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corn_Nacho_: 태의 너무 완벽하게 리그로우가 일원으로 카운트되서 집에...
@Popcorn_Nacho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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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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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 너무 완벽하게 리그로우가 일원으로 카운트되서 집에 방문하는 카일 손님들까지도 알아서 마중하고 배웅할 것 같음. 카일이 늘 저택에 있을 수 없으니까 원래 그건 리타의 몫이었는데, 태의가 낯선 손님들하고도 곧잘 어울리는 통에 그 역할이 자연스럽게 태의한테 넘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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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왠 동양인 청년이 있길래 머무는 손님일 거라고 넘겨짚었던 방문객들은, 반나절 후에는 다 태의가 누군지 알게 됨. 카일로부터 둘째의 사람이니 조심해달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 릭의 연인이라니, 그놈이랑 똑같은 놈이 하나 더 있단 말이야? 하고 치를 떨었는데, 실제로 만나면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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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한테 감겨버림. 악명높은 둘째는 어지간해서는 본가에 오지않는다는 낡은 정보만 믿고 방문했다가 일레이와 마주치고 독사 앞에 쥐처럼 쪼그라드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끼어들어서 그를 훌쩍 데리고 사라지는 태의가 구세주 같겠지. 물론 반대로 태의가 있는 곳으로 일레이가 찾아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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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사도 종종 있겠지만, 태의가 함께 한 자리에서의 일레이는 이상하게 너그러운 느낌이라서 그나마 견딜만 함. 태의랑 금방 친해진 방문객들은 그 뒤로도 태의가 좋아하는 맥주를 기념품으로 들고 온다거나 택배로 보내주는 등 꾸준히 교류도 함. 일레이는 못마땅하겠지만 태의가 베를린 생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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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다고 느끼는데 도움이 된다면야 싶어서 그냥 둠. 그러다가 태의가 그 유명한 천재 정재의의 동생이며, 그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존재라는 게 알려지면서, 이미 리그로우 저택에서 악(일레이)으로부터 구원받은 적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태의는 거의 토템처럼 신성화 됨. 태의는 아무생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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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로우가 방문객들은 어느새 무슨 지침이라도 내려온 것처럼 저택 방문시 맥주를 공물인양 지참해서는, 기쁜 얼굴로 그걸 받아드는 태의 앞에서 소원을 빔. 태의는 의미를 몰라서 얼떨떨한데, 다들 내가 하고싶어서 하는 거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미심쩍지만 어영부영 넘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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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가 불러오는 운은 전적으로 정재의의 몫임을 알고있는 카일은 그저 재미있는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웃는데, 일레이는 그게 묘하게 거슬림. 그래서 자신 붙잡고 사업대박을 빌고있는 손님에게 "대박날거예요.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같은 말로 장단을 맞추고 있는 태의 홀랑 집어다가 키스나 퍼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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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은 집에서 한가롭게 뒹굴고 있는데, 일레이한테 회사로 좀 오라는 연락이 옴. 일레이는 모처럼 까리하게 차려입고 아침 일찍부터 카일을 따라서 회사에 출근함. 아침 잠결에 일레이랑 키스한 것 같기는 한데, 기억이 잘 안남. 깨우지도 않고 갔으니 서둘러서 간 모양인데, 뭐라도 두고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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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필요해? 하고 묻는 말에, 일레이가 짧게 웃더니 너, 하고 대답하고 전화 끊음. 그리고는 문자로 구체적인 시간하고 장소까지 보내줌. 이런식으로 자신을 호출하는 일이 종종 있었던지라, 태의는 대충 옷만 챙겨입고 일레이보러 회사로 훌쩍 감. 일레이가 지정한 회의실 앞에서 여기 맞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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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는데, 회의실 문에 조그맣게 난 유리창 너머로 카일이 보여. 어? 하고 태의가 반가운 티를 낸 순간, 타이밍 좋게 카일도 고개를 들어 태의를 보고는 반갑게 웃음. 그러더니 들어오라는 것처럼 손짓해. 뭔진 몰라도 그 일정에 카일도 일레이에게 볼일이 있는 모양이지. 그래서 태의는 대수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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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게 문을 벌컥 열어젖힘. 왐마야. 그리고는 그대로 얼어붙음. 정장 쫙 빼입은 20명 남짓의 남녀의 시선이 태의에게 쏠림. 저도 모르게 고장나서 삐끄덕 삐그덕 고개를 돌리다가, 일레이랑 눈이 마주침. 그리고 눈으로 맹렬하게 따지기 시작함. 이게 뭐야? 이런 데에 날 왜 불렀어, 이 미친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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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이는 그저 고개만 까딱해서 비어있는 제 옆자리를 가리킴. 태의는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툴툴대면서도, 또 순순히 그 옆으로 가서 앉음.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니 에라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태의가 터덜터덜 걸어와서 털썩 얌전히 주저앉는 거 보고 일레이 픽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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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와야 할 사람은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시작할까?
-그러시죠.
카일의 말에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커다란 회의실의 불이 꺼지고 ppt화면이 뜸. 사위가 어두워지니까 심정적으로 좀 편해진 태의가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제야 카일의 저택에서 종종 마주치던 반가운 얼굴을 몇 발견함.
-그러시죠.
카일의 말에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커다란 회의실의 불이 꺼지고 ppt화면이 뜸. 사위가 어두워지니까 심정적으로 좀 편해진 태의가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제야 카일의 저택에서 종종 마주치던 반가운 얼굴을 몇 발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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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사람이라니? 혹시 지금까지 나 기다린거야?
-흠.
-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왜 날 기다려? 이거 뭐하는 건데?
-주주종회.
-뭐?!
저도 모르게 빽 소리지른 태의가 곧이어 죄송하다고 여기저기 고개를 꾸벅거리더니, 이내 일레이 앞에 놓인 핸드아웃 뒷장에 그의 가슴 포켓에서 뽑은 볼펜으로
-흠.
-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왜 날 기다려? 이거 뭐하는 건데?
-주주종회.
-뭐?!
저도 모르게 빽 소리지른 태의가 곧이어 죄송하다고 여기저기 고개를 꾸벅거리더니, 이내 일레이 앞에 놓인 핸드아웃 뒷장에 그의 가슴 포켓에서 뽑은 볼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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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낙서를 휘갈김.
