뚜벅 걷는 일레이의 눈치를 보듯 태의가 조심스럽게 운을 떼.
-돈은 뒀다 뭐해. 친구랑 파자마 파티라도 하고싶으면, 호텔이라도 하나 통째로 사들이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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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도련님 아니랄까봐 생각하는 스케일 봐라.
-오히려 내 공간에 들락거리는 사람을 지금까지 참고 견딘 내 인내심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따지면 또 할말이 없네. 네 성격을 생각하면 의외이긴 해. 종종 성가셔하는 게 느껴지긴 했거든. 너도 나름대로 카일을 배려했던 거야?
-그럴리가.
-오히려 내 공간에 들락거리는 사람을 지금까지 참고 견딘 내 인내심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따지면 또 할말이 없네. 네 성격을 생각하면 의외이긴 해. 종종 성가셔하는 게 느껴지긴 했거든. 너도 나름대로 카일을 배려했던 거야?
-그럴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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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 돌아오는 대답에 태의가 고개를 끄덕여. 말하면서 자신도 이건 아니다 싶긴 했어.
-네가 즐거워했잖아.
-응? 나?
-하루가 멀다하고 수다 삼매경이었잖아. 카일의 손님은 연령, 국적, 성별, 직업, 뭐 하나 통일성이 없다면서.
-어...,내가 모르는 세계의 얘기를 듣는 게 재미있긴 했지...
-네가 즐거워했잖아.
-응? 나?
-하루가 멀다하고 수다 삼매경이었잖아. 카일의 손님은 연령, 국적, 성별, 직업, 뭐 하나 통일성이 없다면서.
-어...,내가 모르는 세계의 얘기를 듣는 게 재미있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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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가 대답하자 일레이가 거 보란듯이 작게 콧방귀를 껴. 그래서 얌전히 굴었다고? 그 일레이 리그로우가? 태의는 귀에 열이 오르는 걸 느끼면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려. 심지어 묘하게 투정부리는 말투라서 더 낯간지러워. 이 자식은 가끔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소리를 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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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당분간은 내가 강제하지 않아도 제정신 박힌 놈들이라면 이 저택에 찾아올 생각은 못할테지만.
-무슨 소리야?
-아무래도 소문이 난 것 같거든.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올라 일레이가 방문 앞에 서자, 손을 쓸 수 없는 그를 대신해 태의가 방문을 열어.
-무슨 소리야?
-아무래도 소문이 난 것 같거든.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올라 일레이가 방문 앞에 서자, 손을 쓸 수 없는 그를 대신해 태의가 방문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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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행동이 물흐르듯 자연스러워서 일레이의 검은 눈동자에 만족감이 스쳐.
-그 약쟁이 놈의 남은 인생이 얼마나 즐거워졌는지, 뭐 그런 얘기들 말이야. 머리가 있다면 앞으로 허튼 수작질은 못하겠지.
-....그러고보니 너, 진짜 무슨 짓을 한거야?
사실 태의는 사건의 뒷이야기에 대해서 들은 게 없어.
-그 약쟁이 놈의 남은 인생이 얼마나 즐거워졌는지, 뭐 그런 얘기들 말이야. 머리가 있다면 앞으로 허튼 수작질은 못하겠지.
-....그러고보니 너, 진짜 무슨 짓을 한거야?
사실 태의는 사건의 뒷이야기에 대해서 들은 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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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이 회사 차원에서 대응을 하고 있고, 그게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레이의 반응으로 보건데 꽤 강경한 조치였을 거라고 예상할 뿐. 그리고 분명 일레이라면 개인적으로도 손을 썼을 텐데.
-알고 싶은가?
일레이가 원하면 알려주겠다는 듯 눈을 맞춰 와.
-알고 싶은가?
