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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
@jo_iiii111
#괴담출근 #괴출

* 169화까지의 스포 주의

쉽게 벗어나지 못할 상황 속에 가두고, 탈출하지 못하면 죽는 정신계 재난에 갇힌 최요원. 그때까지만 해도 죽은 동료들이나 구하지 못한 민간인들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왜 룩키마트지?'
쿠쿠
@jo_iiii111
최요원은 룩키마트 3층에 서 있었음. 제가 구하지 못한 얼굴들을 한 번 더 볼 수 있는 건 좋다며 마음의 준비를 한 것이 무색하게. 그리고 눈앞에는 4층으로 올라가는 문이 있었음. 이런 일을 한 번도 겪은 적이 없는데 절로 상황을 이해했어.
쿠쿠
@jo_iiii111
류재관은 이미 죽었고, 지금 자신은 구조대상들의 구출을 모두 실패한 상태. 손에 들린 건 녹음기 하나 뿐이야.

보통 사람의 과거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재난이 왜 제겐 이런 가정을 보여주는지 모르겠지만.

재난은 언제나 변수로 가득 차있는 법이었음. 최요원은 지금 제게 주어진 정보를 정리해.
쿠쿠
@jo_iiii111
아마 이 룩키마트를 탈출하면 정신계 괴담을 빠져나갈 수 있겠지.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음. 건사해야 할 몸은 하나였고, 막내가 알려준 방법이 몇 가지인데.

하지만 손에 들린 녹음기. 이 세계는 현실과 마찬가지로 룩키마트 4층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음.
쿠쿠
@jo_iiii111
4층에 올라갔다가 실종된 사람만 세 자릿수였지. 물론 이건 정신계 재난일 뿐 굳이 이럴 필요는 없지만··· 최요원은 녹음기를 켰음. 기록을 시작했어.

- 그러니까 저는 지금 3층이고요. 4층 가는 문을 발견했습니다.

습관처럼 유언을 남기는데 좀 알 것 같았음. 어째서 룩키마트인지.
쿠쿠
@jo_iiii111
지금 자신만 해도 출구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잖아.

이곳은 탈출하지 못하면 죽는 재난. 죽음도 탈출로 인정되긴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으로, 여기서 사망하면 충격 탓에 현실에서 깨어나기 힘들어짐. 룩키마트를 빠져나가는 쉬운 길을 두고 한참 돌아간다는 사실도 알아.
쿠쿠
@jo_iiii111
하지만 좀 힘들 뿐이지 깨어날 자신은 있는걸?

이게 정신계 재난이 아닌 현실이었어도 자신은 똑같이 행동했을 거란 확신이 들었음. 4층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올라가는 건 저 하나면 충분했어. 이곳은 어차피 제 정신세계일 뿐이지만, 여기서도 더는 실종되지 말라고.
쿠쿠
@jo_iiii111
최요원은 원래 어려운 길을 가는 사람이었음.

- 그럼 열게요.

그렇게 4층으로 걸음을 옮김. 나가는 문이 사라지고 계단만 남은 비상구를 30초 정도. 그러자 철문이 있었음.

- ​​···외양은 별다를 것 없어 보이네요. 그냥 철문이에요.
쿠쿠
@jo_iiii111
그리고 손잡이에 손을 얹는데 문득 이상한 느낌이 일어. 전에도 이런 적이 있는 것 같은 기시감. 겪어본 적 없는 상황을 전부 이해했던 것과 같은 느낌이었음.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이 고요하게 범람해.

나는 죽나?
쿠쿠
@jo_iiii111
류재관이 사망했다는 기분 나쁜 가정과 더불어 구조재상들의 구출을 실패한 것이 언제나처럼 지치는 오늘. 이런 날은 초자연 재난이 품고 있는 잔혹함이 유독 날카롭게 느껴지곤 했음. 이 손잡이를 돌리는 것에 망설임이 줄어든 까닭이었어.