[내가 여길 왜 와!?]
[네가 T&R의 대주주니까.]
[내가??]
[전부 너 달라더니. 변호사 불러서 서명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까먹어.]
태의가 설명하라는 듯 바라보면, 픽 웃은 일레이가 태의 손에서 다시 펜 받아서 그 아래 답하는 필담이 길게 이어져. 1년 간의 실적보고와
[내가 여길 왜 와!?]
[네가 T&R의 대주주니까.]
[내가??]
[전부 너 달라더니. 변호사 불러서 서명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까먹어.]
태의가 설명하라는 듯 바라보면, 픽 웃은 일레이가 태의 손에서 다시 펜 받아서 그 아래 답하는 필담이 길게 이어져. 1년 간의 실적보고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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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년간의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제임스의 목소리는 두 사람에게 들리지도 않음. 바싹 붙어앉아서 서로 펜 하나로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는 그들을 보고, 카일은 익숙하게 니들이 그렇지 뭐, 하는 표정이었지만, 늘 무섭고 까칠한 일레이만 보던 일부 주주들은 턱이 빠지게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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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문득 사업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인 중에, 태의가 문득 어? 하고 고개를 들어.
-거기는 아마 곧 군부가 패하고, 협정을 맺을 겁니다. 내전만 15년을 했으면 이제 끝날 때도 됐잖아요. 아마 두달쯤 뒤에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있을걸요.
태의가 별 것 아니라는 듯 카일에게 툭 던져.
-거기는 아마 곧 군부가 패하고, 협정을 맺을 겁니다. 내전만 15년을 했으면 이제 끝날 때도 됐잖아요. 아마 두달쯤 뒤에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있을걸요.
태의가 별 것 아니라는 듯 카일에게 툭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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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래?
-듣기에는 오히려 이쪽이 지금 불안한 느낌이라고 들었어요. 무슨 보존의 법칙이라도 있는 것처럼, 한쪽이 좀 안정되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터지고.
생각난 김에 얘기했다는 듯 잠깐 끼어들고는, 자기 툭 치는 일레이랑 다시 필담을 시작해. 주주총회를 준비하면서 T&R이 그 정도 조사도
-듣기에는 오히려 이쪽이 지금 불안한 느낌이라고 들었어요. 무슨 보존의 법칙이라도 있는 것처럼, 한쪽이 좀 안정되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터지고.
생각난 김에 얘기했다는 듯 잠깐 끼어들고는, 자기 툭 치는 일레이랑 다시 필담을 시작해. 주주총회를 준비하면서 T&R이 그 정도 조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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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했을 리 없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도 발 담그고 있는 사업이 사업이니만큼 그런 쪽의 정보에 민감해. 근데 방금 태의가 한 얘기는 처음 듣는 소리였지. 태의를 그저 일레이로부터 지분을 양도받은 그의 연인으로만 아는 사람들은 저게 뭘 안다고 헛소리야 싶겠지. 물론 태의가 언급한 정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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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어제 리그로우가에 업무차 잠깐 들렀던 크리스와의 티타임에서 우연히 나왔던 말임. 그리고 크리스의 이런 말을 어디서 들었다의 '어디서'는 높은 확률로 리하르트겠지. 리하르트가 다루는 정보의 질이야 두말 해야 입 아프고. 그걸 아는 카일은 흔쾌히 태의의 의견을 수용했지만, 하루 아침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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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로 등극해서 저 꼴로 참석한 태의가 달갑지 않은 인물들은 내심 그를 깎아내리기 바쁨. 그리고 딱 두달 후, 태의가 상황은 말한대로 흘러가서, 그의 말을 듣고 계획을 수정한 T&R의 주가는 상승 곡선을 탐. 그 얘기를 들은 태의는 그저 웃으며, 그래요? 잘됐네요. 하고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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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태의가 바라는 대로 일이 이루어진 것처럼도 보임. 결과적으로 득을 본 것은 그가 몸을 의탁하고 있는 리그로우가니까 자칫 손해를 볼 뻔한 계획을 틀어 그들에게 복을 불러온 형국이기도 했지. 그래서 이 일을 계기로 길상천에 대한 소문이 더 멀리멀리 퍼져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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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그건 태의한테 좋은 일이 아니었어요.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재의가 제 몫으로 놓인 차를 한모금 마시면서 대답해. 업무차 리야드에 가는 김에 형에게 안부나 전해달라는 부탁이 아니었으면, 한가롭게 마주앉아 찻잔이나 기울이는 일은 없었겠지.
-본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데.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재의가 제 몫으로 놓인 차를 한모금 마시면서 대답해. 업무차 리야드에 가는 김에 형에게 안부나 전해달라는 부탁이 아니었으면, 한가롭게 마주앉아 찻잔이나 기울이는 일은 없었겠지.
-본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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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아도 익숙해지기는 하니까요.
재의는 말이 많은 타입이 아니라 대화의 맥락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었지만, 일레이는 어렵지 않게 그 말을 알아들어. 태의가 직접 밝힌 적은 별로 없지만, 어릴 때부터 천재 정재의의 동생으로서 험한 일을 많이 겪었다는 걸 일레이도 알고 있으니까.
재의는 말이 많은 타입이 아니라 대화의 맥락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었지만, 일레이는 어렵지 않게 그 말을 알아들어. 태의가 직접 밝힌 적은 별로 없지만, 어릴 때부터 천재 정재의의 동생으로서 험한 일을 많이 겪었다는 걸 일레이도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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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안드는군.
-언제든 리야드로 보내셔도 됩니다. 전에도 말했듯 제 곁에 있으면 태의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이용당하는 일은 없을테니까요.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취미는 여전하군.
일레이의 목소리가 뜨거운 차도 단숨에 식혀버릴듯 서늘해져. 안그래도 요즘 거슬리는 게 많기도 했지.
-언제든 리야드로 보내셔도 됩니다. 전에도 말했듯 제 곁에 있으면 태의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이용당하는 일은 없을테니까요.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취미는 여전하군.