일레이가 원하면 알려주겠다는 듯 눈을 맞춰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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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무구해 보이기까지 하는 눈동자지만, 그에 대해 잘 알고있는 태의는 속지 않지. 일레이가 자신을 이유로 누군가에게 제재를 가한 건 처음이 아니니까. 순간 머릿속을 지나가는 과거의 얼굴들에 태의가 진저리를 치듯 어깨를 떨어. 가깝게는 신루나 김정필부터 멀게는 호간이나 아퀴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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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리 좋은 꼴은 못봤지. 어느 정도는 자업자득이긴 했지만. 잠시 고민하던 태의가 이내 푹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어.
-......됐다. 모르는 게 약이지.
-현명한 선택이야.
픽 웃은 일레이가 태의의 정수리에 가볍게 키스해. 크리스토프마저 질린 표정을 지었으니 태의는 모르는 편이 좋아.
-......됐다. 모르는 게 약이지.
-현명한 선택이야.
픽 웃은 일레이가 태의의 정수리에 가볍게 키스해. 크리스토프마저 질린 표정을 지었으니 태의는 모르는 편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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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가 품에서 빠져나오려는 듯 꼼지락대자, 힘주어 꽉 끌어안은 일레이가 그대로 뒤로 드러누워. 그러자 자연스럽게 태의가 그를 위에서 덮치는 듯한 자세가 됐지.
-넌 사람을 좀 더 경계하는 편이 좋아.
-...나도 나름대로 생각은 하거든?
-역시 전두엽에 문제가 있나?
-뭐 이 자식아?
-넌 사람을 좀 더 경계하는 편이 좋아.
-...나도 나름대로 생각은 하거든?
-역시 전두엽에 문제가 있나?
-뭐 이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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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가 일레이 멱살을 쥐고 흔드는 시늉을 몇번 하다가 피식 웃고는 그대로 일레이를 깔아뭉게듯 그 위로 엎어져.
-어떻게 매번 사람을 의심하고 사냐? 그러다 병 나, 임마. 상대에게도 실례고.
-넌 눈치도 빠르고, 감도 나쁘지 않은데, 매번 어이없는 부분에서 나사가 빠져있단 말이야.
-어떻게 매번 사람을 의심하고 사냐? 그러다 병 나, 임마. 상대에게도 실례고.
-넌 눈치도 빠르고, 감도 나쁘지 않은데, 매번 어이없는 부분에서 나사가 빠져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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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본능 같은 게 없나? 일레이가 중얼거리듯 덧붙인 말에 태의가 입을 꾹 다물어. 나한테 생존본능이 있었으면, 애초에 너랑 이러고 있지도 않았어. 너랑 처음 마주친 순간 이미 짐 챙겨서 튀었지. 입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애써 삼킨 태의가 글쎄다, 하고 운을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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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는 뭐, 무사히 끝났으니까 된 거 아닐까?
-무사히라.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사히라는 단어의 뜻이 바뀐 모양이군.
네 꼴을 보고 얘기하라는 듯 일레이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자, 태의가 그 위로 아까의 키스를 돌려주듯 입을 맞춰.
-어쨌든 회복할 수 있잖아.
-내 덕에 말이지.
-무사히라.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사히라는 단어의 뜻이 바뀐 모양이군.
네 꼴을 보고 얘기하라는 듯 일레이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자, 태의가 그 위로 아까의 키스를 돌려주듯 입을 맞춰.
-어쨌든 회복할 수 있잖아.
-내 덕에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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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짜식아. 네 덕에.
태의가 일레이의 이마에 제 이마를 콩 하고 부딪혀.
-어떻게 생각하면 내 위기감이 이 모양으로 고장난 건 네 탓도 있어. 네 옆에 있다보면 왠만한 위협은 위협으로 느껴지지도 않거든. 어이쿠, 오해는 하지 마라? 죽을 각오 같은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뭐랄까......
태의가 일레이의 이마에 제 이마를 콩 하고 부딪혀.