그런데··· 뭔가 조금 달라.
쿠쿠
@jo_iiii111
이 문을 열면 죽을 거란 강한 확신이 들었음. '이건 필요한 일이야.' 하지만 '그때'와 다르게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어. 재관이랑 솔음이. 그 둘이 이 느낌의 시작이었음.

분명 죽을 걸 아는데 어쩐지 삶을 향해 나아가는 기분이 들어.
쿠쿠
@jo_iiii111
그러려면 이 문을 열어야 했음. 최요원은 녹음기와 함께 4층으로 떠났어. 하나 확신하건데, '그때'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야. 잔혹한 초자연재난 속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나아가며 빌었음.

이 기록이 재난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쿠쿠
@jo_iiii111
이후의 기억은 희미했음. 죽은 충격으로 일주일은 지나야 깨어날 줄 알았는데 바로 눈을 뜬 것도 이상한 일이지. 그런 자신을 류재관과 김솔음이 내려다보고 있었음. 걱정 어린 눈을 보자 실감이 났어.

이게 현실이야.
쿠쿠
@jo_iiii111
최요원은 진심으로 웃었음. 현실을 잊지 않고 깨어날 수 있다고 자신한 이유들이니까. 그 미소를 본 류재관이 얼굴을 굳혀.

- 왜 이렇게 늦게 깨어나셨습니까. 포도 요원은 한숨도 자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 청동 요원님···.
- 빨리 일어난 거 알면서 괜히 툴툴대긴. 둘 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쿠쿠
@jo_iiii111
긴장이 풀렸기에 나오는 류재관의 짜증이 반갑기만 했음. 그 옆에서 김솔음이 안심하고 있었어. 왠지 눈에 박히는 얼굴. 이상하게 점차 어렴풋해지기 시작한 룩키마트에서의 기억 속 김솔음만은 없었기 때문일까.

- 이번에 정신계 괴담에서 룩키마트가 나왔어.

문득 말했음.
쿠쿠
@jo_iiii111
그 세계에선 류재관과 자신 뿐이었고 둘 다 살아남지 못했지. 그런데 지금은 살아있고 김솔음까지 있었음. 물론 김솔음을 만난 시점과 그곳에서 류재관이 죽은 시점을 고려하면 그는 저희의 생사에 아무런 관련이 없겠지만.

룩키마트 이야기를 듣자 미묘하게 안색이 창백해진 막내.
쿠쿠
@jo_iiii111
그는 류재관과 자신이 둘이 아닌 셋이라는 걸 실감시키는 주체였음. 그래서인가. 김솔음이 이 변화의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어.

- 고마워.
- ···네?
- 그냥~ 어쩐지 포도가 우릴 구해준 기분이 드네.

최요원도 그 순간만큼은 김솔음의 표정을 읽지 못했음.
쿠쿠
@jo_iiii111
-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걸요.

이번에도 4층으로 올라갔다는 사람. 굳이 4층 문을 열 이유가 없음에도 최요원은 같은 선택을 했음. 차마 활자로 담아낼 수 없는 숭고함은 진짜니 가짜니 하는 잣대를 잊고 눈앞의 존재만을 바라보게 함.

그 말을 들어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음.
쿠쿠
@jo_iiii111
김솔음을 그렇게 행동하게 만든 건 오히려 최요원이었어.

- 그냥 매번 믿었을 뿐입니다. 최 요원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앞서서 해본 사람들의 조언을요.

현무 1팀이 되며 많은 일이 일어났지. 그 중 무슨 사건을 말하는건지 특정할 수 없었지만, 그 덕분에 이런 대화를 할 수 있었음.
쿠쿠
@jo_iiii111
김솔음은 기회를 빌어 말해.

-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 으하하! 4층에 올라간 이유도 별 거 없었는데 말이야~ 막내가 그렇게 말하니까 뿌듯하네. 그렇지, 재관아?
- ​​···예. 그리고 기록을 기반 삼아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 건 포도 요원의 능력입니다.
- 당연하지~ 포도가 우리 복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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