일레이의 목소리가 뜨거운 차도 단숨에 식혀버릴듯 서늘해져. 안그래도 요즘 거슬리는 게 많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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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핑계를 대고 태의랑 말 한번 섞어보려고 안달이 난 놈들이 늘었거든. 물론 그들 중 대부분은 태의의 곁을 번견처럼 지키는 일레이의 기세에 밀려서 썰물처럼 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여기저기 숨어서 기회만 엿보는 승냥이떼 같은 놈들이 있다는 걸 알아.
-떠올리니 또 불쾌해지는군.
-떠올리니 또 불쾌해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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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이가 힐긋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해. 정재의와 마주 앉은 뒤로 30분 정도가 흘렀음. 이 정도면 구색맞추기는 되겠지. 다짜고짜 쳐들어온 전직 테러리스트의 방문에 놀라 제 주인을 찾으러 달려간 시종이 슬슬 돌아올 때가 됐으니, 스치듯 얼굴이나 보고 가면 되겠지. 일레이가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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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니, 재의 역시 별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남.
-태의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재의의 말에 일레이는 그저 서늘한 시선만 옮김. 따지고 보면 정태의가 졸지에 뒤집어 쓴 봉변의 원흉같은 존재가 한가롭게 안부나 묻고 있으니. 욕 대신 혀나 한번 차고 만 일레이가 몸을 돌리니, 양반은 못되는지
-태의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재의의 말에 일레이는 그저 서늘한 시선만 옮김. 따지고 보면 정태의가 졸지에 뒤집어 쓴 봉변의 원흉같은 존재가 한가롭게 안부나 묻고 있으니. 욕 대신 혀나 한번 차고 만 일레이가 몸을 돌리니, 양반은 못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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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찍이서 라만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는 게 보임. 일레이의 이름을 듣자마자 뛰쳐나오고 싶어 안달이 났을 라만은, 평소 두르고 있던 왕족 특유의 기품은 온데간데 없음. 달갑지 않은 건 이쪽도 마찬가지인데 말이지. 일레이가 눈을 가늘게 뜸. 더는 오래 머무를 생각이 없으니까 이만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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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근데 그 순간 뒤에서 작은 신음이 들려. 일레이가 시선만 돌려 그를 확인하는데, 뭔가에 놀란듯 제 입을 틀어막았던 재의가 곧 참지 못하고 크게 기침을 토해. 그러자 하얀 손가락 사이로 붉은 핏물이 비집고 흘러 바닥에 뚝뚝 떨어짐.
-정재의씨!!!
순식간에 사색이 된 라만이 달려오고,
근데 그 순간 뒤에서 작은 신음이 들려. 일레이가 시선만 돌려 그를 확인하는데, 뭔가에 놀란듯 제 입을 틀어막았던 재의가 곧 참지 못하고 크게 기침을 토해. 그러자 하얀 손가락 사이로 붉은 핏물이 비집고 흘러 바닥에 뚝뚝 떨어짐.
-정재의씨!!!
순식간에 사색이 된 라만이 달려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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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이 기우는 몸을 반사적으로 낚아채기도 전에 일레이는 이미 도처에 숨어있던 호위병들에 의해 포위됨. 자신과 정재의를 둥글게 감싸고 있는 총이나 칼 따위를 여상하게 바라보며 일레이는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해. 정재의에게 외상은 없음. 독이라고 하기에는 일레이 역시 이미 놓여있던 잔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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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차를 마셨음. 그럼 대체 이건 뭘까. 눈앞에서 피를 흘리는 사람을 보면서도 무감하기 그지없는 일레이는, 마치 남의 일 바라보듯 라만이 주치의를 부르짖는 광경을 지켜봄.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일레이가 범인인지, 돌아보는 눈이 흉흉하기 그지없음. 이놈도 어지간히 이성을 잃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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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정말 정재의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어중간한 방법을 쓸 필요도 없이 총을 갈기고 칼로 목을 땄을 거라는 걸 충분히 알텐데. 정재의를 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까지는 부정하지 않겠지만, 자신의 안전핀이 정태의인 이상 새삼스레 이제와서 그를 죽일 이유도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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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닙니다...
자기변호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 일레이 대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재의가 라만을 붙잡음. 금방이라도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기세라서. 이따금씩 몰려드는 고통을 견디는 것처럼 몸을 움츠리는 재의의 손을 부여잡으며, 라만이 그를 품에 안고 상태를 살핌.
자기변호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 일레이 대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재의가 라만을 붙잡음. 금방이라도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기세라서. 이따금씩 몰려드는 고통을 견디는 것처럼 몸을 움츠리는 재의의 손을 부여잡으며, 라만이 그를 품에 안고 상태를 살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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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이는 더는 이 신파극에 어울려 줄 마음이 없었음. 태의가 알면 슬퍼하겠지만 자신이 그런 것도 아니고, 당장 도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돌아서려고 했음. 재의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기 전까지는.
-...ㅌ...의가..., ...위ㅎ...
-뭐?
-...무슨, 일ㅇ... 생겼ㅇ...
-...ㅌ...의가..., ...위ㅎ...
-뭐?
-...무슨, 일ㅇ... 생겼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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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서벅서벅 성에가 끼는 순간이었지. 완성된 문장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일레이가 상황을 파악하기는 충분했음. 정작 정태의에게는 역병신이나 다름없으면서, 정태의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정재의. 일레이가 급하게 품에서 핸드폰을 찾아. 그가 가슴팍에 손을 가져다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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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호위병들이 바짝 긴장했지만, 상황을 파악한 라만이 막음. 하필 자신이 곁에 없을 때. 일레이는 곧장 태의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안됨. 그 다음으로는 카일, 그 다음에는 페터. 하지만 연결음만 계속될 뿐, 누구 한 사람 전화를 안 받아. 일레이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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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견딜 수가 없어서 일레이가 어디로든 뛰쳐나가려는 찰나, 드디어 리타가 전화를 받음. 일레이는 다짜고짜 태의부터 찾음. 그리고 리타는 그가 그녀를 안 이래로 가장 불안정한 목소리로 애써 차분하게 대답함.
-테러가 있었습니다. 정태의씨는 지금 큰도련님과 페터가 병원으로 이송중이구요.