-어떻게 생각하면 내 위기감이 이 모양으로 고장난 건 네 탓도 있어. 네 옆에 있다보면 왠만한 위협은 위협으로 느껴지지도 않거든. 어이쿠, 오해는 하지 마라? 죽을 각오 같은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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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가 설명하기 어렵다는 듯 관자놀이를 긁적여.
-어지간한 위험이면 네가 어떻게든 해주겠지 싶달까. 내가 원래 이렇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너 때문에 나태해졌나봐. 큰일이다, 진ㅉ, 으악!
태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일레이가 휙 자세를 반전시켜. 졸지에 일레이의 아래에 깔리게 된 태의가
-어지간한 위험이면 네가 어떻게든 해주겠지 싶달까. 내가 원래 이렇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너 때문에 나태해졌나봐. 큰일이다, 진ㅉ, 으악!
태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일레이가 휙 자세를 반전시켜. 졸지에 일레이의 아래에 깔리게 된 태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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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올려다보는데, 눈이 마주치기도 전에 입술부터 먹혀. 뜨거운 혀가 입안을 헤집어 놓는 감각이 벅차서 호흡이 금방 가빠져. 익숙한데도 익숙해지지가 않아. 태의는 일레이에게 늘 그런 모순적인 감각을 느껴.
-...야, 잠깐, 갑자기 뭐에 흥분한거야?
-네 전두엽에.
-...그게 무슨 변태같은 소리야?
-...야, 잠깐, 갑자기 뭐에 흥분한거야?
-네 전두엽에.
-...그게 무슨 변태같은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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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의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놓으며 일레이가 눈을 접어 웃어. 태의는 자각이 없겠지만, 일레이는 이런식으로 태의가 제게 곁을 내줬다는 걸 깨달을 때마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벅참을 느껴. 삼촌이나 형에게 막내취급을 받으며 자란 태의가, 실은 누구보다 독립적인 성격이라는 걸 잘 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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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 없군. 널 대신해서 내가 좀 더 피곤해지는 수 밖에. 네 뒤치닥거리도 이젠 제법 익숙해졌거든.
-...사고란 사고는 네가 다 치고 다니면서 누구를 문제아 취급이야?
-태이, 잊지말도록 해. 어디까지나 내 고삐는 네 손에 쥐어져 있다는 걸. 내 고삐를 쥐려면 우선 네가 무사해야하지 않겠어?
-...사고란 사고는 네가 다 치고 다니면서 누구를 문제아 취급이야?
-태이, 잊지말도록 해. 어디까지나 내 고삐는 네 손에 쥐어져 있다는 걸. 내 고삐를 쥐려면 우선 네가 무사해야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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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을 축축하게 핥는 혀를 느끼며 태의가 한숨과 함께 눈을 감아.
-...알았어. 반성할게.
칭찬하듯 다시금 입술을 벌리고 파고드는 혀를 마주 얽으며 태의가 일레이를 바짝 끌어안아. 불특정 다수와 일레이를 저울에 올려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어. 이미 진작에 비교할 대상이 없어진지 오래거든.
-...알았어. 반성할게.
칭찬하듯 다시금 입술을 벌리고 파고드는 혀를 마주 얽으며 태의가 일레이를 바짝 끌어안아. 불특정 다수와 일레이를 저울에 올려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어. 이미 진작에 비교할 대상이 없어진지 오래거든.
92
비인간성의 상실을 경험한 일레이가 자신의 안위에 얼마나 예민하게 구는지 잘 알아. 그걸 버겁게 느끼던 때도 있지만, 이제는 일레이가 자신에게만 서툴게 내비치는 마음이라는 걸 잘 알아.
-내가 네 고삐씩이나 쥐고 있었다니...
-음?
-...아냐.
순순히 놓아줄 마음도 없으니, 알아서 사리는 수밖에.
-내가 네 고삐씩이나 쥐고 있었다니...
-음?
-...아냐.
순순히 놓아줄 마음도 없으니, 알아서 사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