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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준이랑 마고백 또 네 놈인가. 이번에도 화려하게 해 먹었던데? 증거는? 증거고 뭐고 애초에 회사 서버를 그 정도로 헤집을 수 있는 자는 너 뿐이니까. 마고 이사의 개라니까 후각은 좋은 줄 알았더니 길거리 똥개만도 못하군. 너! 통신 종료다. 이 채널은 이 시간 부로 폐기다.

어이! 허어...여기도 뚫리다니. 똥개도 좀 하는군. 내 이야기 아직 안 끝났다. 너 대체 뭐하는 놈이냐! 조정의 개냐! 조정의 개... 확실히 사헌부에 나랏일 하는 해커가 많긴 하지만 나와는 관계없다. 그래도 앞으로 조금이다. 네 놈을 반드시 잡아서 산채로 끌고 오라고 하더군.

어지간히도 독이 올랐나보군. 그쪽도. 최종해결 프로토콜이니 뭐니 해도 목숨이 아깝긴 한 거 같으니. SNB... 역시 네 놈 짓이 맞군. SNB의 원본을 빼돌린 건. 찾을테면 찾아봐라. 유포할 생각은 없지만 네가 날 찾을 수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채널 화면 꺼짐)

마고그룹 보안실장 백호태. 이명은 이사의 번견. 녀석이 자신을 추격하는 손길이 한층 더 가까워진 것을 느끼며 해준은 머리에 흘러내리는 식은 땀을 닦는다. 자신이 그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사망처리된 상태가 아니었다면 놈은 금방 자신을 특정했을 건이다. 그리고 벌써 죽은 목숨이겠지.

의금부 0호실 정보자산관리대 산 자는 결코 들어갈 수 없는 부대의 존재 자체도 극비인 곳. 그 부대의 사령관이었던 해준의 삶의 희망은 임무 중 알게 된 의금부 17호실 소속의 중령이었던 사랑하는 여인과 그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었다. 그들을 위해서라면 해준은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아니 지금도.

그렇기에 해버린 자기의 잘못으로 모든 것은 처참히 망가졌다. 이후 해준은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고 드디어 다시 잃어버린 아이를 되찾았다. 그 대가로 번견의 집요한 추적이 따라붙었지만... 딸만 되찾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것도 감당할 수 있다.

흔적 싹다 지우고 한동안은 잠수 타야겠군. 한숨을 쉬고 있을 때 개인 통신회선에 연락이 들어온다. 여보세요? 호태? 하아...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 왜? 오늘 일 많이 힘들었어? 조금. 아니 사실은 많이. 이사님들에게 깨지고 오는 길이야. 일이 잘 안풀려서.

그래. 많이 힘들었겠네. 맘같아서는 옆에서 위로해주고 싶은데 마음만이라도 고마워..... 저기 호태. 오늘 네 집에 와도 돼? 아니... 내가 갈게. 잠깐이라도 회사 마크 안보이는 데서 네 얼굴 보고싶다... 알겠어. 기다리고 있을게. 먹을건 내가 사갈테니 너는 방청소나 해둬.

통신을 끊은 해준은 작업실의 문을 걸어 잠그고 최하층 다른 한쪽에 마련한 잠만 자는 집으로 발을 옮긴다. 거기는 자동 청소 로봇이 매일 돌아가고 '일'에 대한 물건은 하나도 없다. 그 집에 사는 자신은 포르노 영상 검수 및 수정으로 하루를 연명하는 밑바닥 인생이다.

'시민 번호도 없는 사람이 그 정도면 나름 바르게 사는 거지. 날 좀 봐. 사관학교 나와서 한다는 게 이사들 개노릇이나 하고.' 쓸쓸하게 웃던 백호태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애써 머리에서 지운다.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게 되면 어차피 끝날 이 관계. 미련을 가져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