-테러가 있었습니다. 정태의씨는 지금 큰도련님과 페터가 병원으로 이송중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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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이에게 태의의 위험을 전하기 위해 바르작대던 재의가 기어코 정신을 잃고 쓰러져. 어떠한 원리인지는 몰라. 쌍둥이 사이에 있다는 붉은실에 대해서는 전에 농담처럼 태의에게 들은 바 있지만, 태의가 아프면 재의도 아프다는 사실 말고는 정확히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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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미치겠음. 태의도 지금 자신이 없는 곳에서 저 꼴을 하고 있을까봐. 자신이 한웅큼 토해낸 피에 젖어서 맥없이 쓰러진 재의 위로 태의의 모습이 자꾸 겹쳐져서. 정신을 차리니 라만은 재의를 안고 침실로 급하게 뛰어들어가고, 자신은 소란을 듣고 달려온 말리크의 멱살을 쥐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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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기 띄워. 당장.
-갑자기 무슨..., 윽!
-주인이 정신이 나가면, 수하라도 정신을 차려야지.
겨우 이성의 끄트머리만 붙잡고 있는 일레이의 눈이 무기질하게 번들거려. 카일이라면, 태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줄 거임. 그런 카일이 일레이가 건 전화를 받지도 못한다는 건
-갑자기 무슨..., 윽!
-주인이 정신이 나가면, 수하라도 정신을 차려야지.
겨우 이성의 끄트머리만 붙잡고 있는 일레이의 눈이 무기질하게 번들거려. 카일이라면, 태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줄 거임. 그런 카일이 일레이가 건 전화를 받지도 못한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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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히 상황이 급박하다는 뜻이겠지. 리타에게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답지않게 당황했는지 그녀도 횡설수설해. 손님이 오셨고, 태의가 마중을 나갔다. 총이나 칼은 아니었는데, 태의가 갑자기 피를 토하고 쓰러져서 발작을 일으켰다. 숨을 제대로 못 쉬어서 급하게 인공호흡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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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집에 들렀다가 그 광경을 목격한 큰도련님이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중이다. 자신도 이게 어떻게 된 잘 모르겠다고, 그녀 답지 않게 몇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하기에 일레이는 전화를 끊어버림. 리야드에서 독일까지는 비행 시간만 6시간반. 가장 빠른 편을 잡는다고 해도 공항으로 이동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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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속을 밟고, 공항에서 다시 베를린까지 이동하려면 못해도 10시간은 걸림. 당장 정태의를 눈앞에 데려다놓지 않으면 돌아버릴 것 같은 일레이에게 그 시간을 견딜 인내는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음.
-정재의가 죽고 나서야 움직일 생각인가?
-감히... 그분의 공간에서, 그런, 삿된 소리를...
-정재의가 죽고 나서야 움직일 생각인가?
-감히... 그분의 공간에서, 그런, 삿된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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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된 소리라. 지금 내가 그런 걸 따질만한 정신이 없어서 말이야. 한 가지 확실한 건, 정태의가 무사하지 못하면 정재의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거지. 그럼 너희 주인이라고 멀쩡할까?
만일 그런 상황이 온다면 가장 미쳐서 날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차분한 협박에 말리크가 어금니를 뭄.
만일 그런 상황이 온다면 가장 미쳐서 날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차분한 협박에 말리크가 어금니를 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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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의가 피를 토하고 쓰러지던 그 순간, 너 또한 홀로 아파하고 있었나. 숨을 쉬지 못해 괴로워하며 생사를 오갔나. 그 생각만 하면 주위 모든 걸 다 박살내고 싶은 충동이 밀려옴. 일레이로부터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흉흉한 기색을 읽어낸 말리크는, 재의 때문에 정신이 없을 그의 주인을 대신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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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의 뜻을 따라 전용기를 띄워줌. 그의 말마따나 정재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 주인이라고 멀쩡할 재간이 없었기에. 직계 왕족에 준하는 권력을 가진 라만이었기에 즉시 비행 허가가 떨어짐. 당장이라도 두발로 뛰고 싶은 심정을 억누르고 비행 내내 가만히 눈을 감고 견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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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 너머로 자꾸 피흘리는 태의 모습이 맺혀서 어금니가 남아나질 않겠지만. 일레이가 베를린에 도착하기기 무섭게 카일한테 전화가 걸려옴. 비행 때문에 핸드폰이 먹통이었는데 연락이 엇갈린 모양임. 왜이렇게 전화를 안받냐고 답지않게 벌컥 소리부터 치는 카일에게 일레이는 태의의 상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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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 말이 질문이지 낮게 깔린 목소리는 무사해야만 할거라는 자기 암시에 가까웠음. 그러자 카일이 지친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더니 일단 고비는 넘겼다고 알려줌.
-근데 일이 좀 복잡해졌어.
-무슨 뜻이야.
-그건 와서 직접 이야기하자. 나도 지금 정신이 없어서.
그러고는 문자로 병원 주소 찍어줌.
-근데 일이 좀 복잡해졌어.
-무슨 뜻이야.
-그건 와서 직접 이야기하자. 나도 지금 정신이 없어서.
그러고는 문자로 병원 주소 찍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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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만 무사하다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음. 후유증이나 장애가 남는다고 해도 이는 좀 갈리겠지만 일레이가 정태의를 사랑하는데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음. 일레이가 병원에 도착하자, 지친 기색이 역력한 페터가 그를 마중 나옴. 페터의 옷 여기저기에 묻어있는 핏자국에 일레이의 속이 뒤집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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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는 큰도련님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거길 먼저 들르시라고 하는데, 일레이는 태의 병실을 향해서 뛰듯이 걸어감. 페터가 설명부터 들으시라고 설득하는 소리도 귀에 안들어옴. 사실 머리가 얼어붙은 것처럼 돌아가질 않아. 일단 태의가 무사한 것부터 확인해야 숨통이 트일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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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제 힘으로는 일레이를 막을 수 없음을 안 페터가 급하게 카일을 부르러 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일까.
일레이는 눈앞이 빨갛게 물든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깨달음. 서늘하게 흐르는 일레이의 목소리에, 저택을 수습하고 태의의 곁을 지키고 있던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일까.
일레이는 눈앞이 빨갛게 물든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깨달음. 서늘하게 흐르는 일레이의 목소리에, 저택을 수습하고 태의의 곁을 지키고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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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가 화들짝 놀라서 돌아봐.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도련님, 일단은 진정하세요.
-진정? 그거 좋지.
픽 웃은 일레이가 성큼성큼 병실 안으로 걸어들어와. 그리고는 침대에 묶여서 울며 발버둥치고 있던 태의의 뺨을 붙잡음. 얼마나 울었는지 눈가는 죄 붉게 짓물렀고, 가슴이 가쁘게 시근거려.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도련님, 일단은 진정하세요.
-진정? 그거 좋지.
픽 웃은 일레이가 성큼성큼 병실 안으로 걸어들어와. 그리고는 침대에 묶여서 울며 발버둥치고 있던 태의의 뺨을 붙잡음. 얼마나 울었는지 눈가는 죄 붉게 짓물렀고, 가슴이 가쁘게 시근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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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는 열에 오른 사람처럼 흐릿하고, 팔다리는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덜덜 떨려. 일레이의 손이 닿자, 틀어막힌 입 사이로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나오더니 다시금 태의의 눈에서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내려. 리타가 전화로 분명 태의가 발작을 일으켰다고 했지. 호흡곤란을 일으켰다고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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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한 발작이라는 게 지금 이건 아닐테지. 눈에 보이는 상태만 확인하면 언젠가 앙헤르가 그에게 친 짓궂은 장난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지금의 태의에게는 그때와 같은 달큰한 느낌이 없음. 자신을 알아보고 매달리는 것 같기는 한데, 힐끗 확인한 태의의 손톱 끝이 죄다 깨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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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부림치다가 다치기라도 한 모양이야. 발버둥치느라 가쁜 숨이 그마저도 틀어막힌 입 때문에 더 가빠지자, 어지운지 태의의 눈이 아득해져. 그래서 일레이는 서둘러서 그의 입을 막고있는 구속부터 풀어줌.
-도련님!
리타가 급하게 만류했지만 일레이의 손이 더 빨랐지. 이곳은 병원이고, 병원에서
-도련님!
리타가 급하게 만류했지만 일레이의 손이 더 빨랐지. 이곳은 병원이고, 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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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조치를 한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일레이에게는 당장 눈앞의 태의가 우선이었으니까. 그러자 억눌려 있던 태의의 울음소리가 일레이의 가슴을 사정없이 후려쳐. 소리를 내니 감정이 더 북받치는지, 눈물도 더 굵어졌지,
-...ㅇㅣ...레이......
목이 매여서 또렷하지 않은 발음이었지만
-...ㅇㅣ...레이......
목이 매여서 또렷하지 않은 발음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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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부르는 말인 줄 아는 일레이가 곧장 그의 곁으로 다가가 붙어.
-태이, 정신이 들어? 어디 아픈가? 왜 이 꼴을 하고 있는 거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그제야 지금까지 애써 눌러왔던 질문들이 쏟아져 나옴. 하지만 그런 일레이의 질문이 무색하게, 자유를 찾은 태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태이, 정신이 들어? 어디 아픈가? 왜 이 꼴을 하고 있는 거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그제야 지금까지 애써 눌러왔던 질문들이 쏟아져 나옴. 하지만 그런 일레이의 질문이 무색하게, 자유를 찾은 태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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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이었음.
-...와줘, 흑, 나 좀... 도, 와줘, 일레이..., 진짜, 죽을 것 같아...
드문드문 울음에 끊기긴 했지만 도와달라는 말이었음. 도와달라니, 모든 생이 오직 그를 위해 돌아가는 일레이에게는 새삼스러운 소리였음.
-그래, 태이. 뭘 원하지? 어떻게 도와줄까? 자유롭게 풀어줄까?
-...와줘, 흑, 나 좀... 도, 와줘, 일레이..., 진짜, 죽을 것 같아...
드문드문 울음에 끊기긴 했지만 도와달라는 말이었음. 도와달라니, 모든 생이 오직 그를 위해 돌아가는 일레이에게는 새삼스러운 소리였음.
-그래, 태이. 뭘 원하지? 어떻게 도와줄까? 자유롭게 풀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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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게. 그러니 울지마, 태이. 일레이가 달래는 것처럼 태의의 젖은 뺨에 입맞추며 속삭여.
-널 이렇게 만든 새끼들을 눈앞에 잡아다 줄까? 아니지, 네게 험한 꼴을 보일 것 없이 그냥 다 죽여버릴까?
달래는 말 치고는 살벌했지만, 그게 일레이의 가장 솔직한 심정이었음.
-널 이렇게 만든 새끼들을 눈앞에 잡아다 줄까? 아니지, 네게 험한 꼴을 보일 것 없이 그냥 다 죽여버릴까?
달래는 말 치고는 살벌했지만, 그게 일레이의 가장 솔직한 심정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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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가 무사하다는 걸 확인했지만, 어지간해서는 눈물을 보이는 일이 없는 태의가 이렇게 펑펑 우는 걸 보니 속에서 천불이 나서. 하지만 태의는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젖고는 '그거'를 가져다 달래.
-그거라니? 뭘 말하는 거야?
-...슈미트, 씨가.. 흑, 선물해 준, 맥주.
-뭐?
아무리 일레이라지만
-그거라니? 뭘 말하는 거야?
-...슈미트, 씨가.. 흑, 선물해 준, 맥주.
-뭐?
아무리 일레이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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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도 맥주를 찾는 연인에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음. 그런 일레이의 반응에 태의는 다시 서럽다는 듯 뚝뚝 눈물을 흘려.
-나도 잘, 모르겠어... 흑, 근데, 머리ㅅ, 속에 그 생각 밖, 에 안나... 지금 당장 그, 걸 마시지 않으면... 미쳐, 버릴 것 같아...
일레이, 도와줘. 응? 하고 태의가
-나도 잘, 모르겠어... 흑, 근데, 머리ㅅ, 속에 그 생각 밖, 에 안나... 지금 당장 그, 걸 마시지 않으면... 미쳐, 버릴 것 같아...
일레이, 도와줘. 응? 하고 태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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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유한 몸을 숙여 일레이에게 제 뺨을 문지름. 그제야 일레이는 꾸준히 태의가 보낸 신호를 알아챔. 도와줘. 죽을 것 같아. 그것 밖에는 떠올릴 수가 없어. 미쳐버릴 것 같아. 태의는 일레이에게 계속 자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음을 알려줬음. 그 원인이 자신이 마신 맥주 탓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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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눈물 섞인 애원에 돌아버리기 직전이던 머리가 찬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싸늘하게 식어가. 뒤늦게 페터에게 이야기를 듣고 병실로 달려온 카일이, 우려했던 광경을 마주하고 한숨을 내쉬어.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지. 태의는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일레이에게 애원중이고, 일레이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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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카일에게 물어.
-설명해.
카일은 그러길래 설명부터 듣고 가질 그랬냐는 말 따위 하지 않음. 일레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당장 사람 하나 잡을 기세라. 리타에게 태의에게 진정제를 놓아줄 간호사를 부탁하고, 카일이 지친 기색으로 보조의자에 앉아.
-설명해.
카일은 그러길래 설명부터 듣고 가질 그랬냐는 말 따위 하지 않음. 일레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당장 사람 하나 잡을 기세라. 리타에게 태의에게 진정제를 놓아줄 간호사를 부탁하고, 카일이 지친 기색으로 보조의자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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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트는 카일과 1년 전부터 친분을 쌓은 인물로, 오스트리아에 제약회사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음. 분란이 있는 곳에는 무기가 팔리면 약도 같이 팔리기 마련이라서 두 회사의 사업은 얼추 비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지. 그래서 알고 지낸 시간에 비해 곧잘 안부도 묻고, 저택에도 두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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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한 적이 있음. 그러면서 태의랑도 친분을 쌓았고.
-그런데 그 약이라는 게 단순히 부상을 치료하는 약 뿐만이 아니었던 거지.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분쟁지역에서 필요한 건 비단 치료를 위한 약 뿐만이 아니었음.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약. 잠시나마 단 잠을 잘 수 있는 약.
-그런데 그 약이라는 게 단순히 부상을 치료하는 약 뿐만이 아니었던 거지.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분쟁지역에서 필요한 건 비단 치료를 위한 약 뿐만이 아니었음.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약. 잠시나마 단 잠을 잘 수 있는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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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이라는 건 국가에 따라서 기준이 다르고, 그 회사에서는 그 점을 이용해서 합법과 불법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넘는 장사를 한 거지. 모르긴 몰라도 그걸로 번 돈이 더 많을걸.
그는 대체로 T&R의 사업 방향과 다르지 않게 장사를 했지만, 돈이 욕심을 부르는 것처럼 다른 쪽에도 슬금슬금
그는 대체로 T&R의 사업 방향과 다르지 않게 장사를 했지만, 돈이 욕심을 부르는 것처럼 다른 쪽에도 슬금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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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뻗치고 있었음. 하지만 불안했겠지. 그래서 장난처럼 태의를 찾아와서 맥주를 선물하고, 그의 사업의 성공가능 여부를 물었지. 그 사업이라는 게 어떤 내용인지 알 리가 없는 태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렇게 간절히 바라시는데 이루어지지 않을까요?"하고 웃었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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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한 결과 대박이 남. 회사 규모가 훌쩍 커졌을 정도로. 남자는 반신반의하는 기분으로 그 뒤로도 태의에게 종종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는 핑계로 그의 기원을 요청했고, 그럴 때마다 그의 사업은 크든 작든 성공함. 그래서 어느새 남자는 태의에게 매우 집착하고 의지하게 되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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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러다가 남자가 생각했던 사업의 방향과 T&R의 사업 방향이 달라졌지. 연이은 성공에 남자는 자신의 선택에 확신이 생긴 상태여서 제 의견대로 밀어붙이고 싶었지. 그런데 문제는 그 일 하나로, 지금까지 이어온 성공이 무색하게 그의 회사가 흔들릴 정도로 큰 손해를 입음. 졸지에 모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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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려먹을 상황에서 남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태의였지. 태의는 이번에도 남자에게 성공을 기원해줬거든. 왜 이번에는 성공하지 못했지? 왜 이번은 달랐지?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하던 슈미트는 '정태의가 리그로우가에 더 쏠려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림. 그래서 이익이 상충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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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서 자신이 리그로우를 이기지 못한 거라고. 그럼 답은 하나지. 리그로우로부터 정태의를 뺏으면 돼. 하지만 이미 오래도록 그들과 교류해 온 태의를 하루아침 만에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으니, 그가 궁여지책으로 떠올린 게 바로 약이었지. 약에 중독시키면 의지에 반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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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뜻을 따를 수 밖에 없을테니까. 여기서 남자는 실수를 했음. 태의에게는 그의 뜻에 반하는 일을 누군가 강제했을 때 가만히 있지 않을 연인이 있다는 걸 잊었고, 그가 약물에 대한 내성이 없어 수술조차도 힘들어 하는 체질임을 몰랐지. 남자는 약을 탄 맥주를 태의에게 선물했고, 그 결과 태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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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발작을 일으켰음.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온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발버둥을 치며 괴로워함. 사용된 약의 성분이 강력해서, 하마터면 쇼크로 죽을 수 있었다는 얘기를 의사에게 전해듣고 카일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음. 하지만 얄궂게도 약을 견디지 못하는 체질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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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이 가진 중독성은 고스란히 태의를 옭아맴. 정신이 들자마자 약을 찾으며 울고 자해하는 태의를 강제로 침대에 묶으면서 카일은 이걸 일레이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머리를 부여잡았지. 결론적으로는 이 사단이 났지만.
-...그 새끼는?
-어떻게 알았는지 크리스토프가 전화를 했더라고...
-...그 새끼는?
-어떻게 알았는지 크리스토프가 전화를 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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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럼 그건 나중에 치우는 걸로 하고.
일레이가 진정제를 맞고 제 품에서 지쳐 잠든 태의를 내려다 봄.
-의사 말로는 약기운이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릴거라더라. 몸에 맞춰서 최대한 희석시킨 마약성 진통제도 못쓰는 체질이니 어련하겠냐마는.
카일이 길게 한숨을 쉬어.
일레이가 진정제를 맞고 제 품에서 지쳐 잠든 태의를 내려다 봄.
-의사 말로는 약기운이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릴거라더라. 몸에 맞춰서 최대한 희석시킨 마약성 진통제도 못쓰는 체질이니 어련하겠냐마는.
카일이 길게 한숨을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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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성이 높은 약물을 사용해서 후유증이 상당할 거라더라고. 당분간 계속 수액 맞고, 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게 지금으로써 최선이래.
-그렇군.
일레이가 무덤덤하게 대답하며, 간호사에 의해 깔끔하게 치료를 받은 태의의 손끝을 만지작거려. 그 잠깐 사이에 상처가 다시
-그렇군.
일레이가 무덤덤하게 대답하며, 간호사에 의해 깔끔하게 치료를 받은 태의의 손끝을 만지작거려. 그 잠깐 사이에 상처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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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졌었는지, 손끝에 감긴 붕대 너머로 얼핏 피가 비쳤지. 하아. 천장을 올려다 본 일레이가 뭔가를 참아내는 것처럼 길게 숨을 뱉어.
-태이의 일이라면 정신을 못차리는 놈이라 괜한 걱정인 줄 알면서도 말하는 건데, 너 혹여나 태이가 괴로워한다고해서 약을 가져다 줄 생각하면 안된다.
-태이의 일이라면 정신을 못차리는 놈이라 괜한 걱정인 줄 알면서도 말하는 건데, 너 혹여나 태이가 괴로워한다고해서 약을 가져다 줄 생각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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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반의하는 카일의 말에 일레이가 작게 웃음. 와, 내 동생이지만 어쩜 이렇게 웃는 게 섬뜩할까.
-아님 됐고.
카일이 하던 일을 마무리해야해서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며,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사라짐. 리타도 없이 둘만 남은 병실에서, 태의를 끌어안은 일레이가 신음하듯 속삭여.
-...정태의.
-아님 됐고.
카일이 하던 일을 마무리해야해서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며,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사라짐. 리타도 없이 둘만 남은 병실에서, 태의를 끌어안은 일레이가 신음하듯 속삭여.
-...정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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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의 기색을 내비치던 카일을 비웃은 것이 무색하게, 일레이는 하루에도 몇번씩 치미는 충동을 억누르기 급급함. 이유야 어쨌든 태의를 강제로 묶어놓은 게 마음에 들 리가 없어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일레이가 계속 곁에 있겠다는 조건으로 구속부터 풀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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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에서 풀려난 태의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레이를 붙잡고 조르기 시작함. 태의가 울면서 제게 도와달라고 애원하는데, 그걸 외면해야한다는 사실이 상상 이상으로 생지옥이었음. 세상에 오직 자신밖에 없다는 눈으로 간절하게 매달리잖아. 태의가 바라는 건 그가 지나가듯 한 말까지 기억했다가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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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주는 일레이인데, 괴로워하는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그걸 방치해야 한다니. 생각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태의를 이 꼴로 만든 슈미트는 벌써 다진 고기처럼 난자당해서 골백번은 죽었음. 너무 울어서 탈수가 온 태의를 달래서 물을 먹여도, 약물과 위세척으로 인해 상한 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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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반응을 일으켜서 다 토하기 일쑤임. 물도 토하는 판에 음식이라고 들어갈 리가 없지. 기력이 없어서 울다가 기절하듯 잠들기를 반복하는 태의의 곁을 지키며, 일레이는 크리스에게 연락해.
-태의는 무사해?
-...그놈은.
-태의 먼저.
-일단은.
일레이의 대답에 크리스가 작게 안도의 숨을 내쉬어.
-태의는 무사해?
-...그놈은.
-태의 먼저.
-일단은.
일레이의 대답에 크리스가 작게 안도의 숨을 내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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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이가 괜찮다고 했으니, 태의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테니까. 크리스는 차로 이동중인지 주변에 소음이 들려.
-그놈 집으로 갔는데, 어디서 정보가 샜는지 이미 사라지고 없더군.
-...사라졌다고. 태의에게 맥주를 전달한 택배원은 확인해 봤나?
-전혀 아는 게 없더라고 제임스가 그러더군.
-그놈 집으로 갔는데, 어디서 정보가 샜는지 이미 사라지고 없더군.
-...사라졌다고. 태의에게 맥주를 전달한 택배원은 확인해 봤나?
-전혀 아는 게 없더라고 제임스가 그러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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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에스테에서 배를 탔다는 정보를 얻어서 지금 그리로 가는 중이야. ㅡ놈을 잡으면 연락하지.
잠시 머뭇거리던 크리스가 대답하자, 일레이는 한참 만에 부탁하지, 하고는 전화를 끊음. 지금 누구보다도 그 놈을 잡아 족치고 싶을 일레이겠지만, 태의 곁을 비울 수는 없으니까.
-트리에스테에서 배를 탔다는 정보를 얻어서 지금 그리로 가는 중이야. ㅡ놈을 잡으면 연락하지.
잠시 머뭇거리던 크리스가 대답하자, 일레이는 한참 만에 부탁하지, 하고는 전화를 끊음. 지금 누구보다도 그 놈을 잡아 족치고 싶을 일레이겠지만, 태의 곁을 비울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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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잦은 수면으로 깊게 잠들지 못하는 태의가 그새 정신이 들었는지 일레이를 불러. 그래, 하고 대답했더니, 태의가 반쯤 잠에 취한 목소리로 아파, 하고 웅크림.
-아파? 어디가 아파? 의사를 불러줄까?
일레이가 빠르게 태의의 상태를 살피면서 너스콜에 손을 가져다 대는데, 자신이 뭐라고
잦은 수면으로 깊게 잠들지 못하는 태의가 그새 정신이 들었는지 일레이를 불러. 그래, 하고 대답했더니, 태의가 반쯤 잠에 취한 목소리로 아파, 하고 웅크림.
-아파? 어디가 아파? 의사를 불러줄까?
일레이가 빠르게 태의의 상태를 살피면서 너스콜에 손을 가져다 대는데, 자신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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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지 인지하고 있지도 않는 듯 그저 눈만 느리게 깜박임.
-형 찾으러 가야하는데...
-태이?
-일레이... 너... 다쳐서...
-정태이.
-...피가......
꿈속 어딘가를 헤메이는 듯 태의는 다시 잠잠해짐. 다시 조용해진 병실에 규칙적으로 울리는 링거소리른 들으며 일레이가 다시 길게 숨을 뱉음.
-형 찾으러 가야하는데...
-태이?
-일레이... 너... 다쳐서...
-정태이.
-...피가......
꿈속 어딘가를 헤메이는 듯 태의는 다시 잠잠해짐. 다시 조용해진 병실에 규칙적으로 울리는 링거소리른 들으며 일레이가 다시 길게 숨을 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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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무의식은 이와중에도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있나. 널 이 꼴로 만든 놈에게 욕을 퍼붓고, 너를 중심으로 묘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나를 미워했다면 이것보다는 속이 나았을텐데. 지금 병원에 누운 게 누군데, 누가 누굴 걱정해. 누굴 미치게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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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만이 카일에게 연락을 했다고 했지. 정재의가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고 바짝 애가 달아서. 태의의 상태가 어떤지, 혹시 자신이 도울 일은 없는지 물었다고 했다. 사랑하는 네 형님이 무사하길 바란다면, 너부터 정신을 차리는 게 먼저라는 걸 알잖아. 네 목에 걸려있는 의뢰가 뭐였는지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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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좋아서 진정제지, 저것 역시도 마/약성 약물인 건 다르지 않아. 병원에서 조절을 하긴 했지만, 자꾸 써서 좋을 것 없다고 의사가 얘기했었지. 일레이는 태의가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불로 가슴을 지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껴.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 사무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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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더 지나니 태의의 애원은 원망으로 바뀌어. 오한으로 덜덜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해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일레이를 원망스럽게 바라봐. 왜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뭐든 들어주겠다고 했잖아. 거짓말쟁이. 약을 가져다 줘. 아파서 죽을 것 같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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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제를 줄인 탓에 이번에는 수면장애가 온 태의가 날선 신경을 어쩌지 못하고 짜증을 내기 시작함. 일레이는 태의가 쏟아내는 감정에 싫은 표정 하나 없어. 휘두르는 주먹에도 순순히 맞아주다가, 그러다 오히려 태의가 다칠 것 같아서 잡아 눌렀지. 피할 이유가 없어. 그에게 한 대 얻어맞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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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속이 시원할 거라고 생각하던 참이었으니까. 오한에 곱아드는 몸을 단단히 끌어안고, 일레이는 그를 재우려는 듯 가볍게 토닥임. 태의가 발버둥쳤지만 제압이 어렵진 않았지. 뜻대로 되지 않자 다시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태의를 달래며, 일레이가 눈가에 키스해.
-울지마, 태이. 괜찮아질거야.
-울지마, 태이. 괜찮아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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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잖아. 응? 하고 바싹 끌어안아줌. 화를 내느라 마구 휘두른 손끝이 혹시 다시 상하진 않았나 확인도 함. 사실 신경이 곤두선 걸로 따지자면 일레이도 만만치 않아. 태의가 걱정되서 병실에 들르겠다는 카일과 리타, 그리고 페터의 요청도 전부 거절함. 지금 일레이의 신경은 온통 태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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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려있어서, 아무리 제 가족이라도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태의에게 접근하는 걸 용납할 수가 없음. 모든 게 다 위협으로 느껴져서. 의사나 간호사가 태의를 진찰하고 처치하는 것도 인내를 끌어다 쓰는 마당이니 말 다했지. 듣자하니 태의의 소식을 들은 예의 '카일의 지인들'이 병문안을 원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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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레이가 가족들마저 거슬려하는 판이니, 태의의 상태가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은 아무도 곁에 접근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며 완곡하게 거절함. 경험에서 우러난 아주 현명한 판단임. 태의가 괜찮아지더라도 당분간 저택에 손님 들일 생각은 하지도 못할 테니까. 그들 중에 슈미트와 같은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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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사람이 더 없으리라는 법도 없으니까. 모르긴 몰라도 태의 역시 한동안 자유롭게 다니긴 힘들겠지.
-미안. 미안해, 일레이.
약기운이 좀 빠지고 나자, 태의는 간헐적인 발작을 빼곤 무기력하게 늘어져 버림. 만사에 의욕이 없는 것처럼 침대에 웅크린 채, 이렇게 간헐적으로 일레이에게 사과함.
-미안. 미안해, 일레이.
약기운이 좀 빠지고 나자, 태의는 간헐적인 발작을 빼곤 무기력하게 늘어져 버림. 만사에 의욕이 없는 것처럼 침대에 웅크린 채, 이렇게 간헐적으로 일레이에게 사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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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미친 사람처럼 기분이 널을 뛰어서, 몸이 멋대로 움직여.
자괴감이 밀려드는 듯 태의가 동그랗게 몸을 말아. 정신이 든 후로도 태의는 식사를 제대로 못해. 일의 시작이 음식이라서 그런지, 다시금 그렇게 될까봐 두려워서 음식이 목구멍으로 잘 안넘어감.
자괴감이 밀려드는 듯 태의가 동그랗게 몸을 말아. 정신이 든 후로도 태의는 식사를 제대로 못해. 일의 시작이 음식이라서 그런지, 다시금 그렇게 될까봐 두려워서 음식이 목구멍으로 잘 안넘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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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링거를 꽂고 있느라 파랗게 멍이 맺힌 팔이나, 그새 가늘어진 몸 따위가 눈에 들어올 때마다 일레이는 속이 뒤집어짐.
-괜찮아, 태이. 그런 건 더는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니까 이리 와서 뭐라도 좀 먹어봐.
하루가 멀다하고 미친놈처럼 사람을 죽여대던 나같은 놈도 있는데, 고작 그게 뭐라고.
-괜찮아, 태이. 그런 건 더는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니까 이리 와서 뭐라도 좀 먹어봐.
하루가 멀다하고 미친놈처럼 사람을 죽여대던 나같은 놈도 있는데, 고작 그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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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이라면 조금이나마 먹을 수 있을까 해서 공수해 온 음식을 상 위에 늘어놓고, 일레이가 억지로 태의를 일으켜 앉혀. 한국에서는 몸이 좋지 않을 때 죽이라는 걸 먹는다고 해서, 카일에게 부탁해서 구해왔어. 태의는 오랜만에 보는 한식 앞에서도 좀처럼 식기를 들지 않아. 그러자 그걸 가만히